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주 배낭 여행기 - 130. 감수성이 깨어나는 두브로브니크. (크로아티아 - 두브로브니크)


어제 성벽투어를 했기에 일정이 촉박하지 않아 늦게까지 잠을 자다 일어났다.

알러지 반응이 일어났었으니 가급적 밀가루 음식은 자제하기로 하고 마트 조리코너에서 볶음밥과 치킨을 사왔다.

물론 치킨에 맥주가 빠질 수는 없으니 맥주도 한 캔 샀다.

에어컨이 빵빵하니 밖으로 나가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는다.

생각해보면 동남아시아와 인도에서는 에어컨이 없어도 잘만 돌아다녔는데 지금은 에어컨만 보면 신이 난다.

체력이 떨어진 것 같기도 하지만 정작 다시 열악한 나라로 여행을 가게되면 또 잘 적응할 것 같다.

계속 방에서 빈둥거리다 밖으로 나왔는데 햇볕이 너무 뜨겁다.

오늘의 목적지는 산 위에 보이는 첨탑이 있는 전망대다.

어릴 때는 높은 곳을 보면 '언제 저기를 올라가지'라는 생각이 들었었는데 요즘에는 '걷다 보면 언젠가 올라갈 수 있겠지'라는 여유로운 생각이 든다.

걷는 것 하나는 자신 있으니 극한의 난이도가 아니라면 어디든지 갈 수 있다.

도로를 따라 걸어가는데 앞에 가던 차가 번호판을 떨어뜨리고 간다.

급하게 주워서 흔들어봤지만 보지 못했는지 그냥 가길래 그 자리에 그대로 두고 왔다.

폴란드에서 여행온 사람들인 것 같은데 다시 번호판을 찾아가 남은 여행을 망치지 않았으면 좋겠다.

지도를 봐도 전망대로 가는 대략적인 길만 나와있어 그냥 감을 믿고 걸어가기로 했다.

어차피 산 위에 있으니 높은 곳으로만 가면 길이 나올 것이라는 마음으로 올라가는데 산으로 들어가는 길이 보이지 않는다.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물어 물어 올라가는 길을 찾았다.

그런데 태양 형아가 너무 강하다.

걸은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금세 땀이 흐르기 시작한다.

사실 구시가지에서 케이블카를 타면 전망대에 쉽게 올라갈 수 있다.

하지만 가격이 100쿠나(한화 18,000원)정도 하기에 그냥 걷기로 했다.

그런데 입구부분만 숲길이고 그 뒤로는 다 황무지 길이라 그늘이 하나도 없다.

덥고 힘들어 잠시 쉬어가고 싶지만 마땅히 쉴 곳도 없어 계속 걸어간다.

1991년, 밀로셰비치는 세르비아가 통치하는 유고슬라비아를 이룩하기 위해 크로아티아와 슬로베니아를 점령할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크로아티아와 슬로베니아는 즉시 독립을 선언했고 크로아티아 독립전쟁이 벌어졌다.

유고슬라비아군은 크로아티아에서 인종청소를 하기 시작했으며 전쟁은 1995년 크로아티아가 과거의 모든 영토를 수복할 때까지 계속됐다고 한다.

인류의 역사와 전쟁을 떼어 놓을 수는 없다지만 앞으로의 역사에서 전쟁은 좀 사라졌으면 좋겠다.

덥지만 오르고 오르다보니 어느새 꼭대기의 성벽까지 올라왔다.

1시간이 넘도록 산을 올랐는데 날이 더워서 그런지 사람을 한명도 못 만났다.

만약 나보고 다음에 다시 이곳을 올라가라고 한다면 그 때는 그냥 케이블카를 타겠다.

돈을 아끼는 것도 좋지만 쓸 때는 써야한다.

전망대에 오르니 두브로브니크의 전경이 한 눈에 들어온다.

아름답긴 하지만 구도가 살짝 아쉬워 케이블카가 올라오기를 기다려 다시 사진을 찍었더니 이제 마음에 든다.

오렌지색이 참 잘 어울리는 지상 위에 있는 천국이다.

ATV를 타려고 준비 중인 사람들이 보였는데 내려가는 중이라 별로 부럽지 않았다.

만약 힘들게 걸어 올라오고 있는데 뒤에서 신나게 ATV를 타고 올라갔다면 엄청 부러웠을 것 같다.

하지만 탈 것을 타면 이런 아름다운 풍경을 즐길 수 없다.

내리쬐는 햇살이 정말 찬란하게 눈부시다.

비록 날은 덥지만 음악을 들으며 아름다운 길을 걸으니 정말 행복하다.

