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는 고기가 싸서 메뉴에 고기를 넣어도 별로 부담이 없을 것 같다.
한 명이 물어보고 나가면 다른 사람이 와서 또 물어보니 아예 사람들을 모아서 한번에 설명한다.
두부와 같이 끓인 맛이 일품이라 엄청 많이 먹었다.
부에노스 아이레스의 유명한 곳은 다 가봤으니 다른 사람들이 알고 있는 좋은 곳들만 따라다니면 되니 참 편하다.
이 다리는 여자의 다리인데 말 그대로 여자의 다리처럼 생겨서 그런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이 정도 일몰이 아름답게 느껴지려면 얼마나 감수성이 풍부해야하는 것일까.
나도 감수성이 넘쳐 흐르고 싶다.
그래도 이번에는 사람들과 같이 왔으니 다행이다.
오페라 몇 곡을 부르길래 재미있게 들었는데 나중에는 스페인어 노래들을 부른다.
유명한 곡인지 사람들이 다 같이 따라 부르는데 난 가사를 모르니 아쉬웠다.
속도가 느렸는데 도대체 뭐였을지 궁금하다.
사진 찍으라고 남겨 둔 것인가.
왜 진짜 아름다운 풍경들은 눈으로 보는 것보다 부족하게 찍히고, 눈으로 볼 땐 별로인 곳이 사진으로는 괜찮게 나올까.
사진을 찍으려면 별로인 곳만 돌아다녀야 하는건가.
혼자라면 갈 생각도 안 했을 식당이지만 여럿이니 가벼운 마음으로 들어가 스테이크와 비싼 와인들을 마셨다.
한국에서라면 10만원이 넘는 와인을 여기에서는 3만원 정도면 마실 수 있다.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 계속해서 사람들과 다니다보니 씀씀이가 조금 커진 것 같은 느낌도 드는데 어차피 다시 혼자가 된다면 내 여행스타일로 돌아갈 것이니 즐길 수 있을 때는 즐겨야겠다.
내가 26년을 살아오면서 먹어본 카레중에 최악이었다.
어떻게 카레를 이렇게 못 만들 수 있는지 신기할 정도의 맛이 났다.
학교 급식이나 군대에서 나온 카레와 비교하는 것이 미안할 정도로 맛이 없어서 겨우 다 먹었다.
패티를 도매로 떼어와서 햄버거를 만들어 판다길래 가봤는데 13페소(한화 1,300)원밖에 안 한다.
이런 것에 감동 받는 것을 보면 감수성이 풍부한 것 같기도 한데 잘 모르겠다.
그런데 자기네 전통 음식이 하나도 없고 핫도그와 햄버거, 피자만 있다는 사실은 아무리 생각해도 슬프기만 하다.
이번에 갈 목적지는 세상의 끝인 우수아이아이다.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 우수아이아까지는 버스로 50시간 정도 걸리기에 까마등급밖에 없고 이 노선을 운영하는 회사도 한 곳 뿐이다.
왼쪽의 은박지 그릇에 담긴 음식은 까마등급에만 나오는 것 같다.
마트에서 20페소(한화 2,000)원짜리 와인을 골라도 다 맛있다.
랜덤으로 적힌 숫자를 1등으로 다 지우면 와인을 주는데 숫자 3개를 남기고 1등이 나왔다.
장거리 버스라 와인을 2병 사려다가 빙고게임에서 이기면 와인을 준다길래 상품으로 받아 먹으려고 1병만 샀는데 아쉽다.
닭고기와 달걀을 싸서 만든 음식인데 엄마 닭과 병아리를 같이 먹는 기분이었다.
아르헨티나의 버스 값은 비싸기에 버스로 우수아이아까지 가는데 2,000페소(한화 200,000원)가 들고 비행기를 타면 1800페소~2300페소면 갈 수 있다.
표만 잘 구하면 더 싸고 편하게 갈 수 있는 길이 있지만 육로를 이용할 수 있을 경우에는 무조건 육로를 이용하는 것이 내가 세운 여행원칙이기에 한 순간의 고민도 없이 버스를 탔다.
