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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rea Travel/2009년-26일간의 전국일주 이야기

[2009.8.4] 26일간의 전국일주 이야기 - 스물셋째 날 (여수-전주-김천)


우리는 오동도에서 향일암이 가까울줄 알고 버스가 없으면 택시를 탈 계획이었는데 버스를 타고 1시간정도 가야 향일암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리고 향일암에 도착해 버스시간표를 보니 여름에는 아무리 첫 버스를 타고 와도 해가 뜬 뒤에 도착할 수 있어 향일암에서 노숙하기로 한 것을 다행으로 여기며 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길이 나 있었지만 경사가 가팔라서 헥헥대며 올라 향일암 입구에 자리를 잡았는데 긴팔 남방을 입어도 너무 추워 향일암 안으로 들어가서 자기로 했다. 안에 들어가니 경비겸 기념품판매소를 관리하는 아저씨가 있었는데 기도안할거면 대웅전에 들어가지도 말라며 뭐라하시고 절에도 못 있게해 일출을 보는 곳에서 우비를 덮어쓰고 '부처님을 생각해 절을 아끼는 마음인지는 몰라도 과연 부처님께서 추운 곳에 사람을 두고 대웅전을 지키길 원하셨을까?' 라는 생각을 하며 선잠을 잤다.
추워서 30분정도밖에 못자고 멀뚱히 있다보니 일출시간이 다 되어가고 사람들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5시 10분쯤 되자 동이 터오기 시작했는데 시간이 지나도 구름때문에 태양을 구경하지도 못하고 그저 허탈한 마음을 안고 내려가기로 했다.
내려오면서 찍은 향일암의 입구쪽에 있는 통로인데 바람이 불지않아 새벽에 통로에서 잠을 잘까 하다가 무서워서 뛰어 나왔었다.
향일암을 올라가는 언덕인데 밤에 올라갈 땐 어두워서 겨우 올라갔지만 밝은 아침에 보니 두번 다시 오르지 못할정도의 경사였다. 잠을 못 자 정신이 오락가락해 사진도 흔들린 것이 보인다.
밑에 있는 마트에서 돌산갓김치를 얻어 컵라면을 먹었는데 얼었던 몸이 풀리는 기분은 천국에 온 것 같았다.
향일암에 처음 올랐을 때 운치있는 모습이 멋있었고 개인적으로 무교지만 불교에 대해 호감을 가지고 있었지만 대웅전에 절을 하러 들어갔다가 큰 실망을 했었다. 물론 금 싫어하는 사람은 없다지만 대웅전 전체를 금박으로 도배해놓고 절 안에 금박을 입히는데 돈을 낸 사람들의 명찰과 그들을 위한 작은 불상들은 살짝 역겹기까지 했다. 때문에 금으로 화려하게 도배된 향일암의 거지같은 모습은 찍지 않았다.
내가 무슨 고승도 아니고 물질에 초연한 사람도 물론 아니지만 과연 부처님께서 대웅전을 금박으로 도배를 하는 돈지랄을 원하시지 않았을 것이라는 것은 알고 있다.
2009년 12월에 향일암이 전소됐다는 뉴스를 보았다. 처음에는 그래도 일출로 유명한 곳이라 안타까웠지만 금으로 떡칠된 대웅전이 전소된것은 하늘이 땡중들에게 내린 경고라 생각했다. 땡중뿐만이 아닌 종교로 사람을 현혹시켜 자신의 배를 채우는 모든 사람에게 말이다.
결국 정동진, 성산일출봉에 이어 향일암에서도 일출을 못보고 여수역으로 돌아와 일행들과 작별인사를 했다.
여행에서 사람들을 만나는 것은 뭔가 새로운 것을 보고 느끼는 것보다 더 신나는 일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느끼고 제주도에서 함께한 친구가 입대하는 날이라 전주로 가는 열차에 몸을 실었다.
전주역에서 친구를 만나 친구 부모님께서 한정식을 사주셨는데 먹어도 먹어도 계속 나오는 반찬은 신기하고 엄청 맛있었다.
입소식이 끝나고 친구는 군인이 되었고 나는 전주역으로 돌아와 전주구경을 하려했지만 팜플렛을 봐도 딱히 갈 곳이 없어 한참을 고민하다 갑자기 떠오른 문경새재에 가기로 결정하고 동생에게 전화로 정보를 입수한뒤 기차에 몸을 실었다.
문경새재는 점촌역에서 가야하는데 점촌역으로 가는 열차는 시간이 안맞아 다음날 김천에서 첫 열차를 타고 가기로 하고 통로에 앉아서 매일 기차로 통근하시는 아저씨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야기를 하다가 한가지 노하우를 배웠는데 여름에 기차통로에 있어야 한다면 위 사진에서 방석이 있는 자리에 앉으면 에어컨이 나온다는 것이었다. 사진에 찍힌 구멍으로 찬바람이 나오는데 오래 앉아 있으면 추울정도로 시원하게 나오니 내일로 여러분들은 많이 애용하길 바란다.
그저 멍하니 기차를 타고 구름을 보고 사진을 찍다보니 김천에 도착했다. 김천하면 내 여행이 가능하게 만들어준 전국의 김밥천국들이 떠올라 왠지 더 정감이 갔다.
스펀지에 나온 240m짜리 초대형 육교를 건너 문구점에서 수명이 다한 이어폰연장선을 새로 구입하고 찜질방으로 들어가 할 일 없이 빈둥대다가 잠에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