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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rld Travel/타지키스탄-Tajikistan

세계일주 배낭 여행기 - 153. 지프를 타고 여행하는 파미르고원. (타지키스탄 - 파미르)


아침에 일어나 식당에 가니 이미 많은 사람들이 나와 있었다.

배탈이 나 새벽에 화장실을 다니느라 힘들어 죽는 줄 알았었는데 식탁에 앉으니 금세 배가 고파진다.

빵만 주는 줄 알고 마음이 상할뻔 했지만 잠시 기다리니 달걀 후라이가 나와 행복하게 아침을 먹었다.

솔직히 이시카심에는 별로 볼거리가 없다.

그렇지만 주말마다 많은 여행자들이 이시카심에 모이는 이유는 이 다리때문이다.

이 다리를 건너면 아프가니스탄 국경이 나오고 타지키스탄과 아프가니스탄 중간의 중립지역에 장이 열려 그 곳에서 아프가니스탄 사람들과 만날 수 있기에 사람들이 모이는데 최근 분위기가 좋지 않아 3주 연속으로 장이 열리지 않고 있다고 한다.

한국 국적을 가지고 아프가니스탄에 입국하는 것은 불법이기에 입국할 필요가 없는 중립지역에서라도 아프가니스탄을 만나고 싶었는데 아쉽게도 갈 수가 없다.

유럽의 작은 섬나라인 몰타에서 온 안토니는 나보다 더 기대를 했는지 많이 실망한 모습이었다.

아쉬운 것은 아쉬운대로 남겨둔 채 떠나야한다.

기사 아저씨에게 산 속에서 물을 구하기 쉽냐고 물어보니 구할 수는 있지만 가장 큰 마을인 이시카심에서 사가는 것을 추천하길래 1인당 2~3병씩 물을 샀다.

깊은 산속으로 들어갈 생각을 하니 마음이 설렌다.

지나가는데 소가 보이자 동물을 좋아하는 랄프가 차를 세워달라고 말을 한다.

쟁기를 처음봤는지 신기해하길래 한국에도 쟁기가 있다고 말을 하니 놀라며 아직도 농사를 저렇게 짓냐고 물어보길래 어릴 때 할아버지네서 봤었고 지금은 박물관에 가야 보인다고 말을 해줬다.

지프를 빌려서 여행하니 언제 어디서든 멈출 수 있다.

지도를 보니 작은 유적지가 있길래 올라가보기로 했다.

역시 높은 곳에서 보는 풍경은 항상 아름답다.

법 규제가 조금 완화되고 가격이 더 떨어진다면 영상촬영용 드론을 하나 사서 가지고 놀고 싶다. 

중앙아시아 지역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외국에도 잘 알려지지 않은 곳이 많아 가이드북에 많이 의존할 수 밖에 없다.

가이드북의 끝판왕이라 할 수 있는 론리 플래닛도 중앙아시아 지역은 7년이 넘도록 업데이트가 되지 않고 있어 현재와 다른 정보가 많고 정보의 절대적인 양도 많이 부족해 별 도움이 되지 않았다.

그런데 안토니와 랄프가 가지고 다니는 Bradt이라는 가이드북을 보니 정보도 꽤 자세하고 물가도 어느정도 맞길래 심심할 때마다 빌려 읽었다.

론리플래닛이 모든 부분을 다 석권했다면 세상이 재미없었을텐데 다행이다.

지금까지 여행하면서 론리 플래닛의 아성을 뛰어넘는 가이드북은 딱 2개를 봤는데 하나는 인도 여행자의 성서인 프렌즈 가이드북이고 나머지가 이번 중앙아시아에서 만난 Bradt 가이드북이다.

사원에 들어가니 제단에 산양의 뿔이 있어 혹시나 사진을 찍어도 되냐고 물어보니 상관없다고 한다.

천천히 이곳저곳 들르며 가다 보니 이시카심에서 만났던 자전거로 파미르를 넘는 커플을 다시 만났다.

내 친구 중에 한 겨울의 파미르를 넘은 친구가 있다고 말을 하니 자기들도 제민이의 이야기를 들었다고 한다.

겨울에 파미르 산맥을 넘은 것은 이미 자전거 여행자 사이에서 전설로 남겨진 것 같다. 

