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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rld Travel/중국-China

자전거 세계일주 - 008. 극비귀국, 그리고 포기.


사실 상해에 도착하기 전부터 왼손의 손가락이 아팠다.
계속해서 전기가 찌릿찌릿 올라오며 감각이 사라지고 손가락이 저렸다.
우선은 상해에서 쉬면서 경과를 지켜보기로 하고 한국에 있는 의사들과 상담도 해보고 가족들과 통화도 했다.

상해에서 아무것도 안하고 쉰 며칠동안 증상은 나아지질 않았고 오히려 오른손까지 증상이 번져 결국 귀국하기로 했다.
차라리 보이는 곳이 아프거나 다쳤으면 대응을 할텐데 보이지 않는 신경문제니 어찌할 방법이 없어 화도 났다.
하지만 언제나 내 좌우명인 '최선의 상황을 기대하되 최악의 상황을 고려하라.'를 잊지 않았기에 약간의 마음의 준비는 했었다. 
또한 자전거여행이 아예 무산될 상황을 대비해 상해에서부터 자전거 판매글을 올리고 가장 가까운 항구인 연운항으로 가기로 했다.
상해에서 연운항까지는 약 500km이고 아직 손가락이 움직이기에 자전거로 이동하기로 결정하고 상해를 떠났다.

상해를 떠나 최대한 빨리 연운항을 향해 약 50km정도 달렸을 때쯤 사건이 터졌다.
손가락이 신경이 쓰여 자꾸 움직이면서 감각을 느끼면서 달렸는데 왼쪽손가락이 안움직이기 시작했다.
우선 바로 자전거에서 내려 오른손으로 주무르고 움직이려고 노력을 하니 손가락은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는데 가슴이 철렁 주저앉았다.

어제 유스호스텔에서 만난 小景이 기차를 타고 연운항 옆으로 간다고한 것이 떠올라 전화로 기차에 대해 알아보기 위해 공중전화를 찾았다.
하지만 전화카드가 있어야하기에 근처에 있는 경찰서에 가 아주 얉은 중국어와 바디랭귀지로 내 손이 다쳤고 한국으로 돌아가기 위해 연운항에 가야하는데 기차나 버스를 알아보고 있다고 했다.
그랬더니 잠시만 기다리라며 근처의 버스터미널들에 연락을 해보더니 이미 아침에 연운항으로 가는 버스가 출발했고 내일 있다길고 알려줬다.
잠시 컴퓨터를 빌려 인터넷으로 중국 기차시간표를 보니 밤 9시쯤 상해에서 연운항으로 가는 기차가 있기에 이 기차를 탈 수 있는 근처의 기차역을 물었더니 경찰용 승합차에 내 자전거를 싣으라고 하고 나를 태워 마을에 있는 기차매표소로 갔다.

매표소에 가니 표가 남아있다길래 예매하려 했더니 직원이 자전거가 커서 기차에 못 탈 수도 있다며 표를 사지 말라고 했다.
우선 경찰서로 돌아가기로 하고 자기들이랑 같이 중국 밥을 먹겠냐고 해 경찰서에서 밥을 같이 먹었다.
한국에서 왔다고 하니 다른 경찰관들도 놀라고 식당아주머니는 찐만두도 챙겨주시고 고마웠다.

밥을 다먹고 아무래도 자기들이 같이 가서 기차를 태워줘야겠다며 한 40km정도 떨어진 쿤산이라는 기차역으로 차를 타고 갔다.
기차역을 담당하는 공안과 이야기를 하더니 기차표를 끊게 해주고 나를 대합실로 데려갔다.

왼쪽에 있는 남자 공안이 선임이고 오른쪽에 있는 여자 공안은 신입 같아 보였다.
여자 공안은 약간의 영어도 할줄 알아 영어, 중국어, 바디랭귀지, 필담을 섞어가며 대화를 했다. 과자와 과일도 챙겨주고 한국까지 갈 돈은 부족하지 않냐며 나에게 하나라도 더 주려고 하는데 정말 고마웠다. 
나를 데려다주며 끝까지 조심해서 가라고 하며 일이 생기면 언제든지 전화하라며 명함과 QQ아이디를 적어 주었다. 

이 공안은 기차역에서 나를 담당한 공안인데 자전거도 맡아주고 전화도 빌려주고 고마웠다. 

