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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rld Travel/미국-U.S.A

세계일주 배낭 여행기 - 093. 센트럴 파크에서 사색에 잠겨보기. (미국 - 뉴욕)


어렸을 때는 몸에 안 좋다고 엄마가 안 해줬던 간장밥을 이제는 원 없이 먹는다.
한국에 돌아가면 몸에 좋은 엄마밥을 실컷 먹어야겠다.

콜롬비아에서 뉴욕 여행 계획을 세우려고 했었지만 천성이 게으른지 빈둥대며 놀다가 아무 계획없이 뉴욕에 왔다.
덕분에 아침에 일어나 어디를 갈지 정하는 즉흥여행이 되버렸다.

나도 다른 배낭여행자들처럼 하루하루 계획을 다 짜놓고 하는 여행을 해보고 싶은데 몸이 따라주지를 않는다.

말은 해보고 싶다고 하지만 속으로는 간절하게 원하지 않는가 보다.

나중에 유럽에 가게되면 내가 변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날씨도 좋고 피곤하니 뉴욕하면 떠오르는 센트럴 파크에 가기로 했다.
조깅하는 사람들을 보니 나도 오랜만에 뛰고 싶어졌지만 카메라 가방과 복대가 있어 그냥 걸었다.

야구의 본고장답게 어린이들을 위한 야구장도 곳곳에 있었다.
어릴 때부터 야구뿐만이 아닌 여러가지 활동들을 경험할 기회가 주어진다는 것이 부러워진다.
한국에서 태어나 공부를 하지 않고 살 수는 없겠지만 대다수의 청소년들이 공부에 치여 사는 지금의 현실이 안타깝기만 하다.

고층 빌딩들이 밀집한 뉴욕 한 가운데에 이렇게 큰 공원을 만들 수 있는 것도 대단하다.
물론 아무 것도 가진 것이 없던 한국이 단기간에 지금의 모습을 갖추기 위해서는 삶의 질이나 복지를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는 것을 잘 안다.
하지만 이제는 '무엇이 더 나은 삶인가.'를 생각해도 될 정도의 수준에 올라왔다고 생각한다.
부모님 세대에서 경제적으로 발전된 한국을 만들었다면 우리 세대는 정신적으로 성숙한 한국을 만들어 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센트럴 파크로 오는 길에 직접 만든 사과 주스와 체리 파이를 팔고 있었다.
파이도 맛있었지만 사과 주스가 시중에서 파는 맛이 아닌 집에서 직접 갈아 만든 맛이 나서 좋았다.

배도 부르고 햇살이 좋으니 잠이 온다.
두 시간 정도 자고 일어나 다시 걷기 시작한다.
규모가 넓어 공원 밖으로 나가려면 한참을 걸어야 한다.

음악 소리가 들리길래 찾아가보니 돈을 받지 않는다며 그저 들어달라고만 한다.
현대인들이 사느라 바빠 클래식 음악을 듣지 않는 것이 안타까워 연주를 한다고 한다.
현실을 안타까워 하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그 현실을 바꾸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은 얼마 되지 않는다.
나도 말만 뱉는 사람이 아닌 실천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여행이 끝나고 일상으로 돌아가서도 이런 여유를 즐기며 살고 싶다.

하지만 여유란 내가 만드는 것이지 누가 만들어 주는 것이 아니라는 것도 알고 있다.

아무리 바쁜 삶을 살아도 가장 중요한 것은 내 마음가짐이다.

그러나 저러나 오늘 하늘도 참 좋다.

뉴욕의 버스시스템은 대부분 종으로 설계되어 있어 가고 싶은 거리가 있는 방향으로 타면 된다.
잭바우어 형님, 한국에 돌아가서 뵙겠습니다.

건물이 특이해 사진을 찍고 보니 이름을 들어본 트럼프 타워였다.
거리를 걷다보면 어느 순간 유명한 건물들을 마주하고 있다.

뉴욕에 왔으면 당연히 애플 매장에 와줘야 한다.
뉴스에서만 보던 투명한 정육면체 건물을 직접 보고 있다.

