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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rld Travel/아르헨티나-Argentina

세계일주 배낭 여행기 - 066. 하얗고 푸른 페리토 모레노 빙하.


오늘도 또 낚였다.

3시 40분에 일어나 준비를 하고 약속시간인 4시에 나왔는데 또 아무도 없다.

설마 오늘은 나오겠지 했는데 4시 10분이 되도 아무도 안 나온다.

혼자라도 가보려고 밖을 나가봤는데 구름이 너무 많이 껴있어 산이 하나도 안 보이길래 그냥 다시 돌아왔다.

나는 엘 찰튼에서 하루를 더 있을 예정인데 진주와 민규형님은 오늘 엘 찰튼을 떠난다.

가기 전에 인사라도 하려고 알람을 맞춰놨었는데 이틀 연속으로 새벽에 일어났더니 알람을 무시하고 그냥 자버렸다,

그래도 다행히 민규형님이 내 방으로 찾아와 인사는 할 수 있었는데 나중에 또 만나기를 기약하고 헤어졌다.

떠나면서 어제 남은 피자 한 판을 나에게 주면서 피자 있다고 피자만 먹지 말라고 하셨는데 내가 만나는 사람들을 나를 너무 쉽게 파악하는 것 같다.

체력을 보충해야 하다는 핑계로 계속 잠을 자다가 여행기를 쓰고 저녁에 마실 술을 사러 슈퍼마켓에 간다.

여행기를 쓰기 위해서라도 적절한 타이밍에 휴식을 가져야하니 몸 컨디션도 잘 유지되는 것 같다.

형님이 피자만 먹지 말라고 당부를 하셨지만 음식이 있는데 또 사는 것은 사치이다.

결국 저녁에도 남은 피자와 맥주를 마시는데 살짝 양이 부족해 내일 아침으로 먹을 치즈와 빵을 조금 먹으려다가 한국인 어머니와 눈이 마주쳐 인사를 했다.

저녁으로 피자랑 빵을 먹어서 되겠냐며 근대국을 줄테니 밥을 먹으라고 하신다.

이미 피자를 먹었으니 조금만 달라고 했는데 한 공기를 주셔서 감사한 마음으로 다 먹었더니 과일도 먹으라고 부르신다.

너무 죄송해 사양했더니 걱정말라며 부르셔서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자신의 아들도 나처럼 살면 좋겠다고 말씀하신다.

우리 엄마에게도 나 같은 아들이 있어 부럽다고 하는 사람들이 있다던데 그럴 때 우리 엄마가 하는 대답은 '네 아들이 아니니까 부럽고 멋있는 거지.'라고 한다고 들었다.

건강하게 돌아가서 효도해야겠다.

어제 어머니와 헤어지는데 아침에 죽을 쑬테니 와서 같이 먹으라고 하셨다.

먹을 것은 거절하는 것이 아니기에 아침에 일어나 인사를 드리고 같이 아침을 먹었다.

그래도 염치는 있어서 원래 내 아침이었던 고기를 꺼내 같이 먹었다.

감사해서 설거지라도 할라고 했더니 말리시며 밥이나 더 먹으라고 하셨는데 참 좋은 분들을 많이 만나는 것 같다.

나도 잊지말고 남에게 먼저 베풀 줄 아는 사람이 되어야 할텐데 걱정이다.

그런 의미에서 고추장은 청정원!

왜 갑자기 청정원이 나온지 모르시는 분은 세계일주 이야기 중 35편 인도 이야기를 참고해주세요.

세계일주 배낭 여행기 - 035. 고추장은 역시 청정원.

 

어머님덕분에 아침에 먹으려던 빵으로 점심을 해결할 수 있게 됐다.

햄처럼 생긴 것은 쵸리쏘라 불리는 아르헨티나의 전통 햄인데 정육점에 가면 원하는 양만큼 살 수 있다.

장기간 보관이 가능하게 만들어진 것이라 짭짤하긴 한데 빵과 치즈와 함께 먹으면 맛있다.

이제 다시 엘 칼라파테로 돌아간다.

엘 칼라파테와 엘 찰튼이 속한 산타 크루즈 주(州)에는 버스터미널에 세금을 내야한다.

버스표와는 따로 매번 5페소(한화 500원)을 내야 버스를 탈 수 있다.

저번에 엘 칼라파테에서 떠나기 전에 혹시나 하는 마음에 숙소를 미리 예약했었기에 이번에도 편하게 짐을 푼다.

딱히 할 일이 없으니 엘 칼라파테를 둘러보기로 하고 길을 나섰는데 박물관에 핀 장미가 정말 이뻤다.

