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중국에서의 첫 아침이 밝았다.
몽골과는 달리 워낙 먹거리가 풍부한 중국이기에 뭘 먹을까 고민하다 집 근처에서 만두를 샀다.
중국의 아침식사에 빠질 수 없는 두유도 마신다.
가게에서 직접 내린 두유에 설탕을 듬뿍 넣어주면 몸에는 안 좋지만 맛은 좋은 두유가 된다.
'중국은 왠지 더러울 것이다'라는 생각을 가지고 계신 분도 있으시겠지만 거리가 딱히 더럽거나 하지는 않다,
여행을 하다보면 사람 사는 곳은 다 비슷하다는 말이 맞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많다.
지나가는 길에 약국이 보이길래 몇가지 약을 샀는데 가격이 조금 비싸다.
중국에 왔으면 중국 돈을 써야한다.
한국과 몽골에서 환전해온 위안화가 있지만 얼마 되지 않기에 시티은행에 들러 총알을 장전한다.
주머니에 적당한 돈이 있다면 여행에서 두려울 것이 하나도 없다.
중국에서 우리나라의 드라마가 인기라는 것을 보여주듯이 베이징 지하철 안에 '함부로 애틋하게'의 광고가 붙어 있었다.
한국과 중국 동시방영이라니 세상이 정말 좋아졌다.
베이징 구경을 제대로 시작하기 전에 베이징을 떠나는 기차를 먼저 예약하기로 하고 기차역에 도착했는데 사람들이 너무 많다.
표를 끊으려면 어디로 가야할지 몰라 물어물어 겨우 매표소를 찾았다.
매표소 안에 들어오니 외국인을 위한 영어 창구를 따로 운영하고 있었다.
영어 창구가 있는 것은 좋았지만 영어창구가 1개뿐인데다 외국인 전용이 아닌 중국인도 함께 사용 가능한 점이 조금 아쉬웠다.
베이징 구경도 식후경이니 오늘은 베이징의 명물 베이징 덕을 먹어보기로 했다.
천안문 근처의 알아둔 식당으로 갔는데 규모가 어마어마하다.
그런데 사진을 찍고 실내에 들어가보니 동생이 미리 알아둔 식당과 이름이 달라 다시 밖으로 나왔다.
베이징 덕으로 유명한 식당은 처음 들어갔던 전취덕과 편의방이 있는데 우리는 편의방으로 가기로 했다.
그런데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주말이라 그런지 사람들이 너무 많이 대기하고 있어 다음에 다시 오기로 하고 밖으로 나왔다.
베이징 덕을 먹을 생각에 한껏 기대했던 위장에게 미안했지만 사람이 많아도 너무 많았다.
이제야 대륙이라 불리는 중국에 온 것이 실감이 난다.
중국은 우리나라와 달리 벽돌을 건축재료로 잘 사용하였는데 작은 벽돌로 이런 큰 건축물을 만들고 지금까지 전해져 내려오는 모습이 신기하기만 하다.
오늘은 가볍게 천안문과 자금성만 둘러 보기로 했는데 천안문 광장으로 들어가는 입구에서 검문을 하고 있다.
중국은 테러를 방지한다는 이유로 지하철역이나 기차역에서 모든 짐을 검사하고 있는데 천안문 광장에서도 짐 검사를 하고 있었다.
공항도 아닌 광장을 들어가기 위해 X-ray 검사를 받아야 한다는 점이 신기하면서 귀찮았지만 중국에 왔으니 중국의 법을 따라야한다.
점심을 굶어 배가 너무 고프길래 소시지를 하나씩 사 먹었는데 허기가 가시질 않는다.
아무리 배가 고프더라도 천안문에 도착했다는 인증샷은 찍어줘야한다.
할리우드 영화에 보면 중국의 베이징을 나타내는 요소로 마오쩌둥 초상화가 걸린 천안문이 자주 나오는데 그 앞에 직접 서보니 신기했다.
마오쩌둥의 초상화는 가로 4.6m, 세로 6m, 무게 1.5ton으로 해마다 교체된다고 한다.
목이 말라 음료수를 하나 샀는데 예전에 중국을 여행하며 배 맛 음료수를 마셨던 때가 떠오른다.
추억을 되새기며 자금성의 매표소로 향했는데 매표소의 문은 닫혀져있고 줄도 텅텅 비어져 있다.
오늘은 휴관일도 아닌데 도대체 왜 문을 닫았을까 고민하다 안내센터에 들어가보니 입장권이 다 팔렸다고 한다.
하루에 8만 장의 입장권을 파는데 이미 다 팔렸으니 내일 다시 오라는 글을 보니 어이가 없었다.
살면서 선착순 8만 명 안에 들지 못해 입장을 못하는 일이 생길거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었는데 역시 중국은 상상 그 이상인 것 같다.
