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주 배낭 여행기 - 132. 배낭여행자와 자전거여행자가 만났을 때. (마케도니아 - 스코페, 오흐리드)


물가가 저렴한 나라에 왔더니 돈 쓰는 재미에 들려 환전을 하러 갔는데 오늘은 모든 곳이 문을 닫았다.

어제가 라마단의 마지막 날이었기에 오늘은 공휴일이라고 한다.

오늘은 뷰렉을 잘 하는 집을 추천받아 갔는데 이곳 역시 추천할만한 맛이었다.

군만두처럼 바삭한 껍질 속에 들어있는 촉촉한 고기는 정말 맛있었다.

대부분의 식당과 가게들은 다 문을 닫았다.

종교와 삶이 밀접하게 연관된 모습을 볼 때마다 신기하다.

이슬람 신자가 많은 나라지만 성당도 있다.

서로 다른 종교를 인정하고 조화롭게 살아가면 될텐데 세상에는 서로를 인정하지 못하고 전쟁이 나는 곳이 너무 많은 것 같다.

신이 있는지 없는지는 모르겠지만 만약 전지전능한 신이 있다면 종교때문에 싸우는 일만이라도 막아줬으면 좋겠다.

느끼한 음식을 먹은 뒤에는 입가심을 해줘야한다.

난 내 몸을 소중히 여기는 사람이니 후식으로 요거트를 먹는다.

일탈을 좋아하는 것인지 J를 Y로 발음 하는 것이 참 재미있다.

배도 부르고 할 일도 없으니 시내를 걸어다니다가 멀리 보이는 아름다운 건물이 궁금해 가보기로 했다.

가까이 다가가보니 방송국 건물 같았는데 유리창에 비친 하늘이 정말 아름다웠다.

스노우 볼처럼 푸른 하늘의 구름을 표현한 제품이 있다면 꼭 하나 사고 싶다.

숙소로 돌아오다보니 공원에 거대한 조형물들이 보인다.

거인이 실제로 존재해 이런 악기들을 가지고 놀고 있다면 무서울 것 같기도 하지만 신기해서 가까이 다가가볼 것 같다.

목이 말라 맥주를 한 캔 사러 마트에 갔는데 처음보는 콜라가 보였다.

자세히 살펴보니 PB상품은 아닌 것 같아 사봤는데 815콜라의 맛이 났다.

여행을 하며 색다른 콜라를 몇 번 마셔봤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쿠바의 뚜 콜라다.

뚜 콜라에 타 마시는 아바나 클럽의 맛이 그립다.

매번 체바삐와 뷰렉만 먹고 있는 것 같아 이번에는 다른 요리를 먹어보기로 했다.

내 마음에 드는 식당을 찾다 구석에 있는 작은 식당에 들어갔다.

말이 안 통해 아무거나 달라고 했더니 빵과 고기 스튜같은 것을 가져다줬는데 부드러운 고기와 달콤한 소스가 잘 어울렸다.

호스텔 입구의 계단에는 내전의 흔적이 남아있다길래 잘 살펴보니 예쩐에 수류탄이 터진 흔적이 남아있었다.

주먹만한 무기로 엄청난 피해를 입힐 수 있는 과학기술의 발전을 마냥 좋아만 할 수 없어 씁쓸하다.

지금까지 여행을 함께한 바지가 찢어지기 시작했다.

내 여행이 끝나는 그 날까지 함께할 줄만 알았는데 나만의 착각이었나보다.

역시 모든 것은 그 존재의 소중함을 모르고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을 때 헤어짐이 오는 것 같다.

여행을 하다보면 오랜시간 눌러 앉기 좋은 곳들이 있는데 사라예보도 그 중 한 곳인 것 같다.

딱히 할 것은 없지만 분위기도 좋고 물가도 저렴하니 오래 머물러도 좋을 것 같다.

거기에 맛있는 뷰렉도 있다.

그런데 뷰렉을 팔 때, 갯수로 팔지 않고 무게를 재서 판다.

저렴하고 맛있는 아이스크림까지 있으니 금상첨화다.

게다가 과일을 싸게 살 수 있는 시장까지 있다.

사람마다 여행스타일이 다르기에 각자 좋아하는 것이 다르겠지만 나는 물가가 저렴하고 조용한 곳이 좋다.

사라예보의 길을 걷다보면 바닥에 포탄이 떨어진 곳에 빨간 페인트를 칠해 놓은 것이 자주 보인다.

이를 두고 사라예보의 장미라고 부른다는데 안타까운 과거를 예술로 승화시킬 수 있는 예술가들의 마음이 참 멋있고 부럽다.

모스크 밖에서 사진을 찍고 있는데 관광객들이 안으로 들어가길래 나도 따라 들어갔다.

성당은 아무렇지도 않게 들어가면서 모스크라고 거리감을 두고 있던 내 모습이 참 우습다.

색안경을 끼지말고 편견을 가지지 말라고 말하는 것은 쉽지만 실제로 행동하는 것은 어렵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꼈다. 

호스텔로 돌아와 직원과 이야기를 하는데 나보고 시청 건물 안에 들어가봤냐고 물어본다.

입장료를 내야해 안 가봤다고 하니 오늘은 무료로 입장이 가능하다고 라디오방송에 나왔다며 어서 가보라고 한다.

공짜라면 양잿물도 마실 수 있다는 정신으로 시청을 향해 걸었다.

안에 들어가니 이슬람 건축물의 아름다운 특징이 한 눈에 들어온다.

역시 사람은 정보를 잘 얻어야한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낀다.

저녁으로 뭘 먹을까 고민하다 호스텔 근처의 케밥집이 떠올라 가봤는데 맛집인지 사람들이 꽤 많다.

세트 메뉴로 시켰는데 케밥도 맛있지만 양념감자가 정말 맛있었다.

