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형제의 몽골 여행기 - 07. 지쳐가는 고비사막 여행. (몽골 - 고비사막)

어제 그렇게 내가 원하던 사막을 만났으니 기분 좋게 일어났는데 아침이 빈약해도 너무 빈약하다.

오늘도 왠지 자연친화적인 화장실이 당겨 작은 구덩이 뒤에서 볼일을 봤다.

지금까지 여행을 하면서 여러 나라에서 노상방뇨를 겪어봤는데 Top3를 꼽자면 인도, 중국의 시골, 몽골을 꼽을 수 있을 것 같다.

물을 보충하기 위해 우물을 찾았는데 물은 있지만 두레박이 없다.

근처에서 물통은 주웠지만 끈이 될만한 것이 보이지 않아 다른 곳에서 물을 길기로 하고 자리를 옮긴다. 

하루 종일 차를 타고 이동하니 피곤하기도 하지만 창 밖을 보면 이런 풍경이 보이는데 차에서 잠만 자고 있을 수는 없다.

새로운 우물을 찾았는데 우리보다 먼저 온 손님이 있었다.

어제 사막에서 모래바람을 맞았기에 모기에게 혹시 또 머리를 감을 수 있는지 물어보니 여기는 물이 많아서 샴푸도 써도 된다고 한다.

사막의 주민들과 동물들이 마시는 물이니 오염되지 않도록 우물과 멀리 떨어져서 머리를 감았는데 정말 시원했다.

한번도 말썽을 일으키지 않던 우리의 푸르공의 타이어가 터졌다.

하지만 우리에겐 숙련된 드라이버 인케가 있으니 걱정없다.

주유소에서 기름을 넣고 있는데 외국인 가족이 보여 가족여행을 왔다고 생각했는데 번호판을 보니 이탈리아 번호판이다.

몽골에서 이탈리아 번호판을 달고 운전하려면 이탈리아에서 차를 가져오는 수 밖에 없을텐데 다시 봐도 번호판은 유럽연합의 이탈리아 번호판이다.

인사를 건네니 아들과 함께 직접 차를 몰고 이탈리아에서 넘어왔다고 한다.

몽골랠리도 아니고 가족이 함께 자동차 여행을 하는 모습이 정말 멋있었다.  

오늘 점심은 경치가 좋은 곳에서 먹자며 수원지가 보이는 곳에 차를 세운다.

이 곳의 물을 이용해 채소들을 키운다고 하는데 신기하고 대단했다.

이렇게 조금씩 흐르는 물이 모여 농사를 지을 정도가 된다는 정말 신기하다.

사막의 삶도 신기하지만 우리의 점심이 더 신기하다.

우선 몽골에서 김밥을 먹을 것이란 생각은 전혀 해보지 않았기에 좋은 의미로 신기했다.

두 번째로는 아침에 시리얼 조금을 주고 점심으로 안에 밥이 주로 든 작은 김밥을 준 모기의 생각이 신기했다.

세 번째로는 여행을 시작하고 전혀 장을 보지 않는 모기의 행동이 신기했다.

우리 옆에서 밥을 먹는 팀은 고기 통조림으로 요리를 해 먹던데 우린 첫 날 먹은 닭고기 이후로 제대로 된 고기를 만나보지 못했다.

우리가 거지도 아니고 돈이 문제라면 차라리 돈을 조금 더 내더라도 좋은 밥을 먹을텐데 모기가 자기에게 들어온 식자재 값에서 돈을 더 남기려고 장을 안 보니 화가 난다.

한번 싸울까 말까 고민을 했지만 어차피 이제 여행 일정도 거의 끝이 났고 우리가 말을 해봤자 들을 것 같지도 않아 울란바토르로 돌아가 사장과 대화를 하기로 했다.  

나에겐 여행을 오래하며 생긴 이상한 자존심이 있는데 여행을 길게하기 위해 돈을 아끼는 것이지 돈이 없어서 저렴한 곳, 저렴한 음식을 먹는 것이 아니란 것이다.

그렇기에 무시당하거나 힘이 들 때면 스스로에게 대접을 한다.

나에게 단백질과 지방을 주기위해 슈퍼에 가서 소시지를 찾아봤지만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그 동안은 흔하게 보이던 소시지가 하나도 보이지 않는다.

허탈하게 중국식 아폴로를 집어 들고 밖으로 나왔다. 

힘든 몸에게 초코바밖에 주지 못하는 못난 주인이라 미안하다.

