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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rld Travel/호주-Australia

세계일주 배낭 여행기 - 058. 부모님과 함께하는 시드니 효도관광.


이번에 도착한 곳은 시드니이다.
저번 편에서는 거창하게 어딘가로 떠나는 것 같이 써 놓고 같은 호주인 시드니로 온 이유는 그래도 호주에 왔는데 시드니는 보고가야하지 않겠냐는 아주 유치한 생각때문이다.
거기에 내가 떠나는 날에 맞춰 가족이 시드니로 여행을 오기로 했다. 
난 멜버른에서 왔기에 국내선 공항에 도착했기에 국제선 공항으로 지하철을 타고 가는데 1정거장에 5달러나 내야한다.

가족들을 만난 뒤 숙소에 짐을 맡기고 시내로 나왔다.
시드니의 푸른 하늘이 참 마음에 든다.

시드니는 멜버른과는 약간 다른 느낌이 든다.
현대적인 빌딩들과 고전느낌의 옛 건물들이 적당히 섞여있다. 

10시간이 넘는 비행기를 타고 오셨고 나도 새벽 비행기를 타고 오느라 밥을 못 먹었으니 우선 밥을 먹기로 했다. 
시내 레스토랑에서 간단하게 먹었는데 동생의 사진이 이상하게 나와 부득이하게 얼굴을 지웠다.
그렇다고 내 동생님이 못 생긴 것은 절대 아니다.

엄마가 부부여행을 가려고 모아 놓은 돈이 있는데 어디로 갈까 고민하길래 내가 있는 호주로 오라고 설득했다.
엄마는 원래 동남아쪽으로 갈 생각이었는데 동남아는 더 늙어서도 갈 수 있지만 서구권은 언제 갈 수 있을지 모르니 호주로 오라고 말했다.
내가 돈을 많이 벌어 유럽을 보내드리면 좋겠지만 그건 나중의 일이니 우선 호주에서 서양사람들이 어떻게 사는지 보여드리고 싶었다.
부모님이 해외여행을 가려면 여행사를 통해 가이드를 데리고 가야하지만 아들놈이 외국을 돌아다닌지 1년이 넘었으니 어느정도 가이드 역할은 할 자신이 있다며 꼬셨다.
거기에 어차피 여행 오는 것, 동생도 같이 오기로 해 가족여행이 되었다. 

우리 가족이 시드니에 도착한 날은 크리스마스 다음 날인 12월 26일이다.
이 날은 호주인들이 열광한다는 박싱데이로 모든 물건들이 세일을 하는 날이다.
그렇다보니 시내에는 사람들이 넘쳐나는데 한국에서는 볼 수  없던 모습을 볼 수 있어 신기했다. 

일찍 일어나는 새가 맞는 사이즈를 가지는 법이다. 
이런 센스 넘치는 광고 카피들을 볼 때마다 부럽다.
나도 저런 드립력이 있으면 좋겠다. 

시드니에는 Myer, 웨스트필드와 함께 QVB라는 3대 쇼핑몰이 있다.
마이어와 웨스트필드는 현대식인데 퀸 빅토리아 빌딩이라 불리는 QVB는 옛 아케이드의 형태를 그대로 지니고 있다.
난 쇼핑에 별 관심이 없기에 처음보는 브랜드들이 많았는데 30%이상씩 세일을 하는 매장들이 많았다.
여러 곳을 돌아다녀보고 그래도 내가 아는 이름이 유명한 브랜드라는 생각에 코치에서 엄마의 지갑을 하나 샀다.
30%할인을 한다고 해도 몇백달러가 순식간에 나갔지만 어무이에게 사주는 것이니 하나도 안 아까웠다. 

오늘같은 날은 당연히 사람이 넘쳐날 것인데 굳이 시내로 차를 끌고 들어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돈을 쓰는 것은 좋지만 쇼핑은 힘들다.
거기다 모두들 장시간 비행을 했으니 공원에서 잠시 쉬기로 했다.
커피를 마시다가 공원에서 낮잠을 잠깐 잤는데 꿀 맛이었다.

우리가 쉰 공원은 시내에 있는 하이드 파크라는 곳이었는데 옆에 세인트 메리 대성당이라는 유명한 성당도 있었다. 

오늘은 다들 피곤할 것이라 예상했었기에 그저 시내를 둘러보는 것으로 하루 일정을 잡았었다.
그래도 시드니에 왔으니 오페라 하우스는 봐야지.
혹시나 내 동생님이 못 생겼다 생각하실까봐 사진 한장 올립니다.
물론 내 여행기에 올라가는 우리 가족에게 초상권이란 것은 없다. 

