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엔푸에고스의 까사는 아침은 주지 않는다고 해 가게를 찾아갔다.
몇 모네다만 내면 간단한 햄버거를 먹을 수 있으니 아침을 안 줘도 괜찮다.
하나만 먹으면 정 없으니 다른 종류로 하나 더 먹는다.
오늘은 하늘이 참 맑다.
한국의 가을 하늘보다 더 맑은 것 같다.
오늘은 시엔푸에고스에서 20분 정도 거리에 있는 해변가인 플라야 란초 루나(Playa Rancho Luna)로 놀러를 갔다.
플라야는 해변이라는 뜻이고 루나는 달이라는 뜻인데 란초를 잘 몰라 검색해보니 캠프라는 뜻이다.
플라야 란초 루나를 의역해보자면 달빛이 비추는 해변가의 캠프 정도 될 것 같다.
지도를 보면 시엔푸에고스는 바다가 육지로 들어온 만에 위치해있고 플라야 란초 루나는 카리브해 쪽에 위치해 있다.
그래서 그런지 시엔푸에고스에서 바라 본 바다보다 더 예쁘다.
드디어 말로만 듣던 캐리비안 베이에 발을 담궜다.
캐리비안 베이에 왔으니 수영을 해야할텐데 스노쿨링이 꽤 저렴하다.
1시간에 8쿡(한화 8,000원)정도 하길래 신청을 하고 바다로 나가 스노쿨링을 했다.
스노쿨링은 처음 해봤는데 처음에는 꽤 재미있었지만 1시간 내내 가이드를 쫓아다니려니 조금 지루했다.
높은 곳은 무섭지만 물은 안 무서우니 다음에는 좀 더 행동이 자유로운 곳에서 해봐야겠다.
배고파서 밥을 기다리고 있는데 도촬을 당했다.
원빈은 아니지만 울 어무이가 아들 얼굴 까먹을까봐 사진을 올린다.
바람 부는 야자수와 하늘이 정말 아름답다.
갖은 수식어를 붙일 어휘력도 안 되지만 이런 풍경을 보고 굳이 긴 말을 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그냥 눈으로 즐기세요.
열심히 물놀이를 했으니 밥을 먹는다.
생선요리를 시켰는데 역시나 맛있다.
20분 거리에 있는 해변가에 가 땅콩을 사올 사람을 정하기위해 가위바위보를 했는데 역시나 졌다.
땅콩을 사기 위해 1시간 동안 걸어갔다 오며 도박은 안 좋다는 것을 몸으로 배웠다.
가위바위보를 진 것도 서러운데 결국 땅콩을 너무 비싸게 팔아 사지 못 하고 그냥 돌아와 더 억울했다.
억울할 때는 맥주를 마셔줘야한다.
선베드에 누워 하늘을 보는데 구름이 껴도 멋있다.
이런 하늘을 본 것만으로도 쿠바에 오길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시엔푸에고스로 돌아가는 버스가 언제 오냐고 물어보니 5분에 온다고 한다.
쿠바니까 10분은 늦을 거란 생각으로 기다리는데 정확한 시간에 버스가 와 엄청 당황했다.
하지만 어이없게도 버스는 손을 흔드는 우리를 무시하며 그냥 갈 길을 가버린다.
호텔 직원들에게 물어보니 자신들의 출퇴근 버스가 있는데 자리가 남으면 탈 수 있다고 해 겨우 시엔푸에고스로 돌아왔다.
비가 내려 숙소에서 쉬고 있는데 예전부터 하고 싶던 것이 떠올랐다.
한번쯤은 시원하게 내리는 비를 맞으며 머리를 감고 싶었었는데 오늘이 적기인 것 같아서 머리를 감았다.
원래는 원본 사진을 올리려했으나 여러분의 안구 건강을 위해 딱지를 붙였습니다.
같이 여행하시는 진화형님이 라면과 햇반을 푸셨다.
