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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rld Travel/볼리비아-Bolivia

세계일주 배낭 여행기 - 072. 겁을 먹으면 여행을 즐길 수 없다. (볼리비아 - 라파스, 티티카카 호수)


수크레에서 야간 버스를 타고 해발 3,600m에 위치한 라파즈에 도착했다.
볼리비아의 실질적 수도역할을 하고 있는 라파즈는 고지대에 위치한 도시라는 것도 유명하지만 치안이 안 좋기로 유명한 도시기에 버스터미널에 도착하자마자 바로 숙소로 들어왔다.

숙소에 짐을 풀고 정신무장을 단단히 하고 라파즈 시내 구경을 나섰다.
남미에서는 김형중씨가 엄청 잘 나가는지 여기에도 포스터가 있다.
한류스타들을 보며 한국에 대한 동경심을 가지고 있을 소녀들에게 나도 같은 한국인이고 심지어 내가 3살 더 어리다고 말하면 충격을 받을테니 조심해야겠다. 

라파즈의 중심가에도 성당이 있다.
스페인의 영향으로 남미 곳곳에 성당이 넘쳐 흐르기에 딱히 별 감흥이 느껴지지 않는다.
성당에 대해 무뎌지는 것을 보니 동남아에서 사찰을 지루하게 생각하던 때가 떠오른다. 

배가 고파 식당을 찾는데 처음 보는 이름의 음식이 있길래 무슨 고기인지 물어보니 양인지 염소인지 모를 울음소리를 내길래 주문했다.
무슨 고기인지는 모르겠지만 누린내도 안 나고 고기도 부드러워 정말 맛있게 먹었다.

배도 채웠으니 이제 구경을 하러 떠나봅시다.
라파즈에는 일반적으로 우리가 생각하는 버스도 있지만 작은 봉고차들도 버스로 운영하고 있다.
버스처럼 번호도 있고 차장이 호객행위를 하며 운행을 하는데 버스보다 배차간격이 짧아 이용하기 편하다. 

1시간 정도 차를 타고 도착한 곳은 달의 계곡이라는 곳이다.
달의 계곡은 칠레의 아따까마에 큰 곳이 있지만 난 아따까마를 지나쳤기에 라파즈에서 가보기로 했다.

안으로 들어가니 신기한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
인공적으로 만든 것이 아니라 자연적으로 만들어진 지형이라는데 신기하다.

관람코스는 15분짜리와 45분짜리로 나눠져 있는데 돈을 내고 들어왔으니 당연히 긴 코스인 45분짜리 길을 따라간다.

그런데 내가 직접 달을 가본적이 있어야 비교를 해볼텐데 진짜 달은 사진 몇 장 본 것이 전부라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다.

게다가 몇 군데에는 이름을 붙여놨는데 아무리 노력해도 이름과 연관이 안 된다.

길 옆에 깊이 파인 곳이 있었는데 울타리도 없어 잘못하면 떨어질 수도 있을 것 같았다.
다들 아시듯이 난 겁이 많기에 사진만 찍고 멀찍이 벗어났다. 

달에 외계인의 비밀연구소가 있다는 설도 있던데 난 생명체도 발견했다.
개미처럼 생긴 외계생명체라니 신기하다.

대한민국도 우주강국이라는 것이 증명됐다.
짱미님과 준수님, 달에서 오래오래 행복하게 사세요. 

달에는 꽃도 있다.

영희님도 평생 행복하세요.

우주강국 대한민국 만세!
달까지 와서 낙서를 하신 조은희님 정말 짱이십니다. 

45분짜리 코스를 따라 걷는데 지루해서 죽는 줄 알았다.
조금 신기하게 생기긴 했지만 그게 전부였다. 

그리고 입구에 태극기도 있는데 굳이 낙서로 대한민국 만세를 외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다시 라파즈 시내로 돌아와 음료수 한 병을 마신다.
그 자리에서 마시고 병을 돌려주는 조건으로 1볼(한화 160원)밖에 안 한다. 

