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일어나니 몇몇 사람들이 아침을 먹고 있었다.
아침식사는 추가 요금을 내야하지만 나가서 먹는 것보다 저렴하고 편하니 그냥 먹기로했다.
숙소에서 만난 친구들과 이야기하다 파미르 고원의 전초기지인 호로그를 구경하러 나선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는 조상님들의 말씀을 받들어 우선 점심부터 먹기로 했다.
볶음밥인 쁠롭과 닭다리는 기본에 양배추 스프까지 시켜 푸짐하게 먹는다.
후식으로 아이스크림을 주문했는데 참 부실하게 생겼다.
음식을 먹을 때마다 사진을 찍는 나를 보고 폴이 신기하다며 웃는다.
우리가 묵고 있는 숙소에서 호로그 시내까지는 30분 정도 걸어가야하는데 풍경이 아름다워 멀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우선 호로그 시내에서 가장 큰 시장으로 갔다.
식료품 위주라 딱히 살 물건이 없어도 그냥 구경하는 것이 재밌다.
중앙아시아에서 대장금이 인기있었다는 이야기는 들었는데 정말로 비닐 봉지에 이영애 누나가 그려져 있었다.
역시 미인은 어딜 가도 미인인 것 같다.
시장 구경을 하다 슈퍼에 들어갔는데 처음 보는 콜라가 보인다.
이 콜라 역시 탄산이 좀 약하고 단맛이 강했는데 콜라는 역시 코카콜라인 것 같다.
어제 저녁을 먹었던 가게에 다시 갔는데 파티가 한창이다.
비어있는 테이블이 없어 바에서 맥주를 마시는데 사람들이 같이 춤을 추자고 한다.
음주는 자신있지만 가무에는 소질이 없어 걱정했는데 타지키스탄의 춤은 출만 했다.
할줄 아는 말은 한국인을 지칭하는 '까레이'밖에 없었지만 신나게 춤을 췄다.
가족 축제인 것 같았는데 춤추는 모습은 사진으로 남기면 안 된다길래 우리와 같이 놀던 꼬마와 사진을 찍었다.
춤바람이 나 1시간 정도 춤을 추며 놀다보니 배가 고파 다른 식당에 가 저녁을 시켰다.
저녁을 먹은 식당에서는 맥주를 안 판다길래 다시 술집으로 돌아왔더니 파티가 끝나가고 있었다.
맥주를 시키고 또 사진을 찍으니 다들 웃는다.
즐겁게 놀고 숙소로 돌아와 씻으려 하니 녹물이 나온다.
일시적인 줄 알고 물을 틀어놔봤지만 계속 녹물이 나오길래 사놨던 생수로 양치질만 하고 자기로 했다.
여행을 하며 가장 신경쓰는 곳이 치아인데 다행히 아직까지 충치는 안 생긴 것 같다.
오늘 아침도 달걀 후라이와 빵이다.
정말 소박한 아침인데 빵과 버터만으로도 정말 맛있었다.
맛있어서 그런지 위장이 늘어나서 그런지 큰 빵을 하나 다 먹어야 배가 불러 살이 찔까봐 걱정도 됐지만 많이 움직이니 괜찮다고 합리화 하며 계속 먹었다.
호로그를 벗어나 파미르 고원으로 들어가면 인터넷을 쓸 수 있는 곳이 없기에 호로그에서 여행기를 미리 예약전송으로 올려놓고 떠나야한다.
그렇기에 호로그에서 좀 더 머물며 여행기도 쓰고 천천히 움직이려 했는데 어쩌다보니 지프를 빌릴 팀원이 구해져 이동하게 됐다.
지프를 빌리고 보니 파미르 고원에 겨울이 오고 있어 아마 앞으로 많아야 한 팀 정도만 더 여행을 하러 올 것 같다며 지금 떠나는 것이 낫다고 주인 아줌마께서 말을 하신다.
이번에 일행에 합류한 랄프도 사진을 찍는 것을 좋아해 천천히 사진을 찍으며 가기로 했다.
이 강만 건너면 우리가 뉴스에서만 보던 아프가니스탄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
나도 론리 플래닛이 있지만 자세히 보는 스타일이 아니라 파미르 산맥에 어떤 곳이 있는지 잘 모르는데 나를 제외한 모두가 여행 준비를 철저하게 하는 스타일이라 곳곳의 포인트를 다 알고 있었다.