다른 장기여행자들은 이런 비상식량을 하나씩 들고다니는데 나만 빈 손으로 다니는 것 같다.
그래도 난 아직 돌도 씹어 먹을 수 있는 때이니 괜찮다.
시엔푸에고스의 모히토에 도전해보지만 결과는 역시나 별로였다.
진정한 모히토를 마실 그 날까지 계속해서 도전해야겠다.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배가 고파 핫도그를 하나 사먹는다.
핫도그를 보면 호주에서 소시지만 먹던 암흑기가 떠올라 잘 안 먹고 싶은데 배가 고프면 다 먹게된다.
오늘 하늘도 파랗다.
쿠바도 우기가 있는데 아직 우기가 시작하지 않아 참 다행이다.
쿠바에는 이런 올드카가 넘쳐난다.
자동차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올드카를 보기 위해 쿠바에 오기도 한다는데 난 자동차보다 지하철이 더 좋다.
자동차가 없는 뚜벅이족이라 이러는 것 맞다.
하늘과 건물이 잘 어울려 사진을 찍으려고 기다리는데 마침 새하얀 드레스를 입은 사람이 지나간다.
자동차가 없었다면 더 좋았겠지만 신호가 바뀔 것 같아 얼른 찍었다.
연출하지 않고 자기 마음에 드는 사진을 찍으려면 관찰력과 실력은 물론이고 운도 좋아야 한다는 것을 깨닫는다.
물론 구름도 움직이고 매번 다른 모습을 보여주지만 항상 아름다우니 하늘이나 열심히 찍어야겠다.
시엔푸에고스에 오니 날이 더워졌지만 하늘이 더 화창해져 견딜만 하다.
그래도 더운 것은 더운 것이니 피냐 콜라다를 한 잔 마셔줘야 한다.
꼬치구이도 같이 팔고 있길래 하나씩 먹었는데 정말 맛있다.
이 더운 날씨에 꼬치구이를 구워야하는 아저씨께 죄송했지만 숯불로 직접 구워 정말 맛있었다.
꼬치구이를 먹으며 하늘을 바라보는데 이 풍경도 예쁘다.
쿠바의 하늘이 사랑스러워 미칠 것 같다.
아침에 일어나 모자를 빨았었는데 덜 마른 채로 쓰고 나왔었다.
햇빛이 강해 꼬치구이 가게 옆에 걸어 놓았더니 금세 마른다.
쿠바 혁명을 이끌어 낸 체 게바라는 대단하지만 해도해도 너무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쿠바에는 체 게바라밖에 없다.
모든 관광상품이 체 게바라와 연관되어 있고 체제선전도 체 게바라를 이용한다.
만약 체 게바라와 헤밍웨이가 없었다면 뭘로 먹고 살았을지 궁금해질 정도로 체 게바라 천국이다.
날이 더우니 카페에 가서 커피 한 잔을 마신다.
다이끼리 커피를 시켰더니 조금 지저분하게 나오지만 쿠바니까 감사히 마신다.
쿠바에서 서비스를 바라는 사람은 인도에서 위생을 찾는 사람과 같다.
맛은 럼 맛이 나긴 하지만 너무 달아 이도저도 아닌 맛이었다.
사진과 같은 그림을 그릴 수 있다는 것은 정말 즐거울 것 같다.
더군다나 그 그림이 캔버스가 아닌 벽이라면 더 재미있을 것 같다.
이번에는 말을 타보기로 했다.
말은 사람을 태우기 위해 태어난 것이 아니라 초원을 뛰어놀라고 태어난 것일텐데 미안하다.
미안한 것을 알면서 타는 나는 정말 이기적이다.
에너지 음료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쿠바 에너지 음료의 맛이 궁금해 하나 사봤다.
맛은 다른 에너지 음료들과 비슷한데 티라노의 기운이 솟아나진 않는다.
마을 외곽에 있는 말레꼰을 보러갔는데 이 곳 풍경도 좋다.
