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아침에 일어나 다질링에서 출발해 실리구리로 이동하고 실리구리에서 인도와 네팔의 국경인 카카르비타에 도착했다.
카카르비타에 도착해 매표소로 가니 카트만두로 가는 마지막 버스가 출발하기 20분전이길래 서둘러서 버스표를 끊었다.
돈을 아끼기 위해 가장 싼 버스를 타려다가 인도에서 돈을 많이 아꼈고 가는 길이 험하다길래 가장 좋은 AC SUPER DELUXE를 타기로 했다.
하지만 표를 늦게 끊었기 때문에 제일 뒷자리에 앉게 돼서 그다지 편하지는 않았다. 설상가상으로 배가 계속해서 아파 죽는줄 알았다.
내가 모르는 다른 사촌이 또 땅을 샀나보다.
계속해서 참다가 새벽 2시쯤, 더 이상 견디면 바지에 실례를 할 것 같아 버스가 멈추기를 기다렸다.
인도와 네팔은 딱히 휴게소라는 개념이 없기에 1~2시간 간격으로 버스가 정차하는데 천만 다행이었다.
다른 사람들은 소변을 볼 때, 난 좀 더 구석으로 가서 거사를 치루고 있는데 버스의 브레이크 등이 켜졌다.
이는 곧 버스가 떠난다는 뜻이기에 서둘러 뒤처리를 하고 버스로 달려가는데 버스는 이미 출발하기 시작했다.
그 순간 머릿 속에는 여기서 버스를 놓치면 제대로 된 에피소드가 하나 나오겠다는 생각과 히치하이킹으로 다음 버스를 잡는 것이 가능할까라는 생각이 떠올랐다.
다행스럽게 달리면서 버스를 두들기자 문을 열어줘 응아싸다가 네팔 산 골짜기에 버려지는 일은 발생하지 않았다.
슈퍼 디럭스 버스의 가격은 네팔루피로 1590루피(한화 20000원)였다.
네팔도 돈의 단위는 루피를 쓰지만 환율은 인도 돈의 1.6배로 계산하는 고정환율을 사용하고 있다.
시간도 인도는 GMT+5:30이지만 네팔은 GMT+5:45로 바뀐다.
버스에서 내려 카트만두의 여행자 거리로 가려는데 택시가 300루피(한화 3600원)을 부르길래 그냥 걸어가기로 했다.
같이 다닌 형님께 나에겐 GPS가 있으니 걱정 말라며 GPS를 켰는데 딱 카트만두 부분의 맵이 오류가 났다.
GPS는 여행의 보조수단일 뿐이기에 사람들에게 물어물어 길을 찾았고 1시간도 안걸려 여행자거리인 타멜거리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근데 타멜거리에 도착하니 잊고 있던 사실을 알려준다.
발렌타인데이가 3일 남았었구나.
상술도 뒤덮힌 쪼꼬렛데이가 뭐가 큰일이라고 네팔에서까지 난리일까.
쪼꼬렛 먹고싶어서 이러는 것 맞다.
방을 잡고 더르바르 광장에 나왔는데 눈앞에서 대참사가 일어났다.
으아아아아.
다행히 깨지지는 않았다.
더르바르는 왕궁이라는 뜻으로 더르바르 광장은 옛 카트만두 왕국의 중심 광장이라고 한다.
저번에도 말했듯이 여행자라서 돈을 더 내라는 것 까지는 이해하겠고 주요 건물들이란 것도 이해하겠는데 750루피(한화 9000원)은 너무하다.
그간의 여행경험으로 유적지는 아는만큼만 보인다는 것을 알기에 별 관심도 없고 지식도 없으니 그냥 안들어 갔다.
그리고 겉에서 보니 별로 볼 것도 없어보였다.
이솝우화에 나오는 포도를 못 따먹는 여우가 저 포도는 셔서 못 먹는 포도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입장료에는 꼼꼼하지만 간식거리는 그냥 먹는다.
우리나라 쌀뻥튀기에 양파와 고추 같은 것을 넣고 양념과 섞어주는 간식이다.
양파의 아삭함이 쌀뻥튀기와 잘 어울려 맛있는데 맵다는게 단점이다.
매운음식을 먹었을 때는 우유를 먹어야한다고 배웠다.
처음 먹어본 네팔 우유는 인도 우유보다 맛있었다.
길을 가는데 경찰이 길을 통제하고 있었다.
