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낭메고 세계일주 - 032. 안나푸르나, 진짜로 안녕.


히말라야 롯지의 채소 카레는 정말 맛있다.

밥도 많이 주니까 더 맛있는 것 같다.
배도 든든하게 채웠으니 행복한 하산길이다. 

어제 내 손으로 만졌던 설산이 이제는 다른 산들 사이로 빼꼼하게 보인다.

마마님의 은총은 계속된다. 당이 최고다.

여러분 어서 펠라스(FELLAS) 음악 들어 보세요.

저번편에서 이미 들으셨어도 두 번 들으세요.

산속에서 전기를 얻는 가장 기본적인 방법은 태양열발전과 수력발전이다.

이 작은 건물 안에서 수력발전을 해 마을에 전기를 공급하고 있다니 신기하면서 현대사회에 사는 우리가 소비하는 전력소비량과 비교를 해보게 된다.

그런데 요새 안나푸르나 트레킹 코스에 중국 발전회사들이 많이 들어오고 있다고 한다.

네팔에서 소비되는 대부분의 공산품은 중국과 인도에서 들어오는데 중국은 네팔을 지원해주면서 국경지역의 도로를 확장해 수출시장을 확대시키고 있다.

하지만 네팔은 중국과 사이가 안 좋은 인도와도 인접해 있는 나라라 인도의 영향력도 무시할 수 없다.

그래서 네팔은 오래전부터 중국과 인도 사이의 관계를 적절히 이용하는 중립외교를 잘 해오고 있다고 한다.

왠지 광해군이 생각나는데 한국에 돌아가면 역사공부도 더 해야겠다.
참 할 일이 많은 것 같다.

네팔의 정치적 이야기가 나왔으니 여담으로 주워들은 이야기를 몇마디 더하자면 네팔의 인터넷시장을 두고 중국회사와 우리나라의 SK텔레콤이 경쟁했다고 한다.

결과는 중국회사의 승리였는데 요새는 순위가 밀리고 있다지만 인터넷 강국이라는 우리나라의 SK가 진 이유 중 하나가 로비에서 밀렸다고 한다.

또, 우리나라 정부에서 네팔 아이들을 위한 기아대책기금을 책정해서 도와준다고 했지만 정작 당사국인 네팔에서는 우리가 얻는 이득이 있으니 네팔의 아이들을 먹이는 것 아니냐며 뇌물을 달라고 해 아직도 못 도와주고 있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재미있는 이야기를 하나 더 하자면 현재는 정부와 평화협정을 맺고 어느 정도 실권을 잡은 마오군이 반란군이던 시절의 이야기다.

그 당시에는 마오군이 안나푸르나 라운딩 트레킹을 하던 사람들을 습격하는 산적질을 했었다고 한다.

10여 년 전만 해도 실종되는 사람들도 꽤 있었고 혼자 트레킹을 하는 것은 위험한 상황이었다고 한다.

웃긴 점은 당시 반군들이 트레커들의 금품을 갈취하면서 차용증을 써줬다고 한다.

당신들이 기부한 후원금은 마오군이 정권을 잡는 날 모두 돌려줄 것이라는 차용증을 써줬는데 실권을 잡은 현재, 아직 그 돈을 돌려받은 사람은 없다고 한다.

또한, 그 차용증은 모든 것을 빼앗기고 내려가는 트레커가 다른 반군을 만났을 때 이미 모든 것을 빼앗겼으니 통과시켜주라는 영수증 역할도 했다고 한다. 

네팔의 이야기는 그만 하고 이제 내려갑시다.

앞서 말했듯이 위 이야기는 주워들은 것이라 정확하지 않으니 잘못된 내용은 언제든지 알려주시면 바로 수정하겠습니다.

밥 시간이 돼서 볶음밥을 시켰는데 겉보기에는 화려한데 맛은 없었다.

쌀은 뻥튀기 맛이 났고 전체적으로 맛이 이상했다.

내가 맛이 이상하다고 하자 마마님들꼐서 볶음밥을 한 입씩 드셔보시더니 맛있는데 내 입맛이 특이하다고 하셨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내가 맛이 없다고 했던 음식들에 대한 평가가 잘못된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내 여행기의 주인공은 나니까 앞으로도 내가 맛없으면 맛없는 거라고 하기로 했다.

어차피 100가지 음식을 먹어도 1가지 정도만 맛 없는 싸구려 입맛을 가진 나니까 별 상관도 없을 것 같다.

ABC를 향해 올라갈 때 만났었던 내리막 계단이 죽음의 계단으로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고도가 조금 높아지니 마차푸차르가 더 선명하게 보인다.
약간의 고도가 변할뿐인데 산의 모습이 계속해서 변한다. 

계단을 오르느라 수고했으니까 음료수 한 캔씩을 사먹었다.

내가 알기에는 코카콜라 공장이 네팔에도 있고 인도에도 있는 걸로 알고 있는데 이 스프라이트는 베트남에서 제조됐다고 쓰여있고 베트남어도 적혀 있었다.

정식 수입을 한 것인지 밀수를 한건지 모르겠지만 스프라이트가 밀수품으로서의 가치가 있는지 모르겠다.

이제 설산은 가슴속에 묻고 푸른 하늘과 구름을 즐기며 간다.

그런데 필터를 빼지 않았더니 플레어 현상이 일어났다.

역시 게으르면 사진을 망친다.

한참을 올라왔는데 다시 한참을 내려가 다리를 건너고 또다시 한참을 올라가야 한다.
하산길은 내려가기만 한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살아가면서 죽어라 오르기만 하다가 계속해서 내리막만 있다면 별로 재미가 없을 것 같다. 

누군가가 똥을 밟았다.
만약 똥이 깨끗했다면 똥을 피하지 않고 다녔을까.
아, 똥이 깨끗하다면 똥이 똥이 아니겠구나. 

끝없는 계단이 펼쳐졌는데 이상하게 뛰고 싶어졌다.
쉬지 않고 한 번에 뛰어 올라가기는 무리겠고 딱 한 번만 쉬고 뛰어 올라가기로 했다.

중간 정도까지 올라가 숨을 고르고 다시 힘을 내 뛰어올랐지만, 끝에서 한 10여 개의 계단을 남기고 한 번 더 쉬었다.

한국에 돌아가면 체력도 길러야겠다.

소야, 넌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하니.


사실 마마님의 용안에 탈이 났다.
어제 마마님을 위해서는 못 구할게 없다며 당당하게 구해 온 감자가 문제였다.
얼굴에 약한 화상을 입었을 때에는 감자팩을 하면 독이 올라 상태가 더 심해진다는 것도 모르고 웃으면서 팩을 하고 아침에 일어났더니 마마님의 용안이 팅팅 부으셨다.
아름다운 마마님의 얼굴에 탈이 나서 우리 팀에 비상이 걸렸다. 

내 가방에 화상에 붙이는 패치가 있긴했지만 부위가 얼굴이라 차마 도전을 못하고 계속 내려오기만 했다.

그러다 혹시나 식염수라도 있을까 해서 촘롱의 약국에 갔는데 식염수는 없고 토마토만 있길래 서리를 했다.

겉 부분은 떫었지만 알맹이 부분은 약간 토마토 맛이 나기는 했다.

혹시나 해서 한 개 더 먹어봤는데 똑같은 맛이었다.

해가 지면서 마차푸차르의 정상부분에만 빛을 뿌려주는 모습은 황홀경이었다.

해는 지고 구름이 산을 점점 뒤덮는다.

해가 완전히 졌지만 내일이면 이 아름다운 설산을 떠나야한다는 생각에 계속해서 바라봤다.

저녁은 역시나 달밧이다.

내가 달밧을 좋아하는 모습을 본 네팔 사람인 기아누나 주방장들은 즐거워한다.

우리나라 사람들도 외국인이 한국 음식을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면 즐거운 것과 같은 이치다.

산에서는 물이 차가워서 손으로 먹고 손 씻기가 싫어 매번 숟가락을 쓰다가 한번쯤은 손으로 먹어 기아누를 놀라게 하려 했는데 결국은 기회가 없었다.
역시 생각나는 일은 바로바로 해야겠다.

<오늘의 생각>


일행 중에 환자가 생겨 최대한 빨리 하산하는 계획을 세웠는데 사람들의 체력 상태를 고려하지 않았다.

모든 상황을 고려해야 했는데 바보처럼 굴었다.

 

이제 안나푸르나는 사라지고 다시 불암산으로 돌아왔다.

마마님의 상태가 호전될 기미가 보이지 않아 오늘은 최대한 빨리 내려가기로 한다.

강을 건너가려고 준비하는 당나귀들을 보니 소금을 지고가던 게으른 당나귀가 강물에 일부러 빠졌다는 옛이야기가 떠올랐다.

실제로 강에 빠지나 기대를 하고 봤지만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산타할아버지도 실재한다고 믿고 있는 내 동심이 상처받았다.

설산에게 마지막 인사를 한다.

꼭 다시보자.

우리 팀의 기본적인 진행순서는 기아누가 제일 앞에 서고 진형씨와 마마님이 따라간다.

그 뒤에 내가 붙고 제일 뒤는 마마님의 포터인 샴이 맡는다.

내가 사진을 찍다가 샴보다 뒤로 처지면 열심히 달려서 따라잡는다.

거의 다 내려왔으니 스프라이트 한 병을 상으로 준다.
난 탄산음료는 맥주만 좋아하는데 콜라보다는 사이다가 좋다. 

조금만 더 가면 되니 마지막으로 힘을 낸다.

포카라로 들어가기 전에 점심을 먹기로 했다.

나는 배보다 술이 고파 과자와 에베레스트 맥주를 시켰는데 쓰레기 인도 맥주와 차원이 다른 맛이었다.

인도에서는 맥주가 너무 맛이 없고 네팔에 들어와서는 산에 올라갔다 내려와서 먹으려고 참다보니 간이 한참을 쉬었는데 이제 다시 가동을 한다.

마마님은 얼굴이 따가워 계속해서 손수건에 물을 적셔 대고 내려오느라 고생하셨다. 

택시는 작아 지프를 타고 내려가야하는데 지프 기사 아저씨들의 내공이 장난이 아니었다.

밥을 먹기 전에 살짝 떠봤는데 비싸길래 점심을 먹고나서 결정한다며 다시 돌아왔다.
술기운이 살짝 돌기 시작해 흥겨운 기분으로 흥정을 하러 갔는데 잘 안깎아 주려고 해 결국 3600루피에 지프를 빌렸다.

환자가 있어 최대한 빨리 내려가야해 아쉬운 것은 우리니 적당히 흥정을 하고 출발한다.


포카라에 도착해 약국에 가보니 연고를 하나 주며 바르면 괜찮아질거라고 했다. 

마마님의 용안 문제도 해결됐고 1주일동안 산을 타느라 고생했으니 마무리 파티는 하기로 했다.


네팔에는 없는 것이 없다.

한국인식당에서 삼겹살도 파는데 제대로 된 삼겹살은 아니지만 고기다.

난 육식성 잡식주의자기에 고기면 무조건 맛있고 행복하다.

원래 외국에서는 기본 상차림에 물을 주는 일이 없는데 한식당이라 물이 공짜다.

고기를 다 먹어가니 옆자리에 계시던 분이 아가씨 3명이 수고 많았다며 소주와 염소내장을 주셨다.

아저씨, 전 머리가 긴 남자라 죄송합니다.

근데 언제쯤 다시 삼겹살을 먹을 기회가 올까.

<오늘의 생각>


산에서 내려와 마시는 술은 꿀이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신발을 팔러갔다.

어제 산에서 내려와 숙소를 잡자마자 신발을 팔러 갔더니 2시간 뒤에 오라고 하고 2시간 뒤에 가니 주인이 없다고 다시 1시간 뒤에 오라고 해 다시 갔는데도 주인이 없었다.

제대로 진상짓을 한번 부리려다가 식당에서 기다리고 있는 마마님들을 생각해 알았다하고 나왔었다.

다행히 오늘 아침에는 사장이 있는데 자기가 나한테 팔아 놓고 기억을 못한다.

이건 빌려주는거지 파는게 아니니 자기 신발을 돌려달라며 영수증을 달라길래 헛소리말고 1천루피에 판다고 했다.

계속해서 흥정을 하다가 결국 700루피에 팔았다.

1000루피에서 사서 2주동안 신고 다시 700루피에 팔았으니 결국 사용료로 300루피(한화 3600원)를 썼다.
오랜만에 하는 만족스러운 거래였다. 

물론 신발의 질은 최악이었으니 혹시나 한국에서 바로 네팔로 가실 분들은 한국에서 제대로 된 등산화를 챙겨가시기를 추천합니다.

돈도 생겼으니 밥을 먹으러 간다.

난 전형적인 한국인이라 아침에 밥을 먹어야 속이 든든한데 여행자거리 주변이라 달밧을 안 판다.

결국, 울며 겨자 먹기로 뚝바를 먹으러 갔다.

사람들은 맛있다는데 나에게는 그저 밀가루 맛이 겉돌 뿐이다.

배가 안부르니 만두도 한 판 시켜먹는다.

포카라에서 휴식을 좀 취하려고 했는데 먹을 것이 마땅치 않으니 어서 떠야겠다.

정상적인 여행자라면 그냥 아침에는 브런치로 토스트 먹고, 점심에는 한국식당을 가고, 저녁에는 스테이크를 썰으면 될텐데 참 여행을 복잡하게 하는 것 같다.

그런데 내 여행이 음식때문에 힘든 적은 없었고 먹는 것으로라도 그 나라에 조금이나마 다가가고 싶을 뿐이다.

게다가 돈도 없으니 서민들의 음식을 먹을 수 밖에 없는 점도 참 좋다.