그동안 유럽에서 비싸서 못 먹었던 아이스크림을 원없이 먹기로 했다.

먹는게 남는 거니 많이 먹어둬야한다.

이제는 다시 또 동쪽으로 갈 시간이다.

아무런 생각없이 의자에 앉아 있었는데 가족과 친구, 연인이 떠나는 길을 배웅해 주는 사람을 보니 괜시리 울적해진다.

오랫동안 혼자였고 혼자인 것이 아무렇지도 않았는데 나도 어쩔 수 없는 사람인가보다.

나를 위로해줄 수 있는 것은 나밖에 없다. 

러시아의 국영가스회사인 가즈프롬이 보이니 확실히 동구권에 온 기분이 든다.

내 바로 앞 좌석에는 부부가 앉았는데 아기가 정말 귀여웠다.

12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아빠가 아이를 무릎에 앉힌 채로 버스를 타고 오는 모습이 정말 멋있었다.

여행기가 올라가는 오늘은 어버이날인데 선물도 좋지만 부모님께 전화 한통씩 하는 것이 더 좋을 것 같다.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 여행 경비>


여행일 6일 - 지출액 130유로 (약 19만원)


동유럽도 물가가 저렴했지만 크로아티아에 있다가 보스니아에 오니 정말 천국에 온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엄청난 문화유산이나 아름다운 자연이 있는 곳은 아니었지만 조용하고 아늑한 분위기가 정말 좋았다.



보스니아를 떠나 도착한 곳은 마케도니아다.

보스니아에서 마케도니아로 오는 길에는 세르비아라는 유고슬라비아 시절의 중심 국가였던 나라가 있는데 마케도니아에 중요한 일이 있기에 그냥 지나치기로 했다.

보스니아에서는 간판을 읽을 수는 있었는데 마케도니아에 오니 이게 무슨 글자인지 하나도 모르겠다.

나중에 러시아로 올라가면 생활하기 어려울 것 같기도 하지만 난 나의 바디랭귀지와 생존력을 믿는다.

내가 마케도니아로 오게 된 이유는 바로 이 자전거의 주인인 굴리고 제민이를 만나기 위해서다.

제민이는 나보다 1년 먼저 자전거 세계일주를 시작했는데 중국에서 시작해 유럽을 한 바퀴 다 돌고 나를 만날 때는 아프리카를 향해 가고 있었다.

세계일주를 준비하며 여러 도움을 받고 중간중간 연락을 하면서 지구는 좁으니까 언젠가는 만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여행을 출발한지 1년이 넘어 드디어 만났다.

야영을 주로 하는 자전거여행 특성상 연락이 어려워 서로의 경로와 이동속도를 고려해 마케도니아 스코페에서 만나기로 하고 날짜를 잡았는데 둘 다 별일 없이 약속한 곳에서 만났다.

씨리얼로 간단히 요기를 하고 스코페 시내 구경을 나왔다.

마케도니아에게는 미안한 말이지만 마케도니아에 온 이유는 제민이를 만나겠다는 것 뿐이라 딱히 기대하거나 공부하고 온 것이 하나도 없어 그냥 마을을 한 바퀴 둘러보고 마트 구경을 하다 숙소로 돌아왔다.

점심은 제민이가 해준다길래 파스타를 먹기로 했는데 스파게티 소스대신 가루양념을 써서 만들었다.

가루양념 파스타는 상상도 못했었는데 정말 맛있었다.

역시 자전거 여행자의 생활력은 최고다.

숙소에서 이야기를 하다보니 저녁시간이 됐다.

만남을 기념하며 저녁은 밖에서 먹기로 하고 시내의 레스토랑을 갔다.

오랜만에 고기를 써니 살 것 같다.

아침에 일어나 뭘 먹을까 고민하다 제민이가 괜찮은 케밥집이 있다길래 왔는데 양이 정말 푸짐하다.

케밥을 맛있게 먹고 있는데 갑자기 소나기가 퍼붓기 시작한다.

급한 일도 없으니 그 자리에서 맥주를 시켜 서로의 여행이야기를 했다.

내가 밥을 먹을 때마다 꼬박꼬박 사진을 찍으니 자신을 모델로 쓰라길래 열심히 사진을 찍었다.

사나이 모임에 술일 빠질 수는 없기에 와인을 한 병 샀다.

우리는 분명히 계속해서 숙박을 예약했는데 단체 손님 예약이 있다며 침대를 비워달라고 한다.

좋은게 좋은 거라고 그냥 거실에서 자기로 했는데 호스텔 주인이 자꾸 사소한 일로 시비를 건다.

나도 돈을 내고 묵는 숙박객인데 자꾸 무시하길래 한바탕 성질을 냈더니 손님들이 있으니 화를 내지 말라고 한다.

그럼 나는 손님이 아니고 거지냐며 더 성질을 내는데 제민이가 좋게 좋게 가자며 말리길래 화를 가라앉혔다.

오랜만에 욱한 것 같은데 앞으로는 화 낼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제민이가 내가 온다고 신경써서 초코볼 씨리얼을 샀다길래 맛있게 많이 먹고 짐을 챙겨 밖으로 나왔다.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이 있는 법이니 다음에 다시 만나기를 기대하며 제민이를 먼저 보냈다.

누구나 각자의 여행방법이 있는 것이고 난 배낭여행자이니 버스를 탄다.

버스를 탄지 얼마 지나지않아 비가 내리기 시작하길래 제민이를 걱정하고 있는데 버스 천장에서 비가 샌다.

승객들이 기사에게 말하니 창을 고정해놓은 것이라 어쩔 수 없다고 말하자 다들 한번 웃고 만다.

역시 세상은 웃으면서 좋게 좋게 사는 것인가 보다.

휴게소에 내려주길래 뭘 먹을까 고민하다 샌드위치를 하나 먹었는데 치즈가 정말 맛있었다.