3시쯤 쿤산역에 도착했고 기차는 9시 14분 기차라 의자에 앉아 자다가 저녁먹을 시간이 돼 처음으로 중국 컵라면을 사먹었다.
안에 소시지가 들어있는 제품이 있길래 골랐는데 역시나 괜찮았다.
특이한 점은 안에 조립식 포크가 들어있고 스프가 2종류 반고체성분의 양념이 1팩이 들어있다.
스프를 언제 넣어야할지 몰라 가게 주인에게 찾아가니 한번에 다 넣고 먹는거라고 한다. 

속이 차있는 빵을 먹고 싶었기에 샀는데 크림은 들어있지만 빵 맛 자체가 별로였다.

편의점처럼 깔끔하게 정리되어있는 기차역안의 가게.

중국은 기차를 탈 때에도 수하물 검사를 거친다.
짐을 다 X레이 검사를 하고 몸도 수색을 다 하는데 몸수색은 좀 대충한다. 

기차가 도착하기 약 15분 전 쯤 공안이 와서 자전거를 끌고 가자며 키가 작은 아저씨 한 분을 데려왔는데 짐이 다 실려있는 내 자전거를 번쩍 들어보더니 괜찮다며 따라오라고 해 같이 갔는데 이 아저씨께서 자전거를 번쩍 들고 긴 계단을 내려가는데 정말 대단했다. 
승무원의 도움을 받아 짐을 다 내려놓고 자전거를 세운 뒤 통로 문을 잠가 자전거를 보관했다.

돈을 아끼려 의자칸에 앉아서 가려했지만 매표소 직원이 자전거를 보관하기에는 침대칸이 좋다고 해 191위안을 내고 침대칸을 끊었다.
아침에 일어나니 배가 너무 고파 어제 식당 아주머니가 주신 만두와 내가 산 과자 등을 먹으며 거의 12시간이 걸려 연운항동역에 도착했다. 

기차에서 내리려고 준비를 하는데 어떤 중국인이 너 한국인이냐며 저기에 한국인 한명이 더 있으니 대화를 해보라고 해 가보니 아저씨 한 분이 계셨다.
남경대학에 아들이 유학중이여서 다녀온다고 하시는데 자전거를 내리는 것을 도와주셔서 편하게 기차에서 내릴 수 있었다.
알고보니 어제 새벽에 승무원이 나를 깨우며 이 아저씨를 소개해줬는데 내가 너무 피곤해 인사만 하고 잠들었던 아저씨였다.
아저씨께서는 오늘 오후에 배가 있는 것을 내일로 알고 계셔서 내가 중국지점에 전화로 확인해봤다고 알려드리고 오늘 같이 귀국하기로 했다.
아저씨는 여행사를 끼고 오셔서 그쪽으로 가시고 나는 gps를 보고 지도에 항구로 표시되어 있는 방향으로 향했다. 

상해의 기차역에는 못가봤지만 중국의 기차역은 대부분 서울역정도의 규모를 가진 것 같다.
인구가 많다보니 기차역자체도 엄청 크다. 

연운항 페리선착장을 향해서 달려가다가 바닷가가 아닌데 옆에 한글로 연운항페리 안내소라는 작은 간판이 스쳐지나가길래 멈춰서 들어가보니 페리선착장이 맞았다.
나는 바닷가에 붙어 있을 줄 알았는데 육지 한 가운데에 있어 당황했다. 
여차저차 해서 표는 끊었는데 근처에 밥먹을 곳이 없어 고민하고 있던 나에게 한 아저씨께서 한국학생이냐며 밥먹을 곳 없으면 위에 한인민박집에 가면 10위안에 밥을 준다고 해 올라가 밥을 먹었다.
2주만에 한국음식을 먹었지만 별 감흥이 없었다. 내 위장도 아직 내 여행이 끝난게 아니란 것을 알고 있나보다.
내가 간 민박집은 속칭 따이공이라 불리는 보따리 상인들이 묵는 민박이었는데 평소 몰랐던 상인분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시간을 보냈다.
민박집에는 다 상인분들인줄 알았는데 나처럼 관광온 형이 한명 있어서 같이 배를 타러 갔다.

배에서 먹을 간식을 사고 선착장에 도착했는데 여기서 중국 자전거 여행을 준비하고 있는 여행자들에게 주옥같은 팁 하나.

