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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rld Travel/타지키스탄-Tajikistan

세계일주 배낭 여행기 - 155. 파미르 고원에서 만난 아름다운 호수들. (파미르, 무르갑)


아침은 기름범벅 햄과 달걀이다.

어제 산을 열심히 타고 돌아와 보드카를 열심히 마셨는데 기름진 음식을 먹으니 속이 풀리는 것 같다.

이제 다시 지프에 올라 길을 떠난다.

어찌보면 황량하기만 한 파미르 산맥이 뭐가 그렇게 좋냐고 물을 수도 있지만 이런 광활하면서 웅장하고 고요한 모습은 딱 내가 꿈꾸던 파미르의 모습이라 계속해서 사진을 찍고 창 밖을 쳐다봐도 질리지 않는다.

그리고 역시나 아무리 황량한 곳이더라도 사람들은 그 환경에 맞춰 살아간다.

여행을 하며 많은 것을 보고 많은 것을 배웠겠지만 엄청나게 큰 것을 배운 것 같지는 않다.

그래도 아무리 사람이 자연에 대항하고 자연을 거스르려고 노력하지만 결국은 거대한 자연을 이길 수는 없고 더불어 살아야 한다는 것은 배운 것 같다.

내가 좋자고, 내가 행복하자고 쓰는 여행기이니 내가 좋아하는 사진, 내가 좋아하는 풍경을 올리는 것이 당연할진데 이렇게 풍경사진만 계속해서 올릴 때는 너무 나만 좋아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이렇게 푸른 하늘이 펼쳐져 있는데 이를 즐기지 않고 그냥 넘어갈 수는 없다.

달리다보니 엔진에 이상이 생겼다며 잠시 쉬고 가자고 한다.

나도 공대생이긴 하지만 자동차나 각종 기계에 들어 있는 엔진을 고치는 남자는 정말 멋있는 것 같다.

오늘 이동하는 코스의 테마는 호수다.

해발 4000m 정도 되는 파미르 지역에는 몇 개의 호수가 있는데 그 호수들이 정말 아름답다고 들었다.

우리에겐 지프가 있으니 당연히 대부분의 호수를 들렀다 가기로 했다.

창밖을 보다 보면 구름의 그림자도 보인다.

이런저런 볼거리들 때문에 전혀 지루할 틈이 없다.

호수 주변에 하얗게 보이는 것은 얼음인데 파미르의 겨울이 오고 있다는 증거라고 한다.

오늘 보게 될 호수 중에서 가장 큰 호수인 야시쿨에 도착했다.

지프에서 내려 마주한 야시쿨은 정말 엄청나게 아름답고 평화로웠다.

파란 하늘 아래 펼쳐진 맑고 투명한 야시쿨 호수는 왜 사람들이 파미르를 찾는지에 대한 하나의 해답처럼 보였다.

계속 대화를 하고 웃으며 함께 온 친구들인데 야시쿨에서 만큼은 각자 떨어져 야시쿨 호수를 감상하기 시작했다.

서로 약속한 것도 아닌데 야시쿨 호수를 만난 순간 다들 바람을 느끼며 감상에 젖어들었다.

호숫가에는 야크 한마리가 있었는데 그 모습이 너무 고요해 신성한 기분이 들 정도였다.

오늘도 역시나 자연은 위대하고 아름답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세상은 이렇게 아름다운데 왜 다른 한편에서는 서로 싸우고 죽이지 못해 안달이 났는지 참 안타깝고 씁쓸하다.

다들 야시쿨 호수를 마음 속에 충분히 담았으니 이제 다시 움직인다.

두샨베와 호로그에서 이 친구들을 만나지 않고 지프를 렌트하지 않고 현지인들처럼 마을 사이만 이동했다면 이런 풍경은 만나지도 못했을텐데 정말 좋은 인연을 만난 것 같다. 

야시쿨 근처에는 불롱쿨이라는 호수도 있다.

마치 규모가 커진 한라산 백록담과 같은 느낌이었는데 백록담에게는 미안하지만 불롱쿨이 더 멋있었다.

야시쿨 호수 근처에 있는 작은 마을에는 옛날 주민들이 생활하던 게르 같은 것이 있다고 해 들르기도 했다.

안에는 들어가지 못하고 밖에서만 구경했는데 실내는 꽤 따뜻할 것처럼 보였다.

물론 현재는 이런 건물에서 살고 있다는데 바람의 영향 때문인지 집들의 간격이 넓었다.

끝없이 펼쳐진 길이 좋아 사진을 찍고 싶은 도로가 나오면 언제든지 차를 세워달라고 말을 해 사진을 찍었다.

