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주 배낭 여행기 - 164. 초겨울의 키르기스스탄. (키르기스스탄 - 카라콜, 촐폰아타)

안녕하세요.


다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즐거운 설 명절 보내세요.




음식은 아무거나 먹어도 다 맛있지만 예쁜 접시에 담긴 음식을 먹으면 더 맛있는 것 같다.

밖으로 나오니 어제 내렸던 눈이 금세 다 녹아 사라져있었다.

남아 있었으면 제설 작업이라도 좀 도와주려 했는데 아쉬웠다.

오늘은 카라콜에서 근교에 있는 제티오구스라는 곳에 가기로 했는데 버스를 어디서 타는지 몰라 주인 아저씨에게 물어보니 땅에 그림을 그리며 위치를 설명해주셨다.

버스기사 아저씨가 마을 입구에서 내리라고 해 내리고 나니 도대체 어디쯤인지 감이 잡히지 않는다.

주변에 있는 슈퍼에 들어가 여기가 제티오구스가 맞냐고 하니 맞다며 서로 자신의 택시를 타라고 말을하길래 어차피 시간도 많으니 걸어간다고 말을 하고 방향만 알려달라고 했다.

30분 정도 걸어가고 있는데 한 집에서 아저씨가 나오시더니 차나 한 잔 마시고 가라고 해 차를 마시며 잠시 이야기를 하다 나와 다시 걸었다.

걸으면 걸을수록 왠지 거리가 꽤 멀 것 같다는 불안한 생각이 들었다.

택시가 보이면 타야하나 고민하고 있는데 차 한 대가 내 앞을 지나갔다가 멈춘다.

혹시나 해서 다가가보니 제티오구스까지 가냐며 어차피 가는 길이니 태워준다고 하신다.

아내 분께서 영어를 할 줄 알아 제티오구스에 관한 전설을 들을 수 있었다.

제티오구스는 일곱 마리의 황소들이라는 뜻인데 큰 봉우리만 세면 7개가 맞는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다.

가장 오른쪽에 있는 봉우리는 부서진 심장(Broken heart)이라고도 불리는데 한 여자를 사랑하던 두 남자가 싸우다 둘 다 죽어버리고 여자만 남게됐는데 그 소식을 들은 여자의 심장이 부서져 돌이 됐다는 전설이 있다고 한다.

제티오구스 근처에는 트래킹하기 좋은 꽃의 계곡이라 불리는 곳이 있다고 하길래 걸어가보기로 했다.

눈이 와서 미끄럽긴 하지만 사람이 아무도 없으니 내가 숲을 산 것 같은 기분이 들어 즐거웠다.

눈 덮힌 침엽수들을 보니 크리스마스가 떠오르고 왠지 산타가 살 것 같았다.

난 아직도 산타할아버지를 믿고 울지도 않는데 왜 산타할아버지는 선물을 주지 않는 것인지 궁금하다.

자동차가 지나간 흔적이 운치를 깨는 것 같지만 덕분에 눈을 밟지 않고 걸어갈 수 있었다.

그래도 하얀 눈으로 뒤덮여 있었다면 더 아름다웠을 것 같아 조금 아쉬웠다.

계속 걸어가다보니 냇가가 길을 막고 있었다.

많이 춥지는 않아도 신발이 젖으면 계속 걷기 힘들 것 같아 돌들을 징검다리 삼아 조심조심 건넜다.

남자라면 마초 땅콩을 먹어줘야한다.

이렇게 오래 걸을 줄 몰랐기에 준비를 제대로 하지 않은 채 물 한 병과 땅콩 한 봉지만 가져왔는데 체력이 떨어지면 큰 일이다.

조금만 더 들어가보기로 하고 걷다보니 아름다운 계곡이 보인다.

지금은 눈으로 덮혀 있지만 봄에는 아마 여기가 꽃으로 덮히는 것 같다.

앞 부분은 눈도 녹았길래 이제 그만 돌아가기로 했다.

분명 올라올 때 본 길인데 돌아갈 때 보면 새로운 모습이다.

