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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rld Travel/콜롬비아-Colombia

세계일주 배낭 여행기 - 079. 콜롬비아에서 커피 농장에 가보기. (콜롬비아 - 칼리. 살렌토)


진정한 여행자라면 카메라 따위는 없어도 된다고 생각하고 키토를 떠났다.
더 이상 털릴 물건도 없지만 트롤리 버스를 다시 타고 싶지는 않아서 이번에는 택시를 잡아타고 버스터미널로 갔다.
소매치기님께서 나에게 안전에 대해 다시 생각을 하게 해줬으니 앞으로 우범지역에서는 택시를 타기로 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지만 이미 잃어버린 소에 집착하기보다 앞으로 이런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고장난 외양간을 바로 고치는 것이 먼저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잃어버린 소에 집착도 안 하고, 외양간도 안 고치고 있는 것 같아 씁쓸하다.

키토에서 버스를 타고 5시간 정도 달리면 툴칸이라는 국경마을에 도착한다.
국경을 넘으면 이피알레스라는 콜롬비아의 작은 마을이 나오는데 이 곳에는 다리 위에 지어진 아름다운 성당이 유명하다고 해 구경을 갔다.
소문대로 성당이 정말 아름다워 사진을 찍고 싶었는데 카메라가 없으니 미칠 것 같았다.
우선 핸드폰으로 찍어봤는데 화각부터 시작해 색감 등 모든 것이 마음에 안 들었다.

1년이 넘도록 내가 보고, 먹고, 느낀 것들을 사진으로 남기다보니 사진찍기에 중독이 된 것 같았다.

원래는 콜롬비아만이라도 카메라 없이 여행을 하려했지만 내 자신이 사진찍기 중독에 얼마나 나약한지를 바로 알았으니 순응하기로 했다.
천천히 올라가려던 계획을 변경해 대도시인 칼리로 바로 이동하기로 하고 그 날 바로 버스를 타고 칼리에 도착했다.


콜롬비아 소니스토어 홈페이지를 확인했을 때, 마침 할인행사 중이라 한국보다 10만원 정도 비싼가격에 내가 원하던 RX100M2를 팔고 있었다.
호스텔이 짐을 풀고 매장이 열기만을 기다리다가 바로 구입을 했다.

10만원정도 돈을 더 줬고 사은품도 하나 없었지만 계속해서 사진을 남길 수 있고 여행기를 써 내 여행을 남길 수 있는 값으로 10만원을 더 냈다고 생각하니 전혀 아깝지 않았다.
게다가 전에 쓰던 카메라가 고장났을 때부터 눈독을 들이던 카메라라 마음에도 쏙 들었다.

덕분에 콜롬비아 여행기도 쓸 수 있게됐으니 걱정하지 마시고 앞으로도 자주 찾아주세요.

그런데 7월에 RX100M3가 나온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가슴이 아프다.
한 4달만 빨리 나왔으면 바로 샀을텐데 아쉽다.

새 카메라를 만지니 카메라를 처음 샀던 때가 떠오른다.
군대에서 카메라에 관심을 가지게 되어서 중고장터를 계속 보고 있는데 얼마 쓰지 않은 a55가 정말 마음에 드는 가격으로 매물로 나왔었다.
하지만 군인이기에 바로 거래가 불가능해 1주일 뒤에 휴가나가서 살 수 있냐고 물어봤더니 군인이니까 기다려 주신다며 1주일을 기다려주신 멋진 판매자분을 만났었다.

그렇게 첫 카메라를 2012년 10월에 사서 2014년 3월까지 잘 썼으니 후회는 없다.
카메라를 잃어버릴 것을 예감이라도 했는지 잃어버리기 며칠전에 컷수 확인을 해봤는데 4만 컷이 넘었었으니 정말 많이도 찍었던 것 같다.
사진도 얼마 잃어버리지 않았으니 그냥 이전 카메라를 버리고 새 카메라를 샀다고 생각해도 될 것 같다.

이제 새 카메라가 생겼으니 조작법을 제대로 배우고 더 열심히 찍어야겠다.

