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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rld Travel/호주-Australia

세계일주 배낭 여행기 - 057. 멜버른에서의 마지막.

이번에도 시티로 나온다.
시내로 나오면 거리 곳곳에 버스킹을 하는 사람들, 그림을 그리는 사람들 등 여러 예술가들이 있다.
특히 큰 광장에는 서커스를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어떻게 저런 묘기를 부리는지 신기하다. 

몰랐었는데 오늘은 세계 에이즈의 날이라고 한다.
사람들이 에이즈에 대해 막연하게 공포감을 가지고 있는데 예전에 강의를 들어보니 불치병은 맞지만 엄청 두려운 병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래도 어서 완벽한 치료약이 개발되면 좋겠다. 

멜버른 시내에는 야라강이 흐르는데 조정을 하고 있었다.
무한도전을 보니 엄청 힘들던데 대단한 것 같다.
여가생활을 자기가 즐거우면 되는 것인데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여가생활을 하는 사람들이 있어 안타깝다.
비싼 자전거를 사고, 비싼 캠핑용품을 사고, 비싼 등산용품을 사서 남들과 비교를 해서 얻는 만족감보다 내적성취감이 더 중요한 것인데 너무 남의 시선을 의식하는 것 같다.

오늘 시티로 나온 이유는 바로 이 누들 페스티벌 때문이다.
누드 페스티벌이면 참 좋았겠지만 누들, 국수 축제다.
참고로 멜버른에서는 얼마 전에 sexpo라고 성 박람회도 열렸는데 별로 당기지 않아 가지 않았다. 
sexpo에 가서 사진을 찍어왔다면 내 블로그가 참 좋은 블로그가 됐을텐데 아쉽기도 하다. 

아시아 국가들의 다양한 국수요리를 파는데 한국은 참가하지 않았다.
말레이시아, 태국, 베트남 등 10여개 국이 참가한 행사인데 다 가본 나라들이라 안 먹어본 국수가 없었다.
그래서 고민하다가 태국의 팟타이를 시켰는데 너무 달아 별로 맛이 없었다.
가격은 10달러를 냈는데 태국에서 1달러에 사 먹던 것보다 맛이 없었다. 

그래도 축제에 왔으니 돈을 쓰려고 후식으로 뭘 먹을까 고민하고 있는데 팬케이크를 파는 누나가 정말 이뻤다.
줄을 서 있었더니 누나가 부르길래 쪼르르 달려가 10달러짜리 팬케이크를 후식으로 먹었다.
맛은 그저 그랬지만 누나의 미소가 달콤했으니 됐다.
미인계를 쓰려고 작정한듯한 누나였는데 저항도 하지않고 미인계에 넘어갔다.
나란 남자. 쉬운 남자.

나이트 누들 페스티벌인데 해가 지기 전부터 사람들이 많이들 왔다.
딱히 자리는 없고 마음에 드는 음식을 사서 잔디밭에 앉아 먹으면 된다.

축제에는 맥주가 빠질 수 없으니 당연히 한 잔 마신다.
음악도 크게 들어주고 맥주를 마시니 락페스티벌에 가고 싶어졌다.
한국에 있을 때는 여행을 출발하기 1주일 전까지 락페스티벌을 다닐 정도로 락을 좋아하는데 한국에 돌아가면 몸을 좀 풀어줘야겠다.  

땅덩어리가 커서 녹지가 참 많다.

땅덩어리는 큰데 왜 대학은 이렇게 빌딩으로 지어놨을까.

여행을 하다보면 나라별로 무료 교통수단이 있는데 멜버른에는 시내를 한 바퀴 도는 무료 트램이 있다.
365일 무료라 할 일이 없으면 그냥 타고 시내를 한 바퀴 돌면서 시내를 구경하기에 좋다.

공짜를 좋아하면 대머리가 된다고 하니 유료 트램으로 갈아탄다.
멜버른의 트램은 자동차도로 가운데를 지나가는데 속도는 좀 느리지만 지하철이 가지 않는 지역을 커버해준다.

세인트 킬다 해변으로 가는 길에 놀이동산인 루나파크가 나오길래 우선 내렸다.
입구에서 연인끼리 점프샷을 찍고 있길래 나도 한장 찍어줬다.
루나파크는 어린이들을 위한 놀이공원인데 지금은 사라진 한국의 드림랜드 정도의 규모다.

입장료는 따로 없고 놀이기구마다 돈을 내길래 들어가 봤는데 크지도 않고 놀이기구도 시시한 것들만 있다.

