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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rld Travel/볼리비아-Bolivia

세계일주 배낭 여행기 - 069. 기대보다 별로였던 우유니 소금사막. (볼리비아 우유니)



이번 주에도 두 편 올라갑니다.

이번 편은 형은 노느라고 정신 없는데

공부하느라 힘든 동생님에게 바칩니다.





눈앞이 또 아득하게 흐려져오고

떨려오는 두 무릎은 꺼질 듯한데

힘을 내

비바람이 걷히고 나면

우리가는 산 봉오리가 눈앞에 있어

 

한 가닥 외줄에 걸린 우리의 운명

움켜잡은 손은 이제 감각이 없어

힘을 내

오늘의 해는 곧 넘어가도

영원토록 기억될테니

 

이 시간 쯤 그댄 뭘 하고 있을까

가끔씩은 날 보고 싶을까

완전히 제끼고 있을까

Oh my god

 

약속은 남자의 모든 것

그 속에 담은 많은 모든 것

누구도 빠짐없이 정상에서 만나

악수를 나누자

혹시 나 주저앉으면

혼자 너만이라도

가야만 해 해야만 해

Please

 

한없이 작아져가는 나를 달래며

내가 원한 내모습을 만나기 위해

힘을 내

아래에서 보면 커보이는 것도

저 위에서면 우스울테니

 

이 시간 쯤 그댄 잠들어 있을까

딴 놈들이 넘보진 않을까

이러다 나한테 오지 않을까

Oh my god

 

약속은 남자의 모든 것

그 속에 담은 많은 모든 것

누구도 빠짐없이 정상에서 만나

악수를 나누자

혹시 나 주저앉으면

혼자 너만이라도

가야만 해 해내야 해

Please


브라더와 내가 좋아하는 넥스트 - 힘을 내! 




힘을 내라고 하면 힘내라고 하지말 것을 알기에

한 곡 더 듣고 갑시다.

 




힘내요 잘될거에요
그런 말 이젠 지겨워

나도 그 얘긴 할 수 있다고 언젠가
좋은 일 앞으로
그래 한번쯤은 있겠지 (꿈에서나)

내가 (꼭) 듣고 싶은 이야기는
없어
내가 (꼭) 듣고 싶은 이야기는
없어

오늘만 옆에 있어줘
아무 말 없이 그대로

뭘 위로 하려고 고민하지마 정말로 괜찮아 고마워
그것만으로도 충분해 (정말이야)

내가 (꼭) 하고 싶은 이야기는
있어
내가 (꼭) 하고 싶은 이야기는
있어

당신이 믿어 준다면 모든 게 좋을 것 같아
뭘 위로 하려고 고민하지마 정말로 괜찮아 고마워
그것만으로도 충분해
그것만으로도 충분해
그것만으로도 충분해

힘내요 잘 될거란 말
가끔은 괜찮습니다

옥상달빛 - 괜찮습니다
 


힘내요. 잘 될거란 말

가끔은 괜찮습니다.

브라더, 다 잘 될거니까 조금만 더 힘을 냅시다.


아침에 출발하는 버스를 타야하지만 공짜로 주는 밥을 포기할 수는 없다.
타이밍이 어느정도 맞을 것 같아 떠날 준비를 마쳐놓고 아침을 주는 시간이 되자마자 아침을 먹고 체크아웃을 했다. 

칠레가 한국과 FTA를 하더니 미스터피자까지 받아들였나보다. 
미스터 피자는 한국에 돌아가서 먹어야지. 

다음 목적지인 깔라마로 가는 버스를 탄다. 

산티아고에서 깔라마로 가는 길은 24시간 이상이 걸리는 길이니 당연히 와인을 샀다.
그런데 코르크를 따다가 코르크가 부러졌다.
하지만 중간부분부터 다시 따면 되니 걱정할 필요는 전혀 없다.
칠레산 와인을 현지에서 사 먹으니 단돈 4,000원밖에 안 한다.
식도락은 모르겠는데 주도락은 알고 있으니 정말 행복하다.  