누군가는 라파즈에서 한 번도 털리지 않은 여행자는 없다라고 말을 할 정도로 위험하다길래 겁을 먹고 카메라도 앞으로 멨다.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라파즈 시내 구경을 나선다.
이미 라파즈가 위험하다는 생각이 머리 속에 자리잡아서 그런지 흉흉하고 길가는 사람들이 의심스러워 보인다.  

라파즈의 시내에는 마녀시장이라는 곳이 있어 각종 주술용품과 신기한 것들을 많이 판다길래 찾아가는데 몇 군데의 가게에서만 약간 특이한 것을 팔고 나머지는 남미 어디를 가나 있는 기념품 가게들뿐이었다.

주술용품이라고 해봤자 토템들은 공장에서 찍어낸 것들만 팔고있고 가장 신기한 것은 새끼 야마를 미라로 만든 것이었다.
뱃속에 있는 야마를 적출해 미라로 만들었다고 하는데 징그러웠지만 이또한 토속신앙이기에 그러려니 하고 넘어간다. 

내가 물건을 사지 않은 가게의 사진은 찍지 않는다는 나만의 여행수칙이 있기에 작은 토템하나를 사고 야마사진을 찍었다.
건강, 여행, 재물, 사랑 등 여러가지 의미를 가진 토템들이 있는데 난 사랑을 골랐다.
괜히 여행이나 건강처럼 나에게 직접적으로 관련된 토템을 골랐다가 잃어버리거나 무슨 일이 생기면 찜찜할테니 지금도 없는 사랑을 골랐다.
토템에 무슨 일이 생겨도 어차피 잃을 사랑이 없으니 걱정도 없다.
좋은 일인 것 같은데 슬픈 기분이 드는 것은 기분탓이겠지.

횡단보도에서 아이들이 얼룩말 옷을 입고 교통정리를 하고 있는데 하는 퍼포먼스들이 귀여워서 신호를 몇 번 그냥 보냈다.

라파즈 구경을 하는데 이미 겁을 잔뜩 먹은 상태라 눈에 잘 들어오지도 않고 라파즈에 정이 들지도 않아 그냥 숙소로 돌아온다.
여행지에 대해 선입견을 가진다는 것 자체가 정말 안 좋은 일이지만 치안에 대한 이야기이니 함부로 흘려들을 수도 없으니 난감하다.

숙소에서 잠깐 쉬다가 저녁을 먹으러 밖으로 나왔다.
밥 종류를 먹고 싶어서 식당을 찾아보지만 안 보이길래 사람들이 많은 식당으로 들어갔는데 12볼(한화 2,000원)짜리 햄버거가 꽤 푸짐하게 나왔다.
수제버거처럼 생겼는데 맛도 괜찮았다. 

약간 허전한 기분이 들어 사람들이 줄을 서서 먹는 엠빠나다를 하나 사 먹었는데 정말 맛이 없어 사기를 당한 기분이었다. 

라파즈는 분지에 위치한 도시라 가운데는 움푹 파여있고 그 주변의 경사진 곳에 집들이 들어서 있는 특이한 구조를 하고 있다.
그래서 밤에 분지 쪽에 있는 언덕에 올라가 주변을 둘러보면 엄청 아름다운 야경을 볼 수 있다고 한다.
나도 야경을 보러 갈 생각이었지만 왠지 느낌이 안 좋아 그냥 포기하기로 했다.

혼자 택시를 타고 올라가서 사진을 찍고 내려와야 하는데 왠지 가면 안 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갈까 말까를 엄청 고민했는데 괜히 가서 위험한 일이 생기면 안 되니 아쉽지만 그냥 숙소로 돌아갔다. 

