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달한 짜이와 함께 먹으면 환상의 조합이다.
겨울방학 시즌에는 수십 명이 쿠리마을을 찾는다고 하는데 지금은 비수기라 하루에 한팀 정도 찾아온다고 한다.
난 하루종일 낙타를 타는 코스를 가고 싶은데 이 사람들은 저녁에 출발해 아침에 돌아오는 코스를 간다고 한다.
시간도 많으니 내 님이 올 때까지 기다려야겠다.
근데 내 님이 오기는 오겠지?
전에 왔던 한국인은 아이스크림을 날마다 사줬느니 뭘 줬느니 하는데 진짜 기분이 더러웠다.
어린 애가 벌써 사람을 물질로 보면서 내가 싫어하는 전형적인 인도인이 될 거라 생각하니 막막해 그냥 무시했었다.
그러다가 애가 매번 밥도 가져다주고 잔심부름하는 게 떠올라 아직 어리니까 그런 것이라 이해하기로 하고 아이스크림을 사주려 데려갔다.
한번 얼마짜리를 고르나 지켜보니 제일 비싼 거를 고르길래 그냥 적절한 걸로 골라주니 고맙다는 말도 안 하고 아이스크림만 가지고 간다.
참 씁쓸하다.
모기향이 독한 것은 알지만 모기가 먼저 나를 건드렸으니 다 같이 죽는거다.
방에 불을 켜보니 전기가 나갔길래 양초를 얻어와 물병으로 촛대를 만들었다.
어서 내 님이 오면 좋겠다.
<오늘의 생각>
인도인의 눈에는 내가 돈으로만 보이나 보다.
오늘도 어김없이 음악과 함께 아침을 먹으며 스도쿠를 풀려고 하는데 어제 저녁에 낙타사파리를 떠났던 팀이 돌아왔다.
어땠는지 물어보니 저녁에 출발해서 낙타를 탄 시간이 얼마되지 않아 아쉬웠다며 하루종일 타기로 한 내가 부럽다고 한다.
어서 같이 떠날 님이 오시면 좋겠다.
전기 배선을 완전 엉망으로 해놔서 퓨즈를 갈자마자 다시 차단기가 내려간다.
이리 저리 연결된 전선을 정리하니 다시 전기가 들어온다.
전기가 없어도 살 수는 있지만 편리한 생활을 위해서는 전기가 필요하다.
스페인에서 온 누나길래 드디어 내 님이 온 것 같아 설렜다.
그런데 같이 밥을 먹으면서 같이 낙타사파리를 가자고 하니 자기는 이미 자이살메르에서 하다가 왔다고 한다.
아 나와 같이 낙타사파리를 떠날 님은 안 오시는 것일까.
삶이란 혼자 와서 홀로 걸어가다 혼자 떠나는 그런 쓸쓸한 것인가.
기다려 봐도
기다려 봐도
지하철역에 앉아 내 방이 걸어오길 기다려 봐도
좀처럼 움직이질 않네 낌새조차 없어
내 발이 무거울 땐 때론 걸어와 주기를 기다려 봐도
좀처럼 움직이질 않네 낌새조차 없어
내 소원이 너무 큰가
멋진 애인을 바란 것도
하늘에서 돈이 떨어지길
바란 것도 아닌데
그저 기다려 봐도
작고 소소한 바램일 뿐인데
작은 바램들이 이루어지기는 너무 어려워 너무 어렵지
아마도이자람밴드 - 기다려봐도
아마도이자람밴드 - 기다려봐도
그런데 실제로는 별로였던 사막이 사진으로 보니 제대로 된 사막처럼 보인다.
역시 이래서 사진빨은 믿으면 안 되나 보다.
우리에게도 다가와 노래를 불러주려했지만 인도노래는 내 취향도 아니고 연인과 함께 있는 것도 아니니 그냥 가라고 했다.
아 나도 노래 듣고 싶은데 슬프다.
요새 스페인 경제상황이 많이 안 좋다는 말이 많이 들려 물어보니 최악이라고 한다.
다른 유럽 국가로 가서 돈을 버는 사람도 많고 자기는 호주로 워킹홀리데이를 떠나고 싶은데 스페인은 워킹홀리데이를 떠나기도 어렵다고 한다.
한국도 청년실업이 문제인데 참 막막하고 답답한 현실이다.
