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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rld Travel/호주-Australia

배낭메고 세계일주 - 054. 벌써 일 년, 그리고 뒤늦은 프롤로그.


그저 1년 365일 중 하루에 불과한 10월 13일.
하지만 이 날은 나에게 가장 중요한 날이다.
1989년 10월 13일에 태어났고,
2012년 10월 13일에 나에게 주는 생일선물로 세계일주를 출발했다.
그리고 세계일주를 시작한지 1년이 되는 2013년 10월 13일이 찾아왔다.
미리 케이크를 사 놓고 10월 13일이 되는 순간 생일을 축하하면서 세계일주 1주년도 같이 축하를 한다. 
다음 생일 케이크는 어디서 먹게 되려나. 

잡채가 손이 많이 가는 음식이라고 들어 걱정을 했는데 해보니 별 거 없었다. 

생일상에 고기반찬이 빠질 수 없으니 갈비찜을 한다.
네이버키친에 갈비찜을 검색하면 재료손질 어려움, 불조절 어려움이라는 난이도가 나온다.
전날 고기를 사다놓고 핏물을 뺀다고 계속 물을 갈아주고 아침에 양념장을 만들어서 찜을 앉혔는데 2시간정도 잘 익히다가 잠시 방심한 순간 타버렸다.
해보니 어렵지는 않은데 손이 많이 간다.

여러분 엄마한테 갈비찜 해달란 말 하지마세요. 그냥 돈 많이 버셔서 엄마를 모시고 갈비집으로 가세요. 

생일상에는 빠질 수 없는 미역국과 찹쌀밥!
우리집 생일상에는 팥을 넣어 만든 찹쌀밥이 올라오는데 팥과 찹쌀을 소량으로 파는 것이 없어 그냥 찹쌀만 750g짜리를 샀다.

입이 심심해서 건미역을 먹다가 배가 터진다는 이야기를 들었기에 양 조절을 잘해야 할텐데 나한테 맞는 양이 얼만큼인지는 알지 못했다.
그냥 가장 작은 포장인 10인분짜리 미역을 사서 3분의 1을 넣었는데 배가 꽉찰만큼으로 불어났다.

잡채에 넣고 남은 시금치를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가 시금치나물을 무쳤다.
남은 재료 처리방법도 알고 이제 완벽한 장금이가 된 것 같다. 
그런데 바보같이 잡채에 넣으려고 참깨를 사놓은 것을 까먹고 잡채를 다 먹은 뒤 시금치나물을 무칠 때 기억이 났다.
25살에 치매가 오면 안 되는데 걱정이다.

이번 생일에는 한 곳에 정착해 생활하고 있었으니 나에게 근사한 생일상을 차려줄 수 있었는데 내년 생일에는 어디서 어떻게 먹을지 궁금하다.
사실 내 머릿속에는 내년 이맘때쯤 어디에 있을지 대충은 정해져 있지만 그건 나만 알고 있어야지.
다시 한번, 생일 축하한다. 용민아.
그리고 낳아주신 아부지, 어무이 감사합니다. 

누가 여자의 마음만 갈대라고 했는가.
호주에서는 최대한 금주를 하려고 했는데 내 간이 나에게 속삭인다.
호주에서 술을 안 마시니 자신의 존재이유를 모르겠다며 투정을 부리길래 조금의 알코올을 주기로 했다.
내 사랑스러운 간아. 아직 못 가본 나라들의 맥주를 넘치도록 느끼게 해줄게 조금만 기다리렴.
전세계 어디를 가더라도 대량구매가 싼 법이니 24병짜리 맥주를 40달러정도 주고 1박스 샀다.
이 맥주를 다 마시는 날이 내가 호주를 떠나는 날이 될 것이다.

이번에 도전한 요리는 Osso buco, 이탈리아 음식인 오소부꼬이다.
정육점을 지나가다가 영어같지 않은 이름이 적여있는 부위가 보이길래 알아보니 소의 정강이 부분이라고 한다.
오소부꼬는 이탈리아 밀라노 지역의 음식인데 우리나라의 갈비찜과 비슷하다.
토마토와 각종 채소들을 넣고 2시간정도 찌는데 기대에 못 미치는 맛이었다.
그냥 부드러운 소고기를 토마토소스와 먹는 맛이었다.

 




아직 여행 도중이지만 예전부터 질문/답변 시간을 가지고 싶어서

준비한 뒤늦은 프롤로그 겸 자문자답을 시작합니다.



이름은 뭔가요?

-최용민(崔鏞民)입니다.


몇 살이에요?

-위에도 적었지만 1989년 10월 13일생으로 한국나이 25살, 국제나이 24살입니다.


한국에서 떠나기 전에는 뭐했어요?

-대학교에서 건축공학을 전공하고 있습니다.


왜 여행을 떠났나요?

