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 열심히 돌아다니고 게스트하우스로 돌아오니 사랑스런동생님에게 카톡이 와있었다.
대화를 하다가 돌직구를 맞았다.
야매토끼님이 부럽다. 나도 드립력을 키워야겠다.
근데 진짜로 별 에피소드가 없어요...
충격 받고 약빨라고 맥주 1팩을 사놨는데 이틀 전부터 계속 설사중이라 못먹고 있으니 이번편도 재미없겠지.
난 안될꺼야... 아마...
기차는 거의 20량 가까이 되는 것 같았다.
돈을 아끼기 위해 원래부터 하드시트를 한번 도전해보려고 생각했었기에 당당하게 기차에 들어갔다.
근데 내가 생각했던 것 보다 조금 심각하구나.
4명이 2명씩 짝을 지어 앉은 자리인데 6명이 앉는 곳도 있었다.
옆자리에 앉은 베트남사람이 노트북에 무선랜을 잡아서 구글 번역기로 나를 채팅방에 초대했다,
한 1시간정도 내 주위의 3명에세 호구 조사를 당하고 각자 자신만의 자세로 잠을 잤다.
참고로 내 옆에 앉은 아저씨는 의자 밑으로 들어가 누워서 잤다.
자다깨다를 반복하다보니 날이 밝아 온다.
그래서 약 10시간을 하드시트에 앉아서 간 소감이 어떻냐구요?
더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라오까이역에 도착했다.
기차는 하노이에서 라오까이까지만 운행되고 라오까이에서 1시간정도 미니밴을 타고 싸파로 들어가야한다.
배낭을 메고 기차에서 내리면 삐끼아저씨들이 막 달라붙는데 처음에 25만동을 부르길래 10만동까지 깎아서 탔는데 뭔가 기분이 쎄했다.
알고보니 정식요금은 5만동으로 삐끼아저씨가 5만동을 먹었다.
처음으로 제대로 된 바가지에 씌였다.
베트남의 싸파도 태국의 빠이처럼 구불구불 산길을 올라가야된다해서 기대반 걱정반 했는데 빠이가는 길이나 라오스에 비하면 별것도 아니었다.
내가 생각했던 싸파의 모습은 계단식 논이 펼쳐진 아름다운 산골마을이었는데 그냥 산골마을 같다. 우선 숙소를 잡고 내일인 일요일은 옆동네 박하마을에서 1주일마다 근처의 고산족들이 다 내려온다는 박하마켓이 열리기에 가는 차를 예약했다.그러고 배고프니까 밥먹으러 갑시다.
근처 식당의 메뉴판을 다봐도 볶음밥 하나가 기본 5만동이다.
그리고 피자, 스파게티 파는 식당도 많고 대부분 여행자에 맞춰져있어 산골마을이라 하기 그렇다.
그중에 그나마 싼 곳에 들어가 밥을 먹었다.
맛은 뭐 볶음밥 맛이 다 똑같지요. 언젠가는 요리왕 비룡에서 나온 밥알 하나마다 계란이 덮힌 극락의 맛을 맛보고 싶다.
그냥 맛이 그저 그랬어요.
날이 맑길래 옆에 있는 마을인 깟깟마을을 가려다가 어차피 돌아가는 기차표가 3일 뒤라 그냥 쉬기로 했다. 연말이라 그런지 교회가 화려하다.
그리고 매시간마다 교회에서 종소리가 울린다. 저녁엔 현지인들이 많은 식당에 갔는데 볶음밥을 주냐길래 아니라고 계속 '껌, 껌.'거렸다. 껌이 밥이다,
손짓으로 많이 달라고 했더니 잘못 알아듣고 도시락에 싸줬다.
근데 다행인지 비가 내리기 시작해서 들고 숙소로 돌아왔다. 오는 길에 빵집이 있길래 하나 사봤는데 내 인생에 이런 빵은 처음이었다.
빵에서 단맛, 짠맛, 쓴맛이 난다. 신기했는데 맛 없어서 맥주랑 먹었다.
