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오동도에서 향일암이 가까울줄 알고 버스가 없으면 택시를 탈 계획이었는데 버스를 타고 1시간정도 가야 향일암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리고 향일암에 도착해 버스시간표를 보니 여름에는 아무리 첫 버스를 타고 와도 해가 뜬 뒤에 도착할 수 있어 향일암에서 노숙하기로 한 것을 다행으로 여기며 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길이 나 있었지만 경사가 가팔라서 헥헥대며 올라 향일암 입구에 자리를 잡았는데 긴팔 남방을 입어도 너무 추워 향일암 안으로 들어가서 자기로 했다. 안에 들어가니 경비겸 기념품판매소를 관리하는 아저씨가 있었는데 기도안할거면 대웅전에 들어가지도 말라며 뭐라하시고 절에도 못 있게해 일출을 보는 곳에서 우비를 덮어쓰고 '부처님을 생각해 절을 아끼는 마음인지는 몰라도 과연 부처님께서 추운 곳에 사람을 두고 대웅전을 지키길 원하셨을까?' 라는 생각을 하며 선잠을 잤다.
향일암에 처음 올랐을 때 운치있는 모습이 멋있었고 개인적으로 무교지만 불교에 대해 호감을 가지고 있었지만 대웅전에 절을 하러 들어갔다가 큰 실망을 했었다. 물론 금 싫어하는 사람은 없다지만 대웅전 전체를 금박으로 도배해놓고 절 안에 금박을 입히는데 돈을 낸 사람들의 명찰과 그들을 위한 작은 불상들은 살짝 역겹기까지 했다. 때문에 금으로 화려하게 도배된 향일암의 거지같은 모습은 찍지 않았다.
내가 무슨 고승도 아니고 물질에 초연한 사람도 물론 아니지만 과연 부처님께서 대웅전을 금박으로 도배를 하는 돈지랄을 원하시지 않았을 것이라는 것은 알고 있다.
2009년 12월에 향일암이 전소됐다는 뉴스를 보았다. 처음에는 그래도 일출로 유명한 곳이라 안타까웠지만 금으로 떡칠된 대웅전이 전소된것은 하늘이 땡중들에게 내린 경고라 생각했다. 땡중뿐만이 아닌 종교로 사람을 현혹시켜 자신의 배를 채우는 모든 사람에게 말이다.
여행에서 사람들을 만나는 것은 뭔가 새로운 것을 보고 느끼는 것보다 더 신나는 일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느끼고 제주도에서 함께한 친구가 입대하는 날이라 전주로 가는 열차에 몸을 실었다.
'Korea Travel > 2009년-26일간의 전국일주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09.7.13~2009.8.7] 26일간의 전국일주 이야기 - Epilogue (1) | 2010.02.07 |
---|---|
[2009.8.5] 26일간의 전국일주 이야기 - 스물여섯째 날 (안동-통리-청량리) (2) | 2010.02.03 |
[2009.8.5] 26일간의 전국일주 이야기 - 스물다섯째 날 (영주-부석사-안동-하회마을) (1) | 2010.02.01 |
[2009.8.5] 26일간의 전국일주 이야기 - 스물넷째 날 (김천-점촌-문경새재-영주) (3) | 2010.02.01 |
[2009.8.3] 26일간의 전국일주 이야기 - 스물둘째 날 (벌교-보성-순천-여수) (2) | 2010.01.20 |
[2009.8.2] 26일간의 전국일주 이야기 - 스물하루째 날 (진해-봉하마을-벌교) (0) | 2010.01.19 |
[2009.8.1] 26일간의 전국일주 이야기 - 스물째 날 (광주송정리-진주-진해) (0) | 2010.01.13 |
[2009.7.31] 26일간의 전국일주 이야기 - 열아홉째 날 (광주-무등경기장) (0) | 2010.01.13 |
[2009.7.30] 26일간의 전국일주 이야기 - 열여덟째 날 (광주-담양) (0) | 2010.01.13 |
[2009.7.29] 26일간의 전국일주 이야기 - 열일곱째 날 (제주도-목포-광주) (0) | 2010.01.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