배가 고픈데 도너츠를 파는 아저씨가 버스에 타길래 한 봉지를 샀다.
그런데 달아도 너무 달아 당뇨는 기본이고 입맛까지 없게 만드는 맛이 났다.
원래는 다른 것도 먹으려 했었는데 이 당뇨도너츠 덕분에 24시간 동안 버스에 타 있으면서 다른 것은 아무 것도 안 사 먹었다. 

이번에도 밥은 안 주고 스낵만 준다.
나에게는 당뇨도너츠가 있어 다른 음식을 먹을 생각이 안 드니 우선은 그냥 보관하기로 했다. 

내가 자는 사이에도 버스는 달려 깔라마에 도착했다.
딱히 숙소를 알아보고 온 것이 아니기에 중심가 쪽이라 생각되는 방향으로 걸어가고 있는데 아줌마 한 명이 나를 붙잡는다.
그러더니 어디로 가냐고 묻길래 호스텔을 찾고 있다고 대답했더니 이 방향으로 가면 죽는다며 절대 가지 말라고 하신다.
그러면서 안전한 지역까지 데려다 주시고 절대로 이 건너편으로는 넘어가지 말라며 신신당부를 하신다.
항상 조심한다고 하지만 모든 곳을 다 알 수는 없기에 이런 상황이 일어나는데 조심, 또 조심해야겠다. 

국경에 있는 작은 마을이라 그런지 도미토리는 없고 독방만 있다.
호스텔들이 잘 안 보이길래 물어 물어 10,000페소(한화 20,000)원짜리 방을 잡았다. 

칠레에서는 딱 200,000페소(한화 400,000원)만 쓰려고 했었는데 다음 날 깔라마에서 볼리비아 우유니로 넘어가는 버스가 매진이라 하루를 더 있을 수 밖에 없게 됐다.
비상금으로 가지고 다니던 달러 소액권을 이용해 총알을 아주 조금만 더 충전했다.

그런데 환전을 하러 가는 길에도 큰 일이 날뻔 했다. 
숙소 주인집 아줌마가 알려준 방향으로 환전소를 찾아 가는데 왠지 느낌이 이상해 슈퍼아저씨에게 이쪽 길이 맞냐고 물어보니 절대 아니라며 저쪽으로 가면 또 죽는다고 한다.
이번에는 아예 목을 긋는 시늉을 하는데 이거 깔라마가 너무 무서워진다.
과연 숙소 아줌마는 길치일까, 아니면 나를 죽이려한 것인지 모르겠다.

시내 중심가를 찾아오니 호스텔이 엄청 많다.
개똥도 약에 쓰려면 없다더니 꼭 내가 간절하게 찾을 때는 잘 안 보이다가 마음을 놓고 길을 가면 그제서야 안 보이던 것이 보인다.
무슨 상황이 닥쳤을 때 한 걸음 뒤에서 보면 조금 더 객관적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면서고 그 것이 잘 안 된다. 

이번에는 슈퍼마켓을 간절히 찾았는데 이 아저씨가 귀찮았는지 정 반대 방향을 알려줬다.
깔라마는 그리 큰 마을이 아닌데 왜 이렇게 길 찾는게 힘든지 모르겠다.
이럴 때는 괜히 밖을 돌아다니지 말고 그냥 방에 콕 박혀서 쉬어야한다. 

길을 가는데 XXL 이탈리아노를 판다고 써 있었다.
이탈리아노는 칠레에서 아보카도가 들어간 빤쵸를 부르는 말이다.
가격은 1,600페소(한화 3,200원)이길래 한번 시켜봤는데 초 대형 빤쵸가 나왔다.
밑에 있는 받침대 한개가 보통 빤쵸 하나의 크기인데 2개를 연결해서 나오고 속에 토마토와 아보카도가 넘치도록 들어있어 배가 터지는 줄 알았다.

호스텔에 주방이 있길래 가장 저렴하게 버티기 위해 스파게티 재료들을 사왔다.
그런데 주방은 주인 아줌마 가족들만 쓰는 것이라며 사용 할 수 없다고 한다.
한번만 물어보면 됐는데 당연히 쓸 수 있겠지라는 안일한 마음으로 갔더니 이런 일이 벌어졌다.
깔라마에 와서 일이 잘 안 풀리는 것 같다.
다른 재료들은 다 괜찮은데 고기는 썩으니 딱 1번만 쓸 수 있게 해달라고 했는데 안 된다고 하신다.
어쩔 수 없이 전략을 바꿔 주인 아줌마에게 고기를 사달라고 부탁해 고기를 팔고 서비스로 양파를 줬다.
밥을 사먹어야 하니 돈을 더 환전해야할지 고민하다가 오기가 생겨 그냥 버텨보기로 했다.