한국식당에서 '철학적 시 읽기의 즐거움'이라는 책을 빌려와 읽었는데 시인과 철학자들을 엮은 발상은 정말 대단하다.

시를 제대로 읽으려고 노력한지가 얼마 안됐고 철학에 관심이 있던 나에게 여행을 하는 도중에 스쳐지나가듯이 읽기에는 아쉬운 책이었다.

우리나라에서 천대받고 있는 인문학과 기초과학 분야가 제대로 평가되는 날이 다가오기를 바란다.

물론 나를 포함한 대학생들의 노력이 가장 중요한데 사회적으로도 천대하고 사람들의 인식도 안 좋다는 점이 안타깝다. 

'사람은 빵만으로는 살 수 없다'는 말이 있다.

빵만으로는 안되고 책도 읽어야하며, 생각도 하고, 글도 쓰고, 사랑도 하고, 대화도 하는 등, 빵 이외의 수 많은 것들이 필요하다.

그리고 술도 먹어야 한다.

근데 피같은 술을 쏟았다.

가슴이 찢어진다.

네팔에도 맥주의 종류가 다양한데 에베레스트가 맛있었으니 다 먹어봐야한다.

저 치즈는 야크의 젖으로 만든 치즈라는데 꽤 맛있었다.

샌드위치는 포카라에서 가장 맛있는 집이라고 써있길래 사봤는데 양도 많고 맛있었다.

네팔의 산에 올라가려면 입장권과 팀스 퍼밋이 필요하다.

입장권은 말 그대로 입장료고 팀스 퍼밋은 산에서 있는 트레커들을 확인하기 위한 허가증인데 일회용이다.

난 2번 올라갔으니 2번을 발급받았는데 처음에는 개별적으로 팀스 퍼밋을 1,750루피 정도에 발급받았다.

그런데 대행으로 하면 1,100루피면 받을 수 있다는 정보를 듣고 다시 올라갈 때는 대행을 했다.
 

여행을 하다보면 똑같은 것을 사도 가격이 다를 때가 있어 남의 가격과 비교하는 것은 판도라의 상자라 여기고 있다.

판도라의 상자를 열었을 때 내가 잘 샀으면 뿌듯하지만 내가 실수했을 때는 가슴이 찢어진다.

네팔에서는 팀스 퍼밋 외에도 환전에 대한 판도라의 상자를 1번 더 잘못 열었다.

네팔루피는 인도루피의 1.6배의 고정환율을 가진다.

그런데 포카라에 먼저 간 팀이 1만 인도루피를 네팔루피로 바꿀 때 400 네팔루피(한화 4,800원)을 수수료로 뗀다길래 카트만두에서 1만 인도루피당 200 네팔루피의 수수료를 떼고 바꿨는데 포카라에 와보니 그냥 바꿔줬었다.

역시 판도라의 상자는 아예 안 여는 것이 낫다.
하지만 인간이기에 항상 판도라의 상자를 열고 나서 후회를 한다. 

판도라의 상자는 열지 말고 술판은 여는 것이 낫다.

전기가 나가 양초를 켰더니 분위기도 산다.
 

오후에 안줏거리와 술을 사오다 마마님들을 만났었다.

혼자 술을 먹으면 무슨 재미가 있느냐고 하셨는데 마마님들은 혼자 술 마시는 재미가 얼마나 쏠쏠한지 모르신다.

술은 같이 먹어도 맛있고 혼자 먹어도 맛있어서 술이다.

<오늘의 생각>


얼마 만에 가지는 혼자 술 마시는 시간인지 모르겠다.

이 좋은 시간을 인도로 들어가면 못 가진다니 아쉽다.

 

아침일찍 일어나 오랜만에 배낭을 다시 싼다.

룸비니로 가는 버스가 8시에 출발한다기에 어제 먹은 샌드위치를 포장해 버스정류장에서 먹는다.

난 상도덕을 아는 남자니까 테이블 이용료로 홍차 한 잔을 시켜서 같이 먹었다.

매번 안녕이라고 했는데 이번에는 진짜로 설산과 안녕이다.

중간에 버스가 잠시 정차했는데 버스 위를 보니 염소가 타고 있었다.

울퉁불퉁한 길을 달리는 버스 위에서 균형을 잡는 염소도 걱정됐지만 버스 위에 올려놓은 내 배낭에 똥을 쌀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자 무서워졌다.

90도는 아니고 100도 정도로 고정된 의자에 앉아 7시간정도 가니 룸비니로 들어가는 관문인 바이라하와에 도착했다.

같이 온 서양 가족은 그냥 택시를 타고 가면서 나에게 쉐어를 하지 않겠냐고 물어봐 가격을 물어보니 내가 300루피를 내야한다길래 당연히 버스를 탔다.

버스를 타고 가는데 앞에 가던 버스가 길가에 뒤집어져 있고 경찰과 사람들이 모여있는 모습이 보였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에게만은 사고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며 산다지만 버스가 뒤집어진 모습을 보니 움찔했다.

버스가 룸비니에 도착하고 한 30분정도 걸어가니 Korean Temple인 대성석가사가 보인다.

날도 더운데 오랜만에 배낭을 메고 이동했더니 힘이 들었는지 사진의 수평이 완전히 틀어졌다.

방을 잡고 씻은 뒤 저녁 공양시간에 맞춰 식당으로 갔다.

네팔식과 한식이 섞인 밥인데 점심을 걸렀더니 꿀맛이었다.

하긴 내 입맛에 안 맞는 음식 찾기가 어렵긴 하지.

<오늘의 생각>


오랜만에 배낭을 다시 멨더니 무겁다.

 



  1. 점점 아시아와 멀어지시는 것 같네요~
    DJL님의 앞으로 여정도 굉장히 궁금해집니다^^
    블로그에 두 번 와봤지만 여행기를 볼 때마다 작지만 저도 무언가 도전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드네요.
    몸 조심하시고, 좋은 여행기 기대하겠습니다.

    • 저도 제 여행이 앞으로도 재미있고 즐거운 여행이 되면 좋겠습니다.
      이번이 두번째시면 한 번 더 오셔야 삼세판입니다.
      그리고 세번째부터는 정이 있으니 더 자주 오셔야해요.
      도전은 그 자체로 아름다우니 꼭 도전해보세요~
      도전에는 크고 작은 것이 없습니다.

  2. 현재 나도 여행중 이라 오늘에서야 읽었어요
    하산이 무척 아쉬웠겠네요
    다시 가기가 쉽지 않은 산들인데 ....

    인도를 다시 들어가는군요~?!
    좋은사진 많이 올려주세요^^

    난 현재 노르웨이 오슬로에 있답니다
    7월11일에 도착했어요
    8월14일날 서울에 도착하는데..
    이번 여행은 바로셀로나 베네치아 그리고 크로아티아 의 두개정도 도시와
    바르샤바 를 들린후 돌아갑니다

    건강하시길 .....

    • 그 넓은 인도를 조금만 훑고 지나갈 수는 없죠.
      전 노르웨이는 모르겠지만 크로아티아는 꼭 갈거에요.
      제가 좋아하는 피아니스트가 크로아티아 출신이건든요. ㅎㅎ

      여행 즐겁게 하시고 여행중에도 리플 달아주셔야 합니다.

  3. 용민군 덕분에 히말라야 설산을 보면서 안구정화
    제대로 했습니다.
    이제 곧 추운 겨울이 오겠네요.
    그 전에 사진을 맘껏 볼 수 있어서 좋으네요.
    저에게 겨울은 죽음이거든요. ㅜㅜ
    사진과 글 정말 잘 봤어요.

  4. 자세하고 생생한 히말라야 등반기 너무 감사합니다

배낭메고 세계일주 - 031. 순백의 세계, 안나푸르나.



아침에 일어나니 어제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맑은 하늘이 펼쳐져 있었다.
산에서의 날씨는 매 시간마다 바뀐다더니 어제의 눈보라는 새하얀 눈만 남기고 사라졌다. 

진형씨의 몸상태가 괜찮다길래 다시한번 ABC에 올라가 보기로 했다.

내 몸을 최상의 상태로 만드는 방법은 리필이 되는 달밧으로 아침을 시작하는 거다.
고기도 없는 묽은 카레가 뭐가 맛있냐고 묻는 사람도 있겠지만 이상하게 난 달밧이 맛있다.
향신료 덕분인지 먹어도 안질리고 밥과 비벼먹는 그 맛은 지금도 또 먹고싶은 맛이다. 

ABC로 가려면 이쪽으로 가세요.
눈이 왔을 때를 대비해 표지판을 세워놓은 것 같은데 귀엽다. 

하지만 표지판이 있어도 눈이 쌓이니 어디가 길인지 모르겠다.

혼자왔다면 다른 사람을 기다렸다가 올라가야 하겠지만 포터도 있고 일행도 있으니 든든하다.

물론 내 신발은 전혀 든든하지 않다.

지금까지 멀리서만 보이던 그 설산들이 내 눈앞에 있다.

자신이 꿈꿔오던 모습이 눈 앞에 다가왔을 때의 기분은 어떤 말로도 설명하지 못한다.

TV에서 새하얀 눈이 펼쳐져 있는 모습을 보고 저 아름다운 곳에 언젠가는 가볼 것이라 생각했던 그 산에 내가 올라와 있다.

맑은 하늘에 새하얀 눈으로 뒤덮힌 산이라 엄청 추울 것 같지만 전혀 춥지 않았다.

MBC에서 출발할 때만 해도 추워서 벌벌 떨며 패딩을 껴입었는데 해가 비추자 따뜻해지 시작해 포근한 기분이 들었다.

계속해서 아름답다는 말을 하며 쉬지 않고 사진을 찍었는데 마음에 드는 사진이 별로 없다.
카메라의 화각도 좁고 실력도 부족해 내가 느낀 감동의 100분의 1만큼도 사진으로 담지 못했다.

게다가 선글라스까지 끼고 뷰파인더를 보려니 감으로 노출을 잡는 수밖에 없었다.
물론 이 모든 것은 사진 실력이 부족한 내 탓이니 사진을 잘 찍는 사람이 부러울 뿐이다. 

한국에서 산을 많이 타본 사람들이 히말라야에 와서 하는 말이 있다고 한다.

ABC코스는 지리산같고 EBC(에베레스트 베이스 캠프)는 설악산같은 느낌이 든다고 한다.
설악산이면 어떻고 지리산이면 어떠리. 그저 아름다운 히말라야가 내 앞에 있다는 것이 중요할 뿐이다.
 

우리 엄마 소원이 아들이랑 지리산종주 해보기라 2011년에 지리산을 가려다 설악산을 갔었다.

한국에 돌아가면 더 늦기전에 지리산을 한번 가야겠다.

어제 MBC에서 자면서 계획했던 일정이 살짝 밀렸지만 오히려 이렇게 맑은 하늘아래 ABC를 올라갈 수 있게 된 것에 감사했다.

언젠가는 다시 오고 싶을 정도로 아름다운 곳이지만 언제 다시 올지 모르기에 최상의 날씨에 ABC를 가게 된 것은 정말 다행이었다.

그 사진이 그 사진처럼 느껴진다면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설산의 아름다움에 빠져 쉼없이 셔터를 누른 것은 맞지만 잘 보면 앞에 있던 사진에서 보이던 산들이 더 가까이 다가오고 있다.

아름답다.
정말 아름답다. 

산에 쌓인 눈이 바람에 흩날리는 모습은 아름답다는 말을 빼면 어떤 말로 표현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자꾸 아름답다는 말만 하는 내가 바보같을테지만 이날 산을 오르면서 다른 말은 전혀 생각이 나지 않았었다. 

나름 책을 많이 읽는다 생각했지만, 자연의 아름다운 모습 앞에 서니 내 어휘력이 얼마나 부족한지 알 수 있었다.

광각이 없어 파노라마를 몇장 찍었는데 필터를 뺀다는 것을 까먹었다.

역시 무식하면 손발이 고생하고 사진을 망친다.

멀리서만 보이던 마차푸차르가 눈앞에 있다.
올라오며 방향이 바뀌었는지 물고기 꼬리모양이 잘 안 보인다. 

드디어 ABC가 보인다.
가까워 보이지만 ABC가 보이는 시점부터 한 45분은 더 가야 ABC에 도착할 수 있다.
주변이 온통 새하얗다 보니 거리감각이 사라져서 그런 것 같다. 

마마님들 수고하셨습니다.

항상 우리에게 의견을 물어보고 우리를 ABC까지 올라올 수 있게 도와준 포터 기아누도 수고하셨습니다.

처음 만났을 때는 이름이 어려워 키아누 리브스를 생각하며 이름을 외웠다.

새하얗다.

드디어 ABC의 눈을 내 손으로 만졌다.

만지기만 한게 아니라 먹기도 했다.

아무 곳의 눈을 퍼먹으려고 하니 기아누가 길 옆에 있는 눈은 누가 오줌을 눴을지도 모르니 퍼먹지 말라고 조언해준다.

진짜 높은 곳에 왔으니 셀카 한장.

수고했다. 최용민.

ABC 롯지 안에 들어가면 수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증명사진과 이야기를 써놨다.

날짜들을 보니 1달정도마다 사진들을 정리하는 것 같았지만 기념이니 나도 한장 붙였다.

그런데 누군지는 모르지만 같은 동네에 사는 사람이 글을 쓴 것을 발견했다.

이웃사촌님 반갑습니다.

박영석 대장은 세계 8,000m급 14좌와 7대륙 최고봉, 세계 3극점(북극점, 남극점, 에베레스트 정상)을 올라 산악 그랜드슬램을 달성하신 한국 산악계의 전설이다.

산악 그랜드슬램을 달성한 뒤 히말라야 14대 거봉에 코리안루트를 만들겠다는 다짐을 하고 안나푸르나를 오르시다 2011년 10월, 강기석, 신동민 대원과 함께 영원히 안나푸르나의 품에 묻히셨다.

