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World Travel/다시 인도-Again India

배낭메고 세계일주 - 047. 가자, 문명의 세계로. (인도 - 포트 코친)


아침에 일어나 동네 구경을 다니는데 보면 볼수록 코치의 모습은 정말 동남아같다.
남인도의 다른 도시들의 모습도 보고 싶은 마음이 살짝 들었지만 너무 덥고 인도인에게 지쳤다. 

얼레리 꼴레리 누구 누구는 결혼한대요~ 결혼한대요~
아 좋겠다.
한국에서 웨딩카를 봤다면 그냥 지나쳤겠지만 지금은 여행자라는 신분이니 당당하게 말을 건다.
딱히 할말도 없지만 '결혼하는 거에요? 좋겠다.'하고 돌아선다.
원래 넓던 오지랖이 더 넓어지는 것 같다. 

식당에 들어가 메뉴판을 봤는데 토끼커리가 있었다.
1초의 생각도 하지 않고 바로 토끼고기를 달라고 했더니 지금은 없다길래 그냥 닭을 시켰다.
그동안 채식주의자처럼 지냈으니 코치에서는 고기를 많이 먹어야지. 

날이 너무 더워 또 아이스크림 한통을 샀다.
선풍기를 틀어놓고 아이스크림을 먹으면서 쓰는 여행기는 정말 잘 써진다.
그런데 재미는 없는 것 같아 걱정이다. 
내 여행기를 재미있다고 해주는 분들이 위로가 아닌 진심으로 재밌어서 댓글을 달아주시는 거면 좋겠다. 

진짜 인도여행하면서 일요일이라고 문 닫는 가게를 처음봤다.
매번 아이스크림과 군것질거리를 사던 가게에 망고주스를 사러 갔는데 문을 닫았다.
별것 아닌 것이라 할 수 있겠지만 인도에서 처음 본 모습이라 정말 신기해서 한참을 벙쪄있었다.
역시 사람은 적당한 일과 휴식이 필요하다. 

오늘은 딱히 할 일이 없어 문화생활을 즐기기로 했다.
께랄라 전통무술인 깔라리파예투를 보러갔다.
께랄라는 코치가 속해있는 주(州)의 이름이다.

총 4명의 남자가 무술 시범을 보이는데 박투술부터 검, 도, 창을 쓰는 무술도 보여준다.
그런데 각 시범당 1분 정도만 보여줘 감질맛이 날만하면 끝난다. 

개개인의 무술 시범은 별로였지만 서로 합을 맞추는 것은 꽤 재미있었다.
깔라리파예투를 보면서 제일 좋으면서 부담됐던 것은 관객이 나 하나뿐이었다는 것이다.
아무리 비수기라 해도 4명의 무술단과 1명의 사회자를 앞에 두고 혼자 구경하려니 미안해서 최대한 집중해서 보고 박수도 계속 쳤다.
사진은 원래 잘 못찍는데 하나뿐인 관객이 사진만 찍고 있으면 공연하는 분들이 기운 빠질까봐 대충대충 찍었더니 엉망이다.
그래도 재미있게 잘 봤다. 

다음에 이어서 본 공연은 인도의 4대 무용 중 하나인 까따깔리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까따깔리는 유명해서 다른 관객들도 꽤 많이 들어온다.

까따깔리는 공연 전에 1시간정도 화장하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재미는 있지만 산적같은 형아들이 화장하는 것이라 몰입은 안 된다.
누나들이 하면 좋을텐데 인도라 아쉬울 뿐이다. 

화장을 끝내면 통로의 중앙에 문양을 새겨 넣는다.
아마 신에게 올리는 제사같은데 참 이쁘다.

이제 시작합니다.

까따깔리는 대사가 없이 얼굴 표정과 손짓과 행동으로 연기를 한다.

특히 눈의 움직임과 손짓으로 다양한 표현을 해낸다. 

오빠 믿지? 일루와.
흥. 남자는 다 늑대랬어요. 

오빤 늑대 아니야.
짐승남이야.

위의 내용은 그냥 내가 사진을 보고 지어낸 이야기이고 진짜 내용은 힌두교의 크리쉬나신과 악마의 이야기이다.
공연이 시작하기 전에 간략한 요약문을 주는데 요약문을 읽어봐도 내용이 잘 이해가 안된다. 
1시간이 넘는 시간동안 보여주는 공연은 전체 이야기의 일부분밖에 안된다는데 만약 전체를 다 본다면 지루할 것 같다.

어제 먹은 생선커리가 떠올라 또 먹으러 갔는데 어제와는 다르게 토마토도 올려져 있길래 오늘이 특별한 것인지 어제가 대충나온 것인지 혼란스러웠다.
그런데 한 숟가락 떠보니 속에 생선이 없길래 종업원에게 물어보니 잘못 나왔다고 한다. 

다시 나온 내 생선커리.
나에게 잘못 나왔던 음식은 그대로 누군가에게 전달되겠지.
혹시 이 것도 누군가에게 나갔던 음식은 아닐까.
이런들 어떠하리, 저런들 어떠하리. 생선 커리가 맛있으면 되지.

코치에서는 나에게 상을 주기로 했으니 비싼 애플망고를 먹는다.

<오늘의 생각>

역시 사람은 도움을 받으면서 살아간다.
그런데 인도인들은 돈만 밝힌다.
내가 과연 베트남을 거치지 않았다면 인도를 견딜 수 있었을지 궁금하다. 


