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제 블로그가 2015 우수 블로그에 선정되었습니다.
작년 말에 삶에 지쳤다는 이유로 블로그 관리를
소홀하게 했는데도 뽑아주셔서 감사하고
2016년에는 새로운 마음으로 다시 시작해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여러분은 지금 키르기스스탄 시골의 아침상을 보고 계십니다.
아침을 먹고 내가 보콘바예보에 온 이유인 독수리를 구경하러 갔다.
보콘바예보는 키르기스스탄에 남아있는 독수리 사냥꾼들이 가장 많이 남아 있는 마을이라고 한다.
이 곳에 오면 독수리를 이용해 사냥하는 모습을 직접 볼 수 있다는 소리를 듣고 무작정 보콘바예보로 가는 버스를 탔었다.
어제 CBT에서 독수리 사냥에 대해 물어보니 지금은 사냥감이 없는 시즌이라 직접 토끼를 풀어주고 그 걸 잡아 오는 것으로 사냥을 대체한다고 해 그냥 독수리만 구경하기로 했다.
사냥에 실패하더라도 생생한 모습을 보고 싶었는데 겨울이라 사냥감이 없다고 하니 어쩔 수 없다.
총 5마리의 독수리가 있었는데 농장에 울려퍼지는 독수리의 울음소리가 장난 아니었다.
울음소리 때문에 옆집에서는 노래를 엄청 크게 틀어놓고 있었는데 우리나라의 층간소음을 보는 것 같았다.
독수리의 눈을 가리지 않으면 공격당할수도 있다고 한다.
아무렇지 않은 표정을 지어보려하지만 무서워서 얼굴에 겁이 묻어난다.
난 겁쟁이라 어쩔 수 없다.
아저씨는 주인이기에 독수리가 알아본다고 하는데 신기하고 부럽고 무서웠다.
독수리는 하나의 친구이자 동반자이기에 독수리의 나이가 어느정도 먹으면 자연으로 돌려보낸다고 한다.
독수리는 당연히 날카로운 발톱을 가지고 있기에 가죽으로 된 보호장갑을 차고 손에 올린 뒤 발에 묶인 줄을 잡아 독수리를 제어해야한다.
독수리는 암컷이 더 큰데 5kg정도 나간다고 한다.
혹시나 나를 공격할까봐 손에 힘을 꽉주고 들어올리려니 무겁지만 아무렇지 않은 척 사진을 찍는다.
사냥꾼 아저씨께서 계속해서 사진을 찍은 결과 여러 장의 사진을 건질 수 있었다.
물론 그 이면에는 독수리가 날개짓만 해도 겁을 먹는 과정이 숨겨져 있다.
매도 키우고 있었는데 작지만 정말 날렵해보였다.
까레이(한국)에도 매 사냥이 있다고 말을 하니 자기도 알고 있다며 축제에서 만나본 적이 있다고 한다.
그러면서 마침 오늘 오후에 독수리 사냥꾼들끼리 축제가 있으니 구경 와도 된다며 위치를 알려주셨다.
크기가 작기에 손에 올리기도 쉬웠지만 작다고 무시하다가는 작은 내 눈이 다칠 수도 있으니 이번에도 안대를 씌운 채 손에 올려본다.
이 여우가죽은 아저씨가 독수리를 이용해 사냥하고 직접 벗긴 거라고 하는데 살짝 탐이 났다.
가격을 물어보니 한화 10만원 정도밖에 안 하길래 기념품으로 사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세관 통관이 안 될 것 같아 아쉽지만 손에만 들어보고 내려놨다.
구경을 마치고 돌아가려고 하니 기념품으로 독수리의 깃털을 주신다.
깃털도 좋았지만 기생충 문제나 검역에 대한 것들이 떠올라 혹시나 하는 마음에 그냥 마음만 받겠다고 했다.
물론 그냥 가방에 넣고 오면 별 문제 없겠지만 나 하나쯤이야 하는 마음이 큰 일을 부를 수도 있으니 참는 것이 맞다.
시내로 돌아오는 길에 시장에 들렀는데 딱 우리나라의 시골 시장을 보는 것 같았다.
시장 옆에 있는 작은 식당에서 들어가 메뉴판을 봐도 뭐가 뭔지 모르니 그냥 먹을 것을 달라고 했는데 어디서 많이 본 음식이 나왔다.
