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은 무제한이지만 샐러드는 딱 개수를 맞춰서 준다.
아쉽지만 잼 종류가 다양해 홍차와 함께 빵을 먹으면 든든하다.
시간이 날 때마다 여행기를 써서 올려야한다.
예상했던 것 보다 할 이야기가 많아져 여행기가 자꾸 길어지고 있다.
처음 여행기를 시작하며 다짐했듯이 무슨 일이 있어도 여행기는 완결을 내고 싶다.
자세히 보면 계단의 높이가 다른데 당연히 계단의 높이가 같을 줄 알고 의식하지 않고 계단을 오르다 넘어졌다.
카메라를 떨어트렸다면 눈물을 흘렸을 텐데 정말 다행이다.
숙소에서 뒹굴거리다 언덕을 보니 사람들이 보인다.
할일도 없으니 저 언덕이나 올라가보기로 했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니 밥부터 먹고 올라가야한다.
매일 들렀더니 주인 아저씨가 웃으며 반겨준다.
잠시 스쳐가는 곳일지라도 나를 반겨주는 단골가게가 있다는 것은 정말 즐거운 일이다.
오늘은 뭘 먹을까 고민하다 비싼 음식을 시키기로 했다.
그런데 크기가 크다며 요리가 나올 냄비를 미리 보여주며 괜찮겠냐고 물어본다.
난 내 위장을 믿으니 걱정말라며 샐러드까지 시켰는데 정말 푸짐하면서 맛있었다.
오랜만에 보는 쌀도 좋았고 기름기가 자글자글한 고기 볶음도 정말 맛있었다.
맥주 한 잔이 있다면 정말 좋을텐데 이슬람 신자라 맥주는 안 판다고 해 아쉽지만 콜라를 마셨다.
밥도 먹었으니 이제 목표로 정한 언덕을 오를 차례다.
길을 올라가는데 닭들을 풀어놓고 키우고 있었다.
강아지를 풀어놓고 기르는 것은 이해가 되는데 닭에게도 귀소본능이 있나보다.
가까이에서 언덕을 보니 고성같은 분위기가 난다.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한적한 고성에 가보고 싶은데 혼자 성을 돌아다니면 무서울 것 같기도 하다.
어디가 언덕으로 향하는 길인지 모르겠다.
단순하게 언덕이니 오르막길만 따라가면 될 것이라 생각했는데 길이 보이지 않는다.
그럴 때는 당황하지 말고 여유롭게 주위를 둘러보다 사람들이 많이 가는 방향으로 가면 된다.
길을 잃어버려 당황스러운 표정보다는 여유롭게 경치를 둘러본다는 표정을 짓는 것이 중요하다.
언덕에 올라오니 괴레메 마을이 한 눈에 들어온다.
높은 곳에 오르니 반대편에 보이는 산에도 올라가고 싶어진다.
바보는 높은 곳을 좋아한다는데 큰일이다.
좋은 구도를 찾기 위해 주위를 둘러보는데 무지개가 보인다.
마음에 드는 구도에 무지개가 함께 있었다면 좋았을텐데 아쉽다.
여행을 할수록 비워야하는데 사람 욕심이라는 것이 마음대로 되질 않는다.
그래도 여행을 시작할 때보다는 많이 여유로워졌고 계속 배우고 있다는 것에 만족한다.
만약 모든 것을 다 비우는 때가 온다면 속세를 떠나야 할테니 적당히만 비워야겠다.
카파도키아에서 가장 유명한 것은 열기구를 타고 계곡을 구경하는 벌룬투어인데 가격이 기본 150유로(한화 20만원)정도 한다.
처음에는 비싼 돈이더라도 즐겨봐야겠다고 생각했는데 내가 생각했던 것과는 다르게 1시간 정도만 열기구를 탄다길래 포기하기로 했다.