한국인에게만 기억 되고 있는 것이 아니라 ABC를 오르면서 만난 몇몇 네팔사람들과 포터들도 미스터 박이라는 이름으로 기억하고 있었다.

ABC의 뒤편에 박영석 대장을 기리는 탑이 있다고 해 찾아갔지만 눈이 많이 쌓여 중간에 되돌아 왔다.

박영석, 강기석, 신동민. 세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여담으로 예전에 박영석 대장의 인터뷰를 봤었는데 박영석 대장이 북극점에 도착했을 때 엄청 서럽게 울었다고 한다.
그 때 운 이유에 대해 물어보니 기쁘거나 감격스러워서 운 것이 아니라 북극점에 다시 오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에 눈물이 북받쳤다고 한다.
다시한번 故 박영석 대장의 도전정신에 찬사를 보낸다. 

내가 ABC를 오르면서 다른 사람들과 비교했을 때 가장 부러웠던 것이 신발이다.

마마님들은 한국에서 네팔로만 여행 온 거라 제대로 된 등산화들을 챙겨왔는데 아무리 눈 속을 헤치고 다녀도 물이 안 샌다고 한다.

그에 비해 내가 현지에서 구한 이름만 노스페이스인 신발은 눈을 밟기만 하면 물이 줄줄 들어온다.

정말 정말 정말 정말 부러웠다.

웅장한 히말라야를 담기에는 파노라마 기능도 부족하다.

가장 좋은 것은 눈으로 보고 마음에 담는 거라는 말이 가슴에 와 닿았다.

나도 같이 뒹굴고 싶었지만 발가락이 시린 걸로 만족했다.

원래 목표였던 안나푸르나 라운딩을 완주하지는 못했지만 또다시 꺾일 뻔 했던 마음을 잘 추슬렀다.

다시 한번 수고했다. 최용민.

이렇게 아름다운 곳을 한번만 보기에는 너무 아쉽다.

그러니 기다려다오.

언제라고 확실히 정하면 성격상 꼭 그 때 와야하니 날짜는 정하지 못하겠지만, 꼭 다시 오겠다.

그때는 체력도 키우고 확실히 준비해서 쏘롱라를 넘으러 다시 오마.

한라산 : 1,950m

설악산 대청봉 : 1,708m

안나푸르나 베이스 캠프(ABC) : 4,130m

쏘롱라 : 5,416m

해발 4,130m라고 하니 있어 보이지만 사실 ABC는 도전만 한다면 누구나 오를 수 있는 코스다.

그래서 다음에는 그보다 높고 2주 정도 걸리는 쏘롱라를 넘겠다고 다짐을 하며 내려온다.
항상 보다 더 높은 곳을 향하는 것은 사람의 본능인가보다.  

어차피 ABC에서 바로 내려올 거라 MBC에 짐을 맡기고 최소한의 짐만 들고 ABC를 오르는데 기아누가 비닐을 챙겼었다.

설마 썰매를 탈거냐고 물어보니 해맑게 그렇다고 했었는데 내려오는 길에 정말로 썰매를 탔다.

근데 눈사람을 만들 때 봤듯이 뭉쳐지는 눈이 아니어서 썰매도 잘 안 타진다.

잘 미끄러졌다면 재미있었을지 무서웠을지 모르겠는데 한가지 좋은 것은 앞으로 남은 것은 하산뿐이니 신이 난다.

나도 재미있는 일이 있으면 빠지는 성격은 아닌데 이 때는 발이 너무 시려서 썰매를 붙잡고 뒹굴거릴 정신이 아니었다.

MBC에 내려와 다시 한번 빅사이즈의 볶음밥을 먹었다.

근데 여행기를 쓰며 내가 대충 찍은 음식사진을 다시 봐도 배가 고파지는데 사진을 잘 찍는 사람들이 음식사진을 찍어서 인터넷에 올리는건 정말 위장에 대한 테러가 맞는 것 같다.

굳이 말하지 않아도 내가 어디에 앉았었는지 누구나 다 알 수 있을 것 같다.

이제 순백의 세계를 뒤로 하고 하산길에 접어든다.

산을 오를 때는 내가 얼마만큼 올라왔는지 확인하며 힘을 낸다고 했는데 안나푸르나에서의 하산길에서는 설산이 아쉬워 자꾸만 뒤를 보며 내려오게 된다.

여행을 얼마 하지는 않았지만 한국에 돌아가면 취미생활을 뭐로 할까 고민했었다.

자전거는 손가락때문에 포기하고 돌아다니는 것을 좋아하는 천성이니 여행과 캠핑을 같이 할까 생각했었다.

그런데 안나푸르나가 새로운 답을 줬다.

자신의 한계를 시험하고 자연의 위대함을 느낄 수 있는 등산이라는 답을 줬다. 

산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왜 산을 오르냐고 물으면 당연히 산이 좋아서 오른다고 할 것이다.

나는 산에 올랐더니 산이 좋아졌다.

산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위해서 오늘도 포터들은 짐을 나른다.

짐을 나르는 포터를 본다면 산속에서 먹는 밥이 비싸다는 말을 하지 못한다.

사람들은 자신이 보지 못하는 곳에서 열심히 일하고 있는 사람들 덕분에 편리한 생활을 할 수 있다.

그래서 항상 감사한 마음으로 살아야 한다고 하지만 우리는 항상 불평하는데 시간을 쓰고 있으니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일이다.

역시 생각하기는 쉽고 말하기도 쉬운데 실천하기가 어렵다.

그런데 역시 피는 못 속이나보다.

우리 엄마도 젊어서 산을 타느라 정신이 없었다는데 아들도 산의 매력에 빠져버렸다.
한국에 돌아가면 어무이와 산을 자주 가야겠다. 

하지만 취미는 취미로 끝내야 한다는 것도 잘 안다. 안그러면 '안녕하세요'에 나가야 할 테니까.

그래서 여행할 때는 나중에 후회가 없도록 신 나게 돌아다니고 한국에 돌아가서는 멋있는 일상생활을 할 거다.
공부도 열심히 할거고 결혼도 해서 알콩달콩하게 살거다. 

누누이 말하지만 꿈이었던 세계일주를 끝마치고 나면 여우 같은 마누라와 토끼같은 딸내미가 제1목표다.
근데 과연 그게 쉬울지는 잘 모르겠다.

고도가 높아서인지 아침에는 맑았던 하늘이 금세 어두워진다.

그래도 우리가 앞에 펼쳐진 하산길은 맑다.

아무리 생각해도 어제 저녁에 MBC에서 본 야경과 오늘 아침에 오른 ABC의 맑은 모습은 산신령님이 도와주신 것 같다.

눈사태가 일어난 지역을 다시 지나가는데 여전히 무섭다.

기아누는 이번에도 눈사태~ 눈사태~ 한다.

안나푸르나씨. 눈을 어디에 둘지 모를정도로 아름다웠어요.

고마웠고 다음에 다시 올게요.

이제 눈으로 덮인 길은 사라지고 다시 흙길이 나온다.

앞으로 발이 시릴 일이 없다니 즐겁지만, 설산과 헤어진다고 생각하니 아쉽기만 하다.

아침에 ABC에 올라갔다 왔기에 많이 내려가지 못했다.

MBC에 올라가기 전에 묵었던 히말라야에 짐을 푼다.

그러나저러나 오늘 저녁도 역시 리필이 되는 달밧이다.

잠을 자기전에 마마님의 용안에 감자팩을 했다.

ABC에 올라갈 때 쌓인 눈에 반사된 태양빛이 강해 얼굴이 많이 달아오르셨다.

얼굴에 감자팩을 하면 좋을 것 같아 식당에 가서 감자를 좀 얻어왔다.


여기서 마마님의 정체를 공개하자면 사실 마마님은 연예인이다.

KBS에서 방영된 탑밴드2라는 프로그램에 출연한 펠라스(FELLAS)에서 키보드를 맡고 계신다.

내가 인용하는 노래들을 보면 알겠지만 나도 평소에 밴드 음악을 좋아하는데 밴드를 하는 사람과 같이 산을 오르다니 정말 신기했었다.

좋아하는 밴드들 이야기도 듣고 음악 하는 이야기도 들었는데 정말 신기하고 재미있었다.


이번편을 보신 여러분 펠라스 음악 들어보세요. 두번들으세요.

그리고 마음에 드시면 음원 하나 구입해주세요.


7월 5일 오늘, 신곡 '사랑가'를 발매하고 7월 12일에는 '사랑가' 쇼케이스가 클럽 오뙤르에서 진행됩니다.
http://cafe.naver.com/clubauteur/8445
예매하시면 사랑가 사인 CD도 준다고 합니다.



<오늘의 생각>

취미를 등산으로 하고 라운딩을 하러 와야겠다. 





  1. 설산은 참으로 감동적이네요
    순백색 ... 아무것도 없음이 ...아름답습니다
    아직은 언제일지는 모르나 더 늙기전에
    나도 도전하려합니다

    군이 실토했듯이.....이번사진은 화각이 무지 아쉽네요^^
    하나 더~~~
    다음번 셀카는 염소 모양의 콧털은 밀어주세요^^

    건강 챙기시고 ...
    이동시 짐 도 잘 챙기시고..
    썬크림은 착실히 바르고 ....
    have a nice trip.

    • 돈이 있었더라면 16미리짜리 칼번들을 샀었을텐데 여행하다보니 그 점이 계속 아쉽긴 하더라구요.
      그리고 설산은 꼭 한번 올라가 보시길 바랍니다.
      정말 아름답습니다.

  2. 이번 글도 아주 재밌게 잘 봤어요. 사진도 이만하면 수준급인데요. 님처럼 자유롭게 여행할 수 있는 사람이 부럽네요. 처자식 먹여 살리느라 꼼짝도 못하고 매일 출근하는 직장인은 안습이네요. 그럼 앞으로도 계속 포스팅 해주세요. 매주 기다리고 있어요. 파이팅 하세요.

  3. 작년에 네팔갔을때는 산은 안타고 패러글라이딩만 하고 왔었지요.
    설산 너무 멋진데... 다음엔 산 좀 타야겠어요. :)

    + 저도 작년 9월부터 세계여행중이라 반가운 마음에 남겨보아요.

    • 부부가 같이 세계일주를 하신다니 부럽습니다.
      전 패러글라이딩을 할까~말까~ 고민했었는데 산은 안 올라가신 것이 정말 아쉽네요.
      블로그도 이쁘시고 전문적인 분위기가 나서 부럽습니다.
      저도 종종 놀러갈테니 가끔씩 서로 인사해요~

  4. 아니 이런 고마울데가! 고마워고마워 ㅋㅋ
    드디어 하산이 시작됐어!!! 하지만 결코쉽지않다는거!!ㅋㅋ
    열심히 내려오장~~~~ㅎㅎ

  5. 비아그라의 굴욕사진까지 떳네요 ㅋㅋㅋ 깨알같은 펠라스 홍보까지 ㅋㅋ 사랑가 너래 너므 좋아요 ㅠㅠ 세번들으세요.
    이제 호주에서 자리 잡았나요? ㅋ 잘 먹고 다니나 모르겠네요 ㅋㅋ

  6. 정말 설산은 멋지다는 말밖엔 표현할 길이 없네요

    실제로 본다면 그 감동은 비교도 못할만큼 어마어마 하겠죠?

    식탁빼고 네발달란... ㅋㅋㅋㅋ 재밌네요 근데 과식을 자주해서 위장은 괜찮으려나요..?

    조금 걱정되네요

    • 히말라야의 설산에서 느낀 감동은 정말 뭐라 말로 표현할 수가 없더라구요.
      안그래도 요즘 위장을 좀 줄이려고 노력하고 있는데 술이 자꾸 당기네요.ㅎㅎ

  7. 우와.. 정말 너무 멋져요
    아까워서 정말 천천히 봤답니다
    사진 한 장 한 장 입벌리고 봤어요
    눈호강했습니다!!

    • 지금까지 가본 곳중 가장 마음에 드는 곳 3곳 중 하나가 히말라야에요.
      태어나서 그렇게 하얀 세계를 본 것은 처음이었는데 입이 다물어지지가 않더라구요.
      꼭 꼭 가보시길 바랄게요.
      강추합니다.

  8. 올라가는 길도 힘들고 추웠을텐데 설산 사진을 어찌나
    이쁘고 멋지고 대단하게 잘 찍었는지 감탄이 절로 나네요.
    덕분에 편하게 앉아서 안구호강만 하고 있네요.
    정말 잘 봤어요.
    고 박영석대장의 흔적이 그 곳에 있었네요.
    저도 뉴스를 접하면서 상당히 안타까워 했었는데
    그때 기억이 새록새록 나네요. 편히 쉬시길 빌어요.
    다시 한번 용민군 고생했구요, 덕분에 잘 봤어요.
    아참... 용민군 마마님 앨범 대박나세요. ^^

  9. 이글을 읽으니 2007년 나도 ABC에 올라갔을때가 생각나네요.
    그땐 눈은 안내렸지만 일출시에 황금색으로 물든 안나 푸르나가 멋있었는데...
    퇴직하면 에베레스트 베이스에 도전해볼까 합니다..

배낭메고 세계일주 - 030. 히말라야를 무시하지 말라.


아침에 일어나니 마차푸차르와 안나푸르나 2봉으로 추정되는 설산이 우리를 반겨준다.

지금은 설산 앞을 다른 산이 가로막고 있지만 내일은 아무 것도 없는 곳에 있을거라 생각하니 설렌다.

여왕마마께서 네팔에 오시기전에 후기를 읽었는데 촘롱에서 와이파이가 된다는 글도 읽었었다고 하셨다.

그래서 혹시나하고 와이파이를 잡아봤는데 진짜로 잡힌다.

