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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rld Travel/스페인-Spain

세계일주 배낭 여행기 - 100. 스페인의 골목길 걸어보기. (스페인 - 발렌시아)

안녕하세요.

 

어느새 여행기가 100회를 맞았습니다.

 

처음에 다짐했던 것처럼 한 주도 빼먹지 않고

 

매주 여행기를 올렸다는 것이 정말 뿌듯하네요.

 

앞으로도 멈추지 않고 끝까지 여행기를 올릴테니

 

계속 지켜봐주세요.

 

 

 

 

부실하긴 하지만 발렌시아의 호스텔은 아침을 준다.
유럽의 호스텔은 가격이 엄청 비쌀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꽤 저렴했다.
지금 묵고 있는 호스텔은 하루 13유로(한화 18,000원)인데 예상했던 것보다 싸서 크게 부담이 되지는 않는다.

날씨가 좋으니 빨래를 한다.
이상하게 날씨가 좋으면 빨래가 하고 싶어진다.
여행을 떠나기 전까지는 손빨래를 해본 적이 없는데 이제는 일상이 됐다.

발렌시아의 분위기는 확실히 바르셀로나와 다르다.
사람들이 스페인은 남부로 내려갈수록 아름답다고 했는데 그 말이 사실인 것 같다.

언제나 그렇듯이 나에게 시내버스는 부자들의 교통수단이다.
요금은 1유로(한화 1,400원)정도 밖에 안 하지만 아직 내 다리는 멀쩡하다.

하늘이 이렇게 아름다운데 걷지 않을 이유는 없다.

그냥 걸으면 입이 심심할까봐 어제 사둔 천도복숭아를 먹는다.
맛있는 과일을 고르는 방법을 잘 모르기에 난 과일을 살 때마다 냄새를 맡는다.
어떻게 보면 본능에 따르는 것인데 내가 느끼기에 향기가 좋은 과일은 맛도 좋다,
이번에 고른 천도복숭아도 역시나 맛이 좋다.

유럽이라는 것을 티내듯이 말을 탄 경찰들이 순찰을 돌고 있었다.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산책로를 순찰하기에 적합하다는 것은 알겠는데 말들이 싼 똥은 어떻게 처리할지 궁금해진다.

발렌시아에 1957년 대홍수가 났었는데 그 홍수의 여파로 발렌시아 전역이 물에 잠겨버렸었다고 한다.

발렌시아 시에서는 그런 참사가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강줄기를 시 외곽으로 돌리는 토목사업을 벌였고 원래 강이 흐르던 곳에는 대규모 공원을 조성했다고 한다.

처음에는 강이 말라버려 공원을 만든 줄 알고 안타까웠는데 사실을 알고보니 공원이 색다르게 보인다.

거대한 자연의 힘 앞에 무기력할 때도 있지만 그 고난을 딛고 일어서는 인간이 참 대단하다.

산책로를 따라 걷는데 땅에 오렌지들이 떨어져 있었다.
누가 버린 것인 줄 알았는데 자세히 살펴보니 가로수로 오렌지 나무들이 심어져 있었다.
나도 사람이기에 가끔 내가 찍은 사진을 보면서 감탄할 때가 있는데 이 사진은 싱그러운 스페인의 모습을 참 잘 담은 것 같아 마음에 든다.

기분이 좋아 괜히 길가에 피어있는 꽃 사진도 찍어본다.

스페인 발렌시아에서 가장 유명한 것은 예술과 과학의 도시이다.
공원을 따라 걷다보면 가장 먼저 나오는 이 건물은 소피아 오페라 하우스인데 정말 과학적으로 생겼다.

멀리서 보면 멋있었는데 막상 자세히 살펴보면 곳곳에 녹이 슬어있다.
발렌시아의 오페라 하우스를 보니 시드니의 오페라 하우스가 떠오르는데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보다 더 멋진 건물이 언제쯤 나올지 기대된다.

이 건물은 과학관인데 물고기를 닮았다.

물고기의 뼈를 형상화한 것 같은 모양인데 현대적인 모습이 정말 아름답다.
이 과학과 예술의 도시를 설계한 사람은 발렌시아에서 태어난 현대 건축의 거장이라 불리는 '산티아고 칼라트라바'인데 최근 부실 공사로 인한 소송이 끊이지 않고 있다고 한다.

이상적인 건물을 설계하는 것은 좋지만 건축 본연의 의미를 잊지 않아야 한다는 것을 다시 깨닫는다. 

수영장처럼 조성된 곳에서는 에어볼에 들어가 놀고 있는 학생들이 있었는데 재미있어 보였다.

난 이렇게 건물의 구조가 겉으로 드러나면 아름다움을 느끼는데 내가 특이한 건지 잘 모르겠지만 정말 아름답다.

한편으로 이런 건물들을 볼 때마다 내가 건축학이 아닌 건축공학을 전공으로 골랐다는 것을 참 다행이라 생각한다.
일반사람들은 건축공학과 건축학의 차이점을 잘 모르는데 쉽게 말하자면 건축공학은 건물을 짓는 쪽이고 건축학은 보통사람들이 생각하는 설계를 하는 것이다.
만약 내가 건축학을 골랐다면 과연 내가 이것보다 더 아름다운 건물을 설계할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예술과 과학의 도시라는 이름이 정말 잘 어울리는 건물들이었다.