자동차가 내 놓은 길을 따라 올라올 땐 편했는데 내려가려 하니 눈이 뭉쳐 미끄러워 2번 정도 넘어졌다.

넘어지는 건 괜찮지만 카메라가 망가질까봐 조심조심 내려왔다.

왠지 약수터처럼 생겼는데 철분이 많이 든 것처럼 보여 눈으로만 구경했다.

해가 기울며 그늘이 지기 시작하니 추워지는 것을 보니 내려오길 잘한 것 같다.

올라갈 때도 본 풍경인데 구름이 걷히기 시작하니 더 아름다운 것 같다.

마을로 가는 택시를 기다리는데 자기도 시내로 나가는 길이라며 차에 타라고 하신다.

차에 타고 보니 앞 자리에 정말 귀여운 아이가 타고 있어 놀다보니 아까 버스에서 내린 곳에 도착했다.

고맙다며 얼마냐고 물어보니 계속 괜찮다고 하셔서 그럼 아이한테 과자를 사주시라며 돈을 드리고 내렸다.

이런 토끼같은 딸래미가 있으면 집에 갈 생각에 하루 종일 행복할 것 같다.

카라콜에 도착하자마자 아침에 봐두었던 식당에 들어가 밥을 먹었다.

배가 고프다고 너무 빨리 먹은 것 같아 민망해 차를 한 주전자 시켜 천천히 즐기다 나왔다.

어린이집인 것 같은데 악어인지 공룡인지 잘 모르겠다.

한적함이 좋긴 하지만 거리에 가로등이 하나도 없어 해가 지고 나면 아무 것도 보이지 않기에 손전등을 가지고 다녀야 한다.

그래서 보통 이른 저녁을 먹고 해가지기 전에 맥주를 사서 돌아온다.

혼자 하는 여행에 특화된 체질인지 밤에 음악을 틀어놓고 혼자 마시는 맥주가 정말 맛있다.

오늘도 달걀이다.

2년 간 달걀을 먹었더니 도대체 달걀로 무슨 이야기를 해야 재밌을지 모르겠다.

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갈 때의 하늘은 어디를 가도 예쁘다.

올때는 이식쿨 호수의 남부를 지나쳐왔으니 이제 북부를 가볼 차례다.

이식쿨 호수 근처의 교통수단은 비쉬케크와 카라콜을 왕복하는 미니버스가 있고 중간에 대부분의 마을을 경유하는 방식으로 이뤄져있다.

중간에 휴식을 위해 사람들이 내리길래 나도 내려서 사진을 찍었다.

원래는 이식쿨 호수 근처의 작은 마을에서 게르 체험도 해보고 싶어 CBT에 물어보니 이제 겨울이 시작하고 있어 게르 체험은 끝이 났다고 해 이식쿨 북부에 있는 촐폰아타라는 도시에 가기로 했다.

게르에 못 가는 대신 괜찮은 방을 구했다.

촐폰아타는 키르기스스탄 최고의 휴양지이지만 겨울이 시작하는 지금은 빈 방이 많아 500솜(한화 10,000원)에 방을 구할 수 있었다.

짐을 풀고 식당에 갔는데 때마침 정전이 된다.

종업원이 미안하다며 웃으면서 초를 가져오는데 분위기 있고 좋다며 괜찮다고 웃어줬다.

모락모락 김이 나는 음식과 양초 덕분에 마음까지 따뜻해지는 기분이었다.

슈퍼에 가니 아이스크림을 팔고 있길래 후식으로 하나 사왔다.

날이 추울 때 먹는 아이스크림은 정말 맛있다.

샤워를 하고 나오니 창 밖으로 타는듯한 노을이 펼쳐져 있길래 속옷차림으로 창 밖의 노을을 감상했다.

방에 냉장고가 있으니 맥주로 냉장고를 채워줘야한다.

만약 내 집을 가지게 된다면 냉장고에 다양한 종류의 맥주를 채워놓고 날마다 새로운 맥주를 마시고 싶다.


아침은 거르면 안 되니 식당에 들어가 오랜만에 쁠롭(볶음밥)을 시켰다.

