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 도착한 곳은 중국 운남성의 성도인 쿤밍이다.
운남성은 삼국지에서 남만이라 불리던 그 곳이다.
이른 새벽이라 버스도 다니지 않아 기차역에서 30분 정도 떨어진 숙소 근처까지 걸어왔는데 호스텔이 보이지 않는다.
사람들에게 물어봐도 제대로 된 위치를 찾아왔는데 호스텔에서 알려준 위치에는 건물이 없다.
결국 광장근처를 몇 바퀴 돈 후에야 겨우 호스텔을 찾을 수 있었다.
로비에서 기다리다 체크인을 하고 다시 밖으로 나온다.
우리가 묵은 숙소는 번화가인 금마벽계방 근처에 위치하고 있다.
운남성은 베트남과 접한 곳이라 그런지 운남식 쌀국수인 미씨엔이 유명하다고 한다.
동생님이 알아 놓은 맛집에 가 느낌이 오는 쌀국수를 시켰는데 선지가 들어있어 영양보충을 제대로 했다.
쿤밍에서도 단체 체조는 빠지지 않는다.
광장에는 쿤밍의 캐치프레이즈인 매력곤명이 써있다.
그래도 내가 생각하는 최고의 캐치프레라이즈는 Incredible India인 것 같다.
새벽에 기차를 타고왔지만 잘 자고 왔으니 다시 강행군을 한다.
1시간 동안 시내버스를 타고 쿤밍 외곽에 있는 버스터미널에 도착했다.
여기서 다시 버스를 타고 떠나야한다.
버스터미널에 도착해서야 숙소에 여권을 맡기고 나온 것이 떠올라 혹시 여권을 달라할까봐 걱정했는데 다행히 그냥 표를 끊을 수 있었다.
피부는 소중하니까 선크림을 잘 발라줘야한다.
오늘 우리가 가는 곳은 쿤밍의 명물 석림이다.
석림의 입구까지 가는 전기자동차가 있지만 돈을 아끼기 위해 걸어간다.
적은 돈으로 배낭여행을 하다보면 중국이 시장경제를 받아들였다는 것을 몸소 느낄 수 있다.
이제는 중국 어디를 가든 줄은 서는 것에 익숙해졌다.
석림 또한 AAAAA등급의 관광지로 1인당 175위안(한화 31,500원)을 내야한다.
3000m나 남았다는 친절한 안내에 욱하는 마음이 들어 자동차를 탈까 했지만 마음을 진정시키고 걷는다.
그래도 중국의 오레오를 먹으며 힘을 낸다.
3000m를 걸어오면서 혹시 매표소 그냥 지나친 사람이 입구까지 와서 표를 못샀다면 어떤 선택을 할까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여기서도 입장권을 팔고 있었다.
혹시나 긴 줄을 서기 귀찮으신 분은 입구에서 표를 끊어도 될 것 같다.
입구를 들어오니 우리나라의 국립공원에 들어온 것 같은 기분이 들기 시작한다.
뚜벅이는 석림 내부에서도 열심히 걸어다녀야 한다.
석림의 규모는 350㎢으로 크게 대석림과 소석림으로 나눠져있다.
석림은 말 문자 그대로 돌의 숲인데 카르스트지형으로 이루어진 모습이라고 한다.
고등학생 때 카르스트 지형에 대해 배운 기억이 나지만 정확한 내용이 떠오르지는 않는 것을 보니 나도 늙었나보다.
누가봐도 석림인 것을 알 수 있게 입구에 크게 써놓았다.
비싼 돈을 내고 들어왔으니 인증샷을 한장 찍어줘야한다.
붙어 있던 돌이 떨어지다 걸린 것 같은데 그 모습이 멋있고 신기해 사람들이 다들 사진을 찍느라 바쁘다.
역시 굴러 떨어지더라도 멋있게 떨어져야한다.
비싼 돈을 냈으니 인증샷은 두방 찍어줘야한다.
돌들 사이로 길이 나있는데 멋있다는 말 밖에 나오지 않는다.
그런데 돌들 사이에 나있는 계단 길은 원래 없던 돌을 깎아 넣은 것인지 있던 돌들을 깎아서 만든 것인지 모르겠다.
동생과 함께 관찰을 해봤지만 도저히 모르겠었는데 혹시 아시는 분은 댓글로 알려주세요.
높은 곳에 오르니 왜 이름이 돌들의 숲인지 알 수 있었다.
산이라 부르기엔 높이가 낮고 숲이라고 부르기에 딱 좋은 풍경이다.
역시 땅이 넓어야 이런 풍경도 나오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며 계속 주위를 둘러본다.
광활한 석림의 모습을 보니 비싼 입장료가 아깝지 않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한다.
중국은 거리의 가게 아무 곳에서나 밥을 사도 포장을 해주기에 도시락을 만들기는 쉽지만 들고 다니기 귀찮다는 이유로 간단한 빵이나 과자를 들고 다니게 된다.
버스터미널 맞은 편의 빵집에서 크림빵을 샀는데 사랑에 빠질정도로 풍부한 크림이 들어있어 맛있게 먹었다.
멀리서 본 풍경도 장관이다.