이제 내가 싫어하는 여름이 다가오고 있다.
작년에는 여름이 다가오자 남반구인 호주로 도망쳤었는데 이번에는 도망칠 수도 없으니 받아들여야 한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니 근처 마트에 들어가 싼 샌드위치를 골랐는데 속이 부실한 것 같아 스페인식 소시지인 초리쏘를 하나 사서 곁들여 먹었다.
마트를 둘러보니 맥주가 50센트(한화 700원)도 안 하길래 같이 골랐다.

싸고 맛있는 맥주를 마실 수 있으니 원래 좋던 유럽이 더 좋아진다.

오늘 목표였던 예술과 과학의 도시를 봤으니 이제 호스텔로 돌아가기로 했다.

마음같아서는 이런 곳에서 점심을 먹고 싶지만 물가가 비싼 유럽에서 음식이란 에너지를 얻기 위한 수단일 뿐이다.

이 건물은 투우장이다.
스페인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 중에 하나가 투우이기에 나도 당연히 투우경기를 보러가려고 했었다.
그런데 알아보니 내가 생각했던 것과는 다르게 황소에게 많은 상처를 내놓고 나서야 투우사와 황소의 대결이 이뤄진다고 한다.
인간과 황소의 정당한 대결이 아니라 일방적인 학살이라는 사실을 알고 나니 보고 싶은 마음이 싹 사라졌다.

곳곳에 있는 노천카페의 모습이 아름다워 사진을 찍는데 누가 말을 걸어 온다.
같은 호스텔에 묵고 있는 여자라면서 숙소에서 나를 봤다며 말을 걸어왔다.
처음에는 사기꾼인줄 알았는데 대화를 해보니 진짜 같은 호스텔에 묵고 있는 여자애여서 저녁에 호스텔에서 보기로 하고 헤어졌다.

이런 거대한 건축물들을 볼 때마다 지금은 경제위기에 처해 어려운 스페인이지만 과거에는 찬란했던 에스파냐 왕국이 떠오른다.

어쩌다 들어선 골목길이 정말 아름다워 지도를 접고 발길이 닿는대로 걸어가보기로 했다.

아마 남미였으면 무슨 일이 있어도 혼자 골목길을 들어가지 않았겠지만 여행하기 안전하다는 유럽이고 어차피 해가 떠있으니 별일이 없을 것 같아 겁 없이 골목길로 들어간다.

싱그러운 햇살을 받으며 아무도 없는 골목길을 거닐으니 유러피안이 된 기분이다.

뉴욕에서는 뉴요커를 해봤으니 파리에 가서 파리지앵을 해보는 일만 남았다.

노란색 페인트가 칠해진 벽에 내리쬐는 햇살이 정말 아름답다.

솔직히 바르셀로나에서는 가우디의 건물들이 아름다웠지 도시 자체는 별로 재미없었는데 발렌시아는 발 길 닿는 모든 곳이 아름답다.

싱그러운 초여름의 날씨가 스페인과 참 잘 어울린다.

그런데 계속해서 걷다보니 조금씩 음침한 골목이 나오길래 발길을 돌렸다.

아무리 유럽의 치안이 좋다고 해도 일부러 음침한 곳을 찾아갈 이유는 전혀 없다.

특이하게 생긴 건물이 보여 다가가보니 세라노 탑이라고 한다.

세라노 탑은 중세시대에 건축된 발렌시아의 12개의 성문 중 하나인데 성문보다는 성이 더 잘 어울리는 모습이다.

열심히 돌아다녔으니 집으로 돌아가 쉬어야한다.

아무리 물가가 비싼 나라에 가더라도 내 여행에서 여유를 빼놓을 수는 없을 것 같다.

평소처럼 블로그의 댓글을 확인하러 들어갔는데 방문자 수가 폭발했다.

무슨 일인지 확인해보니 포털사이트 다음의 메인페이지에 내 여행기가 소개됐다.

여행기가 포털사이트에 올라가다니 가문의 영광이다.

사랑해요. 다음. 

즐거운 마음으로 낮잠을 자고 일어나니 같은 방을 쓰는 친구들이 다 들어왔다.

서로 이야기를 하다 술을 마시기로 하고 옥상에 올라가 술을 마시다보니 어느새 일행이 20여 명으로 불어났다.

한국에서 왔다고 하니 미국에서 온 애들은 프로게이머 임요환 씨를 아냐며 여러 프로게이머들의 닉네임을 말하는데 괜히 내가 뿌듯했다.

자기들은 10월에 부산에서 열리는 롤드컵을 보러 한국에 갈 예정인데 엄청나게 기대를 하고 있다며 즐거워했다.

외국에서는 이렇게 인기도 많고 당당한 하나의 산업으로 인정받는 한국의 게임산업이 정작 우리나라 안에서는 규제의 대상으로만 논의되는 것이 부끄러울 정도였다.

