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인도의 다른 도시들의 모습도 보고 싶은 마음이 살짝 들었지만 너무 덥고 인도인에게 지쳤다.
아 좋겠다.
한국에서 웨딩카를 봤다면 그냥 지나쳤겠지만 지금은 여행자라는 신분이니 당당하게 말을 건다.
딱히 할말도 없지만 '결혼하는 거에요? 좋겠다.'하고 돌아선다.
원래 넓던 오지랖이 더 넓어지는 것 같다.
1초의 생각도 하지 않고 바로 토끼고기를 달라고 했더니 지금은 없다길래 그냥 닭을 시켰다.
그동안 채식주의자처럼 지냈으니 코치에서는 고기를 많이 먹어야지.
선풍기를 틀어놓고 아이스크림을 먹으면서 쓰는 여행기는 정말 잘 써진다.
그런데 재미는 없는 것 같아 걱정이다.
내 여행기를 재미있다고 해주는 분들이 위로가 아닌 진심으로 재밌어서 댓글을 달아주시는 거면 좋겠다.
매번 아이스크림과 군것질거리를 사던 가게에 망고주스를 사러 갔는데 문을 닫았다.
별것 아닌 것이라 할 수 있겠지만 인도에서 처음 본 모습이라 정말 신기해서 한참을 벙쪄있었다.
역시 사람은 적당한 일과 휴식이 필요하다.
께랄라 전통무술인 깔라리파예투를 보러갔다.
께랄라는 코치가 속해있는 주(州)의 이름이다.
그런데 각 시범당 1분 정도만 보여줘 감질맛이 날만하면 끝난다.
깔라리파예투를 보면서 제일 좋으면서 부담됐던 것은 관객이 나 하나뿐이었다는 것이다.
아무리 비수기라 해도 4명의 무술단과 1명의 사회자를 앞에 두고 혼자 구경하려니 미안해서 최대한 집중해서 보고 박수도 계속 쳤다.
사진은 원래 잘 못찍는데 하나뿐인 관객이 사진만 찍고 있으면 공연하는 분들이 기운 빠질까봐 대충대충 찍었더니 엉망이다.
그래도 재미있게 잘 봤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까따깔리는 유명해서 다른 관객들도 꽤 많이 들어온다.
누나들이 하면 좋을텐데 인도라 아쉬울 뿐이다.
아마 신에게 올리는 제사같은데 참 이쁘다.
흥. 남자는 다 늑대랬어요.
짐승남이야.
공연이 시작하기 전에 간략한 요약문을 주는데 요약문을 읽어봐도 내용이 잘 이해가 안된다.
1시간이 넘는 시간동안 보여주는 공연은 전체 이야기의 일부분밖에 안된다는데 만약 전체를 다 본다면 지루할 것 같다.
그런데 한 숟가락 떠보니 속에 생선이 없길래 종업원에게 물어보니 잘못 나왔다고 한다.
나에게 잘못 나왔던 음식은 그대로 누군가에게 전달되겠지.
혹시 이 것도 누군가에게 나갔던 음식은 아닐까.
이런들 어떠하리, 저런들 어떠하리. 생선 커리가 맛있으면 되지.
<오늘의 생각>
역시 사람은 도움을 받으면서 살아간다.
그런데 인도인들은 돈만 밝힌다.
내가 과연 베트남을 거치지 않았다면 인도를 견딜 수 있었을지 궁금하다.
튀김의 상태를 보니 어제 만든 것 같았지만 신경쓰지 않는다.
감자와 밀가루로 만들었는데 그냥 먹으니 퍽퍽해 케찹을 달라 해 찍어먹으니 정말 맛있다.
아몬드가 들어간 고급 아이스크림만 먹는다.
3천원짜리 지갑의 끈이 떨어졌길래 5루피(한화 100원)짜리 본드도 사고 돼지코일도 언젠가는 쓸 일이 있을 것 같아 하나 샀다.
1회 분량으로 나눠진 세제도 몇 개 사고 치약도 싼 맛에 하나 샀는데 죄다 1루피, 5루피, 10루피면 살 수 있다.
인도가 저렴해서 여행하기는 좋긴 좋다.
그러니 자꾸 떨어진다고 내가 너를 버릴거라는 헛된 희망은 버리렴.
아 이 달달한 짜이와도 안녕이구나.
가장 좋았던 것은 수건을 준다는 점이었다.
인도에서 수건을 주는 숙소는 처음 가봤는데 정말 좋았다.
찌질하겠지만 내가 여행을 하며 묵는 숙소에서 수건을 준다면 그 곳은 시설이 좋은 숙소이다.
근데 저 한글은 페터와 알리인가.
음료수 한 잔을 마시며 주인 아저씨와 놀고 있으니 시간도 남았는데 버스가 출발하고 있었다.
들고 있던 음료수를 허겁지겁 마시고 버스로 달려가 세웠더니 다른 버스였다.
내가 뒤에 있던 버스로 가자 그 모습을 본 음료수가게 아저씨는 재미있어 죽으려고 한다.
대신에 요금은 조금 비쌌지만 정말 쾌적하다.
지금까지 에어컨이 없어도 잘 지내왔었는데 이제 문명의 맛을 보기 시작했으니 큰일이다.
그나저나 한국타이어라니 이름을 참 잘 지은 것 같다.
설사 방금 도착한 비행기를 타고 왔더라도 공항 밖으로 나오면 원칙적으로는 다시 못 들어간다.
그래서 가족을 기다리는 사람들과 떠나보내는 사람들은 공항밖에서 인사를 해야한다.
비싸서 자주 못 먹던 고급 과자와도 안녕이다.
역시 모든 것이 원칙대로 흘러가는 곳은 없나보다.
그런데 출발 3시간 30분 전에 갑자기 카운터가 열리더니 체크인을 시작하길래 얼떨떨하게 표를 받았다.
저가항공이라 비행기 표가 그냥 영수증처럼 생겼다.
저가항공사라고 하지만 나에겐 비싼 비행기인데 너무 초라하다.
빨리 탄다고 뭐 좋은 것도 없는데 왜 빨리 타려하는지 모르겠다.
그 곳이 어디인지는 비밀인데 인도보다는 더 발전된 나라겠지.
가자, 문명의 나라로.
<오늘의 생각>
공항에서 체크인을 3시간 30분 전부터 시작하다니 신기하다.
<2차 인도 여행 경비>
여행일 49일 - 지출액 26000루피 (한화 52만원)
주로 탈리를 먹고 다니긴 했지만 좋아하는 것은 잘 먹고 다녔다.
1차 인도 여행보다 지출액이 늘어났지만 인도는 여전히 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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