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번 편에서는 거창하게 어딘가로 떠나는 것 같이 써 놓고 같은 호주인 시드니로 온 이유는 그래도 호주에 왔는데 시드니는 보고가야하지 않겠냐는 아주 유치한 생각때문이다.
거기에 내가 떠나는 날에 맞춰 가족이 시드니로 여행을 오기로 했다.
난 멜버른에서 왔기에 국내선 공항에 도착했기에 국제선 공항으로 지하철을 타고 가는데 1정거장에 5달러나 내야한다.
시드니의 푸른 하늘이 참 마음에 든다.
현대적인 빌딩들과 고전느낌의 옛 건물들이 적당히 섞여있다.
시내 레스토랑에서 간단하게 먹었는데 동생의 사진이 이상하게 나와 부득이하게 얼굴을 지웠다.
그렇다고 내 동생님이 못 생긴 것은 절대 아니다.
엄마가 부부여행을 가려고 모아 놓은 돈이 있는데 어디로 갈까 고민하길래 내가 있는 호주로 오라고 설득했다.
엄마는 원래 동남아쪽으로 갈 생각이었는데 동남아는 더 늙어서도 갈 수 있지만 서구권은 언제 갈 수 있을지 모르니 호주로 오라고 말했다.
내가 돈을 많이 벌어 유럽을 보내드리면 좋겠지만 그건 나중의 일이니 우선 호주에서 서양사람들이 어떻게 사는지 보여드리고 싶었다.
부모님이 해외여행을 가려면 여행사를 통해 가이드를 데리고 가야하지만 아들놈이 외국을 돌아다닌지 1년이 넘었으니 어느정도 가이드 역할은 할 자신이 있다며 꼬셨다.
거기에 어차피 여행 오는 것, 동생도 같이 오기로 해 가족여행이 되었다.
이 날은 호주인들이 열광한다는 박싱데이로 모든 물건들이 세일을 하는 날이다.
그렇다보니 시내에는 사람들이 넘쳐나는데 한국에서는 볼 수 없던 모습을 볼 수 있어 신기했다.
이런 센스 넘치는 광고 카피들을 볼 때마다 부럽다.
나도 저런 드립력이 있으면 좋겠다.
마이어와 웨스트필드는 현대식인데 퀸 빅토리아 빌딩이라 불리는 QVB는 옛 아케이드의 형태를 그대로 지니고 있다.
난 쇼핑에 별 관심이 없기에 처음보는 브랜드들이 많았는데 30%이상씩 세일을 하는 매장들이 많았다.
여러 곳을 돌아다녀보고 그래도 내가 아는 이름이 유명한 브랜드라는 생각에 코치에서 엄마의 지갑을 하나 샀다.
30%할인을 한다고 해도 몇백달러가 순식간에 나갔지만 어무이에게 사주는 것이니 하나도 안 아까웠다.
거기다 모두들 장시간 비행을 했으니 공원에서 잠시 쉬기로 했다.
커피를 마시다가 공원에서 낮잠을 잠깐 잤는데 꿀 맛이었다.
그래도 시드니에 왔으니 오페라 하우스는 봐야지.
혹시나 내 동생님이 못 생겼다 생각하실까봐 사진 한장 올립니다.
물론 내 여행기에 올라가는 우리 가족에게 초상권이란 것은 없다.
내가 부모님에게 보여드리고 싶던 것이 바로 이런 건축물들이다.
아시아권의 건물들도 신기한 것들이 많지만 서구권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아들 놈은 세계일주를 한다고 싸돌아 다니는데 부모님은 처음 해외에 나오시고 참 불효자인 것 같다.
나중에 돈 많이 벌어서 효도해야지.
부모님께서는 숙소는 대충 잠만 자면 된다고 하셨지만 자식된 도리는 그 것이 아니기에 어느정도 시설이 좋은 호텔로 모시고 싶었다.
호텔을 찾아보다 2인실 두개를 빌릴 돈으로 주방이 있는 4인실 서비스 아파트를 빌렸는데 깨끗하고 시설도 좋아 정말 마음에 들었다.
박싱데이에는 웬만한 레스토랑들이 닫기에 집에서 간단히 저녁을 해먹었는데 1년만에 먹는 엄마밥은 역시 맛있었다.
사실 가족이 한국에서 시드니로 오는 비행기값만 해도 적은 금액이 아니기에 내가 200만원 정도 부담하기로 했다.