소시지는 없는데 시원한 맥주는 있길래 한 캔을 샀다.

맥주도 보리로 만든 것이고 결국 곡식이라 그런지 허전한 내 마음이 채워지지 않는다.

나에겐 단백질, 지방, 고기가 필요하다.

삐뚤어진 내 마음을 표현해주는 것 같은 사진이 찍혔다. 

마음을 가라앉히는 데에는 자연만한 것이 없다.

지구는 우주에 비하면 한 없이 작고 인간은 자연에 비하면 한 없이 작다.

그냥 웃으며 살기에도 짧은 인생인데 너무 화를 내면 좋지 않다.

하지만 아는 것은 쉽지만 아는대로 사는 것은 너무 힘이 든다.

오늘 온 곳은 바양자그라고 불리는 곳인데 영어로는 Flaming Cliffs라고 불린다고 한다.

붉게 보이는 것이 마치 화성에 온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죽기 전에 우주 여행은 한 번 해보고 싶은데 엘론 머스크 형이 힘내주길 바랄 뿐이다.

이렇게 멋진 곳에 왔으면 인증샷을 찍어줘야한다.

물론 내 사진도 찍어야한다.

온 우주가 나서서 나를 도와줬으면 좋겠다는 컨셉으로 사진을 찍어봤다. 

배는 고프지만 풍경은 정말 아름답다.

숙소로 가는 길에 단체사진을 찍자고 푸르공과 함께 사진을 찍었다.

그렇게 오늘 밤을 보낼 게르에 도착했는데 모기가 너무 많다.

다른 게르에는 모기가 없는데 우리가 묵을 5인용 게르에만 모기가 들끓는다.

도저히 이 곳에선 잠을 자지 못할 것 같아 다른 곳으로 옮겨달라 말을 했지만 그럴 수 없다는 대답만 돌아온다.

오늘따라 안 좋은 일만 계속 생기는 것 같으니 그 동안 보관해왔던 복숭아를 먹을 때다.

힘이 들면 당을 먹어줘야한다. 



달달달달달달


내 온몸이 원해 

달달한 거 원해

모든 번뇌 괴롬 한 번에 종식시킬

니 이름은 당!


당이 필요해

그대 사랑도 말고요

내 마음속의 몽고반점 당으로 뺄 거야


커피소년 - 당이 필요해


게르를 옮기지 못하니 게르에 있는 모기를 퇴치해야한다.

낙타의 똥을 가져와 불을 붙여 연기를 피우니 그나마 모기가 조금 줄어든 것 같지만 그래도 게르 안에 있으면 모기들이 달려든다.

연기때문에 머리가 살짝 아프지만 모기를 쫓아내기위해 쉬지 않고 불을 피웠다. 

20분이면 된다던 저녁이 2시간이 지나서야 나왔다.

마카로니를 삶는데 7분이 걸리고 채소를 볶는데 1시간 53분이 걸렸나보다.

배가 너무 고팠기에 고기는 없더라도 푸짐한 저녁이 나오길 기대했는데 이제는 뭐라할 힘도 나지 않는다.

2시간이 걸린 저녁은 5분도 걸리지 않아 다 먹은 뒤 뜨거운 물을 끓여 컵라면에 부으니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혹시나 해서 샀던 컵라면이 이렇게 사랑스럽게 다가올 줄은 생각도 하지 못했는데 이 때 맡은 컵라면의 향기는 정말 황홀했다.

아침으로 퍽퍽한 빵만 주길래 홍차라도 달라고 하니 다 먹어서 없다고 한다.

홍차 티백이 얼마나 한다고 이것마저 아끼는 모습이 이제는 짠하게 다가온다.

힘들어도 푸르공은 쉬지 않고 달린다.

스트레스를 받으니 그렇게도 예쁘던 길이 지루하게만 보인다.

아무리 그래도 인케는 좋다.

착해서 좋고 재밌어서 좋고 운전을 잘해서 좋고 잘 생겨서 좋고 힘이 세서 좋고 그냥 좋다.

인케가 가다가 차를 세우길래 보니 사막에 베리나무가 있었다.

이런 곳에서 자라나는 베리나무도 대단하고 달리던 차에서 이걸 발견한 인케도 대단하다. 

사랑하는 몸아, 풀떼기만 먹이는 못난 주인을 용서해주렴.

울란바토르로 올라가는 길에 인케의 본가가 있어 점심은 인케의 고향집에서 지내기로 했다.