자전거를 싣고 배를 탈 때는 무식하게 다 가지고 자전거를 가져가지말고
중국돈 10위안, 아마 한국에서 출발할때는 2000원정도를 내고
짐들을 보자기 같은 것에 묶어서 보낼 것. 


나도 그동안 준비하면서 선배들이 그냥 가지고 배에 타길래 생각없이 탔다가 한국에서 출발하는 배에서 깨달았는데 돌아가는 길에는 수하물로 다 붙이고 자전거만 달랑 들고 탔다.

배는 3시에 출발한다고 했지만 중국측에서 중국인들의 출국심사를 빡빡하게 해 5시가 넘어서 출발했다.
알고보니 민박집에서 만난 형과 내가 기차에서 만난 아저씨도 오는길에 같이 배를 타고 오면서 알던 사이라 셋이 모여 소주와 맥주를 먹었다.
이번 배는 좀 오래된 배에 엔진실쪽이라 배가 덜덜거리는 소리가 계속 들렸는데 군생활 하던 생각이 들어 재미있었다. 

아침은 맑은 국물 라면. 

그러고 다시 한번 맥주를 마시고 사진에 없는 소주까지 먹은 뒤 다시 잠들었다.

형이 재미있는 것을 발견했다고 깨워서 나가보니 한국 영해에 들어왔고 옆에 군함이 지나가고 있었다.
생김새를 보니 내가 탄 배와 똑같아 번호를 살펴보니 내가 탔던 군함과 쌍둥이 군함이었다. 
평택항에 도착은 5시쯤 했는데 세관이 안들어와 배에서 계속 대기하다가 해가지고 배에서 내릴 수 있었다. 

제대하며 내가 아마 다시는 올일이 없을거라 생각했던 평택항에 1년도 안 돼 다시 오다니 역시 사람일은 모르는가 보다.
짐을 다시 장착하고 휴가 나올때 버스를 타고 다니던 길을 따라 1시간정도 달려 평택역에 도착했다. 
표를 끊고 지하철을 타는데 전쟁에서 패하고 돌아온 장수의 마음을 알 것 같았다.
무식하게 짐을 싣고 여행을 다녀오는 모습인데 유럽은 커녕 중국도 벗어나질 못하고 돌아오다니 패배한 것 같아 너무 부끄러워 죽는줄 알았다.

우선 집에 돌아와 엄마가 해주는 밥을 먹고 다음날 병원에 가서 진료를 받는데 다행히 허리쪽 신경이 다친게 아니라 손가락 끝의 말초신경만 눌려서 이상이 있는 상태라 반깁스를 하고 있으라고 하며 다른 치료법은 없다고 한다.
자전거를 조금 타는 것은 괜찮지만 이번처럼 짐을 수십kg을 싣고 여행을 하면 지금은 마비가 빨리 풀렸지만 더 심해져서 병원을 다시 오게 될 것이니 타지 말라고 한다.

결국 자전거를 비롯한 각종 여행용품들을 다 팔았다.
비수기인데다 급처로 판매하는거라 제 값도 못 받고 방출하는데 섭섭한 마음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그래서 세계일주는 여기서 끝내고 
찌질하게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냐구요?





 

전혀, 절대, 아니오. 
나에게 포기는 더이상은 naver... 












 

 
오글거리지만 정대만도 그랬듯이 저도 포기를 모르는 남자입니다.
12월 2일 배낭메고 태국 방콕으로 출발해서 태국,라오스,베트남,캄보디아 돌고 인도와 네팔을 거쳐 여행자금 보충하러 호주로 갑니다.
수단은 바뀌어도 지구한바퀴 돈다는 생각은 절대 변하지 않습니다.
돈이 없으면 벌으면 되고 걸을 수 없으면 휠체어라도 끌고 갑니다. 

진짜 몇명의 친구만 빼고는 아무도 제가 한국에 있는 것을 모릅니다.
특히 아파트 같은 동에 사는 박모씨, 내 블로그를 얼마나 보는지 모르겠지만 당신 피해다니느라고 계단으로 많이 다녔습니다.
연락 안했다고 삐친사람들이 몇명이나 될지 모르겠지만 쪽팔려서 연락안한 것이니 이해해 주시고 돌아와서 웃으며 만납시다.

그럼 12월 1일 세계일주 배낭여행 준비편으로 찾아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