그리고 원칙도 원칙이지만 세상의 끝에 가는데 비행기 타고 슝 날아가면 얼마나 재미가 없을지 안 봐도 뻔하다.
세상의 끝에는 겸허한 마음으로 가야한다는 말도 안되는 소리를 하며 버스에서 뒹굴거린다.
과자를 받고 1분 정도 생각해보니 아르헨티나 사람들은 저녁을 10시가 넘어서 먹고 그 전에 잠깐 간식을 먹는 시간이 있다는 것이 떠올랐다.
아니나 다를까 10시 30분쯤 되니 밥을 준다.
기내식을 먹는 기분이라 행복하다.
여기서 버스를 갈아타고 다시 12시간이 넘는 거리를 달려야한다.
버스의 승무원이 서류도 다 준비해주니 참 편하다.
그럴 때는 미련없이 인도에서 산 스도쿠를 하면 된다.
가지고 넘어가려다 걸리면 벌금을 내야하니 조심해야하지만 난 가진게 없다.
역시 세상의 끝에 가는 길은 복잡해야 재미있다.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 온 사람은 나밖에 없어 혼자 반팔, 반바지, 샌달을 신고 있다.
아르헨티나 사람들은 패딩을 입고 있는데 아마 나를 보고 미친놈이라 생각했을 것 같다.
생각지도 않았던 밥을 주니 행복하다.
사탕주는 아저씨는 따라가지 말라고 배웠는데 난 먹을 것 주는 사람이 좋다.
일반등급의 버스는 딱 우리나라의 일반 고속버스와 똑같다.
왠지 기분이 좋다.
우리 버스기사 아저씨가 최고다.
남극에 가까워서 저녁 10시인데도 아직 환하다.
관광객들이 많다 보니 물가가 비싸 레스토랑에 들어가기가 무서워 이번에도 만만한 빤쵸를 먹는다.
보통 1개에 10페소(한화 1,000원)이면 먹는 빤쵸가 여기서는 2배 가격이다.
맥주도 가게에서 마시니 비쌌지만 세상의 끝까지 오느라 고생했으니 즐겁게 한 병을 상으로 준다.
씻으려다가 기념으로 남겨야 할 것 같아 한 장을 찍었는데 오랜만에 셀카를 찍는 것 같다.
먹는 게 남는 거다.
우수아이아 여행자센터에서는 호스텔의 숙박내역을 종합관리 하고 있기에 가서 빈 방을 찾으러 왔다고 하면 알려준다.
그런데 왠만한 호스텔은 다 방이 없다면서 기다려 보라더니 일일히 다 전화를 돌려 빈 방을 찾아줬다.
우수아이아에서 나가는 버스표를 사고 카메라가방에 넣는다고 넣었는데 중간에 흘린 것 같다.
지나온 길을 되돌아가봤지만 보이지가 않는다.
길가에 굴러다니는 봉투가 다 내 것 같아 확인해봐도 내 버스표가 아니다.
이미 비슷한 일을 한번 겪어봐서인지 약간 담담한 마음으로 버스회사에 가 재발급이 가능하냐고 물어보니 다시는 잃어버리지 말라며 티켓을 새로 뽑아준다.
다행히 표를 끊을 때 여권번호와 이름을 적어서 재발급이 됐는데 만약 이 표마저 못 찾았다면 내 스스로가 원망스러워 죽고 싶었을 것 같다.
정신을 땅에다 놓고 다니는지 정신 차려야겠다.
용민아, 긴장 좀 하고 삽시다.
옮긴 호스텔에서 울타리를 넘다가 바닥에 고인 돌이 빠져 울타리에 소중한 것이 끼고 말았다.
오늘 일진이 정말 사나운 것 같은데 정말 조심해야겠다.
탄산수는 con gas, 일반 물은 sin gas라고 써있고 뚜껑 색깔이 다른데 처음에 물을 샀을 때는 뭐가 탄산수인지 몰라서 흔들어보고 기포가 안 생기길래 샀더니 탄산수였다.
난 탄산수의 맛이 이상하다 생각하는 사람인데 돈이 아까워서 어쩔 수 없이 다 먹었었다.