하필이면 치약도 떨어져 마지막 남은 돈으로 치약까지 사서 남은 돈이 하나도 없는 상태로 깔라마를 버텨야하는 상태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아줌마에게 고기를 판 돈이 조금 남아 있다는 것 뿐이다.
내가 생각해도 난 왜 이렇게 무모한 짓을 시도하는지 모르겠는데 이게 내 삶의 방식이니 어쩔 수 없다. 

친구와 대화를 하는데 친구가 그냥 스파게티 면을 물에 불려서 먹으라는데 나에게는 인도에서 산 돼지꼬리 코일이 있다는 것이 머리 속을 스치고 지나갔다.
바로 물을 받아다가 면을 삶기 시작했다. 

코펠은 호주에서 엄마에게 가져오라고 해 공수 받았었는데 남미에서 돼지꼬리 코일을 쓸 일이 생길 줄은 몰랐었는데 역시 사람일은 모르는 것 같다.
그저 토마토 소스와 소시지만 들어간 스파게티인데 나름 괜찮은 맛이었다.
그래도 주방이 없어도 요리를 할 수 있다는 것을 발견한 내 마음은 인간이 처음 불을 발견했을 때의 마음과 비슷할 정도로 희열을 느꼈다.

거기다 나에겐 와인도 있다.
방에서 와인을 마시며 음악을 틀어놓고 여행기를 쓰는 이 맛은 안 해본 사람은 모른다. 

아침에 일어나서도 또 여행기를 쓴다.
여행기를 몰아서 써 놓으면 당분간은 여행기 걱정을 안 해도 되기에 여행 도중에 며칠씩 날을 잡고 몰아서 쓰는데 남미에서는 써 놓은 여행기가 너무 빨리 줄어드는 것 같다.

내일 깔라마를 떠나는 나에게는 고기를 판 돈 1,400페소가 남아있다.
이 1,400페소로는 XXL 이탈리아노도 못 사 먹지만 잘 찾으면 한 끼를 아주 잘 먹을 수 있다.

일요일이라 그런지 어제는 사람들이 많던 센트로 지역이 텅 비어있다.

밥을 먹기 전에 숙소에서 버스 회사까지 가는데 걸리는 시간을 확인해 본다.
내일 새벽에 버스를 타야하는데 무사히 잘 탈 수 있겠지. 

내가 앞으로 아르헨티나와 칠레를 여행 할 사람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팁은 돈 아끼려면 그냥 빤쵸를 먹으라는 것이다.
그게 가난한 내가 살아 남은 방법인데 빤쵸가 가장 싸고 배도 부르고 맛도 있다.
오늘은 돈이 없으니 1,000페소 짜리 기본 빤쵸를 시켰다. 

이제 나에게 남은 돈은 400페소.
이 돈으로 적절하게 아이스크림으로 입가심을 한다면 1,400페소의 행복을 찍을 수 있다. 

짧은 외출을 끝내고 다시 또 여행기를 쓴다.
여행하면서 꾸준히 여행기를 쓰는 것이 힘든 것은 아닌데 시간은 좀 걸리는 일이다.
그러니 재미있게 보셨으면 댓글 하나만 달아주세요. 
지금 구걸하는 거 맞습니다. 

나에게 선견지명이 있는지 어제 장을 볼 때 버티기에 제일 좋은 요거트를 사놨었다.
1L짜리 요거트를 마시면서 계속해서 여행기를 쓴다. 

버티기 모드에 들어가니 주머니에 있던 비상식량도 나온다.
아르헨티나에서 산 초콜릿도 나온다.
원래는 오늘 저녁에도 스파게티를 해 먹으려고 했는데 요거트덕분에 배가 불러 그냥 굶기로 했다. 

