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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rld Travel/다시 인도-Again India

배낭메고 세계일주 - 042. 라씨의 도시. (인도 - 자이뿌르)



나는 기차를 탈 때 될 수 있으면 침대칸에서 가장 윗 칸으로 표를 끊으려고 한다.
중간이나 가운데 칸은 사람들이 깨어있으면 앉아서 가기에 불편하지만 가장 윗 칸은 혼자 쓰기에 언제든지 누울 수 있다.
이번에도 역시나 윗 칸에 올라갔는데 밑에는 가족이 탔다.
나에게 계속해서 과자와 과일을 권하는데 인도에서 약을 먹고 사고당한 사람들이 한 두명이 아니기에 의심을 했지만 아무래도 약을 탄 것 같지는 않아서 맛있게 받아먹고 내 과자도 나눠 먹었다.
그런데 라임주스라며 따라주는 것은 마시면 안될 것 같아 괜찮다고 사양했다.
설마 가족끼리 다니면서 가난한 여행자를 털어먹겠냐만은 난 겁쟁이이니 항상 조심하며 다닌다. 

다행히 약은 타지 않았는지 아무 일 없이 다음 도시에 도착했다.
릭샤왈라들이 걸어가기에는 머니까 릭샤를 타고 가라며 부르고 자기가 데려다 주는 숙소로 가면 릭샤 값은 공짜라고 붙잡아도 내가 공짜로 탄 릭샤값이 숙소값에 청구될테니 그냥 무시하고 걸어간다.
시내로 들어와 네팔에서 바라나시로 같이 갔던 형님이 괜찮았다고 알려준 숙소를 찾고 있는데 아저씨 한명이 나에게 다가와 좋은 숙소가 있다며 말을 건다.
어디서 나왔냐고 물으니 내가 찾던 숙소의 사장이라길래 따라갔는데 알고보니 호객꾼이었다.
진짜 사장과 방값을 흥정하는데 호객꾼을 따라와서 값을 많이 못 깎아준다고 해 난 원래 이 숙소를 찾고 있었다며 형님이 추천해줬던 카톡메시지를 보여주고 방값을 깎았다. 
물론 호객꾼 아저씨는 한 푼도 못 받고 그냥 갔다.
어디 벗겨먹을 사람이 없어서 나를 벗겨먹으려 했는지 모르겠다. 

그런데 이번 도시가 어디냐구요?
바로 인도에서 가장 맛있는 라씨가게인 라씨왈라가 있는 자이뿌르다.
암리차르에서 만난 누나들을 비롯해 수 많은 사람들이 입이 마르도록 칭찬한 그 라씨가게에 드디어 왔다. 
우리나라의 맛집이 있는 골목처럼 진짜 라씨왈라 가게 옆에는 가짜 라씨가게들이 있다.
그리고 어디가 진짜인지 모를 때는 사람이 제일 많은 곳을 찾으면 된다. 
큰 잔으로 한 잔을 시켰는데 맛이 정말 진하면서 달콤한 맛이었는데 다른 곳의 라씨보다는 확실히 맛있었다.  

사실 자이뿌르의 별명은 라씨의 도시가 아니라 분홍색의 도시인 핑크시티이다. 
근데 아침을 안 먹었더니 기력이 달리는지 분홍색이 안 보인다.
왜 남자의 색인 핑크색이 안 보이지. 

큰 유적지를 보기에 앞서 골목길을 구경하며 돌아다니다 식당을 발견했다.
뭔가 가격이 저렴해 보이길래 살펴보니 각종 카레들을 팔고 있어 가격을 물어보니 적절한 가격이다.

생각해보니 인도에서 달걀을 먹은 기억이 몇 번 없길래 이번엔 달걀카레를 시켜봤다.
카레는 어차피 국물과 짜파티를 먹는 것이라지만 달걀 1알과 감자 1조각이라니 참 볼품없어 보이긴 한다. 
그런데 카레가 보통 카레가 아니라 매콤한 국물이라 정말 맛있었다.
짜파티도 다른 지역과 다르게 쫀득쫀득 하고 처음 먹어보는 매콤한 카레도 맛있어 자이뿌르에 있는 동안 자주 오게 될 것 같은 운명을 느꼈다. 
가격도 카레가 15루피(한화 300원), 짜파티는 한장에 3루피(한화 60원)밖에 안한다.

밥을 먹었는데도 색이 제대로 안보이는 것을 보니 내 눈이 잘못됐거나 인도에선 갈색이 핑크색으로 불리나보다.

이럴수가.
인도에서 국제학생증을 쓸 수 있는 날이 올 것이라고는 상상도 안했었는데 자이뿌르에서는 유적지 통합입장권을 50%할인해준다.
공돈 150루피가 생긴 것 같은 기분이다. 

이틀동안 5곳을 둘러볼 수 있으니 꼭 다 들러서 본전을 뽑아야겠다.

