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지마할을 보고 숙소에서 시원한 에어컨 바람을 즐기다가 다시 아그라를 구경하기 위해 밖으로 나왔다.
인도도 인구수는 세계 2위, 면적은 세계 7위이니 대륙의 기상을 가진 중국처럼 기인들이 많다.
아그라에서 가장 유명한 것은 타지마할과 아그라 성이다.
물론 다른 유적지들도 있지만 별로 관심이 없기에 아그라 성으로 향했다.
팀의 총무 역할을 맞고 계신 이상훈 형님께서 아그라 성 입장권까지 사주셨다.
같이 다니는게 죄송스러울 정도로 계속 챙겨주셔서 어떻게 해야 할 지 모르겠다.
그런데 입구에서부터 자꾸 가이드를 해준다며 따라 오던 인도인을 뿌리쳤더니 입장으 도와준다며 우리 입장권을 받은 뒤 검표원과 짜고 표를 빼돌렸다.
7명이라 7장의 표를 샀는데 돌려받은 표는 3장이니 4장은 다시 매표소로 돌아가 돈을 받을 모습이 눈에 훤하다.
참 별에 별 사기를 다 당한다.
그런데 어떻게 보면 우리는 손해보지 않고 그들만 이득을 봤으니 사기라 부르기도 뭐하다.
지부장님은 여기서도 활약하셨는데 우리보다 먼저 도착하시고 우리를 기다다가 표도 없이 먼저 안으로 들어가 계셨다.
정말 대단하시다고 했더니 한국에서는 더 재미있으시고 대단하시다고 한다.
인도에서 성은 처음 들어가 봤는데 규모가 커서 그런지 내부가 엄청 멋있지는 않았다.
하긴 사람이 생활하고 전쟁을 목적으로 지은 성에 내가 뭘 기대한건지 모르겠다.
아그라 성에서는 타지마할이 보인다.
타지마할을 만든 샤 자한은 말년에 막내아들의 반란으로 아그라 성에 유폐된다.
아그라 성에 갇힌 채로 부인을 위해 만든 타지마할을 바라보던 샤 자한이 무슨 생각을 했을지 궁금하다.
왠지 샤 자한이라면 타지마할을 보며 부인 생각을 할 수 있어서 행복해 했을 것 같다.
날이 너무 더워 머리띠를 다시 꺼냈다.
어서 머리띠를 안 써도 되는 북쪽으로 올라가야겠다.
성의 웅장함을 기대하고 왔기에 약간 실망했지만 세밀한 기둥장식은 정말 아름다웠다.
나이가 들어가는지 이런 미세한 문양들이 아름답게 느껴진다.
이제 진짜 타지마할과 안녕이다.
타지마할에서 나올 때도 아쉬웠는데 아무리 봐도 이런 아름다운 건축물이 실존한다는 것이 신기할 정도다.
나도 아름답거나 대단한 건물을 지을 때 참여해보고 싶다.
인도에는 참 많은 직업이 있다.
아그라 성에는 다람쥐 왈라가 있었는데 자기 다람쥐도 아니고 돌아다니는 다람쥐를 먹이로 유인한 뒤 관광객들에게 먹이를 줘보라며 돈을 받는다.
밑천도 없이 장사한다는 말이 딱 맞는 것 같다.
안에서 보니 확실히 웅장한 멋은 별로 없지만 세밀한 멋이 살아있다.
이럴 땐 건축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한다는 것이 아쉽다.
전공은 건축공학이지만 1학년만 다녔기에 아는게 별로 없다.
대단한 지부장님.
MTB도 좋아하셔서 내가 처음에 자전거로 세계일주를 시작했었다고 하니 대단하다고 하신다.
정작 얼마 가지도 못하고 돌아왔기에 부끄러워서 혼났다.
중국 해안가를 따라 짧게 자전거여행을 계획 중이라고 하셔서 몇 가지를 알려드렸는데 왠지 금방 가실 것 같다.
사람과 대화를 하다보면 그냥 물어만 보는 사람과 직접 실행할 사람이 보이는데 나는 다른 사람에게 어떻게 비춰졌을지 궁금하다.
밖에 나와서 보면 웅장하긴 웅장하다.
아그라 성은 3대 황제가 축조한 것을 5대 황제인 샤 자한이 가장 아름다운 궁전으로 바꿨다고 한다.
자신이 가장 아름답게 만든 성에 갇힌 채, 자신의 여인이 잠들어 있는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건축물을 바라봤을 샤 자한의 표정이 궁금하다.
숙소로 돌아 오는 길에 저녁을 먹기에는 시간이 일러 맥주를 사러 갔다.