내가 부모님에게 보여드리고 싶던 것이 바로 이런 건축물들이다. 
아시아권의 건물들도 신기한 것들이 많지만 서구권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부모님은 이번 여행이 처음 떠난 해외여행이기에 최대한 많은 것을 보여드리고 싶어 나름 준비했는데 앞으로의 여행을 마음에 들어하시면 좋겠다.
아들 놈은 세계일주를 한다고 싸돌아 다니는데 부모님은 처음 해외에 나오시고 참 불효자인 것 같다.
나중에 돈 많이 벌어서 효도해야지. 

하지만 효도는 미루는 것이 아니라 지금 당장 해야하는 것이다.
부모님께서는 숙소는 대충 잠만 자면 된다고 하셨지만 자식된 도리는 그 것이 아니기에 어느정도 시설이 좋은 호텔로 모시고 싶었다.
호텔을 찾아보다 2인실 두개를 빌릴 돈으로 주방이 있는 4인실 서비스 아파트를 빌렸는데 깨끗하고 시설도 좋아 정말 마음에 들었다.
박싱데이에는 웬만한 레스토랑들이 닫기에 집에서 간단히 저녁을 해먹었는데 1년만에 먹는 엄마밥은 역시 맛있었다.

사실 가족이 한국에서 시드니로 오는 비행기값만 해도 적은 금액이 아니기에 내가 200만원 정도 부담하기로 했다.
앞으로 시작될 여행이 조금 빠듯해지겠지만 그정도는 감내할 수 있다. 

우리가 묵은 곳은 아파트들이 단지를 이루고 있는데 깔끔해서 정말 좋았다.

오늘은 블루마운틴에 가기로 하고 시드니의 모든 교통수단을 하루종일 이용할 수 있는 데이패스를 끊었다.
한 명당 22달러라 총 88달러(한화 88,000원)을 냈는데 한 순간에 100달러 정도가 나가니 지출이 크게 느껴진다. 
그런데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어제부터 선로작업이 있어 기차가 운행을 안 해 중간지점까지 임시버스를 타고 이동해야 한다고 한다.

약 1시간 30분 정도를 버스를 타고 와 기차로 갈아탄다.

시드니의 기차는 2층으로 되어있는데 우리는 당연히 2층으로 올라갔다.  

엄마가 한국에서 떠나기 전에 나에게 먹고 싶은 것을 물어봤는데 난 다른 한국음식은 필요없고 그냥 단팥빵이나 몇 개 가져오라고 했다.
역시 빵은 한국에서만 먹을 수 있는 속이 꽉 찬 단팥빵이 최고다.
남들은 한 달만 해외생활을 해도 먹고 싶은 음식이 많다던데 난 고작 단팥빵이라니 확실히 여행체질인가 보다. 

1시간 30분정도 기차를 타고 오늘의 목적지인 블루마운틴이 있는 카툼바역에 도착했다.
블루마운틴은 여행사를 통해서도 올 수 있는데 난 쫓기는 여행이 싫어 그냥 개별적으로 기차를 타고 왔다.

처음에 도착한 곳은 에코 포인트라고 불리는 곳으로 블루마운틴이 보이는 장소이다.

블루마운틴은 유칼립투스에서 나오는 수액이 태양빛에 반사돼 파란 빛을 내기에 블루 마운틴이라 불린다고 한다.
하지만 유칼립투스 수액은 휘발성이 강해 건조한 시기에 나뭇잎끼리 부딫힌 마찰열로도 불이 잘 난다고 한다.
때문에 2013년 10월에도 큰 불이 나서 한국 뉴스에도 나왔었다고 하는데 나뭇잎이 부딫혀 불이 나다니 정말 신기하다.

블루 마운틴에 오면서 호주의 산은 높기보다는 엄청 넓다고 설명을 했었는데 정말 넓다.
부모님도 이런 광활한 풍경은 본 적이 없어 좋아하셨다. 

산을 보기만 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래도 산에 왔으니 직접 걸어봐야지.
그런데 한국 사람들이 엄청 많이 왔는지 어디를 가도 한국어가 들린다.
다른 사람들도 우리를 보며 한국인이 참 많다고 생각하겠지. 

하늘이 맑으면서 약간의 구름이 있는 최고의 날씨였다.
사진을 찍기만 하면 쨍쨍하게 나오는 내가 제일 좋아하는 날씨였다. 

호주는 자연을 잘 보존시키면서 그 자연으로 관광상품을 만든다.
블루마운틴에도 여러가지 즐길거리가 있는데 35달러를 내면 모든 것을 다 즐길 수 있다. 

가장 먼저 탄 것은 케이블카인데 지나가면서 폭포와 세자매봉을 볼 수 있다.
산이 엄청 커서 그런지 폭포가 조금 초라하게 보인다.

반대편에는 블루마운틴의 명물인 세 자매봉이 보인다.
한국인들이 얼마나 많이 오는지 직원들이 세 자매봉이라며 한국어를 한다. 
앞에 보이는 세 개의 봉우리가 마왕으로 부터 도망치던 세 자매가 돌이 되어버렸다는 전설을 가진 세 자매봉이다.

