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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rld Travel/쿠바-Cuba

세계일주 배낭 여행기 - 088. 쿠바에서 만난 캐리비안 베이. (쿠바 - 트리니다드, 바라데로)


오늘도 화창한 하늘이 우리를 반겨준다.

귀여운 새끼 고양이가 보여 가까기 다가갔는데 갑자기 사람들이 다가오자 겁을 먹은 것 같았다.

쿠바에서 가장 흔한 음식을 고르라면 고민없이 피자를 고를 수 있을 것 같다.

가장 비싼 피자를 시켰더니 토핑이 듬뿍 들어가있고 맛도 지금까지 먹어본 피자 중에 가장 맛있었다.

밥을 먹었으니 디저트를 먹을 차례다.

아바나에 있는 코펠리아는 사람이 너무 많아 포기했는데 트리니다드의 코펠리아는 한산하다.

두가지 맛을 시키니 쿠키도 준다.

아이스크림은 싸고 맛있었는데 쿠키는 맛도 없고 눅눅했다.

값도 싸기에 한 스쿱을 더 시켰더니 개밥그릇에 담아준다.

여기는 쿠바이니 피식 웃고 맛있게 잘 먹는다.

행복한 포만감을 안고 길을 걷는데 사람들이 맥주를 마시고 있다.

맥주를 보고도 그냥 지나치는 것은 맥주님에 대한 예의가 아니니 한 잔 마신다.

맥주는 술이 아니니 낮술이라 부를 수도 없다.

트리니다드는 스페인어로 기독교의 삼위일체를 뜻하는 단어라고 한다.

스페인은 1514년에 쿠바의 식민지 체제를 구축했는데 올해로 500년 째가 됐다.

우리나라에서 한일 강제합병을 기념하는 날을 가진다면 나부터 용납을 못할텐데 쿠바는 500주년이라고 여러 곳에 표시를 해놨다.

우리나라가 일본의 식민지배를 대하는 것과 남미 국가들이 스페인을 대하는 태도는 달라도 너무 다르다.

시간이 오래 지나서 그런지, 첫 단추를 잘못 끼워서 그런지, 문화적 차이인지 잘 모르겠다.

날이 덥다보니 창틀에 기대 앉아있는 쿠바 사람들이 많이 보인다.

나도 한번 따라해봤는데 꽤 시원하고 편하다.

저녁을 먹으러 가는데 노을이 아름다웠다.

길과 노을을 같이 살려보고 싶었는데 역시나 내 실력으로는 무리였다.

실력이 없으면 후보정이라도 잘 해야할텐데 후보정도 못 하니 방법이 없다.

트리니다드에서 가장 유명한 것은 5쿡(5,000원)짜리 랍스터 요리다.

트리니다드에 있다는 이야기만 들었지 정확한 주소를 아는 사람이 없어서 물어물어 겨우 찾아갔다.

인터넷이 안 되니 쿠바에 들어오는 순간 모든 정보는 사람을 통해 얻을 수 밖에 없다.


이번에 랍스터를 먹은 가장 큰 이유는 내 몸의 면역력을 다시 한 번 시험해보기 위해서다.

저번 이야기에서 나왔듯이 26년간 없던 갑각류 알레르기가 생긴 것인지 확인하기 위해서는 병원을 가던가 다시 먹어보는 수 밖에 없었다.

참 무식한 방법인 것은 나도 알지만 병원에 가는 대신 갑각류를 다시 먹어보기로 했고 결과는 멀쩡했다.

그럼 저번에 일어난 반응은 도대체 무엇 때문이었을지 궁금해진다.


랍스터의 맛은 그냥 랍스터의 맛이었다.

저번에 아바나에서 먹은 랍스터가 더 부드럽고 맛있었다.

다른 사람들은 동굴 클럽을 간다길래 난 집에서 쉰다고 했다.

쿠바에 들어오며 세운 목표가 여행기를 10개 이상 쓰고 나가기였는데 빈둥대다 보니 쓴 것이 거의 없어 하나라도 써야한다.

지영씨가 새로 합류했기에 여자들은 트리플 룸을 써야해 숙소를 옮겼는데 이 숙소는 아침도 준다.

그런데 아침에 버터가 나온다.

쿠바에 들어온 뒤로 처음 버터를 봤는데 버터의 맛이 이렇게 맛있는 줄 몰랐었다.

역시 있을 때는 소중함을 모른다.

숙소가 깔끔하고 아침도 맛있고 다 좋은데 화장실에 변기 커버가 없다.