1L짜리 요거트를 먹는 일은 쉽다.
하지만 다음 날에 설사를 동반하니 버티기 초보자들은 주의해야 한다.
인도에서 심하게 설사병을 앓고 난 뒤로는 설사를 하면 내 몸을 믿고 그냥 그대로 놔둔다. 

새벽 5시에 일어나 거리를 걷는데 강도를 만날까봐 조마조마하며 버스터미널에 도착했다.
내 촉을 칭찬이라도 하는듯이 버스터미널에서 새똥을 맞았다. 
버스를 기다리고 있는데 어디서 썩은 내가 나서 뭔 냄새인지 찾아보니 아무래도 내 몸에서 나는 냄새였다.
바람막이를 벗어보니 내 옷에 하얀색 걸쭉한 액체가 묻어있고 썩은 내가 진동을 한다.
내가 똥을 발견하자 한 아저씨가 다가와 휴지를 주면서 닦아주려고 하기에 다가오지 말고 꺼지라고 했다.
도둑들이 똥 같은 것을 옷에 뿌려 닦아주는 척하면서 물건을 가지고 튀는 수법에 당한 사람들을 몇명 보기는 했지만 거지같은 내가 타겟이 될 줄은 몰랐었지만 들은 내용들이 있어 주위를 계속 경계하면서 내 짐을 지켰다.
그런데 냄새가 너무 심하게 나 우선 봉지에 바람막이를 넣었는데 큰 가방에 안 묻은 것이 다행일 정도로 냄새가 심하다.
도둑은 나를 포기하지 못하겠는지 내 주위를 계속 맴도는데 욕을 해주고 싶었지만 주변에 공범들이 있을테니 속으로 분을 삭혔다.
그래도 물건이 안 털린 것을 다행으로 여기며 버스를 탔다. 

버스에 앉고 보니 표를 못 구한 볼리비아 사람들은 입석표를 현장에서 구하고 있었다.
볼리비아가 남미의 최빈국이라 그런지 10시간이 넘게 달리는 버스도 입석표를 파는 것 같았다.

깔라마로 오는 길에 받았던 스낵 상자를 열어 아침을 때운다.
이걸로 배가 차면 최용민이 아니지만 남은 칠레 페소가 없으니 어쩔 수 없다. 

버스에 화장실이 없어 황량한 도로 가운데에 차가 멈추면 알아서 볼일을 본다.
남자들은 대충 가까운 곳에서 처리하는데 여자들은 멀리 나가야하니 귀찮을 것 같았다. 

버스는 달리고 달려 칠레와 볼리비아 국경에 도착했다.
그런데 1시간이 넘도록 버스에서 대기하다가 출입국 수속을 밟았는데 그냥 그러려니 하고 넘어간다.
일처리 속도가 느리면 속이 답답한 것은 사실이지만 남미에서 내가 뭐라한다고 일처리가 빨라질 가능성은 전혀 없다.
버스에 탄 아시아인은 나와 중국 여자애 하나뿐이라 대화를 하는데 중국은 비자관계가 폐쇄적이라 남미의 많은 국가들의 비자가 필요하다고 불평한다.
이런 것을 보면 우리나라의 비자협정은 정말 여행하기 좋다. 

칠레 국경관리소에서 출국도장을 찍고 조금 달려가다가 버스를 갈아타야한다.
짐을 꺼내는데 우리집 TV보다 큰 55인치 TV를 싣고가는 아저씨를 봤다.
역시 아무리 못 사는 나라에도 부자는 있는 법이다. 

칠레와 볼리비아 국경을 버스는 못 넘어가는지 볼리비아쪽에서 넘어온 버스로 갈아타니 제대로 볼리비아에 들어가는 기분이 들었다.
버스의 상태가 꼭 인도의 버스를 보는 것 같았는데 버스에서 내리는 볼리비아쪽에서 넘어 온 여행자들은 환호성을 지르고 이 버스를 타야할 사람들은 울상을 지으며 박수를 쳐줬다.

<칠레 여행 경비>

여행일 10일 - 지출액 205,000페소 (약 41만원)

칠레의 물가가 비싸다는 소리를 많이 들었었는데 딱 예상했던만큼 썼다.

