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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rld Travel/콜롬비아-Colombia

세계일주 배낭 여행기 - 080. 땅에서 별들이 자라나는 코코라 계곡. (콜롬비아 - 살렌토, 코코라 계곡)



아침에 빵을 먹는 것보다 오트밀을 먹는 것이 포만감도 더 좋고 몸에도 더 좋은 것 같은 기분이 든다.

하지만 오트밀은 탄수화물 덩어리이니 많이 먹으면 살이 잘 찔테니 많이 움직여야겠다.

오늘은 지프를 타고 살렌토 근처에 있는 코코라 계곡으로 놀러를 간다.

그런데 차장누나의 모습이 꼭 강남스타일 춤을 추는 것처럼 찍혔다.

코코라 계곡은 해발 2,500m인데도 야자나무가 자란다고 한다.

게다가 보통야자나무도 아닌 평균 높이가 50m인 거대한 야자나무들이 자란다.

아름다운 풍경을 보려면 진흙 길도 거침없이 건너야 한다.

발이야 닦으면 되니 개의치 않고 건너간다.

저 멀리 보이는 야자수들이 나를 부르는 것 같다.

여행을 가기 전에 될 수 있으면 사진을 보지 않으려고 노력하는데 한번 본 코코라 계곡의 야자수들의 아름다운 풍경이 뇌리에서 잊혀지지 않는다.

사진으로만 보던 아름다운 풍경을 지금 만나러 간다.

남미는 카카오의 산지로도 유명해 초콜릿도 싸다.

난 밀크 초콜릿도 좋아하지만 카카오 70%~99% 함량의 다크 초콜릿을 더 좋아한다.

에콰도르에 있을 때, 카카오 농장을 가보려 했었는데 모기가 엄청 많다길래 그냥 지나쳤었다.

초콜릿을 사랑하는 마음보다 모기를 싫어하는 마음이 더 컸었다.

운동화를 신었다면 진흙 길도 피하고 물도 피했겠지만 나에겐 K2 샌들이 있다.

내구성은 최악이지만 강력 접착제만 있다면 문제 없는 샌들이다.

우유와 건강의 상관관계에 대해 궁금해져서 여러 다큐멘터리를 봤었다.

개인적으로는 우유가 완전식품이라는 것에는 반대하는 입장이지만 건강을 위해 마시는 것이 아닌 선호식품으로의 우유는 좋다고 생각한다.

우유의 담백한 맛과 요구르트와 치즈의 환상적인 맛은 잊을 수 없으니 몸에 엄청나게 해롭다고 밝혀지지 않는 한 유제품을 계속 섭취할 것 같다.

그런데 아무래도 이 길이 아닌 것 같다.

난 야자수들을 보고 싶은데 자꾸 깊은 산 속으로 들어가는 것 같다.

어차피 시간은 많으니 등산을 한다는 생각으로 계속 길을 따라 들어간다.

등산을 오래 할 계획이 없었기에 챙겨온 물이 금방 바닥이 났었다.

갈증이 심한데 입장료 4,000페소(한화 2,000원)을 내면 음료수도 준다는 반가운 안내판을 만났다.

목이 말라 죽을 것 같아 빨리 공원이 나오면 좋겠는데 계속 올라가야한다.

제발 물을 주세요. 현기증 난단 말이에요.

드디어 새공원에 도착했다.

따뜻한 커피나 음료수 중에 고르라길래 가장 탄산이 적은 음료를 골라 한 번에 마셨다.

4,000페소면 비싼 편이지만 등산로를 보수하는데 쓰인다니 즐거운 마음으로 낸다.

새공원이라고 해서 특별한 것은 없고 새들이 쉴 수 있게끔 만들어 놓은 것이 전부다.

직원에게 물어보니 조금 더 올라가면 다른 등산로가 나오는데 그 길을 따라가면 내가 원하는 야자수들이 보인다고 한다.

