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싸파에서 힘들게 올라왔기에 슬리핑버스를 타고 푹 자고나니 아침에 훼에 도착했다.
누가 베트남 아니랄까봐 오토바이들이 반겨준다. 숙소를 잡고 아침을 먹으러 갔다.
베트남은 지역마다 쌀국수의 종류가 다른데 이게 훼에서 유명한 분 보 훼라는 쌀국수다.
큰 돼지고기와 선지가 들어있는데 꽤 맛있다.
한국에서 선지를 처음 먹었을 때는 그런거 안먹는다 했었는데 먹고난 뒤로 선지를 좋아하게됐다.
역시 처음이 어려운거고 무작정 싫어하기보다는 해보고 후회하는게 낫다.
근데 일본은 무작정 싫어하고 안갈거다. 난 찌질이니까. 훼의 구시가지와 신시가지는 강을 기준으로 나눠져 있다.
강이라해서 폭이 한강처럼 넓지는 않고 중랑천 정도의 폭이다. 잠은 차에서 잤으니 훼 구경을 하기로 하고 돌아다니는데 도로옆에 뭔지 모를 건축물이 덩그러니 있다. 좀 더 지나가다 보니 커다란 제단이 있는데 아무래도 예전에 하늘에 제사를 올리던 곳 같다. 지금은 향만 타고 있을뿐이다. 훼는 우리나라 경주처럼 왕릉이 많고 잘 보존되어 있어 유네스코 세계문화 유산으로 지정되어 있다.
난 남의 무덤에 관심없는 사람이라 왕릉에는 안 갈 생각이었는데 훼에서 딱히 할 일도 없고 훼까지 와서 왕릉을 안가기가 그래서 카이딘 황제능에만 가보기로 했다. 카이딘 황제의 능은 콘크리트로 지어져있는데 내가 생각하던 무덤과는 차원이 달랐다.
난 그저 봉분이 있고 콘크리트로 장식이 되어 있을 줄 알았는데 이건 그냥 건물이다. 신하들이 묘를 받들고 있다. 그냥 콘크리트로만 지었는지 궁금했는데 역시 내부는 벽돌로 기초를 했다. 무덤을 건물로 만들다니 신기하긴 하다.
그냥 무덤이겠거니 했던 내가 바보 같다. 여러분 역시 사람은 공부를 해야합니다. 그래도 저는 그냥 다닐거지만 여러분은 공부하세요. 이 무덤의 주인인 카이딘 황제다. 중국에서도 보고 여기서도 보는데 난 저 등이 정말 아름답다.
나중에 집에다가 하나 달고 싶은데 그에 어울리는 집이여야겠고 그럴려면 새로 지어야겠고 그러려면 돈을 많이 벌어야겠고 그러려면 열심히 공부하고 취업 해야 하는데 등은 나중에 달고 우선은 여행이나 해야겠다. 내부가 정말 화려하다.
벽면과 기둥엔 화려한 모자이크가 되어 있고 카이딘 황제의 조각상은 실제크기로 프랑스에서 만들어 왔다고 한다. 여기도 자개장식이 있는데 우리나라 자개장식 무형문화재인들의 기술을 이어받을 사람이 없어서 문제라고 하던데 어서 예술만으로도 인정받고 밥 벌어먹을 수 있는 시대가 왔으면 좋겠다. 천장에는 9룡이 그려져있어 황릉을 지키고 있는데 9마리가 다 안보인다고 한다. 모자이크 가운데 부분을 보면 테니스채가 있는데 카이딘 황제가 서구문물을 좋아하고 특히 테니스를 좋아했다고 한다.
이런 설명들은 어떻게 아냐구요?
두 귀를 활짝 열고 가이드들의 말을 도청하면 됩니다. 눈치보이면 이어폰을 꽂고 주위를 빙빙돌며 사진찍는 척하면 되요.
근데 내가 베트남역사를 몰라서 착각하는 것 일수도 있는데 나라가 프랑스에 식민지배를 당하는데 자긴 좋아서 테니스를 쳤다고 생각하니 그게 진정한 왕이 맞는지는 모르겠다.
비석에는 한문으로 기록이 되어 있는데 다시한번 아시아권에서 한자의 영향력을 실감한다. 이제는 말하면 입아프지만 역시나 자전거를 타고 돌았다. 훼에서 한 15km정도 떨어져 있고 사람들은 투어를 이용한다는데 돈도 없고 무덤은 1개만 보려했기에 자전거를 빌렸다.
예전엔 자전거타고 하루에 100km 이상씩 달렸으니 1시간정도 타는 것은 그냥 콧노래 부르면서 마실가는 기분이다.