몽골 사람이 실제로 살고 있는 게르는 처음 들어갔는데 바닥엔 카페트가 깔고 신발을 벗은 채로 생활하고 있었다.

안에는 보통 사람들이 사는 것처럼 웬만한 가구들과 전자제품들이 다 갖춰져 있었다.

역시 사람 사는 곳은 다 비슷하다.

게다가 우리집에도 없는 날개없는 선풍기도 있었다.

몽골도 중앙아시아의 나라들과 비슷하게 손님에게 튀김과 홍차를 대접하는 문화가 있는 것 같았다.

오랜만에 만난 버터가 너무 좋아 열심히 발라 먹었다.

전기는 태양광 발전을 이용해 생활하는 것 같았는데 덕분에 사막에서 처음으로 전자기기를 충전할 수 있었다.

점심으로는 쇠고기무국 맛이 나는 고깃국이 나왔는데 정말 맛있어서 계속 먹었다.

역시 사람은 고기를 먹어야한다.

슈퍼에 들렀는데 오늘도 소시지를 팔지 않는다.

대신 얼린 콜라를 샀는데 사람이 콜라 하나로도 행복해질 수 있다는 사실을 직접 알 수 있었다.

잘 달리고 있는데 앞에 고장난 차가 보인다.

작은 승용차에 온 가족이 다 타고 엄청난 짐을 싣고 달리니 차가 견디지 못하고 아예 뒷축이 주저앉아버렸다.

모기가 우리에게 와 아이와 엄마만이라도 근처 마을까지 데려다 주면 안되냐고 물어 서로 돕고 사는 것이 당연하다고 말을 했는데 말도 없던 할머니도 같이 차에 오른다. 

어차피 조금만 가면 되고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니 그냥 그러려니 넘어가기로 하고 아기의 발가락을 만지며 장난을 쳤다.

그런데 30분이면 나온다는 마을이 2시간 30분이 지나서야 나왔다.

게다가 마을에 도착한 사람들이 마치 택시를 타고 온듯 고맙다는 말도 없이 아무렇지 않게 내려 사라지니 정말 어이가 없었다.

모기의 거짓말에 모든 일행들이 화가 났고 분위기가 냉랭해졌다.

즐겁자고 온 여행인데 시간이 지나갈수록 자꾸 꼬이는 느낌이 든다. 

냉랭한 분위기를 가진 채로 공용 목욕탕으로 들어갔는데 시설이 꽤 좋다.

가격도 2,000투그륵(한화 1,200원)정도 밖에 하지 않는다.

이번엔 뜨거운 물도 펑펑 나와 오랫동안 샤워를 즐겼다.

마을에서 잔다길래 싸구려 호텔로 갈 줄 알았는데 마을 안에 있는 게르가 우리가 잘 곳이라고 한다.

우리나라의 민박집처럼 성수기에만 운영하는 게르라고 하는데 상상도 하지 못했던 것이라 정말 신기했다.

오늘도 저녁을 만드는데 20분이 걸린다고 하길래 2시간이 걸리겠구나 하고 농담을 했는데 진짜로 거의 2시간이 지난 뒤에 음식이 나왔다.

심지어 어제와 똑같은 메뉴가 나왔다.

나야 철저한 생존형 인간이라 그냥저냥 다 먹었는데 다른 일행들은 못 먹겠다며 음식을 남기고 슈퍼에 가 컵라면을 사왔다.

호주에서 달걀과 소시지만 6개월 동안 먹었더니 음식을 에너지를 얻기위한 수단으로 보는 시각이 커진 것 같다.

여행을 할 때는 음식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니 좋기도 하지만 삶이 너무 단순하게 흘러가게 되는 부작용도 있어 걱정된다.



오늘도 행복하시고 제 여행기가 재미있으셨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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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한참 잘 먹어야하는데 먹는게 부실하니 화가 날만 하네요.맛난거 먹는것도 여행의 또 다른 묘민데 말이죠.그래도 잘 참으신거 보면 역시 용민님은 대인배이신것 같네요

    • 식욕은 그리 크지 않다고 생각하는데 제가 받아야할 서비스를 제대로 못받으니 화가 나더라구요.
      항상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ㅎㅎ

  2. 여행에서 먹는 재미를 싹 도둑질 당한 기분이군요.
    사막에서 어디 하소연할 데고 없고...
    고생이 많으셨네요. ^^
    그래도 보는 사람은 재미있군요. ㅎㅎ

  3. 용민ㅆ글만보면웃음이 절로 나오네요.
    역시젊은분은 고기를드셔야되는데..
    그래두 여행의열정.사랑을느낍니다.
    그리구 머리가쨞은 스타일.오또꼬마에십니다.
    저는 일본고베사는데 용민씨블로그 진짜조아함니당..

