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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rld Travel/러시아-Russia

세계일주 배낭 여행기 - 170. 따뜻하고 아름다운 상트페테르부르크. (러시아 - 상트페테르부르크)


아무리 생각해봐도 난 여행 운이 참 좋은 것 같다.

카자흐스탄을 여행이 무비자로 바뀌어 중앙아시아 여행을 쉽게 마쳤는데 러시아도 내가 여행하기 몇 달 전에 무비자 협정이 맺어졌다.

덕분에 간단한 입국 신고서만 제출하고 러시아에 입국했다.

헬싱키에서 출발한 야간 버스가 상트페테르부르크에 도착하니 아직 해가 뜨기 전이라 버스터미널에서 대기하기로 했다.

배가 고프니 비상식량으로 챙겨온 헬싱키의 Fazer에서 사온 초콜릿을 먹으며 쪽잠을 잤다.

버스에서 내리고 보니 이란에서 산 공기 베개를 두고 내렸다.

집이 점점 가까워진다고 긴장이 풀리고 있는 것 같은데 끝까지 조심해야겠다.

러시아는 러시아 화폐인 루블을 쓰기에 환전을 해야한다.

해가 밝았길래 밖으로 나와 환전소를 찾는데 버스 정류장 근처에 환전소가 하나도 보이지 않는다.

몸은 피곤하고 환전소는 보이지 않아 그냥 ATM을 이용할까 하던 찰나 문을 열고 있는 은행이 보였다.

경비 아저씨와 손짓 발짓으로 대화를 했는데 30분 뒤에 환전창구가 여니 응접실에서 쉬고 있으라 해 잠시 눈을 붙인 뒤 드디어 루블을 환전할 수 있었다.

러시아 형아들이 무섭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어 겁이 좀 났지만 해가 떴으니 괜찮을 거라 생각으로 은행을 찾아 돌아다녔다.

러시아 돈도 있으니 이제 내가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묵을 숙소를 향해 떠날 시간이다.

이 코인은 러시아의 지하철 토큰인데 개찰구에 넣고 타면 된다.

러시아의 지하철은 구 소련 시절, 냉전을 거치며 유사시 방공호의 역할을 겸할 수 있게끔 깊은 지하에 건설되어 있다.

깊은 깊이만큼 에스컬레이터의 속도도 빠르지만 중앙아시아를 여행하며 이미 겪어 봤기에 아무렇지 않은 듯 여유롭게 탔다.

호스텔에 도착하니 정말 아름다운 누나가 러시아에 온 것을 환영한다며 얼리 체크인을 해주고 아침을 안 먹었으면 같이 조식을 먹어도 된다고 한다.

이렇게 친절한 사람들인데 누가 러시아 사람들은 무뚝뚝하다고 했는지 모르겠다.

야간 버스를 타며 피곤했으니 우선 씻고 잠시 눈을 붙였다. 

이 건물은 에르미타주 미술관으로 파리의 루브르 박물관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는 미술관으로 유명하다.

오늘은 첫 날이니 겉에서만 구경하고 다음에 다시 오기로 했다.

에르미따주 미술관 근처에는 넓은 중앙 광장이 있다.

자 잠시 러시아의 스케일을 한번 감상하고 가겠습니다.

흔히들 대륙의 기상을 말하는데 러시아의 기상도 충분히 대단한 것 같다.

에르미따주 미술관은 과거 제정 러시아 황제들이 겨울을 지내던 곳이라 겨울 궁전으로도 불리고 있는데 아름다운 색과 섬세한 조각들은 궁전이라 불리기에 손색이 없다.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중심에는 네바 강이 흐르고 있는데 아직 얼 정도로 춥지는 않은 것 같다.

이 탑은 해전에서의 승리를 기념하기 위해 세운 로스트랄 등대인데 과거 해전에서 이기면 상대방의 뱃머리를 빼앗아 장식하던 나타낸다고 한다.

아이들이 단체로 소풍을 나온 것 같았는데 선생님을 졸졸 쫓아다니는 아이들의 모습이 정말 귀여웠다.

다음은 어디를 갈까 고민하다 멀리 첨탑이 보이는 곳까지 가보기로 했다.

호스텔에서 얻은 지도를 보니 페트로 파블로스크 요새라고 한다.

러시아의 지명을 보니 톨스토이의 소설 '안나 카레리나'를 읽을 때 나를 힘들게 했던 길고 비슷하고 어려운 러시아의 지명과 러시아 사람들의 이름이 떠오른다.

발트해와 연결된 항구도시이기에 당연히 배를 이용한 레스토랑도 있었다.

러시아어 발음으로 읽으면 스또이띠라고 읽어야하지만 난 계속 크통으로 읽으며 이렇게 읽으면 발음이 참 귀여울텐데 아쉽다는 생각을 했다.

눈이 많이 오는 나라답게 도로에는 염화칼슐이 넘치도록 뿌려져 있었다.

우리나라의 자동차도 도로에 뿌려진 염화칼슘때문에 생긴 부식으로 말이 많은데 러시아의 자동차도 문제가 많을 것 같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우리 화통한 러시아 형들은 별로 신경을 안 쓸 것 같기도 하다.

걷다보니 내가 목표로 했던 페트로 파블로스크 요새에 도착했다.

아까 만났던 아이들을 다시 만나 손을 흔들어 줬다.

지금은 박물관으로 쓰이고 있는 페트로 파블로스크 요새에는 그 유명한 표트르 대제부터 알렉산드르 3세까지의 황제들이 묻혀있다고 한다.