덥다고 시엔푸에고스에 오지 않았다면 엄청 후회했었을 것 같다.
좋은 풍경에는 맥주가 빠질 수 없다.
지나친 음주는 몸에 해롭지만 적당한 알코올은 여행을 윤택하게 해준다.
숙소로 돌아갈 때는 걸어가기로 한 우리가 기특했는지 햇님이 선물로 빛내림을 주신다.
까사에서 먹는 저녁밥이 그렇게 맛있다길래 아침에 적당한 가격으로 주문했는데 진수성찬이 나왔다.
인도에서 먹었던 달밧 맛이 나는 콩 스프와 샐러드, 메인 요리로는 게살 요리가 나왔다.
거기다 전에 우리가 저녁을 해 먹을 때 음식을 조금 드렸더니 고맙다며 옥수수로 만든 쿠바 요리까지 해주셨다.
정말 맛있어서 다 먹고보니 배가 터질 것 같았다.
밥을 다 먹고 술을 마시는데 자꾸 몸이 간지러웠다.
모기가 물린 줄 알고 그냥 긁으며 놀다가 씻으러 방에 들어와 옷을 벗으니 온 몸에 두드러기가 올라와있었다.
알레르기 반응 같은데 지금까지 온갖 재료들을 다 먹으며 살아왔지만 알레르기 반응이 일어난 적이 없어 당황스러웠다.
몸에 알레르기가 일어나 당황했으면서도 블로그에 글을 올려야한다는 집념으로 사진을 찍었다.
이 정도면 퓰리처 상을 받아도 될 것 같지만 겸손하게 댓글만 받겠습니다.
그리고 뱃살은 많이 먹어서 나온 것이니 이해해주세요.
찬물로 샤워를 하니 조금 가라앉길래 항생제만 먹고 잤는데 아침에 확인해보니 아직도 빨갛다.
결국 항 히스타민제를 하나 얻어 먹으니 금세 가라앉는다.
서울에서 태어났지만 부모님이 바닷가에서 태어나셔서 26년간 해산물을 즐겨먹으면서 일어나지 않았던 갑각류 알레르기가 갑자기 생겼다고 생각하니 억울하고 이상하다.
저녁에 먹은 밥상을 재구성해보지만 딱히 의심이 가는 음식이 없다.
내가 의사가 아닌 이상 정확한 진단을 내리기 어려우니 우선 아침을 먹기로 했다.
시엔푸에고스에 오래 있었으니 옆 도시인 트리니다드로 이동하기로 했다.
이번에 탄 올드카는 통통하게 생겨서 주인 아저씨와 잘 어울렸다.
승차감은 그리 좋지 않지만 영화에서만 보던 올드카를 타니 재미있다.
시엔푸에고스는 깔끔한 느낌이 들었다면 트리니다드는 알록달록 귀여운 느낌이 들었다.
콜롬비아의 구아타페는 작은 마을이라 동화 속 마을처럼 꾸며놓은 것 같은 기분이 들었었지만 트리니다드는 규모도 꽤 커서 내가 진짜 동화 속에 들어온 것 같았다.
스페인의 식민지배를 받은 나라들을 여행하다 보면 이렇게 돌로 포장되어 있는 길이 자주 보인다.
모든 길들이 그런 것은 아니지만 이런 길들은 스페인이 식민지를 착취하던 시절에 말들이 잘 다닐 수 있게 노예들을 이용해 돌을 깐 것이라고 한다.
아픈 역사가 있을 수도 있는 길을 아름답다고 사진 찍고 다니니 기분이 싱숭생숭하다.
그런데 동화 속 마을에 들어온 것 같다고 해놓고 바로 이런 이야기를 꺼내는 난 감수성이 참 부족한 것 같다.
그래서 내가 인기없는 공대생 남자인가 보다.
아저씨들이 한창 체스에 열중하고 계셨다.
나도 체스를 잘 둔다면 한번 들어가보겠지만 하수 중에 하수이니 그냥 구경만 한다.
