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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rld Travel/키르기스스탄-Kyrgyzstan

세계일주 배낭 여행기 - 161. 비슈케크에서 만난 소소한 행복. (키르기스스탄 - 비슈케크)

안녕하세요.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올해에도 행복하시길 바랄게요.



오늘 아침은 만티처럼 생긴 음식인데 요거트와 함께 먹는 육즙이 없는 만티였다.

중앙아싱의 숙소에서는 날마다 아침이 달라진다는 것이 정말 좋은 것 같다.

내가 비쉬케크에서 묵고 있는 호스텔인데 랄프와 하이디는 더블룸을 잡았기에 혼자서 4인실 도미토리를 사용하고 있다.

두샨베를 떠난 이후로 처음보는 하얗고 포근한 이불과 깨끗한 방은 정말 사랑스러웠다. 

오늘도 방에서 뒹굴거리다 밥을 먹으러 나왔다.

오늘은 비쉬케크의 맛집을 돌아다니기로 했다.

샤슬릭이 유명한 곳에 갔는데 거리에서 먹던 샤슬릭과 비교하면 값이 좀 비쌌지만 고기의 질은 확실히 좋았다.

비싼 밥도 가끔씩은 먹어줘야 위장이 삐치지 않는다.

밥을 먹었으니 소화도 시킬겸 숙소까지 걸어가기로 했다.

걸어가다보니 길가에 전투기가 보였는데 나와 랄프가 동시에 사진을 찍자 하이디가 역시 남자들은 어쩔 수 없다며 웃는다.

중앙아시아에 한류가 불고 있기는 한지 미샤가 보였다.

안에 들어가보니 각종 화장품부터 샴푸 등 각종 한국산 공산품을 팔고 있어 신기했는데 가격은 한국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키르기스스탄의 국회의사당 앞인데 매 정시마다 근위병의 교대식이 이뤄지고 있다.

여러 나라를 여행하다보니 근위병 교대식은 많이 봤기에 시간에 크게 연연하지 않고 구경갔는데 마침 딱 정각이었다.

역시 인생은 마음을 비워야 하나보다. 

그런데 왜 대부분의 근위병들은 이렇게 다리를 90도로 올리면서 행진할까.

이 모습을 보니 인도와 파키스탄의 국경인 와가에 갔던 기억이 난다.


인도 암리차르의 와가 보더가 궁금하신 분은

http://gooddjl.com/178 - 시크교는 시크하지 않다.

여행기를 읽어주세요.


수도라 그런지 큰 건물들도 많고 도로도 잘 정비되어 있었는데 대여용 자전거를 보니 확실히 대도시처럼 느껴졌다.

나무가 원래 이렇게 생긴 것일테지만 왠지 아파보였다.

겉모습만 보고 멋대로 아플 것 같다고 생각하다니 진실 깨달으려면 아직 멀었나보다.

휴식을 취하겠다고 선언해놓고 정작 나오니 비슈케크 여기저기를 돌아다니고 있다.

딱히 무언가를 하지 않아도 그냥 걸어다니기만 해도 좋은 걸 보니 이게 내 천성인가 보다.

비슈케크 사람들은 탁구를 좋아하는지 공원에 탁구대가 많이 설치되어 있었다.

몸치라 운동에 소질이 없어 참 아쉽다.

다른 사람들은 공대 다니면 당구라도 잘 친다는데 난 당구도 잘 못 친다.

낙엽진 공원의 모습이 정말 아름다웠다.

이제 이 가을이 끝나가고 겨울이 오기 시작하면 내 여행도 끝이날테지만 쓸쓸한 가을이 주는 운치가 참 좋다.

육교를 따라 기차역 위를 지나가다 사진을 찍었는데 마음에 드는 사진이 나왔다.


난 버스나 비행기보다 기차가 좋다.

똑같은 운송수단이라 하더라도 기차가 주는 낭만이 있어 좋다.

버스는 편리해서 좋고 비행기는 이륙할 때의 떨림이 좋다.

결국 다 좋다.

호스텔로 돌아와 잠시 쉬다 다시 저녁을 먹으러 나갔다.

글을 읽을 줄 모르니 사람들에게 물어물어 가는 수 밖에 없지만 사람들이 잘 알려줘 별로 헤메지 않고 찾을 수 있었다.

사람들이 라그만을 가장 많이 먹고 있길래 똑같은 걸로 가져다 달라고 했는데 고기도 듬뿍 들어있고 정말 맛있었다.

지금까지는 라그만을 시켜도 포크를 줬었는데 이 곳에서는 젓가락을 주길래 감동받았다.

운동은 못하지만 젓가락질은 자신있어 랄프와 하이디 앞에서 젓가락질을 뽐냈다. 

후식으로 달콤한 팬케이크까지 먹고 나니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랄프와 하이디는 오늘 새벽 비행기를 타고 영국으로 돌아가야한다.

타지키스탄에서 우연히 만나 키르기스스탄까지 2주가 넘는 시간을 함께 여행했는데 항상 배려해주려고 노력하고 재미있어 즐거웠었다.

다음에 내가 유럽을 가든 랄프가 한국에 오든 언젠가는 다시 만나기로 약속하고 마지막 기념촬영을 했다.

오늘은 아침이 조금 부실하지만 버터를 바르면 뭐든지 맛있어지니 괜찮다.

부실한 아침을 보충하기 위해 남겨뒀던 초코파이를 꺼냈다.

군대를 갔다오면 초코파이가 싫어진다는데 난 왜 아직도 초코파이가 좋은지 모르겠다.

어떻게 해야 촉촉한 초코와 마시멜로가 싫어질 수 있는 것인지 궁금하다.