크로아티아에 오니 잠자고 있던 감수성이 깨어나는 것 같다.

자꾸 빛에 대해 생각하며 사진을 찍게 된다.

뙤약볕에 산을 올라야하기에 물을 꼭 사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숙소에서 나왔는데 바보같이 물을 사는 것을 까먹고 그냥 산을 올라갔었다.

목이 말라 죽을 것 같았기에 내려와 처음 보인 슈퍼에 들러 물을 사서 그 자리에서 반 이상을 마셨다.

배고픈 것은 어느 정도 참으면 되지만 목이 마른 것은 참다가는 큰 일 날 수도 있으니 자주 물을 마셔줘야한다.

고생했으니 맛있는 식사를 하기위해 레스토랑을 찾아가는데 땀을 많이 흘려서 그런지 식욕이 돋지 않는다.

아무 음식이나 먹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배가 고프지도 않는데 억지로 먹고 싶지 않아 그냥 길이나 걷기로 했다.

우리가 유럽의 골목길을 보고 아름답다고 느끼듯이 서양 사람들도 우리나라의 북촌한옥마을길을 보고 아름답다고 느꼈으면 좋겠다.

누가 잘났는지 따지지 말고 서로의 문화를 존중해주고 사랑했으면 좋겠다.

은은한 등불이 참 포근하게 느껴진다.

나중에 집을 사게된다면 은은한 조명으로 집을 꾸미고 싶다.

지금까지 여행을 하면서 자연을 보고 아름답다고 계속 감탄한 적은 많았지만 도시를 보고 계속 감탄한 적은 별로 없는 것 같은데 두브로브니크는 정말 아름답다.

분명히 사람은 많은데 시끌벅적하지 않고 잔잔하게 흘러간다.

조용한 골목길 계단에 가만히 걸터앉아 있으니 마음이 편안해진다.

서유럽을 떠나오며 흥미를 잃었던 유럽이 다시 새롭게 다가온다.

세상은 그대로 있는데 내 마음이 변하고 있다는 말이 떠오른다.

땀을 많이 흘려 살짝 투통이 오길래 포도당 알약을 먹었다.

예전에 우리나라 여행할 때는 포카리스웨트 가루를 가지고 다니며 물에 타 마셨었는데 이제는 간단한 알약 2알이면 충분하다.

언젠가는 음식대신 모든 영양소를 알약으로 섭취할 수 있는 시대가 올텐데 식욕을 조절할 수 있는 세상이 과연 어떤 모습일지 궁금하다. 

난 아직 식욕을 조절할 수 없으니 피자를 먹어야겠다.

방에서 잠시 쉬다가 밥을 먹으러 나왔는데 근처에는 식당이 하나도 없어 어쩔 수 없이 또 피자를 샀다.

시간이 지나고 크로아티아 여행을 떠올리면 아름다운 마을과 맛있는 피자가 떠오를 것 같다.

밥을 부실하게 먹었으니 술이라도 배터지게 먹기로 했다.

먹고 싶던 아이스크림과 0.5L가 추가로 들어있는 맥주, 감자칩을 샀다.

개인 숙소를 잡으면 마음껏 술을 마실 수 있어서 좋다.

어제 마트에 간 김에 오늘 먹을 아침으로 씨리얼과 우유를 사 왔다.

그릇 대신 코펠을 가지고 다니지만 설거지하기가 귀찮아 그냥 우유팩에 씨리얼을 타 먹었다.

두브로브니크를 떠나는 날까지 하늘이 화창하다.

숙소에서 버스 정류장까지 한 4km 정도면 갈 것 같아 걸어가기로 했는데 날이 정말 덥다.

그늘도 없어 힘들었지만 이미 걷기 시작한 길이니 계속 걷는다.

무언가를 하면서 쉽게 포기해도 안 되지만 힘든 길을 계속해서 걷는 것도 안 좋다고 하던데 난 최씨 똥고집이 있어 한번 고른 길로 계속 가는 스타일이라 걱정이다.

버스터미널에 달려있는 온도계가 32도를 가리키고 있다.

더워서 그런지 1년 전에 인도의 암리차르에서 봤던 온도계가 생각난다.


1년 전, 무더웠던 인도의 이야기가 궁금하시다면

시크교는 시크하지 않다 - http://gooddjl.com/178 를 읽어주세요.


버스에 타니 시원한 에어컨 바람이 나를 반겨준다.

이제 더 동쪽으로 떠날 시간이다.


<크로아티아 여행 경비>


여행일 6일 - 지출액 1850쿠나 (약 33만원)

 

물가가 비싼 편은 아니었는데 어쩌다보니 피자를 자주 먹어 경비를 절약할 수 있었다.