잠시 뒤 사람들이 행진을 해오는데 신년축제 같았다.
네팔은 우리나라보다 음력으로 1일을 늦게 설날로 친다는 소리를 들었는데 사실인가 보다.
사람들이 들고 있는 피켓에 뱀이 그려져 있다.
난 89년 뱀띠니까 나의 해를 축하해 주는구나.
아 벌써 한국 나이로 25살이 되었다.
갈지 말지 고민될 때는 무조건 가는게 내 스타일이다.
하지만 흙먼지가 너무 심해 바로 나왔다.
솜사탕을 팔고 돌아다니길래 꼬마애들이 사먹는 가격을 잘 살펴보고 따라 사먹었다.
처음에는 2배의 가격을 부르길래 안 산다고 하니 자기도 안 판다고 한다.
그래서 100m 옆 쯤에 팔고 있는 애한테 가서 산다고 하니 그제서야 제 값에 판다.
진짜 오랜만에 먹어본 솜사탕인데 맛은 어릴 때 먹던 맛과 똑같이 달다.
물론 혀도 빨갛게 됐다.
길을 걷다가 뭔가 이상해 옷을보니 새님이 응아를 싸놓고 갔다.
참 아름다운 새님이시구나.
현재 온도는 25도밖에 안되지만 점점 여름이 다가오는 것이 느껴진다.
어서 추운 북쪽나라로 가야겠다.
카트만두 시내에 온천이 있다길래 저녁에 찾아가봤다.
온천은 온천인데 다섯명이 들어가면 꽉차는 노천탕 하나가 전부였다.
그래도 탕에 몸을 넣을 수 있다는 사실에 만족하며 산에 올라가기전에 목욕재계를 했다.
탕을 즐기고 나온 깨끗한 몸으로 카트만두의 흙먼지를 뒤집어 쓰며 숙소로 돌아오는데 길거리 식당에서 고기를 발견했다.
생긴 것이 꼭 한국의 학교급식에 나오는 돼지고기 볶음처럼 생겨서 바로 식당에 들어갔다.
고기 양이 쥐꼬리만큼 나오긴 했지만 밥을 더달라 해 푸짐하게 먹었다.
오랜만에 고기다운 고기를 먹으니 살 것 같았다.
동남아를 여행할 때 고기걱정은 안했는데 인도를 거치니 고기반찬의 소중함을 깨닫는다.
아무리 노래가 좋아도
아무리 음악이 좋아도
라면만 먹고는 못 살아
든든해야 노랠 하지
고기반찬...
<오늘의 생각>
지난 밤에 지옥을 겪었다.
새벽에 숲에서 볼일을 보다 버스가 떠났으면 여행기가 대박이었겠지만 떠나려는 버스를 겨우 잡았다.
다행인건지 안타까운건지 모르겠다.
원래는 카트만두에 며칠 더 있으면서 밀린 여행기도 정리하고 트레킹도 준비하려 했는데 정전도 심하고 공해도 심해 바로 포카라로 떠나기로 했다.
아침에 일어나 주섬주섬 짐을 싸다가 물통을 떨어뜨렸는데 뚜껑이 박살나버렸다.
인도에서 산 물통에 따뜻한 물을 넣으면 환경호르몬이 나올까봐 태국에서 비싼돈 주고 산건데 한달만에 부수다니 가슴이 아프다.
전날 장시간 이동을 했지만 내 몸을 믿기에 다시 버스에 오른다.
생긴건 SUPER급인데 속은 그냥 로컬버스급이었다.
중간에 휴게소에 들렀지만 밥값이 꽤 비싸서 만만한 초면을 시켜먹었다.
한 1/3쯤 먹었을 때 뭔가 맛이 이상한 것을 느끼고 생각해보니 케찹을 안뿌렸다.
역시 나에게 음식이란 에너지를 얻기 위한 수단일뿐인 걸까.
맛 따위는 신경쓰지 않는다는 것을 스스로 깨닫자 슬퍼진다.
7시간정도 걸려 포카라에 도착해 방을 잡고 거리로 나섰다.
근데 여기도 동네 뒷산이 참 하얗다.
저녁으로는 정말 맛있는 김치찌개를 먹었다.
하지만 반칙은 아니다.
한국인 사장님이 하시는 산촌다람쥐라는 유명한 식당인데 난 트레킹에 대한 정보가 하나도 없기에 정보를 얻으러 갔고 식객처럼 계신 고수분들에게 많은 도움을 받았다.