남자라서 큰 일을 치룰 때만 앉아 다행이었다.

이제 다시 떠날 때가 됐다.

날도 덥고 남쪽으로 가도 딱히 더 볼 것이 없을 것 같아 북쪽의 바라데로로 가기로 했다.

얼굴이 많이 못 나게 나왔지만 사진의 주체는 올드카니 자동차에 주목해주세요.

차를 타고 달리다 휴게소에 들렀는데 술을 팔고 있었다.

술은 좋은 것이지만 음주운전은 안 된다.

차가 외관은 멀쩡했는데 달리다보니 기름이 새기 시작한다.

우선 내가 가지고 있던 반창고로 감고 달리다가 목적지에서 20km 정도 남은 곳에서 다른 차로 갈아탔다.

갈아타고 보니 이게 바로 진정한 의미의 올드카다.

기사아저씨가 문에 힘을 주면 문이 열릴수도 있으니 조심하라고 주의를 주신다.

택시를 타고 호텔에 도착하니 체크인을 하기도 전에 칵테일 한 잔을 준다.

이런 서비스 정말 좋다.

체크 인을 하니 손에 팔찌를 채워준다.

이 팔찌는 만능의 팔찌로 호텔 안의 모든 시설을 이용할 수 있다.

밥과 술이 호텔 요금에 다 포함되어 있는 올 인클루시브 호텔이라 팔찌만 차고 있으면 모든 것이 공짜다.

여행을 하면서 호텔방에 내 돈을 내고 들어갈 줄은 상상도 안 했었다.

하지만 바라데로에서는 캐리비안 베이에 위치한 올 인클루시브 호텔이 단돈 50쿡(한화 50,000원)이라길래 지친 내 몸을 위해 찾아갔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우선 점심을 먹어야한다.

메인 요리가 훈제 돼지고기였는데 정말 맛있었다.

본전을 제대로 뽑아서 나가주마.

밥을 먹었으니 이제 캐리비안 베이를 보러 갈 시간이다.

호텔 뒷편에 프라이빗 비치가 있어 수영복을 입고 뒷 문으로 나오기만 하면 카리브 해가 보인다.

바라데로는 쿠바에서 가장 아름다운 바닷가라 수십개의 호텔들이 있는 완벽한 휴양도시다.

특히 캐나다에서 휴양을 많이 와 직항편도 있다고 한다.

휴양지를 혼자 오다니 외롭지만 나에겐 오랜 벗인 술이 있다.

해변에도 바가 있어 언제든지 칵테일을 마실 수 있으니 외롭지 않다.

본인 확인 같은 것도 필요없이 그냥 주문만 하면 되니 여기가 지상낙원이다.

술을 마시다 바다에 한 번 들어가봤는데 파도가 너무 세 수영을 할 수 없었다.

파도가 세면 수영장으로 가면 된다.

오랜만에 제대로 수영을 하니 재미는 있는데 예전 체력하고 다르다.

늙어서 그런 것인지 살이 쪄서 그런지 모르겠다.

한국에 돌아가면 수영도 다시 배워봐야겠다.

수영을 하다 목이 마르면 바에 가면 된다.

수영장 옆에도 바가 있다.

내 눈길이 닿는 모든 곳에는 술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

물놀이를 했으니 다시 밥을 먹으러 간다.

뷔페에 가니 저녁 메인 요리는 생선 구이였는데 이 것도 맛있다.

하지만 이 요리는 우리의 에피타이저에 불과하다.

저녁 식사는 뷔페에서 먹을 수도 있지만 미리 예약한 레스토랑에서 먹을 수도 있다.

중식당이라 조명이 붉었지만 정말 맛있었다.

후식까지 제대로 나오는 레스토랑의 저녁식사까지 다 포함되어 있다니 50쿡이 정말 싸게 느껴진다.

물론 밥도 좋지만 술이 더 좋다.

밤이 되면 야외무대에서 성인들을 위한 퀴즈쇼가 열린다.

사회자가 능글능글하게 쇼를 재미있게 풀어 나간다.

아침도 뷔페다.

우유는 전지분유를 쓰는지 맛이 없었지만 다른 것들은 괜찮았다.

어제부터 먹고 마시고 놀기만 하는 것 같은데 진짜로 먹고 마시고 놀기만 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한 잔 더 마셔준다.

이게 진짜 캐리비안의 하늘이다.

어떻게 이런 색깔이 나올 수 있는 것일까.

오늘은 어제보다 더 아름다운 것 같다.