속이 안 좋아 처음에는 반 잔만 마셨는데 이번에 처음 마셔 본 킹피셔 그린이 꽤 맛있길래 배가 아프던 말던 그냥 계속 마셨다.
내 위장은 나약할지라도 내 간은 강하다고 믿는다.
기차 시간이 다가와 떠나야 할 것 같아 인사를 하니 지부장님께서 밥은 먹고 가야한다며 식당으로 가자고 하신다.
시간이 촉박하니 빨리 나오는 라면을 시키고 기차상황을 확인하니 20분 정도 연착이 될 것 같았지만 혹시 모르니 빨리 먹고 인사를 드렸다.
나에게 밥을 먹이기 위해 다들 라면으로 메뉴를 통일까지 하셨다.
스쳐지나가는 인연이 될 수도 있었는데 정말 감사했습니다. 청정원과 대상, 형님들은 절대 못 잊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제가 받은 도움들은 꼭 다시 베풀겠습니다.
시간이 촉박하니 릭샤를 잡고 대충 흥정을 한 뒤 빨리 가자고 했다.
원래 공지된 출발 시각보다 5분 전에 역에 도착했다.
전광판에 나온 기차의 상황을 다시 확인하니 정시 도착이라고 한다.
서둘러 클락룸으로 가서 맡겨뒀던 짐을 찾고 플랫폼으로 달려가니 기차가 들어 온다.
더워서 헥헥거리고 있는데 아이스크림 장수가 지나가길래 하나 사먹었다.
혼자 낑낑대며 가방을 올리려하자 옆자리에 앉은 인도인 아저씨께서 도와주셨다. 아이스크림을 살 때도 외국인이라 사기를 칠까봐 가격도 확인해주시고 계속 도와주시는 것이 고마워 짜이를 두 잔 사서 같이 마시며 계속 이야기를 했다.
매번 SL(침대칸)만 이용하다가 내가 원한 시간에 운행하는 아그라에서 델리로 나가는 기차는 SL칸이 매진이고 한 3시간정도만 타면 되기에 좌석표인 2S(세컨) 등급을 샀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세컨표는 입석으로 탄 사람들이 많아 엄청나게 복잡하다길래 걱정했는데 탈 만했다.
나보다 4칸 쯤 앞에 탄 아기가 잠깐 뒤를 돌아봤는데 엄청 귀여워서 사진을 한 장 찍고 싶었다.
이쁘게 찍고 싶어 평소에 잘 쓰지도 않던 50.8 렌즈를 끼고 한 10분쯤 기다리자 다시 뒤를 돌아 봤는데 정말 귀여웠다.
아 토끼같은 딸래미를 낳아야 할텐데 걱정이다.
그전에 여우같은 마누라도 만나야 할텐데 이 것도 걱정이다.
3시간쯤 달려 델리에 도착했는데 인도로 처음에 들어와서 만난 델리와 너무 달랐다.
처음에 왔을 때는 약간의 두려움이 있어서 정신이 없었던 것 같은데 다시 온 델리는 하나도 무섭지 않았다.
<오늘의 생각>
다시 한번 고추장은 청정원.
타지마할이 왜 타지마할인지 알 수 있었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기차표를 끊으러 갔다.
내일 이동을 해야하는데 기차표가 2주전부터 매진이라 긴급 티켓인 따깔을 끊으러 갔다.
따깔은 인구 수가 많은 인도에서 급한 일로 기차를 타야하는데 표가 없을 때 출발 하루 전에 약간의 돈을 더 내고 끊을 수 있는 인도철도청에서 운영하는 공식적인 티켓이다.
나름 일찍 간다고 갔는데도 200명쯤 되어 보이는 사람들이 줄을 서서 따깔을 사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따깔은 딱 아침 10시부터 판매하기 시작하는데 꼭 야구장 표를 구하기 위해 기다리는 사람들 같았다.
내가 갈 곳의 따깔표는 120장이 있었는데 40분동안 줄을 서서 창구에 가니 28장밖에 안 남았었다.
처음으로 따깔표를 끊어봤는데 표를 구할 수 있어서 다행이다.
나는 목적을 달성했으니 줄 서 있는 사람들을 편안하게 바라볼 수 있었다.
가진자의 여유를 만끽하며 나온다.
빠하르간즈로 돌아 왔는데 이렇게 평화스러운 거리를 처음에는 왜 그리 걱정했었는지 모르겠다.
굳은 표정으로 숙소를 잡기 위해 배낭을 메고 다니는 여행객들을 보면 웃음이 나온다.