푸콘에서 화산 트레킹을 한 것이 가장 큰 지출이었고 다른 도시에서는 딱히 한 것이 없었는데도 지출이 컸다.
 



우유니 마을에 도착해 숙소를 잡으러 가는데 누가 내 이름을 부른다.
뒤를 돌아보니 아르헨티나에서 만났던 민규형님과 진주가 식당에 있다가 나를 보고 나와 있어 같이 밥을 먹으러 갔다.
닭고기인 뽀요가 나오는 밥이 13볼(한화 2,000원)밖에 안 한다.
칠레에서는 2,000원으로 빤쵸나 겨우 먹었는데 여기는 제대로 된 밥을 먹을 수 있으니 천국에 온 기분이었다.
볼리비아의 화폐인 볼리비아노는 1볼에 한화 160원이다.  

민규형님과 진주는 이미 우유니 소금사막 투어를 끝내고 저녁 버스로 떠난다길래 다음에 만나기를 기약하며 헤어졌다.  

우유니가 만남의 장인지 우수아이아에서 만났던 택한씨도 여기서 만났다.
인연이 닿았으면 술이 빠질 수 없어 맥주를 한 잔 마시는데 맥주 값은 10볼(한화 1,600원)으로 착하지 않다.
볼리비아의 기본 높이는 3,000m이기에 고산을 조심해야 하고 나도 우유니에 처음 도착한 날이라 머리가 살짝 어지러웠지만 내 몸을 믿으며 술을 마셨다. 

똥을 맞앗던 바람막이를 빠는데 샴푸를 뿌리니 다행히 냄새는 금방 사라졌다.
그래도 찝찝해서 10분이 넘게 빨았다.

아침에 일어나 드디어 우유니 사막으로 떠난다.
장사를 시작한 식당이 없길래 비스켓을 사서 지프를 탔다. 

가기전에 기차무덤이라는 곳을 들리는데 아무런 감흥도 없었다.
임진각에 있는 '철마는 달리고 싶다.'가 떠오를 뿐이었다.
난 기차말고 소금사막을 보고 싶다. 

소금사막에 가기전에 기념품을 파는 작은 시장이 들르는데 내 머리 속에는 우유니 소금사막뿐이라 다른 것은 아무 것도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드디어 소금사막이 시작됐다. 
그런데 설마 이게 전부는 아니겠지. 

소금사막이 시작된 곳에서 더 들어가면 소금 호텔이 하나 나오는데 세계각국의 국기들이 꽂혀져 있다.
바람이 심해 태극기의 끝부분이 찢어져 있는데 내가 가진 태극기가 없어 어떻게 할 수가 없어 아쉬웠다.

우유니 소금사막 투어를 떠나기 전 날, SBS에서 연락이 왔었다.
현장 21이라는 프로그램에서 세계일주에 관한 프로그램을 만들고 있는데 셀프카메라를 찍어서 보내 줄 수 있겠냐고 물어와 무조건 가능하다고 대답하고 우유니 소금사막에서 인터뷰 영상을 촬영해 보내주기로 했다.
그런데 TV에 나가는 영상을 혼자 찍으려니 민망해서 죽을 것 같아 한 20번 정도를 찍었는데도 어색하다.

본격적인 투어를 하기 전에 밥부터 먹고 갑시다.

원근감을 이용한 사진을 찍는데 쉽지가 않다.

바닥을 보면 육각형 모양으로 이루어진 것을 볼 수 있는데 정말 신기했다.
그런데 내가 상상하던 모습의 우유니 소금사막의 모습이라기엔 많이 부족했다.
솔직히 첫인상을 말하자면 아름답기는 하지만 엘 칼라파테에서 본 페리토 모레노 빙하보다는 덜 아름다웠다.
내가 남미에 온 이유는 우유니 소금사막 때문인데 겨우 이 정도의 아름다움을 보기 위해 내가 남미를 동경했다는 것이 아쉬울 정도였다.

그렇다고 아름답지 않은 것은 아니니 우유니를 즐기기로 했다. 

고질라에게 빌어도 보고

바닥에 비친 하늘을 보며 사진을 찍어본다.

하지만 그래도 뭔가가 아쉽다.
정말 아쉽다. 

