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World Travel/터키-Turkey

세계일주 배낭 여행기 - 136. 동서양이 만나는 이스탄불. (터키 - 이스탄불)


소피아에서 9시간 정도 달려 도착한 곳은 터키의 이스탄불이다.

그동안 계속해서 동쪽으로 달려왔는데 드디어 유럽대륙의 끝인 터키에 도착했다.

호스텔을 예약하며 알아두었던 주소와 근처의 트램역을 확인하고 지하철을 탄다.

이른 시간인데도 사람이 꽤 많아 소매치기가 있을까봐 걱정이 된다.

에콰도르에서 카메라를 잃어버린지 반년 정도 지났지만 아직도 소매치기가 신경쓰인다. 

이스탄불에는 교통카드가 있는데 환승은 되지 않는다.

지하철의 노선을 바꾸려면 내린 뒤 다시 타야하는데 이때 요금이 다시 빠져 나간다.

아직 체크인이 안된다길래 숙소에 가방을 맡겨두고 밖으로 나왔다.

처음 이스탄불 시내를 보며 든 생각은 인도스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들의 생김새도 그렇고 약간은 혼란스러운 분위기가 정돈된 인도의 느낌이 들었다.

우선 환전을 해야하니 그랜드 바자르에 가보기로 했다.

시장에 들어와보니 드디어 내가 원하던 동쪽 나라로 온 것이 실감이 나 행복하다.

그런데 아무리 봐도 시장이나 사람들이나 아시아 문화권으로 보이는데 왜 자꾸 터키는 EU에 끼려고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물론 EU에 가입해 얻는 경제적 이득이나 국가의 위상이 달라지겠지만 아무리 좋게 봐주려고 해도 터키는 아시아인 것 같다.

터키에 왔으니 첫 음식은 케밥을 먹기로 했다.

관광객이 많아서 그런지 물가가 꽤 비쌌는데 굶을 수는 없으니 간단한 케밥을 시켰다.

케밥의 원조인 터키에서 먹은 케밥은 그냥 일반적인 케밥의 맛이었다.

내가 계산한대로 돈을 쓴 것인지, 남은 돈에 맞춰 돈을 쓴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딱 예상한만큼의 유로화가 남았다.

앞으로 유로화를 쓸 일이 없으니 남아있던 유로화를 모두 터키 리라로 환전했다.

빵빵해진 지갑을 가지고 돌아와 체크인을 한다.

이스탄불에서 가장 저렴한 호스텔은 빈 침대가 없어 그나마 저렴한 호스텔을 예약했는데 방이 생각보다 깔끔하다.

건강을 생각해 잠을 자기 전에 마케도니아에서 돈이 남아 산 발포 비타민을 물에 타 마신다.

아직 해가 지려면 멀었지만 이스탄불에 조금은 오래 있을 계획이니 오늘은 늘어지게 잠을 자도 괜찮다.

방값에는 조식이 포함되어 있는데 터키식 뷔페가 제공된다.

간단한 샐러드와 치즈,올리브, 빵 밖에 없지만 맛있어 계속 먹게 된다.

올리브는 정말 신이 내린 축복인 것 같다.

아침을 든든하게 먹었으니 여유롭게 밖으로 나온다.

세계적인 관광도시답게 어디에나 여행자들이 보인다.

동서양이 만난다는 지리적 이점뿐만 아니라 동서양의 문화적 교류가 일어난 곳이라는 수식어는 전 세계 사람들을 불러 모으기 충분한 것 같다.

이스탄불에서 가장 유명한 곳을 고르라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당연히 아야 소피아를 고를 것이다.

당연히 나도 이스탄불 여행의 시작을 아야 소피아와 함께 하고 싶어 입장 줄을 섰다.

아직은 성수기가 아니지만 극성수기에는 아야 소피아에 입장하기 위해 1시간 정도 기다려야 한다고 한다. 

줄을 서서 입장을 기다리고 있는데 앞에 검색대가 보인다.

역시나 제대로 검사하지 않고 형식적으로만 짐을 검사했는데 이럴거면 왜 검사를 하는지 모르겠다.

추가비용 20리라(한화 9,000원)을 내면 한국어 오디오 가이드를 이용할 수 있다기에 잠시 고민했지만 우선은 그냥 둘러보기로 했다.

드디어 아야 소피아에 들어간다.