30분 정도 기다려서 10분 정도 케이블카를 탔는데 조금 짧은 느낌이 들었다.
한국이었다면 더 깊은 곳까지 케이블을 설치했을 것이라며 농담을 했다. 

케이블 카를 타고 오면 씨닉월드라 불리는 블루마운틴의 즐길거리가 몰려있는 곳으로 들어온다.
두 번째로 타기로 한 것은 레일웨이로 옛날에 광부들이 탄광에 갈 때 타던 운송수단을 놀이기구처럼 만든 것이다.

58도 정도 되는 경사를 따라 내려가는데 의자를 조절하면 60도가 넘는 경사를 즐길 수 있다.
줄도 잘 서서 제일 앞자리에 앉을 수 있었는데 수직낙하하는 것처럼 느껴져 재미있었다.
처음에는 롤러코스터처럼 브레이크가 없이 내려가는 줄 알고 무서워했었는데 브레이크가 있어 일정 속도 이상은 나지 않아 조금 아쉽기도 했다.

이런 경사를 타고 내려오는데 계단으로 다시 올라가야한다면 정말 막막할 것 같다.

세 자매봉을 배경으로 가족사진 한장.

혼자 왔으면 셀카를 찍거나 이렇게 풍경사진만 남겼을텐데 이번 여행은 효도관광이니 가족사진도 많이 찍어야지. 

레일워크를 타고 내려내려 오니 탄광에 대한 설명들을 해놨다.
예전 탄광의 환기구로 쓰이던 곳도 볼 수 있고 각종 채굴 장비들도 볼 수 있다. 

레일웨이를 타고 한참 밑으로 내려왔는데도 더 밑으로 내려갈 수 있게 산책로가 조성되어있다.
여행사를 통해서 오면 시간이 촉박하기에 짧은 코스만 돌았겠지만 우리는 시간이 많으니 제일 긴 코스를 돌기로 했다. 

사람들이 나무에 낙서를 할까봐 막아놓았는데 참 씁쓸하다.
기록을 남기고 싶은 것이 본능이라지만 꼭 저런 곳에까지 낙서를 해야할까. 

나무 속을 들여다 볼 수 있는 곳도 있었는데 아부지가 들어가서 확인을 해본다.
아부지 성격이 좋으면서 좋다고 말하지 않는 성격인데 이번 시드니 여행은 만족하고 돌아가시면 좋겠다.

열심히 내려 온 사람들에게 수고했으니 걸어올라가라면 다들 화를 낼 것임을 아는지 올라가는 길에도 케이블 카가 설치되어 있다.

여기서도 세 자매봉이 보이니 직원이 한국어로 세 자매봉이라고 말을 한다.
한국어가 세계 공용어였으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세계 공용어까지는 아니여도 어느 정도 영향력이 있는 언어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 

참 높이도 올라간다.
이 높이를 걸어서 올라가려면 정말 막막할 것 같다. 

이제 다시 처음에 탔던 케이블 카를 타고 돌아간다.
몇몇 사람들은 실망했다고 하는 블루 마운틴이라 걱정이 좀 됐었는데 다들 재미있어 했던 것 같아 다행이었다. 

나도 사진을 잘 못 찍지만 남이 찍어주는 사진은 더 마음에 안 들기에 특별한 장소가 아니면 그냥 내가 찍기로 했다.
새해에도 항상 웃는 일이 가득하면 좋겠다. 

멀리서 세 자매봉을 보니 그 사이로 다리가 연결되어 있길래 한 번 가봤더니 첫 번째 봉우리는 가까이서 보이지만 다리로 가는 길은 너무 멀길래 그냥 돌아 나왔다. 

이 장관이 풍화작용으로 만들어졌다니 정말 신기하다.
하지만 이런 곳에도 역시나 낙서가 되어있다.
혹시 미래의 후손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낙서를 한 것 아니냐고 동생에게 농담을 했더니 어차피 풍화작용으로 다 깎여질 것이기에 후손을 위해 낙서를 하는 것은 절대 합리화가 안 된다고 한다.

너무 피곤해 죽은듯이 잠만 자다보니 시티에 도착했다.
어제는 식당이 문을 닫았기에 집에서 저녁을 해 먹었지만 오늘부터는 제대로 좋은 식당만 데려가기로 계획했었다.
이번에 간 식당은 멜버른에 있을 때 추천을 받은 스테이크집이다. 

이 식당은 고기를 골라 자신이 직접 스테이크를 구워 먹는 시스템인데 고기 덩어리도 크고 화력도 좋길래 T본 스테이크를 골랐다.

스테이크를 고르면 샐러드바는 무료라 맥주만 따로 시키면 된다.
맥주를 잔으로 시켰더니 저그로 시키는 것이 더 이익이라며 저그로 바꿔주는 센스 넘치는 이쁜 누나도 있다.
고기 맛은 말을 해서 무엇하리. 정말 맛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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