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소 앞 언덕길에서 리장 구시가지를 바라보며 하루를 시작한다.
아침 7시부터 일어나 어제 숙소에서 예약해 놓은 호도협행 버스에 오른다.
아무리 일찍 일어났어도 아침을 거를 수는 없다.
이부자리에서 일어난지 얼마 지나지 않았기에 밥맛이 없을 줄 알고 만두를 조금만 샀는데 먹으면 먹을수록 입맛이 살아나 결국에는 아침이 부족했다.
역시 내 몸은 먹고 자는 것에 특화되어 있는 것 같다.
중국의 아침 식사에서 빠질 수 없는 두유도 한 잔 마신다.
두유에 설탕을 너무 많이 넣으면 건강이 걱정되고 조금 넣으면 맛이 나질 않는다.
한낱 두유를 먹을 때도 적당히가 어려운데 삶을 적당히 살아가는 것은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생각해본다.
적당히 사는 삶은 어려울테니 그냥 즐기며 사는 삶을 살아야겠다.
잘 달리던 버스의 속도가 줄길래 밖을 보니 불이 났다.
부디 인명피해가 없기를 바라며 잠시 기도를 했다.
중국은 관광지마다 등급을 매겨 놓았는데 만리장성과 병마용 같은 곳은 최고등급인 AAAAA 등급이다.
또한 등급에 따라 다른 입장료를 적용하고 있어 호도협과 같은 AAAA등급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입장료를 내면 된다.
입장권을 끊고 조금 더 들어가니 호도협의 황토색 물이 보이기 시작한다.
오랜만에 푸른 산을 보니 절로 기분이 좋아진다.
역시 사람은 자연과 함께 살아야한다.
버스는 계속 달리고 창 밖으로는 호도협의 아름다운 모습이 보인다.
산을 오르면 힘들다는 것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지만 이런 풍경을 보면 등산을 하고 싶어진다.
배낭여행자들의 호도협 구경은 티나 게스트 하우스에서 시작된다.
리장 시내에서 출발하는 밴은 대부분 티나 게스트 하우스로 모이고 트래킹을 위한 준비도 이 곳에서 주로 한다.
호도협을 즐기는 방법은 크게 두가지가 있는데 당일치기 관광과 1박 2일 이상이 걸리는 차마고도 트래킹 코스가 있다.
여행 기간에 제약이 없거나 혼자 왔더라면 당연히 차마고도 트래킹을 했겠지만 이번엔 동생과 함께하는 짧은 여행이니 그냥 당일치기 투어만 하기로 했다.
티나 게스트하우스에서 조금만 걸어오면 호도협으로 내려가는 길이 보인다.
호도협은 상, 중, 하로 나뉘어져 있는데 우리는 가장 유명한 중 호도협으로 가기로 했다.
호도협으로 들어오는 입장료는 냈지만 호도협까지 내려 가는 길을 유지보수 하는 마을 사람들을 위해 길 이용료를 따로 내고 있었다.
안 좋게 보면 기분이 나쁠 수도 있지만 마을 사람들을 위한 돈이라 생각하고 좋은 마음으로 돈을 낸다.
입장권을 파는 아주머니께서 이 길로 내려가면 정말 아름답다고 했는데 그 말이 사실인 것 같다.
입장료를 내고 얼마 내려가지 않아 만난 푸른 하늘 아래 펼쳐진 풍경은 15위안이 부족할 정도로 아름다웠다.
소풍에는 간식이 빠질 수 없으니 미리 사온 과자를 먹으면서 내려가기 시작한다.
협곡을 내려가는 길을 내려니 경사가 꽤 가파르다.
내려가는 것은 문제가 없는데 올라올 때를 생각하니 좀 힘들 것 같다.
하지만 아직 다가오지도 않은 일을 걱정하느라 현재를 놓칠 수는 없으니 열심히 내려간다.
몽골의 홉스골에 있을 때는 쌀쌀했는데 남쪽으로 내려오니 날이 꽤 덥다.
지친 여행자들을 위한 선물인지 작은 냇물이 흐르고 있길래 세수를 하고 다시 내려간다.
길 중간에는 사다리도 설치되어져 있었는데 이런 시설물을 유지하려면 주민들이 입장료를 걷어야만 할 것 같았다.
이번 여행도 안전하고 즐겁게 끝날 수 있기를 빌며 길을 걷는다.
30분 정도 내려오다보니 호도협의 물줄기가 제대로 보이기 시작한다.
입장료를 내고 내려왔어도 다리에 들어가려면 또 입장료를 내야한다.
여기까지 와서 다리를 안 건널 수는 없으니 10위안(한화 1,800원)을 내고 건넌다.
호랑이가 이 협곡을 지날 때 다리 건너편의 암석을 밟고 뛰어넘었기에 이 곳이 호도협이라고 불린다고 한다.
다리 위에서 본 물줄기가 엄청 세다.
우기에는 물이 흙탕물이지만 건기 때는 푸른 물이 흐르고 있다는데 상상이 되지 않는다.
거센 물줄기를 최대한 사진에 담아달라고 동생님께 요청했는데 왠지 뾰루퉁한 표정의 사진이 찍혔다.
즐겁게 사진을 찍었는데 왜 화난 것처럼 나온건지 모르겠다.
이 곳에 빠지면 바로 염라대왕님을 만나러 갈 것 같아 조심조심 건넜다.
조금 더 위쪽에서 사람들이 인증샷을 찍고 있었다.
남들이 하는 것은 똑같이 해봐야 하는 성격인데 덕분에 물세례를 받았다.
카메라를 들고 사진을 찍다가 물세례를 받았는데 급히 가방으로 가린 탓에 카메라가 고장나지는 않았다.