전시된 내용보다 장미가 좋아 향기를 맡고 사진을 찍다가 나왔다.

언젠가는 말을 타고 신나게 달려보고 싶다.

마을에서 조금 걸어가면 호수가 있다길래 구경을 왔는데 물도 별로 없고 아름답지도 않았다.

하지만 구름 하나는 최고였다.

돌아오는 길에 마트에 들러 저녁거리를 사왔다.

난 진짜 정말로 밥을 해먹기가 싫은데 비싼 물가가 밥을 해먹을 수 밖에 없도록 만든다.

게다가 한 곳에 오래 있는 것도 아니니 간단히 만들 수 있는 파스타만 해먹게 된다.

이번에는 참치를 한번 넣어봤는데 꽤 괜찮은 맛이 났다.

5인분짜리 면을 사서 절반을 넣은 것은 나만 아는 비밀이다.

남미 여행이 초반이라 비축 해놓은 여행기가 별로 없어 와이파이가 터지는 곳에서는 무조건 여행기를 쓴다.

난 분명히 몇개를 저장해놨는데 버스로 이동하는 시간이 길다보니 일주일이 금방 지나가 여행기가 빨리 줄어든다.


여행기를 쓰고 있는데 동생님에게 카톡이 와서 대화를 하는데 내가 참 안일한 생각을 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런데 낮에도 총이 나가는 것을 알았는데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는 모르겠다.

어제 여행기를 쓰다가 사람들을 만나 늦게까지 대화를 하고 방으로 들어갔는데 방에서 만난 애와 또 이야기꽃을 피우다 새벽 1시가 넘어서 잠을 잤다.

빙하를 보러가야 하기에 6시에 알람소리를 듣고 일어났다가 잠시 눈을 감았다 다시 눈을 뜨니 아침 7시였다.

투어회사에서 픽업 오기로 한 시간이 7시라 부랴부랴 옷을 챙겨 입고 밑으로 내려가니 한 15분 정도 뒤에 오니 걱정말라고 한다.

이번에 신청한 빅아이스 투어는 꽤 비싼 투어라 내가 자고 있었어도 깨우러 왔었겠지만 정말 가슴이 철렁했었다.

놀란 마음을 진정시키고 우선은 에너지를 비축해야하니 아침을 먹는다.

픽업 온 버스를 타고 드디어 빙하를 보러간다.

빙하투어는 크게 미니 트래킹과 빅아이스 투어로 나뉜다.
미니 트래킹은 800페소(한화 80,000원)정도로 빅아이스 보다 저렴하지만 깊은 곳까지 들어가지 않아 투어 시간이 짧다.
난 시간이 긴 것이 좋고 무엇보다 이름에 Big이 들어갔으니 고민도 하지않고 무조건 빅아이스를 골랐다.
내가 신청한 빅아이스 투어는 1300페소(한화 130,000원)짜리 투어인데 거기에 국립공원 입장료 130페소까지 더 내니 거의 15만원 돈을 지출했다.

국립공원에 입장해 가다보니 멀리 빙하가 보이기 시작하고 사람들은 탄성을 지른다.

물론 나도 신기해하며 사진을 찍는다.

어서 빨리 빙하를 보고 싶다.

전망대에 도착해 빙하를 보는데 푸른 색깔 빛이 정말 아름다워 딱히 할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그저 아름답다.

페리토 모레노 빙하는 규모도 엄청난데 길이 30km, 폭 5km, 높이 60m라고 한다.

파노라마로 찍어야 겨우 한 장에 찍히는데 모레노 빙하의 넓이는 부에노스 아이레스시와 맞먹으며 이스라엘의 땅 크기와 비슷하다고 한다.

에피타이저로 멀리서 보는 것은 이제 됐으니 어서 빙하를 만지러 갑시다.

우선 배를 타고 빙하로 다가가야한다.

가까워 보이던 빙하였는데 배를 타고 20분 정도 가야한다.

아, 저 빙하를 먹으면 무슨 맛이 날까.

왠지 달달한 맛이 날 것 같다.

빙하를 보러가기 위해서는 우선 산을 타야한다.

멋있는 것일 수록 가는 길이 험해야 더 재미있다.

걷다보니 눈 앞에 빙하가 보이기 시작한다.

아 설렌다.

우리보다 먼저 출발한 팀인가보다.

나도 빨리 밟고 싶다.

한 40분 정도 산을 타고 와 아이젠을 장착한다.

드디어 내가 빙하를 밟는다.

