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는 아침 8시 30분이 출발예정시각이었지만 짐을 장착하고 휘발유통을 고정한 스텐밴드를 자르고 하다보니 9시가 넘어서 집에서 나왔다.
집앞 중랑천 자전거길에서 간단히 체인오일 한번 치고 9시 30분쯤 제대로 출발했다.
따사로운 햇살아래 자장구 사진을 한장 찍었는데 가방들이 너무 깨끗하고 예쁘게 찍혔다.
팔당가는길에 보스몹인 고갯길이 나왔지만 끌바로 극복했다. 침흘리며 끌었기에 부끄러워 사진은 안찍었다.
출발할 때만 다르지 평지에서는 속도가 평소와 똑같이 나오고 탄력이 붙으니 더 재미있다.
자전거를 세우기 위해 내리는데 무거운 자전거가 처음이라 내리다가 자빠져 상처가 났다.
오빈역까지는 자전거도로를 타고 가기로 했는데 라이딩오신 동호회분들이 앞에 공사중이라고 알려주셔서 같이 국도를 '역주행'하는데 무서웠다.
무서웠으니 당연히 사진은 없다.
꼭 정차한 뒤 후미등을 켜고 터널 사진찍기.
순간 머릿속으로 별에별 욕이 다 떠오르고 용문터널에 저주를 퍼붓고 패니어 가격이 떠오르고 내 방수시스템에 구멍이 났다는 사실에 좌절하며 내가 무슨 좋은 꼴을 보자고 여행을 시작했나. 등등 온갖 마이너스 에너지가 쏟아져 나왔다.
도저히 사진을 찍을 정신이 아니여서 결국 집에 돌아온 뒤 사진을 찍었다.
하지만 휴게소에 들어가자마자 생존본능이 솟아나며 비싼 건 못사겠고 게토레이 캔 1개를 사고 물 좀 떠도 되냐고 물었더니 좀 떨떠름한 표정으로 승낙해주셔서 얼른 물을 뜨고 나와 화장실에서 세수한번 하고 어차피 언젠간 고장날 가방이었다며 달리기 시작한다.
서울과 강원도 사이가 다 양평이니 길긴 길다.
는 개 풀 뜯어먹는 소리고 계속되는 오르막으로 내려서 끌고 올라가는 시간이 많아진다.
텐트를 치기전에 너무 배가 고파 빵을 하나 사서 먹고 집에서 싸온 주먹밥을 다 해치우고 씻기도 귀찮아 그냥 잠이 들었다.
<오늘의 생각>
태산이 높다하되 하늘아래 뫼이로다
오르고 또 오르면 못 오를리 없건만은
사람이 제 아니 오르고 뫼만 높다 하더라
조선 전기의 문인서예가.
楊士彦(양사언), 1517~1584
양사언 싸우자. 태산이 높다하되 하늘아래 뫼는 무슨 산은 무시하면 안되는 것이다.
아침에 일어나 화장실에서 쌀을 씻어 놓고 세수와 머리도 감고 밥을 한다.
처음 해보는 코펠 밥인데 내가 생각해도 정말 예술이었는데 양이 조금 많았지만 점심을 생각해 볶음김치와 같이 억지로 다 먹었다.
이제 나도 내리막길만 남았다고 행복해 했는데...
이래서 한국말은 끝까지 들어봐야 안다는 것인가...
뒤통수를 제대로 맞아서 체력도 급고갈되고 근성으로 끌고 올라간다.
산들을 넘으며 점심은 무조건 국밥을 먹을거라 생각했기에 사진속의 황태해장국집에 들어갔다.
배가 너무 고팠기에 밑반찬까지 싹 다 긁어먹고 공기밥 반 그릇을 더 먹고 물도 채우고 삶은 달걀도 주길래 나중에 먹으려고 챙겨 나왔다.
분명히 속이 차 있었던거 같았는데 황태해장국에 넣어 먹으라고 준 계란을 고이 품고 오다가 진동에 의해 깨진 것이었다.
옆에 농수로에서 계속 물을 퍼다 닦고 물티슈로 닦았지만 향긋한 비린내가 계속나 그냥 달렸다.
자여사에서 둔내를 거쳐서 장평으로 가는 코스를 추천해줘서 따라왔더니 20km정도 돌아 왔지만 길은 괜찮았다고 자기위안을 한다.
내일은 대관령을 넘어서 한 100km 정도 가야하니 5시 30분에 알람을 맞추고 잠에 든다.
<오늘의 생각>
티끌모아 태산.
작은 언덕이 모여 사람의 의지와 근성을 시험하는 태산이 된다.
업힐 좀 그만 나와라. 내가 자전거를 타는지. 자전거가 나를 타는지 모르겠다.
'Korea Travel > 2012년-생존력 강화훈련' 카테고리의 다른 글
04. 한 번 주면 정 없다. (~day 08) (0) | 2012.09.22 |
---|---|
03. 인사를 잘하면 자다가도 떡이 생긴다. (~day 06) (6) | 2012.09.20 |
02. 고기를 구울 땐 쿠킹호일을 깔고 구워야 설거지가 편하다. (~day 05) (4) | 2012.09.19 |
00. 자전거 전국일주 준비물 (0) | 2012.09.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