물가에 비해 숙박료가 조금 비쌌지만 아이스크림이 싸고 맛있어 즐거웠다.


지금까지 온 동유럽은 냉전시대의 사상을 기준으로 했다면 이제부터는 지리적으로도 동유럽이라 부를 수 있는 보스니아 헤르체고비아에 왔다.

보스니아 헤르체고비아는 과거 유고슬라비아 사회주의 연방 공화국을 구성하는 여섯 개의 공화국 가운데 하나였는데 1990년대 일어난 유고슬라비아 전쟁 도중에 독립했다고 한다.

나라 이름이 언뜻 보면 두개의 나라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사실 하나의 나라이다.

Vita를 보니 생명에 관련된 것 같기도 한데 도대체 뱀이 또아리를 틀고 있는 문양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모르겠어서 창 안쪽의 가게를 보니 약국이었다.

생각해보니 지금까지 여행을 하며 약국을 다닌 적은 베트남에서 피부병이 걸렸을 때를 빼고는 한번도 없는 것 같다.

내 몸이지만 참 튼튼하긴 튼튼하다.

크로아티아까지는 유럽의 향기가 많이 났었는데 보스니아에 오니 유럽보다는 이슬람 문화권에 온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오랜만에 문화권이 바뀌니 신난다.

보스니아 여행의 시작이 시작된 이곳은 모스타르라는 도시다.

다리의 파수꾼들이라는 뜻을 가진 모스타르의 상징은 당연히 사진에 보이는 아치형의 다리다.

많은 사람들이 다리에 올라 잔잔히 흐르는 네레트바강의 푸른 물을 보고 있다.

강의 상류로 가면 물놀이를 할 수 있는 곳이 나온다고 하는데 오늘은 피곤하니 그냥 흐르는 강물만 바라보기로 했다. 

피곤할 때에는 아이스크림을 먹어줘야한다.

정말 맛있는데 한 스쿱에 1.5마르카(한화 1,000원)밖에 하지 않는다.

드디어 마음 놓고 돈을 쓸 수 있는 나라에 온 것 같다.

날도 덥고 배도 안 고프고 피곤하다는 이유로 해가 지기 전에 잠자리에 들었다.




제 여행기가 재미있으셨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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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여행은 누구나 꿈꾸는 것이지만 아무나 할 수는 없는것. 그 아무나를 박수로 응원합니다~~♡^^

  3. 아름다운 두브로브니크, 슬퍼서 더 아름다웠던 사라예보!! 아직 여행 중이시죠?? 당신의 여행을 응원합니다. 저도 1년 10개월의 여행 끝에 귀국했는데요. 세상은 그대로인데 내 마음이 변한다는 말,,, 정말 공감갑니다~~

  4. 2016년도에 동유럽 여행을 계획하고 있는데 예습시켜 주신것 같아 넘 감사 합니다.

  5. 드브로니크 성곽부근만 맴돌다 왔는데 케이블카 정상에서 본 경치 잘 보았습니다.

  6. 재밌게 잘보았습니다~ 이거땜에 티스토리 가입도 했네요ㅋㅋ 글이랑 사진 분위기 전부 너무 좋아요

  7. 님의 여행기를 보며 저도 언젠가는 자유롭게 여행하기를 기대해봅니다

  8. 작년 딱 이맘때 크로아티아 두브로브니크 여행했는데 그 때 기억이 새록새록나네요~전망대에서 본 두브로브니크와 성벽투어 그립네요^^

  9. 낯선 나라를 아침부터 다녀옵니다
    언어의 장벽이 두려워 배낭여행은 꿈도 못꾸고 패키지로 다녀오면서 늘 아쉬워하는데 또 배낭여행을 꿈꾸게 하셨어요. 60고개를 접어드는 지금......

    • 걱정되는 것도 많고 두려운 것도 많지만 실제로 떠나보시면 의외로 할만 하실 거에요.
      가까운 동남아시아 국가들로 직접 계획한 여행을 떠나보시는 것은 어떨까요?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을 써도 될지 모르겠지만 힘내세요!

  10. 비밀댓글입니다

  11. 이쁜사진들 보니 꼭 가보고싶네요

  12. 부럽네요. 저도 언젠가 꼭!^^

  13. 저희아들꿈이 여행작가인데 책으로 나오면 읽어보라고하고프네요^^

  14. 짤막하지만 진심이 담긴 멘트가 참 좋네요 :-) 응원합니다!!

