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망 좋은 호텔이 아니기에 아침에 창문을 열면 이런 풍경이 보인다.
하지만 푸른 하늘은 숙소를 가리지 않고 누구에게나 빛을 비춰준다.
거리를 걸어가는데 사람들이 볶음밥을 먹고 있어 나도 먹어보기로 했다.
쿠바는 공산품 구하기가 어려워 일회용 식기를 따로 제공해주지 않아 뚜껑을 뜯어 숟가락을 만들어 먹어야한다.
물론 돈을 내면 일회용 숟가락을 주지만 다들 종이로 만들어 먹으니 나도 만들어 먹는다.
볶음밥 안에는 분명히 여러가지 재료가 들어갔는데 재료들의 맛이 안 난다.
맛이 존재하지 않는 맛이 나는 신기한 볶음밥이다.
볶음밥만으로는 배가 안 부르니 옆집에서 샌드위치를 먹는다.
햄이 풍부하게 들어있어 맛있었다.
혹시나 제 여행기를 처음 보시는 분이 계신다면 제 입맛은 정말 싸구려라는 것을 알아주시길 바랍니다.
제가 여행을 하면서 맛 없는 음식을 만나는 경우는 1달에 1번이 될까 말까 한 수준일 정도로 다 맛있게 잘 먹습니다.
그러니 제 여행기를 통해 음식의 맛을 평가하지 말아주세요.
하지만 제가 맛 없다고 한 음식은 정말 맛 없는 것이니 그 음식은 정말 주의하시길 바랍니다.
마무리 입가심으로 사이다 맛이 나는 탄산수를 한잔 마셔주면 한 끼가 해결된다.
이렇게 다 먹는데 25모네다(한화 1,000원)정도밖에 들지 않는다.
미각을 포기하면 참 편하다.
쿠바의 수도 아바나에서 볼 수 있는 자동차는 크게 두 종류로 나뉜다.
왼쪽의 도로를 달리고 있는 올드카들과 오른족의 삼륜자동차인 꼬꼬택시로 나뉘는데 올드카는 현지인과 외국인 모두 이용하지만 꼬꼬택시는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영업을 하고 있다.
그렇기에 꼬꼬택시를 타기 위해서는 비싼 값을 내야하는데 많은 나라에서 오토바이택시를 타봤기에 비싼 돈을 내면서까지 타보고 싶다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다.
하지만 버스처럼 운영되는 올드카는 10모네다에도 탈 수 있고 흥정을 해서 택시처럼 빌려 탈 수도 있다.
게다가 올드카는 차체가 크기에 5명도 탈 수 있어 우리는 당연히 올드카를 타기로 했다.
택시를 타고 도착한 아멜거리는 벽화 골목으로 유명한 곳이다.
안으로 들어가니 공연을 하고 있었다.
흑인 노예들의 한을 담은 것 같은 춤을 추고 있었는데 춤과 음악 모두 이해하기가 어려웠다.
보통 아바나의 거리는 이렇게 파스텔 톤의 페인트들이 칠해져있다.
하지만 아멜거리는 이런 벽화들로 이우러져있다.
이 벽화들은 쿠바의 벽화가인 살바도르 곤잘레스가 그린 것들인데 모든 작업을 혼자 했다고 한다.
뛰어난 재능을 가진 사람과 팀원들과 협력을 잘하는 사람 중에 고르라한다면 어떤 사람이 되어야할지 잘 모르겠다.
천상천하 유아독존으로 살아보고도 싶고 유비같은 사람이 되고도 싶다.
아멜거리 구경을 끝내고 시내로 돌아왔는데 키다리 아저씨가 벽에 기대어 쉬고 있었다.
목발에 의지해 계속 서 있으려면 정말 힘들 것 같다.
오늘도 초콜렛을 마시러 간다.
초콜렛을 부드럽게 만들기 위해선지 기계가 계속 돌아가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저 곳에 숟가락을 넣어 한 스푼 먹고 싶어진다.
한국에서도 천 원에 초콜렛을 마실 수 있으면 좋겠다.
쿠바또한 스페인의 영향을 많이 받았기에 건축양식도 똑같다.