한국에서도 저렴한 치즈와 와인을 먹을 수 있다면 정말 좋을텐데 아쉽다.

버스를 타고 마케도니아 남부 지역의 휴양도시인 오흐리드에 도착했다.

오흐리드는 마케도니아의 대표적인 휴양도시라 호스텔보다 민박집이 발달했다는 소리를 듣고 왔는데 버스 기사 아저씨가 터미널이 아닌 길가에 내려줘 호객꾼들을 만날 수 없었다.

아직 해가 떠있고 난 소비자의 입장이니 큰 걱정없이 시내로 가는 길을 물었다.

배낭을 메고 걸으니 역시나 호객꾼들이 접근하기 시작하길래 대충 시세를 파악하고 아저씨 한명을 따라 민박집 구경을 나섰다.

집은 마음에 드는데 가격이 좀 비싸길래 미안하다고 밖으로 나와 길을 걸어가기 시작하니 집주인 할아버지가 따라나오신다.

다시 흥정을 통해 적당한 가격으로 숙소를 잡았다.

역시 흥정을 할 때는 배짱이 있어야한다.

뭔가 멋있는 사진이 찍힐 것 같아 구도를 바꿔보지만 뜻대로 되지 않는다.

원래 오흐리드를 오며 계획했던 것은 호수에서 수영을 할 생각이었는데 예상보다 물이 많이 더러웠다.

수영은 다음으로 미루고 오흐리드 구경부터 하기로 했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니 우선 뷰렉 하나를 먹고 시작합시다.

휴양지라 그런지 길거리에서 다양한 먹거리를 팔고 있었다.

오랜만에 옥수수를 먹는 거라 설렜는데 맛이 별로였다.

역시 옥수수는 강원도 찰옥수수가 제일 맛있다.

오늘도 역시나 후식으로 아이스크림을 먹으러 갔는데 신기한 맛이 많이 보인다.

도대체 섹시한 맛은 무슨 맛일까.

무슨 맛일지 궁금해 섹시한 맛을 골랐는데 내가 생각했던 그런 맛이 나지 않는다.

아마 내가 순수해서 섹시한 맛을 못 느끼나 보다.

아침에 일어나 뭘 할까 고민하다 우선 밖으로 나와 만두 피자를 하나 사 먹는다.

예전에는 물가가 싼 나라에서도 돈을 아껴야한다는 생각이 컸기에 싼 음식만 찾아다녔었는데 이제는 돈을 쓸 때는 써야한다는 것을 안다.

인도에서 한달에 30만원으로 생활을 했었지만 결국 물가가 비싼 나라로 가면 내가 열심히 아낀 돈이 아이스크림 한 개 값 밖에 하지 않는다는 것을 배웠다. 

물론 그 몇 백원도 아끼면 좋겠지만 물가가 저렴한 나라일수록 조금의 돈만 더 쓰면 더 좋은 질의 여행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몸으로 배웠다.

오랜만에 한량처럼 거리를 거닌다.

한량이 내 체질인 것 같은데 조선시대 양반의 삶을 한번 살아보고 싶다.

한량처럼 놀 때는 입에 뭔가를 물고 세월아 네월아 하며 길을 걸어야한다.

길을 걷다보니 젤리 가게가 보여 들어가봤는데 각양각색의 군것질거리가 보인다.

마음에 드는 젤리들을 고르면 무게를 달아 계산하면 되는데 값이 살짝 비싸지만 나는 한량이니 괜찮다.

숙소로 돌아와 여행기를 쓰고 블로그에 달린 댓글을 확인한다.

제 여행기를 읽으며 항상 댓글을 달아주시는 모든 분들에게 감사의 말씀과 사랑을 드립니다.

마케도니아에 오니 과일이 많이 보이는데 슈퍼에 가니 천도복숭아를 팔고 있었다.

개인적으로 말캉말캉한 복숭아를 좋아하는데 말랑말랑하고 달달해 정말 맛있게 먹었다.

침대에서 뒹굴거리다가 시계를 보니 저녁먹을 시간이 됐다.

내 마음이 여유로우니 거리도 여유로워 보인다.

오늘 저녁은 뭘 먹어야 잘 먹었다고 소문이 날까 고민하다 케밥을 먹기로 했다.

사라예보부터 케밥을 시키면 감자튀김을 같이 주기 시작했는데 케밥과 함께 먹는 감자튀김은 정말 최고의 조합이다.

맥주나 한 캔 하러 슈퍼에 갔는데 나도 모르게 라들러를 사버렸다.

여행을 하기 전에는 쳐다보지도 않던 라들러인데 크로아티아 이후로는 그 맛이 잊혀지지 않아 자꾸 찾게 된다.

오흐리드 시내에는 맛스타라는 신발가게가 있는데 군대에서 마시던 맛스타 음료수가 떠올라 혼자 피식거리며 집으로 돌아왔다.

오늘 아침겸 점심은 대형 피자다.

토핑이 부실해보이지만 싸구려 입맛이라 그런지 맛있기만 하다.

날이 더워 온도계를 보니 43도를 가리키고 있었는데 아마 온도계가 더위를 먹었나보다.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이 있는 법이라 했고 헤어짐이 있으면 만남이 있는 법이라 배웠다.

스코페는 우리의 잉여력을 뽐내기에는 부족한 도시인 것 같아 오흐리드에서 다시 만나기로 하고 헤어졌었는데 아무 사고 없이 다시 만날 수 있었다.

인터넷 상으로는 몇번 이야기를 나눴지만 실제로는 처음 만난 사이인데 어색하지가 않다. 

장기 여행을 하다보면 자신의 몸이 상하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생명력을 깎으며 여행하고 있다며 이야기를 하다보니 제민이도 밀가루를 많이 먹고 있다길래 값도 싸고 포만감도 큰 오트밀을 추천해줬다.