그래도 아예 잘못된 길로 온 것이 아니니 다시 힘을 내서 올라간다.

이 버섯을 먹으면 슈퍼마리오가 될 수 있을까.

하늘이 참 좋다.

원래 구름을 좋아하는데 오늘은 구름이 끼면 내가 원하는 야자수 사진을 찍을 수 없으니 걱정이 된다.

좋아하던 것도 상황에 따라 싫어지니 사람이 참 간사하다.

20분 정도 올라가니 산장같은 곳이 나오는데 맥주를 팔고 있었다.

역시 높은 곳에 오르면 술이 당기는 것은 전 세계 공통인가 보다.

점심으로 싸온 식빵을 먹는데 멍멍이가 자꾸 애처롭게 쳐다보길래 몇조각 줬더니 잘 받아먹어 같이 먹었다.

고기가 아니라고 안 먹는 애들도 있는데 이 멍멍이는 잘 먹으니 이뻐서 계속 줬다.

주인 아저씨가 말들을 몰고 일을 나가려하자 딸래미가 쪼르르 달려와 인사를 한다.

아... 토끼 같은 딸래미들을 볼 때마다 부럽다.

꽃이 참 예쁘게도 피었다.

맥주로 원기보충도 했고 이제 하산길이니 즐겁게 내려간다.

노래를 들으며 내리막 길을 따라가면 아기다리고기다리던 야자수들이 보인다고 하니 설렌다.

드디어 야자수 나무들이 나왔다.

어떻게 찍어야 잘 찍었다고 소문이 날까 고민하고 있는데 옆에 있던 프랑스에서 온 친구가 사진을 찍어달라고 해 한장 찍어주니 나도 한장을 찍으라고 한다.

그렇게 오고 싶던 땅에서 별들이 자라나는 곳에 왔는데 하늘에 먹구름이 너무 심하다.

내가 원했던 모습은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야자수들이 뻗어 있는 아름다운 모습이었는데 현실은 구름때문에 하늘이 보이지도 않는다.

쨍한 사진을 찍고 싶었는데 정말 아쉽다.

그래도 우기인데 비가 안 온 것이 다행이라 생각하며 사진을 찍는다.

비가 안 오니 다행이라고 생각하자마자 비가 내리기 시작해 서둘러 하산을 했다.

입구에 거의 도착하니 콜롬비아에서 건축을 공부하고 있다는 학생들이 인터뷰가 가능하냐고 묻는다.

나도 전공이 건축공학이라고 하니 인터뷰를 꼭 하고 싶은데 자신들이 영어를 잘 못한다며 프랑스 친구와만 콜롬비아 건축에 대해 인터뷰를 했다.

프랑스 친구는 영어, 불어, 스페인어를 할 수 있다는데 정말 부러웠다.

이제 다시 지프를 타고 집으로 돌아간다.

비가 오길래 미리 챙겨갔던 우비를 입었었는데 역시나 최고의 성능을 자랑했다.

네팔에서 참 잘 산 것 같아 뿌듯하다.

저번에 내가 비싼 돈을 내고 먹은 뚜르차(송어)요리가 과연 돈 값을 제대로 했는지 궁금해 길가에서 파는 7,000페소(한화 3,500원)짜리 뚜르차를 한번 먹어봤는데 이게 더 맛있다.

그 식당이 별로였던 건지, 내 입맛이 싸구려인 것인지 모르겠다.

당연히 생선 한 마리로 배가 차지 않으니 아레빠를 하나 더 사먹는다.

치즈와 함께 주는데 정말 맛이 없다.

옥수수가루로 만들어 퍽퍽한 맛과 싸구려 치즈맛이 어우러져 먹기 힘들었지만 억지로 겨우겨우 먹었다.

숙소로 돌아와서 또 여행기를 쓴다.

딱히 할 일이 없을 때는 맥주 한 잔과 여행기가 할 일을 만들어준다.