이제 본 목적지인 세인트 킬다 해변에 도착했는데 여기도 커플들이 넘쳐난다.
해가 지는 모습을 바라보는 커플의 모습이 아름다워 사진을 찍었는데 괜찮게 나온 것 같다.
사진은 잘 찍었는데 왜 내 눈에서는 땀이 나는 걸까. 

커플도 좋지만 삶은 이 사람처럼 홀로 고독을 씹는 것이다.

해가 완전히 저물기 전에 방파제를 따라 걸어간다.

방파제를 따라가니 블랙 스완, 흑고니가 보인다.
블랙 스완은 검은색 백조로 호주에서 1697년에 발견된 동물이다.
그 전까지는 모든 백조는 하얀색인줄 알았기에 전혀 일어날 일이 없거나 존재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던 것이 실제로 일어났을 때를 블랙 스완이라고 은유적으로 표현한다고 한다.  
블랙 스완을 보니 별 기대하지 않았던 나탈리 포드만의 블랙 스완을 엄청 재미있게 봤었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저 검은 백조를 보러 온 것일까.

당연히 그렇지는 않고 이 펭귄을 보러 온 것이다.
세인트 킬다 해변은 멜버른 시내에서 약 30분 정도 떨어진 바닷가인데 리틀 펭귄이라는 작은 펭귄이 살고 있다.
펭귄은 남극에서만 사는 줄 알았는데 따뜻한 곳에서도 살고 있다니 정말 신기하다.
게다가 이렇게 시내와 가까운 곳에서 살고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었다.  

리틀 펭귄은 말 그대로 작은 펭귄이라 약 30cm정도의 크기밖에 안 된다.
펭귄은 커서 귀엽기보다는 무서웠는데 리틀 펭귄은 정말 귀엽다.
펭귄에게 플래쉬를 터트리거나 빛을 비추면 실명할 수도 있기에 관리요원들이 빨간색 셀로판지를 덧댄 후레쉬로 펭귄을 비춰준다. 

아빠와 함께 온 꼬마 애가 펭귄을 보고 싶어하는데 사람들이 많아 못 보고 있길래 내 자리로 불러 보여줬다.
펭귄도 귀엽지만 아기들이 더 귀엽다. 

집으로 돌아와 망고와 맥주 한 병을 마시며 컴퓨터를 한다.
호주는 땅덩어리가 넓기에 각종 과일들을 재배하는데 거기에는 망고님도 포함된다.
사람들이 호주 망고는 맛이 없다고 했지만 망고님을 뵌 이상 사는 것이 도리라 그냥 샀는데 꿀 맛이었다. 

이번에도 공장 애들과 함께 집에서 파티를 했는데 같이 사는 요리사 친구가 수육을 만들었다.
아시아 음식이 어느정도 대중화가 되어 젓가락을 쓸 줄 아는 애들도 있다.
생긴 것 처럼 맛도 기가 막힌다. 

한국에서 불닭볶음면이 그렇게 인기길래 하나 사 먹어 봤는데 별로 맵지 않았다.
매운 것을 못 먹는 내가 먹을만한 것을 보니 컵라면은 별로 안 매운 것 같다.
다음에 한국에 돌아가면 봉지라면을 도전해봐야겠다. 

이번 주에도 시내로 나간다.
그래도 멜버른에 살았으니 유명한 곳은 다 가봐야한다는 생각으로 부지런히 놀러 다닌다.

시내를 제외하면 높은 건물을 찾아 볼 수가 없다.
대부분의 집이 1층이나 2층이라 시야가 좋긴 하지만 밋밋한 느낌도 든다. 

집과 공장만 다니다가 주말에 사람들의 북적거리는 모습을 보면 기분이 좋다.

지구상의 대부분의 나라에는 차이나타운이 있을 것 같다.
어디를 가도 찾을 수 있게끔 만들어 놓은 것은 좋지만 그 나라와 융화가 되기보다는 자신들끼리의 영역을 구축하는 것이 좋은 것인지는 모르겠다. 

시내는 크리스마스 준비로 한창이다.
날이 덥다는 것만 빼면 우리나라의 크리스마스와 비슷하다. 

호주의 백화점이라 부를 수 있는 myer를 지나가는데 사람들이 줄을 서 있다.
아직 크리스마스는 좀 남았는데 벌써 무슨 행사를 시작하나보다. 

멜버른의 중앙우체국을 지나간다.
처음에 멜버른의 건축물들을 봤을 때는 고풍스러운 멋이 넘쳐 흘렀는데 이제는 별 감흥이 없다.
역시 그 곳에서 살면서 보는 것과 여행자의 눈으로 보는 것은 많이 다르다. 