이제와서 반바지를 사기도 아깝고 내 여행을 함께한 반바지이기에 우선은 꿰매서 사용하기로 했다.

부디 추운 나라로 갈 때까지만 견뎌주렴.

한량 동료가 생겼으니 다시 마실을 나간다.

밥을 먹으러 나가는 것도 귀찮아 점심은 빵에 초코잼을 발라 먹기로 했다.

나도 그렇지만 제민이도 한량의 자질이 풍부한 것 같다.

여행자들이 만나면 더 열심히 다녀 신나고 재미있을 것이라 생각했던 분들에게는 정말 죄송하다.

제민이와 나의 일과를 말하자면 아침에 늘어지게 자다가 배가 고프면 잠에서 깨 오트밀을 먹고 침대에서 뒹굴거리다가 대충 점심을 먹고 영화를 보다가 저녁을 먹는 것이 전부다.

나와 제민이 둘 다 빈둥거리며 잠수타는 것을 좋아하는 스타일인데 둘이 만나니 시너지 효과가 발생해 더더욱 잉여스러워졌다.

저녁을 먹으러 가는데 기괴한 마네킹이 보인다.

아무리 상체가 없었다고 해도 꼭 이런식으로 진열을 했어야 했는지 물어보고 싶다.

한량의 특징 중 하나는 단골집을 골라 그 곳만 간다는 점이다.

가격도 저렴하고 맛도 괜찮아 매일 저녁은 항상 같은 곳에서 먹는다.

여러분은 지금 세계여행자 두명이 모여 빈둥거리는 모습을 보고 계십니다.

아무리 빈둥거리는 것이 좋다지만 하루 세끼는 꼬박꼬박 챙겨먹는다.

가진 것이 몸뚱이 하나뿐이니 잘 챙겨줘야한다.

자랑할 것도 몸뚱이 하나밖에 없다.

영양소의 균형적인 섭취를 위해 이번에는 햄과 양배추도 넣어 먹는다.

밥을 먹었으면 후식을 먹어줘야한다.

오늘도 하루를 알차게 뒹굴거렸으니 저녁을 먹으러 간다.

둘이 만나 지낸 1주일 동안 남은 사진이라고는 먹는 사진밖에 없는 것 같은데 아마 기분탓이겠지. 

이제 헤어질 때가 됐기에 마지막 술을 마시려고 마트에 갔는데 9시 이후에는 술을 팔지 않는다고 한다.

종교이니 존중하는 것이 맞지만 아쉬운 것은 어쩔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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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비밀댓글입니다

  3. 하트100번째 접니다.ㅋㅋㅋ
    저~번에 중국,동남아,유럽편 잘 봤어요. 바빠서 깜빡하고 있었는데 오늘 이렇게 또 우연히 보게 되네요~ㅎ
    재밌습니다. 부럽고요~

    • 100번째 하트 감사합니다. ㅎㅎ
      우연히 오셨다고 하지만 저를 기억해주시고 제 여행기가 재밌다고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부러우면 지는 것이니 꿈꾸는여행자님도 떠나보세요~

  4. 멋진 인생입니다.
    축복합니다.

  5. 포탄과 수류탄 지워지지 않는 흔적이네요

    잊을수 없는 기억을 잊으려는게 바보같은 짓인거죠?

    맛난거 드시고 건강하세요

  6. 즐기는 법을 알고 있군요.
    한 한량 하시네요. >_<

  7. 오늘 여행기는 편안하고 느긋하니 등 따숩고 배부른 느낌에 웃게 되네요.잉여왕 두분 정말 귀엽군요ㅋㅋ

  8. 세계 여행을 하신다니 부럽습니다. 일에 치여 국내 여행도 하기 어려운데 세계를 다니신다니...
    우선은 님께서 찍은 사진보며 대리만족 하겠습니다.

  9. 넘 부럽네요 ㅎㅎ

  10. 사진들이 참 좋군요^^^꼭 한번은 가 볼 겁니다^^보스니아,헤르체코비나, 마케도니아....

  11. 10년전 배낭여행하던때가 생각이 나네요^^ 글보니 욕망이 다시 또 꿈틀거리는데 서른중반인 지금은ㅠㅠ.. 무조건 행복한 여행자 되세요!! 여행전엔 설레임으로 가득하다가 여행중엔 힘들고 지친일도 생기지만 여행 막바지엔 그끝을 아쉬워하다 여행이 끝난뒤엔 이유없이 그곳들을 그리워하게 되더라구요^^ 지금 순간을 즐기며 열심히 여행하세요~응원합니다^^

  12. 휴대폰 분실후 핸폰교체되서 블로그 주소 분실해서 그동안 못와받는데~역시 재미나고생생하네요~~밀린거 정주행 할게요^^
    이번글은 음식비쥬얼이 최고네요
    화이팅임니다

  13. 오랫만에 왔네.``
    컴을 바꿔서~~~~~~~~~~ㅎㅎ
    학업에 충실하겠지? 밀린 글 읽어봐야겠네.
    이곳도 구미가 당기는군~~~ㅎ

    • 안녕하세요.
      저도 학교 다닌다는 핑계로 연락을 못 드려 죄송합니다.
      동유럽 지역을 가신다면 아마 정말 마음에 드셔하실 것 같은데 한번 가보셔도 좋을 것 같아요.

  14. 와우 시청 레알 멋지네여~~
    서울시청은 들어가본적도 없는데 왠지 서울시청보다 멋진것 같은ㅋㅋㅋ

    케밥에 감튀는 완전 먹어보고 싶은 맛인데요?