아침에 카레를 먹으러 갔는데 튀김이 눈에 들어와 튀김을 먹었다.
튀김의 상태를 보니 어제 만든 것 같았지만 신경쓰지 않는다.
감자와 밀가루로 만들었는데 그냥 먹으니 퍽퍽해 케찹을 달라 해 찍어먹으니 정말 맛있다.

아이스크림도 그냥 바닐라맛처럼 싸구려는 안 먹는다.
아몬드가 들어간 고급 아이스크림만 먹는다. 

이제 인도를 떠나니 그 전에 나에게 필요한 것을 샀다.
3천원짜리 지갑의 끈이 떨어졌길래 5루피(한화 100원)짜리 본드도 사고 돼지코일도 언젠가는 쓸 일이 있을 것 같아 하나 샀다.
1회 분량으로 나눠진 세제도 몇 개 사고 치약도 싼 맛에 하나 샀는데 죄다 1루피, 5루피, 10루피면 살 수 있다.
인도가 저렴해서 여행하기는 좋긴 좋다. 

전 세계 어디를 가던 강력접착제를 찾을 수 있을거라 믿는단다.
그러니 자꾸 떨어진다고 내가 너를 버릴거라는 헛된 희망은 버리렴. 

마지막으로 먹는 인도밥은 단골아저씨네서 든든하게 먹어야지. 

그냥 가기 아쉬우니 짜이 한잔을 마시며 아저씨와 손짓발짓으로 대화를 나눈다.
아 이 달달한 짜이와도 안녕이구나. 

내가 묵었던 코스타 가마 홈스테이다. 

말이 홈스테이지 여행자들이 지내는 곳은 2층에 따로 있어 딱히 불편함은 없었다.
가장 좋았던 것은 수건을 준다는 점이었다.
인도에서 수건을 주는 숙소는 처음 가봤는데 정말 좋았다.
찌질하겠지만 내가 여행을 하며 묵는 숙소에서 수건을 준다면 그 곳은 시설이 좋은 숙소이다.

이게 공항버스인데 최신식 버스처럼 생겼다. 

버스를 타기 전에 태권도를 본 것 같은 기분이 들어 확인해보니 진짜로 태권도다.
근데 저 한글은 페터와 알리인가.

버스 출발시간이 남았길래 남은 돈을 다 쓰기위해 밖으로 나왔다.
음료수 한 잔을 마시며 주인 아저씨와 놀고 있으니 시간도 남았는데 버스가 출발하고 있었다.
들고 있던 음료수를 허겁지겁 마시고 버스로 달려가 세웠더니 다른 버스였다.
내가 뒤에 있던 버스로 가자 그 모습을 본 음료수가게 아저씨는 재미있어 죽으려고 한다. 

에어컨도 나오는 최신식 버스가 맞다.
대신에 요금은 조금 비쌌지만 정말 쾌적하다.
지금까지 에어컨이 없어도 잘 지내왔었는데 이제 문명의 맛을 보기 시작했으니 큰일이다.

한국타이어가 세계에서도 잘 나간다는 것은 들었지만 인도에도 지점이 있을 줄은 몰랐었다.
그나저나 한국타이어라니 이름을 참 잘 지은 것 같다.

나름 국제선 공항인데 많이 부실해 보인다.

인도의 공항은 테러의 위협을 줄이고자 비행기 티켓이 없으면 아예 들어가질 못한다.
설사 방금 도착한 비행기를 타고 왔더라도 공항 밖으로 나오면 원칙적으로는 다시 못 들어간다.
그래서 가족을 기다리는 사람들과 떠나보내는 사람들은 공항밖에서 인사를 해야한다. 

티켓을 발권받으러 카운터에 들어가기 전에 다시 한번 더 전자티켓과 여권 검사를 한다.

내 비행기 시간은 아직도 멀었으니 느긋하게 앉아 과자나 까먹는다.
비싸서 자주 못 먹던 고급 과자와도 안녕이다. 

분위기로 보면 배웅을 온 것 같은데 어떻게 들어온지 궁금하다.
역시 모든 것이 원칙대로 흘러가는 곳은 없나보다. 

국제선은 보통 이륙 2시간 전쯤 체크인을 하는 것으로 알고 있어 여유롭게 사람들 구경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출발 3시간 30분 전에 갑자기 카운터가 열리더니 체크인을 시작하길래 얼떨떨하게 표를 받았다.
저가항공이라 비행기 표가 그냥 영수증처럼 생겼다.
저가항공사라고 하지만 나에겐 비싼 비행기인데 너무 초라하다.

좌석의 번호대로 10명씩 잘라 입장을 시키길래 그냥 앉아 있는데 그 와중에도 일찍 들어가려고들 난리다.
빨리 탄다고 뭐 좋은 것도 없는데 왜 빨리 타려하는지 모르겠다. 

드디어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인도 여행을 마치고 새로운 나라로 떠난다.
그 곳이 어디인지는 비밀인데 인도보다는 더 발전된 나라겠지.
가자, 문명의 나라로. 


<오늘의 생각>

공항에서 체크인을 3시간 30분 전부터 시작하다니 신기하다.  
 


<2차 인도 여행 경비>

여행일 49일 - 지출액 26000루피 (한화 52만원)

주로 탈리를 먹고 다니긴 했지만 좋아하는 것은 잘 먹고 다녔다.
1차 인도 여행보다 지출액이 늘어났지만 인도는 여전히 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