입구 부분에는 황후의 관이 보이는데 아무리 황후라도 죽으면 관에 들어가는 것은 변하지 않는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중에 내 삶을 되돌아봤을 때, 후회하는 일이 별로 없었으면 좋겠다.

아야 소피아는 동로마제국의 수도 콘스탄티노플로 호칭되고 있을 때 그리스도교의 대성당으로 지어졌었는데 나중에 터키가 이스탄불을 지배하면서 이슬람의 모스크가 된 사연이 많은 건축물이다.

이슬람 문화의 영향인지 바닥에는 기하학적인 문양이 표현되어 있었다.

처음 지어진 아야 소피아의 장대한 모습을 보고 감격한 유스티니아누스 황제는 솔로몬이여! 나, 그대에게 이겼노라!”고 외쳤다고 한다.

아름다운 아야 소피아 내부를 거닐다보면 왜 유스티니아누스 황제가 감격했는지 알 수 있을 정도로 정말 아름답다.

특히 별다른 조명 없이 햇빛을 이용한 은은한 채광이 마음에 들었다. 

이 곳은 술탄 아흐메드 1세의 도서관이었다고 하는데 금으로 둘러쌓인 곳에서 책을 읽으면 무슨 기분이 들지 궁금하다.

이스탄불에 오니 자꾸 줄을 서게되는데 뭔지 모르겠지만 사람들이 줄을 서 있을 때는 그만한 이유가 있는 것이니 나도 따라 줄을 선다.

줄이 줄어드니 꽃보다 누나에 나왔던 기둥이 보인다.

기둥에 손가락을 꽂은 채로 두발을 떼지않고 손바닥 한바퀴를 돌리면 소원이 이루어 진다길래 열심히 돌렸는데 소원이 이뤄졌으면 좋겠다. 

아야 소피아가 처음 지어졌을 때 내부에는 아름다운 모자이크가 있었는데 8∼9세기에 성상 파괴운동이 일어나며 없어졌고 다시 제작된 모자이크도 15세기 이후 이슬람교 투르크가 이스탄불을 점거하면서 대부분 없어졌다고 한다.

성당으로 태어나 화려한 모자이크를 뽐내던 건물이 이슬람교의 모스크가 됐다는 사실이 신기하고 재밌으면서 안타깝다.

모자이크 대신 캘리그라피가 남아있는데 무슨 내용인지 하나도 모르겠지만 신비스러운 느낌은 든다.

내부 구경을 마치고 밖으로 나오니 사람들이 기둥에 앉아 쉬고 있다.

문화재가 얼마나 많으면 이렇게 대충 쌓아뒀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엉성하게 관리를 하고 있었다.

현재 많은 것을 가지고 있다고 가지고 있는 것들을 함부로 대하면 후회할 날이 올수도 있으니 있을 때 잘해야한다.

아야 소피아에서 나와 다음은 어디를 가볼까 고민하고 있는데 또 사람들이 줄을 서 있다.

도대체 무슨 줄인가 궁금해 가보니 지하궁전 입장을 기다리는 줄이었다.

날도 더운데 줄은 줄어들 생각도 없고 입장료가 20리라(한화 9,000원)이라길래 줄에서 빠져나왔다.

터키에 오면 물가가 쌀줄 알았는데 물가도 비싸고 각종 입장료도 너무 비싸다.

이번에는 아야 소피아만큼 유명한 블루 모스크에 가기로 했다.

뾰족뾰족한 성당도 아름답지만 난 둥글둥글한 모스크가 더 아름답다.

광장에서는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폭격 중단을 촉구하는 시위가 벌어지고 있었다.

언제쯤이면 지구가 평화로워질 수 있을지 궁금하다.

블루 모스크는 종교 시설물이기에 입장료를 내지 않아도 된다.

대신 입장이 가능한 시간이 정해져 있는데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입장 제한 시간에 걸렸다.

건물의 본래 목적인 기도를 위한 시간에는 여행자들의 출입을 금지하고 있었는데 전혀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관광도 중요하지만 여행을 할 때에는 그 나라의 문화와 종교를 최우선으로 생각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루만에 이스탄불의 랜드마크를 다 봐버리면 아쉬우니 아껴두라는 하늘을 뜻인 것 같아 다시 밖으로 나왔다.

블루모스크 근처에는 세계 최초로 마차경주대회가 열렸다는 히포드롬 광장이 있다.