150유로나 낸다길래 한 4시간은 탈줄 알았는데 1시간만 타고 내려온다니 돈이 너무 아깝게 느껴졌다.
아무리 유명한 투어라고 해도 한시간에 20만원은 너무한 것 같다.
다른 쪽에는 내가 다녀온 로즈밸리가 보인다.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는데 저 로즈밸리는 얼마나 긴 세월을 지나왔을지 궁금하다.
괜히 미니어쳐 모드를 이용해 사진을 찍어봤지만 원래 거대한 자연이라 별 효과가 나지 않는다.
스스로가 거대하고 웅장함을 유지한다면 주변에서 아무리 애를 써도 흔들리지 않나보다.
카파도키아의 일몰을 보며 괴레메를 떠날 준비를 한다.
괴레메에 좀 더 있을까 생각해봤지만 여행자들이 너무 많아 장기 투숙이 당기지 않았다.
나는 아직 더 동쪽으로 가고 싶다.
확실히 긴장이 풀렸는지 이번에도 버스의 사진을 안 찍었다.
초심을 잃으면 안 되는데 자꾸만 사진 찍는 것을 까먹는다.
저녁에 출발한 버스를 타고 12시간을 달려오니 바다가 보인다.
목적지에 도착하려면 좀 더 가야할텐데 버스가 갑자기 속도를 줄여 밖을 보니 사고가 났다.
부디 큰 사고가 아니었기를 바라며 지나친다.
조금 더 가다보니 또 다른 사고가 났다.
도대체 어떻게 하면 차가 뒤집히는지 궁금하다.
이번에 도착한 곳은 흑해에 있는 트라브존이라는 도시다.
버스터미널에 내리자 서로 택시를 타라고 했지만 난 마을버스인 돌무쉬를 탈 것이라며 거절했다.
정확히 몇번 버스를 타야하는지도 모르지만 우선 버스정류장으로 가 오는 버스를 다 멈춰세우고 시내로 가는지 물어본다.
도착한 시간이 저녁이 아니라면 전혀 조급해 할 필요가 없다.
기다리다보니 시내로 가는 돌무쉬가 와 올라탔는데 아저씨가 껌을 주며 말을 건다.
난 터키어를 할줄 모르고 기사 아저씨는 영어를 할줄 모르지만 서로 눈치껏 대화를 하다보니 시내에 도착했다.
3리라(한화 1,300원) 정도 하는 버스비를 내려고 하니 걱정말라며 트라브존에 온 것을 환영한다며 괜찮다고 한다.
여행을 하다보면 처음 만난 사이인데 즐겁게 대화하고 소소한 것이라도 나눠주려고 하는 사람들을 많이 만나게 된다.
이런 사람들처럼 베풀줄 아는 사람이 되고 싶다.
트라브존은 관광도시가 아니기에 호스텔이 거의 없고 작은 호텔들 뿐이다.
호텔이라고 해도 우리나라의 모텔 정도 수준이기에 많이 비싼 가격은 아니다.
깔끔하고 에어컨이 빵빵한 방을 잡고 요기거리를 사왔다.
인도에서는 카레를 실컷 먹었듯이 터키에서는 케밥을 원 없이 먹는다.
방에 냉장고가 있으니 아이스크림도 사다 먹을 수 있다.
남미에서부터 가지고 다니는 숟가락이 참 유용하다.
깨끗하게 샤워를 하고 한숨을 자니 배가 고파 밖으로 나왔다.
뭘 먹을까 고민하는데 식당의 아저씨가 생선이 좋다며 들어오라고 한다.
오는 길에 본 흑해가 떠올라 생선을 먹으러 들어갔는데 생선구이가 꽤 맛있다.
생선을 먹다보니 인도에서 먹은 피쉬커리가 떠오른다.
인도를 여행하며 3달 정도 못 먹던 생선을 코치에서 처음 봤을 때는 정말 행복했었다.