  15. 재미있었어요
    그립다 여행~~

  16. 실수로 클릭했다가(아마도)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읽었네요. 무덤덤한 듯 써내려간 간결한 글이 인상적이고 마음에 들었나봐요. 물론 사진도요. 공대생이라 그런가 싶다가 이런 글투가 마음에 드는 걸 보니 난 다시 태어나도 또 공대생과 결혼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하고 혼자 웃었네요^^

    뉴욕에 사는 아줌만데 용민군이 워낙 애국, 개념 청년이라 자본주의의 메카인 뉴욕이 거슬리진 않을까 조마조마 하면서 뉴욕편을 읽었는데 좋은 인상을 가지셔서 내심 안심했답니다^^

    비슷한 또래의 아이를 가진 엄마라 용민군 어머니에 빙의^^된 듯 읽었어요. 치안이 안 좋은 곳에선 무슨 일 당하지 않을까, 돈 걱정에 먹고싶은 거, 하고싶은 거 못 한 에피소드에선 맘 이파하면서요 ㅠㅠ

    건축공학과라면 civil engineering 을 말하나요? 우리 아인 architecture 공부하고 있는데 세계여행을 보내고 싶은데 딸아이라 걱정이 되네요. 혹시 용민군 같은 오빠가 동행을 해주면 모를까...^^

    남은 여행기도 기대할게요. 한 10년쯤 뒤에 멋진 인물이 되어 세상을 놀래킬 일도요.

    P.S. 잘생겼으니 못생겼단 말 하지 마세요. 엄마가 서운해 하셔요!

    • 공대생 스타일을 좋아하신다니 괜히 기분이 좋아지네요. ㅎㅎ
      여행을 하면서 자본주의에 대한 생각도 했었는데 좋던 싫던 자본주의는 필요하겠더라구요.
      뉴욕은 기대를 별로 안했던 곳이였는데 예상외로 정말 재미있었고 마음에 들었던 곳이라 지금도 기억이 생생하네요.
      미국에서는 어떻게 분류를 하는지 모르겠는데 저희 과는 architecture engineering으로 분류되고 있어요.
      생각보다 많이 위험하지도 않고 여행을 하면서 건축쪽에 대해서도 생각하는 깊이가 깊어지니 따님에게 한번 권해보셔도 좋을 것 같아요.
      좋게 봐주셔서 감사하고 앞으로도 자주 들러주세요~

  17. 저도 꼭 가보고 싶네요~ 여행이야기 잘 보고 갑니다!

  18. 크로아티아 다음 여행지는 보스니아 헤르체고비아군요.
    여행기로 접해보지 않아서 어떤 곳일지 참 궁금해지네요~
    그것보다 매번 여행기에 빠지지 않는 사진이 맥주인 것 같은데,
    술을 잘 못 마시는 저로서는 참 신기하고 부러운 사진이예요^^;
    내가 좋아하는 것과 함께하는 여행이면 참 즐거울 것 같다는 생각을하게됩니다.

  19. good

  20. 전망대에서 내려다 본 두브로브니크는 말이 안 나올만큼 멋져요.
    용민군 사진찍는 기술이 더 좋아져서 그런가요? ^^
    모스타르의 아치형 다리도 기가 막히네요. 대단대단~~

  21. 사진을 두브로브니크가 아담한 동네같아 보인다. 작은 동네같은데 케이블카가 있네. 관광객을 위한 시설인가? 근데 용민님이 건축공학 전공이군요. 우리 아이도 건축과에 다녔었다. 그러다가 의대수업을 받는다고 고생 많이 했을 거 같다. 지금도 고생하고 있지만 ㅡ 님이 부럽고 또 부럽다.

세계일주 배낭 여행기 - 128. 신들의 정원, 플리트비체. (크로아티아 - 플리트비체, 자그레브)


자그레브에서 묵은 호스텔은 무료 맥주뿐만 아니라 아침에는 간단한 조식도 주고 있었다.

그런데 조식으로 나온 씨리얼은 너무 눅눅하고 우유는 너무 밍밍한데다 양도 적었는데 더 준다고 해도 먹고 싶지 않은 맛이었다.

아침을 부실하게 먹었기에 버스를 기다리며 간단하게 요기를 하기로 했다.

어제도 느낀 것이지만 크로아티아 사람들은 큰 피자를 좋아하는 것 같다.

한조각이 피자 한 판의 4분의 1 크기인데 맛도 좋고 가격은 9쿠나(한화 1,600원)밖에 안 한다.

플리트비체 호수 국립공원은 자그레브에서 2시간 30분 정도 버스를 타고 와야하는데 버스 안에서부터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우산도 안 가져왔기에 혹시나 하는 마음을 가지고 버스에서 내려 30분 정도 기다려봤지만 비는 그칠 생각을 않는다.