이번에 들어간 곳은 잔타르 만타르라는 곳인데 인도에 있는 중세식 천문대 중에 규모가 가장 큰 곳이다.
그런데 대충 눈치로는 어떤 것인줄 알겠는데 제대로 된 설명을 들으려면 돈을 내고 해설이 녹음된 기계를 빌려야한다.
하지만 나에게는 단체관람객들의 가이드들이 있다.

티나게 대놓고 쫓아다니지는 않지만 여러 가이드들의 이야기들을 종합해 설명을 듣는 재미가 쏠쏠하다.
이 것은 해시계인데 그림자가 12시쯤을 가리키고 있다.

이 곳은 각종 별자리들을 측정하는 곳인데 낮이라 별이 안보인다.
별도 없고 내 님도 없구나. 

누가 서양사람은 문화재를 사랑할 줄 알고 한국인은 부끄러운줄 모른다고 했던가.
이 아저씨는 사진을 높은 곳에서 찍고 싶었는지 올라가지 말라는 계단에 올라가서 사진을 찍는다.
관리자가 와서 내려오라고 해도 무시하고 찍을거 다 찍고 내려온다.

인터넷을 보다보면 한국 사람들이 해외에서 너무 민폐를 끼치고 다닌다는 이야기를 듣는데 다 사람에 따라 다른 것이니 너무 한국을 비하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물론 개념이 없는 사람들도 많이 있겠지만 그래도 한국은 안 된다며 욕을 하기 보다는 좀 더 조심히 행동하자는 말을 하면 좋겠다.
이러나 저러나 미우나 고우나 우리나라니까 내가 사랑해야하지 않을까.

잔타르 만타르에서 가장 거대한 곳인데 직접 올라갈 수도 없고 그저 밑에서 바라볼 수 밖에 없어 별로였다.

이 것도 해시계인 것 같은데 설명을 제대로 못 들어 원리를 이해하지 못했다.
혹시나 아시는 분은 좀 알려주세요. 

구경을 마치고 나오니 사람들이 비둘기들에게 모이를 주고 있다.
구구구구구구구. 밥 먹자. 구구구구구구
근데 인도라 그런지 소한테는 직접 먹여준다. 
소가 아니라 소님이라 불러야 할 것 같다. 

이번에는 바람의 궁전이라 불리는 하와마할로 간다.
하와마할은 외관이 아름다워 내부는 딱히 안 들어가도 된다고 들었지만 통합입장권이 있으니 무조건 들어가야한다.
그런데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대대적인 보수공사중이다. 

하와마할은 봉건시대에 바깥출입을 할 수 없는 왕가의 여인들이 밖을 볼 때, 밖에서는 안에 있는 사람이 보이지 않도록 설계를 했다고 한다.
보수공사중이라 직접 확인을 해볼 수는 없었다.

바람의 궁전이라 불리는 이유는 밖에서 부는 바람을 증폭시켜 건물 전체를 시원하게 만드는 구조때문이라고 하는데 내가 간 날은 바람도 안 불어 이것도 확인해 보지 못했다.
무언가에 대해서 이야기를 들으면 확인해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이 있는데 나도 그 사람들 중에 하나다.

마을 바로 뒷 산에는 성이 있는데 멋있는 느낌이 물씬 난다.
오늘은 다른 성을 가고 저긴 아껴뒀다가 내일가야지. 
인생은 선택과 집중이라고 하지만 난 욕심이 많아서 둘 다 가봐야한다. 

버스를 타야하는데 뭘 타야하는지 모르니 차장아저씨들한테 물어봐 버스를 탄다. 
 
나는 한국에 있을 때 버스보다는 지하철을 더 좋아했다.
버스로 가면 환승없이 갈 수 있는 곳도 웬만하면 그냥 지하철을 이용했었는데 여행을 하다보니 주 교통수단이 버스가 되버렸다.
그래도 시간이 정해져있는 지하철이 훨씬 좋다.

이번에 간 곳은 암베르 성이다.
암베르 성은 인도에 있는 많은 성들 중에서도 특히 아름답다고 해 기대를 많이 했다.
예전에 아그라 성에 갔을 때는 별 감흥이 없었는데 암베르 성은 영화에서나 보던 웅장한 모습이었다. 
근데 왜이렇게 높은거지. 

난 건축물의 웅장한 모습도 좋은데 이렇게 세세하게 아름다운 모습도 좋다.
나무조각 같은 것도 배워보고 싶은데 하고 싶은 게 너무 많아 언제 다 배울 수 있을지 걱정이다. 

더운 여름에 방에 물을 순환시켜 냉방을 하던 곳이라는데 원리를 잘 모르겠다.
이런 곳에는 좀 자세한 설명이 있으면 좋겠는데 인도의 유적지에 있는 설명은 너무 부실하다.

이 방은 거울로 모자이크를 한 방인데 아름다웠지만 가까이 다가갈 수가 없었다.
밤에 촛불을 하나 켜기만 해도 거울에 빛이 반사 돼 방 전체가 환하다고 하지만 역시나 관광객은 볼 수가 없다. 

