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Another Travel/중국 - China

두 형제의 중국 여행기 - 17. 하루만에 끝내는 시안여행. (중국 - 시안)

오늘 아침은 시안의 유명한 국수 가게를 가보려했는데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아직 문을 열지 않았다.

부디 이 것이 오늘의 운세가 아니기를 바라며 숙소 근처의 숙소에서 식당에서 아침을 때운다.

오늘 갈 곳은 중국하면 만리장성과 함께 떠오르는 병마용인데 이 곳도 역시나 줄을 길게 선다.

자금성에서 선착순 8만 명에 들지 못한 뒤로는 어디를 가든 줄을 설 마음의 준비를 한다.

병마용으로 가는 버스도 만리장성으로 가는 버스와 마찬가지로 설명을 해준다.

어릴 때 제2 외국어로 중국어를 배웠다면 참 좋았을텐데 아쉽다.

1시간 정도 버스를 타고 달리면 진시황이 반겨주는 병마용에 도착한다.

병마용의 입장료는 1인당 150위안(한화 27,000원)이다.

두 명이 함께 들어가니 한 순간에 54,000원이 빠져 나가는데 가슴이 아프다.

중국 여행을 계획하며 예상 경비를 대충 짜봤는데 입장료가 이렇게 비쌀 줄 몰랐는데 대책을 세워야할 것 같다.

돈은 있다가도 없는거고 없다가도 없는 것이니 우선 병마용으로 입장한다.

병마용은 발굴 시기에 따라 3개의 관으로 나눠져있는데 동생님께서 인터넷에서 본 결과 2-3-1 관의 순서대로 입장하는 것이 좋다고 한다.

혼자 왔더라면 이런 조사없이 1-2-3의 순서로 갔을텐데 동생과 함께 하니 참 편하다.

우리가 흔히 병마총, 진시황릉이라 부르는 병마용은 1974년 우물을 파던 농부에 의해 발견됐다고 한다.

그런데 내가 알고 있던 병마용의 모습과 실제는 너무 달랐다.

난 웅장한 터에 병사들이 쭉 도열해있는 모습을 봤는데 부서진 마차와 병사들의 흔적들이 전부라 조금 실망한 마음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전시관 밖에 설치된 가판대에 우리 각하의 자서전이 보인다.

2관의 한 편에는 온전한 모습을 지닌 병사들이 진열되어 있었는데 이렇게 온전한 모습을 보니 그제서야 병마용에 온 것이 실감이 난다.

병마용에 있는 모든 병사들의 표정이 다르다고 하는데 진짜 사실인지 소문인지 궁금하다.

또 다른 곳에서는 돈을 내고 기념사진을 찍을 수 있는 세트장도 있었는데 아이들이 있다면 한 장 정도 찍기엔 좋을 것 같았다.

입장료로 낸 150위안이 조금은 아깝다는 생각을 하며 3관으로 간다.

3관에 들어오니 내가 기대하던 모습이 약간 보이기 시작한다.

이렇게 말과 병사들이 제대로 서 있으니 이제야 병마용에 온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목이 없는 병사들이 많은데 병마용을 발견 항우가 이를 파괴하며 병사들의 목을 자르고 불을 질렀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고 한다.

또한 원래는 병사들이 무기를 들고 있었지만 이를 항우가 다 수거해 빈손이 됐다고도 한다.

병마용에 있는 병사와 말들은 원래 색이 칠해져 있었는데 발굴과정에서 햇빛에 노출되자 몇 시간만에 모든 색이 날아가버렸다고 한다.

2관보다 3관이 더 좋았으니 1관은 3관보다 더 좋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가지고 1관으로 들어간다.

1관에 들어가니 드디어 내가 원하던 병마용의 모습이 보인다.

이렇게 웅장한 모습을 보려고 내가 150위안의 입장료를 내고 들어왔나보다.

1관을 보고 나니 왜 사람들이 2-3-1관 순서로 가라고 했는지 알 것 같다.

만약 1-2-3의 순서로 움직였다면 2관과 3관을 보며 정말 심심했을 것 같다.

아직도 발굴 중인 1관의 한 편에서는 조립 중인 도용을 볼 수 있는데 저 많은 조각들을 일일이 발굴해서 맞추려면 엄청 힘들 것 같다. 

가장 넓은 1호갱은 가로 62m, 세로 230m라고 하는데 이를 만드는데 사람이 얼마나 투입됐을지 궁금하다.