이 오벨리스크는 테오도시우 오벨리스크인데 이집트 룩소르에서 기원전 1500년 경 전에 만들어진 것이라고 한다.

이 오벨리스크는 델포이의 아폴론 신전에서 가져온 오벨리스크라고 한다.

우리나라가 주로 침략을 당한 입장이기에 다른 곳에서 가져온 유물을 보면 마음이 편하지는 않은데 만약 우리나라가 다른 나라를 침략해서 많은 유물들을 약탈해왔었다면 내가 지금과 같은 생각을 했었을지 궁금해진다.

앞으로 세상을 살아가면서 강자의 입장보다는 약자의 입장에서 생각할 줄 아는 사람이 되고 싶다.

여러가지 생각이 들지만 화창한 하늘아래에 여러 개의 오벨리스크가 솟아 있는 모습이 멋있기는 멋있다. 

점심시간이 되었길래 식당을 찾아다니는데 갑자기 감자칩이 당겼다.

감자칩 정도는 마음껏 사먹을 돈이 있으니 우선은 감자칩으로 허기를 달래기로 했는데 양도 많고 맛도 좋다.

길을 걸어가다보니 시장이 보인다.

어제 간 그랜드 바자르는 관광객들을 위한 시장으로 보여 별로 재미가 없었는데 이제야 제대로 된 시장에 온 기분이 든다.

딱히 살 것도, 신기한 물건도 없지만 사람들 속에 섞여 길을 걸어간다.

개선문 같은 것이 보여 살펴보니 이스탄불 대학교라고 한다.

터키의 대학교 모습이 궁금해 들어가는 길을 찾아봤지만 대대적인 공사중이라 그런지 입구로 가는 길이 보이지 않는다.

길이 없고, 인연이 아닌 것 같을 때는 그냥 지나칠 줄도 알아야한다.

말은 참 쉬운데 집착이 생기고 오기가 생기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길에서 오렌지 쥬스를 1리라(한화 450원)에 팔고 있길래 한 잔을 마셨다.

상큼한 100% 오렌지 쥬스를 마시니 힘이 난다.

블루 모스크에 들어가지 못한 것이 아쉬워 제민이가 추천해줬던 슐레마니에 자미를 찾아갔다.

자미는 이슬람 사원을 뜻하는 말인데 슐레마니에 자미는 1550년경 오스만 제국시대에 만들어진 모스크라고 한다.

무슬림들은 기도를 올리기 전에 손과 발 등을 깨끗이 씻는 세정식인 우두를 해야 한다고 한다.

물을 구하기 어려울 때에는 몸을 씻는 시늉이라도 해야한다고 하니 지켜보는 나도 경건한 마음이 든다.

안에서 가이드가 설명을 해주길래 잠시 이슬람에 대해 설명을 들었다.

적당한 센스와 눈치만 있다면 가이드들이 설명해주는 내용을 함께 들으며 여행할 수 있다.

사람이 별로 없는 모스크의 분위기가 좋아 잠시 앉아 있다 밖으로 나왔다.

내 마음이 동그래서 그런지, 동그란 마음을 가지고 싶어서 그런지 모르겠는데 파란색의 돔이 정말 아름답게 느껴진다.

지친 몸을 달래러 숙소로 돌아왔는데 에어컨이 작동하지 않는다.

원인이 뭔가 살펴보니 코드가 부셔졌길래 가지고 다니던 절연테이프로 임시 수리를 하고 리셉션에 말을 했다.

에어컨 바람 하나에 행복해진다.

숙소에서 잠시 쉬다가 밖으로 나가 달러를 뽑아왔다.

터키의 ATM에서는 달러, 유로, 리라를 골라서 뽑을 수 있으니 동서양 어디를 가든 문제가 없다.

과연 이 달러를 왜 뽑았는지는 앞으로 나올 여행기를 보면 알 수 있다.

한국인들이 많이 오는지 시내에는 한국 여행사도 있었다.

외국에서 만난 한글이 참 반갑다.

저녁을 먹으러 가는 길이었는데 비가 쏟아지길래 거리에 서서 빗소리를 즐기다 그냥 숙소로 돌아왔다.

하루쯤은 저녁대신 빗소리로 배를 채워도 된다.



제 여행기가 재미있으셨다면


하트클릭 한번과 댓글 하나만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