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에 또 비가 내렸었나보다.
돌아다녀야하는 낮에 비가 오는 것보다 밤에 비가 내려주는 것이 참 고맙다.
오늘도 건신원에서 국수를 먹는데 옆자리에서 짜장면처럼 생긴 것을 먹길래 따라 시켰다.
하지만 먹어보니 소스가 춘장이 아닌 간장소스여서 짜장면과 전혀 다른 맛이 났지만 맛있게 먹었다.
쿤밍이 동남아시아쪽과 가깝길래 망고가 쌀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는 비쌌다.
하지만 우리나라보다 싸니 맛있게 먹는다.
쿤밍에 온 가장 큰 이유인 석림 관광이 어제 순조롭게 끝났으니 오늘은 여유롭게 쿤밍시내 구경을 하기로 한다.
숙소 근처에 화조시장이 있길래 구경을 왔는데 다양한 동식물들을 팔고 있었다.
하지만 동생님의 표정에서 보듯이 엄청난 재미를 느끼지는 못했다.
우리가 매번 먹는 건신원도 보인다.
화조시장에 있을 줄 알았으면 시내에서 안 먹고 왔을텐데 아쉽다.
다음은 쿤밍에서 가장 크고 유명한 공원인 취호공원으로 간다.
석림처럼 커다란 볼거리는 없어도 잔잔한 쿤밍의 일상을 즐기니 마음이 편안해진다.
쿤밍에서 가장 큰 공원답게 노점들이 많았는데 관광객을 위한 기념품보다는 현지 꼬마들을 위한 장난감 종류가 많이 보였다.
남자는 언제나 애라지만 장난감을 가지고 놀 나이는 지났으니 호떡같은 빵을 하나 사 먹는다.
여러가지 앙금을 넣어서 팔고 있었는데 뭐가 뭔지 모르니 그냥 아무거나 골라잡는다.
주변 관광지에 대해 물어보는 사람들이 많았는지 호스텔 리셉션에는 유명한 관광지들로 가는 방법이 적힌 쪽지들이 정리되어 있었다.
취호공원 근처에는 육군강무당이 있는데 100년이 넘은 역사를 지니고 있어 이 곳을 나온 항일운동을 하셨던 조상분들과 북한군 장교들이 많다고 한다.
혹시나 북한군 장교를 볼 수 있을까 하는 기대를 가지고 들어가봤지만 휑한 연병장만 보인다.
다음에 간 곳은 쿤밍에서 가장 크고 오래되고 유명한 절인 원통사이다.
입장료를 내야하지만 6원(한화 1,080원)밖에 하지 않는다.
게다가 입장료에는 양초와 향도 포함되어 있다.
원통사는 당나라 때인 8세기 말에 세워진 절이라고 하니 우리나라의 불국사보다는 나이가 적다.
하지만 원통사도 우리나라의 다른 유적지들처럼 몽골의 침략으로 인해 소실된 역사가 있었다고 한다.
전쟁으로 문화재와 자연이 파괴되는 날이 오지 않기를 바라며 오늘도 세계평화를 기원하는 촛불을 켠다.
거북이를 방생하는 사람들이 많은지 연못에 엄청난 수의 거북이들이 있었다.
저 많은 거북이들은 뭘 먹고 자라는지 궁금하다.
원통사에서 가장 아름다운 건물로 꼽히는 팔각정을 보고 불상들을 돌아가며 다시 한번 더 세계 평화를 빈다.
원통사에서 나와 숙소로 돌아가는데 갑자기 비가 쏟아진다.
잠시 비를 피해봤지만 쉽게 그칠 것 같지 않아보여 우산을 쓰고 거리로 나왔는데 머리만 빼고 온 몸이 다 젖었다.
동남아시아와 가까워서 그런지 쿤밍에도 우기가 존재하는 것 같다.
마트에 들어왔는데 한국과자 코너가 따로 있었다.
우리나라에서 건너온 쿠크다스는 가루가 되지 않았을까 하는 걱정이 들었다.
이것 저것 사다보니 각자 한 봉지씩의 큰 짐이 생겼다.
마트 구경을 재미있지만 길게 적혀진 영수증은 전혀 재미있지 않다.
다시 짐을 싸고 기차를 타러 간다.
중국은 기차를 탈 때도 짐검사를 철저히 하기에 미리 도착해야한다.
너무 비효율적이지만 중국의 사정이니 그러려니 하는 수밖에 없다.
전광판에 기차가 들어왔다는 알림이 뜨자마자 사람들이 우르르 플랫폼으로 내려간다.
이번에도 침대칸에 누워 갈 수 있다.
기차에서 할 것이라고는 먹는 것 밖에 없다.
중국식 카스타드 과자를 먹었는데 크림도 진하고 꽤 맛있었는데 가격이 꽤 저렴했다.
하얀 국물이 먹고 싶어 골랐는데 맛있었지만 사골곰탕면 맛은 나지 않았다.
침대에 누워 빈둥대다가 아래 층에 있는 중국인 친구와 이야기를 했는데 쿤밍의 명물인 선화빙을 먹어봤냐고 물어본다.
리장에서 저렴한 것을 하나 먹어봤다고 하니 그건 진짜 선화빙이 아니라며 자기가 선물로 사가던 것을 하나 꺼내준다.
선화빙은 장미꽃으로 만든 과자인데 달콤하면서 장미향이 나 정말 맛있었다.
잠을 자고 일어나 아침으로 다시 컵라면과 홍주를 마신다.
독한 술을 기대했는데 홍주는 너무 달길래 몇 모금만 마시고 다시 가방에 넣었다.
기차에서 할 일이라고는 독서와 스마트폰이 전부다.
몽골에서 보기 시작한 또오해영을 이어서 보는데 정말 우리나라 드라마 작가들은 천재인 것 같다.
수학여행을 가는 초등학생들이 단체로 탑승했는데 조금 시끄러웠지만 여행간다고 신이 난 아이들이 귀여웠다.
점심도 컵라면이다.
다른 것도 먹을 순 있겠지만 기차에서는 가장 간단한 컵라면과 달걀이 최고다.
매번 컵라면만 먹다간 위장이 삐질수도 있으니 푸딩도 먹어준다.
누워있기가 지루해지면 창가에 앉아 음악을 들으며 창밖을 멍하니 바라본다.
어차피 이동하는 것은 똑같지만 버스나 비행기보다 기차가 더 재미있고 정이 간다.
중국인처럼 생긴 한국인을 처음봤는지 꼬마가 계속 장난을 건다.
왜 내가 지나가면 다들 중국인으로 보는 건지 궁금하다.
28시간 동안 기차를 타고 도착한 곳은 광저우다.
숙소로 가기 위해 지하철을 타러 간 순간 광저우와 사랑에 빠져버렸다.
아시안 게임을 치른 대도시라 그런지 홍콩의 옆에 있어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지하철을 타는데 짐검사를 하지 않는다.
제대로 검사를 하지도 않으면서 매번 가방을 X-ray 검색대에 벗어 넣기가 귀찮았는데 광저우의 지하철은 사람이 그냥 지나가면 공안이 탐지기를 가져다 대는 시늉만 하고 끝이 난다.
짐검사 없이 지하철을 탈 수 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도 광저우를 여행할 이유는 충분해졌다.
게다가 숙소에 도착하니 환영한다며 수박까지 준다.
목이 말라 우선 먹다보니 사진을 찍지 않은 것이 떠올라 사진을 찍고 다시 먹는다.
밥을 먹기에는 시간이 늦었길래 근처의 꼬치 구이집에서 지친 몸을 맥주로 달래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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