 

여성가족부와 현 정부가 게임을 4대 중독 중 하나로 규정하면서 청소년의 게임 시간을 강제적으로 제한하는 말도 안 되는 제도인 '셧 다운'제도를 시행한다는 말을 듣고 어이가 없었는데 다행히도 이 규정이 얼마 전에 완화된다는 소식을 들었다.

2015년 하반기부터 고등학생은 부모의 동의가 없어도 심야시간에 게임을 즐길 수 있다고 한다.

 

법 제정과 같은 일은 여러가지 측면을 꼼꼼히 따져보고 시행을 해야할텐데 게임은 무조건 안 좋은 것이라는 편견을 가진 상태로 게임산업에 다가갔으니 이런 말도 안 되는 상황이 벌어졌다고 생각한다.

높으신 분들에게 일반 시민들의 입장에서 생각해달라는 것은 바라지도 않지만 자신들이 가진 힘과 의무에 대해 조금 더 깊게 생각을 해주기를 바랄 뿐이다.

성수기가 시작되고 있어서 그런지 거리는 여행객들로 가득하다. 

오늘은 딱히 할 일도 없으니 발렌시아의 중앙시장을 구경가기로 했다.

발렌시아의 시장도 바르셀로나의 시장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하몽을 좋아하는 스페인이라 그런지 정육점이 엄청나게 많았다.

이곳 저곳 기웃거리는데 체리가 250g에 1유로(한화 1,400원)이라고 한다.

한 봉지를 샀는데 맛이 꽤 달달해 줄어드는 체리가 아쉬울 정도였다.

빠에야의 고장에 왔으니 전통 빠에야를 먹어봐야 한다는 생각으로 유명한 식당으로 갔다.

스페인에 온지 5일 만에 처음으로 레스토랑에서 밥을 먹는 거라서 설렜는데 저번에 마트에서 사먹었던 빠에야 맛과 딱히 다른 점을 모르겠다.

살짝 돈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려고 하는데 메인 요리인 오징어 요리가 나왔다.

생긴 것은 볼품 없어 보이는데 탱탱한 오징어의 식감을 제대로 살려서 엄청 맛있었다.

아무리 돈을 아끼며 여행을 하더라도 가끔씩은 이런 상을 줘야한다.

맛있는 밥도 먹었으니 분수대에 앉아 잠시 쉬었다 숙소로 돌아간다.

오늘 아무 일도 정하지 않은 것은 축구를 보기 위해서다.

오늘은 FC바르셀로나와 AT마드리드의 2013/2014 프리메라리가 최종전이 열리는 날이다.

난 축구에 별로 관심이 없지만 스페인에 왔으니 펍에서 프리메라리가를 보기로 했다.

난 메시가 좋아서 FC바르셀로나를 응원했는데 결국 1:1 무승부로 끝이 났고 승점이 높은 AT마드리드가 프리메라리가의 우승컵을 손에 쥐었다. 

내가 기아팬이라 지는 것에 익숙하다 하지만 응원하는 팀이 진다는 것이 즐겁지는 않아 아쉬운 마음을 안고 숙소로 돌아온다.

이번 시즌에는 그냥 기아가 9위를 하고 한화가 8위를 하면 좋겠다.

점심에 비싼 밥을 먹었으니 저녁은 저렴한 스파게티를 먹어야한다.

그런데 전기스토브라 요리하는데 시간도 오래 걸리고 기계가 너무 뜨겁다며 자꾸 에러가 난다.

10분 정도 기다려 작동을 시키고 물을 올렸는데 10분이 지나도 물이 끓지 않는다.

베이컨도 익을 생각이 없고 데워지기만 한다.
계속해서 마음 속에 참을 인자를 그리며 기다리고 있는데 갑자기 열이 너무 높다며 안전모드로 들어가더니 또 작동이 중지된다.

아니 물도 안 끓었는데 뭐가 뜨거운건지 의아해하며 또 15분 정도 기다리니 다시 작동이 된다.

물을 다시 올리고 양파와 베이컨을 볶는데 10분이 지나도 익을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물론 물도 90도 정도에서 멈춰있는 느낌이길래 기다리다 치쳐서 그냥 면을 넣었는데 면을 넣은지 5초만에 또다시 작동이 중지된다.
내가 진짜 서럽고 더러워서 그냥 굶기로 하고 면은 그대로 쓰레기통에 버리고 덜 익은 양파와 베이컨만 건져먹으니 밤 12시가 넘었다.

 

방으로 올라와 누가 전기스토브를 발명한건지 화가 나서 찾아보니 1896년 윌리엄 헤더웨이라는 사람이 전기스토브 최초의 특허를 받았다는데 이런 제품을 발명해놓고 획기적이라면서 좋아했을 거라 생각하니 화가 난다.

세상에서 제일 나쁜 사람이 음식가지고 사람 약 올리는 사람이라 배웠는데 사람도 아닌 기계에게 농락당하니 우울해진다.

 

아무리 전기스토브가 편리하다 하지만 화력이 빵빵한 가스레인지가 최고인 것 같다.

도시가스가 그리워지는 밤이다.

 

 

제 여행기가 재미있으셨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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