점심에 먹으려고 한 조각을 더 사왔는데 비가 오니 손을 가볍게 하기 위해 미리 점심을 먹어버리기로 했다.

피자를 다 먹었는데도 비가 그치지 않아 그냥 비를 맞기로 했다.

플리트비체 국립공원의 입장료는 110쿠나(한화 20,000원)인데 저렴한 가격은 아니다.

하지만 이것도 국제학생증이 있어 할인을 받은 가격인데 만약 성인요금을 그대로 냈다면 180쿠나(한화 32,500원)을 내야한다.

페루에서 12달러를 내고 만들어서 지금까지 쓰고있는 국제학생증이 정말 사랑스럽다.

역시 여행은 젊을 때 해야 힘든 것도 모르고 조금이나마 싸게 할 수 있다. 

플리트비체 국립공원에는 여러 개의 코스가 있는데 언제나 그렇듯이 난 가장 긴 코스를 가기로 했는데 그러려면 우선 국립공원의 다른 입구로 가야 한다.

국립공원의 두 입구 사이에는 셔틀버스가 운행 중인데 입장권이 있으면 무료로 탈 수 있다.

셔틀버스에서 내려 사람들이 많이 걸어가는 방향으로 따라가 보니 푸른빛의 호수가 보이기 시작한다.

사람들이 사진을 찍기 시작하는 것을 보니 플리트비체의 아름다운 풍경이 펼쳐지기 시작하나 보다.

드디어 푸른빛의 호수와 녹빛의 나무들이 펼쳐내는 장관이 보이기 시작하고 오랜만에 심장이 뛰기 시작한다.

유럽을 오래 여행하다보니 날것의 자연이 그리웠는데 정말 오랜만에 아름다운 풍경을 만나니 설렌다.

위에서 내려다 본 플리트비체 호수의 모습은 꼭 신들의 정원처럼 신비스럽고 아름답게 보인다.

역시 나는 건물보다 자연을 봐야 심장이 뛴다.

어서 밑으로 내려가 가까이에서 호수를 보고 싶다.

사람이 만든 것보다 자연이 좋다니 이러다 출가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설레는 내 마음을 하늘이 알아주기라도 하는듯 빗줄기가 약해지기 시작한다.

플리트비체 호수의 푸른빛은 석회에 의한 것이다.

호수는 석회암과 백운석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이끼나 조류에 의해 생긴 탄산칼슘이 물속에 침전되며 만들어졌다고 한다.

오리들이 이 물고기를 못 잡아먹는 것인지 안 잡아먹는 것인지 모르겠다.

지천에 널려있는 물고기를 보고 있는 오리들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지 궁금하다.

국립공원 내부에는 나무로 만든 작은 길이 있어 산책하는 기분이 들게 만들어놨다.

빗소리를 들으며 아름다운 길을 걸으니 기분이 절로 좋아진다.

플리트비체 호수는 16개의 크고 작은 호수로 이루어져있는데 각 호수는 폭포로 연결되어 있다고 한다.

폭포를 제대로 보려면 오르막 길을 올라가면 된다.

등산이나 여행을 하다보면 힘이 들어 그만가고 싶을 때도 있지만 조금만 더 힘들면 새롭고 아름다운 풍경이 펼쳐질 것이라 믿기에 다시 힘을 내서 계속하게 된다.

우리 삶도 이와 같아서 힘든 것을 참다보면 좋은 날이 올 것이라는 말을 많이들 한다.

하지만 여행이나 등산은 내가 좋아서 하는 것이고 취미이며 단기적인 것이지만 인생은 길고 싫다고 피할 수도 없다.

그래서 난 지금 힘든 사람들에게 무조건 참고 견디라는 말보다 어차피 힘든 인생이면 자신이 진짜 하고싶은 것을 하며 살라고 말해주고 싶다.

누군가 말했듯이 아프면 환자지, 청춘이 아니다.

청춘은 찬란하게 빛나고 신나야 한다.

물 흐르는 소리가 아름다워 괜히 사진을 찍어본다.

사진에 주변 소리를 담을 수 있는 기능도 있는 세상이라지만 나만의 추억을 회상할 수 있게 왠지 사진은 사진으로만 남아 있었으면 좋겠다.

몇번 말했지만 난 여행을 하며 각 도시나 나라별로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지 않고 돌아다니고 있지만 최소한으로 기대하고 준비하는 것은 있다.

바로 각 대륙별로 꼭 가보고 싶은 곳을 정하는 것인데 처음 아시아 지역을 여행할 때는 네팔의 히말라야가 정말 가고 싶었고 남미에서는 볼리비아의 우유니 소금사막이 가고 싶었다.
유럽으로 넘어오면서는 프랑스의 몽생미셸을 가고 싶었고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를 보고 싶었다.