처음 아이팟 터치가 나왔을 때, 신세계를 경험했었다.
와이파이도 신선했지만 작은 기계안에 수 많은 프로그램을 설치할 수 있고 컴퓨터처럼 각종 문서를 다룰 수 있던 것이 정말 신기했었다.
그 뒤로 애플과 스티븐 잡스의 추종자가 됐었는데 요즘은 기술의 평준화가 이뤄져 딱히 애플만의 혁신이 보이지 않는다.
잡스 형님이 그리워진다.

유리 건물을 통과해 지하로 내려가면 매장이 나온다.
내부는 여느 애플 스토어와 비슷한데 수 많은 파란 티셔츠를 입은 직원들이 고객들을 상대하고 있었다.
난 딱히 살 것이 없으니 구경만 하다가 나왔다.

오늘도 미술관 방문을 빼먹을 수 없으니 구겐하임 미술관으로 갔다.

구겐하임 미술관은 전시되고 있는 작품보다 특이하게 생긴 미술관 건물이 더 유명하다.

입장 30분 전에 왔는데도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 있었다.
이렇게 많은 사람이 줄을 서 있는 것은 당연히 특별 관람때문이다.

공짜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은 전 세계 어디를 가도 드물다.

내부에 들어오니 다른 미술관과 확실히 다르다.
여러 방들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나선 모양의 곡선으로 설계되어 있다.

오늘도 당당하게 1달러를 내고 입장한다.

구겐하임 미술관은 토요일 오후에 한해서 1달러 입장이 가능하다.

미술관 건물 자체가 워낙 유명해 다들 사진찍느라 바쁘다.
주객이 전도된 느낌이지만 건물이 정말 신기하고 이뻤다.

전시작품들은 사진촬영이 금지라 눈으로만 즐겼는데 특히 사진 작품들이 재미있었다.
매일 미술관과 박물관을 가니 지적인 남자가 되고 있는 느낌이 든다.

지하철을 타고 밖으로 나오니 비가 쏟아지고 있었다.

내 몸은 젖어도 상관없지만 소중한 카메라님이 젖으실까봐 근처의 매장에 들어갔다.
들어가보니 왜 사람들이 뉴욕에 와서 쇼핑을 하고 돌아가는지 알 수 있을 정도로 가격이 착했다.
나도 사람인지라 싸고 예쁜 옷들을 보니 사고 싶은 마음이 들었지만 이번에도 참는다.

레스토랑에 갈 형편도 안 되고 비도 오니 전에 사뒀던 파스타 재료로 저녁을 만들어 먹었다.
물가가 싼 나라로 가서 마음 놓고 밥을 사먹는 날이 빨리 오면 좋겠다.

하지만 난 아직 뉴욕에 있으니 간장밥을 먹어야한다.

뉴욕의 지하철이 더럽다는 이야기는 많이 들었는데 이 정도로 더러울 줄은 몰랐다.
청소를 안 하는 건지, 매일 새로 버리는 건지는 모르겠는데 선로에 쓰레기가 넘쳐난다.

길을 걷는데 빌딩들 사이에 교회가 있다.
원래 있던 교회인지 새로 지으면서 이런 디자인을 택한 건지 잘 모르겠지만 이질적이면서 신선했다.

어쩌다보니 자꾸 이 거리를 걷게 되는데 저 조형물과 빌딩의 조화가 참 좋다.

오늘 간 곳은 메트로 폴리탄 뮤지엄이다.
규모가 얼마나 큰지 한 프레임 안에 다 담을 수가 없었다.

메트로 폴리탄 역시 기부금 제도가 있는데 가능한 특정 요일이 정해진 것이 아니라 매일 아무 때나 기부금 제도로 입장이 가능하다.
이번에도 역시나 1달러를 낸다.

1층부터 차근차근 살펴보기로 했는데 시작부터 장난이 아니다.
각종 조각상들이 넘쳐나는데 마치 내가 그리스에 온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조각상들까지는 너그럽게 이해한다고 해도 기둥을 뽑아 온 것은 심했다.
이 곳을 보는 그리스 인들은 정말 씁쓸할 것 같았다.

이 분은 '너 자신을 알라.'로 유명하신 소크라테스 형님이다.
내가 나를 모르는데 난들 너를 알겠느냐.




