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넓은 호주에서 유명한 관광지는 각 지역마다 여러 곳이 있지만 내가 살고 있는 멜버른에서 가장 유명한 곳은 그레이트 오션로드이다.
이름에 그레이트가 들어간다니 호주사람들의 센스를 믿고 가기로 했다.
예전부터 갈 생각만 하고 있다가 여행사에서 싸게 나온 관광상품이 있길래 주말에 떠났다.
호주에서 떠나는 여행은 처음이라 설레서 그런지 기분도 좋고 날씨도 좋게만 느껴진다.
중간에 잠시 차가 멈춰 놀이터에서 놀고있는 호주누나 사진을 찍었는데 작은 화면으로 보니 말이 그네를 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여기가 그레이트 오션로드의 시작점이라 불리는 메모리얼 아치다.
정확히 말하면 시작점은 아니지만 2차 세계대전 종료 후 군인들에게 일자리를 주기 위해 243km에 달하는 그레이트 오션로드 건설을 시작했고 그 것을 기념하는 곳이다.
지금은 아스팔트 길이지만 처음에는 흙으로 만들어진 길이었다고 한다.
이번 투어는 한인여행사를 이용해 한국인 10여명과 같이 여행을 떠났다.
단체로 어머니와 딸들이 가족여행을 오셨었는데 즐거워 보이셨다.
나도 언제 우리 가족이랑 해외여행을 가보나.
메모리얼 아치쪽에 있는 해변으로 내려갔는데 그냥 바다다.
구름이 아름답기는 하지만 그냥 바다다.
설마 이런 풍경이 죽기전에 가봐야 할 곳 Top 10에 든 것은 아니겠지.
사진을 찍고 다시 차를 타고 가면서 혹시나하는 마음에 계속해서 창밖을 보지만 절경이 보이지 않는다.
절경은 없는데 여기 빡구가 있네?
삭발하고 1달 정도 지난 상태라 빡빡이 머리다.
계속해서 그레이트 오션로드를 따라 달리다가 중간에 공원 같은 곳에 멈춰 앵무새에게 모이를 줬다.
손에 모이를 들고 있으면 앵무새 수십마리가 날아와 몸에 올라탄 뒤 모이를 쪼아먹는데 간지러우면서 재밌다.
그레이트 오션로드만 구경하는 줄 알고 있었기에 기대도 하지 않았던 프로그램이라 더 즐거웠다.
앵무새 모이주기는 코알라를 만나기 위한 밑밥에 불과했다.
코알라는 원주민 말로 '물을 마시지 않는 동물'이라는 뜻으로 코알라가 유칼립투스 잎만 먹고 물을 안 마셔서 이런 이름을 지었다고 한다.
그런데 실제로 목이 마를 때는 나무에서 내려와 물을 마시고 올라가기도 한다고 한다.
코알라는 하루에 20시간 정도 잠을 잔다고 하는데 사진을 보니 눈을 뜨고 있는 것 같은데 운이 좋았던 것인가.
한번 만져보고 싶은데 코알라는 멸종위기종이기도 하고 예민해서 사람의 손이 닿으면 스트레스로 수명이 줄어든다고 한다.
귀여워만 보이는 코알라의 진실이 궁금하신 분은 검색창에 '전투 코알라'를 검색하시면 코알라의 무시무시한 실체를 알 수 있습니다.
일행 중에 꼬마 숙녀 한 분이 있었는데 잘 노는 모습이 참 귀여웠다.
누가 내 아를 나아도.
점심을 먹으러 갔는데 여러가지 음식 중에 뭘 먹을까 고민하다 피쉬 앤 칩스를 시켰다.
맛은 그냥 생선까스와 감자튀김 맛이다.
생각해보니 호주에서 딱히 나를 위한 외식을 한 적이 몇 번 없었다.
그 흔하디 흔한 피쉬 앤 칩스를 처음 먹어보다니 참 돈에 치여 살았구나.
그동안 너무 일만 하며 살아온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여행을 떠나 이런 풍경을 보니 이제야 호주를 즐기는 기분이 든다.
돈. 돈. 돈. 돈.
중요하긴 한데 하늘도 보면서 살아야지.
다시 밋밋한 그레이트 오션로드를 달리다가 산림욕을 하러 숲에 들어갔는데 나무들이 어마어마하다.
이게 코알라가 사는 유칼립투스인데 코알라가 먹는 종은 60여 종 밖에 안 된다고 한다.
호주에는 이렇게 거대한 나무가 넘쳐나서 전봇대도 나무로 만든다.
집 앞을 지나가다 전봇대가 나무처럼 생겼길래 만져보니 진짜 나무여서 냄새도 맡아봤었다.
가이드 형아가 고사리 잎을 나눠주면서 예전에 초식공룡들이 먹었던 거라고 설명을 해주길래 나도 먹어봤는데 맛이 없는 것을 보니 난 초식동물은 아닌가보다.
정글에 들어온 것 같은 기분이다.
이게 고사리인데 줄기가 다 자라면 꺾이고 새 순이 위로 자라난다고 한다.
드디어 대망의 목적지인 그레이트 오션로드의 랜드마크인 12사도에 도착했다.
딱히 입장료같은 것은 없고 그냥 들어가면 된다.
이 모습이 입구로 들어가자마자 보이는 광경인데 할 말을 잃었다.
오는 길에 봤던 해안가는 너무 평범해서 별로였는데 왜 사람들이 그레이트 오션로드를 죽기 전에 가봐야한다고 말했는지 단번에 알 수 있었다.
그레이트 오션로드에 대한 사진을 안 찾아보고 왔더니 더 멋있는 것 같다.
