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롱베이에 오기 전부터 어차피 싸파도 못가는 거 하롱베이에서 여유를 즐기기로 했다.
어제 저녁 늦게 도착했으니 오늘을 휴식일로 정하고 아침을 먹으러 갔다.
숙소에 딸린 식당을 가기 싫어서 오롯이 음식만 파는 식당을 찾는데 정말 찾기 힘들다.
다 미니호텔에서 운영하는 식당들이거나 대형식당들이다.
어제 저녁을 먹은 식당은 문을 안열었기에 겨우겨우 찾아낸 식당에서 쌀국수 한그릇 먹고.
아침에 쌀국수 먹으면 배고픈거 아는 사람이 왜 쌀국수 먹냐구요?
식당 찾다가 빵집을 지나가는데 아침이라 빵 만드는 모습을 보고 반했거든요.
근데 빛 좋은 개살구였다. 제대로 된 빵을 먹으려면 프랑스를 가야하는건가. 가려면 멀었는데...
겨울철 비수기라 썰렁하다.
대형식당들이 많은데 테이블 수는 30개가 넘어도 손님이 없다.
밥먹고 소화나 시킬겸 10분거리에 있다는 깟꼬 해변을 가보기로 했다.
사실 깟바섬에는 별로 볼 것이 없다. 근처에 있는 깟꼬 해변이 전부다.
그래서 대부분의 여행자들이 1박 2일 코스로 하롱베이를 구경하고 잠만 자고 되돌아간다.
어쨋는 남들은 남들이고 나는 나니까 해변으로 걸어갔는데 그냥 평범한 해변이다.
근데 아름다운 자연에 나쁜짓을 한 사람들이 있네.
왜 아름다운 모래사장에 낙서를 할까. 그것도 하트를.
파도야 어서 저 해괴망측한 것들을 다 지워주렴.
그냥 걷다 보니 표지판에 해골표시가 있다. 무슨 내용인지는 모르겠고 여기로 가면 죽는건가?
하지만 하지말라면 더 하고 싶으니 우선은 가본다.
점점 높이 올라가니 절벽사이에 있는 해변이 보인다. 에이... 또다시 해변이다, 절벽 한쪽에 구름다리가 있다. 아마 방금 지나온 해변과 연결되어 있는 다리 같고 절벽 중간에서 바다를 볼 수 있을거라는 기대를 가지고 출발했다.여기는 가면 진짜로 죽을 것 같다. 그냥 돌아가야겠다.
난 겁쟁이니까요. 여기서 죽으면 안되요. 여우같은 마누라랑 토끼같은 딸내미랑 알콩달콩 살아야해요.
마을을 한바퀴 돌아봤지만 내 마음에 드는 식당이 없어 그냥 아침에 갔던 식당을 갔다.
볶음밥을 시켰는데 양을 많이 준 것은 마음에 든다.
그런데 왜 밥을 넣을 때 흰 쌀밥 밑에 어제 볶아서 말라 붙은 밥 반공기를 같이 넣어서 주니.
노점에서 음식을 먹을 때는 기본적으로 위생상태가 별로일 것이라는 생각을 하고 밥을 먹는다.
그래도 눈 앞에서는 깨끗한 척이라도 하는 식당은 주인이 양심은 있구나라고 생각하는데 내 눈앞에서까지 그러면 정이 뚝 떨어진다.
주인 아저씨 아웃이요. 인생은 삼세판이라지만 그냥 아웃이요.
그래서 밥은 어쨌냐구요? 절대 안버리는거 알잖아요. 맛있게 다 먹었어요. 그래도 아웃이요.
휴식을 취한다고 해서 무작정 쉬는게 아니다.
방에 틀어박혀 열심히 여행기를 쓰는게 휴식의 일부분이다.
지금까지 인터넷에 연재되는 여러 여행기들을 읽었는데 몇몇 여행기들은 꾸준히 올라오다가 중간에 흐지부지 되는 경우가 꽤 많았다.
여행기를 꼭 써야한다는 강박관념때문에 쫓기듯이 여행기를 써서 주객이 전도된 상황이 되고 결국엔 여행기를 그만 올리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세계일주를 시작하면서 절대로 중간에 끊기지 않고 끝까지 여행기를 올리겠다고 다짐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난 내가 여행한 것을 정리하는 것이 정말 재미있다.