해발 2050m에서 와이파이가 터지다니 역시 인간은 대단하다.
광고를 보니 약 3700미터인 MBC(마차푸차르 베이스 캠프)에서도 와이파이가 터진다는데 뭐라 할 말이 없다.

아침을 든든하게 먹고 출발하려고  달밧을 시켰는데 달밧이 없다고 한다.

네팔식당에서 달밧이 안되는 것은 한국에서 기사식당에 갔는데 백반이 없다는 것과 똑같은 것인데 어이가 없었다.

결국 메뉴를 보며 탄수화물을 찾다가 삶은감자를 시켰다. 물론 최대한 많이 달라는 말은 빠지지 않는다.

양은 꽤 많았지만 밥대신 감자를 먹으니 속이 허하다.

포터들은 짜파티만 2장씩 먹는 모습을 봤는데 촘롱에서 유명한 피자를 먹고 싶다고 우리가 정한 숙소로 와서 밥도 제대로 못 챙겨 먹은 것 같아 미안했다.

론리플래닛에 피자가 맛있다고 소개된 우리가 묵었던 숙소.
아마 촘롱에서 먹은 피자는 영원히 잊지 못할 것 같다.
 

혹시나 트레킹을 시작했는데 산 속에서 와이파이가 필요한 일이 생기면 촘롱코티지로 가면 됩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신기하다.

1시간정도 걷다가 뒤를 돌아보니 우리가 묵었던 촘롱마을이 보인다.

역시 산은 뒤를 돌아보는 맛에 오른다.

뒤돌아보는 맛에 오른다고는 하지만 계속되는 오르막길은 사람을 지치게 만든다.
계단이 있어서 오르막길을 오르기 쉬운 것은 맞지만 끝없이 펼쳐진 계단은 계단을 발명한 사람을 원망하게 만든다. 

게다가 오늘 우리가 올라가야하는 고도는 정해져있기에 내리막길이 나오라고 빌 수도 없다.

마마님들은 아침에 핫케이크 한조각씩을 드셨고 난 감자한판을 먹었고 포터들은 짜파티 2장을 먹었기에 우리 모두 배가 고팠다.

중간에 감자 한판을 먹은 사람이 껴있기는 하지만 감자는 탄수화물 덩어리일뿐 밥이 아니다. 

그래서 평소보다 이른 점심을 먹기로 하고 마음 깊숙한 곳에서 우러나오는 빅사이즈를 강조하며 볶음밥을 주문했다.

어차피 뱃속에 계란 한알정도 들어가봐야 단백질이 간에 기별도 안갈테니 그냥 야채볶음밥을 시켰는데 이상한 볶음밥이 나왔다.

야채볶음밥인데 계란만 있길래 이상하다 생각했지만 그냥 맛있게 먹었다.

다 먹은 뒤 계산을 하러 가니 다른 볶음밥이라며 돈을 더달라기에 우리가 주문한 종이를 보여주고 제대로 계산했다.

아 당이 땡겨서 안되겠다.

난 고급스러우니까 초콜릿 한조각도 썰어먹는다.


ABC에 오르면서 신라면을 비롯해 엄청난 양의 비상식량을 챙겨가는 팀들을 많이 봤는데 우리 팀은 내가 실패해봤기에 최대한 경량화에 신경을 썼다.

그 결과 야식으로 먹을 봉지라면 2개씩과 초콜릿 1개, 사탕 1봉지만 챙겼다.

산사태가 일어난 곳인데 저 밑에 있었으면 어떻게 됐을지 상상해보니 아찔했다.

사람들이 나무를 없애고 계단식 밭을 만들어 작물을 키우다보니 지반이 약해져 산사태가 쉽게 일어난다고 한다.


우리 모두 자연 파괴하지 맙시다.

근데 산을 깎아만든 밭에서 난 감자를 아침으로 먹은 내가 할 소리는 아닌 것 같다.

역시 말로는 무슨 말이든지 할 수 있지만 그걸 실천하기는 참 힘이 든다.
결국 나도 역시 평범한 위선자인가 보다.

이 사람은 그냥 평범한 아저씨가 아니다.

바로 엄홍길 대장이다.

우리가 아는 그 유명한 엄홍길 대장이다.
 

열심히 올라가고 있는데 한 아저씨가 학생들 어디까지 올라가냐고 묻길래 ABC까지 간다고 했다.

그러니 아저씨께서 학생들인데 기특하다며 힘을 내라고 하셨다.

그런데 아저씨 얼굴을 어디선가 많이 본 것 같은 느낌이 들어 다시 보니 엄홍길 대장이었다.

우리끼리 혹시 엄홍길대장이 아니냐며 속삭였는데 쑥쓰러우셨는지 수고하라고 하시며 바로 내려가 버리셨다.

빨리 알아차렸으면 같이 사진도 찍을 수 있었을텐데 아무도 히말라야에서 엄홍길대장을 만날거라고 생각을 못했기에 기회를 놓쳤다.
그래도 기록을 남겨야 된다는 일념으로 바로 카메라를 꺼내 엄홍길대장의 뒷모습이라도 찍을 수 있었다.

역시 남자는 얼굴도 잘생기고 뒷모습도 멋있어야한다. 참 남자로 살기 힘들다.

근데 엄홍길 대장님. TV에서 보던 모습과는 다르게 살이 좀 찌셨더군요.

엄홍길대장을 만났다고 신기해하다보니 별로 힘이 드는지도 모르고 계속해서 산을 탔다.

그런데 엄홍길대장은 ABC(안나푸르나 베이스 캠프)에서도 4000m를 더 올라갔다 와보셨을텐데 우리들은 그 베이스캠프까지 간다고 낑낑대며 올라가고 있었으니 얼마나 귀여우셨을까.
웃으며 걷다 보니 앞에 강적이 나타났다.

우리가 애써 올라온 높이를 다 깎아먹는 내리막계단이 나타나버렸다.

고도가 낮아진다는 생각과 내려간만큼 다시 올라가야 한다는 생각이 들자 암담해졌다.
거기다 하산할 때는 이 길이 오르막길로 다가올거라는 생각이 들자 무서워졌다.

마마님들 힘을 내시옵소서. 갈 길이 많이 남았사옵니다.

점점 설산이 다가온다.

우리가 열심히 가고 있으니 조금만 기다려주렴.
이왕이면 자석이라도 달린듯이 우리를 좀 당겨주면 안되겠니. 

자세히 보면 눈이 녹아서 물이 흐르고 있다.

저 물은 엄청 깨끗할 것 같은데 너무 멀어서 마실 수가 없다.

세상에는 볼 수만 있고 가질 수 없는 것들이 너무 많다.

아름다운 구름이나, 찬란한 태양이나, 길을 걸어가는 아름다운 여자들이나.



그대는 냉장고 차거차거차거차거


멀리서 나를 바라만 봐주세요

바라보기만 하고 만지지는 말아주세요

만지기만 하고 사랑하진 말아주세요

사랑하기만 하고 바라보진 말아주세요


그대 가슴은 차가운 냉장고

그대 눈동자엔 눈물 한방울 고이지 않는 냉동인간


그대는 에어컨 추워추워추워추워


멀리서 너를 바라봐주기만 하겠어

바라보기만 하고 만지기도 해주겠어

만지기도 하고 사랑하기도 해주겠어

사랑하기도 하고 바라봐주기도 하겠어


그대 주위에는 차가운 바람이 불어

그대 심장에는 피한방울 흐르지 않는 냉혈인간


그대는 냉장고

그대는 에어컨

그대는 이쑤시개

그대는 짜장면

그대는 유리창


널 사랑해

눈뜨고 코베인 - 그대는 냉장고 





고도가 높아졌는지 바로 옆에 있는 산에 눈이 쌓여있는 모습이 보인다.

이 세상에는 가질 수 없는 것들이 많다지만 안나푸르나의 눈은 만지고 말겠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올라간다.

오늘은 히말라야라 불리는 지역에서 잠을 자기로 했다.

우리가 전날 묵은 촘롱보다 높은 고도에는 사람들이 살고 있는 마을은 없고 트레커들을 위한 숙소인 롯지만 운영되고 있다.

뭘 먹을까 고민하다가 야채커리를 시켰는데 밥을 수북이 줘서 행복했다.

역시 사람은 등이 따숩고 배가 불러야 행복하다.

마마님, 히말라야부터는 고소예방을 위해 씻으면 아니되옵니다.

자전거여행을 할 때 안 씻고 다니는 것이 일상이었기에 혼자라면 처음부터 안 씻었겠지만 마마님들이 워낙 깨끗하셔서 나도 청결함을 유지했었다. 

그런데 오늘부터는 고소예방이라는 확실한 이유가 있기에 물티슈로만 씻는데 밤에 씻지 않고 침낭으로 들어가니 정말 행복했다.

사람은 게을러야 행복해지나보다.

여러분은 지금 상거지를 보고 계십니다.

포터인 기아누에게 미안해 짐을 줄이고자 라면을 먹기로 하고 마마님에게 사진을 찍어달라 부탁했는데 플래쉬가 터져 엄청 굶주린 모습으로 나왔다.
 

남자들은 군대에서 봉지에 뜨거운 물을 부어먹는 일명 '뽀글이'를 많이 먹는다고 하지만 난 해군을 나와서 '뽀글이'와는 인연이 별로 없었다.

해군은 배에서 야식으로 먹으라고 컵라면을 많이 보급해주기에 '뽀글이'를 해먹을 일이 별로 없다.

'뽀글이'경험이 일천하다 보니 물조절에 실패해 조금 싱거웠지만 참 맛있었다.
 

여러분 군대 가실거면 고급스러운 해군으로 가세요. 엄청 편합니다. 아 군대 또 가고 싶다.
난 해외장기체류라서 예비군도 면제받는데 가서 총 쏘고 싶다. 정말로.

장난이고 국군장병 여러분 감사합니다. 힘내세요.

<오늘의 생각>


엄홍길대장을 만났다. 대장이라는 칭호가 정말 멋있는 것 같다.

나도 특별한 칭호를 하나 가지고 싶다.

 

오늘은 대망의 ABC까지 올라가는 날이기에 고소예방을 위해 갈릭스프를 시켰다.
네팔에 와서 갈릭스프라는 것을 처음 먹어봤는데 정말 맛있어서 한국에 돌아가면 엄마한테 해 달라고 할거다.
마마님들도 만족하셨는데 진짜 신기한 맛이다. 

거기에 마마님의 은총인 볶음김치와 내가 여행을 떠나며 샀던 고추장을 5달만에 먹었다.

맛은 정말 꿀맛 그 자체였다.
역시 마마님을 모시면 자다가도 떡이 생긴다. 

오늘은 ABC까지 올라갈 예정이라 힘차게 걸음을 내딛는데 간밤에 눈이 왔었나 보다.

앞날은 생각도 안하고 눈이 내리니 이제야 히말라야에 온 것이 실감난다며 즐겁게 걷는다.

아름다운 풍경을 보면서 새하얀 ABC를 상상하며 걸어간다.

그런데 출발한지 30분정도 지나자 눈발이 흩날리기 시작한다.
운치가 있다며 감탄을 하면서 올라간다. 

순식간에 맑았던 하늘이 사라지고 히말라야라는 이름에 걸맞는 눈보라를 헤치고 나간다.

눈이 계속해서 내리자 처음에 신나던 기분은 사라지고 조금씩 걱정되기 시작한다.

혹시나 살이 쪘다고 오해하실 수도 있는데 이건 살이 찐게 아니라 패딩을 껴입어서 그런겁니다.
정말이에요. 믿어주세요. 

거대한 자연앞에서는 어떤 수식어도 붙일 수가 없다.

그저 장관이라는 말밖에 안나온다.

산신령님. 저희에게 길을 열어주시옵소서.

눈사태가 일어난 구간인데 저 많은 눈이 날 덥친다고 상상해보니 아찔하다.
기아누는 한국인 등산객들과 산을 자주 타서 몇가지 한국어를 할 줄 알았다.
특히 눈사태와 산사태가 일어난 곳을 보면 한국어로 눈사태~ 산사태~라고 했다.
우리도 한국어를 알려주고 싶어서 고고씽이 출발하자는 의미라고 알려주고 출발할 때는 항상 고고씽이라고 말했다 . 

오늘도 당이 땡기니까 핫초코 한잔 먹고 힘을 내야겠다.

어제 아침에 마마님들께서 핫케이크를 시켜먹을 때 나온 꿀을 내가 당이 땡긴다며 수저로 퍼먹었더니 마마님들이 신기하게 쳐다봤었다.

그러나 잠시 후 계속 퍼먹는 나를 따라서 한입 드셔 보시더니 당의 맛을 알아버리셨고 우리는 곰돌이 푸가 왜 꿀을 먹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눈이 계속해서 내리는데 도저히 그칠 기미가 안보여 다시 출발했다.

설산을 찍었는데 마마님이 요기있네?

내가 원하고 상상하던 그 설산을 걷는다.

전에도 말했듯이 배낭여행을 시작하며 가장 기대한 곳 중 하나가 네팔의 히말라야였는데 실제로 걸으니 정말 신났다.

하지만 즐거운 내 기분과는 달리 내가 산 싸구려 짝퉁 노스페이스 신발은 역시나 물이 새기 시작했고 내 발가락은 얼어갔다.

난 수족냉증이 있는데 그래서 그런지 더 춥게 느껴지고 발가락은 떨어져 나갈 것 같은 기분이었다.

ABC에 올라가기 바로 전인 MBC(마차푸차르 베이스 캠프)에 도착했다.
네팔에 오기 전까지는 MBC가 미들 베이스 캠프인줄 알았었다. 

언 발을 녹이며 빅사이즈의 볶음밥을 먹었다.

내 입맛은 변함이 없는데 마마님들은 입맛을 잃으셨다.