그 뒤로는 크로아티아를 정말 오고 싶었다.

내가 좋아하는 꽃보다 시리즈에서 김희애 누나가 크로아티아를 왔기 때문은 아니다.

아무리 플리트비체 호수가 아름답다지만 이 호수때문에 크로아티아에 오고 싶었던 것도 아니다.


바로 크로아티아의 피아니스트인 막심 므라비차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는 CF의 배경음악으로도 많이 쓰였기에 막심이 누구인지 모르는 사람들도 아마 그의 피아노 연주는 한번씩 들어봤을 것 같다.




크로아티아에서 태어난 막심은 9살 때부터 피아노 레슨을 받기 시작했는데 그가 15살 때, 크로아티아 전쟁이 일어났고 전쟁을 피해 지하실에 숨어 피아노 연주를 했다고 한다.

그 뒤, 자그레브 콩쿨에서 우승하며 언론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고 지금은 세계적인 크로스오버 피아니스트가 되었다.


고등학생 때, 우연히 크로스오버라는 장르를 접했는데 어느 순간 빠져들어 크로스오버의 여러 음악을 듣다 막심을 알게됐었다.

그 뒤로 막심의 앨범을 모으다 결국 클래식 데뷔 앨범까지 크로아티아 인터넷 쇼핑몰에서 직접 구매할 정도로 빠졌었기에 언젠가는 꼭 크로아티아를 가보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드디어 왔다.

그렇기에 기회가 된다면 크로아티아에서 막심의 연주를 들어보고 싶었지만 아쉽게도 내가 크로아티아에 머무는 동안에는 막심의 스케줄이 없었다.

내 몸은 젖어도 되지만 카메라는 젖으면 안 된다.

카메라나 핸드폰이 방수가 된다면 자연을 좀 더 가깝게 즐길 수 있을텐데 아쉽다.

어서 과학기술이 발전해서 비가 와도 전자제품 걱정없이 비를 즐길 수 있는 시대가 오면 좋겠다.

우와. 고기다. 고기.

아이들의 모습은 언제나 귀엽고 사랑스럽다.

막상 키워보면 웬수라지만 나도 어서 내 자식을 키워보고 싶다.

비가 그치고 하늘도 조금씩 맑아지고 있는데 아직은 빛이 좀 많이 아쉽다.

지금까지 여행하면서 날씨운이 좋은 편이었는데 오늘은 날이 아닌가보다.

그래도 처음에는 세게 내리던 비가 잔잔해진 것만으로도 고맙다.

길을 따라 걸어가다보면 선착장이 나오고 화장실과 기념품 가게가 보인다.

도시락으로 싸온 피자를 먹었으면 좋았을텐데 피자는 이미 내 뱃속에 있다.

선착장에서는 무료 셔틀보트를 운행하고 있다.

입장료를 냈으니 해볼 수 있는 것은 다 해보는게 좋다.

그런데 아름다운 곳이라 그런지 다들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왔다.

하나도 부럽지 않다.

진짜다.

진짜 진짜 하나도 부럽지 않다.

예쁘게 다듬어진 것도 좋지만 자연 그대로의 모습이 더 좋다.

비가 내려 물이 불어나서 그런지 폭포소리도 시원하다.

날씨가 흐린 것이 아쉬워 카메라의 노출을 맞춰보려 애를 써봤지만 역부족이다.

자연을 컨트롤할 수 없으니 자연이 주는대로 받아들여야 한다.

자연이 주는 것에 적응하며 사는 게 삶이듯이 원하는 날씨가 아니라면 기다리거나 다른 방식으로 접근하면 된다.

갑자기 자연은 그대로인데 변하는 것은 사람 마음이라는 말이 생각난다.

아직은 속세에 미련이 많은데 자꾸 절에 들어가야할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것은 왜일까.

머리깎고 절로 들어가고 싶은 마음이 들기 전에 자그레브로 돌아가는 버스를 탔다.

자그레브에서 플리트비체까지 오는 버스는 편도 100쿠나(한화 18,000원)인데 플리트비체에 도착해서 돌아가는 버스표를 미리 사놓는 것이 좋다.

좌석버스인데 배차간격이 30분~1시간이라 호수에서 나오는 사람들이 몰리는 오후 시간대에는 표를 구하기 힘들다.

크로아티아의 물가에 대해 감을 잡았으니 이제 다시 환전을 할 때다.

환전을 할 때는 환율도 중요하지만 수수료가 있는지도 중요하다.

난 술을 좋아해서 아마 절에는 못 들어갈 것 같다.