개구리 올챙이적 생각 못한다는 말이 떠오른다.
배는 고픈데 속을 완벽히 낫게 하기 위해 점심까지 굶기로 했다.
숙소로 돌아와 고민을 했었다.
원래는 점점 남쪽으로 치고 내려갈 계획이었는데 날마다 더워지는 것이 느껴지니 남쪽으로 가기가 싫어졌다.
그래서 북쪽을 집중 공략하기로 하고 기차표를 알아봤는데 다 매진이길래 외국인쿼터를 이용해 한 달 뒤의 기차표를 예매해버렸다.
이 기차가 어디로 가는지는 비밀이지만 4월 17일 11시 30분에 출발해 4월 19일 9시 35분에 도착하는 46시간짜리 기차다.
참 땅덩어리가 크기는 크구나.
한 달 뒤의 일은 나중에 생각하고 우선은 현재에 충실하자.
기차표를 끊고 숙소로 돌아오니 도미토리에 같이 묵고 있는 한국분께서 코넛플레이스를 간다길래 따라나섰다.
조금이나마 인도를 보고 왔더니 확실히 인도의 수도가 델리라는 것을 알 수 있을 정도로 도로가 잘 정비되어 있다.
델리에는 스타벅스도 있다.
인도에서 커피빈은 봤어도 스타벅스는 처음 봤는데 역시 델리는 인도의 수도가 맞나보다.
커피 한 잔 마실 돈이면 짜이를 여러 잔 마실 수 있으니 그냥 구경만 하고 지나간다.
같이 간 분이 한국에 보낼 소포가 있다고 해서 우체국을 먼저 들렀다.
며칠 뒤면 어무이 생신이라 나도 뭔가 선물을 보내려 하다가 딱히 인도에서 보낼만한 것이 없어 그냥 엽서 한장을 보냈다.
엽서값 10루피(한화 200원)에 우표값 15루피(한화 300원)이니 해외에서 엽서 보내는 것이 한국에서 보내는 것보다 싸다.
생신 날에 500원짜리 엽서 하나 보내는 불효자는 웁니다.
오늘 하루종일 굶었더니 배가 고파 유명한 식당에 갔는데 7시가 넘어야 탈리를 먹을 수 있다길래 그냥 나와 쉐이크를 한 병 사먹었다.
처음엔 밀크쉐이크를 먹으려고 했는데 딸기로 주길래 그냥 먹었다.
한국에 있을 때는 패스트푸드점에 가서 햄버거보다 쉐이크를 자주 사먹었었다.
특히 롯데리아보다 맥도날드 딸기쉐이크가 양도 많고 진해서 좋아했는데 맥도날드의 본사는 미국 시카고에 있다고 하니 언제쯤 맥도날드를 먹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코넛플레이스는 원형모양인데 가운데에는 공원이 있고 그 주위로 상점들이 들어서 있다.
딱 치킨에 맥주를 먹으면 좋을 것 같은 공원이다.
아... 치맥먹고 싶다.
공원의 풍경은 여느 나라와 비슷하다.
연인들은 사랑을 속삭이고 친구들끼리도 오고, 혼자서 책도 읽는다.
아마 뭄바이에는 고층빌딩이 많겠지만, 인도에 와서 고층빌딩을 본 기억은 별로 없다.
그래도 여기는 델리의 번화가라 빌딩들이 보이기는 한다.
그동안 고생한 나의 위장에게 선물을 주기로 했다.
아까 갔었던 고급 탈리집에 다시 갔는데 밥 1그릇을 추가하니 200루피(한화 4,000원)정도 나왔다.
맛은 말할 것도 없고 이렇게 다양한 종류의 카레를 처음 먹어보니 신기했다.
돈을 너무 아끼는 것은 아니지만 길거리 식당의 밥도 맛있어 딱히 좋은 식당을 찾아가고 싶은 생각은 들지 않는다.
길을 잘못 들어 빙빙 돌다가 녹초가 돼서 숙소로 돌아왔다.
숙소에 돌아오니 도미토리에 인도에서 공부중인 한국 사람이 한 명 더 있어 같이 술을 먹기로 했다.
썬더볼트라는 맥주를 먹었는데 이름만 마음에 들고 맛은 인도 맥주 맛이었다.
그런데 인도에서 생활하는 사람이라 여행자의 규칙을 잘 몰라 도미토리에서 소리를 질르길래 뭐라 했지만 씨알도 안 먹힌다.
한국이라면 격식을 차리느라 상대를 했겠지만 외국에서는 그냥 무시한다.