    이태원에 파나?,,,,ㅋㅋㅋ
    저도 인생의 목표는 한량인데 ㅋㅋㅋ 부럽네엽ㅋㅋㅋ

    • 무료로 봐서 그런지 더 아름다워 보이더라구요.
      감자튀김 케밥은 양도 많고 맛도 좋습니다. ㅎㅎ
      제 목표도 한량인데 한국에서 한량으로 먹고 살기는 많이 힘들더라구요. ㅠㅠ

  15. 매번 잘보고 있습니다 잉여력^^을 즐기는것도 큰 자산인거 같습니다^^^

  16. 언제부터인가 금요일마다 올라오는 용민님의 글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댓글을 올려야 한다는 압박감이 생기는군요,,
    처음에는 느낀바가 많아서 자연스럽게 올렸던 댓글들이... 이제는 용민님의 반응을 생각하며 올리는 수준에 이르렀습니다.
    그래도 모든 댓글에 일일히 답을 해주는 것이 쉽지 않을텐데도 매번 다해주는 모습을 보며
    저도 모든글에 댓글을 다 달아보려 합니다... ㅎㅎ
    장기여행을 해본적이 없는 저로서는 여행지에서의 이런 잉여스러움은 낯설기만 합니다,
    하지만 저런 잉여스러움이 장기여행을 가능하게 하는 비결이라는것을 새롭게 배워갑니다,
    마케도니아...
    어디에 있는지 잘 생각도 안나는 나라...
    본김에 지도한번 찾아봐야 겠습니다..

    • 일상이 바빴다는 핑계로 이제야 답글을 남겨 죄송합니다.
      저야 댓글 읽는 재미로 여행기를 올리고 있으니 답글 다는 것도 즐겁습니다. ㅎㅎ
      아마 장기여행을 하다 보면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조용히 있고 싶은 때가 올텐데 자연스러운 현상이니 촉박해하지 마시고 즐기세요~

  17. 각자 혼자 여행중에 만난 친구라 더 반가웠겠어요.
    살아보니
    정말 잘 맞는 친구는 같은 공간에서 같은 시간을 나누면서도 특별할게 없는 시간을 잘 나누는 사람인거 같아요.
    뭔가 특별한 주제나 액티비티가 있다면 생전 처음 보는 사람과도 시간을 잘 보낼 수 있지만
    서로 특별한 대화없이 빈둥거릴 때 더 편한 친구가 정말 나랑 잘 맞는 친구인거 같아요.

    이번엔 음식 사진이 많은데!...라고 느끼며 글 읽고 있었는데
    아니나 다를까....용민님도 그렇게 생각하셨군요. ㅋㅋ

    • 말씀해 주신 친구에 대한 생각은 정말 맞는 말씀이십니다.
      특히 신경을 쓰지 않아도 알아주는 친구가 있다는 것은 정말 행복한 일인 것 같아요.
      잉여스럽게 먹고 자고 놀기만해서 그런지 음식 사진만 너무 많아진 것 같아요. ㅎㅎ

  18. 이번 여행기는 놀고 먹는 여행(?)이라는 말이 참 잘 어울리는 여행기네요ㅋㅋ
    저도 그런 여행을 하고 싶은데, 현실은 그렇지가 않네요^^;
    요 근래 여행기에서 라들러 맥주가 자주 나오는데, 맥주의 종류를 잘 모르지만
    라들러라고 했던 맥주에 늘 레몬 그림이 있는 것 보면 레몬 맛이 나는 맥주인가보네요~
    감자 튀김이 들어간 케밥도 참 맛있어보이고..
    이번 여행기 보고 군침 흘리다 갑니다~

    • 제대로 된 잉여생활을 보여드리고 싶었는데 잘 전달이 된 것 같아 뿌듯합니다. ㅎㅎ
      라들러 맥주는 과일향이 나는 맥주인데 가볍고 달콤해서 그런지 음료수처럼 느껴지더라구요.
      마트나 슈퍼에 가면 여러 종류의 라들러 맥주를 팔고 있으니 한번 도전해보세요~

  19. 두분 다 너무 귀여우시네요.

  20. 젊은이들의 여행기 심심할때마다 잘 읽고잇습니다.

  21. 수류탄 자국이 남아있는 호스텔 계단과 총탄자국에 물든
    사라예보의 장미 바닥도...
    뭔지 모르게 약간 으스스하네요.
    그 당시에 누군가가 다쳤음에 틀림없겠죠? ㅠㅠ
    용민군도 그렇고 제민군도 그렇고 참 대단해요.
    젊음이... 두 사람의 용기가... 기회가 참 부럽네요.
    다음 생에 꼭 양반으로 태어나 한량계의 '갑'이
    되어보길 빌어드릴께요. ㅎㅎㅎ

세계일주 배낭 여행기 - 131. 아픈 역사를 가진 보스니아. (보스니아 - 모스타르, 사라예보)


호스텔에서 아침을 제공해 준다길래 즐거운 마음으로 옥상으로 올라갔는데 조금 부실하게 나온다.

간단하게 허기를 달래며 인터넷을 하다 밖으로 나왔다.

가지고 있는 보스니아 마르카가 없어 숙박비를 유로로 내고 잔돈을 마르카로 받았다.

모스타르는 크로아티아의 두브로브니크와 가까워 그런지 유로도 많이 사용하고 있었지만 환율을 따져보면 여행자에게는 마르카를 쓰는 것이 더 이득이다.

모스타르의 기차역은 버스터미널 바로 옆에 있어 사라예보로 가는 기차표를 사러갔는데 마침 내가 찾아간 시간이 쉬는 시간이었다.

설마 나 하나 탈 자리가 없을까라는 편안한 마음으로 다음에 다시 오기로 했다.

보스니아 헤르체고비아의 종교는 크게 이슬람, 세르비아정교, 가톨릭으로 나뉜다고 한다.

그중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 것이 이슬람인데 모스크를 보니 확실히 동쪽으로 가고 있다는 것이 실감난다.