현대의 첨단 도구들도 없었을텐데 어쩜 저렇게 정확하고 세밀하게 건물을 지었는지 신기하기만 하다.
이 광장은 아바나에서 가장 유명한 광장인 비에하 광장이다.
비에하 광장의 삼 면에는 맥주집, 레스토랑, 커피숍이 자리하고 있는데 들리는 이야기로는 세 곳의 주인이 동일인이라고 한다.
왠지 공산당 간부의 아들이 사업을 하고 있을 것 같다.
비에하 광장이 유명할 수 밖에 없는 이유는 이 맥주때문이다.
아바나 시내에 위치해 접근성도 좋고 맥주 맛도 좋으니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는다.
하지만 이 맥주 한 잔을 마시기 위해서는 너무 많은 힘이 든다.
바로 옆 테이블을 치우고 있는 웨이터에게 맥주 한 잔을 주문하면 잠시 기다리라고 하고 5분 뒤에 와서 뭐가 필요하냐고 물어본다.
그럼 다시 맥주를 주문하고 5분을 기다리면 맥주를 가지고 온다.
다 마신 뒤 계산을 하기 위해 웨이터를 다시 부르면 역시나 바로 오지 않는다.
시간이 지나고 웨이터가 와 영수증을 달라고 하면 또 기다려야한다.
계산이 끝났다고 끝난 것이 아니고 잔돈을 받으려면 또 기다려야한다.
원래 팁이라는 것은 손님이 알아서 주는 것일진데 쿠바에서는 그냥 남은 잔돈을 웨이터가 가진다.
계산이 끝난 순간부터는 웨이터가 우리를 피해다니기에 눈을 마주치기가 더 힘들어지고 결국 우리가 쫓아가 돈을 달라해야 주머니에서 잔돈을 준다.
지금까지 여행한 나라 중에 돈에 관한 것은 쿠바가 최고인 것 같다.
아바나의 여행자거리인 오비스포 거리를 걷다보면 엄청 맛있게 생긴 아이스크림이 보인다.
7모네다(한화 280원)이라 하나 사먹어봤는데 빛 좋은 개살구라는 말이 딱 어울리는 맛이었다.
생긴 것은 최고지만 아이스크림 본연의 맛이 너무 밍밍했다.
숙소에 돌아와 잠깐 쉬다 저녁을 먹으러 나가려는데 숙소에 있던 쿠바 친구가 술을 먹자고 꼬신다.
술하면 내가 빠질 수 없으니 잠깐만 기다리라 말하고 간단하게 메롱 햄버거를 하나 사 먹었다.
햄이 꼭 메롱을 하고 있는 것 처럼보여 혼자 메롱 햄버거라 이름을 붙여줬다.
빈 속에 술을 마시면 몸이 상하니 미리 배를 채워줘야 한다.
쿠바에 왔으면 시가를 피워야한다.
쿠바 시가 중 가장 유명한 꼬히바 시가를 하나 샀는데 7쿡(한화 7,000원)이나 한다.
누군가는 쿠바 시가의 맛을 향 좋은 커피에 비유했었는데 난 그런 맛을 전혀 모르겠다.
비흡연자라 그런지 그냥 독한 맛만 났는데 돈이 아까워 계속 피웠다.
술판이 벌어져 음악을 틀고 놀다보니 춤판이 벌어졌다.
난 가무에는 소질이 별로 없다고 하니 걱정말라며 춤을 알려주는데 몸이 뻣뻣해 술 기운을 빌려 춤을 췄다.
고백하자면 난 이 친구가 아줌마인 줄 알았는데 30살밖에 안 됐다고 한다.
술을 먹고 뛰어 놀다보니 배가 고프다고 하니 쿠바에도 배달음식이 있다고 한다.
비싸다면 비싼 6쿡 정도라지만 맛있다길래 그냥 시켜봤는데 고기도 부드럽고 밥도 맛있어 술술 넘어간다.
이 친구가 나에게 술을 먹자고 꼬신 쿠바 친구인데 일본인 부인과 일본에서 살다가 요즘 많이 힘들어 쿠바로 여행왔다고 한다.
아무리 유창하게 의사소통을 한다고 해도 문화적으로 차이가 있어 힘들다고 하길래 그냥 오늘은 다 잊고 미친듯이 마시자고 했다.