원래도 좋고 싫음이 어느정도 분명했었는데 해외에 나오니 나와 안 맞는 사람은 애초에 스파크가 튈 일도 없게끔 콘센트도 안 꽂는다.
여행하는 사람치고 나쁜 사람 없다는 말이 어느정도는 맞는 것 같은데 항상 좋은 사람만 만나기를 바라는 것은 도둑놈 심보이니 그냥 그러려니 한다.
<오늘의 생각>
델리는 두 번째인데 이번에도 별 것 없었다.
아침에 일어나 짐을 싸고 밖으로 나오니 통이 트고 있었다.
파란 하늘에 구름이 떠 있는 것 다음으로 좋은 것이 타는 듯한 노을인데 아침부터 기분이 좋다.
이번에 탄 기차는 CC클래스(에어컨 좌석)밖에 없었다.
타보니 우리나라의 무궁화호처럼 생겼다.
앉아있으니 사람들에게 신문과 잡지를 나눠주는데 분위기가 공짜길래 나도 하나 받았다.
잡지를 보고 있으니 물주전자와 컵을 주며 짜이를 타 먹을 수 있게 해준다.
뭔가 희한해 기차표를 확인해 보니 어디선가 들어본 사답띠 익스프레스였다.
인도에는 여러종류의 열차가 있는데 그 중 사답띠 익스프레스는 상대적으로 짧은 거리를 이동하는 특급열차다.
표를 끊을 때는 좌석칸인데 비싸길래 구시렁거렸었는데 타고 나니 기분이 좋다.
특급열차의 가장 좋은 점은 밥을 준다는 것이다.
가뜩이나 아침을 못 먹어서 기차 안에서 뭔가를 사먹으려 했는데 꽤 그럴싸한 밥을 준다.
밥 먹고 나서 짜이도 한 잔 더주니 특급열차를 탈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에 옆자리에 앉은 인도인은 출장가는 중이고 현대자동차를 타고 있는데 아주 마음에 든다고 한다.
외국에선 옆자리에 앉으면 인사를 하고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하는데 한국에서는 그러기가 쉽지 않으니 아쉽다.
밥도 주고 차도 주는 기차를 즐기다 보니 금새 목적지인 하리드와드에 도착했다.
기차에서 내릴 때가 되면 승무원이 돌면서 팁을 걷길래 나도 조금 팁을 줬다.
시바신인 것 같은데 저처럼 참 잘생기셨군요.
하리드와드에서 최종목적지인 리쉬께쉬로 가려면 버스를 타고 가야한다.
리쉬께쉬 시내에 내려서 내가 가려는 곳까지는 약 6km 정도 떨어져 있는데 릭샤값을 아끼기 위해 걷기로 했다.
걷기 전에 다리에 힘을 불어넣기 위해 라임 소다를 한 잔 사 먹는다.
열심히 걷는데 해가 너무 쨍쨍하다.
아이스크림 하나를 사 먹어야겠다.
돈을 아끼기 위해 걷다 보면 군것질거리를 많이 사 먹어 결국 돈을 쓰기는 마찬가지다.
하지만 먹는게 남는 거고 걸으면 운동도 되니 기분이 좋다.
걷고 걷다가 강도 건넌다.
다리를 건너는데 인도인들도 여행을 온건지 다리에서 인증샷을 찍느라 바쁘다.
1시간이 넘는 시간을 걸어 내가 찾던 아쉬람에 도착했다.
구름도 이쁘고 노을도 빨갛고 리쉬께쉬에서에 온 첫 날부터 기분이 좋다.
저녁은 알루고비라고 감자와 콜리플라워로 만든 카레에 짜파티를 먹는데 꽤 맛있었다.
알루는 감자고 고비는 콜리플라워다.
내가 찾던 아쉬람에 들어갔더니 100개가 넘는 방이 다 꽉 차있어 방이 없다고 한다.
어떻게 해야하나 아쉬람 입구에 주저앉아 있었더니 아쉬람에 묵고 있던 이탈리아 친구가 방을 구하냐면서 아쉬람 옆에 싼 도미토리가 있다고 말해줘 찾아갔더니 여기도 방이 없다고 한다.
허탈한 표정으로 지금 1시간이 넘게 걸어와서 너무 힘들다고 했더니 그러면 복도에 있는 직원용 침대에서라도 잘거냐길래 고맙다며 자리를 잡았다.
요금은 도미토리와 같은데 와이파이가 빵빵해 사람들이 다 잠들 때까지 와이파이를 썼다.
아쉬람에 들어가면 한동안 와이파이를 못 쓸 테니 원 없이 썼다.
<오늘의 생각>
이런 좋은 기차도 존재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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