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내내 멈춰 있던 버스에 시동이 걸리고 에어컨이 켜지니 그제서야 잠에 들었다.
여행을 하며 웬만한 악조건에도 끄떡없이 잠을 잘 잤었는데 덥고 습하고 냄새가 나니 잠을 자기 힘들었다.
잠시 쪽잠을 자고 일어나니 버스가 절벽길을 따라 달리고 있었는데 밤에 이런 길을 달리면 위험할 것 같았다.
디저트로 먹으려고 사온 포도가 떠올라 아침 대용으로 먹었는데 누가 고른지 모르겠지만 정말 달콤했다.
청두에서 버스에 오른지 23시간만에 도착한 곳은 리장이다.
한자로 여강이라 쓰고 리장이라 읽는 이 곳은 아름다운 풍경때문에 신서유기에도 나온 곳이다.
아담한 골목길을 따라 올라가면 내가 예약해둔 호스텔이 보인다.
간단한 인적사항을 쓰고 체크인을 하고 배낭을 내려놓은 뒤 바로 밖으로 나온다.
밖으로 나와 가장 처음 한 일은 역시 밥을 먹는 것이다.
아침으로 포도를 먹었다고 하지만 역시 한국사람은 밥을 먹어야한다.
동생과 함께 여행해 좋은 것 중 하나는 메뉴를 2가지씩 시켜먹을 수 있다는 것이다.
우선 중국식당의 기본인 볶음밥 하나와 이름에 푸를 청과 붉을 홍이 써진 메뉴를 시켰더니 고추볶음이 나왔는데 정말 맛있었다.
밥을 먹었으면 디저트를 먹을 시간이다.
화과자 같이 생긴 빵을 개당 1위안(한화 180원)에 팔고 있길래 하나씩 사봤는데 딱 1위안짜리 맛이 났다.
리장의 구시가지는 지역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곳으로 외국인뿐만 아니라 중국인들에게도 사랑받는 관광지라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곳곳에서 보수공사가 이뤄지고 있었는데 너무 상업화된 모습으로 변하지 않았기를 바라며 안으로 들어가본다.
물론 입장은 공짜가 아니다.
1인당 80위안(한화 14,400원)의 고성보호기금을 내야 입장이 가능하고 체크 포인트를 들어갈 때 입장권을 보여줘야한다.
입장권에는 우비와 모자가 포함되어 있다길래 같이 달라했는데 아무리 공짜라면 양잿물도 마신다지만 모자는 도저히 쓸 수 없을 정도의 디자인이었다.
리장의 구시가지는 리장 고성이라는 이름으로도 불리는데 안에 있는 건물들은 전부 목조건물들로 이루어져 있다.
1996년에 윈남성 일대에 일어난 대지진 속에서 살아남은 전통가옥들이 있는 시가지가 현재의 리장고성이 되었다고 한다.
지나가는데 나와 동생이 좋아하는 당과가 보인다.
무협지를 읽다보면 당과 이야기가 빠지지 않는데 한번만 먹어보면 왜 소설 속의 어린 아이들이 당과를 좋아했는지 알 수 있다.
달콤한 맛은 정말 사랑스럽다.
수로와 함께 어우러진 풍경은 정말 운치 있었다.
고즈넉한 분위기를 벗 삼아 술 잔을 기울이면 정말 좋을 것 같았다.
광장에 가보니 나시족 할머니들이 모여서 전통 춤을 추고 계셨다.
할머니들이 입고 계시는 상의는 리장 지역에 모여 사는 나시족의 전통의상이라고 한다.
리장 고성에는 대수차라 불리는 물레방아도 있었는데 현재는 그냥 관상용으로만 이용하고 있는 것 같았다.
리장 고성의 북쪽으로 가면 흑룡담이라는 연못이 있는데 왠지 이름이 멋있어서 들어가본다.
흑룡담 공원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입장권이 필요한데 우린 이미 고성보호기금을 냈으니 도장만 찍고 안으로 들어간다.
