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새해가 밝았습니다.
올 한 해에도 즐거운 일만 가득하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아침에 일어나니 다행히도 이번 기차는 잘 달리고 있었다.
아침식사로 컵라면과 고기 꼬치를 샀는데 고기꼬치가 아닌 두부꼬치였다.
양념을 발라 놓으니 두부인지 고기인지 구분을 못했는데 두부에도 단백질이 들어있으니 그냥 먹는다.
내 몸은 소중하니 비타민 공급을 위해 기차역에서 사온 피자두를 먹었는데 달달하니 맛있다.
이번 기차도 앉아서 가는 좌석인데 의자의 각도가 거의 90도라 몸이 너무 힘들다.
중국 기차도 다른 외국과 같이 크게 4단계로 나뉘는데 하드 시트, 소프트 시트, 하드 슬리퍼, 소프트 슬리퍼 순이다.
그 중 가장 낮은 등급인 하드 시트는 등받이 조절이 되지 않는 가장 불편한 의자인 대신 가격이 저렴하고 상대적으로 표를 구하기 쉽다.
하지만 침대칸인 하드 슬리퍼나 소프트 슬리퍼는 미리미리 예약을 하지 않으면 구하기 어렵기 때문에 주의해야한다.
이번에도 우여곡절 끝에 목적지인 청두에 도착했다.
기차역은 우리나라의 서울역처럼 규모도 크고 깔끔했다.
청두와 청도를 같은 곳으로 아는 분들이 계신데 청두는 내륙에 있는 중국 사천성의 성도이고 청도는 칭따오 맥주로 유명한 해안가 도시다.
청두 여행 다음으로 갈 도시인 리장에는 청두에서 바로 기차가 들어가지 않아 장거리 버스를 타야한다.
청두에는 장거리 버스터미널이 2개가 있는데 마침 우리가 내린 청두동역 옆에 장거리 버스 터미널이 있었다.
안에 들어가 열심히 리장을 말해봤더니 여기서 출발하는 버스가 없다길래 우선 숙소로 돌아가 제대로 된 정보를 얻기로 했다.
예약한 숙소로 가니 리셉션에 한국어를 배우고 있는 중국 친구가 있어 잠시 이야기를 했다.
그 친구가 알려준 터미널로 가 버스 티켓을 끊는데 장거리 슬리핑 버스라 그런지 340위안(한화 61,200원)이나 한다.
여행하면서 돈을 신경쓰지 않을 수는 없으나 자꾸 돈 생각을 하면 여행이 전혀 즐겁지 않다.
예상했던 것 보다 돈이 더 많이 들 것 같으니 이제 앞으로는 돈 생각을 하지 않고 그냥 적당히 즐기면서 지내고 예산을 좀 더 늘리기로 했다.
청두는 앞에서도 말했지만 사천성의 수도이다.
사천성은 2008년에 대지진이 일어난 쓰촨성을 한자식 발음한 것으로 우리나라 사람들에겐 매운 음식으로도 유명한 사천이다.
사천성에 왔으면 매운맛을 봐야한다.
청두에는 우리가 알고 있는 마파두부의 원조집인 진마파두부라는 식당이 있는데 이 곳에서 마파두부라는 요리가 탄생했다고 한다.
숙소에서 잠시 쉬다 배가 고파 바로 식당을 찾아왔는데 아직 저녁 영업시간이 되지 않아서 잠시 기다리다 자리에 앉았다.
우선 가장 기본인 마파두부 큰 것과 다른 고기요리를 시켰는데 마파두부는 정말 맵고 고기는 향신료가 강해 혀가 얼얼했다.
매운 음식을 못 먹는 편은 아닌데 원조 마파두부의 매운맛은 상상을 초월했다.
밥을 추가시키며 두부만 겨우 건져먹다가 결국 조금 남기고 나왔는데 사천의 매운맛을 쉽게 봤다가 정말 혼이 났다.
우리나라에서 매운맛을 강조할 때 사천을 붙이는데 사천의 매운맛을 본 사람의 입장으로 우리나라의 사천짜장은 모두 이름을 조금 매콤한 짜장으로 바꿔야한다고 생각한다.
이런 음식을 즐기며 먹는 사천 사람들도 정말 대단하다.
얼얼한 혀를 달래주기 위해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이동한다.