네가 나를 모르는데 난들 너를 알겟느냐
한치앞도 모두몰라 다 안다면 재미없지

바람이 부는 날엔 바람으로
비오면 비에 젖어 사는거지

그런거지~ 음음음 어 허허~

산다는건 좋은거지 수지맞는 장사잖소
알몸으로 태어나서 옷한벌은 건졌잖소

우리네 헛짚는 인생살이 한세상 걱정조차 없이 살면
무슨재미~ 그런게 덤이잖소


네가 나를 모르는데 난들 너를 알겟느냐
한치앞도 모두몰라 다 안다면 재미없지

바람이 부는 날엔 바람으로
비오면 비에 젖어 사는거지

그런거지~ 음음음 어 허허~

산다는건 좋은거지 수지맞는 장사잖소
알몸으로 태어나서 옷한벌은 건졌잖소

우리네 헛짚는 인생살이 한세상 걱정조차없이살면
무슨재미~ 그런게 덤이잖소


김국환 - 타타타




페르세우스가 메두사를 처치한 모습을 조각해놨다.

메두사에 관련된 신화가 유명하다는 것을 보여주듯이 수 많은 사람들이 사진을 찍고 있었다.

예전 귀족의 방을 재현해 놓은 것인데 촛불때문인지 아늑하고 아름다웠다.
말이 재현이지 안에 들어있는 모든 것은 그 시대의 골동품들일테니 과거로 돌아갔다고 해도 될 정도였다.

이 조각상은 십계명을 들고 있는 모세다.
난 딱히 종교는 없는데 그저 세상 사람들이 서로 사랑하고 돕는 세상이 되기를 바랄 뿐이다.

그런데 요즘 세상이 돌아가는 모습을 보면 평화와는 정반대로만 돌아가는 것 같다.

무기관도 있었는데 각종 갑옷들부터 다른 나라의 갑옷들도 많았다.
한국과 관련된 전시물은 없고 일본의 사무라이에 대한 전시물들이 많았다.
미국 애들이 무사를 생각할 때, 사무라이를 떠올리는 이유를 알수 있을 정도로 사무라이 천국이었다.
하지만 난 관심없으니 사진은 안 찍었다.

뉴욕현대미술관에서 그림 감상의 재미를 알았다면 메트로 폴리탄 뮤지엄에서 예술에 대해 눈을 떴다.
그림들을 보며 지나가는데 어디서 많이 본 그림이 보였다.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는 아니지만 요하네스 베르메르가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를 그리기 전에 그린 그림이라고 한다.
그런데 그림이 정말 아름답고 마음을 잡아 당기는 마력이 있어 5분이 넘게 바라봤다.
다른 그림을 보러 떠나야하는데도 아쉬워서 계속 바라보다 지나쳤는데 네덜란드에 가면 꼭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를 보러 가야겠다.

렘브란트 형님의 자화상도 있었다.
렘브란트는 빛을 표현하는 능력이 뛰어난 화가로 유명한데 그림을 보니 그 표현이 이해가 됐다.

해바라기 그림이다.
하지만 반 고흐의 작품이 아닌 모네의 작품이다.

물론 반 고흐 형님의 작품도 있다.
반 고흐 전시관의 한 가운데에 자화상이 있었는데 꼭 자신을 보러 온 우리들을 바라보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절규로 유명한 뭉크의 작품도 있었다.

작가가 표현한 것은 꿈을 꾸고 있는 양치기인데 미녀들이 목욕하는 모습을 차마 보지 못하고 괴로워하는 소년처럼 보였다.

구스타프 클림트의 작품도 있다.
유명한 유럽화가들의 작품이 많아 재미도 있었지만 미국에서 보고 있다는 사실이 조금은 아이러니 하기도 했다.

계속 서서 작품을 감상해야하니 다리가 아프다.
그럴 때는 적당한 위치에 있는 의자에 앉아 멍하니 작품을 바라보면 된다.

이건 쥘 브르통의 '잡초 뽑는 사람들'이다.

쥘 브르통은 밀레와 함께 농촌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표현한 작가 중의 하나라고 한다.

하지만 쥘 브르통의 그림은 당시 부유하던 사람들의 입맛에 맞게 농촌을 그려 빈곤과 노동의 흔적은 잘 보이지 않는다고 한다.

이 그림은 밀레의' 칠면조 떼가 있는 가을 풍경'인데 가을의 쓸쓸함이 느껴져 계속 쳐다보게 된다.
예술에 조예가 깊지 않기에 유명하거나 마음에 드는 작품들만 사진으로 남기고 있는데도 그 양이 엄청나다.