아침에 국수만 먹어 배가 고플까봐 초코파이를 샀는데 초코파이의 좋은점은 당분이 많고 허기를 달래주기도 하지만 입맛을 없게 만든다.
그래서 몇 개 먹으면 밥먹고 싶다는 생각이 싹 가시게 해줘서 식사 대용으로는 최고다. 여기서 한번 더 자랑해야지.
난 어디를 가도 하늘만 뚫려있으면 내 위치를 알 수 있어요.
베트남에는 롯데리아가 참 많다.
근데 먹고 싶지는 않다. 자전거를 하루 빌리는데 1달러인데 오전만 쓰고 그냥 반납하고 두 발을 공짜로 빌리기로 했다.
난 이족보행을 할 줄 아는 인간이니까 걷는거도 자전거 타는만큼 잘하고 좋아한다. 오후에는 왕궁을 가기로 했다. 근데 숙소에서 꽤 걸어가야한다. 베트남에서 가장 높은 깃발탑이라는데 그냥 깃발탑이다. 입장권을 끊고 들어가는데 중국의 자금성과 같은 구조로 지었다고 한다. 본관은 사진촬영이 금지인데 뒷 편에 삼성이 후원했는지 삼성 TV로 설명을 해주는 곳이 있다.
근데 DVD 재생은 소니로 한다는 불편한 진실. 여기는 극장인데 가이드가 뭐라 설명하길래 엿듣기를 시전했지만 모르는 언어라 그냥 나왔다.
아무리 생각해도 저 타일은 원래 있던 것이 아니라 복원할 때 붙인 것 같은데 왜 붙였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각기 다른 시들을 저렇게 조각을 해놨다고 하니 참 대단하긴 대단하다. 영어가이드, 한국어가이드들을 여러번 갈아타며 설명을 듣고 마지막으로 코끼리들이 나오던 문으로 나왔다. 훼에는 사람이 끄는 자전거마차인 씨클로가 많은데 자꾸 나보고 타라고 한다.
아무리 저 아저씨들의 생계수단이라고 하지만 내 두다리가 있는데 남의 체력을 빌려 이동하고 싶지는 않다. 수고 했으니 음료수한잔 마셔야지 커피? 레몬? 하는데 난 커피맛 모른다니까요.
레몬인데 맛은 유자차 맛이 난다. 너무 진해서 한잔 다 먹고 내가 가진 물을 한번 더 타먹었다. 돼지고기 시켰는데 무시무시한 칼을 준다.
과도로 고기를 잘라먹는 것도 색다른 맛이다. 훼에 오니 못보던 맥주종류가 하도 많아서 우선 훼 비어부터 시켰다. 근데 숙소에서 나올 때부터 보이던 엽서팔던 꼬마애가 내가 밥 먹는 식당앞에서도 팔길래 술먹은 김에 2개에 20000동을 주고 사버렸다. 맥주종류가 하도 많아 다 못먹을까봐 걱정돼서 후다맥주도 하나 또 사먹었다.
<오늘의 생각>
저녁에 왠지 기분이 좋아 엽서를 샀다.
아이들이 장사하니 기분이 좀 그렇다.
한국인은 베트남 입국시 15일짜리 비자를 내주는데 베트남이 길다보니 15일로는 부족하다.
그래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훼에서 라오스국경을 넘어갔다가 돌아와 비자를 연장시키는데 이를 비자클리어라고 한다.
나도 기간이 부족하기에 오늘은 비자클리어를 하기로 하고 아침 일찍 일어나 버스터미널로 갔다.
근데 내가 65000동인것을 안다고 하니 계속 10만동이라고 한다.
계속 따지니 승객들에게 뭐라고 베트남어로 하고 옆에 있는 사람들에게 10만동씩을 받는다.
근데 저 사람들은 미리 돈을 낸 것 같은데 눈에 보이는 사기를 치길래 계속 따지다가 그냥 1500원 더먹으라고 알았다고 줘버렸다.
아니나다를까 한 5분뒤에 돈을 다시 돌려주는 모습을 포착했다.
베트남에서는 뭐든지 항상 흥정을 해야해서 지친 상태였는데 이 사건이후로 베트남에 대한 정이 딱 떨어져버렸다.
우선 비자클리어를 하러 왔으니 국경은 넘어가야겠지.
베트남을 넘어갈 때 다들 1만동씩 내는데 난 그냥 여권만 내밀고 도장을 받았다.
라오스로 넘어가니 1달러를 달라길래 라오스에서 쓰고 남은 5000킵을 줬다. 베트남으로 다시 돌아오는 길에 면세점이 있길래 고작 1500원으로 스트레스를 받은 나를 위로하는 마음과 베트남에 대한 내 마음을 정리해준 것에 대한 고마움으로 7만동짜리 초콜렛을 사먹었다.