중국의 도시들에는 웬만하면 지하철이 다 있는 것 같다.
지하철 광고로 무한도전이 나오는데 짜장 폭죽을 중국에서 보니 정말 신기했다.
소화를 시킬겸 온 곳은 우리나라의 인사동거리와 비슷하지만 청나라 시대에 만들어진 콴자이샹즈 거리다.
거리 곳곳의 찻집에서는 연극 공연도 하고 있다했는데 딱히 당기지 않아 그냥 지나치기로 했다.
콴자이샹즈 거리는 신서유기에도 나왔었다.
기상미션으로 했던 말 조각상이 보이길래 인증사진을 찍고 있으니 뒤에 꼬마애가 같이 포즈를 취해줬다.
청두에는 판다기지가 있어 판다 관련 상품들도 많이 팔고 있었다.
태어날 때부터 귀여움을 장착하고 태어나는 판다가 부럽다.
신서유기에서 강호동씨와 이수근씨가 중국어 광고 콩트를 찍었던 공원도 보인다.
TV를 잘 보지 않는 성격인데 나영석 PD의 여행관련 프로그램들은 매번 재미있게 보고 있다.
그래도 그 중 가장 좋아하는 것은 '꽃보다 할배'인데 빨리 다음 이야기가 나왔으면 좋겠다.
콴자이샹즈는 콴샹즈와 자이샹즈를 합쳐 부르는 말이다.
콴은 넓다, 자이는 좁다, 샹즈는 거리를 뜻하는 말로 넓고 좁은 두 개의 거리를 합쳐 콴자이샹즈로 부른다고 한다.
콴자이샹즈에서 가장 유명한 것은 변검술이라고 한다.
사진과 동영상으로 본 것이 변검술의 전부이기에 나도 한번 보려고 했었는데 가면을 바꾸는 모습이 보일 정도로 허접하다길래 마음을 접었다.
마술과 서커스같은 쇼는 제대로 된 것을 봐야한다.
여행객들이 많이 찾는 거리인만큼 다양한 음식들을 팔고 있었는데 푸딩처럼 생긴 음식이 맛있어 보여 샀다.
달고 짠 맛이 공존하는 맛이었는데 요즘 트렌드인 단짠을 중국에서 미리 맛본 것 같았다.
콴자이샹즈로 가는 방법은 그냥 콴자이샹즈 역에서 내리면 되는데 내가 다른 역에서 내려 걷는 루트를 골랐더니 동생님께서 콴자이샹즈역 사진을 찍어 내 잘못을 기념하라고 했다.
중국의 지하철 표는 서울의 지하철 표와 비슷하게 생겼지만 개찰구를 나가며 표를 자동으로 회수하고 있어 보증금이 필요없다.
서울의 지하철도 예산이 확보된다면 개찰시스템을 이렇게 바꾸면 참 편리할 것 같다.
사천의 매운맛을 제대로 느껴보기 위해 오늘 저녁은 훠궈를 먹어보기로 했다.
호스텔 직원에게 추천받은 훠궈집에 갔는데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뭔가 맛있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듬뿍 들어 기대감을 가지고 기다리기로 했다.
기다리는 동안에 주문판을 주는데 도대체 뭐가 뭔지 하나도 모르겠다.
이럴 때는 눈치로 주문하는 수 밖에 없다.
대기하고 있는 사람들 사이를 지나다니며 기본적으로 어떤 것을 시키는지 살펴보고 주문을 했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어떤 국물을 고를지가 문제였는데 우리가 원하는 홍탕과 백탕이 반씩 들어있는 것이 무엇일지 고민하다 겨우 골랐다.
훠거는 이렇게 국물에 고기나 채소를 익혀먹는 것인데 사진에 보이는 검은 빛깔의 국물이 홍탕으로 매운 국물이다.
눈치로 한 주문이 잘 들어갔는지 다행히 다양한 고기 종류와 완자, 면 등이 나왔는데 정말 매우면서 맛있는 맛이었다.
둘이서 땀을 흠뻑 흘리며 먹었는데 중독성 있는 매운 맛이 정말 맛있어 맥주와 함께 먹었다.
왜 사천 요리를 먹어보니 왜 사천 요리가 유명한지 알 수 있었다.
숙소로 돌아와 디저트로 낮에 사서 냉장고에 넣어둔 수박을 먹는데 수박도 달다.