<오늘의 생각>
처음으로 바가지를 당했다.
매번 이기면 재미없다지만 가슴이 아픈 것은 어쩔 수 없다.
박하시장을 가려고 일찍 일어나 밑까지 내려가기 귀찮아서 게스트하우스에서 밥을 먹으려했는데 주인 아줌마는 아직도 주무시고 계신다.
결국 밑까지 내려가서 국수 한 그릇 먹고 올라오는데 올라오는 길에 소화가 다 되는 기분이다. 밴을 타고 박하마을로 가는데 차들이 멈춰있길래 설마 산사태인가 했는데 설마가 사람잡았다. 어찌저찌 시장에 도착했다.
난 육식성 잡식동물이라 염소에게 미안했다. 초식동물 여러분 죄송합니다. 사람들이 둥그렇게 원을 그리고 있길래 구경갔더니 닭싸움이 한창이다.
사람끼리 싸우는 것도 모자라서 강제로 닭끼리 싸움을 시키다니 김유정 작가의 동백꽃이 떠오른다.
점순이 이 요망한 계집애. 시장 위쪽에 언덕이 있는데 그 위에는 우시장이 열린다.
누워서 먹으면 소되고 잠 좋아하면 소된다는데 저한테 잡아먹히기 전에 조심하세요. 여기도 떡을 판다. 근데 맛은 별로였다. 오늘 점심은 시장에 오자마자 정해져 있었다.
시장 입구에 먹거리장터에 선지가 보이길래 내가 오늘 저거 꼭 먹어야지 했기에 가서 한그릇을 달라니까 저만큼을 준다.
난 선지국을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라 내장탕이었다. 밥도 없고 탄수화물이라고는 콩 비지 같은 허여멀건한 것 밖에 없었다.
그래도 무려 5만동이나 준 것이니까 먹는데 비려서 소스를 찍어먹는데 소주가 엄청 땡기는 맛이었다.
근데 사람들이 다들 소주같은 술을 마시길래 나도 사먹고는 싶은데 혼자 한병을 다먹기에는 좀 그래서 옆자리를 계속 쳐다보며 '나에게 술 한잔을 주세요'라고 텔레파시를 보냈다.
하지만 아저씨들은 날 무시했고 결국 지나가던 외쿡부부와 가이드가 나를 신기하게 보길래 맛있고 피부에 좋다고 불러서 합석한 뒤 소주 한병을 사먹었는데 맛이 기가 막혔다.
내가 돌아와서 차에서 저 탕을 먹었다고 자랑하니 가이드가 탕의 정체를 알려줬는데 선지, 돼지, 소, 염소, 말, 그리고 멍멍이가 들어간 잡탕이었다. 어쩐지 먹는데 살짝 멍멍이의 향기가 나긴 했었다.
근데 우리 팀에는 프랑스애들이 많아서 나보고 개먹었냐고 놀리길래 '왈왈'하고 짖어줬다.
여러분 고기에는 귀천이 없습니다.
울엄마 고구마 좋아하는데 이건 찔 필요도 없으니 사주면 좋을텐데. 히이잉~ 맛있게 먹었다. 난 박하시장만 들리는 줄 알았는데 옆에 있는 고산족 마을도 들린다.
이 집에 들리면 소주를 주는데 이거 좋아한다고 아까 많이 먹었다니까 아저씨가 나만 2잔을 주자 옆에 있던 프랑스 아저씨가 땡깡을 피운다.
결국 아저씨도 한잔 더 얻어먹고 나도 한잔 더 먹었다. 그나저나 난 엄청 장대한 계단식 논을 보고싶은데 어디로 가야하나. 돌아가는 길에는 중국-베트남 국경도 들린다고 한다. 이거 엄청 알찬 투어다. 아.. 내가 자전거를 계속 탔다면 2월쯤에 이 국경을 넘어서 베트남으로 들어왔을거라 생각하니 기분이 씁쓸하다.