이번에도 딱히 할 말이 없다.

그냥 이 아름다움을 즐기라는 말밖에 할 말이 없다.

한국에 있는 캐리비안 베이에는 못 가봤는데 진짜 캐리비안 베이는 가봤다.

멕시코에 있는 칸쿤도 갔다온 지영씨에게 듣기로는 바라데로보다 칸쿤이 더 좋다는데 꼭 가봐야겠다.

물론 그 때는 혼자가 아니기를 바란다.

낚시를 하고 있는 아저씨들에게 낚싯대를 빌려 설정샷을 찍어본다.

노인과 바다처럼 청새치 한 마리를 낚았으면 대박이었을텐데 아쉽다.

아쉬우니 또 술을 마셔야한다.

혹시 모르시는 분이 계실까봐 다시 말하자면 전 알콜홀릭이 아니라 알콜러버입니다.

솔직히 이런 풍경이 눈 앞에 펼쳐져있는데 술을 안 마실 수는 없잖아요.

빈 속에 술마시면 안 되니 밥도 꼬박꼬박 챙겨 먹어야 한다.

오늘 점심은 메인 메뉴가 닭고기였는데 이것도 맛있다.

다 맛있다.

쿠바 배낭여행에서 50쿡이라는 돈은 나름 큰 액수인데 돈을 절약하기 위해 바라데로를 지나쳤다면 정말 아쉬웠을 것 같다.

이런 지상낙원을 지나치고 사진으로 접한다면 얼마나 아쉬웠을까.

참 잘했으니까 상으로 다이끼리 한 잔 더 마셔줘야겠다.

술이 술술 넘어가서 술이구나.

마지막 진 토닉을 마신다.

이로써 호텔에 있는 하루 동안 20잔의 칵테일을 마셨다.

내가 생각해도 기특하다.

볼록 튀어나온 배는 애교로 봐주세요.

이번 여행이 끝나기 전에 4성호텔을 다시 가볼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후회없이 제대로 즐겼다.

하루만 더 있고 싶지만 언젠가 갈 칸쿤을 기대하며 호텔을 나선다.

호텔의 서비스는 호텔을 떠날 때까지 계속된다.

시내로 나가는 셔틀버스가 무료로 운행 중이니 그냥 타고 가면 된다고 한다.

우선 버스를 알아보기 위해 버스터미널로 가봤는데 버스는 매진이라고 한다.

택시를 알아보는데 한 아저씨가 다가와 자기는 아바나에서 와 여기선 택시를 운영할 수 없다고 주(州) 경계지역까지 택시를 타고 오면 태울 수 있다고 한다.

다른 택시를 잡고 경계지역으로 가 옮겨타고 조금 달리자 밑에 숨겨놓은 택시 표시를 꺼내는데 그 모습이 웃겨 다 같이 웃음이 터졌다.

카리브 해야 잘 있으렴.

나중에 꼭 칸쿤으로 다시 찾아갈게.


이 다리는 쿠바에서 가장 높은 다리라고 한다.

튼튼하긴 하겠지만 쿠바의 기술력으로 지었다고 생각하니 조금 무섭다.

술에 취하지 않은 삶은 허구다라는 뜻이라는데 진짜 명언이다.

그런 의미에서 술을 마시고 싶지만 오늘은 많이 마셨으니 참아야겠다.

쿠바에도 유전이 있다고 한다.

하지만 미국의 제재가 심해 중국의 도움을 받고 있다고 한다.

개발도상국들을 여행하다보면 중국의 손길이 안 뻗친 곳이 없는데 우리는 중국에 대해 너무 안일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드디어 더럽고 냄새나지만 정겨운 아바나로 돌아왔다.

딱히 배가 고프지않아 인도의 달밧 맛이 나는 콩스프와 밥을 시켰는데 밥에서 이물질이 나와 밥 숟가락을 내려놨다.

아무리 내가 더러운 곳에서 거리낌 없이 음식을 잘 먹는다지만 먹고 있는 밥 속에서 이물질이 나와도 먹을 만큼 너그럽지는 못하다.

아무리 더러운 아바나라지만 여행자 거리인 오비스포는 깨끗하다.

아바나에 돌아왔으니 기념으로 초콜렛을 한 잔 마신다.

안 마셔본 사람은 그깟 초콜렛이 뭐냐고 물어보겠지만 정말 달콤하고 부드럽다.

아바나에서 가장 좋았던 것을 꼽으라면 초콜렛을 고를 수도 있을 것 같다.


제 여행기가 재미있으셨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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