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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rld Travel/키르기스스탄-Kyrgyzstan

세계일주 배낭 여행기 - 157. 키르기스스탄에서 만난 설산. (키르기스스탄 - 오쉬, 아슬란밥)


빵이 맛있기도 하지만 빵으로 아침을 해결하면 뭔가 허전한 느낌이 들어 많이 먹게된다.

밥은 한 그릇을 먹으면 정량을 먹은 것 같아 그만 먹게되는데 빵은 먹어도 먹어도 허전한 느낌이 든다.

아침을 먹고 오쉬를 떠날 준비를 하며 정든 샌달을 떠나 보낸다.

그동안 자꾸 떨어진다며 욕도 하고 잘 닦아주기는 커녕 본드칠만 했지만 막상 떠나보내려니 아쉬웠다.

2년간 내 여행을 함께 해줬기에 집에 가져갈까도 고민해봤지만 모든 물건에는 각자의 수명이 있는 법이니 고마웠다는 인사를 하며 보내주기로 했다.

다음 장소로 떠나기 위해 택시정류장을 갔는데 어디서 많이 본 차가 보인다.

한국의 초창기 자동차인데 한국에서는 농담으로 껌을 밟으면 못 지나간다는 말을 한다고 하니 웃는다.

키르키스스탄도 타지키스탄과 비슷하게 미니밴을 버스로 이용하고 있었다.

우리도 버스를 이용하려했는데 미니버스는 사람이 다 차야 이동하는 시스템이기에 그냥 택시를 빌리기로 했다.

랄프의 덩치와는 어울리지 않는 작은 택시를 하나 빌렸다.

오쉬에는 어제까지 비가내렸는데 오늘은 딱 여행하기 좋은 하늘이 펼쳐져 있었다.

파미르 여행은 끝이 났지만 아직도 아름다운 중앙아시아의 도로는 끝이 나지 않았다.

택시에서 내려 다른 버스로 갈아타려다 갑자기 발이 엉켜 넘어졌다.

배낭 무게가 20kg 정도 되기에 균형을 잡을 시간도 없이 앞으로 넘어졌는데 다행히 무릎과 손만 조금 까지고 말았다.

1시간 정도 버스를 타고 간 뒤 다시 새로운 버스로 갈아타야한다.

우린 키르기스스탄어나 러시아어를 잘 못하지만 우리가 가고 싶은 곳의 이름을 사람들에게 외치면 매표소부터 버스 위치까지 다 알려준다.

역시 사람은 서로 도우며 사는 것이 맞다.

이번에 우리가 가는 곳은 호두로 유명한 곳이니 가는 길에 간식으로 호두를 먹는다.

차를 두번이나 갈아타고 도착한 곳은 아슬란밥이라는 작은 마을이다.

아슬란밥은 거대한 야생 호두나무 숲으로 유명한데 유럽으로 많은 양의 호두를 수출한다고 한다.

오쉬에 비가 내리는 동안 아슬란밥에는 눈이 내렸다고 한다.

날씨가 많이 추워져 몸은 떨렸지만 오랜만에 쌓인 눈을 보니 기분이 좋았다.

키르기스스탄 여행의 가장 특별한 점은 CBT라는 여행자를 위한 단체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CBT는 각 지역의 주민들과 여행자들을 연결해주는 비영리단체 같은 곳인데 영어를 할줄 아는 직원이 여러 곳의 민박집을 소개시켜주고 관광 프로그램도 판매하는 키르기스스탄만의 시스템이라고 한다.

대략적인 가격들이 표로 정리되어 있고 사진을 보고 우리가 숙소를 고르면 민박집에서 차를 보내준다.

오늘 점심은 말로만 듣던 외국에서 파는 도시락이다.

오쉬에서 시장을 구경하다 도시락을 발견하고 미친듯이 웃으며 이게 바로 한국의 라면이라고 좋아했었다.

러시아와 중앙아시아에서 도시락이 인기라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실제로 보니 정말 반가워 몇 개를 샀는데 드디어 맛을 본다.