진득하게 기름진 쁠롭은 한국에서 먹는 볶음밥과는 전혀 다른 맛이 난다.

이식쿨 호수 방향으로 걸어가는데 길이 보이지 않는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대문처럼 생긴 곳을 보니 집이 아니라 호수로 가는 길이길래 문을 통과해 걸어가는데 꼭 남의 집에 들어가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조금 더 걸어가자 호수가 보이기 시작했다.

그런데 저번에 봤듯이 이식쿨 호수는 반대편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넓은데 여기는 반대편이 너무 가까웠다.

주변을 돌아보려고 걸어가는데 폐쇄된 다리가 보인다.

아마 다리 입구가 열려있어도 건너기 싫을 정도로 낡은 다리이기에 빙 돌아서 가기로 했다.

돌아가다 보니 말들이 보였다.

말들을 보면 잡아서 타보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을 보니 내 몸에도 고구려 기마민족의 피가 흐르고 있는 것 같다.

걷다보니 이제야 제대로 된 이식쿨 호수가 나왔다.

저번 주에는 내가 저 반대편의 어딘가에 있었을텐데 오늘은 이 곳에 서 있다.

이 사진만 얼핏 보면 파도가 치는 모래사장처럼 보이는데 이렇게 넓은 호수라니 정말 신기하다.

혹시나 못 믿는 사람이 있을까봐 말들이 친히 물을 마셔 민물인 것을 인증해준다.

키르기스스탄을 두고 중앙아시아의 스위스라고 부르기도 한다는데 설산과 호수, 푸른 하늘은 정말 스위스와 비교할만큼 아름답다.

호수 근처에 사유지가 많은지 닫힌 대문이 자주 보인다.

열린 문을 따라 나와 무작정 길을 걷는다.

어차피 대로를 따라 걷다보면 큰 길이 나올거라는 생각으로 걷다보니 숙소에 도착했다.

잠시 쉬며 메모장에 여행기를 쓴다.

다시 양말을 신고 등산화를 신기 귀찮아 그냥 슬리퍼를 신고 밖으로 나왔는데 발이 너무 시렵다.

멀리 가려던 계획을 취소하고 가까운 식당에 들어가 만티를 시켰다.

중앙아시아를 여행하며 식당에 들어가 대부분 만티, 라그만, 쁠롭, 샤슬릭을 시키는 것 같은데 이 네가지가 가장 대중적이면서 맛있었다.

오늘도 맥주를 한잔 마셔줘야하는데 건강을 생각해 과일도 샀다.

포도만 사려다 옆에 홍시가 보이길래 신기해서 샀는데 한국의 홍시처럼 달았다.

홍시는 동남아시아 여행 이후로 처음 보는 것 같은데 역시 아시아 사람들이 과일을 즐길 줄 아는 것 같다.




제 여행기가 재미있으셨다면


하트 클릭 한번과 댓글 하나만 남겨주세요.



  1. 맥주를 빼곤 용민님을 논할수 없겠네요.역시 알콜러버 답네요.오늘도 멋진 풍경 고마웠어요~용민님도 설 잘 보내시고 올 한 해도 늘 건강하고 행복하세요~

  2. 같이 여행하는 기분이 들어 일주일이 즐겁네요.이제 여행 막바지에 이른거 같아 걱정도 슬슬되고..ㅎ 학교 생활 바쁘신 틈에 이렇게 꾸준히 올려주셔서 감사해요~^^

  3. 샤슬릭 먹고 싶네요.
    호주 가서 양고기나 실컷 먹고 와야 되겠습니다. ㅎㅎ

  4. 저도 주로 혼자 여행을 다니는 편이라,, 여행 중간중간 숙소에서 혼자 쉬며 마시는 맥주의 매력을 벗어날 수가 없더라구요
    저는 늘 마시던 맥주만 먹는 편이었는데,, 이제는 종류를 한 번씩 바꿔볼까,,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멋진 곳들을 많이 다니시는 것 같아서 부러운 마음으로 구경하고 갑니다^^ㅎ