그래도 지나간 일이니 털고 가려는데 마음 한편이 아쉬운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게스트 하우스 아줌마가 어제부터 누들수프에 밥이 있다고 자기 가게에서 사먹으래서 먹었는데 라면에 밥이 나왔다,
근데 엄청 오랜만에 먹는 라면밥이라 정말 맛있게 먹었다.
<오늘의 생각>
한국도 춥다는데 싸파도 너무 춥다.
발이 얼 것 같다.
잠이 안와서 네이버 웹툰에 들어가 양영순 작가의 덴마를 읽어버렸다.
양영순은 천재다. 믓시엘!
식당에서 밥을 기다리며 일기를 쓰는데 만약 론니 플레닛 편집자가 식당에서 밥을 먹으며 기록을 하면 식당주인이 알아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계단식 논을 보기위해 깟깟마을로 가는데 사람들이 장화를 1달러에 빌려준다.
난 어차피 갔다와서 씻지 뭐, 하는 생각으로 가는데 아~ 이래서 사람들이 장화를 신는구나를 뼈저리게 느꼈다. 계속 걷다보면 깟깟마을 입구가 보인다. 근데 아무것도 안보인다. 기다려봐도 안개가 걷힐 줄을 모른다.
결국 포기하고 돌아오는데 혹시 내가 싸파마을로 돌아가면 안개가 걷히는 거 아닌가 하는 미련이 남는다.
역시 난 깨달으려면 먼 중생인가 보다. 하이고 하이고 오르막을 오르려니 힘이 든다. 게스트 하우스를 관리하시는 할머니, 할아버지께 과일도 드리고 말은 안통해도 서로 눈치로 대화하고 했었는데 오늘 하노이로 돌아간다고 하니까 점심을 드실 때 내 밥도 같이 가져다 주신다.
비록 삶은 계란과 간장이 전부였는데 그 어떤 고기반찬보다 맛있었다. 그래서 3그릇 먹었다. 기차가 저녁 9시 30분 출발이라 한 7시쯤 싸파마을에서 나가려했는데 게스트하우스 주인 아줌마가 막차가 4시쯤 끊길거라길래 일찍 나왔다.
차 안 온도가 15도인데 내가 자던 곳은 10도였다. 난방시설도 없어 이불을 푹 뒤집어 쓰고 침낭을 꺼낼까 말까 고민하다가 히말라야나 북인도를 대비한다는 생각으로 그냥 잤는데 군대에서 보일러 안나오던 날이 생각이 났다.
아 물론 난방도 되고 연인끼리라면 분위기 좋은 벽난로가 있는 숙소들도 많다. 하지만 비싸다. 밴을 잡으러 가는데 뒤에서 경적소리가 들린다.
라오까이 간다길래 5만동에 탔는데 옆에 앉은 커플이 부부같길래 결혼 했냐고 물어봤다.
묻는 법은 간단하다. 양손을 주먹쥔채로 엄지와 새끼손가락만 펼쳐서 엄지는 엄지끼리 새끼는 새끼끼리 붙이고 움직이면 된다.
이 글을 보고 있는 당신은 이미 따라하고 있다!
아무튼 나보다 어려보이는데 결혼했다며 아몬드를 주길래 햄스터처럼 야무지게 까 먹었더니 자꾸 준다.
그래서 계속 받아 먹다가 괜찮다고 하니까 하노이로 가는 기차에서 먹으라고 봉지채로 준다.
나 거지는 아닌데 남이 주는 거 거절하는거 아니라고 배웠음. 저런 밴을 타고 약 1시간 정도 내려오는데 일이 터졌다.
처음에는 내 뒤에 앉은 꼬마애가 웩,웩 하면서 조용히 토를 하길래 '애가 그래도 안 울고 조용히 토만하네.'라 생각했는데 울 정신이 없는 거였다.
그 다음으로는 내 옆에 앉은 신혼부부 중 여자애가 웩,웩 하기 시작했다.
남편이 챙겨주다가 부인이 좀 진정되자 이번엔 남편이 웩,웩 하기 시작했다.
남들이 하니까 나도 하고 싶어 졌는데 다행히 진정했다.