어서 저 푸르고 하얀 얼음의 세계로 출발합시다.

초반 부분이라 흙이 섞여있지만 푸른 빛깔은 색을 잃지 않았다.

어떻게 이런 색깔이 나올까.

더 깊숙한 곳으로 들어갑시다.

안나푸르나에 올라갔을 때는 눈이라 사박사박 밟는 느낌이었는데 여기는 얼음이라 사각사각 거리는 느낌이 든다.

거기다 이 곳에는 내가 좋아하는 파란 색 아름다움이 넘쳐난다.

빛의 굴절로 인해 생기는 것이라지만 정말 아름답다.

지구에는 정말 아름다운 곳이 많고 그 곳들을 다 알 수도 없겠지만 내가 갈 수 있는 곳이라면 최대한 많은 곳을 가보고 싶다.

끝 없이 펼쳐진 하얀 세계는 설산과 비슷하지만 빙하와 설산은 확실히 다른 느낌이다.

아름다운 두 곳을 비교한다면 딱히 한 곳을 고를 수가 없을 것 같다.

두 곳다 아름다운데 우위를 정해서 무엇할까.

사실 난 아르헨티나에 오기 전까지 남미에서 빙하를 볼 수 있다는 것을 몰랐었다.

그저 여행 경로를 짜다보니 남미를 거치는 것이 순서인 것 같아 무작정 부에노스 아이레스로 들어왔다.

여기 저기에서 여행 정보를 듣다보니 페리토 모레노 빙하를 알게되었고 히말라야가 생각나 꼭 가야할 곳으로 정했는데 만약 이 곳을 지나쳤다면 정말 후회했을 것 같다.

가뜩이나 구름과 파란색을 좋아하는데 빙하를 안 봤다면 큰 일 날뻔 했다.

발 걸음, 걸음마다 탄성밖에 안 나온다.

모든 사람들이 감탄하며 걸어간다.

봐도 봐도 질리지 않고, 봐도 봐도 아름답다.

내가 이런 풍경을 볼 수 있다는 사실이 그저 기쁘고 행복할 뿐이다.

이런 풍경을 볼수록 대자연에 대한 경외감과 신기함은 커진다.

인생 별거 아니에요.

살아보니 거기서 거기에요.

서로들 미워하지 마세요.

그렇게 미워해서 뭐할래요.

난 유치해서 내가 직접 밟고 만지고 먹어야 직성이 풀린다.

빙하가 녹은 물이 눈 앞에 흐르는데 안 마신다면 내가 아니다.

빅아이스 트래킹은 하루에 약 40명정도만 신청할 수 있어 성수기에는 예약이 필수적이다.
비싼 대신 10명씩 팀을 나눠 각 팀당 가이드 2명이 붙어 다 다른 코스를 걷는다.
팀을 짜려고 봤더니 한국인 8명, 일본인 3명이라 아시아인끼리 뭉치게 됐다.
소수의 인원으로 가기에 조금이라도 위험한 구간은 가이드가 무조건 손을 잡아준다.
남자들은 그냥 치고가도 될 거리도 철저하게 보조해준다. 

저 멀리에 있는 푸른 빙하가 자꾸 나를 부른다.

가이드가 사람들에게 줄을 서서 기다리라며 빙하의 틈인 크레바스로 한 명씩 데려다 구경을 시켜준다.

나보다 먼저 본 사람들의 반응이 정말 대단해 어서 보고 싶었는데 크레바스 사이로 흐르는 폭포를 보니 탄성이 안 나올 수 없었다.

 

동영상을 찍다가 배터리가 다 닳았더니 배터리를 교체하고 다시 올 수 있게 해준다했지만 다른 사람들에게 미안해 괜찮다고 했다.

눈으로 보기에는 가까운 거리지만 히말라야에서 겪어봤기에 꽤 먼 거리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저 곳까지 갈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괜히 가보자고 가이드를 졸라 본다.

갑자기 가이드가 뛰어가더니 빙하의 벌어진 틈을 이용해 웃는 얼굴을 만든다.

그 모습이 귀여워 다들 웃는다.

내가 과연 이 빙하를 다시 밟을 날이 있을까.

그건 모르는 일이니 지금 이 순간을 최대한 즐겨야한다.

늦게 일어나는 바람에 아침에 빵 한쪽 먹은 것이 전부라 배가 고팠는데 드디어 점심시간이다.

내가 빵, 치즈, 잼, 고기, 샐러드를 꺼내고 디저트로 먹을 체리와 사과주스까지 꺼내니 사람들이 놀란다.