도대체 뭐가 문제인 것일까.

이런 풍경은 어디서도 못 볼 풍경인데 마음속에 찜찜함이 계속해서 남아있다.

아무리 좋게 생각해보려고 해도 뭔가가 아쉽다.
수 많은 사람들이 최고의 찬사를 보낸 곳이고 나도 그렇게 고대했던 곳에 왔는데 왜 아름다움을 즐기기 보다는 아쉬운 마음이 먼저 들까.

내 기대가 너무 컸던 것일 수도 있고 날씨가 안 좋은 것도 있겠지만 그 것보다 중요한 것은 분명히 따로 있었다.
뒷담화를 하는 것 같지만 내가 느낀 그대로를 말하자면 우선 같이 간 사람들의 구성이 좋지 않았다. 
이날 처음 만난 한국인 2명은 이미 우유니 소금사막을 몇 번 와봤기에 별 감흥이 없었고 날씨가 별로 좋지 않아 적극적이지 않았다.
나머지 4명은 일본인인데 신혼부부는 신이 나서 잘 놀았지만 할아버지와 남자 한명은 그저 조용한 성격이라 그저 우유니 소금사막의 모습을 즐기기만 하는 스타일이었다. 

분명히 아름다운 풍경이지만 하루 종일 풍경사진만 찍기 보다는 나도 다른 사람들처럼 여러가지 설정사진들을 찍으면서 놀고 싶었던 마음이 더 컸었는데 전혀 그런 분위기가 아니라 실망했었다.

게다가 가이드는 차에 소금물이 튈까봐 물 속으로 들어가기를 거부하고 사진도 대충 몇 장만 찍어주고 끝이다.
그 뒤에는 다른 가이드에게 가서 농담따먹기나 하고 있다.
해가 질 시간이 다 돼가는데 반대편에 사람들이 많아 사진에 걸리니 그쪽으로 가자고 해도 움직일 생각을 안 해 성질을 내야 움직인다.
차 걱정을 하며 다른 차들보다 3배는 느린 속도로 움직이는데 답답해 죽는 줄 알았다.

분명히 이 풍경은 아름답지만 이 당시의 내 기분은 그저 '아름답네'가 전부였다.
팀의 구성부터 가이드까지 마음에 들지 않으니 아쉬운 마음만 커질뿐이었다.

최고의 풍경을 가진 곳에 왔는데 기분이 좋지 않아 어떻게 해야하나 계속 생각했다.
그리고 내린 결론은 이대로 우유니 소금사막을 스쳐지나간다면 죽을 때가지 후회할 것이니 제대로 된 투어를 하고 떠나기로 했다.

각자만의 우유니 소금사막을 즐기고 나니 해가 지고 있었다. 

결론을 내리기 전까지는 아쉬워 죽을 것 같았는데 마음에 들 때까지 즐기기로 생각을 정리하니 전혀 아쉽지 않았다.
지나간 오늘은 다시 오지 않는다고 하지만 내일의 우유니 소금사막은 오늘보다 훨씬 나을 수 밖에 없다는 확신이 들 뿐이었다. 

오늘은 혼자만의 우유니를 즐겼으니 다음에는 모두와 함께하는 우유니를 즐기면 된다.

다음에도 별로면 그 다음 날에 또 오면 된다.

노을도 아름답게 지지 않는 것을 보니 무조건 내일 다시 와야겠다.

우유니는 도망가지 않고 내 마음만 변할 뿐이다.

어느새 달이 떴는지 땅에 달이 비친다. 

우유니의 석양아, 내일 다시 만나자.
이대로는 아쉬워서 못 돌아갈 것 같으니 내일 다시 만나자. 

다시 우유니 마을로 돌아와 한국인들에게 유명한 삼계탕집을 찾아갔다.
그냥 볼리비아식으로 닭고기 수프를 파는 곳인데 한국의 삼계탕 맛과 똑같은 맛이 나 한국인들 사이에는 삼계탕집으로 통한다는데 정말 삼계탕 맛과 95% 일치했다.


재미있게 보셨나요?

손가락 한번과 댓글 하나만 남겨주세요.

다음에는 제대로 된 우유니 소금사막을 보여드릴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