  5. 용민군 설 잘 보내세요.
    올해 크리스마스까지 울지말고 산타할부지를 믿어보세요.
    예쁜 여자친구를 선물로 보내주실지 누가 아나요? ㅎㅎㅎ
    제티오구스의 큰 봉우리들은 정말 신비스럽네요.
    이름도 참 멋지게 지었구나 싶어요.
    설산도, 눈길도, 호수도...
    용민군 덕분에 정말 정말 중앙아시아 구경 제대로 합니다.
    감사합니다~~

  6. 우연히여행기를보았습니다.
    좋은사진과간단한글귀만으로도 그곳의 느낌을 공짜로 산 느낌입니다^^
    감사합니다~*

  7. 좋은 사진들과 재미난 글 잘 읽었슴니다.
    덕분에 여행 잘 했슴니다..ㅎㅎ

  8. 부럽..가 보고 싶다 ^^

  9. 가보고 싶네요 ㅎㅎㅎ
    잘봤습니다~

  10. 멋진풍경 가슴에 잘담아갑니다ㅠㅠㅠ

  11. 와우 멋지네요

  12. 자기 전에 좋은 글과 사진들 보러 왔어요~
    역시나 힐링되는 예쁜 풍경들이네요~
    늘 좋은 글 남겨주심에 감사한 마음이에요~
    여러사람에게 힐링 시켜주시니 님은 복 받으실거에요^_^

  13. 좋운글 잘 보았습니다 마치내가 그곳에 있는것 같은 섬세한 사진 여행기가 재미있네요

  14. 오늘도 멋진 구경을 했습니다. 아무도 없는 한적한 곳을 홀로 멀리 산책하면 무섭지 않나요? 사나운 동물들이 나타날 수도 있고 특히 개들은 많이 나타 날텐데 ㅡ..ㅡ

  15. 부러우면 지는건데... 음...
    안전여행 하시며. 사진 가득 부탁드리겠습니다. 항상 즐거운 여행이시길 바랍니다 ^^

  16. 글 항상 잘보고있습니다!죄송하지만 질문하나 드리겠습니다.제가 현재 현역 군인으로 복무중인데 조만간 제대라 중앙아시아쪽으로 여행을 가고싶습니다.지금 생각하고있는것은 알마티 도착->알마티 천산산맥 등산->하산 후 키르기스스탄->타지키스탄(파미르고원)->키르기스스탄(이식쿨 호수/탈라스 고원)->알마티 로 가는게 목표인데 혹시 이 외에 추천할만한 여행지가 있으신가요?기간은 3주잡고 있습니다.

    • 안녕하세요.
      키르기스스탄의 경우 남부 지역에 아름다운 곳이 많아 그 쪽을 추가하셔도 될 것 같습니다. 더 자세한 내용이나 궁금하신 부분은 yongdduck@gmail.com으로 연락주시면 알려드리겠습니다.
      나라 지키시느라 힘드실텐데 군인분들 덕분에 편하게 지내고 있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세계일주 배낭 여행기 - 160. 비쉬케크에서 만난 아름다운 설산. (키르기스스탄 - 비쉬케크)

안녕하세요. 


오늘은 즐거운 성탄절입니다.


오늘도 즐겁고 행복한 하루되시길 바랄게요.



오늘 아침은 감자스프다.

물론 맛은 있지만 배가 부르진 않는다.

여행을 하면서 위장이 너무 커진 것 같다.

오랜만에 산을 타서 그런지 어제 조금 많이 걸었다고 발에 물집이 잡혔다.

지금은 조금 쓰라린 물집이지만 곧 굳은살이 되어 더 강한 발을 만들어 줄테니 괜찮다.

밥 사진 다음에 바로 발 사진을 올려서 죄송합니다.

어제 사리첼크 호수를 봤으니 오늘은 또 이동할 차례다.

랄프와 하이디는 3주 정도의 휴가를 즐기는 것이기에 이동을 빠르게 하고 있는데 함께 하는 것이 좋아 나도 함께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그렇다보니 계획했던 것보다 이동이 10일 정도 당겨진 것 같은데 앞으로 한적한 곳이 나오면 푹 쉬어야겠다.