오늘 계획했던 것 중 제대로 이뤄진 일이 하나도 없다는 사실에 진이 빠졌지만 잠깐 쉬고 다시 움직인다.
사람들이 줄을 서 있길래 혹시나 입장을 시켜주는 것인가 기대해봤는데 어림도 없었다.
자금성도 다음에 다시 오기로 하고 동문을 통해 밖으로 나가기로 했다.
길을 걷다보니 1위안(한화 180원)짜리 아이스크림을 팔길래 바로 사 먹었다.
포장지와 나무 막대 가격만 해도 1위안은 될 것 같은데 어떻게 이 가격에 팔 수 있는 것인지 궁금하다.
아마 위생상태나 재료가 불량하겠지만 우리는 머리카락으로 간장을 만드는 연금술의 나라 중국에 와 있으니 위생은 신경쓰지 않기로 했다.
조금만 가면 지하철 역이 나온다 했는데 걸어도 걸어도 지하철 역이 나오지 않는다.
중국 여행의 첫 날부터 뭔가 꼬이는 기분이 드는데 내일부터는 좋은 일만 생기길 바랄 뿐이다.
서울보다는 부족하지만 베이징의 지하철도 꽤 넓은 지역을 커버하고 있어 여행하기 쉽다.
하지만 지하철을 탈 때마다 검문을 하는 것은 정말 귀찮다.
지친 내 몸과 정신을 위로하려면 맛있는 것을 먹어줘야할텐데 줄 수 있는 것이 물밖에 없다.
못난 주인이라 미안할 뿐이다.
지하철에서 내려 버스로 갈아탔는데 환승할인은 되지 않는다.
이런 점을 보면 역시 서울의 대중교통 시스템이 세계에서 제일 좋다.
계획했던 일정과 다른 상황이 벌어졌기에 어디를 갈까 고민하다 온 곳은 798예술구이다.
이곳은 원래 국영 798 공장을 비롯해 구소련의 지원을 받은 무기 공장이 밀집된 공장지대였는데 냉전이 끝나고 공장들이 철수하며 생긴 빈 공간에 예술가들이 입주하기 시작하면서 뉴욕의 소호처럼 변했다고 한다.
빈 공장건물에 갤러리 형식으로 입점한 가게들이 많았는데 대부분은 사진촬영이 금지라 눈으로만 즐길 수 있었다.
나도 똑같이 손가락 10개를 가지고 있는데 왜 내가 그린 그림은 처참한지 궁금하다.
길을 걷는데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전시회 간판이 보이길래 한번 들어가 봤다.
딱히 볼거리는 별로 없었는데 기념 엽서를 팔고 있어 2장을 사봤다.
내가 낸 20위안(한화 3,600원)이 북한군으로 흘러 들어갈수도 있다는 어이없는 생각이 들었다.
어서 빨리 평화적 통일이 되어 이런 말도 안되는 생각과 엽서가 사라졌으면 좋겠다.
직원이 북한사람처럼 보여 돈을 건네 주며 한국어로 말해야할지 중국어로 말해야할지 순간 고민했지만 그냥 중국어로 인사를 하고 나왔다.
존경하는 재판장님 제가 비록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전시회에 들어가 북괴의 엽서를 샀지만 저는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사랑하며 삼성의 갤럭시 s7을 응원하는 대한민국 국민입니다.
과거 공장으로 들어오던 기찻길이 공원으로 활용되고 있었는데 그 모습이 꽤 아름다웠다.
798예술구에도 베이징 덕을 파는 편의방이 있다는 소리를 듣고 열심히 가게를 찾아다니는데 편의방은 보이지 않고 설빙만 보인다.
이 설빙이 진짜 설빙인지 짝퉁인지 궁금해 안에 들어가보니 한국과는 메뉴가 좀 달랐다.
짝퉁의 메카인 중국이라 그런지 자꾸만 의심을 하게 된다.
정유시설 같은 곳도 있었는데 왠지 흑백사진으로 찍으면 잘 나올 것 같아 동생님의 사진을 한장 찍어보고 발걸음을 옮긴다.
지친 몸을 이끌고 지하철에 오른다.
하루 종일 열심히 돌아다닌 것 같은데 되돌아보면 제대로 간 곳이라고는 798 예술구밖에 없다.
아직 중국에 적응되지 않아 이런 것이라 생각하며 숙소로 돌아간다.
숙소 근처의 식당에 들어가니 중국식 메뉴판이 눈에 들어온다.
뭔 말인지 모를 한자로 써진 메뉴판을 4년 만에 다시 보니 기분이 싱숭생숭하다.
하루 종일 고생했으니 쌀밥을 먹어줘야한다.
볶음밥을 뜻하는 차오판을 계속 외치며 메뉴판을 가르키니 주인 직원이 웃으며 볶음밥을 알려준다.
기름이 좔좔 흐르는 볶음밥은 정말 사랑스러울 정도로 맛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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