마치 우리나라의 땅끝마을에 갔을 때의 느낌과 비슷하다.
그래서 남극으로 가는 크루즈들도 많고 남극에 있는 과학기지들에 보급되는 물자의 대부분이 이 곳을 거친다고 한다.
예전에 인터넷에서 남극 크루즈에 대해 봤었는데 300만원부터 1000만원이 넘는 가격을 보고 내가 남극을 갈 일은 없겠다는 것을 알았다.
그러다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 신혼여행으로 남극 크루즈를 타고 남미 여행을 하고 계신 신혼부부를 만났는데 정말 부러웠다.
특히 커플티를 입은 모습이 그렇게 부럽고 좋아보였다.
외로워도 슬퍼도 나는 안 울어.
세상의 끝에 왔으니 인증샷을 찍었는데 허리에 찬 가방 때문에 배불뚝이처럼 나왔다.
그래도 누가 나에게 멋과 생존 중 우선순위를 정하라면 무조건 생존이다.
어차피 원빈처럼 생긴 것도 아니니 그냥 살아남는 것에 올인을 해야지.
어제 숙소에서 만난 한국분과 같이 다녔는데 내가 봉지 요플레의 꼭다리를 가위로 잘라 마시기 시작하니 신기하게 쳐다보신다.
난 지금까지 봉지 우유를 사서 매번 이렇게 마셨다고 하니 그렇게 먹을 줄은 상상도 못 했다고 하신다.
내가 생각해도 내가 물가 비싼 유럽에 가면 참 볼만할 것 같다.
그래서 개를 산책시키는 직업도 있다고 들었는데 아무래도 저 아저씨가 그 일을 하고 계신 것 같다.
일이 아니라 진짜 자기가 키우는 개들이면 동물농장에 나가셔도 될 것 같다.
난 펭귄은 이미 호주에서 봤고 바다사자는 별로 보고 싶은 생각이 안 들어 비글해협투어는 하지 않기로 했다.
그런데 세상의 끝인 우수아이아에서 할 것이라고는 비글해협투어밖에 없기에 뭘 할까 고민하다 뒷 산에 가면 빙하가 보인다길래 빙하를 보러 가기로 했다.
앞으로 일정을 생각해보면 산을 몇 번 더 타야할 것 같은데 체력이 많이 떨어진 것 같다.
그런데 아무리 살펴봐도 엄청 멋있는 빙하가 보일 것 같지는 않기에 그냥 돌아가기로 했다.
어차피 제대로 된 빙하를 볼 기회는 있을 거니까 전혀 아쉽지 않았다.
남미는 지금 여름이라 눈들이 많이 녹아 설산이 조금 아쉬운 자태를 뽐내고 있는데 한 겨울에 왔다면 비수기라 여행 경비도 아끼고 제대로 된 설산을 볼 수 있었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그래도 성수기에는 더 아름다운 모습들을 볼 수 있는 곳들이 있으니 성수기겠지.
어릴 때도 가지고 놀았고 군대에 있을 때 심심해서 애들과 같이 가지고 놀았었는데 요새 팽이는 내가 어릴 때 나오던 플라스틱 팽이와 질이 달아 놀랐었다.
20살이 넘은 남자들이 팽이를 돌리며 엄청 재미있어 했었는데 남자들은 죽을 때가지 애가 맞나보다.
박물관 입구에는 세상의 끝 도장을 비치해놓고 있다던데 늦게 가서 문을 닫았다.
어차피 난 앞으로 여권에 찍힐 도장이 많으니 별로 아쉽지는 않다.
그런데 이 항구말고는 아무 것도 없다.
정말 볼 것이라고는 아무 것도 없다.
양이 너무 많기에 어떻게 해야하나 고민하다가 우선 파스타 5인분을 다 삶기로 했다.
맥주와 같이 먹었는데 배가 많이 고팠는지 거의 다 먹을 수 있었다.
아, 물론 혼자 먹은 것이 아니라 같이 산을 올라갔다 온 분과 같이 먹었다.
내가 아무리 위장이 크다지만 파스타 5인분을 먹을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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