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벤치에 누워서도 잠을 잘잔다는 것을 알게됐다.
카메라가방을 꼭 껴안고 낮잠을 한 30분정도 푹 잤다.
음료수나 과자가 쭉 진열돼 있으면 거기서 고르기가 쉽지 않다. 어린애들처럼 이걸 고르면 저게 더 맛있을 것 같은 느낌이라 고민고민하다 국화차처럼 생긴 것을 골랐는데 아주 좋은 선택이었다. 고급스러운 쇼핑은 나와 맞지 않기에 신천지구경은 건너 뛰고 예원으로 가는데 한국의 인사동길처럼 생긴 곳이 있었다.
주저하지 않고 앞쪽 가게부터 보면서 걸어가는데 회중시계가 이쁜게 있어 가격대를 파악하며 안으로 들어갔다. 거의 끝집에 다다랐을 무렵 이 아줌마와 눈이 마주쳤다.
우린 서로를 알아보았고 흥정에 들어갔다.
나: 아줌마 이 시계 얼마에요?
아줌마: 280위안
나: 너무 비쌈. 안녕히 계세요.
아줌마: 알았어. 150위안.
나: 아뇨. 저기 가서 알아보고 올게요.
아줌마: 알았어. 여기 계산기에 니가 원하는 가격을 써봐.
나: 그냥 아줌마가 적어줘요.
아줌마: 100
나: 30
아줌마: 안팔어.
나: 네. 잘 있어요.
아줌마: 아니아니아니아니. 50
나: 30
아줌마: 이거 옆에 있는건 40에 준다.
(옆에 있는 시계는 건전지로 돌아가는 쿼츠고 내가 찜한 것은 태엽을 돌리는 오토매틱이다.)
나: 이건 구린거잖아요. 그냥 저거 줘요.
(아줌마가 나를 막 때리기 시작한다.)
아줌마: 니가 한국인이라 이 값이지 일본인이면 안 깎아줘.
(나도 아줌마를 때리기 시작했다.)
나: 나도 일본 엄청 싫음. 중국은 나랑 친구임. 일본은 적임. 그러니까 30
아줌마: 40.
나: 35. 아니면 진짜 감.
아줌마: 알았음. 너 나쁘다. ㅜㅜ
나: 근데 이거 시계줄 없음?
아줌마: 시계줄은 따로 20위안임.
나: 아줌마 잘봐요. 이 복잡한 시계가 35인데 고작 줄이 20? 장난하지말고 40 줄테니까 시계줄도 줘요.
(아줌마가 나를 또 때리고 나도 반격을 한다.)
아줌마: 너 나쁨.
나: 내가 아니라 일본이 나쁨.
너무 깎은 것 같아 그냥 나오기 미안해서 작은 장식품 하나를 더 사려는데 가격을 세게 부르길래 시계를 보여주며 10위안을 주고 사왔다.
시계 오차를 측정해보니 하루에 +4초정도가 나오는데 싸구려 무브먼트지만 잘 뽑은 것 같다.
버스비 30위안을 아껴서 평소에 가지고 싶던 회중시계를 사다니 뿌듯했다.
배가 별로 안고파 밥을 먹을까 말까 고민하다가 그냥 먹기로 하고 식당에 들어갔는데 선풍기가 돌아가고 있었다.
확실히 상해가 따뜻하긴 따뜻하다. 그냥 추천해달라니까 고기랑 은행, 버섯 등이 섞인 덮밥이었는데 짭짤하지만 맛있었다.
근데 옆에 있는 국은 너무 밍밍하면서 맛이 좀 이상해 다 먹진 못했다. 길을 잘 모르겠어서 gps를 켜서 방향을 확인하며 걷다보니까 예원이 나왔다. 처마끝이 다 뾰족뾰족하게 위로 솟아있는데 한번 만져보고 싶었다. 단체 관광인지 모르겠는데 아줌마들이 자리 깔고 앉아서 뜨개질도 하고 밥을 먹고 있었다. 파란가방을 맨 여성분은 상해 임시정부청사에서도 만났는데 또 마주쳐서 그냥 한방 찍었다.
나 도촬로 신고 당하면 인터폴이 출동하는건가. 인형극을 보는 것 같은데 돈 아까워서 그냥 사진만 찍었다.