다른 것은 몰라도 중국의 음식과 과일은 정말 싸고 맛있다.
판다는 잠이 많아서 새벽에 보러가야하는데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우리가 청두에 도착한 날부터 G20 재무장관 회의가 시작됐다.
그리고 그 다음 날은 G20 재무장관들에게 판다를 보여주기 위해 일반인의 판다기지 출입을 통제한다고 한다.
베이징에서는 폭우로 기차에 갇히고 시안에서는 기차가 취소되더니 청두에서는 판다기지마저 문을 닫는다.
과연 중국 여행의 스펙타클함은 어디까지일지 궁금해지기 시작한다.
중국에서는 아침 식사를 걱정할 필요가 없다.
어디를 가든 조금 큰 길로만 나가면 다양한 음식을 파는 노점상이나 가게가 보이니 아무거나 먹으면 된다.
판다 기지에 가지 못하니 남는 시간을 때우기 위해 시내로 나가는데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왠지 빗줄기가 거세질 것 같아 불안하다.
제갈공명의 사원인 무후사를 찾아왔는데 비가 너무 많이 내려 도저히 어디를 돌아다닐 수 없을 것 같았다.
결국 신발과 옷만 쫄딱 젖은 채로 다시 숙소로 돌아간다.
아마 여행의 신이 나에게 노하셨나보다.
숙소 근처에 도착하니 언제 내렸냐는듯이 비가 그친다.
혹시나 여행의 신이 계신다면 제발 제 중국 여행이 무사히 끝나게 해주세요.
옷과 신발을 말리고 버스 터미널로 가 리장으로 가는 버스에 탔다.
완전히 침대처럼 누워가는 버스인줄 알았는데 침대의자 버스라 살짝 실망했다.
베이징에서 기차에 갇힌 뒤로는 소시지나 크래커 같은 비상식량을 항시 챙겨 다니기로 했다.
소 잃고 외양간을 고치는 것이 부질 없을 수도 있지만 다시 소를 키울거라면 외양간은 꼭 고쳐야한다.
버스가 열심히 달리다 휴게소에 들르길래 구경을 했는데 우리나라의 호두과자처럼 딱히 눈에 끌리는 것이 없었다.
시대가 바뀌고 다양한 음식이 나왔다고 하지만 고속도로 휴게소는 호두과자가 최고다.
육포를 사랑하는 동생님께서 저렴한 육포 대용품을 찾는다고 산 것인데 생긴 것은 조금 이상하지만 나름 간이 잘 되어 있어 맛있었다.
역시 뭐든 먹어봐야 맛을 알 수 있다.
버스는 계속 달리고 또 달린다.
화장실에 잠시 들렀는데 고인 물에 비친 모습이 너무 아름다웠다.
바닥에 비친 하늘을 보니 우유니 소금사막이 떠오른다.
사람은 추억을 먹고 산다는데 먹고 살 추억이 많아 다행이다.
계속 달리던 버스는 저녁 9시가 넘어서야 휴게소에 멈춘다.
여러 종류의 음식을 파는 곳이 있었는데 밥이 먹고 싶어 급식처럼 식판에 밥을 주는 곳에 갔다.
받고 보니 너무 풀 종류만 많은 것 같아 옆 가게에서 닭다리를 하나씩 사와 밥을 먹었다.
별 볼일 없는 반찬인데도 내가 밥을 너무 맛있게 먹으니 동생이 나를 신기하게 쳐다본다.
입맛이 워낙 낮아 세상에 존재하는 음식의 90% 이상은 맛있게 먹을 수 있을 것 같다.
저녁 식사 후로 잘 달리던 버스가 주차장에 멈추더니 출발할 생각을 하지 않는다.
아마 새벽시간에는 버스를 못 달리게 하는 것 같은데 에어컨을 끄고 문을 닫으니 너무 더워 버스에서 잠을 잘 수가 없었다.
졸리지만 잠을 잘 수 없으니 어쩔수 없이 밖으로 나와 사진을 찍으며 하릴 없이 새벽 시간을 보낸다.
차라리 사진에 나온 구식 침대 버스라면 편하게 누워서 창문이라도 열어 놓을텐데 신식버스라 창문도 없으니 어떻게 할 방법이 없다.
달님, 앞으로 남은 여행이 안전하고 재미있게 끝날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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