외국에서도 다양한 라면을 팔지만 한국의 맛이 나진 않았었는데 도시락은 정말 한국의 맛 그 자체였다.

우리가 묵기로 한 숙소인데 주인집도 친절하고 시설도 괜찮아 마음에 들었다.

집 앞에는 거대한 트럭이 있었는데 꼭 세계 2차대전에 쓰이던 트럭처럼 보였다.

배도 채웠고 짐도 풀었으니 이제 아슬란밥을 구경할 시간이다.

아슬란밥은 정말 작은 마을이라 딱히 볼거리는 없지만 딱 내가 좋아하는 평화롭고 조용한 분위기라 정말 마음에 들었다. 

영국에서 온 랄프와 하이디가 함께 여행하니 매일 티타임을 가지게 된다.

아침 점심 저녁으로 차를 마시며 소소한 이야기를 하는 것이 참 즐겁다.

숙소로 돌아가는데 키르기스스탄의 전통복장을 입은 할아버지가 걸어가시길래 랄프와 함께 열심히 셔터를 눌렀다.

빛이 좀 더 좋았다면 좋았을텐데 아쉽다.

슈퍼에서 물을 사러 갔는데 랄프와 하이디가 비닐봉지를 보고 웃길래 왜 웃냐고 물어보니 이 비닐봉지는 영국의 유명한 슈퍼마켓인 모리슨의 비닐봉지라고 한다.

난 런던에서 테스코와 세인즈버리만 봤다고 말하니 모리슨이 훨씬 더 유명하다며 다음에 영국에 오면 꼭 들어가보라며 웃는다.

아마 중국 공장에서 만들어진 비닐봉지의 재고가 어쩌다보니 키르기스스탄으로 넘어온 것 같은데 지구가 둥글어서 이런 일이 생기는 것 같다.

민박집에서는 밥도 팔고 있었는데 그리 부담되지 않는 150솜(한화 3,000원)정도에 우리가 원하는 메뉴를 시킬 수 있어 저녁은 민박집에서 먹기로 했다.

밥이 있길래 시켰는데 기름에 볶은 찰밥이 정말 맛있었다.

역시 한국인은 밥을 먹어야한다.

아침도 오믈렛과 팬케이크 등 여러 메뉴 중에 고를 수 있는데 전날 밤에 몇시에 무엇을 먹을지 말해놓고 잠을 자면 된다.

호두로 유명한 곳이라 그런지 식탁에는 항상 호두가 있어 나와 랄프가 열심히 깨 먹느라 바빴다.

오늘은 아슬란밥 뒷산에 있는 폭포를 구경가기로 했다.

둘이 함께 가는 모습이 아름다워 사진을 찍었는데 혼자하는 여행도 좋지만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하는 여행도 좋을 것 같다.

누워있고 빈둥거리기를 좋아하면 소로 태어난다는데 다음 생에엔 소로 태어날 것 같다.

동네 뒷산이 꽤 아름답다.

며칠간 내린 눈 덕분에 더 아름답게 보이는 것 같다.

자동차의 차체를 울타리로 쓰고 있는 모습이 현대사회의 물질만능주의를 예술적으로 표현한 것처럼 보였다.

산을 향해 올라가는데 아이들이 우리를 보고 도망가길래 인사를 했더니 웃으며 산에서 딴 과일들을 가져다 준다.

어떻게 먹냐고 물어보니 시범을 보이길래 따라서 맛있게 먹으니 계속 가져다 주며 즐거워한다.

우선 괜찮다고 말하는 것이 예의라는 것은 알지만 아이들이 너무 귀여워 계속 먹었다.

아직 가을인데 겨울이 온 것 같아 안타까우면서도 하얀 눈이 아름다워 빨리 겨울이 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산을 올랐다.

이제는 봄과 가을이 짧아졌다지만 그래도 4계절이 뚜렷한 나라에서 태어난 것도 참 축복이라는 생각이 든다.