설마 설마 하며 맛을 봤는데 진짜 내가 알던 묵국수가 나왔다.
고려인이 많았기에 한국음식과 비슷한 음식이 꽤 있다는 소문만 들었는데 저번에 본 곱창볶음에 이어 묵국수까지 발견하니 정말 신기하다는 말밖에 나오지 않는다.
택시를 잡고 아까 아저씨가 말씀해주신 곳을 말하니 알고 있다며 걱정하지 말라고 하신다.
보콘바예보는 키르기스스탄 북부에 있는 이식쿨 호수의 남부에 있는 마을이라 조금만 나오면 이식쿨 호수가 보인다.
이식쿨 호수는 서울 면적의 10배 크기라고 하는데 모르고 보면 그냥 바다라고 해도 믿을 것 같다.
크기만 바다처럼 넓은 것이 아니라 실제로 소금기도 있어 물에 쉽게 뜰 수 있다고 한다.
물이 참 맑아 수영을 해보고 싶었지만 날이 춥다는 핑계로 구경만 했다.
호수 구경을 끝내고 축제를 하는 곳을 찾으려고 주변을 둘러보는데 어디서도 사람이 보이질 않는다.
우선 길이 있으니 따라 들어가는데 아무도 보이지 않으니 괜히 무섭다.
멀리서 보니 마을처럼 보이는 곳이 보여 그 방향으로 계속 걸어가는데 아무래도 이 길이 아닌 것 같다.
꺼림칙한 마음으로 가까이 다가가보니 공동묘지였다.
괜히 미안한 마음도 들고 오싹한 기분이 들어 다른 방향으로 빠르게 걸었다.
걷다보니 사람들이 모여있길래 혹시 페스티벌을 하는 곳을 아냐고 물으니 여기 들어오면 안된다고 빨리 나가라고만 해 다시 큰 길로 나가기로 했다.
돌아오는 길에 혹시 장례식을 치르고 있었는데 내가 실수한 것인가 하는 생각도 해봤지만 아이들이 뛰어놀고 있었으니 그건 아니었던 것 같은데 잘 모르겠다.
찝찝한 기분으로 큰 도로로 나와 지나가는 차를 기다리는데 차들이 멈추지를 않는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마을로 가는 방향을 따라 걸으며 차가 보일 때마다 손을 흔들어 차를 타고 마을로 돌아왔다.
영어가 통하는 곳은 CBT밖에 없기에 CBT로 돌아가 내가 간 곳이 축제하는 곳이 맞냐고 물어보며 사진을 보여주니 맞다고 한다.
그냥 내가 길을 잘 못 찾은 것 같다며 수다를 떨다가 다시 숙소로 돌아갔다.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슈퍼에 들러 내가 사랑하는 초코파이를 샀다.
시내를 벗어나면 식당이 없기에 슈퍼에서 저녁으로 먹을 도시락을 사왔다.
한국에 있을 때는 라면을 잘 안 먹었는데 중앙아시아에 와서 더 많이 먹는 것 같다.
비쉬케크를 벗어나며 이제 와이파이가 안 터지는 곳으로 간다고 집에 연락을 해놨는데 숙소에서 와이파이가 잡힌다.
인터넷이 안 되는 곳이 점점 줄어드는 것 같아 아쉽기도 하지만 이 곳에 사는 사람들도 인터넷 생활을 누릴 권리가 있다는 생각을 하니 괜히 내가 아쉬워 했던 것이 이기적으로 느껴진다.
자신만 생각하면 안 되는데 자꾸 나를 기준으로 먼저 생각하게 된다.
슈퍼에서 장을 보다 이 젤리처럼 생긴 것을 보고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건 젤리가 아니라 내가 사랑하는 보드카인데 먹기 쉽게 한 잔 분량씩 포장을 해 놨다.
젤리처럼 하나씩 까 먹을 수 있다니 이런 혁신적인 포장법은 전 세계로 퍼졌으면 좋겠다.
오늘 아침은 타락죽 같은 음식이었다.
우유에 밥을 말아먹는 것 같은 음식이었는데 난 역시나 맛있게 먹었다.
보콘바예보에 좀 오래 있을까 생각도 했지만 숙소에서 식당까지 20분 정도 걸어가야해 밥 먹기가 힘들다는 이유로 카라콜로 이동하기로 했다.