마마님들이 내려주신 은총으로 한그릇을 더먹었다.

진형씨는 살짝 머리가 어지럽다고 해 비아그라를 한알 먹었다.

오늘 아침에 출발하기전에 혹시나 해서 다같이 다이아목스를 반알씩 먹고 출발했는데 별 효과가 없었나보다.

눈은 계속해서 오고 계속해서 쌓인다.

진형씨가 걱정됐지만 우선은 출발하고 아프면 바로 내려가기로 했는데 조금 올라가다 안될 것 같아 MBC로 복귀했다.

혹시나 해서 조금 더 내려가자고 했지만 괜찮다고 해 그냥 MBC에서 쉬기로 했다.
진형씨가 자기때문에 ABC를 못 올라 간 것 같다며 계속 미안해하는데 아픈 사람에게 걱정하게 만든게 더 미안했다. 

팀원중에 한명이 아프니 분위기가 다운되길래 분위기 전환을 위해 제설작업을 시작했다.

제설~제설~제설~ 노래를 부르며 제설을 하니 군대 기분이 났다.
 

아 이번편에서는 왜 이렇게 군대가 생각나는지 모르겠다.

여자들은 군대이야기 싫어한다니까 그만 이야기해야겠다.

마지막으로 한마디만 하자면 군대는 다시 가고 싶을 정도로 좋은 곳이니까 미필자분들은 걱정마세요.

제설작업의 핵심은 눈을 아무리 쓸어도 끝이 없다는 것이다.

눈이 많으니 눈사람도 크게 만들 수 있을거라 기대했는데 잘 뭉쳐지는 눈이 아니라 원래 계획보다는 작은 눈사람을 만들었다.

어릴 때나 만들고 놀았던 눈사람을 25살 먹고 만드니 신났다.

우리 모두 동심으로 돌아가봅시다.

학교를 다니고 학원을 다니고

대학을 나오고 직장엘 다녀도

아무것도 모르겠네 정말 모르겠네

한다고 하는데도 날이 가면 갈수록 

점점 더


동물원 가본지 얼마나 됐는지

꽃구경 가본지 얼마나 됐는지

멀티플렉스 극장 구경 가보고 싶네

동네서도 길을 잃어버릴 것만 같은데 

한심해


텅빈 애들 놀이터에 앉아 있었지

언제 내가 어른이 돼버린 걸까아~ 아~ 아~

차라리 내가 사라져버리면 어떨까

지금~~~

사라져라 사라져라 사라져라 사라져


사랑에 빠져도 느낌이 안오고

이별을 하고도 눈물이 안나네

말린 꽃처럼 부서질 것 같은 내 마음

바람 부는대로 날려가는 휴지조각 같은데

날마다

텅빈 애들 놀이터에 앉아 있었지

언제 내가 어른이 돼버린 걸까아~ 아~ 아~

차라리 내가 사라져버리면 어떨까

지금~~~

사라져라 사라져라 사라져라 사라져
 

김창완밴드 - Darn It 




저녁을 먹으러 나왔는데 설산이 빛나고 있었다.

분명히 한밤중인데 설산이 하얗게 보인다.

때마침 이 날이 정월대보름날이었는데 달빛에 반사된 설산의 모습은 예술이었다.

마마님들이 밥이 나왔다며 먹고 찍으라고 했지만 설산이 자꾸 날 붙잡아 계속 사진을 찍었다.

그래도 밥을 거를수는 없다.

아직 먹기위해 사는지 살기위해 먹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쨋든 먹어야 사는 것은 분명하다.

밥을 먹고 나와도 아름다운 설산은 도망가지 않는다.
이런 모습을 보여준 달님이 정말 고맙다.

아마 이 모습을 보기 위해 우리가 MBC에서 잠을 자게됐나보다.

<오늘의 생각>


역시 히말라야는 마음을 쉽게 내주지 않는다.



 

  1. 재밌게 잘 보고 있어요. 힘내세요. 화이팅!

  2. 안녕하세요! 언젠가 우연히 블로그와서 처음 세계일주 시작부터 쭉 읽어온 사람입니다.
    정말 멋쪄요 ! +_+
    저도 정말 저렇게 떠나고 싶네요!
    부디 지구 한바퀴의 꿈 꼭 이루시길, 아픈데 없으시길 꼭 기도 할께요!

  3. 정월대보름이면 양력으로 2월24일 이더라구요
    포스팅과 오늘의 격차가 무려 4개월이나 된다니....
    읽으면서 한여름에 왠 눈...?! 그랬는데 시차가 4개월 씩이나 ^^
    밀린 숙제가 많으시네요 분발하세요 ㅎㅎ

    마지막 사진이 젤 맘에 드네요
    f5,6 에 1/30 sec iso100 에 ...늦은 밤이라던데 어떻게 이런 노출이~?!
    더불어 삼각대도 안 썻을테고 ...
    암튼 반짝이는 별빛까지 참 아름답네요

    늘 건강 유의하시고...담편을 기다립니다
    ps/ 4개월 전의 사진을 봤으니~ 지금은 어디서 뭔짓^^ 하고 계실까 ...ㅎㅎ

    • 마지막 사진이 마음에 드신다 하셔서 블로그 메인 사진으로 정했습니다. ㅎㅎ
      삼각대는 다이소에서 1000원에 산 미니 삼각대를 아주 잘 쓰고 있습니다.
      삼각대가 작다보니 구도에 제한이 있지만 없는 것보다는 참 좋더라구요.
      지금 어딨는지 말씀드리면 재미없으니까 그냥 기다려주세요~

  4. 한국에서부터 꾸준히 읽다가 이 곳 베트남에 떨어져서도 계속 읽게되네요. 혹시 다음 여행 할 국가는 어디인지 알 수 있을까요? 저도 지금 배낭여행중인데 비교적 가까운데로 이동하신다면 한번 볼 수도 있을것 같아서^^ 그런데 주변 국가를 다 가셔서 중앙아시아쪽 가시나요? 혹시 중국이나 동남아로 리턴 할 계획 있으면 비밀글이라도 속삭여주세요~

    • 음.. 이미 멀리 와서 다시 동남아나 중국으로 갈 일은 없을 것 같아요.
      시커먼 사내놈이라 관심은 없으시겠지만 나중에 한국에 돌아가면 봬요. ㅎㅎ

  5. 야경 짱이다 ㅠㅠb
    완전 예술 흐아~~
    저기 누워서 잠들고싶다
    입돌아가겠지..

  6. 재밌게 잘봤습니다 ㅎㅎ
    역시 글솜씨가ㅋㅋ
    마의 계단 다시보니 방갑네요ㅎㅎㅎ
    진짜 죽을만큼 힘들었다는..
    엄대장님을 뵜다니 부럽습니다ㅜㅜ

    • 약속대로 여행중에도 리플달아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전 포터가 있어서 그나마 좀 수월하게 올라갔어요.
      엄대장님과 같이 사진을 못찍은게 좀 아쉽습니다. ㅠㅠ

  7. 여행기 재밌게 잘 보고있습니다~ㅎ
    마치 히말라야를 가보고 온것처럼 제 눈과 마음이 시원하고, 즐거워졌네요.
    건강하시고, 앞으로의 여행도 화이팅!

    • 처음 보는 분이시다...
      댓글을 처음 달 때는 자유지만 한번 달아주신 이상 앞으로는 계속해서 달아주셔야 합니다. ㅎㅎ
      다음 편에 제대로 된 설산이 나옵니다.
      기대해주세요.

  8. 아직도 여행중이신가?~~대단하다는 말밖에 할 말이 없네~건강은 한거지?
    우린 그동안 열심히 사진찍고 며칠전부터 여행 준비하고있다네.
    11월경 미안마,다시 가고 싶어 미안마, 베트남 북부 하노이 싸파 박하 라오까이로 해서
    무앙쿠아 , 므앙응오이... 치앙라이... 2개월 여정으로 계획중이라네.
    베트남 정보를 자세히 듣고 싶은데... 귀국했다면 아저씨가 만나 술한잔 하고 싶다 했는데...
    아직인가 보네~~~여행중 건강유념하고 건강하시게. 가끔 들어 와 보고 간다네...
    므앙응오이 가면 자네 생각이 많이 날 것 같아~~~~

    • 보셨듯이 몸하나는 튼튼합니다.
      다시 미얀마를 가시는 것을 보니 저도 미얀마를 한번 가보고 싶어집니다.
      술은 내년이 되야 얻어마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자주 들러주셔서 감사하고 혹시 베트남에 관해 궁금한 것이 있으시면 카카오톡 gooddjl 추가 하시고 연락주시면 제가 아는 것은 최대한 알려드리겠습니다.

  9. 아~~~ 나두 다 정리하고 세계여행을 떠나고 싶다..!!!

    치졸하고 비열한 인간들 대하는게 너무 피곤하다... 비열한 사회.

    님이 부럽소이다~~~

    • 한번에 모든 것을 정리하려면 힘이 들지요.
      그래서 어릴 때 가야하는게 맞는 것 같습니다.
      버릴 것이 하나라도 적고, 다시 가질 수 있기에....

  10. 근데 신기한 노래를 정말 많이 아시는거 같아요

    중간중간 나오는 노래들의 가사가 재밌는게 어찌나 많은지..

    제 동생만큼 많이 먹는 사람은 잘 없을거라 생각하고 살아왔는데 용민씨도 먹는양이 장난 아니네요 ㅋㅋ

    근데 먹는 양에 비해 살은 안 찌시는거 같아요 ^^

    • 대중가요보다는 밴드 음악을 좋아하다보니 이런 저런 노래들을 알게 되더라구요.
      한국에 돌아가면 공연장에 가서 미친듯이 놀고 싶어요.
      사실.. 저 뱃살 장난 아닙니다. ㅠㅠ

  11. 우와~~ 엄홍길대장님을 만나다니요.
    용민군도 전생에 나라를 구하셨나봐요. 아니면 동네 하나라도...
    히말라야라는 말만 들어도 자연스럽게 엄홍길대장이 떠오르는데
    그 분을... 그것도 동네 산도 아닌 히말라야에서...
    정말 평생 한 번 올까 말까한 그런 기회가 아닐까요?
    오늘도 재치있는 글솜씨 잘 읽었어요.

  12. 정말 대박이네요

배낭메고 세계일주 - 028. 다시 포기.



아무래도 아침 일찍 일어나서 출발하려면 전날 아침을 주문 해놓는게 좋을 것 같아 어제 저녁에 볶음밥을 주문했었다.
아침을 일찍 준비해달라고 부탁하기 미안해 가장 빨리 나온다는 볶음밥을 시켰는데도 내가 원한 시간보다 30분 늦게 나왔다.

방 값도 안냈으니 고마워서 차까지 한잔 시켜 배를 든든하게 하고 출발한다.

조금 일찍 출발했더니 다음 마을에서 아침을 먹고 있는 다른 트레커들을 만날 수 있었다.
어제 나보다 한 칸씩 빨리 출발한 사람들일텐데 대부분의 속도는 비슷할테니 앞으로 자주 만나겠군요. 잘 부탁 드립니다.

말들이 풀을 뜯고 있는데 나중에 기회가 되면 승마도 제대로 배워보고 싶다.
해보고 싶은게 참 많아지는데 예전에 동생님과 한 대화가 떠오른다.
동생님께서 자기는 딱히 해보고 싶은게 없다고 나보고 왜이렇게 하고 싶은게 많으며 그것들이 어디서 떠오르냐고 물었었다. 
난 그냥 길가다가 뭔가를 보면 생각난다고 대답하며 다른 사람은 안 그러냐고 물어봤었다.
아마 내가 특이한 것 같기도 하다.

물론 자기가 뭘 좋아하는지, 무엇을 하고싶은지 모르는 사람이 열등하거나 무능력한 것은 아니다.
그저 앞만 보며 달리도록 교육받았기에 여유를 가지는 법을 잊어버린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여유는 억지로 가지려고 한다고 가져지는 것이 아니라 몸에서 우러나와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실 이런 현실이 안타깝기에 여행을 떠난 이유도 있는데 누가 잘났고 못났는지 따지지말고 다같이 열심히 재미있고 행복하게 삽시다.
마지막으로 내 몫까지 열공하고 있는 동생님아. 힘내세요.

그리고 말을 지나갈 때는 뒷발길 질을 할까 봐 무서워서 멀리 돌아갔다.

ABC코스는 중간에 갈림길이 몇군데 있다지만 안나푸르나 라운딩 코스는 안나푸르나 주위를 한바퀴 도는 것이기에 딱히 갈림길이 없다.

갈림길에서는 무조건 마낭(manang)만 찾아가면 된다. 

우리나라 산에서도 리본으로 표식을 해놓듯이 빨간색과 하얀색으로 길을 표시해 놓는다.

인간은 참 대단한 존재라는 것을 다시 한번 느낀다.

이런 산 속에 집을 짓고 살며 산을 깎아 밭을 만드는 모습은 자연을 파괴하는 모습이긴 하지만 다르게 보면 자연에 굴복하지 않고 살아가는 모습이니 정말 대단하다. 

산에서 짐을 운송해주는 사람을 포터라고 부른다.

이 포터들을 처음으로 봤는데 큰 배낭 2개를 포개서 메고 다닌다.
포터들의 가방에는 우리들이 필요로 하는 생필품과 각종 기호품들이 들어 있다. 

이런 사람들이 있기에 우리가 트레킹을 쉽게 할 수 있는 것이지만 안타까운 마음도 든다.

이런 길을 찾아내고 만드는데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노력이 들어갔을까.

정말 인간은 대단하다.

염소들이 떼로 달려들기에 무서워서 피했다.

책에서 낭떠러지 쪽으로 피하면 밀려서 떨어질수도 있으니 절벽쪽으로 붙으라고 읽었던 기억이 나 얼른 절벽에 붙었다.
참 겁이 많긴 많다. 