카메라를 사면 설명서 정독은 필수기에 인터넷으로 설명서를 찾아 읽고 조작법을 숙지하다보니 금세 저녁이 돼버렸다.
근처에 식당을 찾는데 딱히 보이는 곳이 없어 포장마차 비슷한 곳에 가 2가지 메뉴를 시켰다.
빵처럼 보이는 것은 아레빠라는 것으로 옥수수가루로 빵처럼 만든 것인데 퍽퍽한 맛이 전부라 따로 먹기에는 맛이 별로였다.
하지만 햄버거처럼 속을 채워서 먹으니 꽤 맛있었다.

카메라도 샀으니 기분 좋게 맥주 한 잔을 하면서 여행기를 쓴다.
지름신을 영접하는 일은 언제나 즐겁다.

밤 12시가 넘어서 잠을 자려고 방에 불을 끄려다가 뭔가와 눈을 마주쳤다.
방에는 몇시간 동안 나 혼자만 있었는데 눈이 마주쳐서 깜짝 놀라고 보니 호스텔에서 키우는 고양이였다.
방 밖으로 내보내려고 여러 수단을 동원해봤는데 꿈쩍도 안 하고 노려보기만 해 결국 직원을 불러 내보냈다.
처음 눈을 마주쳤을 때는 귀신인 줄 알고 심장이 철렁했었다.

6인실을 들어왔는데 호스텔에 사람이 보이지 않는다.
혼자 방을 쓰면 좋기도 하지만 썰렁한 기분도 든다.

카메라의 크기가 갑자기 작아지고 뷰파인더가 없으니 어색하다.
게다가 색감을 어떻게 잡아야할지 잘 모르겠는데 그냥 많이 찍어서 적응하는 방법밖에 없다.

리셉션에 지도가 있냐고 물어보니 구글지도를 뽑아준다.
남미의 도시들은 계획도시들이라 지도만 있으면 도로명주소로 쉽게 길을 찾을 수 있어 길을 잃어버릴 걱정은 안 해도 된다.

아침을 먹으러 어제 봐둔 시장에 갔는데 소고기 볶음같은 것을 팔길래 주문했다.
즐거운 마음으로 한 입 먹는 순간 내가 얼마나 큰 착각을 했는지 알 수 있었다.
소고기일 것이라는 내 기대와는 다르게 어떤 동물의 간을 조리해 놓은 것이었다.
심하게 비린 맛이 나고 내가 싫어하는 부서지는 식감이 들어 억지로 겨우겨우 먹다가 조금 남겼다.
베트남에서 아침으로 내장모듬을 먹었던 추억이 떠오르는 맛이었다.

전에도 소니 카메라를 썼었기에 조작법은 비슷한데 이번에 산 카메라에는 미니어쳐 기능이 들어있어 한번 찍어봤는데 자동차들이 작게 찍혀 귀엽게 나온다.

난 왜 이렇게 요구르트가 좋을까.
보통 사람들은 1L짜리 요구르트를 사면 어떻게 처리할까 고민하던데 난 그냥 쉬엄쉬엄 먹다보면 하루면 다 먹는다.
호주에서 1L짜리 요구르트를 보기 전까지는 나도 보통사람이었는데 언제부터 이런 사람으로 변해버린 것인지 모르겠다.

카메라를 샀으니 카메라 가방을 사러 시내로 나갔는데 너무 더워 모든 가게를 다 뒤지지 못하고 그냥 마음에 드는 가방으로 샀다.
카메라가 진짜 작은데 성능은 좋으니 사랑스럽다.

그런데 내 실력이 카메라를 못 따라가니 카메라에게 미안할 뿐이다.

스파게티를 끓여 먹으려다 숙소의 주방 상태가 너무 안 좋아 간단하게 라면을 끓여먹었다.
중국 라면인데 꽤 먹을만 하다.

라면은 건강에 좋지 않으니 영양소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과일을 먹고 수분 보충을 위해 맥주를 마셔줘야한다.
구아바가 들어간 가공식품들은 먹어봤지만 온전한 구아바는 먹어본 적이 없어 하나 사봤는데 별 맛도 안 나고 씨가 너무 딱딱해 먹기가 불편했다.

칼리는 딱히 볼 것도 없었고 너무 더워서 시원한 살렌토라는 곳으로 이동하기로 했다.
나에게 칼리는 카메라를 산 도시로만 기억될 것 같다.