카라콜은 이식쿨 호수에서 가장 큰 도시로 6만 명이 살고 있다고 한다.
그렇기에 당연히 CBT가 있을 거라 생각하고 아무런 정보도 찾지 않고 그냥 왔는데 택시기사 아저씨가 CBT를 모른다고 해 그냥 도시 중앙에서 내렸다.
마침 지나가는 외국인들이 있길래 CBT를 물어보니 자신들도 지금 갔다오는 길인데 오늘은 휴무라 문을 안 열었다고 한다.
그럼 혹시 지금 묵고 있는 숙소를 알려줄 수 있냐고 물어보니 정말 안 좋고 가격만 비싸다며 좀 더 찾아보고 정 없으면 자신들이 묵는 곳으로 오라고 한다.
배낭을 매고 숙소를 찾아 걷는데 누군가가 말을 걸어 돌아보니 한국인이셨다.
머리도 길고 분위기가 한국인처럼 안 생겨 그냥 지나쳤는데 옆에 있는 친구들이 한국인처럼 보인다며 말을 걸어보라고 했다고 하셨다.
카라콜에서 일하고 계신 분이셨는데 내가 숙소를 찾고 있다고 하니 예전에 가본 민박집이 있다며 데려다 주셔서 쉽게 방을 잡을 수 있었다.
짐을 풀고 밖으로 나와 거리를 구경하는데 공원에서 결혼식을 하고 있었다.
이렇게 화창하고 아름다운 날에 결혼을 하다니 정말 부러웠다.
숙소를 찾아주신 것이 고마워 내가 저녁을 사기로 했다.
이식쿨 호수에서 나는 물고기 요리와 맥주를 시켰는데 역시나 맛있었다.
대화를 하고 민박집을 찾아 돌아오는데 아이들이 불장난을 하고 있었다.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구경이 불구경과 싸움구경이니 잠시 구경하다가 다시 집을 향해 걸었다.
그런데 집의 정확한 위치를 까먹어 감으로 찾아가는데 그 길이 그 길 같았다.
이럴 줄 알고 집의 주소를 적어놨기에 문 앞에 쓰인 번호를 보고 집을 찾아갔다.
난 버터와 빵을 정말 좋아하는데 무염버터가 나올 경우 소금을 살살 뿌려 빵에 발라 먹으면 정말 맛있다.
자고 일어나니 눈이 내리고 있었다.
카라콜에는 구경하기보다는 그냥 잉여로운 생활을 만끽하러 온 것이지만 눈이 왔으니 밖으로 나가야 한다.
그래도 시내에 왔으면 식당에 가주는 것이 예의이니 라그만 한 접시를 시켰는데 지금까지 먹었던 라그만에 비하면 조금 아쉬운 맛이었다.
피로연이 예약되어 있는 것 같았는데 술이 보이지 않으니 뭔가 빠진 것처럼 아쉬워 보였다.
눈이 그칠 생각을 하지 않고 계속 내린다.
시내에 있는 이 카페는 외국인 부부가 하고 있는데 카라콜에서 여행자들에게 가장 인기가 있다고 한다.
지금은 부부가 휴가를 떠나 문을 닫았다고 해 아쉬웠다.
오늘 저녁은 민박집에 부탁해봤는데 맛은 좋았지만 양이 너무 적었다.
이럴 땐 도시락을 하나 끓여 먹으면 좋은데 챙겨 둔 도시락이 없으니 굶을 수 밖에 없다.
챙겨둔 라면은 없지만 술은 있으니 괜찮다.
역시 술은 쌓아놓고 볼 일 이다.
오늘도 어제와 같은 아침이다.
카라콜은 큰 도시기에 와이파이가 있을 거란 생각은 했지만 민박집에 와 직접 와이파이를 만나니 신기하고 행복했다.
친절하게 비밀번호도 위에 적혀 있었는데 속도도 꽤 빨랐다.
키르기스스탄 식당에 가면 기본적으로 꽤 많은 양의 음식을 주기에 항상 만족하고 나온다.
기름진 음식만 먹으니 자꾸 살이 찌는 것 같은데 많이 걸어다닌다는 핑계를 대며 맛있게 먹는다.
기름진 음식을 먹었으니 입가심을 해줘야 한다는 핑계로 맥주도 마셔준다.
'핑계 좋아 떡 사먹는다.'라는 옛 말이 떠오르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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