여기나 저기나 다 돈이 문제다.
살아가려면 돈이 필요하고 돈을 벌려면 스트레스를 받고 스트레스를 받으면 사는게 힘드니 참 어렵다.
언제부터인지는 모르겠는데 양파의 아삭거리면서 상쾌한 맛이 참 좋아 생양파가 있으면 자꾸 손이 간다.
외국애들도 북두칠성을 아는지 물어보고 싶은데 북두칠성을 뭐라고 말해야할지 모르겠다.
Seven stars라고 해봤는데 못 알아듣는다.
내 영어수준이 참 부족한 것 같다.
북두칠성을 찍는다고 찍었는데 어딘지 모르겠는 것을 보면 내 사진실력도 참 부족하다.
<오늘의 생각>
한국이나 스페인이나 인도나 돈, 돈, 돈이 문제다.
그런데 내 님은 결국 오지 않으셨다.
언제 더럽다는 생각을 했냐는듯이 한 잔을 더 마신다.
기다리다 지쳐 그냥 혼자 떠나기로 했다.
아니, 공작새가 동물원 우리 밖에 있는 것을 처음 본다.
나만 물을 챙길 수는 없으니 낙타도 물을 챙겨야지.
많이 마시고 힘내렴.
승마를 제대로 배우고 싶은 욕심도 생긴다.
그런데 말보다는 호랑이를 한번 타보고 싶다.
알겠다고 하니 자기 친구집으로 가 인사를 하니 친구가 염소 젖을 짜기 시작한다.
바로 짠 젖으로 만든 짜이라 기대하면서 맛을 봤는데 역시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볼 것도 없고 친구와 잡담을 하려는 것이 분명해 보였기에 딱히 보고 싶지 않다고 하니 다 코스이니 구경하라길래 아무 것도 없는 마을을 한 바퀴 돌고 왔다.
지금이 10시니 한 12시쯤 먹으면 될 것 같다고 대답하니 기겁을 한다.
지금 앞에 보이는 저 큰 나무에서 쉬면서 점심을 먹어야만 한다고 한다.
8시에 출발했는데 낙타를 탄 시간보다 멈춘 시간이 더 많아 기분이 나빠지기 시작했는데 우선은 참기로 했다.
어이가 없어 지금 8시에 출발해서 낙타를 1시간 타고 6시간을 그냥 쉬는 것이냐고 따졌더니 해가 쨍쨍해서 낙타를 타고 못 간다고 한다.
이럴 거면 저녁에 출발하는 코스와 다를 것이 무엇이냐고 물으니 저녁에 출발하면 아침에 들렀던 마을을 안 들린다고 한다.
할 말이 없다.
지금 이런 코스로 가는 것이 맞냐고 물었더니 맞다고 한다.
분명 나에게 설명할 때는 저녁 출발보다 아침 출발이 좀 더 깊은 사막으로 가고 2박 3일 코스는 더 깊은 사막으로 들어간다고 하지 않았냐고 따지니 설명을 잘못했다고 한다.
자기가 말을 해 오후에는 더 많이 탈 수 있게 해준다길래 우선은 참기로 하고 노래를 들으며 시간을 때웠다.
쉴 때는 기분이 안 좋았지만 낙타를 타고 꿀렁거림을 느끼니 또 재미있다.
화가 난다고 계속 꽁해 있으면 나만 손해기에 우선은 즐긴다.
나도 밤에 혼자 자는 것보다 일행이 있으면 좋으니 괜찮다고 한다.
거리가 꽤 멀었는데 서로 알아보다니 눈이 엄청나게 좋은가보다.
영국억양이라는 변명을 해도 심각할정도로 못 알아들어 자괴감이 들고 대화하기가 무섭다는 생각이 잠깐이나마 들었다.
나도 엉덩이가 조금 아프기는 했지만 낙타의 반동을 따라 움직이는 것이 정말 재미있어 계속 타고 갔다.
물주머니가 무거운지 낙타가 일어나기 힘들어 하는 모습이 안타깝기도 하고 다른 동물을 길들여 삶을 개척하는 인간의 위대함도 느껴졌다.
앞에서 사람이 끌고 가는 것보다 10배는 더 재밌다.
아마 손잡이가 황동으로 되어있는지 손이 파랗게 물들었다.