며칠간 오트밀을 먹었으니 이제는 빵을 먹기로 했다.

단백질이 필요하니 달걀을 몇 개 사다가 스크램블 에그를 해먹는다.

오늘도 하루 종일 여행기를 쓴다.

작가도 아니면서 한적한 곳을 찾아 글을 쓰고 있는 내 모습이 웃기다.

족발은 죄송합니다.

하루 종일 방에서 여행기를 쓰고 밍기적거리다가 점심 겸 저녁을 먹기 위해 밖으로 나오는데 비가 내린다.

우산을 챙겨나오니 빗줄기가 조금씩 약해진다.

살렌토는 진짜 작은 마을이라 100m 정도의 거리가 중심가의 전부다.

이 거리에 여행자들을 위한 레스토랑들과 기념품 가게들이 몰려있어 마을이 조금 심심하긴 하지만 난 이런 분위기가 좋다.

거리의 끝에 가면 뒷 동산에 있는 전망대로 올라가는 계단이 나온다.

꼭대기에 올라가 밑을 바라보고 있는데 꼬마애가 숫자를 세면서 올라오길래 잘 들으니 123개의 계단이 있다고 하던데 혹시 가실 분은 확인 좀 해주세요.

아기자기 한 마을이 참 좋다.

산에 올라가서 뭘 먹을까 고민하다가 미니 케이크와 맥주를 먹기로 하고 제과점에서 이쁜 케이크를 사갔는데 정말 맛이 없었다.

냉장고에 며칠을 넣어놨는지 크림은 다 굳었고 과일들도 수분이 없어 맥주로 겨우겨우 넘겼다.

어서 프랑스에 가서 진짜 케이크를 먹고 싶다.

맥주를 마시면서 사람들 구경을 하는데 가족끼리 놀러온 콜롬비아 친구가 사진을 찍어달라고 한다.

지금은 뉴욕에서 일하고 있는데 가족을 보러 휴가를 내고 살렌토로 놀러왔다고 한다.

뭔가 멋진 사진을 만들 수 있을 것 같아서 찍어봤는데 내가 원하는 장면이 안 나온다.

아, 사진을 잘 찍고 싶다.

다시 동네로 내려가는데 빛내림이 보인다.

인터넷을 보면 예술적인 빛내림 사진이 많은데 내가 찍은 건 왜 이 정도밖에 되지 않을까.

아, 정말 사진을 잘 찍고 싶다.

마을을 돌아다니다 흑백사진 기능을 시험해보려고 하는데 갑자기 가족들이 거리로 나와 포즈를 취한다.

웃으면서 사진을 찍어 보여주니 다들 마음에 들어한다.

사진을 잘 찍는 법은 모르겠지만 이런 즐거운 사진을 남길 수 있어서 정말 행복하다.

광장에 오니 노래소리가 들리고 파티트럭에서 사람들이 놀고 있길래 술판이 벌어진 줄 알고 좋아서 다가갔더니 이미 끝났다고 한다.

아쉽지만 전망대에서 맥주를 마신 것으로 만족하기로 하고 아이스크림이나 하나 먹기로 했다.

이게 내 기본 아침이다.

잼은 보관하기 편하게 저런 플라스틱 포장에 담아 1,500페소(한화 750원)정도에 파는데 정말 편리하다.

밥도 좋고 빵도 좋은데 밥이 더 좋긴 하다.

살렌토에서 제대로 된 휴식을 즐겼으니 이제 다시 이동할 차례다.

살렌토에서 메데진까지 가는 직행버스가 없기에 페레이라라는 곳을 들러 버스를 갈아타야한다.

타이밍이 좋아 5분 뒤에 바로 출발하는 버스를 잡아타고 메데진으로 떠난다.

메데진으로 가는데 날씨가 더워지기 시작한다.

그럴 때는 생과일 쉐이크를 한잔 마셔줘야한다.