점심 시간이 지나 모네다 식당을 찾아 들어갔는데 엄청 푸짐하게 주신다.
포장만 해주는 식당이라 자리가 없었는데 안으로 불러 마당에서 먹을 수 있게 편의도 봐주신다.
밥맛은 두 번 말하면 입이 아플 정도로 맛있었다.
거기다 디저트도 포함되어 있다며 케이크를 가져다 주신다.
생긴 것은 돼지고기처럼 생겼는데 달콤한 케이크였다.
디저트로 아이스크림을 먹고 싶어 아까 봐둔 아이스크림 가게로 갔다.
스페인어로 아이스크림은 엘라도이니 간판만 잘 보면 된다.
현지어를 잘 구사할 줄은 모르지만 먹고 살기 위한 언어는 빠르게 습득한다.
쿠바에서 까사를 도미토리로 이용하는 것은 불법이라 보통 싱글룸이나 트윈룸을 빌려주며 수건도 준다.
뽀송뽀송한 수건을 주는 숙소가 제일 좋다.
아바나를 떠난 날부터 단 하루도 하늘이 아름답지 않은 날이 없다.
구름님, 정말 고맙습니다.
거리를 걷는데 집을 파는 광고가 보인다.
쿠바는 사회주의라 집을 개인소유로 인정하지 않는다고 들었는데 그게 아닌가 보다.
헤밍웨이가 다이끼리를 즐겨 마셨다던 라 플로리디따가 트리니다드에도 있었다.
신기해서 가보니 2호점이라고 하는데 헤밍웨이가 술을 안 좋아했었다면 쿠바는 뭘로 먹고살았을지 궁금해진다.
저녁도 저렴한 모네다 식당에서 밥을 먹었는데 여기도 맛있다.
쿠바에서 음식때문에 힘들었다던 사람들이 이해되지 않는다.
아마 그 사람들은 나를 이해하지 못 하겠지.
내가 쿠바를 여행하던 기간에는 세마나 산타라고 예수의 부활을 축하하는 축제기간이었다.
난 종교가 없기에 전혀 생각하지 않고 여행을 왔는데 유럽을 비롯한 가톨릭 국가에서는 엄청난 성수기라고 한다.
쿠바도 스페인의 영향으로 가톨릭이 국교이기에 부활절을 축하하고 있었다.
이름은 기억나지 않지만 꿀이 들어간 칵테일을 마셨는데 도수도 조금 있고 꿀이 달달해 맛있었다.
상표권 문제가 있겠지만 이 간판을 만든 사람의 센스는 정말 대단한 것 같다.
생각해보니 여기는 쿠바이니 상표권 문제도 없을 것 같다.
일행이 한 명 더 늘었다.
같이 여행을 하던 윤주씨와 영윤씨가 쿠바로 들어오기 전에 트리니다드에서 오늘 지영씨와 만나기로 했었는데 쿠바에서는 연락할 방법이 없어 숙소만 정하고 무작정 트리니다드로 왔는데 길에서 만났다.
정해진 숙소에는 방이 없어 못 만났지만 우연히 길에서 마주쳤는데 이산가족을 상봉한 것 같은 분위기라 지나가던 외국 형아도 사진을 찍을 정도였다.
1년 만에 만났다는데 정말 즐거워보였다.
트리니다드에도 까사 델 라 뮤지까가 있다.
아바나와 다르게 야외무대라 입장료가 없어 구경을 하는데 살사를 출 줄 모르니 답답하다.
하고 싶은 것이 또 늘어났다.
위험을 피하기 위해 남미를 여행하면서 밤에는 될 수 있으면 밖을 안 돌아다녔다.
하지만 쿠바는 사회주의 국가라 공권력이 강해 밤에 돌아다녀도 안전하다고 해 마음놓고 돌아닐 수 있었다.
아무리 안전하다고 해도 어느정도는 조심해야하기에 새벽까지 술을 마시고 돌아다닐 수 있는 한국이 최고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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