마치 여권에 도장을 찍어주는 기분이 들어 재미있다.
고즈넉한 분위기의 길이 나와 기분이 좋았는데 앞에 연인이 있다.
왜 분위기 좋은 곳에는 연인들이 끊이지 않을까.
연못인지 호수인지 모를 흑룡담을 따라 걷다보면 앞에 전각들이 보인다.
가장 왼쪽에 있는 정자는 일문정, 3층짜리 전각은 득월루, 옆의 다리는 오공교라 불린다고 한다.
역시나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은 득월루이다.
달을 얻다니 이름 한번 정말 잘 지었다.
보름달이 떴을 때 득월루에 올라 물에 비친 달을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역시 시장경제체제에서는 경쟁이 일어나야 소비자가 싼 가격에 물건을 살 수 있다.
5원(한화 900원)짜리 가게가 생기니 옆 가게는 4원(한화 720원)으로 가격을 낮춘다.
나시족의 전통설화를 벽에 새겨놓은 것 같았다.
사진의 왼쪽 밑에 있는 글씨가 나시족이 쓰는 상형문자인 동파문자라고 한다.
하늘이 조금 더 맑았으면 사진이 더 예쁘게 나왔을텐데 조금 아쉽다.
나시족은 이 나무판에 동파문자로 글을 적어 놓으면 소원이 바람과 함께 하늘로 날아가 이뤄진다고 믿었다고 한다.
소원은 커플이나 가족끼리 와서 비는 것이지 형제끼리 비는 것이 아니니 그냥 구경만 하고 지나친다.
중국에 왔으면 발마사지를 받아야한다는 아주 단순한 생각으로 마사지샵을 찾아갔는데 별로 만족스럽지 못했다.
역시 마사지는 태국을 가야하나보다.
잠시 쉬기 위해 숙소로 돌아왔는데 구시가지보다 높은 곳에 위치해 마을이 한눈에 다 들어온다.
구름이 끼지 않는다면 일출이나 일몰 시간에 정말 아름다울 것 같다.
침대에서 빈둥대다 저녁시간이 되어 다시 구시가지에 들어갔는데 한글로 된 안내판이 보인다.
한글로 설명해주는 것은 그만큼 한국인이 많이 온다는 것일텐데 그럴수록 에티켓을 잘 지켜 욕먹는 일이 없도록 해야한다고 생각한다.
리장 고성 안의 길은 미로처럼 얽혀있어 길을 잃기 쉬운데 그냥 마음이 내키는대로 걷다보니 우리도 길을 잃었다.
관광센터로 가 길을 물어보고 나오는데 안내해준 사람의 얼굴이 왠지 낯이 익었다.
생각해보니 신서유기에 나와 길을 안내해준 누나였는데 지나치고 나서 깨달아 같이 사진 찍을 기회를 놓쳤다.
해가 지기 시작하면서 비가 조금 내렸는데 촉촉한 길과 등이 어우러지니 정말 아름다웠다.
이런 풍경때문에 사람들이 리장 고성을 찾게 되는 것 같다.
중국여행의 지역 이동은 내가 짜고 그 도시 안에서의 활동은 동생이 계획하는데 동생님은 식도락에 관심이 많다.
세상에 맛있는 음식을 싫어할 사람은 없으니 동생님을 열심히 따라간다.
오늘 저녁메뉴는 오골계 전골이라는데 각종 채소와 면 등을 함께 먹는 전골요리로 정말 맛있었다.
혼자 여행을 다녔더라면 매일 볶음밥만 먹었을텐데 동생이 있어 참 다행이다.
맛있는 밥을 먹었으니 디저트를 먹을차례다.
그런데 과대광고는 한국이나 중국이나 똑같은 것 같다.
숙소로 돌아가는 길이 너무 아름답길래 동생님의 사진을 한 장 찍어주고 나도 한장 찍어본다.
역시 사진은 조명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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