그런데 날씨가 더워지는 것이 불안하다.

살렌토의 서늘했던 날씨가 벌써부터 그리워지기 시작한다.

메데진 버스터미널에 있는 안내센터에 숙소로 가는 방향을 물어보니 엄청 친절하게 알려준다.

걸어갈 거라고 말하니 지금은 날씨가 더우니 그냥 버스를 타고 가라길래 버스를 타기로 했다.

알려준 버스를 잘 타고 버스기사 아저씨에게 내릴 곳을 말하니 걱정말라며 자기 옆에 앉으라고 말하신다.

아저씨를 철석같이 믿고 기다리는데 10분이 지나도 알려주지 않는다.

아저씨에게 아직 더 가야하냐고 물으니 기다리라고 말하셔서 더 기다리다 다시 물어보니 계속 기다리라고만 하신다.

결국 1시간 동안 나를 태우고 메데진을 한 바퀴 도시더니 여기서 내려서 다른 버스로 갈아타라고 하신다.

걸어가면 30분 걸릴 거리를 편하게 가려고 버스를 탔더니 1시간 걸려서 버스를 탄 곳보다 더 먼 곳에 나를 내려주는데 어이가 없었다.

뭐라하기도 짜증이 나서 그냥 내렸다.


버스 터미널 바로 옆에 공항이 붙어 있길래 신기해서 비행기 사진을 찍다가 아저씨 사진이 찍혔는데 이렇게 여행기에 쓸 상황이 벌어질 것을 내 카메라가 미리 알고 있었나보다.

걸어가면 될 거리를 괜히 편하게 가려한 벌이라 생각하며 다시 걷는데 날이 더우니 계속 짜증이 난다.

예정에 없던 카메라를 사면서 여행 예산이 부족하게 되었고, 어차피 돈을 조금 더 쓴다고 달라질 것도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돈이 없는 것도 아니라는 욱 하는 마음에 그냥 택시를 타기로 했는데 30m 앞에 버스 정류장이 보인다.

욱 했던 마음을 가라 앉히고 다시 돈을 아끼기 위해 버스를 타는데 입구에 쓸모도 없는 개찰구를 달아놔서 큰 배낭을 메고 통과하기가 힘들다.

어차피 돈은 기사아저씨한테 직접 내는데 이런 것을 왜 설치한지 모르겠다.

이해가 안 되는 불편함을 마주하니 또 짜증이 난다.

메데진에 빈 숙소도 별로 없는데다가 숙소를 예약하지 않아 마음에 드는 숙소를 찾으려면 시간이 없는데 자꾸 지체되니 짜증이 난다.

그래도 즐겁자고 떠난 여행이니 심호흡을 하면서 하늘을 한번 쳐다본다.

다행히 마음에 드는 숙소를 금방 찾을 수 있었다.

어차피 길은 다 있는데 왜 난 조급해 했을까.

여행을 하며 짜증을 내는 것 보다는 웃고 즐겨야한다는 것을 다시 한번 생각한다.

남미에서는 횡단보도 신호가 바뀌면 히피들이 저글링을 하고 팁을 받는데 실력이 좋지 않은 히피들이 너무 많다.

중간에 실수해도 꿋꿋하게 저글링을 한다.

그리고 그런 저글링을 보면서 팁을 준다.

더 신기한 것은 매번 똑같은 길을 운행하는 버스 아저씨들도 웃으며 팁을 준다.

이렇게 아름다운 하늘을 보기에도 시간이 부족한데 이미 일어난 일에 짜증을 내고 신경을 쓰기에는 시간이 너무 아깝다.

웃으면서 즐겁게 살아야지.

요리를 하기에는 귀찮으니 마트의 푸드코트에서 음식을 사먹는다.

마트에서 맥주를 싸게 사먹을 수 있어 술 값이 절약되니 푸드코트에서 밥을 먹는 것도 괜찮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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