앞으로 시작될 여행이 조금 빠듯해지겠지만 그정도는 감내할 수 있다.
한 명당 22달러라 총 88달러(한화 88,000원)을 냈는데 한 순간에 100달러 정도가 나가니 지출이 크게 느껴진다.
그런데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어제부터 선로작업이 있어 기차가 운행을 안 해 중간지점까지 임시버스를 타고 이동해야 한다고 한다.
역시 빵은 한국에서만 먹을 수 있는 속이 꽉 찬 단팥빵이 최고다.
남들은 한 달만 해외생활을 해도 먹고 싶은 음식이 많다던데 난 고작 단팥빵이라니 확실히 여행체질인가 보다.
블루마운틴은 여행사를 통해서도 올 수 있는데 난 쫓기는 여행이 싫어 그냥 개별적으로 기차를 타고 왔다.
하지만 유칼립투스 수액은 휘발성이 강해 건조한 시기에 나뭇잎끼리 부딫힌 마찰열로도 불이 잘 난다고 한다.
때문에 2013년 10월에도 큰 불이 나서 한국 뉴스에도 나왔었다고 하는데 나뭇잎이 부딫혀 불이 나다니 정말 신기하다.
부모님도 이런 광활한 풍경은 본 적이 없어 좋아하셨다.
그런데 한국 사람들이 엄청 많이 왔는지 어디를 가도 한국어가 들린다.
다른 사람들도 우리를 보며 한국인이 참 많다고 생각하겠지.
사진을 찍기만 하면 쨍쨍하게 나오는 내가 제일 좋아하는 날씨였다.
블루마운틴에도 여러가지 즐길거리가 있는데 35달러를 내면 모든 것을 다 즐길 수 있다.
산이 엄청 커서 그런지 폭포가 조금 초라하게 보인다.
한국인들이 얼마나 많이 오는지 직원들이 세 자매봉이라며 한국어를 한다.
앞에 보이는 세 개의 봉우리가 마왕으로 부터 도망치던 세 자매가 돌이 되어버렸다는 전설을 가진 세 자매봉이다.
한국이었다면 더 깊은 곳까지 케이블을 설치했을 것이라며 농담을 했다.
두 번째로 타기로 한 것은 레일웨이로 옛날에 광부들이 탄광에 갈 때 타던 운송수단을 놀이기구처럼 만든 것이다.
줄도 잘 서서 제일 앞자리에 앉을 수 있었는데 수직낙하하는 것처럼 느껴져 재미있었다.
처음에는 롤러코스터처럼 브레이크가 없이 내려가는 줄 알고 무서워했었는데 브레이크가 있어 일정 속도 이상은 나지 않아 조금 아쉽기도 했다.
예전 탄광의 환기구로 쓰이던 곳도 볼 수 있고 각종 채굴 장비들도 볼 수 있다.
여행사를 통해서 오면 시간이 촉박하기에 짧은 코스만 돌았겠지만 우리는 시간이 많으니 제일 긴 코스를 돌기로 했다.
기록을 남기고 싶은 것이 본능이라지만 꼭 저런 곳에까지 낙서를 해야할까.
아부지 성격이 좋으면서 좋다고 말하지 않는 성격인데 이번 시드니 여행은 만족하고 돌아가시면 좋겠다.
한국어가 세계 공용어였으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세계 공용어까지는 아니여도 어느 정도 영향력이 있는 언어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
이 높이를 걸어서 올라가려면 정말 막막할 것 같다.
몇몇 사람들은 실망했다고 하는 블루 마운틴이라 걱정이 좀 됐었는데 다들 재미있어 했던 것 같아 다행이었다.
새해에도 항상 웃는 일이 가득하면 좋겠다.
하지만 이런 곳에도 역시나 낙서가 되어있다.
혹시 미래의 후손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낙서를 한 것 아니냐고 동생에게 농담을 했더니 어차피 풍화작용으로 다 깎여질 것이기에 후손을 위해 낙서를 하는 것은 절대 합리화가 안 된다고 한다.
어제는 식당이 문을 닫았기에 집에서 저녁을 해 먹었지만 오늘부터는 제대로 좋은 식당만 데려가기로 계획했었다.
이번에 간 식당은 멜버른에 있을 때 추천을 받은 스테이크집이다.
맥주를 잔으로 시켰더니 저그로 시키는 것이 더 이익이라며 저그로 바꿔주는 센스 넘치는 이쁜 누나도 있다.
고기 맛은 말을 해서 무엇하리. 정말 맛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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