어떻게 이런 성을 쌓을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을 하다보니 우리나라에 있는 산성들이 떠올랐다.
인도는 코끼리라도 있었지만 우리나라는 소밖에 없었는데 정말 대단하다.
그리고 거중기를 만드신 정약용선생님도 대단하다.

성 가운데에는 기하학적인 모양의 정원이 있는데 이런 문양은 이슬람의 영향을 받은 것 같다고 한다. 

어딜가나 낙서하는 사람들이 있는 똑같다. 

벽면의 조각들이 정말 아름답다.
나중에 집을 사면 벽에 벽화를 그려보고 싶은데 집을 살 수나 있을지 모르겠다.

이렇게 찍으니까 이국적인 느낌이 난다.

여행을 하면서 다른나라에 갈 때마다 신기한 느낌이 들지만 어느샌가 적응이 된 채로 지내게 된다.
하긴 항상 설레면 심장이 견디지 못할 테니 나름대로 적응을 하는 것이겠지. 

인도도 여름이 시작되고 있어 날이 더워지는데 남쪽지방으로 내려왔더니 더 덥다.
날이 더울 때는 음료수보다는 물을 마셔야 수분흡수가 빠르다는 것을 알지만 같은 값이면 물보다 음료수를 사 먹는게 돈을 잘 쓴 것 같은 착각에 빠진다. 
물은 맹물인데 음료수는 맛이 들어가 있으니 더 이득이라는 바보같은 논리로 오늘도 망고주스를 마신다. 

다음 장소로 이동하려면 지하터널을 이동해야하는데 조명이 없는 곳이 있어 좀 무서웠다.
꼭 어두운 곳만 가면 무서운 이야기가 떠오르는 겁쟁이다.

이런 성을 쌓고 성벽을 올린 것도 신기한데 만리장성은 도대체 얼마나 큰지 궁금하다.
다음에 꼭 구경가야겠다. 

혼자 올라가고 있는데 애들이 말을 걸어 같이 올라간다.
나이는 나보다 적은데 나보다 늙어보인다.
아니라구요? 그건 기분탓입니다.

진짜 이 길을 낸 것 자체가 신기하다.
코끼리와 사람의 힘만으로 만들었을텐데 희생됐을 사람들을 생각하니 인간은 대단하면서도 잔인한 것 같다. 

자이가르 성은 암베르 성의 바로 옆에 있지만 통합입장권으로 입장이 불가능해 45루피나 내고 들어간다.

바보는 높은 곳을 좋아한다고 한다.
나도 높은 곳에서 밑을 바라 보는 것이 좋기는 한데 고소공포증이 있으니 바보는 아닌가보다.

내가 거금 45루피를 내고 자이가르성에 들어온 이유는 바로 8m짜리 거대 대포때문이다.
이게 8m짜리 대포의 흔적이라고 보여주는 것 같은데 돈을 땅에 버린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사기당한 기분이 들어 관리인 아저씨한테 물어보니 여기는 그냥 터이고 제대로 된 대포는 저 깃발이 보이는 곳으로 가면 있다고 한다. 

두구두구둥.
이게 바로 그 거대 대포인데 역광이라 노출을 올려 겨우 찍을 수 있었다.
남자는 역시 대포다.
사정거리가 약 20km정도라는데 주변 왕국들이 겁을 먹고 쳐들어 온 적이 없어 실전에서는 한번도 쏜 적이 없다고 한다.

암베르 성 앞에도 시티은행 ATM이 있었다.
난 아직은 총알이 충분하니 그냥 넘어간다.

하루종일 걸어다녔더니 힘이 들어 버스정류장으로 터벅터벅 걸어가는데 버스가 내 옆을 지나간다.
버스가 20~30분 간격으로 있기에 기다려달라며 소리치며 달려가니 차장아저씨가 기다려주셨다.  

날이 덥다고 계속 음료수를 마셨더니 배가 별로 고프지 않길래 라씨나 한잔 마시러 갔는데 원조집은 장사가 끝났다고 한다.
그래서 원조가게의 오른쪽집에서 라씨를 먹었는데 확실히 원조집에 비하면 맛이 별로다. 

원조가게에서 늦게까지 라씨를 팔면 옆집이 망할까봐 일정량만 팔면 문을 닫아 다른 가게를 배려해주는 것이라는 혼자만의 상상을 하며 돌아온다.

집에 돌아오는 길에 맥주가 생각나 경찰들에게 와인샵을 물어물어 갔더니 새로운 맥주가 있어 혹시나 하는 마음에 도전해봤는데 역시나 인도맥주 맛이었다.

인도 술은 별로지만 망고는 싸고 맛있다.
1kg에 50루피(한화 1000원)밖에 안하는데 앞으로 더 남쪽으로 내려갈수록 더 싸지겠지.

<오늘의 생각>

암베르성은 정말 아름다웠지만 너무 덥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