덕분에 노천 온천에도 왔는데 내가 이번 파미르 여행은 앞으로도 이 친구들 덕을 좀 봐야겠다.
사진을 찍다보니 온천수가 올라오는 곳에 달걀을 삶아먹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온천에 왔으니 당연히 들어가봐야한다.
오랜만에 따뜻한 물에 들어가니 기분이 좋아진다.
목욕 후에는 바나나 우유를 마셔야 하는데 여기는 타지키스탄이니 꿩 대신 닭으로 주스를 마신다.
오토바이를 타고 파미르 고원을 넘는 친구도 있었는데 재미있을 것 같으면서도 무서울 것 같다.
자전거로 도로를 달리는 것은 무섭지 않은데 오토바이로 도로를 달리는 것은 사고가 날까봐 무섭다.
내가 생각해도 참 이상한 논리인데 사고가 날까봐 무서워 오토바이를 못 타겠다.
먼지만 날리는 길이 뭐가 좋냐고 묻는 사람도 있겠지만 내가 꿈꾸던 파미르 고원이라 그런지 모든 풍경이 멋있게만 보인다.
우리끼리 지프를 빌린 것이기에 좋은 풍경이 보이는 곳에서는 언제든지 멈출 수 있다.
나무로 만들어진 전봇대가 정말 부실하게 생겼는데 용케도 서 있는 모습이 신기했다.
우리 일행은 나를 포함해 5명인데 위에 있는 두명은 두샨베에서 나와 함께 온 폴과 안토니고 아래에 있는 부부는 영국에서 온 랄프와 하이디로 호로그에서 만나 함께 하기로 했다.
지프 기사 아저씨도 전문가이기 때문에 곳곳에 있는 식당을 알고 있어 우리가 밥을 먹자고 하면 근처의 식당에 데려가 주신다.
이번엔 염소고기를 시켰는데 나와 랄프는 맛있게 먹는데 하이디는 너무 느끼하다고 하다며 기름에 빵을 찍어 먹는 나를 신기하게 쳐다본다.
오늘은 아프가니스탄 국경과 맞닿아있는 이시카심이라는 마을에서 묵기로 했다.
매주 토요일마다 아프가니스탄과 타지키스탄의 국경의 중립지역에서 양 측의 사람들이 시장을 여는데 요새는 현지 분위기가 안 좋아 시장이 안 열린지 한 달이 넘었다고 한다.
우리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우선은 토요일인 내일 아침까지는 이시카심에 있기로 했다.
이 길을 쭉 따라가면 파미르 고원이 나오고 내가 유럽에서부터 그리워 하던 자연이 나온다.
내일부터 떠날 길이 정말 기대된다.
공용 지프 승차장같은데 장식을 예쁘게 해놨다.
그저 기능만 강조하기보다 아름다움을 함께 넣는 것이 건축일텐데 앞으로 내가 잘 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숙소로 돌아가는데 귀여운 꼬맹이들이 사진을 찍어달라고 한다.
찍은 사진을 보여주니 정말 좋아한다.
이런 토끼같은 딸래미가 있다면 하루하루가 행복할 것 같다.
저녁은 양배추 스프다.
자주 보이는 것을 보니 타지키스탄의 대표음식인 것 같은데 기름진 국물과 빵을 같이 먹으면 꽤 맛있다.
매번 말하는 것이지만 음식을 안 가리는 것은 정말 타고난 복인 것 같다.
느끼한 음식을 먹었으면 차를 한잔 해야한다.
특히 랄프와 하이디는 차를 좋아해 식사가 끝나면 매번 차를 마신다.
역시 영국에서 온 것이 맞는 것 같다.
타지키스탄에 와서 기름진 음식을 많이 먹기 시작해서 그런지 한동안 조용하던 설사병이 터졌다.
새벽에 화장실을 하도 들락날락 거리다보니 가지고 있던 휴지를 다 써버려 다른 사람들이 두고 간 휴지를 주워 사용했다.
하지만 이미 인도에서 설사병의 극한을 겪어봤기에 담담하게 견뎌낸다.
분량 조절을 하다보니 이번 이야기는 좀 짧습니다.
다음 이야기는 더 많은 사진으로 찾아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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