    • 며칠동안 고기가 없으니 식사시간에 다들 예민해지더라구요.
      오또꼬마에가 무슨 단어인지 몰라 찾아봤는데 정말 대단한 칭찬이네요.
      감사합니다.

  4. 재미있게 글을 쓰시네요
    잘보고 갑니다

  5. 글에서 분노가 고스란히 느껴져요
    모기 정말 너무하네요!!

  6. 실제로 내가 여행한다는 착각을 하게 만드는 글이네요. 매편 너무 재밌게 읽고 있습니다.

  7. 모기 심보가 정말 모기만하네요~식도락을 빼앗아가다니. 그래도 자연 하나는 정말 끝내주는군요.

  8. 몽골은 제가 가고 싶은 나라 중에 한 나라인데.. 사진으로 보니, 그 곳 모습이 상상이 가네요. 언젠간 실제로 가보고 싶은데... 정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는... 1년 뒤에 세계일주를 꿈꿔봅니다. ㅎㅎ

    • 속 편한 이야기일수도 있는데 가보고 싶은 나라면 가봐야한다고 생각합니다. ㅎㅎ
      물론 상황이 힘들 수는 있겠지만 1년 뒤에 꼭 꿈을 이루시길 바랄게요~

  9. 모기라는 여자... 저였다면 그 여자 죽이고 싶단 충동이 들었을 것 같습니다. 울란바토르에 가셔서 사장에게 강력히 항의하셨나요? 앞으로 똑같은 피해자가 나오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도 항의를 제대로 하셨어야 할텐데... 걱정이네요. 모기 같은 여자가 그런 식으로 하는 이유가 어차피 다시는 볼 사람들도 아니고 어느 누구도 항의를 하지 않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따위로 행동하는 겁니다. 이건 단지 '나 혼자 그냥 넘어가지 뭐'의 문제가 아니라 또다른 피해를 막기 위해 반드시 조치를 취해야 하는 사회적 책임입니다. 그게 올바른 여행자의 자세이고요. 모기 같은 여자는 정말 이 사회에서 사라져야 하는 모기같는 존재입니다.

  10. 아 그리고 투어비가 한 사람당 하루에 45달러 정도 들었다고 하셨는데, 절대로 적은 비용은 아닙니다. 특히나 몽골 기준으로는요. 아무리 이동비와 숙박비가 포함되었다고는 하나 그 정도 돈에 저 정도 식사는 사기입니다.

  11. 한국인은 밥힘인데...
    보는 제가 다 화가나네요..ㅜ

두 형제의 몽골 여행기 - 02. 고비사막 여행의 첫째 날. (몽골 - 고비사막)

2년 간의 여행기와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역시나 아침을 먹는 사진으로 여행기를 시작한다.

난 누텔라보다 딸기잼을 100배 정도 더 좋아하지만 게스트 하우스에서 제공되는 것은 누텔라뿐이니 맛있게 먹는다.

이 귀엽게 생긴 자동차가 우리와 함께 고비사막을 여행할 푸르공이다.

이 차는 러시아의 UAZ라는 자동차 회사에서 만들었고 영문명은 Purgon으로 8~9 명 정도 탈 수 있다.

몽골 사람들은 UAZ를 와츠라고 부르고 Purgon을 푸르강이나 푸르공이라고 부르는데 검색해 본 결과 한국에서는 푸르공이라 많이 불리기에 앞으로는 나도 푸르공이라는 명칭을 쓰기로 했다.

오늘의 온도는 딱 떠나기 좋은 16도라고 한다.

한국의 온도는 30도를 기본으로 넘기면서 습하다 보니 몽골의 날씨가 그립다.

슈퍼마켓에 들러 사막에서 사용할 물건들과 식재료 등을 사고 울란바토르의 남쪽으로 향한다. 

고비사막을 간다고 해서 울라바토르에서 하루만에 고비사막으로 들어갈 수는 없기에 보통 고비사막 투어는 5일 이상의 코스로 짜여져 있다. 