여행기 비축분이 쌓일 수록 기분이 흐뭇해진다.
숙소에서 내일 갈 하루짜리 트레킹을 예약하는데 방값부터 모든 돈 계산이 달러다.
환율은 1달러에 20800동인데 내가 동으로 계산을 하려면 1달러에 21000동을 내야한다.
베트남보다 못사는 라오스도 달러를 주로 쓴다고 들었지만 직접 가보니 모든 가격을 킵으로 말했다.
근데 베트남은 무조건 달러를 먼저 말한다.
그리고 저 맥주도 보통 가게에서 사면 10000~15000동인데 2만동을 불러 안산다니까 빈병을 가져오면 5천동을 돌려주겠다고 해서 사왔다.
숙소에서 사도 15000동인데 좀 싸게사려고 갔더니 참 가지가지 한다.
흐뭇한 기분으로 밖을 나오니 대로에 조명이 켜져있는데 휑하다.저녁은 어제 먹었던 곳으로 갔다.
어제 계산을 하는데 주인아저씨가 장갑을 끼고 재료를 손질하다가 돈을 받을 땐 장갑을 벗고 받은 뒤 손을 닦고 다시 장갑을 낀다.
비록 가게 상태가 더러워도 이런 모습을 보면 기분이 좋고 또 가고 싶은게 사람 심리 아닐까.
진열대를 보는데 심장이 보이길래 뭐냐고 물어보니까. 심장이 쿵쿵 뛰는 흉내를 낸다.
고민할 필요도 없다. '아저씨 이걸로 주세요.'
내일은 트레킹을 해야하니까 심장먹고 힘내야지.
근데 메뉴판에 하이네켄이 20000동(한화 1000원)이라 써있다.
하이네켄 공장이 베트남에 있나? 했더니 진짜로 베트남에 있다고 한다.
메이드 인 베트남이니까 먹어도 괜찮다 생각해서 시켰는데 여행하며 하도 많은 맥주를 먹었더니 한국에서 먹은 하이네켄 맥주맛이 안나서 비교를 못하겠다.
<오늘의 생각>
왜 자기나라 돈을 안쓰고 달러를 쓸까.
오늘은 깟바 국립공원 트레킹을 하는 날이니까 아침을 든든하게 먹어야한다. 아침에 일찍일어나 밥을 먹고 준비하고 있으니 버스가 와서 탔는데 여행자 버스가 아니라 그냥 가이드와 함께 마을버스를 타고 가는 것이었다.
다른 신청자를 태우러 이동을 했는데 여유롭게 밥을 먹고 있다.
가이드가 가서 도착했다고 말했는데 밥 다먹는데 얼마 안걸린다며 천천히 음미하며 드시고 있다.
한 5분정도 느긋하게 먹다가 내가 속으로 욕하는 소리를 들었는지 싸달라고 해서 버스에 앉아 먹는다. 난 15분전에 준비 끝낸다고 샌달에 본드칠하는 사진도 못찍었는데 이것들이 군대를 다녀와야 정신을 차리지.
어쨌든 난 호락호락한 주인이 아니란다 샌들아. 절대로 널 놓지 않을거야. 계속해서 본드칠을 해서 써줄게.
설명서에 한글이 써있어서 기분이 좋았는데 이것들이 망쳐놨다. 가이드와 밥먹는 2놈, 나를 포함해서 총 4명이 트레킹을 한다. 파란옷은 가이드 아저씨니까 까만 옷만 욕해요,
깟바섬의 절반이 넘는 지역이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어 있는데 관광객들은 대부분 하롱베이만 보고 돌아가 별로 유명하지 않다는 것이 사실인가보다.
근데 가이드 아저씨는 아무 설명없이 그냥 길만 안내하고 우리가 사진을 찍으면 멈췄다가 다시 가는 새로운 방식의 안내를 선보였다. 국립공원이라면서 설마 이런 길만 지나는건 아니겠지. 스파이더 맨이다.