지금 묶고 있는 숙소의 가장 좋은 점은 로비에 보관함이 있고 그 안에 콘센트가 설치되어 있다는 점이다.
전자제품을 안전하게 보관하면서 충전까지 할 수 있으니 정말 좋았다. 

예전에 히말라야에 올라갔을 때 고산병을 걱정해 맥주를 못 마셨던 것이 아쉬워 볼리비아에서는 기회만 되면 술을 마신다.
이번에는 3,600m에서 맥주를 마시려고 했는데 바에 맥주가 다 떨어졌다고 한다.
어떻게 술집에 술이 떨어질 수 있냐고 물으니 미안하다며 볼리비아 칵테일을 추천하길래 아쉬운대로 한 잔 마셨는데 꽤 맛있다. 

술도 마셨으니 여행기를 쓰려고 방에 들어와 콘센트에 충전기를 꽂았는데 작동이 안 된다.
살펴보니 고장이 났길래 다른 콘센트를 찾아보는데 방에 콘센트가 한 곳밖에 안 보인다.
18인실에 콘센트가 하나 있다니 아까 좋다고 한 말은 취소해야겠다.
추천숙소에 올리려고 했는데 취소다. 

라파즈는 스쳐지나가는 도시로 정했기에 아침에 체크아웃을 하고 버스정류장으로 와 간단한 샌드위치를 사 먹는데 안에 아무런 소스가 없어 퍽퍽했다.
버스를 기다리고 있는데 한국인 2명이 보이길래 인사를 하고 보니 나와 같은 버스를 타고 코파카바나로 간다고 하신다.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이번에는 우유니에서 만났던 혜성씨도 만났다.
왜 아직도 라파즈에 있냐고 물어보니 우유니 소금사막 투어가 끝나고 다시 고산병이 도졌다고 하는데 힘들게 여행하는 모습을 보니 안타까웠다. 
난 튼튼해서 정말 다행이다.
맛을 잘 모르는 내 혀와 모든 것을 소화시키는 위장과 술을 갈구하는 쌩쌩한 간에게 감사의 말을 전한다.

보통 버스를 타면 음악을 들으며 잠을 자거나 영화를 본다.
그러다보면 창 밖에 보이는 아름다운 풍경을 못 보고 지나치게 되는데 이번에는 잠이 안 와 풍경 구경을 실컷했다.
게다가 칠레 애들이 신나는 음악을 크게 틀어 덕분에 나도 즐거웠다. 

코파카바나는 티티카카 호수에 있는 마을이라 중간에 배를 타고 들어가야한다.
우선 버스에서 내려 보트로 갈아탄다.

어제 양말을 빨았는데 안 말랐길래 모자에 걸치고 다닌다.
여행을 나오면 다 모르는 사람들이라 눈치 볼 필요가 없으니 참 편하다.
한국에서 이러고 다닌다면 미쳤다고 손가락질을 받겠지. 

차는 따로 실어 나르는데 모터달린 뗏목으로도 쉽게 옮긴다.

호수를 건너 오니 볼리비아 해군 군악대가 연주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볼리비아에는 해안가가 없는데 왜 해군이 있는지 궁금해서 알아보니 1879년까지만 해도 아따까마 사막과 그 주변 해변이 볼리비아의 영토였다고 한다.
그런데 아따까마 지역의 자원이 탐이 난 칠레가 볼리비아와 페루를 상대로 태평양 전쟁을 일으켰고 승리해 볼리비아는 내륙국가가 되버렸고 페루 또한 해상경계선을 칠레 쪽에 많이 빼앗겼다고 한다.
내륙국가가 된 볼리비아는 해군을 해체하지 않고 그 뒤로 100년이 넘는 기간동안 티티카카 호수에서 훈련을 하고 있으며 현재는 여러 외교채널을 통해 칠레에게 국토 반환을 요구하며 국제 이슈로 부각시키려 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칠레는 남미의 강대국이기에 콧방귀도 끼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고 한다.