날이 더우니 물을 많이 마셔줘야한다.

사진을 보니 손이 많이 탔는데 까맣게 탄 손이 지금까지 지나온 여행의 흔적처럼 느껴져 기분이 좋다.

더울 때는 물을 많이 마시는 것도 중요하지만 에어컨 바람을 쐬는 것도 좋다.

자연이 좋다지만 더위 앞에서는 문명을 찾게된다.

점심으로 간단하게 맥주나 한잔 하려고 안주를 사러갔는데 고래밥이 보였다.

보스니아에서 고래밥을 먹을 생각을 하며 봉지를 뜯었는데 내가 상상하던 고래밥이 아니었다.

짭쪼롬한 고래밥이 아닌 비스킷 종류인데다 밍밍한 맛만 나길래 맥주만 마셨다.

호스텔의 벽에는 유명한 도시를 그려놓은 벽화가 있었는데 파리, 시드니, 뉴욕, 모스타르가 그려져 있었다.

4도시를 모두 가봤기에 벽화를 보니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모두들 자신이 가진 것의 일부를 나누며 살고 있지만 누군가는 자신의 모든 것을 주고 있다는 말이 눈에 들어온다.

아직 속세에 미련이 많아 내가 가진 모든 것을 나눠 줄 수 있는 경지에 오르지는 못했지만 내가 가진 것들을 나눠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해가 지기 시작하니 모스타르의 강물이 더 아름답게 보인다.

자꾸 덥다고 말하면 읽는 사람도 진이 빠질텐데 더운건 더운 것이니 어쩔 수 없다. 

물가가 싼 나라에 왔으니 이제 밥을 사먹을 차례다.

사람이 빵만으로 살 수 없듯이 파스타만 먹으며 여행할 수는 없다.

조명이 없어 사진에는 잘 보이지 않는데 검은 부분이 체바삐라는 음식이다.

웨이터에게 보스니아의 음식을 먹어보고 싶다고 했더니 보스니아에 왔으면 체바삐를 먹어봐야한다며 추천해줬다.

우리나라의 떡갈비 같은 음식이었는데 오랜만에 먹는 제대로 된 레스토랑 음식이라 그런지 맛있었다.

맛도 좋고 서비스도 좋길래 팁을 어느 정도 두고 나왔다. 

돌로된 길에 조명이 은은하게 반사되니 정말 아름답다.

말에게 미안하지만 이런 길을 말을 타고 달려보고 싶다.

보스니아도 내전으로 인한 슬픔이 있는 나라다.

1992년 3월, 유고슬라비아로부터 독립을 선언한 보스니아는 민족 분쟁이 일어나 1995년 11월까지 3년이 넘는 시간동안 20만 명의 사망자와 200만 명 이상의 난민을 발생시켰다고 한다.

외세의 침략도 아니고 서로간의 정치적, 종교적 이유로 이렇게 수 많은 사람들이 죽었어야만 했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다들 화내지 말고 달콤하고 맛있는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웃고 지내면 좋겠다.

이렇게 아름다운 다리를 만들 수도 있지만 한순간에 무너뜨릴 수도 있는 것이 인간이라는 것이 대단하면서 슬프다.

숙소로 돌아왔는데 도미토리를 쓰고 있던 세르비아 애들이 문을 잠그고 열쇠를 가지고 나가버렸다.

리셉션에 말을 하니 우선 좀 기다려보자고 해 한 시간이 넘도록 기다려봤지만 돌아올 생각을 하지 않아 결국 주인이 와 문을 부쉈다.

그렇게 보안이 중요하다면 싱글룸을 쓰지 다 같이 쓰는 도미토리 문을 왜 잠그고 나가는지 모르겠다.

찌질하고 재미있게 여행하는게 목표인데 드디어 나를 알아봐주는 사람이 나타났다.

1년이 넘도록 찌질하게 다니니 이렇게 알아봐주는 사람도 생기고 기분이 좋다.

보스니아의 수도인 사라예보로 가기 위해 아침 일찍 일어나 기차역으로 갔다.

물가가 저렴한 곳으로 왔다고 좋아했는데 기차의 질도 많이 떨어졌다.

찌질해서 그런지 비싸고 깨끗한 기차보다 저렴하고 더러운 기차가 더 좋다.

모스타르는 조용하고 작은 도시였는데 보스니아의 사라예보는 어떤 모습일지 기대된다.

아침을 안 먹었기에 배가 고파 뭔가 먹을 것을 찾다가 빵집처럼 생긴 곳으로 들어갔다.

배가 고프다고 맛있는 것을 달라고 하니 빵 같은 것을 주는데 맛있는 냄새가 난다.

이 음식은 뷰렉이라 부르는 것인데 길게 만든 만두를 돌돌 말아 놓은 것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안에는 고기가 들어있고 얇은 만두피 같은 것으로 싸여있는데 기름진 맛이 정말 일품이다.

숙소를 찾아 걸어가는데 정말 멋진 서점을 발견했다.

낡았지만 세련된 네온사인 간판이 정말 마음에 들어 사진으로 남기려고 여러장을 찍어봤지만 내가 눈으로 본 것보다 못하다.

중간에 길을 헤메 1시간 정도 계속해서 걷다보니 사라예보의 시내가 나왔다.

수도라 그런지 확실히 모스타르보다 활기찬 분위기에 사람들도 많다.

이래서 옛말에 말은 제주로 보내고 사람은 서울로 보내라는 말이 있나보다.

순수한 오렌지 주스가 2마르카(한화 1,500원)밖에 안 한다.

안정적이고 착하고 저렴한 보스니아의 물가가 정말 사랑스럽다.

숙소에 짐을 풀고 잠시 쉬고 있으니 비가 퍼붓기 시작한다.

침대에 드러누워 타고난 날씨운에 감탄하며 빗소리를 듣는다.