아킷 마을에는 여행객이 얼마 없어 마을 밖으로 나가는 차를 빌리는 것도 힘이 든다.

물론 돈을 주면 차는 오지만 사람 수를 꽉 채워서 나가야 돈을 절약할 수 있다.

어제 사리첼크 호수를 보고 돌아오는 길에 다른 여행자들을 만났는데 랄프에게 자신들이 4인승 차를 빌리면 2자리가 비니 나를 버리고 자신들과 함께 가자고 했던 커플이 있었다.

랄프는 나와 함께 타지키스탄에서부터 왔으니 괜찮다고 거절했다며 나에게 그 이야기를 해줬는데 어쩌다보니 우리가 큰 차를 빌리게 되어 이 커플들과 함께 이동하게 되었다.

사람을 미워하면 안 되는데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차를 타고 가는데 도로 옆에 옛 소련시절 건물처럼 보이는 건물이 있었다. 

이번에도 차를 통째로 빌린 것이기에 우리가 원하는 곳에서는 언제든지 차를 세울 수 있다.

중앙아시아 여행을 하며 차는 원 없이 빌리는 것 같은데 대중교통이 열악한 곳이니 어쩔 수 없지만 같이 빌리기에 돈도 크게 부담되지 않고 편하기도 하다.

점심을 먹기 위해 식당에 들어갔는데 뭘 파는 곳인지 물어보니 만티가 유명하다길래 큰 그릇으로 달라고 했다.

만티는 몇번 먹어봤기에 예상은 했지만 이번엔 생김새부터 완전 우리나라의 만둣국과 똑같았다.

맛을 보니 국물도 만둣국 맛이라 정말 맛있게 먹으며 한국에서는 만둣국이라고 부른다며 식당에서 한국어 수업을 열었다.

키르기스스탄은 중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어 중국에서 공산품의 수입을 많이 하고 있다고 한다.

중국이 아시아에 대한 영향력을 키우기 위해 중앙아시아 지역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고 하던데 여행을 하다보니 그 말을 실감할 수 있었다. 

파미르 고원은 지나왔지만 아직도 아름다운 도로는 많이 남아있다.

기본적인 고도가 3000m가 넘다 보니 눈도 잘 녹지 않고 겨울이 오면 이렇게 아름다운 풍경이 펼쳐진다고 한다.

그저 중앙아시아가 오고 싶었기에 여행 경로에 넣었는데 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가는 시점에 여행하게 된 것이 정말 행운인 것 같다.

웅장한 산도 보고 아름다운 설산도 볼 수 있어 정말 행복하다.

차는 계속 달려 키르기스스탄의 수도인 비슈케크에 도착했다.

우리가 가려고 했던 숙소의 주소를 찾아갔는데 그 곳에 숙소는 없고 전화도 연결이 안 됐다.

1시간이 넘도록 돌아다니다 포기하고 아무 숙소나 들어가려고 하는데 수도라 그런지 하루 숙박에 기본 30달러 이상을 부른다.

어떻게 할지 고민하다 호텔에서 받은 지도를 보니 호스텔이 표시되어 있길래 택시를 타고 이동했는데 시설도 깨끗하고 도미토리가 10달러 정도라 여기서 묵기로 했다.

시간도 늦고 숙소를 찾는데 너무 힘이 들었기에 오늘 저녁은 그냥 간단히 도시락에 맥주로 결정했다.

이 호스텔도 아침이 제공되는데 꽤 정갈하게 나와 기분이 좋았다.

오랜만에 와이파이를 만났으니 여행기도 업데이트 하고 인터넷 세상도 즐긴다.

그동안 쌓인 피로를 풀기 위해 오늘은 아무 것도 안하고 숙소에서 쉬기로 했다.

침대에 누워 잉여로움을 만끽하고 있는데 랄프가 좋은 양조장을 알아냈다며 같이 가자고 한다.

술을 거절하는 것은 예의가 아니라고 배웠으니 당연히 따라갔다.

아파트 단지 근처에 있는 술집이었는데 솔직히 한국에 있는 웬만한 술집보다 좋아보였다. 

식사와 함께 주문했는데 맥주를 2잔씩 마셔가니 주문한 요리가 나왔다.