-이번 질문에는 말이 조금 길어질 것 같네요.
우선 제가 특별한 삶을 살았거나, 특별한 가정에서 태어난 것은 절대 아닙니다.
그저 평범한 가정에서 태어나 공부하고, 수능을 망쳐서 재수하고, 대학교를 1년 다니다가 군대에 다녀온 평범한 사람입니다.
하지만 어느정도 사회와 격리된 생활을 하게 되는 재수생일 때와 군대에 있을 때 삶과 행복이라는 것에 대해 많이 생각했었습니다.

20살이 되는 동안 절반이 넘는 12년동안 공부만 하며 살아왔고 앞으로도 공부하고, 스펙을 쌓고, 취직을 해서 결혼하고 사는 것이 삶의 전부인 것인가.
남들이 다 사는 것처럼 수레바퀴처럼 굴러가는 삶을 따라 살야야 하는 것인가.
과연 정해진 그 길을 벗어나면 안 되는 것인가.
그 길을 벗어나도 잘 살 수 있지않을까.
그 길을 벗어난 사람들의 수가 적다지만 나도 그 중 하나가 될 수 있지않을까.
그리고 내가 그 중 한 사람이 되서 다른 사람들에게 '꼭 그 길이 아니어도 잘 살 수 있다.'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그렇다면 내가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가를 생각해보니 누구나 한번쯤은 꿈꿔 본 세계일주가 떠올랐습니다.
누구나 한번쯤은 생각해보지만 정작 하기에는 너무 많은 제약이 있는 꿈.
나중에 나이 먹고 은퇴하고 가야지라고 막연히만 생각하던 그 꿈을 젊을 때 이뤄보기로 했습니다.
물론 24살 대학생이라 금전적으로 힘들겠지만 결혼을 하고 가정을 가지게 된다면 가족을 두고, 혹은 가족을 다 데리고 세계일주를 가기는 더 힘들 것이라는 생각에 얽매일 것이 그나마 적은 지금 떠나야겠다는 생각으로 출발했습니다.


여행경비는 어떻게 마련했나요?

-군 제대후 8개월동안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어느정도 자금을 모았지만 1천만원도 안 되는 돈이기에 자전거 세계일주 준비를 하고 나니 6백만원 정도밖에 안 남았었습니다.
그 돈으로 어떻게든 스페인까지 가서 호주로 갈 생각이었는데 손가락부상으로 인해 배낭여행으로 전환했고, 비행기를 타면서 여행기간이 단축된만큼 여행자금도 부족해져 현재 호주에서 돈을 벌고 있습니다.


사람들과 의사소통은 어떻게 하나요?

-제가 할줄 아는 외국어라고는 영어밖에 없는데 영어실력이 좋은 편은 아닙니다.
한국에 있을 때 외국인과 대화를 나눠본 적도 별로 없고, 이번 여행을 떠나기 전까지는 외국으로 나가본 적도 없었고 그저 수능 공부를 하면서 배운 듣기와 독해가 전부였습니다. 
이런 제가 처음 중국에 갔을 때, 자전거를 타고 시골 마을들을 통과하는데 그 곳에서는 당연히 영어가 통할리가 없고 아는 중국어 몇 마디와 모른다는 뜻인 '팅부동'만으로 의사소통을 했습니다.
손짓발짓을 섞어가며 대화를 하면 어느 정도는 대화가 되고 어느 순간 말도 안 되는 중국어로 가격 흥정도 하고 있는 제가 스스로도 신기했었는데 그 뒤로는 언어에 대한 두려움은 제 머릿속에서 사라졌습니다.
그래서 각 나라에 들어가기 전에 인사말과 숫자, 가격을 묻는 질문 정도만 벼락치기로 외우고 입국을 하고 있는데 지금가지 딱히 불편한 일은 없었습니다.
여행을 하다가 현지인이 뭐라고 뭐라고 하는 말을 유심히 들으면 분위기와 눈치로 대충 알아듣는 경우도 많았는데 눈치가 있다면 더 좋은 것 같습니다.
그리고 영어를 쓸 줄 아는 사람들을 만나면 쉬운 단어로라도 말을 하면 그들도 제 수준에 맞춰 대화를 해주기에 대화를 하는데 큰 무리는 없었습니다.
물론 청년실업과 같은 심도 깊은 대화를 하기에는 많이 부족하기에 영어를 왜 공부해야하는지 뼈저리게 느끼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의사소통을 걱정하시는 분들께는 크게 걱정하지 않으셔도 된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부모님은 어떻게 설득했나요?

-사실 이번 여행은 부모님을 설득했다기 보다는 통보했다고 하는 것이 맞을 것 같습니다.
군대에서 말년휴가를 나와 제 방에 세계일주를 떠나겠다는 사연을 담은 3장짜리 편지를 써놓고 부대로 복귀한 뒤 엄마에게 편지를 읽어보라고 문자를 보냈습니다.
그리고 제대한 뒤, 당연히 부모님께서 미친 것 아니냐며 저를 말리며 싸웠지만 결국 어머니께서 단 한 마디로 사건을 종결하셨습니다.
'얘는 허락을 구하는게 아니라, 안 보내줘도 갈 생각이니 그냥 보내줘야 한다.'라며 보내주셨습니다.
평소에는 부모님 말씀을 잘 듣는 착한 아이지만 제가 제 삶에 대해 한 번 정한 것에는 물러섬이 없는 성격이라 어느정도 쉽게 허락을 받을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핸드폰은 어떻게 가지고 다니나요?