착하게 살면 하늘이 알아서 도와주는 것 같은데 지금까지의 삶을 반성하며 앞으로는 더 착하게 살아야겠다.

잠을 한 숨 자고 일어나니 비가 그쳤길래 밖으로 나왔다.

내리는 비는 언젠가는 그치게 되어있는데 그 언젠가가 언제인지는 아무도 모르니 문제다.

돈을 환전하러 갔는데 뭔가 쪽지가 붙어있다.

보스니아어는 모르지만 눈치껏 알아보자면 7월 27일 날은 4시에 문을 닫고 7월 28일 날은 영업을 안 한다는 것 같다.

언어를 몰라 여행떠나기를 주저하시는 분들에게 전 세계 어디를 가도 눈치와 손짓 발짓은 통하니 걱정하지 말고 떠나시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이슬람을 상징하는 초승달과 별이 그려진 깃발이 보인다.

하늘에 떠있는 별과 달은 아름다운데 종교적 이념이 들어가면 서로 죽이고 싸우게 되니 뭐라 할 말이 없다.

만약 신이 존재한다면 인간들의 전쟁을 보며 무슨 생각을 할까.

그리고 신이 전지전능하다면 어찌해서 이런 모습을 지켜만 보고 계시는 것일까.

사람들이 환전소에 줄을 서있는 것을 보니 아무래도 아까 내가 추리한 내용이 맞는 것 같다.

모스타르에 있으면서 보스니아의 물가에 적응했으니 적당한 금액을 에상해 환전한다.

번화가를 조금만 벗어나면 조용한 골목길이 나온다.

사나이는 큰 길로만 다니는 것이라 배웠는데 골목길이 좋은 것을 보니 난 대장군은 못 될 운명인가 보다.

대장군이나 졸병이나 배가 고프면 밥을 먹어야 하는 것은 똑같으니 호스텔에서 추천해준 식당으로 간다.

사라예보에서 가장 유명한 체바삐 집이라는데 정말 맛있었다.

내가 좋아하는 치즈와 양파를 곁들여 먹으니 느끼함도 느껴지지 않았다.

잔에 들어 있는 것은 요거트인데 첨가물이 안 들어서 그런지 순수하게 시큼한 맛이길래 설탕을 타 마셨다. 

이 다리는 라틴 다리인데 이 다리에서 오스트리아 황태자 부부가 세르비아 청년에게 암살을 당했고 오스트리아가 세르비아에 선전포고를 하며 세계 1차대전이 시작됐다.

좋은 일만 기념하며 살면 좋겠지만 역사는 역사이니 어쩔 수 없다.

그런데 바다 건너의 일본이라는 나라는 역사를 역사로 보고 있지 않으니 뭐라 할 말이 없다.

연인간의 사랑을 떠나서 지구에서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 사이의 사랑을 맹세하는 자물쇠가 있으면 좋겠다.

서로 싸우지 말고, 죽이지 말고, 미워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사라예보의 거리를 걷다 보니 전쟁의 상처를 보여주는 흔적이 건물 곳곳에 남아있었다.

총탄 자국을 보니 예전 한국 여행을 하다 전남 도청에 갔을 때가 떠오른다.

곳곳에 남아 있던 총탄 자국들을 보며 죄송하고 감사한 마음이 들었었다.

그 분들이 계셨기에 내가 지금 이렇게 자유롭게 여행을 하고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누군가에게 직접적으로 영향을 끼치지는 못하더라도 미래의 후손들에게 조금이라도 나은 대한민국을 물려주고 싶다.

사라예보에는 전쟁에서 죽은 군인들을 위해 불을 피워 놓은 영원의 불꽃이 있다.

할 수 있는 일은 명복을 빌며 기도를 올리는 것밖에 없지만 부디 다음 생에는 평화로운 세상에서 태어나기를 바랄 뿐이다.

너무 기분이 가라앉은 것 같아 아이스크림을 하나 먹는다.

한 스쿱에 1~2마르카 밖에 하지 않으니 자꾸 먹게 된다.

이 건물은 국립대학도서관인데 과거에는 시청으로 썼다고 한다.

외벽이 신기해 가까이 가서 구경했는데 안에는 딱히 들어가고 싶지 않아 밖에서만 구경했다.

외곽부분에 있는 언덕길을 따라 올라간다.

올라가다보니 공동묘지가 보이는데 비석이 줄지어 서 있는 모습을 보니 살짝 오싹하다.

언덕을 올라 아래를 바라보니 공동묘지가 더 잘 보인다.

언젠가 사람이 동물과 다른 점은 죽음을 기리는 점에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었다.

속세에 미련이 많아서 그런지 내가 살아있었다는 흔적을 많이 남기고 싶은데 욕심인지 본능인지 모르겠다.

언덕에 올라온 이유는 바로 이 대포때문이다.

보스니아는 이슬람 국가기에 금식기간인 라마단이 있다.

마침 내가 보스니아를 여행하던 때가 라마단 기간이었는데 라마단 기간 동안 이슬람 신자들은 해가 뜰 때부터 아무것도 먹지 않다가 해가 지면 그 때서야 음식을 먹는다.

해가 지는 것을 알리기 위해 언덕에서 대포를 쏘는데 대포 소리가 울리면 사람들이 준비해 온 음식을 서로 나눠먹는다는 이야기를 들어 그 모습을 보기 위해 언덕에 올라왔다.

어찌보면 성스러운 의식이라고 할 수도 있는데 아이들이 대포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싶어하자 흔쾌히 사진을 찍어주기 시작한다.

전 세계 어디를 가든 어린이는 그 나라의 미래인 것 같다.

대포를 쏘고 사람들의 모습을 잠시 지켜보다 호스텔로 돌아가기로 하고 내려가는데 좁은 도로에서 서로 안 비키려고 해 길이 막혀 있는 모습을 발견했다.