그 동안 이렇게 잘 포장된 도로도 건너고 비포장 도로, 사막 등 다양한 길을 건너야해 푸르공과 같은 오프로드 자동차가 필요하다.

5일이 넘는 시간 동안 자동차를 타고 움직여야하니 힘들고 지루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는데 창밖을 보면 이렇게 아름다운 풍경이 펼쳐져 있어 전혀 지루할 틈이 없다.

가뜩이나 내가 좋아하는 푸른 하늘과 광활한 자연이 시도때도 없이 펼쳐져있기에 몽골에서는 사진을 하루 평균 200장 씩은 찍은 것 같다.

초원에 서서 그냥 하늘을 바라만 봐도 베실베실 웃음이 나온다.

한국에서 땅을 보러온 대지주의 컨셉으로 사진을 찍었는데 땅을 가져본 적이 없어서 그런지 감정이입이 잘 되지 않았다.

역시 고기도 먹어본 놈이 잘 먹는다고 부자컨셉도 부자였던 사람들이나 할 수 있나보다.

점심시간이 되면 경치 좋은 곳에 자동차를 세우고 즉석에서 요리를 해 끼니를 때운다.

투어에는 운전기사와 요리사 겸 가이드가 포함되어 있어 우리는 그냥 즐기기만 하면 된다. 

사막에서는 차가운 맥주를 먹을 수 없을 것 같아 출발 전에 마트에 들러 시원한 맥주를 샀었는데 이제는 거의 미지근해졌다.

고비사막 여행에서 마지막으로 마시는 시원한 맥주라 생각하니 미지근한 맥주가 시원하게만 느껴진다.

고비사막 여행의 첫 점심은 몽골식 만둣국이다.

국물의 맛은 우리나라의 사골국물 맛과 정말 비슷하고 만두의 맛도 비슷해 한국에서 사골 만둣국을 먹는 줄 알았다.

몽골사람들은 간을 안 하고 먹는지 조금 싱겁길래 소금을 조금 뿌려 먹었더니 완벽한 한국의 맛이 났다. 

안에는 쌀밥도 들어있어 푸짐하게 먹을 수 있었다.

밥을 먹었으니 후식으로 구름을 먹을 차례다.

구름은 봐도 봐도 질리지 않고 먹어도 먹어도 맛있다.

우리 팀이 푸르공을 전세 냈기에 아름다운 곳이 보이면 언제든지 자동차를 세우고 사진을 찍을 수 있다.

이런 맛에 부자들이 전세기를 사는 것 같다.

난 전세기는 바라지도 않으니 그저 퍼스트 클래스를 한 번만 이용해보고 싶다.

이렇게 말하니 고비사막 투어가 비싸겠다고 생각하실 수도 있겠는데 숙식과 이동수단, 드라이버와 요리사 겸 가이드 등 모든 것을 포함해 1인당 하루에 45~55달러 정도라 크게 비싼 가격은 아니다.

여행을 떠나기 전 날까지만 해도 전에 여행할 때 메고 다니던 목걸이를 하고 가야겠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비행기를 탈 때까지 까먹고 있다가 몽골에 와서야 목걸이가 떠올랐다.

아쉬운 마음에 모자에 있던 끈으로 발찌를 만들었다.

중앙아시아와 마찬가지로 몽골도 도로 근처에 양과 염소들이 많아 운전할 때 조심해야한다고 한다.

비포장도로를 달리고 있는데 어디선가 나타난 차가 우리 푸르공을 추월하길래 아까 배운 몽골어인 '후르똥 후르똥'을 외쳤더니 드라이버 인케가 다시 추월을 한다.

웃으며 승리의 순간을 사진으로 남기면서 손을 흔들어줬다.

추월을 당해도 허허 웃으며 살아야할텐데 아직까진 수양이 부족하다.

구름을 많이 먹다보면 언젠가는 내 마음도 넓어지겠지. 

투어프로그램이다 보니 하루에 한 군데씩은 볼거리가 들어있는데 오늘 갈 곳은 Rock Formation이라고 한다.

Rock Formation이라길래 '돌이 엄청 많은 곳인가?'하는 생각을 했었는데 푸르공에서 내리니 엄청난 돌들이 보인다. 

몽골 사람들도 돈을 올리며 기도를 하나보다.

자연이 생기고 사람이 나고 돈이 만들어졌을텐데 자연에 기도를 하면서 돈을 올리는 것이 과연 맞는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이런 질문에 대한 답은 그 누구도 할 수 없다는 것을 아니 그저 혼자 여러 생각을 해본다.