앞으로 언제 다시 와이파이를 만날 수 있을지 모르니 우선 여행기를 최대한 많이 써놓아야 한다.

휴식에는 당이 빠질 수 없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난 카카오 함유 80% 이상인 다크 초콜릿이 정말 좋다.

지금 묵고 있는 호스텔은 일반 가정집을 호스텔로 개조해서 쓰고 있어 외관상으로는 전혀 티가 나지 않아 처음에 찾아올 때 힘들었었다.

주소는 알고있는데 아는 사람이 없어 여러 사람들에게 물어보다 가게에서 한국인 교사이신 분을 만나 그 분의 통역으로 겨우 찾을 수 있었다.

역시 세상엔 나쁜 사람보다 착한 사람이 훨씬 많다.

호스텔 근처에 작은 식당이 보였는데 딱 내가 좋아하는 분위기길래 들어가봤다.

뭘 먹을까 고민하다 만티를 시켰는데 육즙이 살아있었다.

나무의 뿌리들 때문에 길이 뒤틀리고 있었는데 어떻게 생각하면 친환경적으로 볼 수도 있을 것 같았다.

호스텔 근처에 큰 한인마트가 있었는데 망했는지 내가 비슈케크에 온 뒤로 문을 연 모습을 볼 수 없었다.

중앙아시아의 한인 마트에는 뭘 파는지 궁금했는데 아쉽다. 

무슨 건물이기에 이렇게 작은 창문을 촘촘히 설치해놓은지 모르겠다.

여행친구가 떠났으니 이제 나를 위로해 줄 것은 술밖에 없다.

간단히 맥주로 목을 축이고 보드카로 내 간을 위로해준다.

술친구가 있었다면 스트레이트로 마셨겠지만 혼자 마시는 것이니 스프라이트에 섞어 음악을 들으며 알딸딸해질 때까지 마시다 잠에 든다.

조식을 차려주는 아주머니가 귀찮으신건지 예산이 떨어지는 것인지 시간이 지날수록 아침이 부실해지는 것 같다.

하지만 난 잘 먹는다.

새 신발도 샀고 이제 날씨가 추워지니 지금까지 함께 했던 트래킹화도 보내주기로 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시장에 가 중고샵에 가봤는데 워커종류만 산다길래 시장까지 같이 와준 호스텔에서 일하는 아주머니께 그냥 드리려고 했더니 맥주라도 한잔 사 마시라며 100솜을 주셨다.

주로 샌달만 신고 다녀 별로 예뻐해주지 못했는데 새 주인을 만나 잘 돌아다니기를 바란다. 

한국 상품에 대한 수요가 많은지 시장에도 한인마트가 있었다.

역시나 이곳도 치약부터 시작해 휴지까지 한국제품들을 팔고 있었는데 중앙아시아에서 한인마트를 만나니 재밌었다.

신발을 판 돈으로 음료수를 사서 산책을 나선다.

어제 본 비슈케크의 거리가 정말 좋았기에 오늘도 다시 낙엽진 길을 찾아 걸었다.

일상에서는 이런 소소한 행복들을 지나치며 살아가게 되는데 여행이 끝나더라도 이런 행복을 추억하고 찾을 수 있기를 바란다.

사실 오늘 내 목표는 바로 이 마사지샵이었다.

지난 내 생일에 산에 있어 스스로에게 선물을 못 줬기에 비슈케크에 가면 돈이 얼마든지 마사지를 받기로 했었다.

한 700솜(한화 14,000원)이면 받을 수 있을 줄 알았는데 가격을 물어보니 1시간에 1,200솜(한화 24,000원)이라고 한다.

그래도 지금까지 고생했으니 나에게 주는 선물이라 생각하고 마사지를 받았는데 그동안 쌓인 피로가 사라지는 기분이었다.

1시간 마사지가 3000원이면 충분했던 태국이 그리워진다.

마사지도 받았으니 오늘은 제대로 영양보충을 하기로 하고 거리에서 전기구이 통닭을 사왔다.

늦었지만 내 생일을 축하한다.

다음 단계는 지친 피부를 위해 아까 한인마트에서 사온 마스크팩을 한다.

내가 생각해도 참 가지가지 하는 것 같지만 난 소중하니 잘 보살펴줘야 한다.

전에 산 보드카 한병을 다 마셨기에 오늘은 새로운 보드카를 사왔다.

어떤 보드카가 좋은지 잘 모르니 가격이 적당하면서 병이 예쁜 걸로만 고르고 있는데 괜찮은 것 같다.

오늘은 특별한 날이니 안주는 아이스크림이다.

오늘은 다시 아침이 괜찮아졌다.

여행을 하며 버터를 많이 먹어서 그런지 살이 자꾸 찌는 것 같다.

쉬는 시간에는 역시나 여행기를 쓴다.

여행기를 쓰다 저녁을 먹으러 어제 갔던 식당에 갔다.

아예 말이 통하지 않으니 옆 테이블에서 먹고 있는 밥을 따라 시켰는데 정말 행복한 요리가 나왔다.

날 감탄하게 만든 이 요리는 바로 곱창볶음이다.

그냥 밥에 고기가 있길래 따라시켰는데 한국에서 먹던 그 곱창볶음 맛이 난다.

더 충격적인 것은 다대기도 있다.

다대기는 일본어니 안 쓰는 것이 맞지만 밥과 함께 준 이 양념장을 맛본 순간 다대기라는 말밖에 떠오르지 않았다.

예상치 못한 행복감을 즐기며 맛있게 밥을 먹는데 먹으면 먹을수록 곱창볶음의 맛이라 신기했다.

이 즐거움을 누군가와 공유하고 싶었는데 호스텔에 한국인이 없어 아쉬웠다.

곱창볶음을 먹어서 그런지 소주 생각이 나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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