난 25년 살면서 토가 전염성이 있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알았다. 토는 토고 밥은 밥이다. 밴에서 내리자마자 밥집을 찾아갔다.
역시나 껌,껌,껌 했더니 들어오라고 한다.
메뉴를 고르라길래 손짓으로 알아서 달라고 해 맛있게 먹었다. 한국 제과점 사장님들, 한국에서 빵집 하시기 힘드시죠. 베트남으로 가세요.
프랑스 식민지배로 인해 빵맛이 좋다는 소리 다 뻥이구요. 여긴 속에 크림이나 팥 등이 들어간 빵종류가 없어요.
케잌도 퍼석퍼석하고 블루오션입니다.
전 속이 차있는 빵을 좋아하니까 잘되시면 단팥빵이나 좀 주세요. 기차 시간이 3시간이 넘게 남아서 카페 같이 죽치고 있을 수 있는 곳을 찾는데 없길래 그냥 역에서 대기했다,
근데 TV에서 한국 드라마 '반짝 반짝 빛나는'이 나오고 있었다.
나랑 같은 밴을 타고 온 사람들은 하나둘 떠나는데 나혼자 끊임 없이 기다렸다. 오늘은 2012년 12월 31일.
2012년의 마지막과 2013년의 처음을 새벽기차 하드시트에서 맞는다.
근데 10시간 기차 타는데 7달러밖에 안하니 엄청 싸긴 싸다.
<오늘의 생각>
올해의 마지막 밤을 야간기차에서 보내는구나.
어제 뜬 해가 오늘 뜬 해고 결국은 지구가 돌 뿐이니 미련하게 집착을 가지지 말라는 뜻인가 보다.
그래도 여러분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이 글이 올라가는 때에 자신이 1월 1일에 생각했던대로 살고 있나 되돌아보세요.
항상 힘내십쇼. 베트남어로 2013년 새해가 밝았다는 뜻이다.
아마 그럴 것이다.
난 베트남어를 모르니까. 난 한국에 있을 때도 찰밥을 좋아했는데 동남아 쪽에서 매번 안남미만 먹다가 간간이 먹는 찰밥은 정말 꿀 맛이다. 시간이 남아서 발길 닿는대로 하노이의 골목을 돌아다니다가 싸파에서 만났던 친구를 만났다.
다들 비빔면을 먹길래 옆에 앉아서 나도 하나 비벼먹고. 이게 그 유명한 베트남 '쩨'라는 것인데 드디어 먹어본다.
쉽게 말하면 팥빙수 같은데 안에 각종 콩이나 걸쭉한 것들, 젤리 등이 들어간다.
수저로 막 섞어서 먹으면 된다. 기차를 타고 오며 괜히 하노이에서 하루 더 쓰지말고 중부 지방인 훼로 바로 내려가자라는 생각이 들어서 버스표를 알아보는데 그 유명한 '신카페'에 가니 26달러라고 한다.
내가 묵었던 숙소에 가서 버스표를 알아보니 가격은 비슷한데 빈 방에서 샤워도 시켜주고 밤에 출발할 때까지 로비에서 와이파이도 쓸 수 있어서 숙소에서 예약했다. 왠지 배는 안고픈데 이상하게 기차나 고속버스를 탈 때는 음식을 사게 된다.
나만 그런거 아니고 한국사람만 그런거 아니고 중국, 태국, 라오스, 베트남 사람 다 똑같다. 이게 그 유명한 레알 슬리핑버스.
내가 라오스에서 베트남 넘어올 때 탔던 버스와는 다른 최신형이다.
거의 대부분 여행자들이 신기한지 다들 사진을 한방씩 찍고 잠이 든다.
<오늘의 생각>
이틀 연속 이동만 하려니 힘이든다.
그래도 제대로 된 슬리핑 버스라 재미있다.
아 그리고 오늘이 3월 1일인데 다들 태극기는 달고 인터넷 하시죠?
금,토,일 연휴로 쉬시는 분도 있고 못 쉬는 분들도 계실텐데 힘내시고 항상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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