역시 나라가 힘이 있어야 이런 험한 꼴을 안 당한다는 생각이 드는 동시에 일본이 떠오르는 것은 어쩔 수 없다. 

푸른 하늘 밑에 있는 빨간 트럭이 예뻐서 사진을 한 장 찍었다.

는 훼이크고 볼리비아 차량의 심각성을 보여주기 위해 찍었다.
매연이 엄청나게 나오는데 아무렇지도 않게 차를 몰고 다닌다.
비단 코파카바나뿐만 아니라 볼리비아 전체에 이런 차들이 넘쳐난다. 

원래 코파카바나에서 며칠 놀다가 태양의 섬으로 들어가려고 했는데 다들 바로 태양의 섬으로 들어간다길래 나도 따라가기로 했다.

그래도 해군출신이라 배멀미는 안 하니 꿀렁거림을 느끼며 맥주 한 캔의 여유를 즐긴다.
이런 것 보면 건강해서 참 다행이다. 

즐거운 마음으로 태양의 섬에 도착했는데 망했다.
이제 곧 페루로 넘어가야하는데 볼리비아노가 많이 남아 태양의 섬 꼭대기에 있는 제일 좋은 숙소로 가기로 했는데 높아도 너무 높았다.
티티카카 호수는 해발 3,810m라는데 이 높이에서 20kg짜리 배낭을 메고 올라갈 생각을 하다니 참 패기가 넘치는 것 같다.

혜성씨가 코파카바나에 가방을 맡기는 것을 보면서도 난 그냥 여자라 체력이 떨어지니까 맡기는 건 줄 알았었는데 여긴 남자여도 가방을 맡기고 와야 하는 곳이었다.
히말라야에서 우리 짐을 들어준 포터 기아누가 얼마나 힘들었는지를 온 몸으로 느꼈다.
게다가 섬에서 먹을 망고와 맥주, 물 까지 바리바리 싸서 들고 올라갔는데 내가 무슨 부귀영화를 누릴려고 이 것들을 샀는지 정말 후회했었다.
태양의 섬에 들어와 만난 한국 여자분 2명과 혜성씨는 짐이 없어 나보다 훨씬 빨리 올라가버리고 혼자 계속 헥헥거리며 올라가다 갈림길을 만났다.
난 호텔 이름도 모르고 그냥 가장 높은 곳에 있는 호텔이란 것 밖에 몰라 물어볼 수도 없었는데 만약 다른 길로 간다면 다시 돌아오지 못할 것 같았다.
한 5분 정도 고민하다가 촉을 믿고 그냥 올라가기로 했다.

다행히 맞는 방향으로 올라와 숙소를 찾았는데 확실히 전망이 좋긴 좋다.
게다가 방에 수건도 준다.
수건을 주는 숙소에 들어오면 정말 기분이 좋다.
이렇게 좋다고 칭찬하는 숙소의 가격을 말하자면 80볼(한화 13.000원)밖에 안 한다.

그래요. 전 찌질해서 볼리비아에서 40볼 이상짜리 숙소에서 자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에요.

방에 짐을 풀고 잠시 쉬다가 저녁을 먹으러 간다. 

왜 난 높은 곳에 오르면 꼭 피자를 먹게 될까.
히말라야 촘롱에서도 피자를 먹었고, 피츠로이에서도 먹었고, 태양의 섬에서도 피자를 먹는다.
이 곳의 피자도 유명하다고 하는데 확실히 맛있었다.
유기농 채소들로 만든 채소피자였는데 정말 맛있었다. 

저녁을 먹는데 먹구름이 끼더니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결국 좋은 전망을 비싼 가진 방에서 일몰을 보려던 우리의 계획은 물거품으로 돌아갔다.
그냥 자기 아쉬워 사람들을 모아 내가 바리바리 싸온 맥주와 안주로 술 한잔씩을 하며 이야기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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