생선가게라 그런지 고양이들이 진을 치고 앉아 있었다.
시골이 바닷가인데 생선을 말려놓으면 도둑고양이들이 자꾸 집어가던 것이 떠오른다.
트라브존은 관광지로 유명한 도시가 아니지만 많이 발전된 모습이었다.
치안이 괜찮은 것 같아 밤거리를 돌아다니다 맥주가 당겨 가게들을 돌아다녔는데 다들 이슬람 신자들이라 술은 안 판다고 한다.
5군데 정도 돌아다니며 맥주 파는 곳을 물어보니 한 슈퍼를 알려준다.
동쪽으로 갈수록 이슬람 문화권에 들어갈텐데 앞으로 한동안 금주를 해야될 것 같아 걱정이 된다.
숙소가 다 좋은데 방에서 와이파이가 잘 터지지 않아 우선 한글 문서로 여행기를 쓴다.
거의 10년이 다 되도록 휴재나 지각을 하지 않은 웹툰 '마음의 소리'의 조석 작가님은 정말 대단한 것 같다.
이 호텔도 조식이 제공된다.
터키의 특색인지 다양한 잼을 주는데 하나하나 다 먹어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트라브존을 구경하기 전에 우선 중앙 은행에 들러야한다.
은행창구에 가 30유로(한화 42,000원)을 계좌이체 했다.
이 계좌이체를 위해 트라브존에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트라브존 거리 곳곳에는 고양이들을 위한 사료가 준비되어 있었다.
동물이라고 무시하기보다 함께 사는 것이 좋다.
중앙 광장을 지나는데 이스탄불과 다르게 여행객은 보이지 않고 대부분 현지 사람들이었다.
내가 트라브존에 온 이유는 바로 이 이란 대사관 때문이다.
이란과 인접한 몇몇 나라에는 이란 대사관이 존재하고 터키에는 이스탄불을 비롯한 몇 군데에 이란 대사관이 있다.
여러 여행자들에게 물은 결과 이란 비자를 받기 가장 쉬운 곳이 터키의 트라브존이라길래 괴레메에서 버스를 타고 트라브존으로 왔다.
아까 계좌이체를 한 것은 바로 이 비자를 받기위한 수수료였다.
현재는 이란과 미국이 핵협상을 하고 있지만 내가 여행할 당시에는 이란에 대한 경제제재가 심할 때라 걱정했었는데 오전에 가서 비자를 신청하니 당일 오후에 바로 3주짜리 이란 여행비자가 나왔다.
여행자들 사이에서 세상에서 이란 비자를 받기 가장 쉬운 곳이 트라브존이라는 말이 있는데 정말 쉬웠다.
느긋하게 여행하고 싶어 1달짜리 비자를 신청했는데 최대가 3주라고 해 아쉬워하며 나왔는데 내 바로 뒤에 신청한 일본인은 나보다 돈을 더 내고 10일짜리 비자가 나왔다고 한다.
역시 우리나라 여권이 좋긴 좋다.
그네가 신기하면서 무섭게 생겼다.
걱정했던 이란 비자도 잘 받았으니 맛있는 밥을 먹을 차례다.
뭘 먹을까 고민하다 이번에도 직원의 추천을 받아 케밥을 시켰는데 역시나 맛있다.
아무리 볼거리가 없다지만 방에만 있을 순 없으니 돌무쉬를 타고 야경을 보러가기로 했다.
마을버스를 칭하는 돌무쉬라는 단어가 참 귀엽다.
트라브존에는 작은 산이 있어 야경을 보기 괜찮다길래 올라와봤는데 구름이 많이 끼어서 그런지 조금 밋밋했다.
구경을 하다보니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올라올 때는 돌무쉬를 탔지만 내려갈 때는 소화도 시킬겸 걸어가기로 했다.
과일가게에서 복숭아를 팔고 있길래 몇 개 사봤는데 정말 달콤했다.