2박 3일 동안 지프를 빌리는데 5명이서 한 명당 140달러(한화 16만원) 정도를 냈다.

언제나 그렇듯이 별 준비를 안 하고 타지키스탄에 넘어왔는데 생각보다 지프를 빌리는 비용이 너무 비싸 당황했었지만 내가 진짜 와보고 싶던 곳이니 돈 걱정은 하지 않고 즐기기로 했다.

다행히 나와 랄프, 안토니는 사진 찍는 것을 정말 좋아하고 하이디와 폴도 자연을 좋아해 우리는 서로 눈치보지 않고 마음에 드는 좋은 풍경이 보이면 언제든지 차를 세우기로 했다. 

앞에서도 말했듯이 눈 앞에 보이는 강만 건너면 아프가니스탄이 나온다.

그리고 솔직히 말하자면 아프가니스탄은 어떻게 생겼는지 한번 들어갔다 나오고 싶었다.

참 안 좋은 것이지만 국경지역에 가 뇌물을 어느정도 내면 여권에 입국 도장을 찍지 않고 아프가니스탄에 입국할 수가 있다고 한다.

하지만 내 목숨은 소중하고 불법까지 저지르면서까지 가고 싶지는 않았기에 다음에 여행금지국가 제한이 풀리면 다시 오기로 했다.

산양 떼가 보이자 랄프가 신이 나서 잠시 멈췄다 가자고 말을 한다.

양치기 개가 산양 떼를 지키고 있었는데 산양 떼를 모는 것이 정말 똑똑해보였다.

우리의 여행은 근처에 있는 모든 곳을 들르며 가는 것이 목표라 이번에는 얌천이라는 곳에 가기로 했다.

표지판을 따라 방향을 트니 얌천 요새가 보인다.

배운 것은 별로 없지만 그래도 전공이 건축공학이라고 철근을 저렇게 휘게 싣고 끌고 가는 것을 보니 한숨이 나온다.

여건이 안 좋으니 별 수 없다는 것을 알지만 사고가 안 나기를 바랄 뿐이다. 

요새다 보니 높은 곳에 있어 올라가기 힘이 든다.

얌천은 해발 3200m 정도 지역에 있는데 아직은 몸이 젊어서 그런지 이 정도 높이로는 고산증에 걸리지 않는다.

힘들게 요새에 올라갔는데 딱히 볼거리가 없다.

허무하지만 앞에 보이는 산이 아름다우니 괜찮다.

아까 온천에서 만났던 멋쟁이 아저씨를 다시 만났다.

지프를 타고 가면서 아직도 이 정도밖에 못 지나왔냐며 다같이 천천히 즐기는 모습이 좋아보인다고 말을 한다.

여행을 하는 나는 정말 아름답고 행복한데 여행기를 보시는 분들은 재미없을 것 같아 죄송한 마음이 든다.

하지만 읽으시는 분들께서 내가 정말 원하던 곳에서 행복해 하는 모습을 너그럽게 이해해 주실거라 믿는다.

점심시간이 되었으니 밥을 먹기로 하고 식당에 들어갔는데 재료가 다 떨어져 팔 음식이 없다고 한다.

다음에 보이는 마을에서 바로 점심을 먹기로 하고 우선 온천을 즐기러 가기로 했다.

암천에도 온천이 있는데 어제 갔던 노천온천보다 물이 뜨거워 마음에 든다.

원래는 사진에 보이는 곳이 온천인데 지붕이 무너져 옆에 새로 건물을 지었다고 한다.

온천으로 가는 다리도 끊어져있어 무서웠지만 따뜻한 온천은 정말 환상적이었다. 

배가 고프니 다들 가방을 뒤져 비상식량을 하나씩 꺼내 나눠먹었다.

하이디가 엄마처럼 빵을 챙겨줘 맛있게 먹었다.

마을에 들러 민박집에서 밥을 주문하고 기다리는 동안 마을 구경을 하기로 했다.

다들 마을 박물관에 들어간다는데 난 별로 당기지 않아 그냥 공터에서 아이들과 사진을 찍으며 놀았다.

이 돌조각은 해시계라는데 그림자와 구멍을 이용해 시간을 알 수 있다고 한다.

드디어 식사시간이 왔다.

우선은 죽처럼 보이는 수프와 빵을 먹는데 술술 들어간다.