각자의 사연만큼 돌무더기가 만들어져 있는데 부디 저 소원들이 다들 이뤄졌으면 좋겠다.

혼자 여행할 때는 주구장창 풍경사진만 찍었는데 동생과 함께 여행을 하다보니 사진을 찍을 피사체가 하나 더 늘어났다.

그래도 아직은 자연을 담은 풍경사진이 더 좋다.

하지만 가장 좋은 것은 역시 자연과 사람이 함께 한 사진이다. 

동생도 사진 찍히는 것을 좋아하니 사진을 많이 찍어봐야겠다.

내 사진찍는 실력이 출중하지는 않지만 사진을 찍으면서 느낀 것은 많이 찍어보고 많이 생각해보는 것이 최고라는 것이다. 

여행을 함께 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내 사진을 찍을 기회도 많아진다는 것이다.

사진 찍기 아름다운 곳이 나오면 우선 동생을 모델로 사진을 찍고 그 사진을 동생에게 보여준다.

그리고 카메라 세팅 그대로 동생에게 카메라를 넘겨주며 똑같은 구도로 찍어달라고 부탁하면 내가 원하는 내 사진을 찍을 수 있다.

사실 몽골처럼 자연이 아름다운 곳의 여행기에는 딱히 쓸 말이 없다.

내 마음에 드는 사진은 많지만 거기에 살처럼 붙일 이야기는 한정되어 있다.

많지는 않지만 초원 곳곳에는 동물들의 뼈가 널려있다.

늑대님들 전 더럽고 맛도 없으니 다른 맛있는 동물들을 잡아 먹어주세요.

Rock Formation의 입구 근처에는 동굴이 있는데 안으로 들어가니 냉장고처럼 시원해 집에 동굴을 하나 가져다 놓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동굴 안의 틈새에도 돈이 많이 꽂혀져 있기에 나도 세계평화를 바라며 기도를 했다.

몽골에 올 때는 고비사막과 초원을 뛰노는 말만 생각하고 왔는데 첫 날부터 생각지도 못했던 풍경을 만나니 기분이 너무 좋다.

동생은 아름다운 풍경이 나오면 사진을 찍어달라고 난리다.

내가 찍은 사진이니 저작권은 문제없고 동생의 초상권은 존재하지 않으니 그냥 마구마구 올려도 된다.

그냥 떠나기 아쉬워 맨발로 몽골의 기운을 느껴본다.

신발을 신으면 다칠 위험은 줄지만 이렇게 따스한 기운을 느낄 수 없다.

내일은 어떤 풍경을 만나게 될지 기대하며 Rock Formation을 뒤로 하고 다시 푸르공에 오른다.

푸르공을 타고 조금 가니 우리가 잠을 잘 게르가 보인다.

사진과 글로는 많이 접해봤던 게르지만 실제로 들어가려 하니 떨린다.

내부에는 작은 침대들이 벽을 따라 뉘여져 있고 중앙에는 탁자와 난로가 있다.

가죽을 이용했기에 냄새가 나긴 하지만 그렇게 심하게 나지는 않았다.

내가 몽골에 대해 상상할 때마다 떠오르던 이미지는 딱 이 사진과 같은 이미지였는데 직접 와보니 내 상상 속의 모습과 너무 비슷했다.

이제는 몽골에 대해 생각할 때 상상이 아닌 추억으로 회상할 수 있어 행복하다.

풀을 뜯어먹는 염소들을 구경하러 갔는데 바닥에 염소똥이 가득하다.

먹으면 싸는 것이 당연하다는 것을 알지만 이 당연한 것 때문에 초원의 풀을 먹은 염소들이 그대로 똥을 싸고 이는 다시 초원을 비옥하게 만들어 새로운 풀이 자랄 수 있게 해준다고 한다.

초원이라고 말을 타고 다닐 것이란 생각은 너무 구시대적인 생각이다.

요즘은 초원에서 살아가는 몽골 사람들도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며 초원을 누빈다고 한다.

아무리 세상이 발전했다 하더라도 자연에서 살아가는 것은 변하지 않았기에 가스렌지보다 동물들의 배설물을 이용한 화로를 쓴다.