어제 슈퍼에서 발견한 빵인데 처음 보는 순간부터 사랑에 빠져버려 덜컥 사버렸다.

위생개념이 별로 안 좋은 나라에서 빵을 먹으면 배탈이 날 확률이 높다는 것을 알지만 이번 빵은 정말 맛있게 생겨 안 살 수가 없었다.

하이디는 웃으며 배탈이 날수도 있으니 조심하라했지만 난 내 위장을 믿기에 그냥 빵을 샀다.

맛은 달콤한 롤케이크 맛인데 안에 든 크림이 부드러우면서 가벼워 정말 맛있었다. 

동네 뒷산인데 들어가면 갈수록 힘들어 지면서 아름다운 풍경이 펼쳐진다.

구름다리는 위험하니 한 번에 한 명씩만 건너야한다.

드디어 우리가 목표로 했던 폭포에 도착했다.

엄청난 폭포를 기대한 것은 아니지만 생각보다 물이 별로 없어 아쉬웠다.

달콤하긴 하지만 너무 달아서 문제다.

역시 모든 것은 과하지 않고 적당해야 좋다.

아래를 내려다보니 꽤 높이 올라왔다.

이런 모습을 볼 수 있다니 눈이 온 뒤 아슬란밥에 도착하길 참 다행이다.

설산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보니 스키이야기가 나왔다.

랄프와 하이디는 겨울마다 이탈리아로 스키를 타러 다니는데 저가항공이 많아 5만원 정도면 다녀올 수 있다고 한다.

난 내가 컨트롤하지 못하는 속도감을 즐기는 것을 좋아하지 않아 스키를 안 타봤다고 하니 정말 재미있다며 한국에 돌아가면 꼭 스키장에 가보라고 했다.

경사가 가팔라 올라올 때보다 더 조심하며 내려왔다.

아무리 산이 좋다지만 넘어지면서까지 산과 뽀뽀하고 싶지는 않다.

집에 마당이 있다면 이런 식의 오두막을 만들어도 참 좋을 것 같다.

산의 윗부분은 겨울이었는데 아래로 내려오니 봄에 온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눈이 녹고 있는 모습이 영락없는 봄의 모습이라 왠지 모르게 기분이 산뜻해지고 신이 난다.

산 아래와 산 중간과 산꼭대기의 모습이 다 다르기에 사람들이 산을 좋아하는 것인가 보다.

당나귀의 졸린듯한 눈이 참 귀여워 말을 걸어봤지만 도도하게 쳐다보지도 않는다.

열심히 산을 탔으니 상으로 고기를 먹어줘야한다.

잠시 뒤면 저녁을 먹어야하니 간식으로 샤슬릭을 시켰다.

숙소로 올라가다 이번엔 대우자동차를 발견했다.

여러 나라를 여행하다보면 현대자동차가 자주 보이는데 대우의 트럭은 처음 본 것 같다.

과거의 대우자동차와 현재의 대우자동차의 모습이 떠올라 조금 씁쓸했다.

길을 걷다가 랄프가 갑자기 처음 보는 집의 문을 두들겼다.

무슨 일인지 몰라 바라만보고 있으니 담 밖으로 보인 호두나무가 거대해 잠시 사진을 찍어도 되냐고 물어봤다고 한다.

주인 아주머니가 흔쾌히 허락해줘 나도 사진을 찍었는데 호두나무가 정말 컸다. 

아슬란밥처럼 인터넷이 안되면서 조용하고 평화로운 곳에 오면 침대에서 여행기를 써야한다.

날이 많이 춥길래 침낭을 꺼냈는데 침낭이 너무 포근해 밖에 나가기 싫을 정도로 행복했다.

오늘 저녁은 뭘 먹을지 고민하다 만티를 시켰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우리나라의 만두와 비슷한 음식인데 이 것도 맛있었다.

어디를 가든 웬만한 음식은 다 맛있게 먹고 있지만 중앙아시아의 음식들은 정말 나와 딱 맞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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