그래피티가 유명한 거리가 있다길래 찾아갔는데 별 것 없었다.
딱히 아름답지도 않고, 신기하지도 않고, 찌린내만 진동을 한다. 

점심을 안 먹고 나왔더니 배가 고팠는데 마침 피자를 3조각에 5달러에 팔고있었다.
각기 다른 종류를 골라 먹었는데 역시나 맛있다. 

이 글이 올라가는 시점에서는 크리스마스가 지났겠지만 모두들 Merry Christmas!
그리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멜버른은 고풍스러운 건물들과 분위기 좋은 골목이 많다고 알려져 있다.
그 중에서 카페거리가 유명하다길래 구경을 갔는데 그저 여러 카페가 모여있을 뿐 딱히 감흥이 없다.
예전에 이력서를 돌리며 많이 지나쳤더니 어느새 일상으로 다가와버렸다.  

여기가 바로 미안하다 사랑한다에 나온 미사거리이다.
이 거리의 바로 옆에 있는 레스토랑에서 일을 했었기에 매일 지나쳤던 거리다.
여기서 소지섭이 임수정을 데리고 도망쳤다고 들었는데 '미사'를 안 봐서 모르겠다.
드라마는 연애시대가 최고다. 

멜버른의 중심에는 멜버른 센트럴 역이 있고, 여행자들의 숙소가 모여있는 곳에는 서던 크로스 역이 있지만 가장 운치있는 역은 뭐니 뭐니해도 플린더스 스트리트 역이다.
우리나라도 예전 서울역 청사를 남겨뒀다고 하지만 멜버른은 아직도 이 역을 사용하고 있다. 

쇼핑과는 거리가 멀었기에 멜버른 DFO도 가본다.
DFO는 공장 직영 아울렛인데 원래 가격이 싼데다 박싱데이가 다가와 세일을 하고 있다길래 구경을 가본다.

건물도 이쁘게 만들어 놨고 물건들도 가격이 꽤 싸다.
하지만 난 여행자 신분이니 그냥 구경만 하고 지나간다.

밖으로 나와 카지노에 들어가봤다.
돈을 모은다고 카지노도 처음으로 가봤는데 꽤 재미있었다.
20달러를 70달러까지 불렸다가 결국 30달러를 가지고 나왔는데 시간을 때우기에는 좋은 것 같다.
그래도 대박을 노리는 도박은 위험하다. 

거리에서 차력쇼를 하길래 구경하는데 나도 쇠꼬챙이로 만들어진 침대에 한번 누워보고 싶다.
근데 찔리면 아플테니 그냥 구경만 한다. 

공장에서 크리스마스 선물이라고 돼지 다리를 하나 줬다.
무게는 한 5kg정도 될 것 같았는데 내가 사는 집에는 오븐이 더러워 그냥 누나에게 선물로 줬더니 누나가 요리를 했다고 해 가서 얻어먹었다.
오븐에 천천히 구웠더니 입에서 살살 녹아내린다. 

난 통조림이나 냉동식품을 별로 안 좋아해 거의 먹지 않는데 호주 사람들은 통조림을 엄청 잘 먹는다.
도대체 무슨 맛인지 궁금해서 하나 사봤는데 억지로 겨우 먹었다.

드디어 일이 끝났다.
약 6개월간 일을 하며 싸우기도 하고 재미있게 놀기도 하며 정이 들었는데 이제 헤어질 시간이다. 

내 대타로 온 남수단에서 온 윌리인데 레게음악을 엄청 좋아한다.

하는 일도 별로 없으면서 입으로만 일을 하는 마케도니아에서 온 아이스인데 싸우다 보니 정이 들었다.
나이는 아버지 나이랑 비슷한데 철이 덜 들어 신기했었다.

고기공장에서 일을 했지만 박스를 만드는 포지션이었기에 고기를 직접 만지는 일은 없었다.
다른 사람들은 매일 고기를 만지느라 피범벅이 되서 힘들게 일하는데 운이 좋았다. 
계속해서 박스를 만드느라 손에 상처가 좀 났지만 피를 만지는 것보다는 낫다. 


 

드디어 배낭을 다시 쌌다.
여행 중에는 5분이면 싸지던 배낭을 싸는데 1시간이 걸렸다.
이제 다시 세계를 돌아다니며 여러 곳을 보고 재밌게 노는 일만 남았다.

그럼 떠나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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