럼이 넘쳐나는 쿠바기에 오랜만에 미친듯이 술을 마셨다.
아침 메뉴는 변하지 않는다.
가스렌지에 점화 플러그가 없어 매번 라이터로 불을 붙이기가 귀찮아서 그런지 계속 불을 켜놓는다.
사회주의 체제에서는 기본적인 것들은 다들 똑같이 제공받으니 딱히 아끼려고 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가스렌지 하나로 사회주의의 단점까지 생각한다면 내가 너무 지나친 것일까.
저번에도 말했지만 난 체 게바라와 사회주의에 대한 궁금함보다 쿠바의 하늘에 대한 기대감이 훨씬 컸었는데 쿠바의 하늘은 아주 만족스럽다.
길을 걸으며 하늘을 보는 것이 습관이 되어버렸다.
점심은 한국인 사이에 제육볶음 맛이 난다고 하는 음식을 먹으러 갔는데 난 딱히 모르겠다.
맛있기는 하지만 제육볶음 맛은 별로 안 난다.
오히려 난 전에 먹은 치킨까스가 더 맛있는데 내 미각이 남들과 다른가보다.
날이 더워 쇼핑몰에 들어갔는데 에어컨이 정말 빵빵하다.
살 것도 없으면서 괜히 기웃거리며 에어컨을 즐기다 밖으로 나왔다.
드디어 건축사 책을 다 읽었다.
앞으로 유럽으로 가면 이 책이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데 잘 될지 모르겠다.
책도 다 읽었으니 저녁을 먹기 위해 밖으로 나왔는데 노을이 아름답다.
사진에 보이는 꼭대기도 원래는 올라갈 수 있었는데 역시나 수리 중이라 그림의 떡이다.
오늘 아바나에서의 마지막 저녁이니 랍스터를 먹기로 했다.
크림 소스와 함께 나오는 랍스터가 10쿡(한화 10,000원)인데 정말 맛있었다.
한국에서 이 정도 랍스터를 먹으려면 얼마를 내야할까.
달빛이 참 밝다.
달 표면사진을 찍어보고 싶지만 천체사진에 관심을 가지면 통장에 남아나는 것이 없다니까 이 정도로 만족해야겠다.
달빛이 좋으니 맥주를 마셔야한다.
비가 오면 빗소리가 좋아 마시고, 해가 뜨면 날이 좋아 마시고, 밤이 오면 밤이니 마셔야한다.
매일 맥주를 마실 때마다 쿠바의 아리랑 격인 관타나메라를 원했는데 드디어 오늘 제대로 된 연주를 들을 수 있었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관타나메라를 들었으니 즐거운 마음으로 팁을 주고 나온다.
아침에 빵과 함께 나오는 잼인데 직접만든 건지 산 건지 구분이 안 된다.
원래 내 계획은 아바나에서 쿠바 여행을 시작해 쿠바의 남쪽인 산티아고 데 쿠바까지 내려갈 계획이었다.
하지만 정작 아바나에 와보니 너무 더워 적도와 더 가까운 남쪽까지 내려가고 싶은 마음이 싹 사라졌다.
그래서 아바나에 계속 있다가 근처 카리브 해에 있는 호텔이나 놀러갔다 올 생각이었는데 어쩌다보니 일정이 비슷한 일행이 생겨 4명이 같이 쿠바 여행을 하기로 했다.
쿠바에도 버스가 있지만 일행이 있다면 비슷한 가격으로 택시를 대절할 수 있다.
차를 타고 가다 뒷 유리로 하늘을 보니 구름이 정말 아름답다.
언젠가는 우주에서 지구를 내려다 볼 수 있겠지.
차를 타고 도착한 곳은 아바나에서 3시간 정도 떨어져 있는 시엔푸에고스다.
시엔푸에고스는 100개의 불꽃이라는 뜻이라 신기해 왜 그런지 물어보니 체 게바라와 함께 쿠바 혁명을 주도한 사람 이름이라고 한다.
100개의 불꽃이라는 이름과 혁명가는 정말 잘 어울리는 것 같다.