장기 여행자들은 대충 먹는 줄만 알았는데 나처럼 먹는 장기여행자는 처음 본다고 한다.

난 내 도시락이 제일 초라할 줄 알았는데 사람들이 놀라니 쑥스럽다.

에너지를 채웠으니 다시 구경하러 가봅시다.

진짜 대박이라는 말밖에 안 나온다.

통일도 대박인데 빙하도 대박이다.

어떻게 이런 풍경이 만들어졌는지 정말 신기하다.

아르헨티나하면 가장 유명한 것이 이과수 폭포인 것이 이해가 되지 않을 정도로 아름답다.

왜 난 이런 빙하가 있었다는 것을 아르헨티나에 오기 전에는 몰랐을까.

그래도 늦게나마 알았고 결국 왔으니 정말 다행이다.

여행을 떠나기 전에 그 나라에 대해 공부해야하는 이유를 몸으로 배웠다.

이제는 돌아가야할 시간이다.

그런데 아쉬워서 자꾸만 뒤를 돌아보게 된다.

이렇게 아름다운 세계를 하루만 보고 돌아가야 한다니 마치 꿈을 꾸다가 현실로 돌아가야하는 기분이다.

여기로 들어가면 어디로 나올까.

파랗게 빛나는 물 위에 섰다.

흐르는 물 속에 작은 빙하가 있어 마치 물 위에 서 있는 듯한 사진이 찍히는데 기분 정말 최고다.

150%의 만족감을 가지고 땅으로 돌아온다.

뭍으로 왔으니 아이젠을 벗었는데 마치 족쇄를 푼 것 처럼 발이 가볍다.

빙하야 잘 있어.

그런데 둘리는 어디에 있니.

이대로 헤어지기 아쉬우니 선착장 근처에서 빙하를 한 번 더 보기로 했다.

힘든 사람은 선착장에서 쉬어도 된다고 했지만 여기까지 와서 힘들다고 그냥 돌아갈 사람은 한명도 없다.

아쉬운 마음으로 빙하를 구경하고 있는데 꾸르릉 소리를 내면서 빙하가 무너졌다.

빙하가 제대로 무너지는 모습을 못 보고 갈까봐 아쉬웠는데 결국에는 볼 수 있었다.

우리는 빙하가 무너진다고 신이 났지만 생각해보면 빙하가 녹고 있다는 증거이니 마냥 좋아할 수는 없었다.

사진에 보이는 땅인 지역이 4년 전에는 눈으로 덥혀있었다고 하니 환경문제가 심각하긴 하다.

아주 만족스러운 기분으로 배를 타러 가는데 생각해보니 빅아이스 투어를 하면 빙하를 부숴 위스키를 타준다는 소리를 들었던 것이 떠올랐다.

잊고 있던 사실이 떠오르자 150% 만족스럽던 기분이 99%로 떨어져버렸다.

난 빙하에 탄 위스키가 정말로 마시고 싶었기에 살짝 아쉬운 마음으로 배를 탔더니 그제서야 빙하 조각을 띄운 위스키를 나눠준다.

같이 간 분들은 술을 안 좋아하신다길래 몇 잔을 더 먹을 수 있었는데 술을 마시자 다시 기분이 좋아지는 것을 보니 난 참 단순한 동물이다.

게다가 기념품으로 미니 와인과 열쇠고리까지 준다.
마지막까지 최고의 만족감을 느끼게 해준다. 

숙소로 돌아와 어제 마신 맥주병을 교환하러 간다.

남미에는 병 보증금 제도가 있어 맥주를 사면 약 4페소(한화 400원)정도의 돈을 더 낸 뒤, 병을 돌려주면 그 돈을 다시 받을 수 있다.

이렇게 생긴 기계에 병을 넣으면 영수증이 나오는데 그 영수증과 내가 맥주를 샀을 때의 영수증을 같이 보여주면 돈을 돌려준다.

혼자 파스타를 만들어 먹으려했는데 숙소에서 만난 분이 고기가 있다고 해 같이 나눠먹었다.

그냥 양파와 파스타 소스만 넣은 스파게티인데 사람들이 다들 맛있다고 해 쑥스러워 죽는 줄 알았다.

밥을 먹고 술을 마시다보니 한국인들이 꽤 많이 모이게 됐는데 이야기를 하다보니 서로 환전을 하게됐다.

나도 앞으로 칠레로 넘어가야하니 달러를 바꾸고, 다른 분들은 아르헨티나 페소도 바꿔 결국 간이 환전소처럼 변해 서로 깜비오(환전), 깜비오(환전)를 외치고 놀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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