원래 맥주는 술이 아니지만 자몽 맥주를 마시니 달달한 음료수를 마시는 기분이 든다.

맥주를 마시며 거리 구경을 하고 있는데 세계 각국의 이름이 써진 티셔츠를 입은 사람들이 대성당 앞으로 모이기 시작한다.

혹시나 해서 한국도 있나 찾아봤는데 Korea는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 거리 한쪽에서 말을 탄 사람들이 나오기 시작한다.

뭔가 행사가 있을 것 같아 행렬을 따라가보기로 했다.

군악대로 보이는 사람들이 대성당 앞에 정렬을 하기 시작한다.

맥주를 안 마셨다면 거리 구경도 안 했을 것이고 그랬다면 이 행사도 못 봤을텐데 역시 맥주는 은총이 넘치는 술이다.

그런데 왼쪽에 있는 말은 어디가 아픈지 자꾸 침을 흘린다.

밖에서는 정렬만 하고 가만히 있길래 혹시 성당 안에 뭔가 특별한 행사가 있나 들어가봤는데 그냥 평범한 미사가 진행중이었다.

성당 앞에는 마리아상이 있는 광장이 있는데 날이 더울 때 맥주 한잔하기 딱 좋은 공원이었다.

마리아님 앞에서 술 마실 생각을 하다니 나도 참 불경스러운 것 같다.

시내 구경이나 할 생각에 아무 길이나 따라 들어갔는데 식당가가 나왔다.

플리트비체의 아름다운 풍경을 본 것을 기념하기 위해 맥주나 한잔 마시려고 했는데 딱히 내 마음에 드는 식당이 보이지 않는다.

혼자 식당에 가는 것은 아무렇지도 않은데 분위기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들어가지 않게 된다.

이상하게 숙소에서는 분위기를 찾지 않는데 술집은 맥주 한잔을 마시더라도 분위기를 찾게 된다.

이곳은 스톤게이트인데 1731년, 화재로 인해 모든 것이 탔지만 안에 있는 성모 마리아의 그림만은 불에 타지 않았다고 한다.

그 뒤로 많은 순례자들이 찾고 있다고 하는데 내가 찾아간 날도 한 분이 정말 경건하게 기도를 하고 계시길래 옆에서 조용히 기도를 드리고 나왔다.

자그레브 시내 중심에는 반 옐라치치 동상이 있다.

반 옐라치치 백작은 헝가리제국의 침입을 막은 크로아티아의 영웅이라고 한다.

영웅의 옆에는 행사 리허설이 진행중이었는데 예쁜 누나들이 보였다.

역시 영웅은 미녀를 차지하나보다.

게임관련 행사였는데 각국의 누나들이 다 모인 것 같았다.

자그레브 곳곳에는 자그레브의 모든 유적지를 다 표시 해놓은 것 같은 표지판들이 있었는데 마치 우리나라의 경주처럼 어디를 가도 다 유적지인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냥 집에 가기 아쉬워 피자 한 조각을 더 먹었다.

어쩌다보니 자꾸 피자만 먹고 있는데 정말 맛있긴 맛있다.

호스텔로 돌아와 오늘도 프리 비어를 마신다.

공짜로 맥주를 주는 것은 좋지만 도미토리가 창문도 열리지 않는 옥탑방이라 너무 덥다.

그래서 최대한 밖에서 놀다가 찬물로 샤워를 하고 더위를 느끼기 전에 잠이 들어야 하지만 그것도 나름 재미있다.

여행을 다녀보니 집 떠나면 고생이라는 말은 맞는 것 같은데 그 고생이 재미있어서 여행을 계속 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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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오오...며칠전부터 이 매력 넘치는 블로그의 여행기를 섭렵하고 있는 아줌마 입니다...첫 댓글이 되는 영광이 제게? 쥔장의 어머님은 참 좋으시겠어요...이렇게 든든한 아드님을 두시다니...어머님이 몹시 부럽습니다...즐거운 여행기 고맙습니다...^^

  2. 플리트바체도 가려고 하는 곳인데, 기대가 너무 컸었는지 오늘 용민님 사진으로 보니 별 감흥이 안생기네요...
    사진으로 본 플리트바체는 이렇지 않았는데...
    역시 사진기술이었단 말인가....
    확실히 여행은 하는것도 중요하지만 하기전 준비도 참 중요한것 같습니다.
    사람의 생각이라는게 계속 변하니까요

    언제부턴가 용민님의 생각이 여행기에서 점점 많아지는 것을 보니 여행이 용민님을 많이 바꾸어 논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이참에 제가 읽었었던 여행기 책들을 다시금 전부 읽어봐야 겠어요
    아마도 처음에 읽었던 때와는 생각이 다를듯 합니다.