배가 고파 식당을 찾는데 여행자들이 많아서 그런지 모네다를 이용할 수 있는 식당이 잘 안 보인다.
겨우 찾은 식당에 들어가 무난한 닭고기 요리를 시켰는데 정말 푸짐했다.
3모네다(한화 120원)만 내면 달걀 후라이도 나온다,
밥을 먹고 길을 걸어가다 디저트로 아이스크림을 하나 먹었는데 달고 부드러움을 모두 갖춘 맛이었다.
날이 더워 급속도로 녹아 내리길래 흡입하느라 사진의 초점도 못 맞췄지만 정말 맛있었다.
길을 걸으면서 이런 것만 잘 발견한다.
론리 플래닛에서는 시엔푸에고스를 프랑스 풍의 건물과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곳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아바나보다 깨끗하긴한데 진짜 프랑스가 이런 분위기인지는 모르겠다.
아무래도 과장이 많이 섞인 것 같은데 나중에 프랑스에 가면 확인해봐야겠다.
쿠바에서 가장 인기 있는 지폐는 체 게바라의 얼굴이 그려져 있는 3모네다짜리 지폐다.
시중에서 깨끗한 상태의 지폐를 구하기 힘들다고 들어서 어떻게 구해야하나 고민했었는데 기념품 가게에서 팔고 있었다.
처음에는 8배인 1쿡을 부르길래 흥정을 해 2장에 1.5쿡을 내고 구매했다.
돈을 주고 돈을 산다는 것이 웃기는 일이지만 나라별로 지폐를 모으고 있으니 사야한다.
시엔푸에고스도 바닷가에 위치한 도시라 조금만 걸어가면 바다가 보인다.
맑고 투명한 바다는 아니지만 넓고 푸른 바다다.
바다 바다 바다다다다
바다 바다 바다다다다
바다 바다 바다다다다
바다 바다 바다다다다
바다 바다 바다다다다
바다 바다 바다다다다
바다 바다 바다다다다
바다 바다 바다다다
무지하게 넓다 넌 참으로 넓다
무얼 먹고 자라서 그리 넓으나
무지하게 깊다 너 참으로 깊다
부모님마음 처럼 깊고 푸르나
어떡하면 너처럼 되나
어떡하면 나도 변하나
떠난님 그리워 흘린 눈물은
너의 바다가 되 해 해이 예 예
바다 바다 바다다다다
바다 바다 바다다다다
바다 바다 바다다다다
바다 바다 바다다다다
모두다 만난다 여기서 만난다
빗물 냇물 강물 흐르는 눈물
모두가 만나서 바다가 되자
그때까지 못다한 정을 나누자
어떡하면 너처럼 되나
어떡하면 나도 변하나
떠난님 그리워 흘린 눈물은
너의 바다가 되 해 헤이 예 예
바다 바다 바다다다다
바다 바다 바다다다다
바다 바다 바다다다다
바다 바다 바다다다다
바다 바다 바다다다다
바다 바다 바다다다다
바다 바다 바다다다다
바다 바다 바다다다다
타카피 - 바다
바다에 왔으니 술이 당기는데 아쉽게도 알코올은 없다고 한다.
피냐콜라다에서 럼을 빼서 주스맛이었는데 달달해서 꽤 맛있었다.
쿠바에도 마트가 있고 생각보다 꽤 많은 물건들을 팔고 있었다.
케찹같은 공산품은 구하기 어렵다고 들었었는데 의외로 엄청 쉽게 구할 수 있었다.
쿠바에 대해 잘 알려지지 않았기에 더 많은 소문들이 나고 사람들이 더 가고싶어 하게 되는 것 같다.
그런데 마트에서 물건을 비닐봉지에 담아주는 것은 처음봤다.
매번 물건을 살 때마다 손에 들고다녔었는데 외국인이 많은 지역이라 그런지 봉지에 담아주는데 정말 신기했다.
저녁은 제육볶음과 스파게티면이었는데 역시나 맛있었다.
물가도 싸니 혼자였으면 대충 사먹고 다녔을텐데 일행들이 있으니 요리를 해 더 잘 챙겨먹게 된다.
원래 맛있는 제육볶음이지만 쿠바에서 먹으니 더 맛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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