1관 밖으로 나오면 병마용의 역사에 대해서 써놓은 전시관도 있는데 대충의 뜻만 겨우 유추할 수 있었다.

그래도 병마용이라는 글은 읽을 줄 알아서 정말 다행이다.

이제 다시 버스를 타고 시안으로 돌아간다.

돌아가는 길에는 화청지라는 곳이 있는데 당현종과 양귀비가 만나던 곳으로 양귀비의 목욕탕으로 유명하다고 한다.

피곤하기도 하고 별로 가고 싶지 않으니 그냥 건너뛰기로 한다.

버스에 앉아 슈퍼에서 사온 중국 새우깡을 먹으며 시안으로 돌아간다.

맛은 우리나라의 새우깡과 비슷한데 원래 새우깡의 원조는 일본이라고 하는데 이 새우깡의 정체는 무엇일까 궁금하다.

베이징에서 시안으로 오는 기차에서 2일 동안 좌석에 앉아보니 침대칸의 소중함을 뼈저리게 느낄 수 있었다.

여행을 할 때 미리 완벽한 일정을 계획하거나 표를 사 놓는 스타일이 아니지만 침대칸을 이용하려면 최소 1주일 전에는 예약을 해야하기에 앞으로의 일정을 대충 계획해 미리 기차표를 끊었다.

하지만 오늘 청두로 떠나는 기차는 베이징에서 끊을 때부터 침대칸이 매진이라 좌석표를 끊었는데 이번에는 제발 제시간에 도착했으면 좋겠다.

시안에는 2층짜리 시내버스가 있는데 가격은 다른 버스들과 똑같이 1위안(한화 180원)밖에 하지 않는다.

입장료 문제만 없다면 중국도 배낭여행하기에 정말 좋은 나라인 것 같다.

점심으로 뭘 먹을지 고민하다 적당한 식당에 들어가 중국인들처럼 여러가지를 시켜먹기로 했다.

중국인들은 다양한 종류의 요리를 시켜 조금씩 먹고 남기던데 우리는 한국인이니 남기지 않고 먹을 수 있을만큼만 주문했다.

맛있는 밥을 먹고 배를 채웠으니 이제 시안 성벽을 걸을 차례다.

물론 세상에 공짜는 없으니 이번에도 입장료로 52위안(한화 9,000원)을 낸다.

볶음밥 1그릇에 10위안이고 오늘 둘이 낸 입장료만 400위안이니 입장료로 볶음밥 40그릇을 낸 셈이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성벽에 오르기 위해서는 계단을 올라가야한다.

계단을 올라 성벽 위로 올라가면 엄청난 규모의 길이 나온다.

밑에서 볼 때는 이렇게 넓은 줄 몰랐는데 정말 대단하다.

성벽 옆에 있는 건물들은 개발이 제한되어 있는 것 같았는데 지어진지 오래된 건물들을 이용해 찻집을 하는 가게들이 많다고 한다.

비가 오는 날에 저런 거리의 찻집에서 따뜻한 차를 마시면 정말 좋을 것 같다.

넓은 성벽 길을 걷는 것이 힘들거나 특별한 추억을 원하는 사람들을 위해 자전거를 빌려주는 서비스도 있었는데 가격이 꽤 비싸길래 그냥 튼튼한 두 다리를 이용해 걷기로 했다.

물도 충분히 있으니 걱정할 필요없다.

C'estbon은 프랑스어로 '좋다'라는 뜻이라는데 중국에서 파는 여러가지 물 중에서 내 입맛에 가장 잘 맞고 저렴하길래 마트에 갈 때마다 항상 초록병만 찾아다녔다. 

성벽 주위로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모습은 정말 멋있었다.

우리나라의 서울성곽길을 따라 걷다보면 개발된 정도가 다른 동네들을 볼 수 있는데 시안은 그 모습이 더 극명해 인상적이었다.

바닥 돌들에는 기록이 남겨져 있는데 아마 벽돌을 만든 사람이 표시해 놓은 것 같았다.

하늘의 색이 정말 예뻐 사진을 찍으면 마음에 드는 색감이 잘 나와준다.

하지만 맑은만큼 날이 더워 체력이 금방 떨어진다.

체력 하나만큼은 좋다고 생각했는데 이제 내 몸도 예전 같지가 않다.

아무리 피곤해도 하늘이 예쁘니 설정샷은 찍어야한다.