요리는 기대보다 못한 맛이었지만 맥주는 정말 맛있었다.

랄프도 컵라면의 맛에 빠졌는지 그냥 자기 아쉬우니 도시락을 하나 먹자고 한다.

슈퍼에 가니 도시락이 없다길래 아무거나 달라고 했는데 확실히 도시락보다는 조금 아쉬운 맛이었다.

중앙아시아에서 컵라면을 지칭하는 대명사가 도시락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실제로 그냥 도시락이라고 말하면 컵라면을 준다.

오늘 아침은 내가 좋아하는 달걀이다.

호주에서 5개월동안 아침으로 달걀을 먹었으면 물릴만도 하지만 난 아직까지 달걀이 좋다.

어제 맥주를 마시며 랄프가 또 나를 꼬셨다.

비슈케크 근처에 좋은 산이 있는데 같이 가자고 꼬시길래 난 이제 휴식을 취하고 싶다고 말했더니 이 산은 정말 아름답다며 갔다와서 휴식을 취해도 되지 않겠냐고 말하길래 이번에도 맥주를 원샷하고 콜을 외쳤다.

택시 기사 아저씨와 말은 통하지 않지만 서로가 필요한 것을 눈치로 알 수 있기에 오후에 우리를 데리러 다시 오기로 하고 택시를 왕복으로 잡았다.

이번에 우리가 온 곳은 비슈케크에서 30km 정도 떨어진 알라 아르차라는 곳이다.

입구에 내리니 작은 산장 겸 휴게소가 있었는데 우리는 산을 보러 왔으니 우선 산을 향해 걸어간다.

알라 아르차에는 1박 2일 코스를 비롯해 여러가지 코스가 있는데 우린 당일치기 코스를 골랐다.

개략적인 지도밖에 없기에 대충 방향만 잡고 길을 걷는다.

방향을 제대로 잡았는지 지도에 표시된 작은 강이 나왔는데 지도에 나와있는 다리는 보이지 않는다.

물살이 꽤 빨라 그냥 건너는 것은 위험해 보여 다리를 찾아 계속 내려가보기로 했다.

말 그대로 작은 다리가 나왔는데 발판이 보이지 않는다.

원래 발판이 없는 다리인지 낡아서 떨어진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산을 오르려면 건너가야한다.

 철제 난간을 잘 붙잡고 지그재그로 건너가면 되는데 다리가 무너지지 않기를 바라며 건너갔다.

다리를 건너니 제대로 된 산이 보인다.

아름다운 산님을 만나기 위해 여기까지 왔으니 잘 부탁드린다며 인사를 하고 산을 오르기 시작한다.

응달이 지는 곳에는 눈이 녹지 않은 모습이 확연하게 보인다.

눈 덮힌 모습이 아름답지만 아이젠이 없으니 조심조심 걸어가야한다.

계속 응달진 곳을 걸으니 태양님이 그립다.

여름엔 태양님이 싫었지만 추우니 그리워지는 것을 보니 남자의 마음은 갈대인가 보다.

산에서는 배가 고프기 전에 먹고 힘이 들기 전에 쉬어줘야 한다는 말이 있다.

난 쉬운 남자이니 시키는대로 배가 고파지기 전에 간단하게 에너지를 보충해준다.

아무리 겨울이라지만 햇살은 우리를 비춰준다.

사람들을 구조하다 돌아가신 산악 구조대원들을 기리고 있었는데 누군가를 위해 자신의 목숨을 걸 수 있다는 것이 정말 대단하고 고맙게 느껴져 기도를 올리고 나왔다.

우리나라의 소방관분들의 처우 개선이 시급하다는 이야기가 항상 나오지만 실질적인 제도나 혜택이 개선되지 않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전 세계 어디에 있는 산을 올라가든 사람들을 위해 남겨놓은 표식을 볼 수 있다.

이런 표식을 남긴 사람들처럼 자신만을 생각하는 것이 아닌 서로를 돕고 생각하는 삶을 살고 싶다.

