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실객차에서 상쾌한 아침을 맞고 부석사를 가기로했다.
가는 길에 편의점에서 김밥을 먹고 나오는데 할머니께서 천도복숭아 한 소쿠리를 3000원에 파시길래 2천원어치만 달라했더니 절반을 덜으시길래 그냥 3천원어치 사서 버스에 올랐다.
버스를 타고 부석사에 도착.
버스에서 내리니 폭포와 분수들이 있었지만 커플들이 많아서 위에서 찍고 부석사로 향했다. 부석사 매표소를 오르기전에 꼬마애가 풋사과를 3개에 2천원에 팔길래 3개를 사고 매표소로 갔다.
입장권을 끊고 부석사를 오르는데 '풋사과 5개에 2천원'이라는 푯말이 꽂혀있는 것을 보고 아이에게 속아 넘어갔다고 생각하며 길을 올랐다.
천왕문안의 4대천왕님들을 구경하다 부석사로 들어갔다.
천왕문을 지나자 아름다운 길이 펼쳐져있었는데 왜 부석사가 유명한지 감이 오기 시작했다.
나무로 지어진 건물들을 보며 그저 감탄하며 올라갔다.
유럽의 고풍스러운 건물들도 멋있지만 우리나라의 건물들도 충분히 멋이 살아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꼈다.
그 유명한 무량수전을 보는데 옆에서 단체로 온 사람들이 가이드의 설명을 듣길래 몰래 스며들어 같이 들었다.
거기서 석룡이 무량수전 본존의 대좌 밑에 머리를 두고 꼬리가 위 사진의 무량수전 앞 석등에 배치되어 있는데 명나라 장군 이여송이 조선의 지맥을 끊으려고 칼로 용을 잘랐고 KBS 역사스페셜에서도 확인해보니 잘려져 있다고 한다. 개인적으로 관상이나 풍수지리를 믿기에 그 잘린 용을 복구해 한국의 위상이 더 높아지길 바라며 무량수전을 나왔다.
무량수전 뒷편의 길을 따라 오르면 부석사의 전경이 보이는데 푸른 하늘 밑의 부석사는 소설속에서나 나오는 신비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의상대사가 부석사를 창건한 후 도를 깨치고 서역 천축국(인도)으로 떠날 때 지팡이를 꽂으면서 '지팡이에 뿌리가 내리고 잎이 날 터이니 이 나무가 죽지 않으면 나도 죽지 않은 것으로 알라.'고 한 나무인 선비화는 500년이 지났다는데 사람들이 너무 무분별하게 만지고 잎을 따 철책으로 보호중이여서 씁쓸했다.
아름다운 부석사에 빠져있다 부석사의 유래가 된 부석을 보러갔다.
부석사를 다 둘러보니 버스시간이 다 되가 버스를 타고 영주역으로 향했다.
저번에 비가 와 못갔었던 안동을 가기로 하고 안동역으로 갔다.
하회마을로 가는 버스도 배차간격이 길어 계획을 세울 때 잘 세워야 할 것 같았지만 난 무계획이였으므로 상관없이 가장 빨리 오는 버스를 탔다.
하회마을은 입구에서 내려 표를 입장권을 끊고 버스를 다시 타서 입장하는 방식이었다. 영주에서 산 천도복숭아중에 맛있어 보이는 것들은 아껴뒀다 가져왔었는데 잠을자다 입장권을 사려고 깼더니 버스 바닥에 천도복숭아들이 굴러다니고 있어 '아끼다 똥된다'라는 말을 뼈저리게 실감했다.
버스에서 내리자 한옥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근데 혼자 오신 형이 보이길래 말을 걸어 같이 하회마을을 구경하기로 하고 서로 여행담을 이야기하며 하회마을 구경에 나섰다.
2만원에 가훈을 두루말이에 직접 써주시길래 고민하다가 기념품으로 하나 사기로 결정하고 각 성씨마다 내려오는 가훈이 있다길래 초계 최씨의 가훈인 '심여금석'으로 결정했다.
그냥 화선지에 쓰는 것은 무료라길래 고민하다 '경세제민'을 써달라고 하니 보통 사람은 그런 말을 안써가는데 정치인이 될거냐고 물어보셔서 허허 웃으며 다시 하회마을 구경을 시작했다. 구경을 하려는데 옆에 신한은행 홍보여행단이 있어 구경해보니 명찰에 우리학교이름이 써있길래 아는척을 하고 인터뷰를 마친뒤 구경하던 형에게 물어보니 홍보단은 신한은행에서 돈을 대주는데 경쟁률이 쎄다고 알려주셨다.
운치있는 돌담길을 지나
소원을 비는 나무에 소원도 2개나 적었는데 동생 대학합격과 하나는 무엇을 적었는지 까먹어버렸다.
유성룡 생가에서 너무 친숙하게 생기신 유성룡 할아버지도 보고
하회마을은 민속촌처럼 꾸며 놓은 것이 아니라 사람이 실제로 사는 마을이라 동네 사람들이 하는 말을 들을 수 있었는데 옛 집에서 민박처럼 하룻밤 자는데 100만원이 넘는 방도 있다고 한다. 가장 비산 방이 150만원인가 한다던데 배용준이 묵은 방은 80만원짜리라고 했다.
비가 와서 구름이 꼈었는데 그 또한 운치가 있었다.
어릴때 기억도 잘 안나고 도시에서 자라 시골집에 대한 추억은 없지만 아담한 마을의 모습은 왠지 모르게 정겨운 모습이었다.
낙동강 물줄기도 구경하는데 맞은편의 산에서 하회마을을 휘어 내려가는 모습도 한번 보고싶었다.
아니나 다를까 강 건너 산에서 소리가 나길래 올려보니 사람들이 있었는데 너무 부러웠지만 부러우면 지는거라 생각하며 가슴을 달랬다.
마을로 돌아가는 길에 장승들이 많이 있었는데 사진비용 500원을 내라고 했지만 가난하기에 그냥 고마운 마음만 가지고 사진을 찍었다.
버스를 타러 돌아가던길에 안동소주를 보고 삘이 꽂혀 살까 말까 한참을 고민하다 그냥 버스를 탔다.
다시 안동역으로 돌아와 형과 함께 찜닭을 먹기로 하고 찜닭골목에 들어가 찜닭을 시켰는데 매콤하면서 달달한 맛이 일품이었다. 양도 푸짐했지만 국물에 밥을 비벼먹어보고 싶어 공기밥을 하나 더 시켰다가 두명이서 겨우 다 먹고 나와 형과 헤어진 뒤 이제는 집보다 편하게 느껴지는 찜질방으로 가 잠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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