스파이더 맨 원작 만화에서 주인공 피터파커가 죽고 옥토퍼스 박사가 스파이더맨이 된다고 인터넷 뉴스에서 봤는데 원작을 안봐서 잘 모르겠다. 그래 이런길이 나와야 국립공원 트레킹이지. 여기가 개구리 연못이라는데 땀을 흘려 세수를 해도 되냐니까 물이 고여만 있어서 엄청 더럽다고 한다. 이런 곳은 길을 만들어낸건지 원래 이런건지 궁금하지만 가이드 아저씨가 길만 안내해서 상상만 하며 걷는다. 신기한 암석들이 많다. 중간지점 마을에 도착해 밥을 기다리는데 처음보는 물담배 기구다. 땀흘리고 먹는 밥은 항상 맛있다.
사진에 나온 애 말고 다른애는 남아공에서 태어나서 대구에서 초등학생들 영어를 가르쳤다며 한국말도 좀한다.
근데 밥을 먹는데 둘이서 나한테 묻는다는 말이 한국여자들은 다 성형수술을 하냐, 넌 알아볼 수 있냐. 이런거를 물어보며 웃는다.
아놔. 너네들은 그럼 내가 흑형들은 다 우사인볼트냐, 백인들은 다 맥도날드만 쳐먹냐.라고 물으면 기분이 좋겠냐.
아침부터 하는 꼬라지가 맘에 안들었는데 아주 정점을 찍어주는구나. 개념 좀 탑재하고 삽시다. 그래도 경치는 좋다.
바다에도 산이 많고 들판에도 산이 많구나. 찾는 사람이 별로 없어 길도 한적하다. 넌 정체가 뭐니. 도마뱀인가. 근데 난 몸이 미끌미끌한 생명체는 다 싫다. 길을 걷다보니 인권이 형의 행진이 떠오른다. 나의 미래는 항상 밝은 수는 없겠지, 나의 미래는 때로는 힘이 들겠지. 그러나 비가 내리면 그 비를 맞으며, 눈이 내리면 두 팔을 벌릴거야. 행진~행진~행진 하는거야. 행진하다보니 선착장에 도착했는데 아저씨가 전화로 배를 부르니 통통배가 온다. 통통배를 타고 돌아가는데 난 꿀렁거림이 재밌기만 한데 싸가지 두놈은 표정이 별로다.
배는 마을에서 좀 떨어진 곳에 멈췄는데 아저씨가 한명씩 오토바이를 잡아 태운다.
트레킹도 하고 각종 이동수단도 이용하고 투어 한번 알차게 하는구나.
돌아와서 쌀국수에 사이공 맥주 하나 먹고요,
하이네켄은 네덜란드 가서 먹고 베트남에서는 사이공을 먹어야지. 쌀국수 먹으면 배고픈지 알면서 왜 또 먹었냐구요?
밥먹으러 가는데 아줌마가 손님없는데 샌드위치 팔면서 나를 붙잡았었거든요. 밥을 먹고 숙소로 오는데 한 외국인 아저씨가 인형뽑기 기계에서 볼 수 있는 권총라이터에 삘이 꽂혀서 흥정을 하고 있다.
나도 쵸파인형뽑기에 미쳤었던 사람이기에 아저씨의 마음을 이해해서 구경하는데 물건파는 아가씨 장사 수완이 장난이 아니다.
우선 작은 권총을 팔고나서 속에서 엄청 큰 권총을 꺼내 보여준다.
그러면 아저씨는 당연히 눈이 돌아가고 결국엔 50만동(약 25000원)에 팔아넘기면서 넌 이제 진짜 사나이라고 부추긴다.
아저씨 부인은 그거 가지고 공항통과 못한다고 해도 아저씨는 작은건 양말속에 넣고 큰 건 허리에 꽂고 애처럼 좋아한다.
여자분들 남자의 장난감 사랑을 무시하지마세요. 남자는 유치하고 작은 것에 행복해 합니다.
근데 여기서 끝이 아니라 분명 이득을 보고 팔았으면서 자기 크리스마스에 선물도 못받고 혼자였다며 아이스크림 사먹게 1달러만 더달라고 떼를 쓴다.
타고 태어난건지 장사를 하다보니 늘어난건지 대단한데 까먹을까봐 숙소로 올라와 베란다에서 매대를 몰래 찍었다.
<오늘의 생각>
베트남 사람들은 좋은데 장사꾼들이 문제다.