남미에는 속도가 표시되는 버스들이 많은데 콜롬비아는 일반 버스에도 속도계가 달려있었다.
아저씨 안전운전 해주세요.

미리 알아둔 아침이 8가지 코스 요리로 나온다는 숙소를 찾아가봤는데 보이지 않길래 길에 있는 호스텔을 보러 들어갔는데 깔끔해서 마음에 들어하고 있는데 레몬에이드를 한잔 가져다준다.
공짜로 음료수까지 줬으니 그냥 묵기로 결정한다.

숙소에 짐을 풀다가 뉴욕에서 온 콜롬비아 친구를 만났는데 자기가 살렌토 최고의 커피집을 안다고 해 따라 나섰다.
뭘 먹을지 고민하다가 라떼와 브라우니를 시켰는데 정말 환상적인 맛이었다.
향기로운 커피를 마시니 이제야 콜롬비아에 들어온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살렌토는 커피 농장으로 유명한 작은 마을이라 가기로 결정했다.
난 대도시도 좋은데 작은 마을에 들어가 콕 박혀 있는 것도 좋다.

신기한 과일이 보이길래 쳐다보고 있으니 동네 아저씨가 오셔서 스페인어로 막 설명을 해주신다.
자세히는 못 알아들었는데 달다고 하시길래 먹어도 되냐니까 아직 안 익은 것이라 먹으면 안 된다고 하셔서 아쉬웠다.

살렌토도 뜨루차(송어)요리가 유명하다길래 먹어봤는데 맛은 그저 그랬다.
20,000페소 (한화 10,000원)이나 냈는데 맛이 별로라 억울해서 맛있게 보이도록 사진을 찍으려 노력했다.

저녁을 먹고 나오니 해가 진지 얼마 되지 않은 골든타임이라 사진을 찍어보니 꽤 이쁘게 찍혔다.
예전에 인도에서 봤었던 타는듯한 노을을 다시 한번 보고싶어진다.

두가지 맛을 담은 아이스크림이 1,000페소(한화 500원)밖에 안 한다.
이러니 내가 남미를 사랑하지 않을 수가 없다.

요새 아침으로 매번 빵만 먹었더니 몸에 안 좋을 것 같아 오트밀을 먹기로 했다.
오트밀도 맛있지만 아침은 밥을 먹는 것이 제일 좋다.

배도 든든히 채웠으니 이제 길을 나선다.
마을 뒷 길을 따라 걸어가면 커피농장이 나온다고 하니 노래를 들으며 즐거운 마음으로 길을 걷는다.

그런데 넌 왜 외롭게 혼자 서 있는 거니.
원래 혼자였던 거니.
누군가가 널 혼자로 만든 거니.

1시간 30분 정도 걸어가니 커피 농장이 나왔다.
5,000페소(한화 2,500원)을 내면 간단한 커피 농장 투어가 시작된다.

이게 커피 열매인데 당연히 빨갛게 된 것이 익은 것이라고 한다.
커피나무는 크게 2종이 있다는데 우리가 흔히 아는 아라비카 종과 인도네시아 쪽의 커피를 부르는 로브스타 종이 있다고 한다.
두 종은 색과 맛이 다르다고 하길래 뭐가 더 맛있냐고 물으니 당연히 콜롬비아의 아라비카라고 한다.

비가 오면 물을 받기 위해 이렇게 진화한 것 같은데 역시 자연은 정말 신기하고 대단하다.
사람이나 식물이나 다들 살아남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난 그냥 살아남기보다 어떻게 살아남을지도 생각할 줄 아는 사람이 되고 싶다.

나를 포함한 3명을 빼고는 다들 스페인어를 할줄 알기에 먼저 스페인어로 설명을 하고 영어로 설명을 해주기로 했는데 가이드의 영어실력이 그리 좋지 않아 눈치로 알아듣고 있는데 빨간 옷을 입은 누나가 제대로 번역을 해주기 시작했다.
나도 지적인 남자가 되고 싶은데 현실은 영어 하나도 힘들다.

이 나무는 내가 사랑하는 아보카도 나무다.
아보카도가 이렇게 큰 나무에서 자라는 것은 몰랐었는데 꽤 큰 나무에서 자란다.
지금은 열매가 열린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 엄청 작은 아보카도들만 매달려 있었는데 귀여웠다.