중간에 쉬는데 가게에서 스프라이트가 날 유혹했다.
난 까만 콜라는 맛이 없어서 싫다. 내 마음처럼 투명한 사이다가 좋다. 

위로 올라가면 비싸질테니 밑에서 먹어두자는 생각에 한병 샀는데 시내보다 3배정도 비싼 가격이었다.

신기한 식물도 있다.
속에 동굴이 있었다면 들어가 볼까 말까 고민했을 것 같다.
겁은 많은데 호기심도 많아서 걱정이다. 

앞에 주민들이 걸어가는데 속도가 엄청 빠르다.

따라잡을 수 없다는 것을 알기에 난 나의 페이스대로 걸어가다보니 어느 순간 내 시야에서 사라졌다.

이런 거대한 자연앞에 서면 그 대단한 인간도 별 것 아닌 것 같은 기분이 든다.

하지만 항상 그런 거대한 자연옆에 인간은 살고 있다.

자연앞의 인간은 별 것 아니지만 끊임없이 발전하고 생존하고 있다.

물론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냥 살아가고 아주 극소수의 사람이 세상을 변화시킨다지만 우린 다같이 살아가고 있다.
그리고 그런 인간이기에 항상 더 높은 곳을 향해 오른다. 

가난한 여행을 하는 나에게 식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양이다.

때문에 항상 more와 big size를 입에 달고 산다.

근데 히말라야에서 내 여행 최고의 BIG size를 만났다.

사진으로 봐도 엄청 커보이지만 실제로는 약 3인분의 크기였다.

밥이 비싸길래 초면을 시키면서 양을 적게 줄까봐 걱정했었는데 그런 걱정을 한방에 날려버렸다.

주인 아줌마에게 사랑한다고 말한 뒤 먹어도 먹어도 줄지 않는 초면을 억지로 겨우겨우 다 먹었다.

마르샹디강의 물이 참 이쁘게 흘러간다.

저런 물 색깔은 제주도에서만 본 것 같은데 가뜩이나 파란색을 좋아하는 나에겐 정말 환상적이다.
투명한 물보다는 하늘색 빛깔이 멤도는 강물이 참 아름답다. 

이런 마르샹디강을 벗삼아 계속해서 올라간다.

계속해서 걸어가도 끝이 없다.

그래도 첫날이니 힘들지는 않다.

어서 빨리 설산을 보고 싶은 마음뿐이다.

길을 걸어가는데 표지판이 보인다.
웨이 투 뷰티풀.

옛길이니 당연히 더 힘들테지만 아름답다니 무조건 옛길로 간다.

작은 냇물도 흐르고 다리도 건너간다.

산을 오를 때는 앞밖에 안보이고 앞은 항상 힘들게만 보인다.

그럴 때는 잠시 뒤를 돌아 내가 올라온 길을 내려다보면 다시 힘이 난다.
헥헥거리면서도 어느 사이에 내가 이만큼 올라왔다는 것이 보이니 대견하다.

아름다운 길이라고 했는데 솔직히 별로 아름답지는 않고 힘은 들었다.

그래도 트레킹 코스 중간 중간에 힘이 들만한 지점마다 마을이 있어 언제든지 쉴 수 있다.

계속해서 마르샹디강을 따라 올라가는데 볼 때마다 어떻게 이런 색깔인지 신기하다.

문제는 신기하고 아름다운 마르샹디강을 지켜만 보지 않고 건너도 가야한다는 것이다.

아무리 고소공포증을 극복하는 중이라지만 출렁거리는 다리를 건너는 것은 언제나 무섭다.

반대편 도로에서 산사태가 일어났는지 포크레인이 열심히 느린 속도로 올라가고 있다.

그러길래 나처럼 걸어다니지 왜 지프를 타서 몇 시간을 기약없이 기다리고 있니.

보는 곳마다 기암괴석이라 자꾸만 사진을 찍는다.
18mm로 아무리 찍어봐도 내 눈으로 본 웅장한 모습은 안 나온다. 

저 멀리 설산이 보인다.

어서 만나고 싶다.
 

한국에서 설악산이나 지리산에 눈내린 모습을 TV에서 볼 때마다 가보고 싶었다.

자전거 여행에서는 네팔을 안거칠 것이었기에 배낭여행으로 바꾸면서 내 여행에서 가장 기대되는 곳 중 하나가 안나푸르나였다.

그것도 새하얀 눈이 있는 안나푸르나를 만나고 싶어서 겨울이 끝나기 전에 네팔로 들어왔다. 

그 곳을 드디어 만나러 간다.

오늘 묵을 곳은 딸이라는 마을인데 약 10시간정도를 걸었다.
마을로 가려면 높은 동산을 하나 넘어야하는데 힘들어 죽는 줄 알았다.

다섯 걸음 움직이고 한번 쉬고, 세 걸음 움직이고 한번 쉬다보니 결국엔 입구에 도착했다.

앞에는 흰 모래사장이 있고 옆에는 마르샹디강이 있으며 뒤에는 설산이 있는 딸 마을은 아름답다는 말을 언제 써야하는지 알려줬다.

이번에도 몇군데 숙소를 돈 결과 저녁과 아침을 먹는 조건으로 공짜로 자기로 했다.

그런데 점심에 먹은 초면이 체했는지 속이 메스꺼워 도저히 음식을 먹을 수가 없는 상태였다.
하지만 방을 무료로 잡았으니 음식을 먹어야만 했다.

차마 달밧은 못먹겠어서 모모와 콜라를 같이 시켜먹었다.

속이 계속 더부룩해서 뜨거운 물을 한잔 시켜 포카라에서 사간 민트티를 만들어 먹었더니 조금 괜찮아지는 기분이었다.

원래는 상비약으로 꽤 많은 종류의 약을 들고다니고 심지어 알콜거즈와 화상약까지 들고 다니는데 산에서 쓸일이 없을거라는 생각에 다른 것은 다챙기고 소화제를 안챙겼었다.
역시 사람은 한치 앞을 못보는 동물이다.

속이 안좋은 것은 안좋은 것이고 오늘도 수고한 내 다리를 위해 파스를 뿌린다.

산을 좋아하는 엄마에게 배운건데 자기전에 파스를 뿌려주면 근육통 예방에 좋다고 한다.

<오늘의 생각>


딸을 구경하러 가는데 힘들어 딸도 못 낳고 줄을뻔 했는데 딸이 엄청 아름다워 딸을 낳고 싶어졌다

 

아침이면 괜찮아질 것 같던 몸상태가 오히려 더 안좋아졌다.

아침에 일어나 어제 시켜놓은 카레를 취소하고 결국 갈릭스프를 시켰다.

방도 공짜로 잤으면서 싼 음식을 시키려니 미안해 죽을 것 같았지만 여기서 억지로 밥을 먹었다가는 진짜로 죽을 것 같았다.

속이 안좋아 스프라이트를 계속 먹고 억지로 트림을 하니 좀 살 것 같아 움직이기 시작했다.

컨디션은 안좋지만 마르샹디강은 참 좋다.

근데 저 멀리 구름이 심상치가 않다.

오늘 저 구름을 뚫고 올라가야 할 것 같은데 걱정이다.

이제 다리를 건너는 것도 어느정도 적응이 됐다.

배낭여행을 하면서 생각도 못했던 고소공포증 극복이 되고 있다.

속은 좀 괜찮아진 것 같은데 차마 음식은 못먹겠어서 포카라에서 유일하게 사간 비상식량인 에너지바를 먹었다.

올라오기 전에는 사탕도 한봉지 살까 고민했었는데 안사기를 참 잘했다.

고수분께서 내 가방을 들어보고 무겁다고 하셨던 것이 이해가 된다.

몸상태가 안 좋으니 포터를 고용해서 오르는 사람이 부러워지기 시작했다.

설상가상으로 길이 안좋아지기 시작했다.

어제부터 몇 명의 유럽애들이 내려오는 것을 보고 말을 걸어보니 윗쪽에 눈이 너무 많이 내려 3일정도 기다리다가 내려온다며 조심하라고 했었는데 여기도 눈이 왔었나보다.

잘 피해서 걸어가다가 제대로 빠졌다.

다행히 진흙이라 물이 많이 들어오지는 않았지만 신발이 젖어버렸다.

안나푸르나 라운딩 코스에는 물을 정수해서 저렴하게 파는 지점이 있다는 소리를 들었는데 비수기라 그런지 문을 연 곳이 없었다.

사람들이 페트병에 담긴 물을 사마시고 잘 버리면 될텐데 아무곳에나 버리니 환경이 오염되고 그걸 방지하기 위해 만들었다는데 쓰레기는 쓰레기통에 버립시다.

아침에 본 구름이 성을 내기 시작했다.

비가 내리기 시작하는데 고어텍스 자켓덕분에 상체는 괜찮았지만 바지와 신발, 장갑이 다 젖어버렸다.

특히 신발은 길에 물이 넘쳐 물을 밟지 않고는 못 지나가는 곳들이 몇번 나와 완전히 젖었다.

중간 마을인 띠망에서 따뜻한 차를 한잔 하며 가장 급한 젖은 신발을 불가에 말렸다.

내 앞에 가던 프랑스 커플을 만났는데 준비가 엄청 철저했다, 특히 완벽한 방수가 되는 신발이 제일 부러웠다.

지금의 내 모습을 사진으로 찍어달라했더니 초점도 안맞고 흔들리게 찍어 내 영혼이 붕괴되고 있음을 잘 표현해줬다.

구름형아 비 좀 그만 내려주세요.

근데 구름형아는 내 말을 들어줄 생각이 없는 것 같다.

그러면 다시 비를 맞으면서 움직여야지 별 수 있나.

오늘의 목적지인 차메에 다가갈수록 비가 눈으로 바뀐다.

내 따뜻했던 발과 손도 얼음처럼 차가워진다.

장갑을 껴도 소용없고 겨드랑이에 비벼도 소용없다.
이미 장갑 자체가 물을 제대로 먹어버려 손이 얼어가는 것 같았다.

차메를 약 30분정도 남겨놓은 시점에서 눈보라를 뚫고 가다가 내려오는 사람을 발견했다.

위의 상황이 궁금해 말을 걸어보니 한국사람이었는데 나보고 더이상 가는건 무모하다고 내려가라고 하신다.

차메 위로는 눈이 너무 많이 쌓여 지금 내 상황과 장비로는 못 올라간다며 포기할 줄 아는 것도 용기라고 하신다.

그런데 난 이미 중국에서 한번 포기를 했고 다시 포기한다면 내가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태였기에 쉽게 결정을 못 내렸다.

고민을 하다가 비가 내리는 것도 못막아주는 장비로 눈을 헤치고 간다는 것은 무리라는 결정을 내리고 하산하기 시작했다.

<오늘의 생각>

내가 히말라야를 너무 쉽게 생각했나 보다.

 

올라올 때 내가 무시했던 지프를 타고 베시사하르까지 내려왔다.
역시 사람은 한치 앞을 못본다. 

우선은 밥을 먹고 같이 내려온 아저씨는 카트만두로, 나는 다시 포카라로 향했다.

버스를 타고 돌아오면서 많은 생각을 했다.

내가 너무 쉽게 무릎을 꿇고 있는 것은 아닌가.

전날 체해서 컨디션이 안좋았기에 제대로 된 결정을 못 내린 것이 아닌가.

내 장비가 부족하다는 핑계로 발걸음을 돌린 것은 아닌가.

이런식으로 어려운 것이 나올 때마다 포기를 한다면 이 여행을 계속 해나가도 되는 것인가.

난 결국 이것밖에 안되는 것인가.


끝없이 자책을 하다 보니 포카라에 도착했다.
포카라에도 비가 심하게 내리는데 내 자신이 원망스러워서 그냥 비를 맞으며 1시간을 걸어 숙소로 돌아왔다. 

숙소에 짐을 풀고 산촌다람쥐로 가 복귀인사를 했다.

아마 위로를 듣고 싶어서 갔는지도 모른다.

밥을 시키니 털어버리라며 술을 주신다.

내가 원했던 위로를 받았지만 기분은 나아지지 않는다.

우선은 몸을 재정비하고 앞으로의 여행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기로 했다.

안좋은 몸상태로는 안좋은 생각만 하게되니 우선은 쉬기로 했다.


정말 씁쓸하고 힘든 밤이다.

<오늘의 생각>
 

한번 굽히면 두번 굽히기 쉽다.

그래서 구부러지기 전에 바로 세워야한다.




  1. 일체유심조!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참~ 좋은여행~

  2. 포기 또한 용기라는 말이 맞습니다.
    앞으로도 수많은 역경이 다가올 것이고
    수많은 포기를 하게 되겠지요.
    그 결정마다 이번처럼 자책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다만 포기하는 것이 도전 하는 것보다 많아질 때를 우리는 늙었다고 하고
    그러한 행동을 우리는 나태라고 부릅니다.
    계속 청춘이시기를 바랍니다.

    • 자세히 밝힐 수는 없지만 근래에 포기라는 단어가 참 많이 떠올랐었습니다.
      그런데 많은 분들이 달아준 리플들을 다시 보니 제가 너무 나태해지려했었더군요...
      처음의 마음을 잊지않고 즐겁고 열정적으로 여행하겠습니다.

  3. 느무~ 느무~ 아쉽네요
    눈앞에 두고 발길을 돌리다니 .....
    더군다나 맘먹는다고 아무때나 다시 갈수있는 곳도 아닌데 ....
    하...,,,너무 아쉽다
    군의 자책처럼 포기가 너무 빠르지 않았나~?! 생각이 드네요
    글을 읽다보니 .... 한국의 지리산도 아직 가보지 않으신것 같은데 ...
    돌아오시면 지리산 찬왕봉도 한번 다녀오세요
    참 좋습니다

    자 자 ~! 다 잊고 새로운 마음으로 시작해요^^
    무리해서 올라갔다가 불운을 겪을수도 있었을테니까요
    맘 편하게 먹고 새출발 GO~~~ !!!^^

    • 돌아가면 어무이 모시고 지리산도 한번 가야겠습니다.