조금만 양보하고 신경쓰면 될텐데 그게 그렇게 힘든가 보다. 

밑으로 내려오니 크로아티아에서 보이던 Konzum 슈퍼마켓이 보인다.

목이 말라 맥주나 한잔 마시려고 했는데 이슬람 신자가 운영하는 슈퍼인지 술이 보이지 않는다.

로마에 가면 로마의 법을 따르라했으니 아쉽지만 스프라이트를 하나 사서 나온다.


제 여행기가 재미있으셨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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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징검다리 휴일..잘 보내고 계신가요?
    오늘도 좋은 글 잘 보고 갑니당^^ㅎㅎ

  2. 보스니아... 내전이라는 단어가 먼저 떠오르는 나라입니다만 아름답네요.
    비싼 패키지 여행만 하는 뉴요커는 신경쓰지 마세요.
    사람들 마다 나름대로의 삶의 방식이 있고 여행하는 방식이 있는 것일 뿐이죠.
    나와 다르다고 비난하는 것은 자기와 다른 모든 사람들로부터 비난 받을 수 있다는 걸 모르는 거죠.
    하여간 글자만으로는 소통이 잘 안되는 온라인의 안 좋은 속성 중의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 여행기를 처음 쓸 때에는 악플에 신경을 많이 썼었는데 요즘은 그냥 웃고 넘기게 되더라구요.
      아마 조금은 내공이 쌓인 것 같아요. ㅎㅎㅎ

  3. 슬픈역서는 어디나 있는거 같아요~ 어느나라든 어느 도시든 무언가를 얻기위해 누군가를 뭉게는게 사람의 본성인가 싶기도 하고...
    광주는 엄청 슬픈역사가 있죠~ 심지어 어떤 할아버지들이 광주에와서 매직으로 글을써놓고가기도 한답니다 빨갱이라고...
    엄청나게 소름끼치더라구요~


    아................무조건 해가지고나면 맥주가 있어야 맛인데 ㅋㅋ 아쉬웠었겠네요~

    • 여행을 다녀보니 세상에 나쁜 사람도 많지만 착한사람이 더 많더라구요.
      그래서 세상이 돌아가는 것 같기도 하구요.
      참 씁쓸하면서도 아름다운 세상인 것 같아요.

  4. 모스타르..여전히 좋아보이는 군요. 겉으로는요 ㅎㅎ

  5. 언덕길과 골목길의 바닥돌들이 이쁘고 잘어울리네요

    슬픈역사때문인지 길들도 다 사연있는 듯하네요

    불빛에 비친 바닥길이 우리의 옛 골목을 회상하게 하네요

    • 생각해보면 우리나라의 슬픈 역사들도 생각보다 오래 지나지 않은 일인데 까마득히 먼 과거의 일로만 느껴지는 것 같아요.
      과거를 잊으면 안 될텐데 자꾸 잊혀지고 있는 것 같아 씁쓸하네요.

  6. 군인을 위한 불이 계속 타오르고 있군요!

    • 우리나라의 현충원이나 광화문에도 이런 불꽃이 있어 우리나라를 위해 희생하고 노력하신 분들을 기릴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7. 크로아티아나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 두 나라의 돌 바닥이 그냥 시멘트나 아스팔트 바닥보다 왠지 더 좋아보이는 이유는 뭘까요?
    왠지 발이 덜 피곤할 것 같기도하고 보기에도 더 좋아보여서일까요?
    여하튼 보스니아라는 나라는 뉴스에서 사라예보 사건 정도로만 들어봐서 잘 모르는 곳이었는데 블로그를 보면서 조금씩 배웁니다.
    여행을 하면서 물가가 저렴하다는 것은 선택의 폭이 넓어져서 참 좋더라고요.
    앞의 유럽 여행기보다 계속 될 여행기에서는 맛있는 음식을 많이 먹었을 것 같아 왠지 다행이라는 기분이드네요~

    • 알게 모르게 자연을 그리워하고 있어서 시멘트보다는 돌 바닥에 더 끌리는 것이 아닐까요??
      물가가 싼 나라로 갈수록 먹는 음식의 양이 늘어나고 제 행복도도 늘어납니다~ ㅎㅎ

  8. 이제 용민님은 여행을 즐기는 경지에 이르렀음이 여실히 보입니다
    저같으면 모르는 언어, 글자에 두려움이 먼저 들었을텐데, 용민님은 이미 그 문맥까지 눈치로 파악하는군요...
    역시 여러번 겪는 경험이 두려움이 아닌 즐기는 마음을 만들어내나 봅니다
    보스니아, 사라예보... tv에서나 들어봤을 곳을 볼수 있다니 어색하진 않지만, 여행지로는 낯선곳이라 기분이 이상합니다. ㅎㅎ
    점점 사람사는 느낌이 더 나는것 같은게, 남미를 보는 느낌이 다시 드는군요

    • 틀린다고 해서 누가 뭐라하는 것도 아니니 괜히 눈치로 맞춰보게 되더라구요.
      저도 보스니아에 대한 정보는 거의 없는 상태로 사라예보에 갔는데 의외로 아늑하고 마음에 쏙 들었어요.
      역시 전 저렴한 나라 체질인가 봅니다. ㅎㅎ

  9. 1차대전의 도화선이 된 라틴다리가 실제로 보면
    그리 크지도, 화려하지도 않더라고 다녀온 언니가
    제게 사진을 보여줬었는데
    다시 봐도 역시 그러하네요.
    전공이 역사인지라 서양근대사 시간에 배운 기억이 나서
    유독 유심히 본 사진이었는데
    역사는 찰나의 순간이란 생각이 들어요.
    오늘도 좋은 사진들, 재치넘치는 글들 잘 봤어요.

  10. 글 잘읽었어요. 멋지십니다. ^__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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