손으로 딴 커피열매를 기계에 넣고 손잡이를 돌리면 껍질이 벗겨지고 우리가 아는 커피 콩이 나온다.

그 커피콩을 잘 말려야 좋은 커피가 된다고 한다.

잘 말린 커피 콩의 껍질을 벗기면 진짜 커피가 나온다.

자연친화적인 커피라서 거미도 놀러온다.

이렇게 나온 커피 콩을 볶으면 황홀한 향기가 나는 커피로 변신한다.
커피 농장에 오면 누구나 찍는다는 인증샷을 하나 찍어 본다.
카메라에 잡티 제거 기능이 있어서 설정해봤는데 잡티는 사라져도 못생김은 안 사라진다.

너무 당연한 말이지만 잘 볶아진 커피를 그라인더에 넣고 갈면 커피가루가 된다.

그 커피 가루를 이용해 내린 커피를 한 잔씩 준다.
커피에 대해 설명을 듣고 직접 내린 커피를 마셔보니 왜 사람들이 커피를 좋아하는지 조금은 알 것 같다.
그래도 난 커피농장보다는 양조장을 더 가보고 싶다.

돌아오는 길에 베지테리안 식당이 있길래 들어가봤는데 다 맛있어보여 하나를 추천해 달라고 해서 맛을 봤는데 자연의 맛이 났다.
채식주의자로 살아야만 한다고 하면 고기를 안 먹고 살 수는 있겠지만 난 그래도 적당한 고기가 좋다.

디저트로 커피 농장에서 사온 과자와 푸딩을 먹는데 맛은 있지만 달다.

맛있게 먹고 5만 페소를 냈는데 잔돈을 5만페소보다 더 많이 줘서 다시 돌려주고 제대로 계산해줬다.
시내에서 꽤 떨어진 위치라서 장사도 잘 안 될텐데 나한테 돈도 잘못줘버리면 엄청 큰 손해일텐데 참 잘했다. 최용민.

미친게 아니라 내 스스로가 대견해서 칭찬해주는 거에요.


재미있는 커피투어도 하고 맛있는 것도 먹고 날도 선선하고 꽃도 이쁘고 흥겨운 음악도 있으니 여기가 천국이다.

즐겁게 돌아오는데 서양 누나가 스케치북에 길을 그리고 있다.


여행을 하다보면 자기가 본 풍경을 그림으로 그리는 여행자들을 가끔 만나는데 그런 모습을 볼 때마다 엄청 부러웠다.
그래서 나도 한국에 돌아가면 데셍을 배워볼 생각인데 한국에 돌아가면 할 일이 너무 많은 것 같다.

건축도 재미있어지는데 왜 건축사 책은 읽기가 이렇게 힘들까.

일부러 숙소에서 쉬다가 해가 질 무렵 광장으로 나갔다.
사진을 잘 찍는 법은 모르지만 아름다운 풍경을 찍으면 사진이 이쁘게 찍힌다는 것은 안다.

무엇을 먹어야 잘 먹었다고 소문이 날까를 고민하며 광장을 배회하다가 누군가 먹고 있는 스테이크가 맛있어보여서 따라 시켰는데 정말 맛있었다.
8,000페소(한화 4,000원)인데 양도 적당하고 고기도 맛있었다.

살렌토는 엄청 작은 마을이라 번화가가 3블럭 정도밖에 되지 않지만 슈퍼마트는 있다.
그냥 돌아가기 심심하니 아이쇼핑이라도 하려도 슈퍼마트에 들어간다.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칠 수 없으니 맥주도 한 캔 샀다.
클럽 콜롬비아라고 조금 고급스러운 느낌의 맥주를 샀는데 맛은 전에 마신 포커맥주보다 별로였다.

과자안주를 들고 맥주를 마시며 집으로 돌아오는데 히피애들이 말을 건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맥주를 권하니 술말고 과자를 한 입만 달라고 해서 줬더니 정말 맛있다며 좋아한다.
나보고 혹시 팔찌를 살 생각이 없냐길래 난 뼈만 좋아한다고 하니 손목을 내밀어 보라고 한다.
그러자 이제 친구라며 손목에 팔찌를 하나 묶어준다.
오늘은 하루종일 기분이 좋은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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