      저 당시에는 정말 추워서 정신력이 참 많이 떨어지더라구요.
      눈하고 비는 계속 내리지.
      신발은 하나도 방수가 안되지.
      장갑은 소용이 없지.

      체한 상태로 몸이 힘들자 배낭여행을 하면서 곁다리로 오르기에는 장비가 부족하다는 핑계로 내려 온 것 같기도 하고 잘 내려온 것 같기도 한데 내려오고 나니 제가 너무 미웠습니다.

      몸을 추스리고 다시 여행을 시작해야지요~

  4. 포기가 아니라 최선의 선택일 수 있어요.
    목표를 이루지 못한 점에 자책할 수도 있지만
    여행에서는 그 무엇보다 건강과 안전이 중요합니다.

    먼저 쉬면서 컨디션 회복하시길 바래요!

  5. 글을 읽는 내가 다 아쉽군 ㅠㅠ
    겨울 산을 만만히 보지 말라구 ㅋㅋ 히말라야자나~~
    이 아쉬움 덕분에 다시 한번 네팔을 가게 되지 않을까?
    나도 다음번엔 히말라야를 정복해야지
    트리운드에서 본 설산도 감동이었는데
    안나푸르나 가면 하....상상만해도
    같이 가자 용민군~~

    ps. 넌 분명 호주인데
    자꾸 너가 아직도 저곳에 있는 것 같구나
    그러니까 내말은 말이야
    글을 아주 잘 쓴다는 말이야
    게다가 기억력도 좋군

    • 다음에는 제대로 준비해서 꼭 라운딩 하러 다시 네팔갈겁니다.
      누님 진짜로 같이 갑시다. ㅎㅎㅎ
      매번 오셔서 리플 달아주고 칭찬해주셔서 고맙습니다. ㅎㅎ

  6. 매번 글 올라올 때마다 너무 재밌게 잘 읽고 있어요. 동생은 똥이라고 했지만 너무 재밌는 글이에요. 계속해서 자주 포스팅해 주세요. 매일 매일 기다리고 있어요. 힘내세요. 화이팅!

  7. 오늘 처음 DJL 님의 블로그에 와서 구경해보니 글도 참 재밌고 대단하시다는 생각이드네요.
    겁이 많다고 하셨는데 전혀 아닌 것 같아요.
    저는 지금 제 생활을 포기하고 많은 시간을 여행에 도전할 용기가 없는데, 굉장한 도전을 하고 계시다는 생각이듭니다.
    앞으로 좋은 여행 수기 많이 올려주시고, 안전하고 행복한 여행 되셨으면합니다~
    종종 놀러올게요^^

  8. 하나도 안 빼고 다 읽었다고 생각했는데 왜 네팔편은 빼먹은 것일까요?

    제 생각도 내려오길 잘하지 않았나 싶어요

    혹시라도 위험할수도 있잖아요 한참전 여행기이긴 하지만.. ^^

    가장중요한건 건강과 안전~ 잊지마세요

  9. 마치 한 편의 짧은 드라마같네요.
    어쩌면 빠른 포기가 최선일 수 있고,
    어차피 못 간 길을 후회하기 마련이고...
    이대로라면 곧 다시 성공할거잖아요. 그죠? ^^

  10. '포기' 할 수 있다는 건...
    아직 살아갈 날이 많이 남은 젊음의 특권...

    중 늙은이들은 포기란 단어를 잊어먹은지 오래죠...
    '포기' 대신 '독기'로 산답니다... ㅎ

    나중에 그 '독기' 마저도 없을 땐,,, 그땐,,,,
    '죽기' '살기'로 .... ㅎㅎㅎ

배낭메고 세계일주 - 027. 지금 설산을 만나러 갑니다.


어제 아침에 일어나 다질링에서 출발해 실리구리로 이동하고 실리구리에서 인도와 네팔의 국경인 카카르비타에 도착했다.

카카르비타에 도착해 매표소로 가니 카트만두로 가는 마지막 버스가 출발하기 20분전이길래 서둘러서 버스표를 끊었다.

돈을 아끼기 위해 가장 싼 버스를 타려다가 인도에서 돈을 많이 아꼈고 가는 길이 험하다길래 가장 좋은 AC SUPER DELUXE를 타기로 했다.
하지만 표를 늦게 끊었기 때문에 제일 뒷자리에 앉게 돼서 그다지 편하지는 않았다. 설상가상으로 배가 계속해서 아파 죽는줄 알았다.

내가 모르는 다른 사촌이 또 땅을 샀나보다.
계속해서 참다가 새벽 2시쯤, 더 이상 견디면 바지에 실례를 할 것 같아 버스가 멈추기를 기다렸다.
인도와 네팔은 딱히 휴게소라는 개념이 없기에 1~2시간 간격으로 버스가 정차하는데 천만 다행이었다.
다른 사람들은 소변을 볼 때, 난 좀 더 구석으로 가서 거사를 치루고 있는데 버스의 브레이크 등이 켜졌다.
이는 곧 버스가 떠난다는 뜻이기에 서둘러 뒤처리를 하고 버스로 달려가는데 버스는 이미 출발하기 시작했다.
그 순간 머릿 속에는 여기서 버스를 놓치면 제대로 된 에피소드가 하나 나오겠다는 생각과 히치하이킹으로 다음 버스를 잡는 것이 가능할까라는 생각이 떠올랐다.
다행스럽게 달리면서 버스를 두들기자 문을 열어줘 응아싸다가 네팔 산 골짜기에 버려지는 일은 발생하지 않았다.
 

슈퍼 디럭스 버스의 가격은 네팔루피로 1590루피(한화 20000원)였다.

네팔도 돈의 단위는 루피를 쓰지만 환율은 인도 돈의 1.6배로 계산하는 고정환율을 사용하고 있다.

시간도 인도는 GMT+5:30이지만 네팔은 GMT+5:45로 바뀐다.

버스에서 내려 카트만두의 여행자 거리로 가려는데 택시가 300루피(한화 3600원)을 부르길래 그냥 걸어가기로 했다.

같이 다닌 형님께 나에겐 GPS가 있으니 걱정 말라며 GPS를 켰는데 딱 카트만두 부분의 맵이 오류가 났다.
GPS는 여행의 보조수단일 뿐이기에 사람들에게 물어물어 길을 찾았고 1시간도 안걸려 여행자거리인 타멜거리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근데 타멜거리에 도착하니 잊고 있던 사실을 알려준다.
발렌타인데이가 3일 남았었구나.

상술도 뒤덮힌 쪼꼬렛데이가 뭐가 큰일이라고 네팔에서까지 난리일까.

쪼꼬렛 먹고싶어서 이러는 것 맞다.

방을 잡고 더르바르 광장에 나왔는데 눈앞에서 대참사가 일어났다.

으아아아아.
다행히 깨지지는 않았다. 

더르바르는 왕궁이라는 뜻으로 더르바르 광장은 옛 카트만두 왕국의 중심 광장이라고 한다.

저번에도 말했듯이 여행자라서 돈을 더 내라는 것 까지는 이해하겠고 주요 건물들이란 것도 이해하겠는데 750루피(한화 9000원)은 너무하다.

그간의 여행경험으로 유적지는 아는만큼만 보인다는 것을 알기에 별 관심도 없고 지식도 없으니 그냥 안들어 갔다.
그리고 겉에서 보니 별로 볼 것도 없어보였다.
이솝우화에 나오는 포도를 못 따먹는 여우가 저 포도는 셔서 못 먹는 포도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입장료에는 꼼꼼하지만 간식거리는 그냥 먹는다.
우리나라 쌀뻥튀기에 양파와 고추 같은 것을 넣고 양념과 섞어주는 간식이다.

양파의 아삭함이 쌀뻥튀기와 잘 어울려 맛있는데 맵다는게 단점이다.

매운음식을 먹었을 때는 우유를 먹어야한다고 배웠다.

처음 먹어본 네팔 우유는 인도 우유보다 맛있었다.

길을 가는데 경찰이 길을 통제하고 있었다.

잠시 뒤 사람들이 행진을 해오는데 신년축제 같았다.

네팔은 우리나라보다 음력으로 1일을 늦게 설날로 친다는 소리를 들었는데 사실인가 보다.

사람들이 들고 있는 피켓에 뱀이 그려져 있다.

난 89년 뱀띠니까 나의 해를 축하해 주는구나.
아 벌써 한국 나이로 25살이 되었다. 

근데 경찰들이 너무 무섭게 무장을 하고 지켜준다.

운동장 같은 곳에서 신년축제를 하고 있는 것 같은데 무슨 일인지 궁금했지만 먼지가 너무 심해 들어갈까 말까 고민됐다.

갈지 말지 고민될 때는 무조건 가는게 내 스타일이다.

하지만 흙먼지가 너무 심해 바로 나왔다.

솜사탕을 팔고 돌아다니길래 꼬마애들이 사먹는 가격을 잘 살펴보고 따라 사먹었다.
처음에는 2배의 가격을 부르길래 안 산다고 하니 자기도 안 판다고 한다.
그래서 100m 옆 쯤에 팔고 있는 애한테 가서 산다고 하니 그제서야 제 값에 판다. 

진짜 오랜만에 먹어본 솜사탕인데 맛은 어릴 때 먹던 맛과 똑같이 달다.

물론 혀도 빨갛게 됐다.

길을 걷다가 뭔가 이상해 옷을보니 새님이 응아를 싸놓고 갔다.

참 아름다운 새님이시구나.

현재 온도는 25도밖에 안되지만 점점 여름이 다가오는 것이 느껴진다.

어서 추운 북쪽나라로 가야겠다.

카트만두 시내에 온천이 있다길래 저녁에 찾아가봤다.

온천은 온천인데 다섯명이 들어가면 꽉차는 노천탕 하나가 전부였다.

그래도 탕에 몸을 넣을 수 있다는 사실에 만족하며 산에 올라가기전에 목욕재계를 했다.

탕을 즐기고 나온 깨끗한 몸으로 카트만두의 흙먼지를 뒤집어 쓰며 숙소로 돌아오는데 길거리 식당에서 고기를 발견했다.

생긴 것이 꼭 한국의 학교급식에 나오는 돼지고기 볶음처럼 생겨서 바로 식당에 들어갔다.

고기 양이 쥐꼬리만큼 나오긴 했지만 밥을 더달라 해 푸짐하게 먹었다.

오랜만에 고기다운 고기를 먹으니 살 것 같았다.

동남아를 여행할 때 고기걱정은 안했는데 인도를 거치니 고기반찬의 소중함을 깨닫는다.

고기반찬 고기반찬 
고기반찬이 나는 좋아
 

고기반찬 고기반찬 
고기반찬이 나는 좋아


아무리 노래가 좋아도

아무리 음악이 좋아도

라면만 먹고는 못 살아

든든해야 노랠 하지


고기반찬...

고기반찬...

이제는 볼 수 없는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 - 고기반찬 

 


<오늘의 생각>


지난 밤에 지옥을 겪었다.

새벽에 숲에서 볼일을 보다 버스가 떠났으면 여행기가 대박이었겠지만 떠나려는 버스를 겨우 잡았다.

다행인건지 안타까운건지 모르겠다.


원래는 카트만두에 며칠 더 있으면서 밀린 여행기도 정리하고 트레킹도 준비하려 했는데 정전도 심하고 공해도 심해 바로 포카라로 떠나기로 했다.

아침에 일어나 주섬주섬 짐을 싸다가 물통을 떨어뜨렸는데 뚜껑이 박살나버렸다.

인도에서 산 물통에 따뜻한 물을 넣으면 환경호르몬이 나올까봐 태국에서 비싼돈 주고 산건데 한달만에 부수다니 가슴이 아프다.

전날 장시간 이동을 했지만 내 몸을 믿기에 다시 버스에 오른다.

생긴건 SUPER급인데 속은 그냥 로컬버스급이었다.

중간에 휴게소에 들렀지만 밥값이 꽤 비싸서 만만한 초면을 시켜먹었다.

한 1/3쯤 먹었을 때 뭔가 맛이 이상한 것을 느끼고 생각해보니 케찹을 안뿌렸다.

역시 나에게 음식이란 에너지를 얻기 위한 수단일뿐인 걸까.

맛 따위는 신경쓰지 않는다는 것을 스스로 깨닫자 슬퍼진다.

7시간정도 걸려 포카라에 도착해 방을 잡고 거리로 나섰다.

근데 여기도 동네 뒷산이 참 하얗다.

저녁으로는 정말 맛있는 김치찌개를 먹었다.

하지만 반칙은 아니다.

한국인 사장님이 하시는 산촌다람쥐라는 유명한 식당인데 난 트레킹에 대한 정보가 하나도 없기에 정보를 얻으러 갔고 식객처럼 계신 고수분들에게 많은 도움을 받았다.

그런데 도움을 받고 그냥 나오는 것은 사람이 할 짓이 아니니 밥 한그릇은 먹어야하는게 당연한거다.

당연히 양심에 찔리지 않았으니 반칙이 아니다.

<오늘의 생각>


히말라야를 너무 만만하게 생각했다. 준비할게 꽤 많다.

 

아침에 일어나 밥집을 찾아 다니다 식당에 들어갔는데 느낌이 싸했다.

급하게 주위를 둘러보니 숙소에 붙어 있는 식당이었다.
전에 말했듯이 식당과 호텔은 분리되어야 한다는 이상한 생각이 드는데 왠지는 모르겠다. 