그리고 잠시 기다리니 샐러드와 고기가 나왔는데 시장이 반찬인 것인지 몰라도 정말 맛있었다.

밥이 정말 맛있었다고 말을 하니 혹시나 파미르에 올 친구가 있으면 자신들의 집 주소를 알려주라고 부탁을 해 명함을 받았다.

혹시 파미르에 가실 분은 얌천을 지나면 나오는 마을에 들러보세요.

밥을 먹었으니 소화도 시킬 겸 뒷 산에 있는 유적지에 가보기로 했다.

우리끼리 갈 수 있다고 말을 했지만 아이들이 자꾸 길을 안내해준다고 해 어쩔 수 없이 같이 가기로 했다.

풀 한포기 보이지 않는 황량한 산이지만 콩깍지가 씌여서 그런지 멋있게만 보인다.

역시 사람은 자기가 좋아하고 하고 싶은 것을 해야한다.

제단처럼 보이는 유적지였는데 아이들은 아무 거리낌 없이 위로 걸어다니고 있었다.

우리보고도 올라오라고 했지만 신성한 제단에 올라간다는 것이 꺼림칙해 올라가지는 않았다.

아는 것이 많아질수록 겁이 많아진다는 말이 맞는 것 같다.

오늘은 저 앞에 보이는 산 밑에서 잠을 자고 내일 하루 종일 산을 올라가보기로 했다.

물론 유럽도 좋았지만 이런 자연 풍경이 보고싶어 유럽을 빨리 떠날 수 밖에 없었다.

문명도 좋지만 광활한 대자연이 더 좋다.

밑으로 내려와 지프 기사 아저씨에게 내일 하루는 산을 타기로 했다고 말을 하니 자신이 바뻐 그럴 수 없다고 말을 한다.

처음 계약을 할 때 기본 2박 3일이지만 우리가 원하면 언제든지 중간에 일정을 늘릴 수 있고 추가요금은 숙박비와 식비 20달러만 내면 된다고 했는데 갑자기 아내가 일을 시켰다며 이런저런 핑계를 대기 시작하며 80달러를 더 줘야 아내에게 전화를 해 허락을 구해본다고 한다.

어이가 없어 우선 우리끼리 이야기를 하는데 알고보니 나와 안토니를 제외하고 나머지 친구들이 이미 돈을 다 지프 기사에게 냈다고 한다.

다들 여행경력이 상당해 돈은 무조건 후불로 내야한다는 말을 안 했는데 어차피 줄 돈을 들고다니다 잃어버릴까봐 걱정 돼 그냥 선불로 내버렸다고 한다.

지프기사는 이미 하루만에 420달러를 받았으니 마음에 안 들면 지프를 가지고 돌아가버리면 되고 우리만 난감해진 상황이 되버렸다.

순순히 돈을 주자는 이야기와 괘씸하니 그냥 보내고 돈을 더 모아 새로운 지프를 수배하자는 이야기가 나왔다.

우선은 오늘 저녁에 묵을 곳에 가서 결론을 내기로 하고 혹시나 간 밤에 도망칠까봐 번호판 사진을 찍어놨다. 

숙소에 도착해 저녁을 먹으면서 이야기했는데 우선 돈을 준 상황은 돌릴 수 없으니 우리에게 가장 이득이 되는 방향으로 행동하기로 했다.

나와 안토니는 이런 상황을 용납하지 못하는 성격이라 자꾸 싸우려고 드니 우선 나와 안토니는 가만히 있기로 하고 랄프가 60달러에 합의를 보기로 했다.

자꾸 돈을 뜯어낼 궁리만 하는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고 생각할수록 열이 받았지만 일행이 있으니 조용히 있었다.

잠시 뒤 랄프가 60달러에 합의를 마치고 돌아와 다시 저녁을 먹기 시작했다.

수프를 다 먹고 오늘은 무슨 요리가 나올지 기대하고 있는데 면 요리가 나왔다.

오랜만에 먹는 기름진 면 요리라 한가닥 한가닥 맛을 음미하면서 먹었다.

기분 나쁜 일이 있었지만 이미 지나간 일이니 그냥 넘어가기로 하고 보드카를 한병 주문했다.

여행을 하며 이런 일, 저런 일을 겪어야 추억이 생기는 것이라 생각하며 보드카를 입에 털어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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