근데 사진찍는순간 인형극이 끝나서 사람들이 움직여버렸다. 예원입장료가 40위안이라길래 좀 아까운 기분이 들었지만 그냥 들어가기로 하고 매표소에 가보니 국제학생증이 통한다.
50% 할인 받아서 20위안에 들어갔다. 옥으로 만들어진 벽을 만지면 좋다길래 막 만졌다. 한국인 관광팀이 꽤 있어서 따라다니며 설명을 듣는데 저 가운데 돌이 옥돌인데 엄청 유명하다고 한다. 잉어들이 빠글빠글 많아서 징그럽다. 이 광경을 처음보고 페인트를 칠하는줄 알았다.
그래서 와 짝퉁으로 심각한 중국에서 문화재에 페인트칠하는 모습도 보는구나 했는데 알고보니 청소하는 것이었다.
근데 왜 걸레에 갈색이 묻어나올까...? 뭔가 있어보이게 한장 찍었는데 별로다. 이런 곳이 많은데 건물내부로 들어가 2층으로 올라가보고 싶지만 다 막혀있다. 사람이 좀 없으면 벤치에 앉아 멍도 때리고 잠도 잘텐데 사람이 너무 많아 좀 아쉬웠다. 다시 한번 있어보이는 컷. 한국에서 여행온 가족인데 아기가 한참동안 낙엽을 밟았다가 다시 발을 뗐다가 밟으면서 놀고 있었다.
엄마는 웃겨서 계속 웃고 있고 나도 귀여워서 한참을 보고 있었다. 건물 내부에는 등이 설치 되어있는데 아마 전등일 것 같다. 단렌즈로도 한번 찍어보고 이 은행나무가 대단한 놈이다.
500년이상 된 나무인데 옆에 있는 암나무가 200년정도 전에 죽어서 외로울까봐 새로 암나무를 심어줬다고 한다.
500살이나 먹어놓고 300살 차이나는 새 부인을 얻었으니 역시 유명하고 볼 일이다. 문틀 위에는 저렇게 다 세밀한 조각들이 새겨져있다. 나뭇잎이 뾰족뾰족. 예원을 다보고 나와서 와이탄을 향해 걸어갔는데 바로 코앞이었다.
근데 이게 끝이다.
왼쪽에 동글동글한 탑이 동방명주인데 올라가는데 50위안인가 내야한다길래 포기했다.
이런 도시의 모습은 별로 와닿지 않는다. 야경을 찍으려고 기다리는데 점점 추워지고 피곤해서 그냥 숙소로 돌아가기로 했다. 아까 밥을 먹었기에 안먹으려다가 생각해보니 내가 중국에 와서 반주를 해본적이 없었다.
식당에서 술을 시키면 원가보다 비싼 것은 전세계 어디를 가도 통용되는 사실이기에 도시락집과 단골 가게에서 맥주를 따로 사다가 먹었다. 밥을 먹었으니 당연히 과일을 먹어야 하는데 내가 깎아먹으려하니 중국애가 껍질채 먹는거라고 한다. 맛은 그냥 배맛. 내가 묵고 있는 도미토리에 새로 들어온 룸메이트인데 박사과정 면접을 보러 상해로 왔다고 한다.
내가 지금까지 여행한 내용을 인터뷰를 해달라고 하길래 밥먹고 해준다고 했더니 안해주는 줄 알고 삐쳤었다.
그래서 내가 라운지로 따라 오라고 하니 다시 또 좋아한다.
인터뷰를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 그냥 그동안 찍은 사진을 보여주면서 지금까지의 여정을 설명해줬다.
특히 공안하고 싸워서 호텔에서 잤다는 이야기를 하니까 웃겨죽을라고 한다.
나중에 자기 학교쪽으로 오면 친구집에서 재워주고 먹여준다며 연락하라길래 메일과 집주소를 받았다. 하지만 인생사 세옹지마라고 알고보니 내가 아까 신천지쪽을 가다가 키카드를 잃어버린 것 같다.
길을 헤매다가 와이파이를 주워쓰려고 핸드폰을 꺼내며 30위안짜리 카드키를 땅에 버린 것 같다.
결국 내가 상해시티투어버스를 안탄 것은 카드키 값으로 다 나갔다.
내일은 새벽에 일어나서 출발하기로 하고 준비를 다 해놓고 사람들에게 인사를 하고 잠들었다.
아 잠깐만.
아침부터 느끼한 면요리를 먹었더니 입가심도 하고 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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