산을 오르다보면 이렇게 바닥이 헤집어진 곳이 보이는데 이건 멧돼지의 흔적이라고 한다.

혹시나 멧돼지를 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주위를 둘러봤지만 야행성이라 그런지 멧돼지의 털끝 하나 보이지 않았다.

눈 덮힌 산을 오르다보니 정말 겨울이 온 것 같았다.

이제 이 겨울이 지나기 전에 집으로 돌아갈 것이라 생각하니 아쉽기도 하고 설레기도 한다.

하지만 집에 돌아가는 것은 모든 것을 즐기고 느낀 뒤의 일이니 지금은 현재만 생각하면 된다.

산 속으로 깊이 들어갈수록 더 아름다운 설경이 펼쳐진다.

히말라야에서 처음 느낀 겨울 산행의 아름다움 덕분에 산을 좋아하게 됐는데 한국에 돌아가면 꼭 겨울 한라산에 올라가봐야겠다. 

이번에도 뒤를 돌아보면 꽤 멀리 들어왔다.

매번 하는 말이지만 이 기분이 좋아 힘들지만 계속해서 산을 찾게 된다.

거대한 자연이지만 사람은 거기에 굴복하지 않고 그 자연과 함께 살아나가는 법을 알고 있다.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자연을 컨트롤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자연은 극복할 대상이 아니라 함께 가야할 대상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 보면 자연과 함께 살아온 선조들의 지혜가 정말 대단한 것 같다.

계속 걷다보니 끝이 나왔다.

물론 더 올라가려면 더 올라갈 수도 있겠지만 장비도 없고 돌아갈 시간까지 생각한다면 여기서 멈추는 것이 맞다.

이렇게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줬으니 더 이상 욕심부리지 않고 내려가는 것이 맞다.

아쉬우면 다음에 더 철저히 준비해서 다시 오르면 된다.

가진 것에 만족할 줄 알되 더 멋진 미래를 기약하고 준비할 줄 아는 사람이 되고 싶다.

산에 오르면 많은 생각을 할 수 있어 좋은 것 같다.

요거트를 먹고 눈으로 입가심을 한다.

팥만 있다면 팥빙수를 만들어 먹어도 참 좋을 것 같다.

내려 가는 길이라 신이 났는지 하이디가 눈싸움을 건다.

랄프와 하이디는 50이 다 되어가는 나이지만 서로를 사랑하는 것이 눈에 보인다.

부러우면 지는건데 나도 서로를 잡아주고 이끌어줄 수 있는 사람을 만나고 싶다.

가을 하늘도 아름답지만 겨울 하늘도 아름답다.

그냥 푸른 하늘은 다 아름답다.

내가 느낀 빛을 표현해보고 싶어 사진을 찍어봤는데 마음에 드는 사진이 나왔다.

내가 원하는 사진을 찍기는 어렵지만 가끔씩 찍히는 이런 사진 덕분에 카메라를 드는 것이 재미있다.

이제 다시 다리를 건너 집으로 갈 시간이다.

약속한 시간에 딱 맞춰 돌아온 아저씨 덕분에 잠시 쉬다 바로 숙소로 돌아갈 수 있었다.

지금까지 지나온 마을들과 다르게 비슈케크에 오니 슈퍼마켓도 있다.

오랜만에 본 슈퍼마켓이니 당연히 들어가봐야한다. 

슈퍼마켓에 가니 도시락뿐만 아니라 다양한 라면들과 초코파이도 팔고 있었다.

랄프에게 열 라면의 '열'이 뜻하는 것이 뭔지 알려주니 도전해보겠다며 먹었는데 조금 맵지만 먹을만 하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라면을 먹을 때 후루룩 소리를 내며 먹는데 랄프와 하이디는 아주 조용하게 먹길래 나도 예의를 차리기 위해 조용히 먹고 있는데 라면을 조용히 먹으려니 힘이 든다.

한국에서는 후루룩 소리를 내며 먹는다는 설명을 해주기는 했지만 외국인 앞에서 소리를 내며 식사를 하자니 민망해 계속 조용히 먹었다. 

당을 보충하기 위해 코코넛이 들어간 초콜릿을 처음 먹어봤는데 정말 맛있었다.