그런데 도움을 받고 그냥 나오는 것은 사람이 할 짓이 아니니 밥 한그릇은 먹어야하는게 당연한거다.
당연히 양심에 찔리지 않았으니 반칙이 아니다.
<오늘의 생각>
히말라야를 너무 만만하게 생각했다. 준비할게 꽤 많다.
아침에 일어나 밥집을 찾아 다니다 식당에 들어갔는데 느낌이 싸했다.
급하게 주위를 둘러보니 숙소에 붙어 있는 식당이었다.
전에 말했듯이 식당과 호텔은 분리되어야 한다는 이상한 생각이 드는데 왠지는 모르겠다.
다행히 메뉴도 보기전이라 그냥 나와서 동네 식당에 들어가 초면을 시켰다.
네팔이라는 것을 알려주듯이 버팔로 고기가 들어있었는데 질기지만 단백질이라 행복했다.
인도에서는 편의점을 본 적이 없었는데 네팔에는 세븐일레븐이 있다.
근데 츄파춥스는 안판다.
저녁도 한식을 먹는다.
이번에는 쇼핑을 한 뒤 내가 메고 갈 짐을 체크받으러 갔는데 아직도 무겁다고 하신다.
난 짐을 대신 메줄 포터를 안 쓸 것이기에 라면같은 것도 안사고 최대한 가볍게 싼다고 했는데도 부족한가보다.
매일 18kg짜리 배낭을 메다가 가벼운 배낭을 메니 가벼운 것만 같은데 잘 모르겠다.
하지만 난 산에 대해 아는게 없으니 묻고 또 물어서 준비해야한다.
물론 이날 먹은 된장찌개도 맛있었다.
이분의 이름은 모른다.
그냥 기타맨이라 부른다.
이 기타맨을 설명하자면 호주에서 워킹홀리데이를 끝내고 그냥 네팔로 여행을 왔다.
하지만 딱히 어디 갈 곳이 없다고 말하는 왜 여행을 하는지 모르겠는 사람이다.
어쨌든 인도비자 발급을 위해 카트만두에 여권을 맡겨놓고 산을 타러 우리와 함께 포카라로 왔다.
가지고 다니는 짐은 옷, 기타와 커피주전자, 그리고 가장 중요한 머그컵을 들고 다닌다.
머그컵은 깨지거나 무겁지 않냐고 물어봤더니 커피를 플라스틱 컵에 마실 수는 없다고 한다.
산에 올라갈 준비물은 대충 준비하길래 옆에서 구경하는 내가 걱정돼 이것저것 사라며 쫓아다녔다.
그러면서 고도 4130m의 ABC를 올라가는데 맥북을 가져간다.
맥북을 가져가는 이유는 카메라로 쓸 아이폰의 배터리충전을 위해서다.
난 내가 여행을 대충 다닌다고 생각했는데 기타맨을 만나고 내가 얼마나 철저한 사람인지 알 수 있었다.
나도 옷과 양말부터 시작해 신발과 아이젠, 스틱까지 사버렸다.
원래는 그냥 트레킹화를 신고 올라가려했는데 절대 안된다길래 렌트를 하러가니 하루에 120루피(한화 1450원)을 달라고 한다.
난 14일에서 20일정도로 트레킹 계획을 잡았기에 너무 비싼 것 같아 하나를 사려고 가게들을 돌아다녔다.
대충 가격대를 파악하고 렌트샵에 가서 안 빌릴거라고 하니 그럼 중고를 판다고 한다.
처음에 1500루피를 부르길래 무조건 1000만 부른 결과 1000루피(한화 12000원)에 살 수 있었다.
나오는 길에 내가 다시 팔면 얼마에 살건지도 물어보고 나왔다.
장사꾼과의 밀고 당기는 흥정은 정말 재미있다.
<오늘의 생각>
쇼핑은 정말 재미있다. 물론 돈이 있다는 상황에서만.
아침에 일찍 일어나 숙소에 짐을 맡기고 산을 떠나기 전 마지막 밥을 먹으러 갔다.
라면에 공기밥까지 든든하게 말아먹고 집에 전화를 걸어 2주이상 산을 타러 간다고 작별인사를 한 뒤 버스정류장으로 갔다.
그런데 가는 도중에 생각해보니 카메라충전기를 안가져왔다는 것을 깨닫고 부랴부랴 다시 숙소에 들렀다가 베시사하르로 가는 버스를 탔다.