    완연한 봄입니다.
    어디로 떠나고 싶은날인데 말입니다. ㅎㅎ

    • 제가 간 날은 우중중해서 빛이 안 좋더라구요.
      그래도 오랜만에 본 자연이라 그런지 충분히 아름다웠어요.
      어디를 가든지 날씨운이 가장 중요합니다.ㅎㅎ
      봄을 좀 더 즐기고 싶은데 전 이제 시험기간이라 그런지 정신이 없네요. ㅎㅎ

  3. 우연히 여행기를 접한 아이둘 맘입니다
    아이 키우면서는 배낭여행이 쉽지 않겠지만 남은 인생 여행으로 즐기며 살기위해 공부 중입니다
    즐거운 여행기 잘 보았고 감사해요
    앞으로 더 행복한 여행하시고 좋은 여행기 또 남겨주세요
    님의 눈과 마음을 통해 세계의 곳곳을 함께 구경하겠습니다
    늘 건강하시길~~

    • 계속 여행에 대해 생각하고 가야지 가야지 하다보면 어느 순간 비행기에앉아 있는 자신을 발견하실 수 있으실 겁니다.
      좋은 말씀 감사하고 자주 들러주세요~

  4. 비밀댓글입니다

    • 그래도 다시 봬니 반갑네요.
      지금은 우울하고 힘드시더라도 힘내시란 말밖에 해드릴 말이 없네요.
      봄인가 싶어서 얇은 옷을 입다보면 어느새 또 비가 내리고 있네요.
      학교 생활을 적응됐는데 이제 시험기간이 다가와 정신이 없네요.
      힘내시고 또 들러주세요.
      기다릴게요~

  5. 늘 가보고 싶은 크로아티아~~~
    자연이 참 좋군요.
    유럽풍의 이쁜 건물이 바닷가에 있는 사진들만 봤는데요.
    이런 멋진 자연이 있군요.

    • 플리트비체는 크로아티아 여행의 필수 코스인 것 같더라구요.
      루이스님이 봐오시던 유럽풍의 이쁜 건물이 있는 크로아티아는 다음 이야기에서 공개됩니다. ㅎㅎ

  6. 와.......레알앙 예쁘네요~~
    눈호강 제대로 했어요 ㅋㅋㅋ
    가보면 더 이쁘겠죠?ㅋㅋㅋ

    선맥후잠이 최고죱!!!

    • 당연히 실제로 보면 더 아름답습니다. ㅎㅎ
      아마 날씨가 좋았더라면 이 것보다 10배 정도는 더 아름답게 사진을 찍을 수 있었을텐데 아쉽네요.
      이제 여름이 다가오니 선맥후잠을 위해 캔맥주를 많이 사둬야겠어요.

  7. 9월 크로아티아여행계획중이라 용민님도가셨나내심기대했는데ㅎㅎ두둥~~좋네요
    다음여행기도 기대할게요
    셤기간힘내시구요!

  8. 플리트비체 국립공원의 폭포 사진을 보자마자 왠지 요정이 살 것 같다는 생각이 먼저들었어요~
    사진으로 봐도 아름다운 곳인데 실제로 봤을 땐 얼마나 아름다웠을지..
    블로그에 포스팅 한 글을 볼 때마다 느끼는 것도 많고, 배우는 것도 많습니다.
    유머속에 진중함이 느껴진다고 할까요..
    앞으로도 더 좋은 포스팅 기대하겠습니다^^

    • 제주도에도 푸른 빛의 폭포가 있지만 느낌이 많이 다르더라구요.
      제 생각을 글로 표현하다보니 생각을 더 깊게하게 되더라구요.
      항상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9. 너무나이쁜사진들..
    즐건여행하세요

  10. 으.. 색상이... 너무 아름답네요!!!!!

  11. 일주일 째 정주행중입니다 헉헉
    즐겁고 담백한 여행기 감사합니다

  12. 피자가격은 너무 너무 착하고 국립공원 가격은 너무 나빠요~ ^^
    라고 해놓고 공원 사진을 보니 그 돈 아깝지 않네요.
    사람은 참.. 아니 저는 참 간사한 것 같아요.
    나무로 된 계단을 보아하니 얼마나 자연을 아끼는지 알 것 같아요.
    호수 안에 빠져있는 큰 나무들이 썩지 않고 원형 그대로 있는
    이유가 석회수 때문이라고 하죠?
    중국 쓰촨성 구채구에도 이런 현상을 볼 수 있는데
    자연은 정말 신비한 것 같아요.
    구채구 입장권은 3만원이 넘으니 여기가 또 한번 더 착하네요.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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