이번에는 여자가 목욕하는 모습을 많이 그린 에드가 드가 형님이다.

그래도 드가 형님의 작품 중 가장 유명한 작품들은 '발레 교습'시리즈일 것이다.

보통 영화에서 여자의 상반신 누드가 나오면 외설적이라고 한다.
하지만 이 그림을 보면서 외설적이라는 생각은 커녕 아름답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파도를 맞고 있는 여인의 아름다운 모습은 예술이 무엇인지 제대로 알려줬다.

건물 자체도 거대하지만 내부의 디자인도 정말 웅장하다.

2층짜리 건물인데 얼마나 넓은지 5시간을 봤는데도 반밖에 보지 못했다.
더 보고 싶었지만 정신이 많이 흐트러져 다음을 기약하며 그만 나오기로 했다.

열심히 감상하느라 에너지 소모가 많았으니 유명한 쉑쉑버거를 먹으러 갔다.

햄버거는 푸짐하기보다는 귀여워 보였는데 꽤 맛있었다.
햄버거 보다는 쉑쉑버거라는 이름에 걸맞게 쉐이크가 일품이었다.
진하고 달콤한 쉐이크는 왜 인기가 많은지 알 수 있는 맛이었다.


여담으로 예전에 한창 인기있었던 미국드라마인 '프리즌 브레이크'에 간수장 벨릭이 감자튀김을 쉐이크에 찍어 먹는 장면이 나왔었다.
그 뒤로 햄버거 체인점에 가면 감자튀김을 쉐이크에 찍어 먹는 사람들이 늘어났었다.
물론 나도 맛있게 찍어먹었다.

지하철을 타면 뉴욕에 한인들이 얼마나 많은지를 알 수 있는 안내판이 있다.
다른 나라에 가서도 한글로 된 안내판을 많이 볼 수 있으면 좋겠다.

예전에 호주에서 쓰고 남은 호주 달러가 지갑에 계속 남아 있어 환전할 기회를 찾다가 이번에 환전을 했다.
다들 수수료를 엄청 떼어가길래 여러 곳을 돌아다니다가 환전을 했는데 수수료를 15%나 떼어갔다.
수수료를 제하고 얼마를 주냐고 물으니 260달러를 준다길래 바꿨는데 216달러를 준다.
내가 '식스티'와 '식스틴'을 제대로 구분 못해 벌어진 일이니 뭐라 할 말이 없다.
환전소들을 지나칠 때마다 가슴이 아픈데 영어공부를 해야할 필요성을 느끼는데 40달러면 꽤 싼 편이니 좋게 생각하기로 했다.
좋게 넘어가려 하지만 그래도 사람인지라 가슴이 찢어질 것 같다.

아픈 가슴을 부여잡고 다시 브룩클린 브릿지로 향한다.

왠지 오늘 하늘이 아름다울 것 같아 브룩클린 브릿지로 왔는데 노을이 예쁘게 진다.

춥지만 아름다운 사진을 찍기 위해서는 미리 와서 해가 지길 기다려야한다.

해가 지기 시작하니 조명이 켜지기 시작한다.

솔로가 경건한 마음으로 사진을 찍고 있는데 커플이 방해를 한다.

해가 지고 여명만 남자 제대로 된 야경이 펼쳐진다.
철골구조 사이로 보이는 도시의 모습이 정말 아름답다.

뉴욕에 오기 전에는 도시 자체만 봐야하는 뉴욕 여행이 얼마나 재미있을까 걱정했었는데 걱정할 필요가 하나도 없었다.
낮에는 박물관과 시내의 풍경을 즐기고 밤에는 야경을 즐기면 하루가 알차게 지나간다.

다리를 건너 브룩클린에서 맨해튼으로 돌아왔다.
점점 뉴욕에 빠지고 있는 내가 느껴진다.

진정한 뉴요커라면 추위에 굴하면 안 된다.
사실 꽤 추웠지만 운동화를 꺼내 신으면 다시 빨아야하니 참는다.
게으르면 몸이 고생한다지만 신발을 빠느니 몸이 고생하는게 낫다.

집으로 돌아오는 뉴욕의 밤거리는 오늘도 아름답다.




제 여행기가 재미있으셨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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