다행히 메뉴도 보기전이라 그냥 나와서 동네 식당에 들어가 초면을 시켰다.

네팔이라는 것을 알려주듯이 버팔로 고기가 들어있었는데 질기지만 단백질이라 행복했다.

인도에서는 편의점을 본 적이 없었는데 네팔에는 세븐일레븐이 있다.

근데 츄파춥스는 안판다.

저녁도 한식을 먹는다.

이번에는 쇼핑을 한 뒤 내가 메고 갈 짐을 체크받으러 갔는데 아직도 무겁다고 하신다.

난 짐을 대신 메줄 포터를 안 쓸 것이기에 라면같은 것도 안사고 최대한 가볍게 싼다고 했는데도 부족한가보다.

매일 18kg짜리 배낭을 메다가 가벼운 배낭을 메니 가벼운 것만 같은데 잘 모르겠다.
하지만 난 산에 대해 아는게 없으니 묻고 또 물어서 준비해야한다. 

물론 이날 먹은 된장찌개도 맛있었다.

이분의 이름은 모른다.

그냥 기타맨이라 부른다.

이 기타맨을 설명하자면 호주에서 워킹홀리데이를 끝내고 그냥 네팔로 여행을 왔다.

하지만 딱히 어디 갈 곳이 없다고 말하는 왜 여행을 하는지 모르겠는 사람이다.

어쨌든 인도비자 발급을 위해 카트만두에 여권을 맡겨놓고 산을 타러 우리와 함께 포카라로 왔다.

가지고 다니는 짐은 옷, 기타와 커피주전자, 그리고 가장 중요한 머그컵을 들고 다닌다.

머그컵은 깨지거나 무겁지 않냐고 물어봤더니 커피를 플라스틱 컵에 마실 수는 없다고 한다.

산에 올라갈 준비물은 대충 준비하길래 옆에서 구경하는 내가 걱정돼 이것저것 사라며 쫓아다녔다.

그러면서 고도 4130m의 ABC를 올라가는데 맥북을 가져간다.

맥북을 가져가는 이유는 카메라로 쓸 아이폰의 배터리충전을 위해서다.

난 내가 여행을 대충 다닌다고 생각했는데 기타맨을 만나고 내가 얼마나 철저한 사람인지 알 수 있었다.

나도 옷과 양말부터 시작해 신발과 아이젠, 스틱까지 사버렸다.

원래는 그냥 트레킹화를 신고 올라가려했는데 절대 안된다길래 렌트를 하러가니 하루에 120루피(한화 1450원)을 달라고 한다.

난 14일에서 20일정도로 트레킹 계획을 잡았기에 너무 비싼 것 같아 하나를 사려고 가게들을 돌아다녔다.

대충 가격대를 파악하고 렌트샵에 가서 안 빌릴거라고 하니 그럼 중고를 판다고 한다.

처음에 1500루피를 부르길래 무조건 1000만 부른 결과 1000루피(한화 12000원)에 살 수 있었다.

나오는 길에 내가 다시 팔면 얼마에 살건지도 물어보고 나왔다.

장사꾼과의 밀고 당기는 흥정은 정말 재미있다.

<오늘의 생각>


쇼핑은 정말 재미있다. 물론 돈이 있다는 상황에서만.

 

아침에 일찍 일어나 숙소에 짐을 맡기고 산을 떠나기 전 마지막 밥을 먹으러 갔다. 

라면에 공기밥까지 든든하게 말아먹고 집에 전화를 걸어 2주이상 산을 타러 간다고 작별인사를 한 뒤 버스정류장으로 갔다.

그런데 가는 도중에 생각해보니 카메라충전기를 안가져왔다는 것을 깨닫고 부랴부랴 다시 숙소에 들렀다가 베시사하르로 가는 버스를 탔다.

운이 좋았는지 밴을 탔는데 동남아에서 많이 타봐서 편하게 느껴졌다.

난 시간도 많기에 14일정도 걸리는 안나푸르나 라운딩을 갔다가 아쉬우면 7일짜리 ABC(안나푸르나 베이스 캠프)코스를 추가하기로 했다.

안나푸르나 라운딩의 시작점인 베시사하르는 포카라와 카트만두의 중간지점이라 꽤 오래 차를 타고 가야한다.

앞으로 매일 산을 타려는 내 몸에게 영양식을 사줬다.

근데 한국이나 인도나 질소를 사면 감자칩을 주는건 똑같다.

베시사하르에 도착해 짐을 챙기는데 모자가 없다.

내 made in korea, 대도모자에서 만든 사랑스러운 벙거지모자가 사라졌다.

기억을 되돌려보니 카메라충전기를 가지러 가다가 어디서 떨어뜨린 것 같았다.

산에 올라가면 햇빛도 심할 것이고 머리도 안감을거니 다른 사람의 눈을 위해서라도 모자가 필요했다.

다행히 마을에서 모자를 팔길래 100루피(한화 1200원)에 먼지가 쌓이고 곰팡이가 핀 모자를 구입했다.

본격적인 트레킹은 베시사하르에서 조금 더 들어간 불불레에서 시작하기에 버스를 탔다.

근데 가스통을 그냥 싣고 간다.

산길이라 울퉁불퉁 튀면서 가스통끼리 부딪힐 때마다 무서워 죽는줄 알았다.

만약 가스통이 터지면 어떻게 해야 살 수 있을까 고민해봤지만 그냥 죽을 수 밖에 없는 구조였다.

빨리 가스통을 내리길 바랐지만 결국 나와 같이 불불레에서 내렸다.
저 가스통이 있어서 내가 밥을 먹을 수 있는 것은 맞지만 무서운 것은 무서운 것이다. 

이제부터 히말라야 산맥을 타는 안나푸르나 라운딩이 시작된다.

혹시 모르니 내가 산에 올라간다는 정보를 문서에 기록한다.

시작부터 고소공포증인 나를 시험하는데 난 이미 앙코르와트에서 훈련을 마쳤다.

다리를 건넌다는 것에 이제 시작이라는 의미를 부여하자 설레기 시작했다.

앞으로 며칠간 나의 트레킹을 함께할 마르샹디강을 옆에끼고 걷기 시작한다.

물 한번 참 맑고 설산 한번 참 이쁘구나.

저 설산은 마나슬루 설산으로 날씨가 맑을 때만 보인다고 하는데 내 앞날이 맑으려는지 잘 보인다.

설산을 보며 걸어가니 내가 진짜 히말라야를 올라간다는 기분이 든다.

트레킹 첫날은 힐튼 호텔에서 자기로 했다.

지금은 비수기 기간이라 하루에 보통 10명정도만 트레킹을 하러 올라온다고 한다.

그렇기에 저녁과 아침을 먹기로 약속하고 흥정하면 방 값은 공짜로 해준다.

물론 산이기에 밥값이 기본 300루피(한화 3600원)부터 시작이고 위로 올라갈수록 비싸지기에 가능한 흥정이다.

내가 힐튼 호텔에서 공짜로 자게되다니 꿈만 같다.

근데 방에 잠금장치도 없고 이 마을에는 나만 자는 것 같은데 밤에 누군가 쳐들어오면 어떻게 해야하나 걱정된다.

자전거 여행을 할 때 부터 만약 그런 상황이 닥친다면 어떻게 할지 고민했었는데 별거 없다.

그냥 무릎을 꿇고 돈을 다 바치며 살려만 달라고 싹싹 비는 수밖에 없다.  

아직은 고도 1000m도 안되지만 위로 올라갈수록 고산병을 걱정해야한다.

고산병의 원인이 확실하게 밝혀지진 않았지만 안 씻는것이 좋다고 한다.

어차피 자전거 여행을 했었기에 안 씻고 다니는 것에는 자신이 있어 오늘만 머리를 감고 앞으로는 감지 않기로 했다.

보통 사람들은 3000m정도까지는 씻는다는데 난 겁이 많으니 미리 준비해야겠다.
사실을 말하자면 게으르고 더러워서 그런다.

마나슬루 설산의 일몰을 보며 앞으로의 일정을 생각해본다.

저녁은 네팔의 기본 음식인 달밧을 먹는다.
달밧은 밥과 묽은 커리를 비벼먹는데 산에서 시키는 달밧은 기본적으로 리필이 되는 아주 바람직한 음식이다.
당연히 밥을 더 달라고 해서 배를 든든하게 채웠다.

<오늘의 생각>


드디어 히말라야를 오르는데 무서우면서 설렌다.

 
  1. 이 글을 읽을때 쯤은 산 중턱 어디에선가
    산소랑 싸우면서 두통을 참고 있겠죠?
    멀리 떨어져서 이글을 읽는 나도 설렙니다
    말로만 듣던 유명산들의 이름을 거론할적 마다...
    당연히 그러시겠지만 ..안전한 트렉킹이 되어야 하고
    대자연의 존엄을 머리숙여 존경하고 긴 여정의 트레킹을
    무사히 마치기 바랍니다

    충고하나 / 두장의 셀카를 보니 아니~~ 깨밭에 넘어지셨어요?^^
    얼굴에ㅡ죽은깨가 한사발이나...제발 썬크림좀 바르고 다니세요
    태양은 몸속에서 중요한 비타민D 만들긴 하지만
    피부에는 적입니다
    그런 식으로 관리안하면 마흔만 넘어도 얼글에 자글자글 할겁니다 주름이~~!

    질문하나/ 옛날에 들은 기억이 나지만 이젠 다 까먹었어요
    조리개를 f3,5 5,6 등등
    밝은날씨에도 활짝활짝 열고 찍는 이유가 뭐죠?
    초고속 샷다 타이밍을 얻기위해서 인가요?

    • 산은 이미 안전하게 내려왔습니다. ㅎㅎ
      네팔에서부터 선크림을 바르기 시작했는데 늦지 않았기를 바랄뿐입니다. ㅠㅠ
      조리개 3.5는 셔터속도 확보 및 조리개 조절이 귀찮은 귀차니즘의 산물입니다.

  2. 언제봐도 재밌어요ㅎㅎ
    저도 드뎌 6월17일 카트만두로 날라갑니다
    20일부터 9박10일 ABC라운딩 예정인데..
    몬순기간이라 비땜에 걱정이 많네요
    잘하면 포카라에서 뵐수도있겠습니다ㅎㅎ
    그리고 저랑 딱 동갑이시네요ㅋㅋ 띠동갑ㅎㅎ
    혹시 모르니 제 카톡 아이디 남겨요
    만나면 술한잔 하입시더 ^^
    아이디 : arangboy

  3. 초면이 케찹을 뿌려먹는거였단말이야?
    맨날 그냥 먹었는데.........그래도 맛있던데ㅋㅋ
    이 다음엔 안나푸르나 사진이 올라오겠구나
    기대기대~

  4. 글의 재미를 떠나서, 이번 사진은 부모님께 보여드리지 말아야지.
    DSLR이 고장난 것이 아니라면, 인도의 썬크림이 투명한 것이 아니라면,
    형의 피부는 UV에 완전히 노출된 거겠지.
    그리고 형은 썬크림을 바르는것이 귀찮아서 바르지 않는 것이겠지.
    어차피 형의 몸이니까.

    나도 그렇고, 이 글을 읽는 수많은 사람도 그렇고 대부분은 형의 주근깨와 피부를 걱정하지 않아.
    그래도 세상에 딱 두명은 형의 못생긴 얼굴을 보면서 걱정을 할거야.
    적어도 최소한의 관리는 하는 척하는게 낫지 않을까.

    • 난 망했어...
      내 피부는 썩었어...
      네팔에서부터 선크림을 바르기 시작했는데 늦은거임...?

    • 물어보면서도 사실 늦었다는거 알고있지?
      정답!
      늦었음.

      형이 예전에 썬글라스 끼고 누워서 찍은 위에 사진을 보면
      나름 멋있네? 하는 느낌이 아주 조금은 있는데
      이번 사진 보면 확실히 이제 이건 수습 불가라는게 느껴짐

  5. 볼때마다 궁금한데요
    음식이 안맞거나 하는건 없나요???
    전 동남아 갔을때 음식때문에 힘들어 죽을뻔했는데 ㅜㅜ

    • 음... 웬만한 음식은 없어서 못 먹구요.
      여행하면서 입맛이 하향평준화가 됐는지 다 맛있습니다. ㅎㅎ
      근데 다른 음식은 다 먹어봤는데 아직까지 소 생간은 못 먹겠더라구요.
      아마 소 생간을 빼고는 다 먹을 수 있는 것 같습니다. ㅎㅎ

  6. 비밀댓글입니다

    • 음.. 장단점이 있겠는데요.
      전 처음에 자전거여행으로 출발했다가 다쳐서 배낭여행으로 바꿨기 때문에 예산이 부족합니다.
      그래서 저는 중간에 호주에서 워킹홀리데이를 하려고 하는데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한국에서 안정적으로 돈을 마련하실 수 있으시다면 한국에서 다 모은뒤에 떠나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7. 늦었다 싶어도 더 늦는것보단 이제부터라도 피부 걱정해야되요

    어떤 시술 수술보다도 선크림 잘 바르고 깨끗히 씻는게 피부에 가장 좋다고해요

    동생분은 그래도 걱정되니까 저렇게 얘기해주는거겠죠 가족이니까

  8. 말로만 듣고 TV에서만 보던 안나푸르나가 눈 앞에 뙇~~
    기분이 어떨까 정말 궁금하고 글로만 보는데도
    제가 다 설레는 기분이네요.

  9. 여행비용이 당분간은 로컬주민 이상은
    들지 않았겠다는 생각이 슬쩍~ 듭니다.^^

    기냥 막~ 우기셨기를....
    네팔 수수민족 출신이라고...

    여행비용이 그냥 굳습니다...

  10. 네팔이네여ㅎ 좀 야위셨었네여..재미져재미져요

티스토리 툴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