남문으로 올라와 동문으로 내려가기로 했는데 이제 겨우 모서리에 도착했을 뿐이다.

그래도 걷다보면 언젠간 도착할거라는 생각으로 다시 걷기 시작한다.

베이징에서 남쪽으로 내려왔다고 이렇게 더워지다니 중국이 정말 넓기는 넓은 것 같다.

남문으로 올라온지 1시간 20분 만에 동문으로 내려간다.

혹시나 여름에 시안 성벽을 걸으실 계획이시라면 자전거를 타시길 추천드립니다.

그래도 해가지기 시작하니 좀 견딜만해진다.

다시 시내로 돌아와 길을 걷는데 시원해보이는 음료수를 팔길래 하나 사 마셨다.

적당히 달면서 딱히 맛있지는 않는 맛이었는데 여행을 하며 어디선가 먹어본 맛이 나 무슨 맛인지 기억해보려 했지만 떠오르지 않길래 그냥 다 마셔버렸다.

다음으로 간 곳은 회족거리다.

원래는 이렇게 빡빡하게 움직일 계획이 아니었는데 시안으로 오는 기차가 너무 오래 연착이 되버려 어쩔 수가 없다.

방학을 이용해 하는 여행도 시간이 부족한데 나중에 취직한 뒤에 하는 여행은 얼마나 빠듯할지 상상이 되지 않는다.

회족은 이슬람교도들을 일컫는 말로 시안의 회족거리는 여행객들에게 각종꼬치 구이와 다양한 거리음식들을 파는 것으로 유명하다.

양꼬치를 파는 가게 앞에서는 즉석에서 양을 해체하는 쇼를 하며 호객행위를 하고 있었는데 내가 그 곳에서 양꼬치를 사먹을 것이 아니니 멀리서 사진 한장만 찍고 계속 거리 구경을 한다.

난 딱히 먹고 싶은 것이 없었지만 동생님은 꽃게 튀김이 먹고 싶다해 하나 사봤는데 크기도 크고 살도 꽤 많았지만 향신료가 많이 뿌려진 탓에 금방 질려 둘이 겨우 3마리를 다 먹었다. 

알차게 시안 여행을 하고 숙소로 돌아가 짐을 찾고 기차역으로 가기위해 버스를 탔는데 퇴근시간이라 차가 너무 밀리길래 다시 지하철로 갈아탔다.

시안에는 시안역과 시안남역이 있는데 시안남역에서 출발하는 기차시간이 마음에 들어 표를 끊었는데 시안남역은 시안 시내에서 2시간이 넘게 걸린다고 한다.

시안남역이라길래 시안 시내의 남쪽에 위치한줄 알았는데 완전히 속았다.

게다가 시안남역은 시외에 있어 지하철을 타고가다 버스로 갈아타야한다.

설상가상으로 지하철 역에서 버스 정류장도 멀리 떨어져 있어 겨우 버스정류장에 도착했는데 아무리 계산을 해봐도 버스를 타면 제 시간에 도착하지 못할 것 같았다.

침착하게 바로 택시를 잡은 뒤 가격을 흥정하고 최대한 빠르게 기차역으로 가달라고 부탁을 했다.

택시 기사아저씨께서 빠르게 달려주신 덕분에 제 시간에 기차역에 도착했지만 이번에는 기차역 입구에서 안으로 들여보내주질 않는다.

기차표를 보여줘봤자 그냥 뒤로만 가라고 하는 것을 보니 아마도 기차에 문제가 생긴 것 같았다. 

상황판단을 위해 매표소로 가보니 사람들이 표를 들고 줄을 서 있는데 잘보니 우리와 같은 기차번호였다.

줄을 서있던 사람들 중 착해보이는 학생에게 찾아가 혹시 영어를 할 줄 아냐고 물어보니 조금할 줄 안다고 하길래 도움을 요청했다.

번역기와 짧은 중국어, 손짓 발짓을 동원해 그 친구와 대화를 하고 도움을 얻어 다음에 출발하는 기차표를 바로 구할 수 있었다.

정말 다행히 우리를 마지막으로 다음 기차의 표도 매진이 되버려 도와준 친구들에게 정말 고마웠다.

중국 여행이 갈수록 스펙타클해지는 것 같은데 부디 이번 기차는 연착되지 않기를 바라며 기차에 오르자마자 잠에 들었다. 




제 여행기가 재미있으셨다면


하트클릭 한번과 댓글 하나만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