달콤한 맛을 코코넛이 잡아주는 맛이 정말 좋았다.

대화에는 술이 빠질 수 없다.

도시락은 에피타이저였고 오늘의 메인 메뉴는 피자다.

아침에 호스텔을 나오며 피자가게의 전단지를 봤었는데 산을 오르며 이야기를 하다보니 내려가면 피자에 맥주를 먹기로 정했다.

내가 여행을 하며 처음으로 먹는 배달 피자라고 하니 랄프는 자기 인생에서 처음으로 먹는 배달 피자라고 한다.

젊을 때는 배달서비스를 이용해보지 않았고 현재 살고 있는 집은 도시에서 좀 떨어진 지역이라 피자 배달이 안 된다고 한다.

서로의 첫 배달 피자를 기념하며 맛있게 먹었다.


제 여행기가 재미있으셨다면

 

하트클릭 한번과 댓글 하나만 남겨주세요.



  1. 성탄절 잘 보내고 계신가요?용민님은 여행을 할수록 철학자가 되어가는것 같네요.^^

  2. 정말 멋집니다. 부럽네요. 여행을 좋아하는 한사람으로써 열열이 응원합니다. 즐거운 여행되세요~

  3. 너무 재밌어서 단숨에 다 읽었습니다. 시리도록 푸른 하늘이 인상적이네요. 안전한 여행되세요

  4. 아침예배후성경을읽는게아니라여행기를읽었습니다. 읽다보니더행복해졌네요 좋은글과아름다운사진들감사합니다

  5.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쉽지 않은 곳의 여행을 쉽게 하고 계시네요! 부럽습니다.

  6. 하^^ 저두 가구 싶네요 정말 부럽네요
    언제 시간내서 꼭 가볼 생각입니다 고생하셨어요^^

  7. 마치 내가 여행하고있는것 같은 착각!
    멋진 분이시네~~

  8. 부럽고 가고싶은 곳입니다.
    저도 조만간 세계일주는 아니더라도
    대륙 일주 정도는 해보고 싶네요
    건강하세요

  9. 다리가 정말 ㅎㄷㄷ 하네요.
    나무 판자라도 좀 대놓지;;;;
    저 같이 고소공포증 있고 물 무서워하는 사람들은 그 앞에서 건너지도 못하고 주저않을 거 같아요.

  10. 성탄절 잘 보내셨나요?
    어딜 가도 개념장착이 절실한 사람들이 있기 마련이죠.
    어떻게 한 팀으로 간 사람들에게 누구를 버리고 차를 렌트하자는
    말을 할 수 있을지 깜짝 놀랐네요.
    오늘도 용민군 덕분에 아름다운 설산 잘 봤고
    바닥없는 무서운 다리도 눈으로나마 같이 건너봤네요. ^^

  11. 일상에 쩔어살다가 간만의 긴 연휴에 들어와서 여행기 몰아봅니다
    흐려진 퇴사후 배낭여행의 꿈을 다잡고 가요 ^*^ 항상 감사합니다

  12. 예전에 러시아에서도 도시락 컵라면의 인기가 대단하다고 한 것을 본 적이있는데 도시락이라는 말 자체로 컵라면을 준다니 신기하네요ㅋㅋ
    올 해의 마지막 여행기도 잘 봤습니다.
    내년에도 올라 올 여행기 기대할게요~

  13. 시원한 사진들이군요.
    맥주와 피자가 대낮부터 너무 땡기네요. ㅎㅎ

    혹시 노는 티스토리 초대장 있으시면 좀 나눠주세요.
    오래전에 저한테 한 장 주셨었는데 그때 그게 뭔지 몰라서 쓰지 못했습니다.
    네이버에서 티스토리로 블로그 이사를 좀 해볼려고 해서요. ^^

  14. 나도 젊었더라면 도전해볼텐데... 시간이 병이네....

  15. 여행책 보다 더 재미있다. 당신은 파워공대생. 파워여행가. 파워블로거 ㅡ세상에서 제일 머찐 양반 ㅡ이다.

티스토리 툴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