역시 복숭아는 말캉말캉해야 맛있다.
숙소로 돌아와 메일을 확인했는데 내가 생각했던 여행루트로는 여행이 불가능하다는 내용의 메일이 왔다.
난 이미 터키의 동부까지 들어온 상태인데 내가 정한 경로가 잘못됐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앞으로 어떻게 해야할지 막막해진다.
여러가지 경로를 찾아보다 잠깐 잠을 자고나니 아침 먹을 시간이 됐다.
'걱정을 한다고 걱정이 사라지면 걱정이 없겠다.'라는 말처럼 내가 걱정한다고 해서 달라질 것은 없으니 우선 아이스크림을 먹고 새로운 계획을 세우기로 했다.
앞으로의 계획이 꼬였다고 현재의 여행을 망칠 수는 없으니 우선 밖으로 나왔다.
트라브존 근교에는 쉬멜라 수도원이라고 절벽에 위치한 오래된 수도원이 있는데 돌무쉬가 1시간 반 뒤에 출발한다며 나중에 다시 오라고 해 그냥 안 가기로 했다.
그래도 이왕 나온 길이니 트라브존의 외곽을 구경해보기로 하고 길을 걷는데 외곽으로 갈수록 음침한 분위기가 나길래 숙소로 돌아가기로 했다.
어제 내가 받은 메일은 우즈베키스탄 비자업무를 대행해주는 외국 여행사에서 온 메일인데 얼마 전부터 우즈베키스탄 대사관에서 비자를 발급해주지 않기 시작했다고 한다.
갑자기 제 3국에서 발급해주던 우즈베키스탄 비자가 사라지고 비자를 받기 위해서는 한국에 있는 우즈베키스탄 대사관에 직접 가야한다고 한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이란에서 투르크메니스탄을 거쳐 우즈베키스탄을 갈 계획이었는데 모든 것이 틀어져버렸다.
어떻게 이란까지는 들어간다고 해도 이란에서 나갈 수 있는 나라는 투르크메니스탄을 제외하면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밖에 안 남는다.
하지만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는 여행금지 국가이니 갈 수가 없고 결국은 이란에서 육로로 나갈 방법이 아예 없어진 것이라 어디를 가야할지 여러가지 경우를 생각해봤는데 딱히 마음에 드는 방법이 떠오르지 않는다.
우선 카스피해를 통해 카자흐스탄으로 가는 방법이 있지만 중앙아시아 여행 경로가 꼬이게 돼 마음에 들지 않는다.
다음으로는 이란에서 중동으로 페리를 타고 넘어가 이집트와 아프리카를 여행하는 경로가 있는데 예산이 부족할 것 같고 이란에서 아부다비로 가 저가항공사를 이용해 인도로 들어가는 방법도 있는데 인도를 다시 가는 것도 내키지 않는다.
하루종일 고민을 해봤지만 어차피 시간은 많고 갈 곳은 많으니 조금 더 동쪽으로 가보기로 했다.
언제나 그렇듯이 제가 간 곳은 앞으로 펼쳐질 여행기를 통해 공개됩니다.
어차피 트라브존에서의 볼일은 끝났으니 바로 떠나기로 했다.
떠날 땐 떠나더라도 밥은 먹고 떠나야한다.
이번에는 까먹지 않고 버스 사진을 찍었다.
버스는 동쪽으로 달리고 달려 국경에 도착했다.
앞으로 내가 어디로 가게 될지는 나도 모르지만 우선 국경은 넘어야한다.
<터키 여행 경비>
여행일 15일 - 지출액 1,100리라 (약 50만원)
예상보다 물가가 조금 비쌌지만 크게 부담되는 가격은 아니었다.
야간 버스 가격도 저렴했기에 적당한 수준의 비용으로 여행할 수 있었다.
카파도키아의 벌룬투어는 너무 비싸 포기했는데 별로 아쉽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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