대신 오늘 처음 입은 바지가 황토색으로 물들었는데 카메라를 살렸으니 괜찮다.
카메라가 잘 작동하니 중호도협에 온 기념사진을 찍어야한다.
물줄기가 세니 호랑이 기운이 느껴지는 것 같아 기분이 좋다.
물에 젖었으면 말리면 된다.
너무 안전하고 깨끗하게만 여행하려고 하면 피곤해지니 적당히 더러워질 줄도 알아야한다.
그런데 난 좀 많이 더러운 것 같다.
도시락 대신 사온 과자를 하나 더 먹는다.
호도협에서 딱히 먹을 것이 없을 것 같아 간단하게 때우기로 했는데 과자로는 배가 부르지 않는다.
젖은 몸도 어느정도 말렸고 휴식도 취했으니 이제 다시 움직일 시간이다.
상류 쪽으로 올라가며 사진을 찍었는데 호도협의 웅장함과 맑은 하늘이 잘 어우러진 사진이 나왔다.
여러 찍은 것들 중에 어떤 것을 고를지 잘 모르겠어서 가로와 세로 사진을 둘 다 골랐다.
고슴도치도 자기 자식은 예쁘다는데 나도 내가 찍은 사진은 다 예쁘다.
또 다른 다리를 건너려면 돈을 내라는데 우린 이미 중호도협의 진수를 맛보고 왔으니 건너지 않기로 했다.
대신 우리가 왔다 갔다는 흔적만 하나 남기고 간다.
우리가 내려온 지역을 천제, 하늘계단이라고 부르나보다.
중간 중간에 가마가 보이길래 누가 버려놓은 줄 알았는데 실제로 사람들을 태우고 다니는 가마꾼들이 있다고 한다.
가마를 타고 구경하는 것도 좋겠지만 두 다리가 튼튼할 때 열심히 돌아다녀야겠다.
가마가 싫다면 말을 타도 된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몸무게에 따라 요금을 따로 받고 있는 모습이 합리적인 것처럼 보이면서 신기했다.
태산이 높다하되 하늘아래 뫼이고 오르고 오르다보면 못 오를 산이 없다 했던 양사언의 말대로 결국 다시 협곡의 위로 올라왔다.
고생한 몸에게 상으로 시원한 환타를 준다.
티나 게스트하우스로 가는 길에 호도협으로 흘러가는 물줄기 중 하나가 보이길래 가까이 다가가보기로 했다.
여기서는 이렇게 맑은 물인데 밑에 가면 흙탕물이 되는 모습이 신기하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고 했는데 윗물이 맑다고 항상 아랫물도 맑은 것은 아닌가보다.
건축공학을 전공하고 있지만 아직도 이런 다리나 고층 빌딩을 보면 신기하다.
이런 모습을 보면 역학적으로 생각해야 할텐데 그저 신기하다고만 생각하는 것을 보면 학구열이 부족한 것 같기도 하다.
학구열은 조금 부족할지라도 맑은 하늘에 대한 열망은 가득하다.
이렇게 푸르고 맑은 하늘이 함께한다면 어디를 가도 좋다.
티나 게스트하우스에서 잠시 와이파이를 빌려 쓰다가 다시 리장으로 돌아가는 버스에 오른다.
피곤했기에 잠시 졸고 있었는데 창밖을 보던 사람들이 환호성을 지르기 시작해 잠에서 깼다.
나도 따라서 창 밖을 보니 리장의 자랑인 옥룡설산이 보인다.
사람들이 옥룡설산을 보며 좋아하니 기사아저씨께서 잠시 차를 세워주신다.
날이 맑으면 옥룡설산을 볼 수 있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전혀 기대를 하지 않았었는데 구름사이로 비친 옥룡설산을 보니 기분이 좋다.
잠시 휴게소에 들른 김에 군것질거리를 사먹을까 했는데 동생님께서 별로 내켜하지 않길래 그냥 참기로 했다.
사람들이 쉬는 동안에 버스도 세차를 한다.
더러운 버스가 깨끗해지는 모습을 보니 나도 기분이 좋아진다.
갈 때는 숙소 앞에서 픽업을 해줬지만 돌아갈 때는 버스터미널에서 내려줘 알아서 숙소로 돌아가야한다고 한다.
사람이 화장실 갈 때랑 나올 때랑 마음이 다르면 안된다고 배웠는데 아직 중국에는 이런 속담이 없나보다.
돌아오는 길에 차가 너무 밀리길래 조금 빨리 내려 걸었는데 리장의 외곽지역을 둘러볼 수 있어 좋았다.
숙소로 들어가면 다시 나오기 싫어질 것 같아 어제 먹었던 식당에 다시 찾아갔다.
기본인 볶음밥과 볶음면을 시켰는데 역시나 맛있었다.
오늘은 점심도 제대로 못 먹었으니 한 그릇을 더 시켜 든든하게 배를 채웠다.
아침에 일어나 호도협으로 떠날 때의 모습과 비교해보니 색다른 맛이 있다.
이래서 사람들이 일출과 일몰을 구분해서 보는 것 같다.
하루의 마무리는 역시나 맥주와 함께 해야한다.
설화맥주는 지역에 상관없이 중국 각지에서 팔고 있었는데 맛도 좋지만 이름이 너무 예뻐 자꾸 찾았다.
예쁜 이름이 부러워서 생각해보니 우리나라에는 초록병에 담긴 이슬이가 있었다.
멀리서 본 리장의 야경이 궁금해 나와봤는데 잔잔한 야경이 펼쳐져있었다.
휘황찬란한 모습도 좋지만 이렇게 잔잔한 풍경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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