다들 사진을 좋아하니 서로 자신들이 원하는 지점에서 아무 거리낌없이 차를 세우고 사진을 찍으면 된다.

특히 이렇게 아름다운 모습이 보이는 곳에서는 다같이 차를 세우고 싶어한다.

어쩜 이리 아름다운지 모르겠다.

열심히 자연을 즐겼으니 이제는 배를 채울 시간이다.

이 음식은 라그만이라고 불리는 중앙아시아 국수인데 맛도 칼칼해 정말 맛있었다.

라그만을 먹어도 배가 부르지 않길래 감자요리를 하나 더 시키니 역시 용민이라며 다들 웃는다.

내가 생각해도 난 너무 잘 먹는 것 같다.


외국인들이 내 이름을 발음하기는 어려우니 그냥 편하게 초이라고 소개를 하고 다니는데 초이는 내 성이고 이름이 용민이란 것을 안 뒤로 이 친구들은 꼬박꼬박 용민이라고 불러준다.

차를 마시며 한 30분 정도 수다를 떨다가 다시 출발한다.

무엇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거대한 자연 속에 덩그라니 도로만 놓여있는 것이 정말 마음에 든다.

아마 자연에 대항하는 인간의 끝없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아 좋아하는 것 같지만 구체적인 이유가 없이 그냥 좋다.

나중에 한 50살 쯤 되었을 때, 차를 빌려 미국과 캐나다를 횡단해보고 싶다.

이번에는 폴이 가고 싶어한 동굴을 가보기로 했다.

비포장 도로를 달리다보니 자동차에 펑크가 났는데 큰 펑크가 아니라 지렁이로 때우고 다시 달린다.

길이 험하니 자동차 유지보수에 돈이 많이 들 것 같았는데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그저께 우리에게 돈을 더 뜯어간 것이 정당화되지는 않는다.

처음에는 아무도 가지 않았던 곳을 사람들이 지나가면서 길이라는 것이 생기는 것일텐데 그 과정이 참 신기하고 멋있는 것 같다.

이 길을 쭉 따라 올라가면 나온다길래 차에서 내려 걸어간다.

멀리 동굴이 보이기 시작하는데 왠지 분위기가 멋있을 것만 같다.

하지만 예상과는 다르게 동굴 안으로는 들어갈 수 없게 철조망이 쳐져있고 제사에 올렸던 뿔만 남아 있었다.

다들 허무함에 이게 전부냐며 각자 방향을 잡아 산을 올라가 봤지만 저게 전부가 맞았다.

그래도 그 덕에 높은 곳에 올라와 풍경을 바라볼 수 있었으니 괜찮다.

캠프파이어를 하면서 술마시고 담배피고 음악 트는 것은 좋지만 유적지에서는 하면 안 된다.

아직 겨울이 시작되지는 않았지만 바람이 세고 고도도 높아 너무 추웠다.

외투를 입으면 답답하기에 반팔만 걸치고 샌달을 신고 돌아다니고 있는데 누가보면 삼 먹고 열이 오른줄 알 것 같다.

다시 지프에 올라 우리의 마지막 목적지인 무르갑으로 향한다.

무르갑에 도착해 숙소를 잡고 재래식 사우나에서 샤워를 하고 나오니 밖이 어두워졌다.

무르갑은 파미르 고원의 끝자락에 위치한 마을이라 시설이 많이 열악하다.

마을 규모는 조금 큰데 발전량이 충분하지 않아 마을의 반만 전기가 들어오고 다음 날을 나머지 반에 전기가 들어온다고 한다.

마침 우리가 숙소를 잡은 쪽이 전기가 끊기는 날이라 촛불만 켜놓고 밥을 먹었는데 촛불 밑에서 맥주를 마시니 나름 운치가 있고 좋았다.

각자의 여정이 다르기에 다들 무르갑에서 헤어지기로 했는데 랄프와 하이디가 함께 키르키즈스탄으로 가자고 한다.

나는 시간이 넉넉하니 무르갑에서 빈둥거리다가 키르키즈스탄으로 갈 생각이었는데 랄프가 서로 산을 좋아하니 자신들과 함께 가자고 하길래 맥주 한 잔을 원샷하고 콜을 외쳤다.




중간고사가 3주나 이어지다 보니 도저히 여행기를 쓸 수가 없어 

저번 주에도 펑크를 냈는데 정말 죄송합니다.

여행기의 후반으로 갈수록 약속을 지키지 못하는 것 같아 정말 부끄럽지만

여행기는 무슨 일이 있어도 끝까지 쓰겠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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