아저씨는 주로 재료손질만 하고 아들 2명이서 요리를 하는데 볶을밥을 할 때 그냥 행주로 냄비를 잡고 돌린다. 깟바섬에서의 마지막 식사를 하고 하노이로 돌아간다. 근데 돌아갈 때도 개별여행자는 티켓을 사야한다고 한다.
그냥 낸다. 난 이번에도 당연히 점심이 포함되지 않았는데 배가 별로 안고파 가게에 갔더니 오리온이 베트남을 점령했다.
나 초코파이 엄청 좋아하는데... 군대 가면 많이 준다는걸 알면서도 입대하러 가는 차에서도 초코파이 먹은 사람인데...
베트남 초코파이의 맛을 느껴보려고 6개들이를 샀는데 25000동(한화 1250원)이다. 크기는 한국 것보다 조금 작은 것 같고 맛은 한국이 더 맛있다.
그래도 초코파이는 맛있쪙. 참고로 이거 메이드 인 베트남임. 깟바섬에서 티켓을 사면 하노이의 버스정류장에 내려주기에 픽업비를 준다고 생각하고 하노이에서 왕복표를 샀었다.
그런데 혹시나 하는 마음에 숙소로 안가고 중간에 내려서 기차역에 가보니 싸파로 가는 기차표가 있다고 한다.
침대실은 당연히 없고 좌석이 남았는데 저번에 인출한 300만동이 다 떨어져서 기다리라하고 오는길에 차에서 본 시티은행 ATM을 향해 걸어갔다. 해외는 저녁이나 휴일이라고 수수료 더 붙는 경우 없는데 한국은 왜 받을까. 호안끼엠 호수의 야경인데 표가 다 팔릴까봐 제대로 구경할 여유도 없었다. 근데 옆에 영어를 할줄아는 직원은 저녁을 먹으러 갔는지 안보이길래 어쩔 수 없이 혼자 남아있는 이 아줌마에게 갔다.
이 아줌마는 하롱베이 가기전에 들렀을 때 만난 서양인 부부에겐 아예 표가 없다고 하고 내가 물어보니 비싼표가 있다고 한 아줌마였다.
그래서 걱정하며 줄을 섰는데 내 차례가 와도 난 제쳐두고 뒷 사람들부터 오라고 한다. 한 2명까진 참고 나머진 기다리라하고 내 목적지인 '라오까이'라고 딱 한마디 했는데 이 아줌마가 고개를 흔들며 가라고 한다.
아 중간에 내려 20분 걸어서 기차역으로 왔다가 돈 찾으러 40분 왔다갔다한 시간을 합치면 1시간을 무거운 배낭메고 땀 뻘뻘 흘리면서 다녔는데 표가 나간 것인가. 근데 분위기가 이상해서 역에 있는 사람들을 붙잡고 베트남어로 라오까이로 가는 기차표있냐고 물어봐 달라니까 있다고 한다.
아놔 이 아줌마가 나랑 장난하나. 아줌마 기다리쇼.
날 도와준 베트남 청년에게 표도 사달라고 했더니 구경하던 아줌마 한 분도 같이 와서 도와준다.
하지만 이 아줌마 표파는데는 관심없고 자기 딸하고 손녀인지를 매표소 안으로 불러 놀고 자빠져있다.
순간 욱해서 매표소 창을 막 두들겨서 불러내 표를 샀다. 오히려 날 도와준 사람들이 미안해 한다.
베트남 사람들 착한거 안다고 괜찮다며 고맙다며 인사를 하고 자리에 앉았다.
진짜 가지가지 한다. 내가 영어로 물어본 것도 아니고 그냥 목적지만 말했는데 자기는 영어를 못한다고 표가 없다고 하면 여행자는 뭐가 되는건가.
여행기를 쓰는 지금도 다시 생각하니 화가난다. 화를 가라앉히고 늦은 저녁을 먹고 출발까지 3시간 남은 기차를 기다렸다. 이런 일, 저런 일 다 겪는게 삶이니 내일을 향해 기차를 타고 싸파로 향한다.
<오늘의 생각>
하롱베이는 그냥 투어 이용하세요.
하노이 역의 역무원이 잠들어 있던 내 파괴본능을 깨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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