요새 안에는 행운의 토끼가 있는데 나무 기둥에 동전을 올리면 행운이 오는 듯 많은 사람들이 동전을 던지고 있었다.

나도 주머니에 들어있던 동전을 몇개 던져봤는데 다 팅겨져 나왔다.

러시아는 막연히 차갑고 추울 줄만 알았는데 러시아도 똑같이 사람이 사는 곳이고 충분히 아름다웠다.

다시 시내로 돌아오니 테트리스 게임에서 많이 본 듯한 성당이 보인다.

우리가 테트리스에서 본 성당은 모스크바에 있는 성 바실리 성당이고 이 성당은 피의 사원이라 불리는 그리스도 부활 성당이다.

국제학생증이 있어 학생할인을 받아 150루블(한화 3,000원)만 내고 입장할 수 있었다.

내부에는 19세기에 그려진 다양한 모자이크화가 있는데 19세기 러시아의 위용을 보여주는 것만 같았다.

특히 높은 천장에도 새겨진 모자이크화들은 정말 장관이었다.

아쉽게도 이번 여행에서는 이탈리아를 못 가봤는데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꼭 이탈리아에 가 로마의 성당에 들어가 보고 싶다.

이번에도 역시나 우리 가족의 건강부터 세계 평화까지 부탁드린다는 기도를 올리고 나왔다.

다시봐도 정말 예쁘다.

너도 참 예쁘다.

다시 길을 걷는데 참 마음에 드는 가게 간판이 보였다.

내가 좋아하는 하얀색과 하늘색의 조합으로 간결하게 'I CAN FIX'라고 쓰인 간판은 정말 센스가 넘쳐보여 고장난 물건도 없는데 안에 들어가보고 싶을 정도였다.

점심 겸 저녁으로 무엇을 먹을까 고민하다 마트에 갔는데 치킨 냄새가 너무 향기로워 나도 모르게 치느님을 영접했다.

214루블(한화 4,500원)정도 하는 값이었지만 러시아의 공원에서 치맥을 즐기는 값으로는 충분했다.

맛있게 치맥을 먹고 걸어가는데 사람들이 스톨에서 팬케이크처럼 생긴 음식을 하나씩 사먹고 있어 나도 하나 주문했다.

이건 블리니라고 불리는 러시아의 전통음식인데 다양한 토핑이 있어 디저트로 먹기에 딱 좋았다.

상트페레트부르크는 표트르 대제가 황량한 습지였던 곳에 세운 계획도시인데 그가 유럽 순방을 하며 보고 느낀 것들을 도시에 표현하고자 했고 러시아의 암스테르담으로 만들고자 했다고 한다.

그 때문에 상트페테르부트크의 건물들은 큼직큼직해 러시아스러우면서도 유럽의 모습이 많이 녹아있다.

이 동상은 표트르 대제가 아니지만 표트르 대제의 이야기를 간단하게 하자면 그는 호기심이 많고 도전적이며 천재였다고 한다.

유럽 순방을 하면서 네덜란드의 조선소에 일꾼으로 들어가 그들의 조선술을 배우려고 했으며 해부학까지 배웠다고 한다.

게다가 현대식 육군과 러시아의 첫 해군함대를 창설하고 크림반도로 직접 원정을 나갔으며 러시아 영토를 확정짓는 등 다양한 업적을 남겼다고 한다.

이러한 업적 때문에 황제가 아닌 대제라고 불리고 있는데 정말 멋있는 것 같다.  

러시아는 시티은행 가맹국이기에 상트페테르부르크에도 시티은행 지점이 있다.

해질녘의 상트페테르부르크의 거리가 참 아름답다는 생각을 하며 중심가인 넵스키 대로를 걷는다. 

아직 주머니에 달러가 좀 남아 있어 러시아에서는 달러를 환전해 쓰기로 했다.

여러 환전소를 돌다 괜찮은 환율이 보여 총알을 두둑히 장전했다.

더럽다고 비둘기를 싫어하는 사람도 있지만 비둘기에게 밥을 주는 사람도 있다.

비둘기들에게 밥을 주는 사람은 외로운 사람일 확률이 높다는 이야기를 듣고 난 뒤로는 비둘기에게 모이를 주는 사람들을 다시 한번 돌아보게 됐다. 

상트페테르부르크의 거리를 걷다보면 사람들이 다 모델처럼 보인다.

남자는 관심이 없으니 누나들을 주로 보게 되는데 다들 8등신에 작고 예쁜 얼굴을 가지고 있다.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오기 전까지는 콜롬비아 누나들이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줄 알았는데 러시아 누나들이 키도 크고 얼굴도 작아 더 아름다운 것 같다.

오늘의 마지막 목적지로 들른 곳은 카잔 성당이다.

이 곳은 1812년 프랑스의 나폴레옹과 벌인 조국전쟁에서 러시아가 승리한 뒤 빼앗은 107개의 프랑스 깃발이 전시되어 있고 그 당시 러시아 군의 장군이었던 쿠투조프 장군의 유해가 모셔져 있는 곳이라고 한다.

내부에 들어가보니 정말 아름답고 웅장했지만 분위기가 너무 엄숙해 사진은 찍지 않고 조용히 눈으로만 감상한 뒤 기도를 올리고 나왔다. 

아름다운 네바강을 바라보다 숙소로 돌아간다.

인터넷으로 접했던 러시아의 모습과는 전혀 다르게 따뜻하고 아름다운 상트페테르부르크가 정말 마음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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