-각 나라별로 심카드를 구매해서 쓰고 다니시는 분들도 계시지만 저는 그냥 와이파이가 연결되는 곳에서만 사용을 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여행을 하면서 와이파이가 안 되는 곳보다는 되는 곳이 더 많았습니다.
집에 통화는 스카이프를 이용하고 있는데 엄청 싼 가격을 통화를 하고 있습니다.


환전은 어떻게 하나요?

-우선 기본적으로 시티은행 국제현금카드를 들고 다니고 있습니다.
시티은행이 있는 나라라면 약간의 수수료로 인출을 할 수 있어 잘 쓰고 있습니다.
하지만 시티은행이 없는 나라라면 비싼 수수료를 내면서 인출을 하던가 이전 나라에서 인출을 해 환전을 하는 방법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혼자서 여행하면 무섭지는 않나요?

-처음에 중국의 고속도로 옆에 텐트를 치고 잤을 때는 무서웠었지만 지금은 매번 숙소에서 자니 딱히 무섭지는 않습니다.
그래도 밤에 길을 다닐 때는 항상 조심하고 위험한 지역은 될 수 있으면 안 갈 예정입니다.


숙소나 교통편은 어떻게 예약하고 다니나요?

-현금카드로는 숙소예약이 안 되고, 귀찮기에 그냥 인터넷에서 알아보거나 다른 사람들에게 들은 정보로 여행을 다니고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가끔씩은 숙소가 없었던 적도 있었지만 그 때마다 수가 생겨서 아직까지 노숙을 한 적은 없습니다. 
주로 육로이동을 하기에 버스를 주로 이용하는데 버스는 직접 현지에서 그때 그때 끊고 있고 비행기 티켓같은 경우는 미리 어느정도 가격대인지를 알아보고 약 1달정도 전에 예약을 합니다.
가격이 조금 높아져도 미리 끊어서 시간에 쫓기는 여행을 하기보다는 출국하는 국가에서 비싸고 며칠이 남더라도 조금 넉넉한 일정으로 비행기를 예매하고 있습니다.


배낭 무게는 어떻게 되나요?

-현재 배낭은 오스프리 캐스트렐 68L짜리 제품을 사용하고 있고 침낭과 노트북을 합친 배낭은 15kg입니다.
약간씩의 변동은 있지만 비행기를 탈 때마다 15kg짜리 티켓을 사는데 매번 15kg이 나왔습니다.


앞으로의 꿈은 무엇인가요.

-세계일주를 마치고 나서 하고 싶은 것을은 몇가지가 있는데 가장 우선되는 것은 '잘 살기.'입니다.
남들이 가는 정해진 길로 가지 않아도 잘 살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이번 여행의 궁극적인 목표입니다.
제가 잘 사는 모습을 보고 누군가가 용기를 내서 도전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여기서 '잘 살기'를 들여다 보면 제가 항상 입에 달고 사는 '여우같은 마누라를 만나 토끼같은 자식을 낳고 오손도손 행복하게 살기'입니다.
그 다음은 우주여행입니다.
땅은 죽을 때가지 밟고 사니까 사내라면 우주로 한번 나가봐야하지 않겠습니까.


호주 이야기는 여행기가 아니라서 재미없는데 언제 다시 떠나나요?

-2014년 1월 1일 다시 떠납니다.
기대해 주세요.


그런데 이런 질문 답변을 하는 이유는 뭐에요?

-원래 1주년 기념으로 할 생각은 가지고 있기도 했고 현재 몸 컨디션이 안 좋아 다음 이야기를 쓸 시간이 부족했습니다.
원래 다음 여행기를 최소 2주 전에 미리 써놓고 여행을 했었는데 호주에서 일을 하다보니 피곤하다는 핑계로 비축해 뒀던 여행기를 그냥 올렸더니 어느 순간 비축분이 사라졌습니다.
그래서 얼마 전부터 주말에 써서 다음 주에 올리는 형식으로 여행기를 쓰고 있었는데 이번 주에 공장 일이 바빠 무리를 했더니 감기에 걸려 도저히 여행기를 쓸 컨디션이 아니여서 이번 주는 이렇게 넘기는 점 죄송합니다.




글을 쓰고 있는 지금이 목요일 저녁인데 열이 나는 상태에서 내일 올라갈 질문 답변을 쓰고 있어 글이 엉망이겠지만 환자니까 어여삐 봐주시고 댓글 하나 남겨주세요.
그리고 더 궁금하신 점이 있으시면 댓글로 남겨주세요.
바로 바로 답변을 드리겠습니다.



이번 편은 재미가 없는 것 같아 저번 이야기에 올리려다 깜빡한 삭발할 때의 동영상을 공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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