사진을 누르시면 큰 화면으로 볼 수 있습니다.
그레이트 오션로드의 바위들은 석회암의 풍화작용에 의해 만들어 진 것이라 지금도 깎여나가고 있는데 사진에서 가장 앞에 보이는 돌무더기는 2005년 7월 3일에 풍화작용에 의해 깎이다가 무너진 바위의 잔해라고 한다.
정말 형용할 수 없는 감동입니다.
우리나라에도 멋진 절벽들이 있겠지만 아무래도 크기에 압도되는 것 같다.
역시 땅덩어리가 커서 그런지 절벽들도 엄청나게 거대하다.
거대한 절벽을 보니 그랜드 캐니언이 떠오른다.
내년에 가볼 수 있겠지.
실제로 돌의 바위의 갯수를 세어보면 8개밖에 안 되는데 12사도라고 불리는 이유는 신이 만들지 않고서는 이런 경관이 나올 수 없다고 생각해 예수의 12제자를 의미하는 12사로도 이름을 지었다고 한다.
그런데 1922년까지 이 지역을 부르던 이름은 암퇘지와 새끼들이었다고 한다.
이름이 뭐가 중요한가.
이렇게 아름다운 것을 뭐라 부르든 그냥 즐기면 되는 것이지.
이번에도 내 부족한 어휘력을 대자연의 모습에 온갖 미사여구를 붙여봤자 아무런 도움이 안 된다는 말로 포장한다.
구름도 좋고 경치도 좋고, 다 좋은데 내 사진 실력이 안 좋구나.
빛이 역광이라 정말 아쉬웠다.
삭발한 것을 처음으로 후회했다.
예전에 장발일 때, 셀카를 찍으면 여행자의 포스가 풍겨나왔었는데 이제는 그냥 동네 바보형이다.
머리발마저 사라지니 못난 얼굴이 그대로 나온다.
풍경이 멋있으니 설정샷도 한 장 찍어본다.
점퍼를 입으니 더 찌질해보이길래 벗었더니 내 사랑스런 뱃살이 여과없이 나오는구나.
호주에서 소시지만 먹으니 살이 피둥피둥 찐다.
사진을 다 찍은 줄 알았는데 한장이 더 있었다.
진짜 동네 찌질이형처럼 나왔는데 웃기길래 그냥 올린다.
여러분, 웃으세요~ 스마일.
멋있게 펼쳐진 바위 앞에서 맥주 한 캔을 홀짝이는 것이 목표였는데 사람들이 너무 많아 그냥 구석에서 마셨다.
설정샷이니, 인증샷이니 해도 그냥 자연만 있는 모습이 가장 아름답다.
사실을 말하자면 모델이 원빈이 아니라서 그렇겠지.
갈매기가 인형처럼 생겼다.
해군을 나왔기에 갈매기가 정말 싫은데 이 갈매기는 좀 귀엽다.
돈을 내면 헬기를 타고 12사도를 둘러볼 수도 있는데 약 10분정도 탄다고 한다.
헬기를 타보고 싶었지만 내려다보는 모습은 별로라길래 다음으로 미뤘다.
나중에 홍콩으로 여행가서 님과 함께 헬기타고 야경을 봐야지.
12사도를 넋 놓고 보다가 옆에 있는 로크 아드 협곡으로 간다.
로크 아드 협곡은 예전에 이곳에서 난파한 이민선의 이름을 딴 협곡이다.
그 당시 남,여 한 명씩 2명의 생존자가 있었고 둘은 사랑에 빠져 결혼했고 한다.
하지만 몇 년 뒤, 둘은 이혼했고 여자는 영국으로 돌아갔다고 한다.
로크 아드 협곡에서 해적영화도 많이 찍었다고 하는데 정말 분위기가 그럴듯 하다.
풍경사진을 찍을 때 사람이 있는지 없는지에 따라 분위기가 달라지는데 이번에 찍은 사진은 참 마음에 든다.
대자연 앞에 손을 잡고 서 있는 가족이라니 보기 좋다.
구름이 조금 아쉬운데 그래도 멋있다.
이런 풍경을 두고 도대체 무슨 말을 해야할까.
12사도가 있는 쪽의 반대편은 아무 것도 없는데 저쪽 어딘가에서 황무지 느낌으로 자동차 광고를 많이 찍는다고 한다.
난 호주보다 한국이 더 좋은데 부러운 것을 딱 하나 꼽자면 땅이 큰 것이 가장 부럽다.
볼 것도 다 봤으니 돌아갈 길만 남았다.
가이드 형이 운전도 같이 하는데 오는 길에 호주와 멜버른에 대한 이야기들을 많이 해줘 지루할 틈이 없었다.
신청인원이 없을 때는 1:1로 투어를 떠난 적도 있다던데 뻘쭘하면서 재미있을 것 같다.
그래도 가장 좋은 것은 나, 가이드 형님, 아름다운 여성분 2명이 아닐까.
물론 저런 일은 상상속에서만 가능하다는 것을 잘 안다.
중간에 화장실을 들렀는데 도대체 이 철판의 용도는 무엇일까.
설마 거울로 보라고 있는 건가.
내가 사진을 찍는 모습을 가이드 형님이 찍어주셨는데 다른건 모르겠고 머리가 빡빡이인 것이 자꾸 걸린다.
약 11시간의 투어를 마치고 시티로 돌아왔는데 이렇게 사진을 찍으니 외국 분위기가 물씬 난다.
매번 일만 하다보니 내가 외국에서 살고 있다는 것이 잘 실감이 안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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