삶을 편리하게 살고 싶어하는 것은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이니 뭐라할 수는 없겠지만 사람들이 세상을 살아가는데 자신의 편안한 삶이 최우선이고 그 외의 것들에는 관심없는 사람만은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모든 것은 자연에서 나오고 결국엔 자연으로 돌아가야하는 것이 순리이니 다 같이 함께 행복하게 살아갔으면 좋겠다.

다른 사람들의 염소와 섞이지 않게 뿔에 초록색 칠을 해놓은 모습이 우스꽝스러우면서 귀엽다.

푸른 하늘 아래 열린 푸르공의 문처럼 열린 마음으로 살고 싶다.

푸르다와 푸르공이란 말로 언어유희를 해보고 싶지만 부족한 감성이 받쳐주지 못한다.

우리 드라이버의 이름은 '인케'이고 가이드 겸 요리사의 이름은 '모기'이다.

인케는 영어를 잘 못해 단어로 대화를 하는데 순박하고 재미있고 모기는 원래 지리 선생님으로 어느정도 영어를 할 줄 알아 방학 시즌에 아르바이트 형식으로 가이드 일을 한다고 한다.  

게르에 앉아 사람들과 놀고 있는데 주인집 가족들이 젖을 짜기 시작한다.

가까이 다가가 사진을 찍어도 되냐고 허락을 받고 살펴보니 염소들의 목을 지그재그로 묶어 움직이지 못하게 한 뒤 젖을 짜고 있었다.

염소들이 줄을 서 있고 아주머니와 아저씨께서 옆으로 움직이며 젖을 짜는 모습이 정말 평화로워 보였다.

서울의 삶과는 너무 다른 모습이지만 이 모습이 너무 좋아 보고만 있어도 행복했다.

즐거운 기분을 이어가라는 뜻인지 모기가 저녁 밥을 차려줬는데 정말 맛있었다.

닭다리는 크고 아름답고 부드러웠고 함께 있는 채소볶음도 정말 맛있었다.

거기에 맥주까지 곁들여지니 더 바랄 것이 없었다.

갓 짜낸 신선한 염소젖 맛이 궁금해 모기에게 내일 아침에 1L 정도만 사달라고 말을 했다.

먹고 남은 음식은 양치기 개에게 돌아갔다.

물론 난 큰 위를 가졌기에 내 요리를 다 먹고 남은 음식도 더 먹었다.

즐겁게 저녁을 먹었으니 소화도 시킬 겸 일몰을 보러 가기로 했다.

멀리서 볼 때는 가까워만 보이던 동산이 꽤 멀다.

사방이 온통 초록 빛이니 거리감이 잘 잡히지 않는다.

내가 몽골 사람들이나 고구려인들의 피를 이어 받았더라면 저 말들을 잡아 초원을 달렸을테지만 내 몸엔 최씨의 피가 흐르니 열심히 걷는다.

역시 햇님은 언제 봐도 예쁘다.

나도 언제 봐도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

게르로 돌아와 쉬다가 별을 보려고 밖으로 나오니 모기가 '아로스'라 부르는 네모난 조각을 준다.

스페인어도 잘하지 못하면서 괜히 스페인어로 아로스가 쌀이란 것이 떠올라 카렌과 스페인어 이야기를 했다.

아로스는 염소 젖을 발효시켜 만든 고체 요거트라는데 비린맛이 조금 나면서 신 맛도 조금 강하게 났지만 맛이 괜찮길래 혼자 거의 다 먹었다.

진짜 심하게 비리거나 이상만 맛이 나지 않으면 지구상에 존재하는 음식의 95% 정도는 먹을 수 있을 것 같다. 

해가 지니 별이 뜨기 시작하는데 이 사진에 나온 별보다 훨씬 많은 별이 하늘에 떠 있었다.

내 카메라의 성능이 부족하고 내 사진 실력이 부족해 사진에 그 모습을 담을 수는 없었지만 그냥 눈이 닿는 모든 곳에 별들을 뿌려놓은 것 같은 모습이었다.

할 수만 있다면 하늘을 떼어다 내 방 천장에 붙여놓고 싶을 정도로 아름다웠다.

전 이미 실제 모습을 보고 왔으니 사진을 봐도 아쉽지 않은데 실제 모습이 궁금하시다면 직접 가서 보시길 바랍니다.

다른 것은 몰라도 사진보다 훨씬 아름다울 것이라는 약속은 해드릴 수 있습니다.

부러우면 지는 것이니 부러워하지 마시고 떠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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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마지막 별사진이 찌들어있던 마음을 씻어주네요~

    덕분에 내년 휴가는 몽골로 결정했습니다!