평소라면 절대로 안 사먹었을 군것질거리지만 이 날은 참 힘들었다. 훼로 돌아오는 차를 타려는데 동아로 가는 밴이 자꾸 훼로 간다고 타라고 한다.
이미 질릴대로 질렸기에 7만동이란 것을 확인하고 훼로 가서 돈을 준다고 했다.
이 때 내가 순순히 탄 이유는 베트남에 대한 마지막 확인이었다.
이 사람들마저 나에게 사기를 치면 더이상 되돌릴 수 없다는 생각으로 그냥 탔는데 아니나 다를까 중간지점인 동아에서 내리라고 한다.
여행을 하면서 일부분의 사람들이 나를 힘들게 해도 될 수 있으면 웃고 넘기며 지내왔는데 베트남은 안되겠다. 이제 나에게도 예의란 없다.
한국어로 욕을 하면서 소리를 질렀더니 훼로 가는 차를 잡아준다.
항상 일부가 문제라고 하는데 일부가 전부다.
외국인이고 여행자니까 우리보다 잘 사니 우리가 벗겨먹어도 된다는 국민성을 가진 베트남 장사꾼들 고맙다. 확실하게 마음을 정리해줘서. 차장은 한명이라도 더태우려고 하다보니 결국 이렇게 타고 왔다. 그냥 웃지요. 갈 때는 버스터미널까지 오토바이를 타고 갔는데 오는 길에는 돈도 아끼고 생각도 할겸 걸어가기로 했다.
앞으로 남은 베트남에서의 일정등을 생각하다 걷다가 나무에 머리를 박았다.
어차피 즐기려고 다니는 여행을 왜 이리 신경쓰고 화내고 다니냐며 꿀밤 한대 맞은 기분이 들길래 길가에 쭈그려앉았다가 가게 주인과 눈이 마주치고 서로 한참을 웃었다.
부처님인지 하느님인지 알라님인지 천지신명님인지 해님인지 달님인지 그밖에 기타등등 신이든지 꿀밤때려줘서 고마웠어요. 김태희다.
이 나쁜 것. 손예진님의 광고를 뺏어 먹었다. 훼가 분 보 훼로 유명한데 그중에 가장 유명하다는 식당을 찾아갔다.
하루종일 걸어다녀서 배고픔지수가 극에 달했기에 흡입하듯이 맛있게 먹었다. 훼에서 처음 본 맥주는 어제 마신 2종류를 합쳐 총 4가지다.
오늘은 비어 라루와 페스티벌 맥주를 먹어야하는데 배가 별로 안고파 스프링롤만 시켰다.
근데 이 비어 페스티발이 진짜 제대로 내 입맛이다. 안되겠다. 어제 먹은 샌드위치집 가서 안주 좀 사야지. 길가에서 프렌치 후라이를 팔길래 양을 많이 줄 줄 알고 시켰는데 샌드위치보다 비싼 값인데 양은 쥐꼬리만큼이다.
그래도 페스티벌 맥주를 한 병만 먹을 수는 없지. 계속해서 먹다보니 페스티벌 맥주만 5병을 마셨다.
그리고 옆에서 지켜보던 중국인 부부가 혼자 술 먹는 내가 신기했는지 위스키도 주길래 또 먹었다.
어린 마음에 세상이 다 내 것 같았죠
내가 원하는 모든 것들을
노력만 하면 얻게 된다고
간절히 소망하면 이루어진다는 그 말을 난 믿고 있었죠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더 많은 이야기를 듣고서
내가 품어야 할 게 희망인지 절망인지 나는 모르겠어요
비도 오지 않는 그런 밤이지만
이유가 있나요
오늘은
오늘 난 실컷
취해나 보겠어요
흐린 기분에 친구에게 편지를 썼죠
내가 원하는 모든 것들이
나에겐 너무 멀리 있다고
간신히 참아왔던 허약한 감정이 또 다시 날 사로잡았죠
의미로 가득했던 인생이
손에 쥔 휴지조각 마냥 성가셔질 때
나는 어린이도 아니오 늙은이도 아니오
누구도 지금 나의 모습을 가벼이 탓할 순 없소
비도 오지 않는 그런 밤이지만
이유가 있나요
오늘은
오늘 난 실컷
취해나 보겠어요
난 오늘도 취해나 보겠어요
난 오늘도 취해나 보겠어요
좋아서 하는 밴드 - 취해나 보겠어요.
<오늘의 생각>
베트남이 날 힘들게 한다.
취해나 보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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