중국은 56개의 민족으로 이루어진 나라인데 그 중 한족이 92%를 차지하고 있다고 한다.
미국의 50개 주에 한 민족씩 들어가 살아도 땅이 모자라는 것이니 정말 다양한 민족이 살고 있는 것 같다.
중국은 사람이 많아서 그런지 관광지의 대부분이 일방통행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각 출구에는 그쪽 방향으로 들어가지 못하게 안내하는 사람들이 있었는데 정말 편해보였다.
대석림에서 소석림으로 가는 길에는 호수도 있었는데 높은 돌 위에서 호수를 내려다보며 술을 한잔 마시면 그 풍광이 정말 좋을 것 같았다.
술 생각을 한 것만으로도 취해버렸는지 사진의 초점이 나가버렸다.
진정한 알콜러버는 술을 마시지 않아도 술을 마신 기분을 낼 수 있다던데 나도 모르는 사이에 그 경지를 잠깐 보고 온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베트남의 하롱베이보다 더 멋있는 것 같다.
소석림의 입구에 있는 돌을 만지는 사람들이 많길래 나도 따라 만졌다.
아마 이 돌을 만지면 행운이 오거나 돈을 많이 벌 수 있다고 설명한 것 같다.
비싼 돈을 주고 넓은 석림에 들어왔으니 최대한 열심히 많은 곳을 돌아다녀야한다.
석림의 돌들에는 이렇게 노란색으로 변한 부분들이 자주 보였는데 이는 표면에 물이 흐르고 철과 망간의 작용으로 생긴 흔적이라고 한다.
사진 찍기를 좋아하는 동생에게 끝에 있는 봉우리에 올라가면 멋진 사진이 찍힐 것 같다고 말하니 목숨이 하나밖에 없어 아쉽지만 괜찮다고 한다.
인증샷도 좋지만 난 그냥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사진으로 남기는 것이 더 좋다.
계속 걷다보니 차를 타고 가는 아저씨들이 정말 부러웠다.
역시 사람은 도구와 기계를 이용해야한다.
그래도 사람에게는 근성이 있으니 계속 걸어간다.
너무 피곤하면 잠깐 잔을 자다 가면 된다.
소도 누울 자리를 보고 다리를 뻗는다는데 난 누울자리가 보이기만 하면 다리를 뻗고 본다.
파란 양산을 쓰고 석림을 걷는 모습이 분위기 있어보여 사진을 찍어봤는데 내가 원한 느낌이 담기지 않았다.
언젠가 과학기술이 발전하면 내가 보는 풍경을 내가 원하는 빛의 양으로 사진으로 찍을 수 있는 날이 올 것 같다.
그 때가 오더라도 사진이나 다른 매체를 통해 아름다운 자연을 보기보다 내 두다리와 온 몸으로 자연을 직접 느끼고 싶다.
버섯 모양 기둥이라는데 전혀 닮지 않은 것 같다.
열심히 돌아다녔더니 물이 다 떨어졌다.
주변에 다른 사람들이 보이지 않는 곳까지 깊이 들어온 것 같고 객관적으로 생각해봐도 열심히 돌아다닌 것 같으니 이제 돌아가기로 했다.
석림의 외곽부분에는 농사를 짓고 있는 땅이 많이 보였는데 국립공원 안에서 농사를 짓는다는 것이 정말 신기했다.
멀리 오긴 왔는지 걸어도 걸어도 대석림이 보이지 않는다.
왠지 이 길이 대석림으로 들어가는 지름길인 것 같은 기분이 들어 따라들어가보기로 했다.
다시 돌아온 북적이는 대석림이 너무 반갑다.
다시 1시간 정도 걸어 석림의 밖으로 나오는데 버스기사 아저씨가 우리를 막 부른다.
대충 이야기를 들어보니 마지막 버스라고 말하는 것 같아 바로 쿤밍으로 가는 버스에 올랐다.
그런데 자리가 없어 동생님을 조수석에 앉히고 아무 곳에나 잘 앉고 잘 눕는 나는 복도에 목욕탕 의자를 하나 깔고 앉았더니 주변 사람들이 웃는다.
왜 나는 현지인들 중에서도 아저씨, 아줌마, 할아버지, 할머니들에게만 인기가 있는 것인지 모르겠다.
비가 촉촉히 내려 차분해진 쿤밍 시내의 모습이 참 마음에 든다.
쿤밍에 오면 건신원에서 미시엔을 먹어야하는데 언제 다시 올지 모르니 모든 맛을 맛봐야한다는 동생님의 뜻을 따라 저녁에도 쌀국수를 먹으러 왔다.
종업원 누나가 우리 주문을 잘 못 받길래 종이에 써서 주문을 했다.
그래도 우리는 한자를 쓸줄 알아서 어느정도 획에 맞춰 쓰니 여행을 하기 편하겠지만 서양 애들은 한자를 보면 그림처럼 보일테니 참 힘들 것 같다.
리셉션에 있는 직원에게 주변에 있는 꼬치가게를 알아내 밖으로 나왔다.
하루 종일 열심히 돌아다닌 내 몸에게 주는 선물은 역시나 시원한 맥주가 최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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