    잘 보고 갑니다~ ^^

  2. 혼자여도 좋지만 둘이어서 더구나 형제여서 더욱 좋았겠네요.
    바라보면 좋기만한 푸른 초원에 똥님들 저도 이제 압니다. ㅋㅋ
    나도 막 항공권 예약해보고 싶쓰...

  3. 잘 보았습니다.
    10월9일~18일 웁스로 고고~합니다~^^

  4. 계속 포스팅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오늘 들어와 보니 3개나 올라와 있어서 정주행 했습니다.

    세계일주때도 그렇지만 사진을 보니 저도 여행을 다녀 온것처럼 느껴져서 좋네요 ^^

    그리고 형제와 같이 여행을 떠나니 정말 보기 좋으면서도 부럽네요 ^^

    다음 포스팅도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

    • 계속 기다려주셔서 감사합니다.
      호불호가 심하게 갈리는 여행기인데 좋게 봐주셔서 또 감사합니다. ㅎㅎ
      몽골 여행이 끝나는 날까지 함께 해주세요.

  5. 끝없이 펼쳐진 고비사막의 모습과 푸른 하늘이 마치 사진을 보는 것만 같습니다! 제가 꿈꾸는 몽골 초원의 모습 그대로인 것 같은데요, 저도 몽골에 꼭 한 번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계속 드네요 :)

    • 안녕하세요.
      자주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ㅎㅎ
      TV와 사진으로만 보던 초원이 끝없이 펼쳐지니 정말 대단하다는 말 밖에 안 나오더라구요.
      기회가 되시면 꼭 가보시길 추천드릴게요.

  6. 형제가 같이 여행하셔서 더 좋으셨겠어요.
    밥에 야채도 들어있다니, 정말 고급식사를 하셨네요.
    제가 학교 다닐 때 선생님께서 몽골 여행을 다녀오셨는데, 아침에는 볶음밥, 저녁에는 구운고기만 나와서 그렇게 힘드셧다고 하더라고요.
    야채 먹고 싶어서요ㅋㅋㅋㅋㅋ
    그런데 화장실은 어떻게 처리하시나요?

    • 저 때는 저 음식이 최고급인지 몰랐었는데 시간이 지나니 알게되더라구요. ㅎㅎ
      식단의 변화는 앞으로 나올 여행기를 기대해주시고 화장실 설명은 다음 편에 나옵니다!

  7. 잘보고갑니다~

  8. 모기가 차려준 밥상이라...
    추워서 밤에 모기는 없겠군요. ㅋ
    거리감이 없어지는 광야를 보고 싶어요~~~

  9. 오랫만에 용민님 글을 볼수있어서 넘 행복했어요..

  10. 운전사와 요리사 겸 가이드가 동행하는 고비사막 투어...끌리네요! 저 같은 저질체력자도 왠지 해낼 수 있을 것 같은데요!! 그리고 어디서고 세계평화를 기원하는 용민씨...그 고운 소망이 이루어지길 함께 기도하고 싶네요...!

    • 음식과 장거리 이동에 대한 걱정만 없으시다면 체력은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 같아요.
      앞으로 나오는 이야기를 통해 더욱 더 고비사막을 끌리도록 해드리겠습니다. ㅎㅎ

  11. 아름다운 풍광 잘 구경했습니다.
    작년에 업무차 몽골에 가서 울란바토르시에서만 머물러서
    초원의 대자연을 접할 기회가 없었는데 다시 방문해 보고 싶네요.

  12. 저도 가보고 싶네요....

  13. 재미나게 잘보고갑니다!!
    하늘 구름. 밤 별 멋있네요!!

    • 감사합니다.
      몽골 여행을 딱 정의하라면 하늘, 구름, 별로 나눌 수 있을 것 같아 아껴뒀던 표현인데 장욱님도 똑같이 느끼셨나봐요. ㅎㅎ

  14. 와우! 보기만해도 가슴이 후련합니다.
    거기에 수많은 별까지, 보면서 많이 즐겼읍니다.

  15. 별 사진이 정말 좋네요. 화장실 문제만 어찌 된다면, 정말 다시 가서 보고 싶은 하늘입니다.

  16. 상상이 아닌 추억으로 회상한다는 말.. 정말 좋네요 !!

    몽골.. 한번은 가서 꼭 밤하늘을 보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빨리 실천에 옮겨야 할듯 하네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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