운이 좋았는지 밴을 탔는데 동남아에서 많이 타봐서 편하게 느껴졌다.
난 시간도 많기에 14일정도 걸리는 안나푸르나 라운딩을 갔다가 아쉬우면 7일짜리 ABC(안나푸르나 베이스 캠프)코스를 추가하기로 했다.
안나푸르나 라운딩의 시작점인 베시사하르는 포카라와 카트만두의 중간지점이라 꽤 오래 차를 타고 가야한다.
앞으로 매일 산을 타려는 내 몸에게 영양식을 사줬다.
근데 한국이나 인도나 질소를 사면 감자칩을 주는건 똑같다.
베시사하르에 도착해 짐을 챙기는데 모자가 없다.
내 made in korea, 대도모자에서 만든 사랑스러운 벙거지모자가 사라졌다.
기억을 되돌려보니 카메라충전기를 가지러 가다가 어디서 떨어뜨린 것 같았다.
산에 올라가면 햇빛도 심할 것이고 머리도 안감을거니 다른 사람의 눈을 위해서라도 모자가 필요했다.
다행히 마을에서 모자를 팔길래 100루피(한화 1200원)에 먼지가 쌓이고 곰팡이가 핀 모자를 구입했다.
본격적인 트레킹은 베시사하르에서 조금 더 들어간 불불레에서 시작하기에 버스를 탔다.
근데 가스통을 그냥 싣고 간다.
산길이라 울퉁불퉁 튀면서 가스통끼리 부딪힐 때마다 무서워 죽는줄 알았다.
만약 가스통이 터지면 어떻게 해야 살 수 있을까 고민해봤지만 그냥 죽을 수 밖에 없는 구조였다.
빨리 가스통을 내리길 바랐지만 결국 나와 같이 불불레에서 내렸다.
저 가스통이 있어서 내가 밥을 먹을 수 있는 것은 맞지만 무서운 것은 무서운 것이다.
이제부터 히말라야 산맥을 타는 안나푸르나 라운딩이 시작된다.
혹시 모르니 내가 산에 올라간다는 정보를 문서에 기록한다.
시작부터 고소공포증인 나를 시험하는데 난 이미 앙코르와트에서 훈련을 마쳤다.
다리를 건넌다는 것에 이제 시작이라는 의미를 부여하자 설레기 시작했다.
앞으로 며칠간 나의 트레킹을 함께할 마르샹디강을 옆에끼고 걷기 시작한다.
물 한번 참 맑고 설산 한번 참 이쁘구나.
저 설산은 마나슬루 설산으로 날씨가 맑을 때만 보인다고 하는데 내 앞날이 맑으려는지 잘 보인다.
설산을 보며 걸어가니 내가 진짜 히말라야를 올라간다는 기분이 든다.
트레킹 첫날은 힐튼 호텔에서 자기로 했다.
지금은 비수기 기간이라 하루에 보통 10명정도만 트레킹을 하러 올라온다고 한다.
그렇기에 저녁과 아침을 먹기로 약속하고 흥정하면 방 값은 공짜로 해준다.
물론 산이기에 밥값이 기본 300루피(한화 3600원)부터 시작이고 위로 올라갈수록 비싸지기에 가능한 흥정이다.
내가 힐튼 호텔에서 공짜로 자게되다니 꿈만 같다.
근데 방에 잠금장치도 없고 이 마을에는 나만 자는 것 같은데 밤에 누군가 쳐들어오면 어떻게 해야하나 걱정된다.
자전거 여행을 할 때 부터 만약 그런 상황이 닥친다면 어떻게 할지 고민했었는데 별거 없다.
그냥 무릎을 꿇고 돈을 다 바치며 살려만 달라고 싹싹 비는 수밖에 없다.
아직은 고도 1000m도 안되지만 위로 올라갈수록 고산병을 걱정해야한다.
고산병의 원인이 확실하게 밝혀지진 않았지만 안 씻는것이 좋다고 한다.
어차피 자전거 여행을 했었기에 안 씻고 다니는 것에는 자신이 있어 오늘만 머리를 감고 앞으로는 감지 않기로 했다.
보통 사람들은 3000m정도까지는 씻는다는데 난 겁이 많으니 미리 준비해야겠다.
사실을 말하자면 게으르고 더러워서 그런다.
<오늘의 생각>
드디어 히말라야를 오르는데 무서우면서 설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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