내가 바랐던 모습은 아닐지라도 사막에 꽃은 핀다.
나도 삭막한 세상에 한 송이 꽃이 되고 싶다고 말한다면 너무 꿈이 큰 것일까.
점심을 먹을 때는 기분이 별로 좋지 않았지만 오후에는 그럭저럭 꽤 오래 낙타를 타 기분이 좀 풀렸다.
그런데 우리가 자리를 잡은 곳 바로 아래에는 도로가 있고 트럭들이 지나다닌다.
도대체 어디인지 궁금해 GPS를 켜보니 쿠리마을과 5km정도 떨어진 곳으로 하루 종일 돌아왔다.
참 마을과 멀리 떨어진 깊은 사막으로 왔구나.
영국애들과 이야기를 하다가 점심에 쉬는시간으로 화를 낸 이야기를 하자 자기들도 어이가 없어 따졌다고 한다.
그런데 오후에 타보니 자기들은 엉덩이가 너무 아파 지금 생각해보니 쉬기를 잘했다는 생각도 든다고 한다.
영국은 기마근위병도 있어서 승마를 잘 하는 이미지였는데 일반인은 그냥 일반인이다.
애들은 조금만 먹고 말았는데 나는 맛있다며 계속 먹으니 위장이 기계로 되어있냐며 신기해한다.
해군에서 군 생활할 때 바다 위에서 본 별이 더 많은 것 같다.
내 님도 없이 혼자 사막에서 할 것이라곤 영원한 내 동반자 알코올밖에 없어 싸구려 럼주를 사왔기에 영국애들에게 권했더니 자기들은 싸구려 술은 안 먹는다며 먼저 잔다고 한다.
흥이다.
<오늘의 생각>
내가 생각했던 사막과 너무 달랐다.
사하라 사막으로 가야하나 보다.
옆에 있는 짜파티는 어제 먹고 남은 커리에 밀가루 반죽을 해 만든건데 빨리 돌아가려고 너무 대충만든 티가 나 별로 먹고 싶은 마음이 안들었다.
그래도 음식이니 먹긴 먹는다.
낙타사파리를 떠나기 전에 생각보다 낙타를 얼마 타지 않는다는 말을 들었기에 스톱워치로 시간을 재봤다.
낙타에 올라탈 때 켜고 내려올 때 정지시켰었는데 1박 2일동안 4시간 11분을 탔다.
이 것도 내가 따지고 조금이라도 더 타려고 한 결과이니 보통 3시간 30분~4시간정도를 탄다고 보면 될 것 같다.
낙타를 타는 것은 재밌지만 기대보다 못한 사막이었고 기대에 훨씬 못 미치는 낙타사파리였다.
게스트하우스에 짐을 풀고 있으니 낙타몰이꾼이 와 팁을 달라길래 내가 느낀만큼의 팁을 줬더니 더 주거나 술을 사다 달라고 한다.
난 더 주고 싶은 마음이 없다고 하니 못마땅한 표정으로 뭐라 하길래 받기 싫으면 다시 돌려주라니까 그냥 나간다.
오랜만에 아침부터 술을 마신다.
게스트하우스 자체는 좋다고 썼지만 주인집 아들과 낙타사파리에 대해서는 가차없이 진실만을 썼다.
빛 갈라짐은 포토샵으로 보정을 해야 멋있어지는 것이라는 되도 않는 말로 스스로 위안해보지만 정답은 내 실력이 부족한 것이란 것을 잘 안다.
그런데 이렇게 귀여운 애들이 커서 여행객들을 봉으로 아는 사람이 될 확률이 높다 생각하니 씁쓸하다.
먹을 사람은 나밖에 없는데 카레마다 수저를 주니 덜어먹어야만 할 것 같다.
결국 덜어서 먹었는데 결국 3그릇 전부를 다 비웠다.
문을 열고 자자니 벌레와 모기들이 달려들고 닫고 자자니 더워서 문제다.
왜 콜라에만 타 먹어야하는지 궁금해서 인도사이다인 림까에 럼주를 타 마셔봤는데 참 맛이 없었다.
보편적으로 사람들이 주로 마시는 것에는 이유가 있는 법인가 보다.
그래도 난 웬만하면 내가 직접 겪어보고 판단하고 싶다.
<오늘의 생각>
팁을 주고도 기분을 더럽게 만들어 다시 뺏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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